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아기의 발육 상태가 좋지는 않군요. 보름 전 검사를 받을 때 2주 정도 작아 보인다고 하셨죠?" 의사는 검진 결과를 보더니 천천히 알려줬다."네. 지금은요?" 진아연은 긴장한 듯 의사의 대답을 기다렸다.만약 아이의 성장이 멈춘다면,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으니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했다."전에 찍은 초음파 결과서를 보여 주시겠습니까?" 의사는 초음파 탐촉자를 내려놓고 그녀에게 티슈를 건네주며 말했다.그녀는 티슈를 받고 배를 깨끗이 닦은 후 가방에서 초음파 결과서를 꺼내 의사에게 건넸다.의사는 초음파 결과서를 보더니 그녀에게 말했다. "아기의 발육 상태가 좋지 않지만, 전과 비교하면 아직 성장 중이네요. 아기를 원하신다면 좋은 휴식과 영양 보충에 신경을 쓰셔야 할 겁니다. 그리고 계속 상황을 지켜보면 될 것 같습니다."진아연은 아이가 무사하다는 말에 가슴이 쓸어내렸다."혹시 다운 증후군 선별 검사는 받으셨나요?" 의사는 초음파 결과서를 인쇄하여 그녀에게 건네주었다.의사의 말에 진아연은 고개를 저었다."이제 할 수 있어요. 아침에 식사하셨나요? 식사하지 않으셨으면 오늘 할 수 있거든요." 의사는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다운 증후군 선별 검사는 태아가 다운 증후군 혹은 신경관 결함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으로다운 증후군에 걸린 아이는 발육 지연, 지적 장애, 다발성 장기 발육 장애 또는 기형 등 문제를 갖고 태어난다.진아연도 이제 다운 증후군 선별 검사를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두려워서 검사받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혹시 아이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어떡하지?그녀는 이런 생각에 잔뜩 겁을 먹었다.아이한테 문제가 생겨도 낳을 생각이지만 이런 결과를 직면하는 데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진 아가씨, 아이의 발육 상태가 늦은 편이어서 검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만약 아이의 상태가 건강하지 않다면 제때 떼는 것도 모친과 아이한테 제일 좋은 선택일 겁니다." 의사는 망설이는 그녀의 모습에 계속 격려했다.진아
"저 귀국했어요. 언제 시간 되면 잠깐 만나죠." 진아연은 전화가 연결되자 먼저 입을 열었다.상대는 그녀의 연락에 놀랐는지 바로 물었다. "우리 만날 필요가 있나?""저한테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는데 아니었어요? B국에서 저와 관련된 일들을 캐묻고 다녔는데 당연히 먼저 연락해 드려야죠." 진아연은 비웃으며 말했다.이에 심윤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잘난 척은. 난 B국에 있는 친척들을 방문하면서 네 근황을 물어본 것뿐이야. 아이들은 돌려보내고 본인은 남아있어서 극심한 병에 걸렸는지 물어본 것뿐이라고.""신경 쓰지 않는 척은 그만하시죠. 그럼 아이들이 귀국했다는 건 또 어떻게 알았죠? 설마 아이들이 당신을 찾아가지는 않았을 거 아니에요?" 진아연은 담담하게 말했다.심윤은 그녀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오후에 잠깐 뵙죠. 제가 얼마나 회복했는지 봐주시면 되겠네요." 진아연은 먼저 물었다."난 네 상태에 전혀 관심 없어... 뭐, 네가 굳이 만나려고 하니까 만나주는 거야!" 심윤은 나른한 목소리로 답했다."네. 어디에서 만날지는 심윤 아가씨가 정하세요. 괜히 제가 아가씨를 업신여긴다고 생각하지 마시고요." 진아연은 도발하는 듯 말을 이었다.심윤은 그녀의 이상한 말투에 왠지 불안했지만약속을 했기 때문에 물러날 수 없었다.심윤은 전화를 끊고 집에 돌아가 화려한 의상을 차려입고 섬세한 화장까지 하고 약속장소로 향했다.진아연한테 감정적으로 져서 내키지 않았던 그녀지만 진 건 진 거다!그녀는 더는 진아연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오후 3시.심윤은 약속한 식당에 도착했다.식당은 제이 테크놀로지 근처에 있어 심윤은 진아연과 만난 후 왕은지를 찾아 얘기할 생각이었다.진아연은 차가 막혀 10분 늦게 도착했다."진아연 씨, 다음에는 약속 잡았으면 시간에 맞춰 주지?" 심윤은 불만인 듯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이에 진아연은 맞은편에 앉아 메뉴판을 들고 주스 한 잔을 주문했다."심윤 씨, 위정 선배가 납치되기 전, 이웅식을 왜 만난 거죠?" 진
