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막이 조금 아플 정도의 소리를 듣자 진아연은 귀를 휴대폰에서 멀리 가져갔다."진아연! 못 들은 척하지 마! 빨리 말해줘! 누구 애야?! 아 진짜! 나 미칠 것 같아! 너 지금 어디야? 내가 찾아갈게! 직접 설명해 줘!" 여소정의 반응에 진아연은 웃음이 나왔다."지금 집에 있어. 오지 마. 너랑 통화하고 휴식 좀 하려고." 그녀는 나른하게 말했다. "휴, 내가 누구 애를 가지겠니... 너한테 알려주는 건 내가 지금 임신 초기 증상이 심해지기 시작해서야. 술은 말할 것도 없고, 밥 먹는 것도 문제란 말이야... 네가 결혼할 때 누가 술을 권하면 네가 대신 좀 막아줘."그들은 전에 여소정의 결혼식 전날 밤 싱글 파티에서 함께 신나게 놀기로 약속했다.여럿이 모이면 술을 마시는 건 불가피하게 되니,먼저 여소정에게 사실을 알려 발생할 수 있는 많은 문제를 사전에 피하려 했다."임신했으면 당연히 술을 못 마시지! 걱정 마, 내가 술 안 마시게 조치해 둘 테니까." 여소정은 추측했다. "너 설마 또 박시준의 애를 가진 건 아니겠지? 맙소사, 둘이 도대체 어쩌려 그러는 거야?"진아연은 그의 이름을 듣자 졸음이 오기 시작했다.그녀와 박시준의 문제는 당분간 해결책이 없기 때문에, 그녀의 대뇌는 자동으로 그와 관련된 정보를 피하려고 했다.그래야 덜 고통스러웠기 때문이었다."아무튼 이건 절대로 비밀로 해줘. 이 아이는 석 달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어." 진아연은 소파에서 일어나 위층으로 올라갔다."알았어, 비밀로 할게." 여소정은 갑자기 화가 났다. "박시준 이 쓰레기 같은 자식, 씨 뿌리는 것 빼면 할 줄 아는 게 뭐야? 그러고도 남자야?!"진아연은 관자놀이가 아팠다. "됐어, 그만 욕해.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야."배 속의 아이는 박시준에게 물어주는 셈인 것으로 생각했다.아이가 순조롭게 태어날 수 있든 없든, 그녀는 앞으로 그에게 빚진 것이 없게 된다."으이구! 넌 정말..." 여소정은 그녀가 안쓰러웠다 "그 인간이 다음에 또 네 몸에 손
그의 대답에 성빈은 의외로웠다."생각이 트인 거야?" 성빈이 놀렸다. "진작에 그랬어야지. 진아연이 지운이에게 뭐라고 했는지 알아? 그 흰색 스웨터는 네가 돌려준 거니까 자기가 언제든지 입고 싶으면 입을 수 있는 거래. 뭐 틀린 말은 아닌데, 나중에 연애하고 데이트할 때도 입을 수 있다고 한마디 더 보탰다더라."박시준은 젓가락을 꽉 움켜쥐었다."내가 신경 쓸 것 같아?"성빈: "난 그냥 네가 걔를 잊었으면 좋겠어.""그러면서 왜 얘기를 꺼내는 건데?" 그의 시선은 차갑게 성빈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내 앞에서 다시는 그 여자에 대해 말하지 마. 난 관심 없으니까.""그럼 됐어! 네가 상처가 아물면 아픔을 잊을까 걱정했는데." 성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쉽게도 너는 술을 못 마시니까 내가 혼자 마실게."그는 와인 저장고로 걸어가 와인 한 병을 들고 왔다.박시준은 급하게 식사를 마친 뒤 식기를 내려놓고 다이닝 룸을 나왔다.성빈은 와인 잔을 들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야! 나랑 노가리나 까자! 혼자 먹으면 재미없잖아!"박시준은 시은의 방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어젯밤에 잠을 자지 않았던 그는 오늘 오후에 일어났다.잠에서 깨어나자 장 이모는 오늘 시은이가 기분이 좋지 않아 수업에 가지 않았고 제대로 먹지도 않았다고 했다.그는 그녀를 보러 갔었지만,그녀가 자고 있어 왜 기분이 좋지 않은지 이유를 물을 수 없었다.이제 저녁 시간이 되었고 날도 어두워져 계속 자는 건 좋지 않았다.계속 자고 있으면 밤에 잠이 오지 않을 게 분명했다.그는 시은의 방문을 열었다.시은은 눈을 뜨고 있었다.그녀의 검고 밝은 눈동자는 초점 없이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그는 갑자기 괴로웠다."시은아." 그는 침대로 걸어가 앉은 뒤 그녀의 멍한 얼굴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일어나서 저녁 먹어야지."시은은 손을 들어 그의 큰 손을 잡으며 물었다. "오빠, 오빠의 어머니가 내 엄마지? 맞지
