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도 애잖아!" 라엘은 더욱 궁금했다.한이: "오빠는 그걸 봐서 이미 눈을 버렸어, 너도 그러고 싶어?"라엘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라엘은 여전히 궁금했지만 오빠 말을 듣고 나니 안 보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엄마가 우리한테 경호원을 붙이고 싶어해." 라엘은 화제를 바꿨다. "경호원이 붙으면 우리 다시는 함부로 나올 수 없잖아."한이: "그러면 너가 경호원을 담당하고 나 혼자 나오면 되겠네."라엘은 주저하는 표정을 지었다. "오빠, 그 쓰레기 아빠가 정말 심 뭔가 하는 여자랑 결혼하면 우린 다시 그 쓰레기 아빠 만나지 말자! 그냥 그런 아빠 없던 걸로 하자!"한이는 순진한 동생을 바라보며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그 결혼 못할 거야.""왜 못해?""그 심 뭔가 하는 여자, 나쁜 여자야.""근데 아빠도 좋은 사람은 아니잖아! 둘이 딱 어울리는데?"라엘의 말에 한이는 할 말을 잃었다.그는 갑자기 자기의 여동생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고 느껴졌다.박시준에게 진정한 충격을 줘 평생 고통스럽게 하려면 지금말고 나중에 그가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을 때 심윤이랑 박우진이 호텔에서 하룻밤 보낸 그 동영상을 보여줘야 한다.하지만 한이는 그렇게 오래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지금의 복수는 지금 해야 된다.나중에 박시준을 괴롭힐 방법은 많고도 많다....진명그룹.고위층 회의.진아연은 며칠 동안 심사숙고했던 방안을 발표했다.경영진 모두 하나같이 놀라운 표정이었다.모두들 놀라 서로를 쳐다보기만 했다.진아연의 응원단장 마이크답게그는 바로 큰 박수를 유도했다.마이크는 진아연이 돈을 불구덩이에 넣는 다고 해도 응원할 것이다.다른 경영진들도 따라 박수를 쳤다.사실 진아연이 이 회사 대표다, 그녀가 뭘 어떻게 하든 모든 결정권은 진아연한테 있다."여러분은 제 이 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좀 괜찮은 아이디어인가요?" 진아연은 경영진들의 표정을 다 파악하고는 물어봤다.그러자 바로 누군가 의견을 제시했다:"진 대표님,
전에 엄청난 불만을 가지고 있던 고객은 물론 심한 욕까지 하던 고객들까지 누가 이런 유혹을 뿌리칠 수 있겠는가? 거의 공짜로 고급 드론을 자기 걸로 만드는 절호의 기회인데.순식간에 진명그룹 사옥 앞에는 재구매를 하러 온 손님들로 붐볐다.진아연은 저녁 9시가 돼서야 회사에서 나왔다.그는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나와 집으로 향했다.이 시간이면 두 아이는 이미 잠들어 있을 것이다.이번 일을 잘 마무리하고 진아연은 한동안은 아이들 옆에 있어 주기로 다짐했다.이때 갑자기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그는 곁눈으로 발신 번호를 확인하고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전화를 연결했다."아연아! 너 페이스북 봤어? 나 화가 나 미칠 것 같아!" 전화 반대편은 여소정의 분노가 가득한 목소리였다. "좋은 마음으로 드론을 재구매할 기회를 줬더니 이 인간들이 오히려 널 욕하고 있잖아!"이러한 결과에 대해 진아연은 어느 정도 예상을 했다.조 부회장은 그가 핵심 기술을 자기 손에만 쥐고 있는한 국내에는 그가 설 자리가 영원히 없을 거라고 했었다.진아연도 알고 있다, 그의 상대편에는 국내 80%의 자본이라는 것을.그가 무엇을 하든지 상대는 돈을 써서라도 여론 몰이를 할 것이 분명했다.그녀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반드시 견뎌내는 것이었다!진아연은 자기의 제품에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는 좋은 제품은 반드시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안 봤어, 그리고 너도 그만 봐." 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다."이걸 어떻게 보고도 못 본 척 하니? 나 지금 댓글로 싸우고 있어!" 여소정은 진아연이 안타까웠다. "아연아, 내가 주변 친구들을 다 불러 가지고 너네 회사 제품을 지지하고 있어, 그니까 너도 꼭 견뎌내야 돼!""고마워! 소정아, 근데 앞으로는 그러지 마.""내가 어려운 일이 생기면 너도 도와줄 거잖아!" 여소정은 화제를 바꿔 "나 내일 박시준 약혼식에도 안 갈 거야!" 라고 했다.진아연은 웃음을 참으며 "야, 여소정,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라고 말했다
