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잠시 생각했다. 오늘 만약 박시준이 그녀를 때리기라도 한다면 그녀는 평생 그를 미워할 것이라고.화가 나 뱃속에 있는 아이를 어떻게 할지도 몰랐다.이렇게 생각하니 그녀는 내심 그가 그녀를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일주일 후, 어느 고급 레스토랑.여소정의 얼굴에 난 상처는 거의 회복되었다. 그녀는 진아연을 오늘 만찬에 초대했다.여소정은 진아연에게 두 아이들 모두를 데려오라고 했지만, 시은과 위정이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갔다."아연아, 박시준 씨가 요 며칠 동안 너 안 찾았어?" 여소정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응." 진아연은 몇 가지 요리를 주문하고 메뉴판을 그녀에게 건넸다."며칠 동안 집에서 안 나온다던데." 여소정은 그렇게 말하며 웃음을 꾹 참았다. "아무튼 난 이제 그 사람이 그렇게 밉진 않아. 진짜... 나보다 더 억울할걸. 그렇게 부자에 명예까지 지닌 사람이 말이야. 하하하!"진아연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그리고 여소정이 매우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 역시 기분이 좋아졌다."아연아, 요즘 몸은 어때?" 여소정은 바꿨다. "다음 주나 돼야 검사 결과가 나와. 근데, 어젯밤에 좀... 좋지 않은 꿈을 꿔서..."진아연: "잘 먹고, 잘 자고 있어. 걱정 마."사실 그녀는 최악의 상황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았다."그렇다면 다행이고!" 여소정은 메뉴를 고른 다음, 메뉴판을 웨이터에게 건넸다.웨이터가 메뉴를 가지고 나간 뒤, 여소정은 말했다. "준기 씨랑 여행 갈 생각이야. 곧 여름휴가 기간이기도 하고. 아이들이랑 같이 가지 않을래?"진아연은 고민 없이 그녀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모처럼 둘만의 휴가인데. 우리가 가서 뭐해? 그리고 한이는 여름 캠프에 갈 예정이야. 라엘이도 캠프에 보낼 생각이고. 배도 점점 불러와서 조금 힘드네.""근데 배는 그렇게 많이 부른 거 같지 않아.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르겠다니깐!" 그리고 여소정이 말했다. "예전에 이란성 쌍둥이 임신했을 때는 지금보다 더
"하...! 진짜네!" 여소정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강진... 저 여자가 데려온 사람. 정말로 박시준 씨한테 소개해 주려고 그런 건 가봐."진아연은 그를 보던 시선을 거둬들였다.강진의 황당한 이 계획에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진짜 미친 거 아니야?! 하... 오늘 정말 기분 좋았는데. 쟤들을 보니깐 밥 먹을 기분이 아니야." 여소정은 물 한 모금을 마시며 진아연을 바라보았다. "아연아... 우리 자리 옮기자."진아연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먼저 왔어.""난... 네가 기분이 안 좋을까 봐...""기분이 안 좋더라도 우리가 피할 이유는 없잖아." 진아연은 담담하게 말했다. "음식도 이미 다 시켰는데 그러지 말자.""아, 그냥 포장해가서 먹자!"진아연: "소정아... 너 원래 이렇게 겁쟁이었어? 저 여자가 정말 내가 되려고 수술했다면, 피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저 여자여야지. 내가 아니라.""겁쟁이는 무슨! 박시준이 내 앞을 지나가도 난 절대 무섭지 않아!" 여소정은 입으로는 무섭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전에 맞은 뺨을 만졌다.웨이터는 마침 음식을 가져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진아연은 젓가락을 들어 그녀의 접시에 고기 한 점을 놓았다."엄마가 살아 계실 때, 나한테 자주 하던 말이 있어. 과거는... 과거일 뿐. 그게 사람이던 일이던. 지나간 뒤에는 다시는 돌아볼 필요가 없다고. 그렇게 하면, 살아가는 데 덜 피곤해질 거라고."여소정: "아주머니께서 정말 좋은 말씀 하셨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울까.""응... 우리 엄마도 그게 힘들어서 아빠랑 이혼한 다음에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셨지. 아빠가 돌아가실 때까지 말이야. 그리고 유언장이 공개되고 알았지. 아빠의 모든 것인 회사와... 핵심 기술 모두를 내게 남겼다는걸... 엄마도 정말 힘들어했어. 하지만 그동안 겪었던 고충을 다 보상받은 거 같다고 하셨어.""나도 가끔 정말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 왜 아주머니 같은 좋은 사람이 먼저 가시고... 왕은지 같