통화가 연결된 후, 그는 시은이의 상황을 말하며 물었다. "더 이상 수술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스스로 회복할 수 있나요?"수화기 건너의 가정 주치의는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다. "확실히 좋아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계속 호전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하나 확실한 건... 계속 수술을 했다가는 몸이 많이 상할 수도 있습니다."박시준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시은이에게 심윤이 집도한 두 번의 뇌외과 수술 이전에도 그는 저명한 의사들에게 시은이를 데려갔었다.그리고 그때 여러 번의 수술이 진행되었다.그래서 그는 많이 혼란스러웠다."박 대표님, 심 선생님에게 물어보셨습니까?" 가정 주치의가 물었다."아니요.""음... 심 선생님께서 시은 씨를 치료하는 걸 원치 않으신다면 진아연 씨를 찾아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김세연이 컴백한 모습을 보면 상태가 정말 놀랍습니다... 물론 예전만큼 춤을 추는 건 불가능하지만, 노래 부르는 건 아무렇지 않아 보이더라고요. 거의 회복이 된 거죠. 이건 정말 기적과도 같습니다." 가정 주치의는 감탄했다.하지만 가정 주치의는 박시준의 상처가 진아연과 연관돼있음을 몰랐기에 저리 말한 것이었다.박시준은 갑자기 기분이 매우 불쾌해졌다!왜냐하면 그는 진아연과 예전에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진아연 그녀는 시은이를 고칠 수 있다 하더라고 절대 시은의 치료를 돕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래서 그는... 독한 그녀를 찾아가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고급스러운 유럽풍 별장.심윤은 식사를 마친 뒤, 평소처럼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왜냐하면 왕은지의 계획이 생각보다 순조롭게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왕은지는 김세연과 진아연의 스캔들이 터져 김세연의 팬이 많이 나가떨어질 것이라 생각했다.하지만 김세연은 페이스북을 통해 진아연과의 관계를 바로 밝히는 바람에 생각보다 많은 팬들을 잃지 않았다.만약 많은 팬들이 실망을 했다 하더라도 그를 믿는 팬들이 더 많아 스캔들이
여소정은 진아연을 부축하며 차에 태웠다.마이크는 뒤에서 여소정에게 말했다. "소정아, 제발 설득 좀 해봐! 요즘에 다이어트 때문인지 뭘 안 먹어! 이런 방법으로는 큰일 난다고! 근데 심각성을 몰라! 살이 너무 빠지지 않았어? 뭘 안 먹으니깐 그렇게 좋아하던 동네 산책도 귀찮아서 안 가고..."여소정은 마이크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가 잘 설득해 볼게. 너무 걱정하지 마. 곧 다시 괜찮아질 거야.""음... 근데 너네... 오늘 왜 나는 안 초대했어?" 마이크는 기분이 언짢았다.여소정: "아연이를 위해 아이를 좀 돌봐줘야지!"마이크: "..."여소정은 차에 올라탄 뒤, 마이크에게 손을 흔들었다.문이 닫히고 차는 바로 출발했다.진아연은 뒷좌석에 누워서 여소정에게 물었다. "혹시 조지운 씨도 초대했어?"여소정: "내가 왜 그 사람을 초대해? 박시준... 비서인데. 박시준이랑 관련된 사람은 초대하지 않았어. 그 우리 준기 씨 학교 선배인 성빈 씨까지 포함해서..."진아연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너 때문이 아니라... 나 역시 그쪽 사람들 마음에 들지 않아. 준기 씨한테도 그쪽 사람들이랑 엮이지 말라고 말했어." 여소정은 이어서 말했다. "끼리끼리 만난다는 말도 있잖아? 나쁜 남자 박시준 씨 곁에... 있는 사람들도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어? 먼저 가까이하지 않는 게 좋아."진아연은 백미러를 통해 하준기가 입술을 깨물며 참는 표정을 보았다."아, 아연아. 근데 그 원피스는 언제 산 거야? 너무 예쁘다!" 여소정은 그녀가 오늘 입고 온 원피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하얀 코트랑 너무 잘 어울려!"진아연은 입덧이 너무 심해져 회사에 가지 못했다.갑자기 매일 집에만 있으려니 너무 지루해서 한동안 온라인 쇼핑에 빠졌었다.이 원피스 역시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한 것이다."쇼핑몰 링크 보내줄게!""응! 그러고 보니 오랫동안 온라인 쇼핑을 안 했네."조수석에 있던 하준기는 참지 못하고 말을 했다. "진아연 씨, 다이어트하는 거라면 우