바로 방금, 박시준이 그렇게 애타게 찾고 있던 김세연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김세연은 한 때 엄청 유명한 아이돌 대스타였다. 그러나 3년 전의 무대 사고가 그의 인생의 최대 비극 사건으로 변해 버렸다.사고 직후 그는 대중들의 시선에서 사라졌다.사람들은 그가 죽은 걸로 많이들 알고 있었다.김세연의 팬들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그의 페이스북에 글을 남기면서 기적이 일아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오늘, 정말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그는 오늘 아침 6시 55분에 페이스북에 새로운 글을 올렸다.——사랑하는 여러분, 3년만이죠, 다들 잘 지냈나요? 저 여전히 좀 외롭지만 잘 지내고 있어요. 작년에 윈드 시리즈 드론 한 대를 산 적이 있어요. 이 드론은 매일 저 멀리 날아가 예쁜 풍경들을 저에게 보여주곤 했어요. 저는 그것들을 보면서 마치 직접 이 도시 곳곳을 누비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이 드론은 지금 저한테 없어서는 안 되는 친구 같은 존재로 되였어요. 요즘 말이 많더군요, 제 친구가 단지 완벽하지 못하다는 이유 하나로 암울한 시기를 겪고 있는 것 같네요. 그래서 저 또한 가만히 관망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 제 친구에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주세요, 그리고 이 친구의 성장을 지켜봐 주세요. 여러분이 저한테 해 주셨던 것처럼요.그리고 글과 함께 동영상 하나가 같이 올라왔다.이 영상에는 윈드 시리즈 드론으로 촬영한 멋진 장면들이 담겨 있었다.영상 말미에는 그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드론의 먼지를 부드럽게 쓸어내는 모습이었다.한때 슈퍼 스타였던 아이돌이 사라진 지 3년 만에 이렇게 대중 앞에 나타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그의 팬들은 흥분되어 미칠 지경이었다.이 글은 페이스북 서버를 다운시켜 버렸다.30분이나 지난 후에야 서버가 정상으로 돌아왔다.김세연이 올린 글에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댓글이 끊임없이 달리고 있었다.- 아아아아! 나 어떡해, 눈물이 멈추지 않아! 내가 그랬지, 김세연 살아 있다고! 우리한
"마이크님, 왜 아무도 전화를 안 받으십니까?" 부 회장님은 마이크를 보고 다급하게 말했다. "큰일 났습니다! 빨리 대표님 깨우세요!" 마이크는 아직 잠에서 덜 깬 듯했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방으로 돌아갔다. "회사가 망한 것도 아닌데, 뭔 큰일이 있겠어요?"부 회장님은 얼른 신발을 벗고 따라 들어갔다. "어제 대표님께서 급하게 유명 스타분을 섭외해 광고를 했나요? 지금 페이스북에 김세연이라는 연예인이 저희 편에서 제품 관련 글을 올렸어요. 듣기로는 아주 유명했었다고 그러던데요!"마이크는 순간 정신이 들었다. 그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페이스북에 김세연이라는 옛날에 유명했던 연예인이 있는데, 방금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서 저희 윈드 시리즈를 지지한다고 했어요. 이 글이 올라오자마자 저희 고객 상담 전화가 끊기지 않고 있어요. 그리고 더 무서운 건 주문량이 엄청 빠르게 계속 오르고 있다는 거예요, 저도 이런 상황은 처음 봅니다." 부 회장님은 얼굴까지 붉히며 말했다.그는 진아연과 마이크가 전화를 받지 않아 여기까지 찾아온 것이었다.그 말을 들은 마이크는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곧바로 안방으로 걸어갔다.문을 두드리고 열어보니 방안은 텅 비어 있었다."응? 진아연이 집에 없었네." 마이크는 궁금했다. "전화도 안 받고?"부 회장님도 고개를 저었다. "방금 초인종 누르기 전에도 전화했었는데, 전화가 꺼져 있었습니다."마이크는 바로 방에 들어가 옷을 입었다."제가 이 김세연에 대해 좀 조사를 했는데요, 이 사람이 오늘 글을 올리기 전까지 3년 동안 사라져 있었답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나타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고 그가 글을 올리니 저희를 공격하던 여론들이 싹 사라졌어요! 김세연 씨 팬들의 힘이 엄청 큰거 같습니다!""저 김세연 이 사람 압니다. 아연이가 이 사람 팬이에요." 마이크는 이제야 정신이 좀 들었다. "그런데 김세연이 왜 우리를 돕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건 아연이한테 물
