"바보 같으니." 박시준은 술에 취해 직설적으로 말했다. "난 네게 4,000억을 줬어. 근데 한 게 뭐가 있어? 박우진이랑 놀아나더니. 고작 그런 여자였어."그의 말은 심윤에게 충분히 상처가 되는 말이었다!4,000억... 진작에 진아연에게 뺏긴 돈!심윤이 지금 손에 4,000억 원이 있었다면 뱃속의 아이를 이용해 박우진 같은 사람하고 같이 있었겠는가?박우진은 그녀가 지금 찾을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을 가진 남자였다.경호원이 박시준을 차로 안내 후, 검은색 롤스로이스가 어두운 밤 속으로 빠르게 사라졌다.심윤은 눈물을 닦았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박우진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차갑게 말했다. "심윤, 지금 뭐 하는 거지?! 삼촌은 이미 널 원하지 않아. 근데 비굴한 개마냥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네가 선택한 남자는 바로 나라고!"그의 비아냥거리는 말을 듣고는 심윤은 몸을 돌려 말했다. "박우진, 내가 돈이 있었다면, 이런 태도로 말할 수 있어?!""이제 없잖아! 그만 돈으로 생색내지 그래! 현실을 이제 직시하고 집에서 애나 잘 돌보라고. 우리 부모님한테도 잘 하고. 그게 앞으로 네가 할 일이야." 박우진은 그녀를 담담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어린 나이도 아닌데 이제 뜬구름 그만 잡고. 내가 너와 결혼하는 걸 영광으로 생각하라고!"심윤은 쓰러지며 눈물을 흘렸다.그녀가 왕은지와 갈라진 다음, 왕은지는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를 완전히 버렸다.아버지는 크게 상처를 받고 B국으로 돌아갔다.그녀는 이렇게 B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때, 몸이 좋지 않아 검사를 해보니 임신이라는 것을 알게 돼 박우진을 붙잡았다.박우진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그녀의 인생은 이게 맞을지도!스타팰리스 별장.진아연은 목욕을 마친 뒤, 한이가 여름 캠프에 들고 갈 짐을 챙겼다.라엘은 그녀 옆에서 도우느라 바빴다."라엘아, 너도 오빠처럼 여름 캠프 갈래?" 진아연은 웃으며 물었다.라엘은 고민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엄마, 세연이 삼촌이 말 안 했어요?
조지운은 그의 표정을 보며 바로 말했다. "진아연 씨는 라엘이가 연예계에 들어가는 걸 원치 않았습니다. 라엘이가 계속 조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보낸 거라고 합니다. 알지 않습니까. 귀여운 라엘이의 부탁을 어느 누가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라엘이는 모르니깐 그렇다 쳐도, 엄마라는 사람이 그걸 그냥 보내? 아무리 그래도 잘 타일러야 할 거 아니야!" 박시준은 날카롭게 말했다.조지운: "만약 라엘이가 똑같이 부탁하셨어도 정말 끝까지 거절하실 수 있으셨겠습니까?"박시준은 갑자기 우울해졌다. "그런 일이 없었으니깐 모르지. 근데... 너 지금 누구 편인거야?"조지운은 빠르게 자신의 충성심을 표현했다. "저는 그저 진아연 씨의 기분이 이해가 간다는 겁니다. 라엘이가 만약 제게 부탁을 했어도 똑같이 보냈을 겁니다. 그렇게 귀여운 아이는... 정말 처음이니깐요."조지운의 아첨으로 박시준의 기분이 조금 풀어졌다.라엘이가 귀여운 것은 그가 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라엘이는 진아연을 많이 닮았다.진아연은 종종 그를 화나게 했지만, 그는 그녀에게 아무 짓도 할 수 없었다. 근데 라엘이가 그렇다면 그는 더욱더 마음이 약해지고도 남을 것이다."분명 김세연... 그 기생오라비 같은 놈이 꼬드겼을 거야!" 박시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게 아니고서는 라엘이가 이럴 리가 없지."조지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김세연 씨가 이렇게까지 할 줄이야! 진아연 씨와 상의도 없이! 분명 진아연 씨가 동의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을 겁니다. 뭐, 진아연 씨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라엘이를 연예계 쪽으로 보낼 리가 없죠. 라엘이와 바로 약속을 해 진아연 씨가 손도 못 쓰게 만들다니!"박시준의 손에는 점점 힘이 들어갔고, 그의 눈은 점점 차가워졌다.조지운은 심상치 않은 그의 모습에 다시 말했다. "대표님, 당분간 김세연 씨와는 얽히지 마시죠..." 그가 다시 체면을 잃지 않기를 바랐다.김세연은 라엘이를 연예계로 끌어들였다. 선을 넘기는 했지만 조지운