심윤: "???" 그녀는 조금 전에 마셨던 물을 도로 뱉을 뻔했다!전부 내놓으라니?박시준이 그녀한테 준 돈인데, 그럼 이제 그녀의 돈이다!이제 와서 다시 뱉어내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지?"진아연 씨, 박시준 씨한테 돈을 갚으려는 생각은 알겠는데 그래도 돈을 내놓으라는 건 아니지! 내가 시은 씨의 치료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심혈과 시간을 기울였는데..." 심윤은 긴장한 듯 말을 이었다."하지만 수술은 심윤 아가씨가 해준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4,000억만 돌려주면 되고 이자까지는 바라지 않아요. 이자는 심윤 아가씨의 수고비라고 생각하세요!" 진아연은 침착하게 말했다.심윤은 붉은 입술을 오므리고 충격이라도 받은 듯 말을 잃었다.진짜 가소롭기 그지없네!진아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심윤 아가씨,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있나요? 간도 참 크네요. 박시준 씨를 속여 그가 준 돈을 날름 받아먹고 말이에요. 그런 돈을 받고 속은 편해요?"심윤은 그녀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화냈다. "진아연 씨, 노경민 교수님의 제자라고 쓸데없는 말만 늘어놓네! 증거도 없이 말을 이렇게 함부로 하면 안 되지! 단순히 말 몇 마디로 내 공을 무시하면 안 되지!""그렇군요. 공이라면... 연기한 공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진아연은 말하면서 웨이터가 건넨 주스를 받고한 모금 마시면서 목을 적셨다.심윤은 손을 꽉 움켜쥐고 독사와도 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봤다. "진아연 씨, 증거를 대라고! 증거도 없이 어떤 말을 해도 소용없어! 박시준 씨가 좋아한다고 막무가내로 말하면 안 되지!"진아연은 계속 주스를 마시면서 휴대폰을 꺼냈다."뭐 하는 거야? 박시준 씨한테 연락이라도 하려는 거야?! 연락해도 소용없어! 내 증인들이 더 많을걸!" 심윤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그런데 왜 이리 당황하시는 거죠? 설마 제가 증거 없이 이런 소리를 할까요?" 진아연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경멸의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증거 있어?!" 심윤은 마치 누군가가
제이 그룹.심윤은 왕은지에게 방금 일어난 일을 알렸고 이를 듣고 있던 왕은지의 낯빛은 점점 어두워졌다."나한테 지금 그만한 돈이 어딨어! 돈은 이미 다 썼어 정 믿기지 않으면 재무팀에 가서 물어봐! 지금 회사에 4,000억이 있는지 없는지!" 왕은지는 냉담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다.심윤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말했다. "왕은지 아줌마, 지금 자기 일이 아니라고 없다는 거잖아요! 제 입장에서 생각해 보세요.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이에 왕은지는 바로 외면했다. "난 너 처럼 멍청한 사람은 아니거든! 자기 스스로 번 돈도 지킬 수 없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4,000억이라도 들고 이곳을 떠났어야지!""애당초 아줌마가 투자해달라고 할 때 이런 태도가 아니었잖아요!" 심윤은 마치 누군가가 가슴속에 불을 지핀 것 같았다.진아연은 그녀에게 단 3일의 시간만 줬고3일 이내에 4,000억을 모아야 했었다! 그녀는 박시준이 진실을 알게 될까 봐 두려웠다.만약 박시준이 진실을 알게 된다면, 절대 돈을 갚는 요구로 끝을 맺지 않을 거다!"지금 나한테 이런 말을 해도 소용없어. 나한테 그만한 돈이 있다면 당연히 돌려줬을 거 아니야! 설마 내가 일부러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왕은지는 그녀의 시뻘건 낯빛에 멘탈이 점점 무너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이대로 그녀와 계속 다투다 문제가 생길까 봐 두려웠다." 혹시 남자친구분한테 얼마 가지고 있는지 물어보는 게 어떨까? 나도 재무팀에 연락해 회사에서 어느 정도 돌려줄 수 있는지 물어볼게. 이러면 됐지?" 왕은지는 마음이 약해진 듯 말을 이었다.심윤은 그녀의 말에 울먹이며 말했다. "박우진은 그냥 무능한 사람이에요! 그한테 의지할 바에는 차라리 제가 가서 돈을 벌죠! 일단 서둘러 재무팀에 연락하세요!"왕은지는 한숨을 내쉬며 재무 부서에 전화를 걸었다.왕은지는 전화가 연결되자 바로 물었다. "지금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어느 정도 되죠?""대표님, 어느 정도 필요하신가요?"왕은지는 심윤을