갑자기 진아연의 근황이 궁금해졌다.그는 잠시 고민한 다음, 하준기에게 문자를 다시 보냈다. "몰래 정면 사진 찍어서 보내."하준기: "설마... 시준이 형한테 보내는 건 아니지?"성빈: "아, 빨리!"별장은 난방이 켜져 있었다.그래서 생각보다 더웠다.여소정과 진아연은 외투를 벗고 소파에 앉아있었다.여소정은 미리 과일들을 많이 준비해놓았다.그리고 진아연 앞에 과일들을 놓았다.진아연은 복숭아를 집어 들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 "벌써 복숭아가 나왔어?"여소정: "돈만 있다면 구할 수 없는 게 없지. 자, 어서 먹어봐!"진아연은 살포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하준기는 몰래 그녀가 복숭아를 먹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그가 생각해도 너무 잘 나왔다!구도와 빛... 그리고 그녀의 모습 모든 것이 완벽했다.귀여운 진아연의 모습에 퇴폐미까지 더해져 달라 보였다.하준기는 성빈에게 사진을 보냈다.사진을 본 성빈은 너무 놀라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팔이... 정말 진짜네?"진아연은 외투를 벗고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있어 가느다란 팔을 드러냈다.하준기: "엄청 중병에 걸린 환자처럼 보이지 않아?"성빈: "쓸데없는 소리. 아무리 진아연이 시준이랑 헤어졌다 하더라도 그런 말은 좀 심하잖아!"하준기: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와서 직접 보면 내가 왜 이렇게까지 말하는지 알 거야!"성빈은 정말로 가보고 싶어졌다.하지만 혼자 가기에는 조금 외로울 거 같았다.그는 가죽 의자에 앉아 곰곰이 생각했다.그리고 그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들어 박시준과의 대화창을 열었다.물론 그에게 바로 진아연의 사진을 보낼 수는 없었다.박시준은 분명 화를 낼 것이다.그는 박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시준아, 1분기 재무제표 보낼 테니깐 보고 확인해 줘."잠시 후, 박시준이 대답했다. "응."성빈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보고서와 함께 진아연의 사진도 같이 보냈다.실수로 진아연의 사진을 보낸 척을 하기 위해 대화창을 계속 응시했다.그는
성빈은 노크도 하지 않고 사무실로 들어왔다.사무실 문이 열리는 순간.박시준은 그 소리를 듣고 바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크흠! 시준아, 미안! 내가 방금 실수로 진아연 사진을 보냈어..." 성빈은 누가 봐도 어색하게 말을 했다.박시준은 그를 보며 말했다. "일부러 보냈다고 해도 뭐라 하지 않았을 거야."성빈은 민망한지 어색하게 웃었다. "아니, 준기가 진아연 씨가 너무 살이 빠졌다면서 혹시 큰 병에 걸린 게 아닐까 하면서 보내왔지 뭐야."박시준: "네가 이렇게 즐거워하는 거 보니 그렇게 심각한 병은 아닌 거 같은데."성빈의 미소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어... 근데 그게 다이어트한다면서 음식을 안 먹으면서까지 뺀다고 하더라고. 의대생 맞아? 아니, 몸에 분명 안 좋을 텐데... 왜 이렇게까지 심하게 다이어트를 하는 건지..."박시준 얼굴의 평온함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그는 읽지도 않는 문서를 내려놓고 말했다. "그렇게 신경이 쓰인다면 아예 진명그룹에 가보지 그래?"성빈: "아아! 아니야! 못 들은 걸로 해! 아, 나 오늘 오후에 일찍 퇴근할게. 저녁 약속이 있어서. 하하하..."박시준: "언제부터 나한테 보고하고 퇴근했다고 그래?"성빈: "알았어. 이제 입 다물게. 그나저나 같이 갈래? 준기가 말하는데 오늘 미인들 엄청 많이 온다던데..."박시준: "시끄러!"성빈은 부리나케 도망갔다.사무실 문이 닫힌 후, 박시준은 휴대폰 화면을 켰고, 그러자 진아연의 사진이 나타났다.그는 사진을 확대해 진아연의 밝은 미소를 보았다.사진 속 그녀는 그가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느꼈던 순수하고, 밝은 모습이었다.그는 오랜만에 행복해하는 그녀를 보았다.그녀가 그의 곁에 있을 때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홀리데이 별장.초대를 받은 손님들이 하나, 둘씩 도착했다.얼핏 보면 모두 30대도 안 돼 보이는 젊은 사람들이었다.도착한 사람들은 모두 세련스러웠다.진아연은 마치 패션쇼를 보고 있는 것처럼 가만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오전에는 별다른 스케