식당으로 가는 길에 진아연은 경호원에게 당부했다. "B국에서의 제 모든 일정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세요, 마이크한테도요. 마이크는 이미 절반은 박시준한테 넘어간 상태에요, 저 누구한테 감시받는 게 아주 싫어해요. 혹시 누가 저에 관해서 물어보면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하면 돼요."진아연의 말을 듣고 경호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 걱정 마십시오, 전 절대 매수당하지 않습니다. 늘 대표님 편에 있을 겁니다."진아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누가 매수를 시도한 적이 있어요?"경호원은 잠깐 망설이다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박시준 대표의 비서가 저한테 뇌물을 주려고 했지만 단절에 거절했습니다."진아연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마이크가 이미 박시준의 비서한테 넘어갔는데, 이젠 경호원까지 매수하려고 하다니!이건 분명히 사방에서 진아연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려는 수작이었다!진아연은 임신을 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진아연은 박시준이 자기를 이렇게 대할수록 더 행방을 숨기고 싶어졌다.차는 식당에 도착했고, 진아연은 지난번에 만났던 고객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고객은 진아연을 보자 얼른 감사의 인사부터 전했다. "진 선생님, 저의 아버지가 많이 좋아졌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지난번에 제가 선생님께 고객을 소개해 드린다고 했잖아요, 오늘 제가 그분 의료 기록을 가지고 왔어요. 친구의 부탁이라 거절하기가 좀 그래서요. 하지만 부담 갖지 마세요. 선생님께서 시간이 없으시거나 몸이 안 좋으시면 거절해도 괜찮아요."진아연: "의료 기록을 가져왔다고 하니 일단 봅시다!""진 선생님, 의자인심인 선생님께서 단번에 거절하지 않을 줄 알았어요. 하지만 이제 배가 많이 나왔는데, 몸은 괜찮겠어요? 안되면 선생님께서 출산하고 봐줘도 돼요, 친구가 선생님께서 받아만 주신다면 기다릴 수 있다고 했어요."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급하지 않으면 의료 기록을 저한테 주세요, 집에 들어가서 볼게요.""알겠어요, 진 선생님. 그리고 작은 선물
잔아연은 놀라 벌떡 일어나 앉았다."시준 씨가 몰래 간 거야, 그냥 제작팀에 잠깐 가서 보고 온 거야, 라엘이는 몰라." 마이크는 덧붙이며 말했다. "지운이가 그러는데 시준 씨가 아마도 한이랑 라엘이 자기 아이인 걸 눈치챈 것 같대, 다만 아직은 감히 티를 내지 못하고 있어. 두 아이가 자길 싫어하니까. 그리고 너도 싫어하잖아, 그래서 시준 씨가 그냥 묵묵히 그 고통을 참고 견디고 있는 거지.""그리고, 시준 씨가 라엘이가 연예계에 진출하는 거 무지 싫어한다더라." 마이크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니까, 너도 빨리 들어와. 와서 시준 씨 주의를 좀 다른 데로 끌어줘. 언젠가 또 제작팀에 가 난동이라도 부리면 나도 어쩔 수 없다고."진아연은 머리가 아파왔다.시차 때문에 어젯밤에 약간의 불면증을 겪었다.진아연은 일단 지금은 전혀 비행기를 차고 싶지 않았다."오늘은 싫어." 진아연은 숨을 들이마시고 말했다. "나 머리 아파, 집에서 좀 쉬고 싶어.""그래... 그래! 몸이 불편하면 그냥 푹 쉬는 게 맞아." 마이크는 말했다. "근데 어제 도착해서 왜 문자도 없었어? 너 요즘 점점 나랑 연락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 나한테 뭔 불만이라도 있어?"진아연은 마이크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전자파 때문에 나 요즘 휴대폰 잘 안해, 그니까 일이 있으면 경호원한테 연락해."마이크: "야... 날 바보로 아나, 요즘 내가 조지운이랑 가깝게 지내니까 내가 박시준의 사람이라도 된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너가 그러면 안되지! 박시준의 이곳 상황을 난 수시로 너한테 다 알려줬어, 내가 없었으면 조지운이 박시준이 라엘이를 보러 간 걸 나한테 말해 줬겠어?"진아연은 마이크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럼 앞으로 나에 대해서 말하지 말고 박시준의 소식만 나한테 전해 줘, 콜?"마이크: "..."진아연: "나 너무 졸려서 좀 더 자고 싶어. 별 중요한 일이 없으면, 그냥 나한테 문자로 해. 나 시차 때문에 얼마 못 잤어!""뭔 시차를 적응