두 눈이 빨갛게 된 그녀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번호를 눌렀다.전화가 연결되자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 선생님, 전화를 잘못 걸었어요?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으셔서 저라는 사람을 잊은 줄 알았어요. 하하!"전화기 너머로 강진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처음에 그녀를 B국에서 데려온 사람이 바로 강진이었다.강진은 그녀에게 자신의 말만 잘 들으면 B국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다고 했다.그러나 그녀는 강진의 말에 따르지 않았다.그녀는 박시준을 사로 잡을 수 있는 미끼를 찾아낸 후 곧 강진과 연락을 끊었다."강진 씨, 뭘 웃어요?!""당신을 비웃고 있는 거잖아요! 당신은 이제 아웃이에요." 강진은 아주 기뻐하며 말했다. "난 지금 개미 새끼 한 마리를 죽이듯 손쉽게 당신을 해치울 수 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요. 내 깨끗한 이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거든요.""그래요?" 심윤이 중얼거렸다. "그래서 당신은 무엇을 얻을 수 있는 거에요? 박시준은 진아연의 것이지 당신 것이 아니잖아요.""하하하! 박시준이 내 것은 아니지만 지금 그의 옆에 있는 사람이 당신도 진아연도 아니라." 강진은 또박또박 말했다. "나 강진이에요, 내가 모든 걸 참아내며 1년을 버틴 결과 당신이 높이 올라가는 모습을 봤고 사람들과 축하하는 모습도 봤는데 인젠 당신이 무너지는 모습도 보게 되네요... 난 당신이 오늘 같은 결과를 맞이할 줄 알았어요!""그래요? 그러면 진아연의 미래도 예측해보는 건 어때요?" 심윤은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하하하! 진아연도 결국 당신이랑 같은 결말을 맞이할 거예요! 애가 많다고 해서 뭔가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강진은 이미 모든 걸 이긴 듯 말했다. "시준 씨는 누구에게 속박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난 그 사람에게 자유를 줄 수 있거든요."전화를 끊은 심윤은 메스꺼움을 느꼈다.그녀는 진아연과 죽도록 싸웠지만, 뒤에 더 큰 위험이 기다리고 있었다.강진의 방법이 너무 치열해 오싹한 느낌이 들었
은행에서 온 문자였다.그녀의 은행 카드에 4,000억이 입금됐다는 내용이었다."아연아, 이번 이별은 네가 꺼낸 거라고 들었어." 여소정이 말했다. "아마 그래서 일부러 널 화나게 하려고 그런 것 같아."진아연은 4,000억을 성공적으로 받고 기분이 좋았다."무슨 생각을 하든 그건 그 사람 자유야." 그녀는 바나나를 집어들어 껍질을 벗기고 여소정에게 건넸다.여소정은 내키지 않았다. "강진은 정말 거머리 같아. 일 년 동안 잠잠해서 난 강진이 ST그룹에 없는 줄 알았어. 참 인내심 하나는 대단해."비록 오랫동안 보지 못했지만 진아연은 강진에 대해 인상이 깊었다."강진이 박시준에 대한 사랑은 나보다 훨씬 깊어." 진아연이 또박또박 말했다. "박시준이 아이를 좋아하지 않으니 박시준을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의 자궁을 뗐거든."여소정은 기가 막혔다."박시준이 다시 그녀와 함께 하는 걸 보면 아마도 그는 자신을 더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는 걸 이해한 것 같아." 진아연은 홀가분하게 말했다. "이러는 것도 좋아. 생활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잖아."그녀가 처음 박시준을 만났을 때 그의 옆에 강진이 있었다."그럼 너희 아이는? 만약 애가 없이 네가 이런 말을 한다면 나도 반박하지 않을 거야." 여소정은 그녀만큼 침착할 수 없었다. "라엘이 아빠를 원한다는 걸 너도 알고 있잖아.""그러면 한이가 아빠를 원하지 않는다는 걸 너도 알잖아.""그럼 뱃속은 아이는?" 여소정은 뒤질세라 물었다."뱃속의 이 아이가 무사히 태어날 수 없을지도 몰라." 진아연은 탁자 위의 물잔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 "소정아, 두 사람의 감정은 두 사람만의 문제야. 다른 그 어떤 것과도 상관이 없어. 그 사람이 강진과 다시 만나기로 했으니 그 의견을 존중해주기만 하면 돼."여소정은 어색하게 말했다. "강진과 꼭 사귄다고 하진 않았어. 다만 다시 강진을 데리고 식사 자리에 나가는 것뿐이야...""그렇게 그 사람에게 신경 쓸 필요 없어." 진아연이 담담하게 입을 열