오후 내리 잠을 자고 일어나서 그런지 컨디션도 좋고 메스꺼움도 사라졌다."글쎄... 정확하게 말하기가 어려워. 아예 입덧이 없는 사람도 있고, 임신 말기까지 계속 입덧하는 사람도 있고. 근데 너무 걱정하지 마. 아예 입덧 없는 사람도 있으니깐." 그렇게 말하며 테이블로 걸어가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칼국수를 보며 말했다. "소정아, 고마워. 칼국수 너무 오랜만이다.""억지로 먹을 필요 없어. 난 네가 토할까 봐 또 걱정돼." 여소정은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그거 알아? 하준기가 너 점심도 안 먹어서 기절할까 봐 구급차 한 대 대절해온 거 있지. 별장 밖에 구급차 주차되어 있어!"진아연은 세심함에 감동받아 정말 해맑게 웃었다."소정아, 너랑 준기 씨 서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알았어! 넌... 지금 뱃속에 있는 아기나 신경 써. 라엘이랑 한이처럼 예쁘고 똑똑한 애라고 생각하면...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기를 진심으로 축복할 수밖에...""네."진아연은 그녀가 사 온 칼국수를 다 먹은 뒤, 여소정과 함께 방에서 나왔다.모두가 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것을 보고 그녀를 거실 소파에 앉혔다."아연아! 우리랑 같이 게임하자! 아, 걱정 마. 소정이가 너 요즘 몸이 안 좋다고 말했으니깐 벌칙은 제외해 줄게!"진아연은 여소정에게 고맙다는 눈빛을 보냈다."뭐 할 건데? 게임 같은 거 잘 못하는데." 그녀 역시 컨디션이 좋아 이 분위기를 즐기고 싶어 했다."심장 박동 수 대결! 우리가 보여주는 영상을 본 다음, 만약 박동수가 올라가면 지는 거야!"게임 설명을 듣고는 진아연은 쉽다고 느꼈다.솔직히 박시준을 제외하면 그녀는 크게 흥분한 적이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여소정은 진아연의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며 말했다. "쟤들 조심해... 여자 깡패들이야. 이상한 영상을 보여줄 수도 있으니깐 조심해..."진아연은 얼굴이 빨개졌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자신 있었다.이때, 여소정의 사촌 소희가 진아연의 손목에 심박측정 밴
진아연은 그녀의 손목에 있는 심박측정 밴드를 보았다. 수치는 100에서 80으로 떨어졌다.대체 그가 여긴 어떻게?소정은 분명 그와 연관된 사람들은 초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근데... 초대받지 않은 그가 여긴 왜?여소정 역시 놀랐다!그녀는 몰래 하준기의 팔을 꼬집으며 말했다. "뭐야? 저 사람이 대체 왜 온 거야?"모두가 박시준을 보자 별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여소정은 그를 환영할 수 없었다.그렇다고 그를 보았을 때도 감히 그를 내쫓을 수도 없었다.하준기는 소정이의 귀에 대고 말했다. "기왕 이렇게 시준이 형이 왔으니깐 환영하는 척이라도 좀 해봐!"하준기는 얼른 말을 마치고 바로 박시준에게 달려가서 그를 환영했다. "시준이 형, 빈이 형! 왔구나! 저녁은 먹었어? 안 먹었으면 저기 식당..."성빈이 말했다. "배는 그다지 고프지 않아. 근데 지금 뭐하고 있었어? 밖에서도 다 들릴 정도로 시끄럽던데!"성빈의 말이 끝나자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조용해졌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긴장이 풀렸다."게임하고 있었어요! 같이 하실래요?!" 여소정의 친구 리사가 말했다."좋죠! 어떻게 하면 되죠?" 성빈은 박시준을 끌고 왔다.여소정은 자신의 친구를 힐끗 노려보았다.리사는 억울한 마음에 여소정에게 조용하게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 "지게 만들어서 내보내자!"여소정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났다."아연아, 여기 앉아." 여소정은 진아연을 일으켜 소파 가장 자리에 앉혔다.그리고 성빈과 박시준을 소파 가운데에 앉게 했다.그러고는 진아연의 손목에 채워진 심박측정 밴드를 가져갔다."그럼 두 분 중, 누가 먼저 하시겠어요?" 리사가 밴드를 들고 그들에게 다가갔다.성빈은 할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박시준을 가르키며 말했다. "이 분이 먼저 할 겁니다."박시준의 당황한 눈빛이 성빈을 향했다.성빈은 헛기침을 하며 테이블에 놓인 간식을 집어 들며 말했다. "아, 배가 좀 고프네. 저는 우선 조금 먹고 난 다음 할게요."리사는 박시준에게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