박시준은 잠이 오지 않았다.진아연 때문이 아니라 이번에는 라엘이 때문이었다.김세연이 라엘을 데리고 나간 프로그램은 야외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이었다.이 프로그램은 유명한 연예인들이 일반인 아이들의 아빠가 되어 같이 생활하게 하는 프로그램이었다.섭외된 일반인 아이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 비주얼 수준은 아주 높았다. 박시준의 눈에는 당연히 라엘이가 가장 예쁘게 보였다.박시준은 라엘이가 김세연과 같이 지내는 동안 자기도 모르게 진짜 김세연을 아빠로 생각할까 봐 조금 걱정이 되었다.박시준은 그날 촬영 현장에서 감독님한테 몇 가지 질문을 했었다.감독님은 박시준에게 아이들이 연예인들과 같이 먹고 같이 자고 같이 놀며 정말 부모가 자식을 키우 듯이 한다고 이야기해줬다.그 말을 들은 박시준의 마음은 좋지 않았다.박시준은 이 프로그램을 바로 접어 버리게 하고 싶었다... 아니, 김세연을 출연 금지시키고 싶었다! 만약 그래도 라엘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다고 하면 파트너를 바꿔 주면 된다. 그래야 박시준은 마음이 지금처럼 답답하지 않을 것 같았다.하지만 박시준도 라엘이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유가 김세연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박시준이 김세연의 출연을 막는다면 진아연은 분명히 자기랑 한바탕 싸울 것이었다.진아연은 이제 배가 점점 더 불어 오르고 있었다. 이 시국에 박시준은 자기의 화풀이 때문에 진아연 뱃속에 아이에게 모험을 시키고 싶지는 않았다.박시준은 그날 밤 거의 한잠도 못 잤다.날이 밝자 박시준은 일어나 커피 한잔을 내렸다. 커피를 다 마시고 그는 계속 쓸데없는 생각에 빠져있지 않기 위해 일에만 몰두하기로 했다.진아연이 귀국하기 전에 박시준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한 시간 후.강진은 사촌 동생 나나에게 전화를 했다."나나야, 서둘러 준비 좀 해야겠다, 오늘 시준이가 드림시티 현장에 현장 조사 나간대, 너 이따가 같이 따라가. 그리고 시준이가 너 거기 왜 따라가냐고 물어보면 너가 이 프로젝트 엄청 좋아한다고 말해."나나
이번 면담은 예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었다.환자 가족들도 진아연이 제시한 수술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했고 수술이 실패하더라도 진아연이 최선을 다해 치료에 전념해 주기를 바랐다.면담을 마치고 진아연은 환자 집에서 나왔다.진아연은 다시 한번 별장을 뒤돌아보고는 무거운 마음으로 차에 탔다.경호원은 진아연에게 안전벨트를 매라고 한 후, 대로로 향했다.진아연은 경호원에게 물었다. "혹시 서로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고 아무런 관계도 없는 낯선 사림인데 얼굴이 똑같이 생긴 경우를 본 적이 있어요?"경호원: "대표님, 저 해외에 거의 나가지 않습니다. 아는 외국인이 거의 없습니다.""그럼 같은 국적인 낯선 사람이 똑같이 생긴 경우는요?" 진아연은 질문을 바꿔 다시 물었다.경호원은 곰곰이 생각했다. "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아서... 하지만 드물긴 하지만 그런 경우가 없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뉴스에서도 본 것 같고... 대표님, 왜 갑자기 이걸 물어보시는 겁니까?"진아연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약간 당황해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뭐 좀 살게 있으니 우리 백화점에 들리죠."경호원: "필요하신 게 뭡니까? 대표님을 집에 모셔다드리고 제가 가서 사 올까요? 마이크가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웬만하면 대표님을 사람이 많은 곳에 데려가지 말라고요.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안된다고요."진아연: "마이크가 또 뭐라고 시켰어요?"경호원은 잠시 생각했다. "밤에는 절대 밖에 나가게 하면 안 되고, 낮에 나가더라도 항상 조심 또 조심하고 절대 낯선 사람을 만나게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진아연: "거리에 임산부가 그렇게 많은데, 다른 사람들은 다 괜찮고 저한테만 뭔 일이 일어난다는 말인가요?"경호원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디요? 임산부가 어디에 많다는 말씀입니까? 저는 임산부라고는 대표님밖에 안 보이는데요!"진아연: "..." 진아연은 그냥 비유적으로 말했을 뿐이었다.경호원은 진아연의 생활에 관심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눈치까지 없었다.하지만 진아연에게 충성만