진아연은 음식을 다 먹은 뒤,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여소정 역시 즉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아연아, 우리 쇼핑하러 가자! 어때? 오랜만에 같이 가자."진아연은 고개를 저었다. "많이 먹었더니 좀 졸리네.""그럼 내가 데려다줄게." 여소정은 그녀의 가방을 들며 옆으로 가 부축했다.진아연은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 혼자 충분히 갈 수 있단 말이야.""아, 그냥 내가 해주고 싶어서 그래!" 여소정은 그녀의 배를 조심스럽게 만지며 말했다. "배가 조금 부르긴 했네. 네가 너무 헐렁한 옷을 입길래 잘 몰랐지만. 이렇게 만져보니깐 수박 같아."진아연: "작은 수박이지."여소정: "이렇게 큰 수박 봤어? 아, 아이의 얼굴은 봤어?"진아연: "응. 저번에 B국에 갔을 때 의사가 보여줬어."여소정: "아이는 누구 닮은 거 같아?"진아연은 잠시 침묵했다. "누구긴 누구겠어.""남자야, 여자야?" 여소정은 흥분하며 물었다. "4개월 정도 되면 성별을 알 수 있지 않아?"진아연: "안 물어봤어.""아, 그렇구나! 알겠어. 그럼 돌아가서 푹 쉬자. 일주일 뒤에 내가 병원에 같이 가줄게."그날 저녁.집에 도착한 진아연은 여소정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아연아! 하하하! 정말 웃겨 죽겠어!" 여소정의 웃음 마치 마법과 같았다. "왜 낮에 너랑 엄청 닮았던 여자 기억나지? 강진 사촌 동생이래! 강진, 걔도 참 웃겨. 자기 사촌 동생을 박시준에게 소개를 시켜줄 생각을 하다니. 근데 완전 칼같이 거절당했데! 하하하!"진아연은 그저 조용히 들었다."사촌 동생이 너랑 너무 닮아서 박시준이 화가 났나 봐. 하하하!" 여소정은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너 때문에 박시준 씨한테도 트라우마 생겼나 봐!"진아연은 그제야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박시준과 완전히 헤어졌다.다행이지. 앞으로 아이 문제로 다투지 않아도 되니깐.일주일 후, 이른 아침.진아연은 차를 운전해 병원으로 향했다.차를 주차한 뒤, 그녀는 아침을 간단하게 먹기
여소정은 결과지를 가지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리고 이미 집에 들어와있던 박시준은 발소리를 듣고 계단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두 사람의 어색한 분위기가 거실을 휘감았다."박 대표님이, 여긴 무슨 일로 오셨어요?" 여소정은 조금 무서웠지다. 하지만, 이곳은 진아연의 집이었다.그래서 다시 정신을 제대로 차리려고 했다.박시준은 그녀의 분노의 눈빛을 애써 무시하며 그녀의 손에 들린 종이을 쳐다보았다. "진아연은... 아직 자?""아, 혹시 아연이 데리고 검사 결과 보러 가시려고 했어요?" 그리고 여소정은 종이를 흔들며 말했다. "어쩌나. 이미 받아왔네요.""이리 줘." 박시준은 순식간에 그녀 앞으로 걸어가 손을 내밀었다.여소정은 검사지를 뒤로 숨기며 말했다. "얼굴의 상처는 좀 회복 되셨나 보네요? 다시는 아연이를 보러 오지 않겠다고 하시더니. 생각해 보니 자존심보다 아이가 더 중요하다 이건가?!"그녀의 조롱을 듣고도 박시준은 아무 말이 없었고 그저 무표정이었다."아이가 그렇게 필요한 이유가 후계자가 필요하니깐 그러는 거죠?" 여소정은 쉽게 그를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그렇겠죠. 박 대표님께서는 워낙 큰일을 하시는 분이시니깐요! 그러나 어쩌죠... 하늘도 무심하시지... 당신과 아연이는 정말 인연이 아니네요!"박시준은 몸이 얼어붙는 기분이었다.그리고 그의 매서운 눈이 여소정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의 표정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그는 그녀의 말이 정말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고 싶었다."설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여소정은 충격받은 얼굴로 물었다.박시준은 그녀의 얼굴에서 전혀 거짓말의 기색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정말 믿고 싶지 않았다.진아연이 직접 말하지 않는 이상!"당장... 검사지 내놔!" 그가 소리를 질렀다. "여소정! 더 이상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지금 나를 협박하시는 건가요?" 여소정은 약간 뒷걸음질을 치며 말했다. "다시 한 번만 더 손대봐요. 아연이가 가만두지 않을 테니깐!"