검정색 롤스로이스 안.차문은 잠겨 있다.진아연은 후회가 됐다.아마도 그가 아침에 잠이 덜 깨서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이 차에 탄 것이 틀림없다.그가 차에 타자마자 박시준은 바로 차문을 잠궈 버렸다.뭘까?납치?"박시준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진아연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마주했다.오늘 약혼식날이 아닌가?뭔 생각으로 지금 여기서 자기를 만나고 있지?"진아연, 너 김세연이랑 아는 사이지?" 박시준은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솔직하게 말해 봐!"진아연은 아침에 박시준의 전화를 받고는 휴대폰을 껐다.그렇기 때문에 진아연은 현재 인터넷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는지 몰랐다.갑자기 그녀에게 김세연을 물어보니 그녀는 순간 당황스러웠다."모르는 사람이에요. 왜요?" 진아연은 바로 옆에 이 남자의 익숙하면서도 오늘따라 어딘가 낯선 모습을 바라보며 최대한 감정을 억눌렀다."모르는 사람인데 너를 왜 도와줘?" 박시준의 어조는 더 빨라졌다. "지난번에 너가 휴대폰으로 그 사람 사진 보는 걸 봤어. 다른건 몰라도, 유일하게 그 사람을 좋아하잖아, 그러면서도 모르는 사이다? 너한텐 내가 바보로 보여?!"진아연은 그의 말투에 조금 화가 났다. "제가 그 사람을 알든 모르든 무슨 상관인데요?!"이 한 마디에 박시준은 할 말을 잃었다.진아연이 지금 인정하는건가? 의심스러웠다.그래도 김세연을 알면 됐어."김세연한테 연락 좀 해줘." 박시준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한번만 부탁하자."진아연은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김세연인지 뭔지 저 모르는 사람이에요! 찾고 싶으면 직접 찾으세요!""진아연!""소리 질러도 전 그 김세연이란 사람 몰라요! 그리고 오늘 심윤 씨랑 약혼식 아니에요? 김세연을 찾고 싶다 해도 굳이 오늘 찾아야 돼요? 오늘 같은 날 지각이라도 하면 예비 신부가 얼마나 마음 아파할지 몰라요?"그의 말에 박시준은 씩 웃었다.그는 진아연이랑 거래를 하기로 했다. "지금 김세연을 찾아주면 내가 바로 가서 심윤이랑 약혼할게!""심윤 씨랑
"어머니. 시준이 이 약혼 취소한답니다. 오늘 여기에 안 올겁니다." 박한은 어머니를 부추기며서 말했다.박 부인은 박한의 말에 엄청 놀랐다. "왜, 우리 시준이 무슨 일이 있는 거야?"박한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도 모르겠어요. 방금 저한테 그냥 이 말만 하고 끊었어요. 아마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요! 일단 기사님께 어머니를 집에 모셔다 드리라고 했어요. 저는 가서 하객들한테 설명할게요. 걱정마세요, 식사는 다 대접하고 보낼게요."이게 무슨 가문의 망신인가!다들 이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어느 누구도 감히 뭐라 하지는 못했다.주변 하객들의 시선은 모두 울고 있는 심윤에게로 쏠렸다.심윤도 이토록 굴욕적인 처지에 처한 적은 없었다. 그녀는 더이상 이 자리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드레스를 입은 채 울면서 연회장을 뛰쳐나가 버렸다.——진아연! 내가 오늘 겪은 굴욕은 분명히 기억할거야!나중에 톡톡히 그 댓가를 치르게 될거야!스타팰리스 유치원.한이는 이제 노트북을 켜고 불 구경을 시작하려던 참이었는데 심윤이 뛰쳐나갔다.한이는 눈살을 찌푸렸다.박시준은 왜 아직도 연회장에 도착을 안하지? 안 오는 건가?그렇지 않으면 심윤은 왜 또 뛰쳐나가고 하는 걸까?오늘 이 약혼식은 안 하는 건가?한이의 긴장은 다소 풀렸다.그는 박시준을 무지 싫어하지만 그가 자기의 친아버지라는 사실은 바꿀 수 없었다.맨날 쓰레기 아빠, 쓰레기 아빠 이 말을 입에 달고 있지만 박시준이 먼저 쓰레기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한이 또한 친아버지를 굳이 거부할 이유가 있었을까.점심, 연회장에서는 식사가 예정된 시간에 시작되었다.하객들은 급하게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떴다.한이도 준비해 온 영상을 계획대로 틀지 못했다."라엘아." 한이가 갑자기 말했다."왜, 오빠?""쓰레기 아빠가 오늘 약혼식에 나오지 않았어.""그래? 왜?" 라엘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오빠에게 가까이 다가왔다."쓰레기가 안 나타났어." 한이는 간결하게 말했다."쓰레기 아빠가 모든 여자들을 다