"그래도 전 하루빨리 들어가 보고 싶어요!" 나나는 간절히 빌었다. "시준 오빠, 데리고 들어가 줘요, 네? 절대 조용히 따라만 다닐게요. 그리고 제가 드림시티 광팬으로서 들어가 보고 혹시라도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서 오빠한테 도움을 줄지 어떻게 알아요!"박시준은 잠깐 고민하고 동의했다.모두 안전모를 쓰고 프로젝트 매니저를 따라 건설 현장으로 들어갔다.프로젝트 매니저는 파트별로 공사 진행 상황을 소개하고 남은 공사량과 공사 계획을 소개했다.나나는 드림시티의 광팬답게 아주 열심히 매니저의 말들을 새겨듣고 이따금 몇 마디씩 적절하게 말을 섞었다."나나야, 드림시티가 완공되면 여기에 와서 일하지 않을래?" 박시준은 자기의 이러한 결정에 나나가 아주 좋아할 줄 알았다.그러나 나나의 얼굴에는 미소가 전혀 없었다."그러면 저 사촌 언니랑 많이 떨어져야 되는 거잖아요?" 나나는 중얼거렸다. "시준 오빠, 저 매주 여기에 놀러 올게요. 하지만 여기에서 일하지는 않을게요. 네?"박시준은 온몸으로 애교를 부리는 나나를 보며 머릿속엔 다시 진아연의 얼굴이 떠올랐다.진아연은 박시준한테 애교를 부리고 그러진 않는다.두 사람이 막 사랑에 빠졌을 그 당시도 진아연은 애교를 부리지 않았다.박시준은 나나가 진아연이 아니라는 걸 당연히 알고 있다. 하지만 나나의 얼굴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진아연의 얼굴이 떠올랐다.그는 재빨리 시선을 나나의 얼굴에서 다른 곳으로 돌렸다."시준 오빠, 그리고 오빠한테 솔직히 말해 줄 게 있어요." 조금 부자연스러운 박시준의 얼굴은 본 나나는 박시준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 가늠이 갔다. "저 진아연의 얼굴을 따라 성형한 게 아니에요. 저 그냥 코만 했어요, 그것도 전에 코가 다쳐서 자연 회복이 불가능해서 의사가 성형하라고 해서 한 거예요. 못 믿으면 제가 예전 사진 보여줄게요."나나의 말을 들은 박시준은 더욱 정신이 들었다. "아니야, 너는 너고 진아연은 진아연이야. 네가 진아연이랑 똑같이 성형을 해도 내 눈에는 두 사람이
저녁 8시, 검은색 롤스로이스 한 대가 스타팰리스로 천천히 들어왔다.인기척을 느낀 마이크는 바로 별장에서 나왔다."박시준 씨, 이 늦은 밤에 왜 오신 거죠? 오후에 오신다고 하셨는데 지금 날도 어두워졌잖아요. 설마 시간 개념이 남들과 다르신가요?" 마이크는 쌀쌀맞게 입을 열었다.이에 박시준은 고개를 들고 물었다. "제가 지금 오든 오후에 오든 무슨 차이가 있나요?""당연히 있죠. 오후에 왔으면 아연이가 집에 있을 텐데 지금은 집에 없거든요. 그럼 이만 돌아가시면 되겠네요." 마이크는 마당에 꿋꿋이 서서 문 열어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박시준은 진아연이 집에 없다는 말에 바로 긴장했다. "진아연은 어디 갔어요?""일단 오후에 뭐 했는지 말해보실래요? 왜 오후에 온다고 약속하고 오지 않았어요?" 기세 당당한 마이크는 바로 되물었다.박시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나나가 병원에서 퇴원하겠다고 우겨서 집으로 보내줬어요. 그런데 가족분이 굳이 식사에 초대하겠다고 하셔서 거절할 수 없었어요."그의 말을 들은 마이크는 코웃음을 쳤다. "혹시 그녀의 가족분들이 하룻밤 묵고 다음 날 떠나라고 했어도 거절하기 힘들었겠죠?"박시준: "하룻밤을 묵든 말든 마이크 씨가 뭐라고 할 입장이 아닌데요? 그리고 진아연이 어디 갔는지 묻잖아요?!""저도 몰라요. 저를 노려봐도 소용없어요. 약속이 있어 나갔는데 누구랑 약속 잡았는지 저한테 알려주지 않았어요." 마이크는 박시준이 화낼까 봐 재빨리 알려주고도로 별장으로 들아갔다.박시준은 어두운 낯빛으로 휴대폰을 꺼내 진아연의 이름을 찾아 바로 연락했다.진아연은 그의 연락을 받지 않았지만 계속 연락할까 봐 끊지도 않았다.그리고 휴대폰을 무음으로 설정하고 가방에 넣었다.화를 안 난 척하고 싶었지만, 화가 난 기색이 역력했다.오후에 오겠다고 약속했는데 저녁때까지 오지 않아 별생각 없이 기다렸지만 여소정이 보낸 사진을 보고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사진에는 박시준이 나나,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