"조지운 씨, 시준 씨가 자주 사용하는 은행 카드를 없앴어요?" 진아연은 조지운을 바라보며 물었다.조지운은 잠시 멍해 있다가 대답했다. "나에게 그런 일을 시킨 적이 없어서 잘 몰라요. 계좌 이체가 안 돼요?"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내일 출근해서 물어볼게요." 조지운이 어색하게 대답했다. "아마도 진아연 씨의 돈을 받고 싶지 않아서 그랬을거예요.""정말 흥미롭네요. 아연이가 평생 빚을 지기를 바라는 건가요?" 여소정은 조지운에게 화풀이했다. "박시준 씨가 지금 강진과는 무슨 사이에요? 하준기의 말에 의하면 지난번 식사 자리에 강진을 데려왔다고 하던데."조지운의 이마에 땀이 흘렀다. "... 동료 사이죠! 대표님은 강진 씨와 오랫동안 알고 지냈기 때문에 가끔 강진 씨와 함께 저녁 식사에 나가곤 해요.""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하고 있어요. 하준기가 그러는데 강진이 박시준에게 반찬을 집어줬고 박시준은 또 그걸 먹었대요... 당신 회사 동료 사이는 이런 거예요?"조지운: "여소정 씨, 진아연 씨와 아이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할 필요는 없어요.""당신도 창피하다고 생각하죠?" 여소정은 항상 직설적으로 말을 했고 불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이게 창피한 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진아연 씨가 이별 통보를 했고 이미 헤어졌으니 대표님이 누구랑 함께 있든 상관이 없는 일이잖아요...""드디어 인정하네요, 박시준은 지금 강진과 사귀는 거예요." 여소정은 코웃음 치며 말했다."왜 나한테 화를 내는 거에요? 진아연 씨가 대표님에게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라고 한 거잖아요." 조지운은 조금 감정적으로 말했다. "만약 진아연 씨가 지금 질투하는 거라면 이건 진아연 씨가 자초한 일이예요."여소정은 화가 나 이를 갈았고마이크가 소리쳤다. "조지운 씨! 너무 하는 거 아니에요? 말좀 조심해요!"조지운은 벌떡 의자에서 일어났다. "미안해요! 전 그만 갈게요!"조지운이 떠난 후 주방의 분위기는 아주 이상했다."아연아, 미안해." 여소정은 죄책감에 입을 열었다. "
2초 동안의 침묵 끝에 그는 마침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진아연!"그의 목소리는 그녀에 대한 그의 관심과 걱정을 숨길 수 없었다.그녀는 헛구역질을 몇 번 하고 나니 메스꺼움이 사라졌다.그의 기분은 점차 진정되었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진아연, 몸이 아픈 거면 침대에 누워 쉬어.""당신이 걱정할 일이 아니에요!" 그녀는 그가 방금 한 말에 화가 났다.강진의 모든 것이 좋다고 해도 그녀에게 말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나는 우리 아이를 걱정하는 거야!" 그의 목소리가 딱딱하게 들려왔고 휴대폰을 움켜쥔 손가락에 힘을 꽉 줬다."뭐가 걱정된다는 거예요?" 그녀가 비꼬며 말했다. "제가 없애지 않은 게 걱정되는 건가요?""진아연, 꼭 그렇게 공격적이어야 하는 거야?!" 박시준은 자신이 그녀가 말한 그 악당이라고 의심할뻔했다.그는 분명 아이가 생긴 것에 대해 기뻐했고 아이의 출생을 기대하고 있었다.사고가 났을 때 그도 무척 마음이 아팠다."누가 먼저 공격적으로 나왔는데요?" 진아연은 침대 옆에 앉아 손가락으로 시트를 꽉 잡았다. "강진은 착하고 말도 잘 듣고... 방금 했던 말을 다시 한번 해봐요!"박시준은 입술을 움직였으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다시는 나를 구역질 나게 하지 말아요!" 그녀는 날카롭게 말하고 나서 전화를 끊었다....박시준은 절망에 눈을 감았다.조금 전, 그는 너무 충동적이었다.그는 너무 화가 나서 그녀가 지금 그들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었다.그가 어떻게 그녀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시준 오빠, 밥 먹으러 가자!" 강진이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퇴근하자고 불렀다.그는 강진을 바라보았다.지난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강진은 투명인간처럼 그의 앞에서 쓸데없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최근에야 갑자기 그의 앞에 나타났다."먼저 가!" 그가 대답했다. "난 곧장 집에 돌아 갈 거야."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색이 좋지 않으니 너무 오래 야근 하지 마."그녀는 말을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