사실 그녀는 잠이 너무 몰려왔지만 그와 함께 있다 보니 잠이 확 달아났다."지금 그냥 가요!" 그녀는 말하며 가방을 가지러 위층으로 올라갔다.잠시 후, 그녀는 가방을 들고 계단에서 다시 내려왔다.그의 눈은 그녀의 배에 머물렀다. "진아연, 너희 집에 엘리베이터 없어?""없어요." 그녀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그는 그녀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힘들어 보였다. 그리고 아이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다.하지만 그녀는 전혀 피곤해 보이지 않았다.배가 더 불러오더라도 2층을 못 올라갈 정도는 아니었다."1층으로 방을 옮기거나,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줄게." 그는 약간 담담한 어조로 그녀에게 말했다."엘리베이터를 설치한다고요? 집을 부숴버릴 생각이세요?" 그녀는 눈을 크게 뜨며 바라봤다. "힘들다고 생각이 들면 1층에서 살게요."그리고 그녀는 밖으로 나가버렸고, 그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경호원은 두 사람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차 문을 열어줬다.두 사람이 차에 탄 후, 차는 병원으로 향했다.차 안의 분위기는 냉담했다.그리고 박시준은 갑자기 손을 뻗어 스위치를 눌렀다.그러자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의 칸막이가 올라가 공간을 두 공간으로 나눴다.진아연: "???""진아연, 뱃속 아이는 문제없으니깐 편하게 낳아." 그는 그녀가 예전 계약을 잊어버릴까 두려워 말했다. "이 아이는... 내 아이야. 그러니깐 태어나는 동시에 내 호적으로 들여 내가 직접 키울 거야."진아연은 인상이 찌푸려졌다. "당신이 키운다고요? 잘 키우실 수 있으시겠어요?"박시준: "돈이 있잖아. 전문 육아 도우미를 고용할 거야."진아연: "왜 갑자기 돌변하신 거죠? 설마 제가 때렸다고 복수하려고, 아이를 뺏어가기로 결정하신 건가요?"박시준: "아이를 뺏어간다니? 내 아이이기도 하잖아!"진아연은 그의 태도에 말문이 막혔다.그가 이렇게 나온다면 그녀 역시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네가 날 때렸다고 네게 복수하지 않아." 박시준은 입을 살짝 벌리며 말했다.
"박 대표님, 축하드립니다. 남자아이네요." 의사는 화면을 가리키며 그에게 말했다.박시준은 마른침을 넘겼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의... 얼굴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그리고 의사는 다시 검사기를 위로 옮겼다.지금은 아이가 뒤집혀 있어 옆모습만 보였다."아까 정면 사진 저장해놨습니다." 의사는 아이의 사진을 클릭해 그에게 보여줬다. "박 대표님, 아들이 정말 많이 닮았네요!"박시준은 아이의 사진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아이가 세상에 있다는 것을 두 눈으로 보게 된 것은 처음일 것이다.그는 진아연이 왜 전에 그렇게 의사에게 약을 달라고 했는지 이해가 됐다.그리고 그녀는 그보다 훨씬 아이와의 삶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바로 아이 초음파 사진을 출력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의사는 말했다. "아이 발육 상태에 대해서 보겠습니다."박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 의사는 말했다. "아이가 조금 작네요. 그리고 산모님께서 잘 드시고, 푹 쉬셔야 합니다. 무리하시면 안 돼요."박시준은 진아연을 바라보았다.진아연은 얼굴을 약간 붉히며 침대에 일어나 먼저 나갔다.잠시 뒤, 박시준은 컬러 초음파 결과서를 들고 나왔다.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병원에는 사람이 많았고 엘리베이터가 많이 붐볐다.박시준은 그녀가 혹시나 사람들에게 밀쳐질까 그녀의 앞에 서서 막아섰다.그녀는 그의 뜨거운 시선을 느끼며 눈을 내리깔았다.그리고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했다.그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진아연, 아이가 발육 상태가 안 좋다던데." 그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말했다. "3, 4개월 남았으니깐 일은 이제 그만두도록 해! 돈은 내가 줄 테니깐."그녀는 그에게 잡힌 손을 빼내며 그를 쳐다보았다. "의사가 일을 그만두라고 한 적은 없어요.""의사가 쉬라고 했잖아. 너도... 의사니깐 알 거 아니야." 박시준은 그녀가 빼내지 못하게 손을 다시 잡았다."임신 때문에 일을 쉴 필