이 키스가 얼마나 오래 지속됐는지 누구도 몰랐다.'똑똑' 소리가 들리고서야 박시준은 진아연을 놔 주었다.차창 밖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차 안을 바라보고 있는 마이크였다.진아연은 깜짝 놀랐다!그녀는 바로 차에서 내리려고 했다.박시준은 당황한 진아연을 붙잡고 말했다 "선팅 필름 때문에 차 안이 안 보여."그제야 진아연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방금의 키스 때문에 진아연의 마음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그녀의 얼굴은 엄청 빨갰고 머리도 많이 헝클어진 상태였다. 뿐만 아니라 방금 입고 있던 코트도 박시준이 벗겨 바닥에 놓여 있었다.진아연은 코트를 주웠다.박시준은 진아연에게 물 한 병을 건넸다."됐어요!" 진아연은 차갑게 그를 째려 보았다.그가 방금 자기한테 한 행동만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올라왔다.목이 말라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가 준 물은 절대 마시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박시준은 진아연의 날카로운 눈빛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그간 쌓였던 그의 분노와 원망은 방금의 키스로 인해 싹 다 사라졌다.오랫동안 자기가 불쾌했던 이유는 진아연이 그리웠었던 것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진아연, 너도 방금 즐기지 않았어?" 박시준은 물 한 모금 마시고 손으로 입가를 쓱 닦고 말했다. "너도 오랫동안 남자가 없어서 외로웠지? 이제부터 필요하면 나한테 연락해, 언제든지 내가 도와줄게.""박시준, 꺼져!" 진아연은 마치 칼에 찔린 듯 차에서 내렸다.차 문을 쾅 닫은 후 그는 차문을 힘껏 걷어찼다.마이크: "뭐야! 진아연! 너 왜 박시준 차에서 나와?! 니들 안에서 싸웠어? 차를 차면 뭐해, 찰 거면 박시준 저 인간을 차야지!"진아연: "나라고 안 그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차 안이 너무 좁잖아!""그렇지.... 그건 그렇고, 너 오전 내내 연락도 안 되고 그래서 나 경찰에 신고할 뻔했잖아. 근데 너 왜 박시준이랑 같이 있어? 저 인간 오늘 약혼하는 거 아니였어?" 마이크는 진아연의 뒤에서 계속 중얼중얼거렸다.진아연은 그러는 마이
이딴 약혼, 안하면 되지 뭐.심윤은 박시준과 헤어질 마음의 준비가 됐고 박 씨 집안을 떠날 준비 역시 되어 있었다.박시준이 사랑은 주지 않지만 대신 엄청난 금액의 보상을 줄 것이다.그녀는 돈이라도 받으면 자기한테 큰 손해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검정색 롤스로이스가 집 앞에 멈춰 섰다.박 부인은 바로 심윤에게 말했다. "시준이 들어왔어! 내가 반드시 너한테 사과하라고 할게!"심윤은 소파에 앉은 채 일어나지 않았다.그녀의 마음은 이미 상할 대로 상했다.약혼식 날에 어떻게 자기한테 진아연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가?박시준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은 뿐더러 그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없었다.그것도 심윤이 시은의 주치의로서 두 번이나 수술을 해 줬는데도 말이다.시은의 주치의라도 아니었으면 아마 심윤은 박시준의 안중에도 없었을 것이다.박시준은 차에서 내려 거실로 이동했다."어머니." 그가 박 부인에게 말했다."시준아, 너 괜찮은 거니?" 박 부인은 아들의 팔을 잡고 위 아래를 훑어보았다."네, 괜찮아요." 박시준은 어머니를 모시고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는 냉담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심윤을 보았다."니들 둘이서 얘기해!" 박 부인은 두 사람에게 말했다. "시준아, 어떻게 됐든 심윤은 우리에게 은인이야, 그니까 지금 이 상황 어떻게 된 건지 네가 설명할 필요가 있어."박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거실에는 그와 심윤만 남았다."심윤 씨, 미안합니다." 박시준은 티테이블 옆에서 자기의 결정을 심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제 자신까지 억지로 속여 가며 심윤 씨랑 약혼 할 수는 없었어요.""네." 심윤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심윤 씨가 우리 시은이를 치료해 준 비용은 드릴게요. 그래도 안 된다면..." 박시준의 태도는 강경했다.그 다음 말은 듣지 않아도 무슨 말인지 심윤은 알아차렸다."그래요, 얼마를 주시든 전 다 받아들일 수 있어요." 심윤은 쓴 웃음을 지으며 "제 잘못이죠, 헛된 꿈을 꾼 제 잘못이죠. 분수도 모르고, 시준 씨랑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