그녀는 컬러 초음파 결과서를 집어 들어 박시준과 매우 닮은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자, 마음이 점점 식어갔다."아이가... 참 오빠랑 똑같이 생겼다! 남자애?"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박시준은 컬러 도플러 결과서를 가져가며 말했다. "무슨 일이야?""아아, 오늘 내 사촌 동생이 입사해서 그냥 알려주러 왔어." 강진은 웃으며 말했다. "시준 오빠, 축하해. 아빠가 되는구나! 아이가 오빠를 많이 닮았네. 분명 똑똑하겠지."박시준의 얼굴에는 수만가지 감정이 뒤섞였다.지금 그에게는 이 아이가 유일한 희망이었다.강진은 사무실에서 나왔고, 내내 미소를 유지하며 사무실로 돌아왔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표정이 확 바뀌었다!그녀는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그들의 아이라니...!어쩜 이렇게 신은 그녀에게 잔인할 수 있는 것일까?!그리고 나나가 사무실에 들어와 땅에 떨어진 문서 종이들을 보며 물었다. "언니... 무슨 일이야?""하... 어떻게 하지?! 정말 후회돼!" 강진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가 아이를 싫어한다 해서... 내가 자궁 수술까지 했는데! 근데 결국 진아연과 아이를 가지다니!"나나는 바닥에 떨어진 문서를 주워 들어 탁자 위에 올려 뒀다."알아...! 그의 옆에 서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라는걸! 하지만... 너도 봐. 진아연이랑 닮은 널 거들떠나 보냐고? 대체 왜 이렇게 기회를 주지 않는 거냐고!""언니, 진정해. 무슨 마음인지 이해해. 진아연 씨를 견제 못할까 봐 두려운 거지?" 나나 역시 경멸의 표정을 지었다. "아이를 낳지 않는다면... 희망은 있어!"강진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래. 진아연, 그 계집애가 아이를 못 낳게 할 거야! 나 역시 아이를 가질 수 있었단 말이야! 박시준... 네가 내게 이럴 순 없어!"오후.박시준은 그의 비서에게 김세연에게 연락하도록 시켰다.김세연과 그의 매니저는 경호원과 함께 ST그룹에 들어왔다."진아연이 당신에게 이걸 돌려주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박시준은
진아연은 충격을 받았다.그녀는 믿을 수 없었다! 어떻게 박시준이 그런 짓을?!김세연을 그가 왜 막는 거지?! 대체?!매니저는 울먹이며 말했다. "어제 박시준 씨 비서가 전화 와서는 우리 세연이랑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 ST그룹에 갔었습니다.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긴 하던데... 정확한 건 모르겠지만. 아무튼 어제 박시준 씨랑 만난 다음에 표정이 좋지 않더라고요. 싸운 거 같은데... 이렇게 바로 세연이를 막을 줄이야..."진아연: "세연 씨는 좀 어때요?"매니저: "좋진 않아요. 세연이가 연예계를 그만두더라도 뭐 가업을 이어받으면 된다지만... 제가 싫습니다...! 천생 연예인으로 태어난 애한테 지금 이게 무슨 짓인지... 진 아가씨, 제발 세연이를 도와주세요!"진아연: "먼저 조급해 하지 마세요. 곧 박시준을 찾으러 갈게요."매니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통화가 끝난 뒤, 진아연은 휴대폰을 열고 박시준의 번호를 찾았다.박시준과 김세연. 이 두 사람이 따로 만날 접점이 없었다.분명 박시준이 김세연을 만나 카드를 돌려주었을 것이다.그리고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마찰이 있을 것이다.결국 그녀 때문이었다.그녀가 박시준에게 전화를 하려 했을 때, 사무실 문이 열렸다.마이크가 들어왔다. "아연아, 김세연 씨가 계약 해지 됐다는데! 그래서 방금 지운 씨한테 전화를 걸었더니 박시준 씨랑 출장갔데! 지금 A시에 없어!"진아연은 어리둥절했다.모든 것이 박시준의 계획일 것이다... 분명히!그는 그녀가 자신을 찾아올까봐 두려워 출장을 간 것이다!그녀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그의 번호를 눌렀다.—죄송합니다. 상대방의 전화가 꺼져 있어 삐 소리 이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연결된 이후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삐이-출장을 가서 전원까지 꺼놓다니!그의 의미는 뻔했다. 그는 김세연을 그녀 곁에서 떼어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녀가 자신에게 와서 따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는다는 것도!진아연은 머리가 갑자기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