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준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시은이가 병원에 있다고?!누가 그녀를 병원에 데려간 거지?왜 수술 전에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을까?"누가 시은이를 병원에 보냈나요? 지금 어느 병원에 있죠?!" 박시준은 휴대폰을 꼭 쥐고 상황실을 빠져나왔다!"죄송합니다. 자세한 상황은 저도 몰라요. 여기는 성심병원 제3병원입니다." 말을 마친 낯선 여자는 전화를 끊었다.성심병원 제3병원!또 성심병원 제3병원!심윤은 중앙병원에서 시은에게 수술을 진행할 예정이었다!그렇다면 심윤도 시은이가 성심병원 제3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받고 성심병원 제3병원에 간 것이다.누가 시은을 성심병원 제3병원에 보낸 거지?진아연인가?하지만 그가 어젯밤 그녀의 집에 갔을 때, 시은이는 거기에 없었다!시은이는 다소 제멋대로지만 그의 앞에선 매우 순종적이었다.그의 목소리를 듣고도 응답하지 않을 리 없었다.그의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되었다!다른 일은 잠시 접어둘 수 있었다.시은이만 무사하다면.두 시간 뒤.박시준은 성심병원 제3병원에서 수술을 마친 시은이를 만날 수 있었다.그녀의 머리는 거즈로 두껍게 싸여 있었고, 눈을 감고 있는 걸로 봐서는 잠이 든 것 같았다."수술은 어땠나요?" 박시준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심윤은 웃으며 대답했다. "상황은 좋아요. 수술하는 동안, 계속 얘기를 나눠서 깨어 있었어요."심윤 얼굴의 웃음을 보고 박시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심윤 씨, 왜 나에게 먼저 알리지 않았어요?""미안해요!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어요. 중앙병원에서 이것저것 많이 챙겨와야 했으니까요. 수술실에 들어가서야 당신한테 알리지 못한 게 생각났어요!" 심윤은 억울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박시준은 그녀의 수술 가운과 장갑에 묻은 피를 보고 더는 그녀를 추궁하지 않았다."심윤 씨, 고마워요." 그는 낮고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나한테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당신은 내 남자 친구잖아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 걸요." 말을 마친 심윤은 옷
그는 다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들려오는 건 여전히 시스템 안내 멘트였다.그는 그의 귀를 믿을 수 없었다!진아연이 감히 그의 전화를 거절한다고?아니면 핸드폰을 꺼버린 건가?그는 주소록을 열어 마이크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그들은 한 집에서 살고 있고, 기업 파트너이다 보니 거의 24시간 함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마이크는 박시준이 걸어온 전화를 보고 매우 의아했다.왜 전화한 거지?친하지도 않은데?그는 곁눈으로 침대 위의 진아연을 힐끗 보았다.그제야 박시준의 목적을 알 수 있었다.마이크는 전화를 받았다.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짜증 섞인 박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아연 바꿔!"마이크: "???"뭘 잘못 먹었나? 무슨 말투가 이래?"아연이는 자고 있어! 왜 찾는 건데?" 곤히 잠든 진아연의 얼굴을 보면서 마이크는 박시준에게 버럭 화를 낼 수도 없었다.그녀는 세 시간 전에 와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누워 잠들었다.마이크는 떠나고 싶었지만, 아연이가 아무것도 들고 오지 않은 것을 보고 옆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깨워! 확인할 게 있어!" 박시준의 어조는 거칠고 위압적이었다.어젯밤 시은이는 스타팰리스 단지에서 사라졌고, 진아연은 한밤중에 차를 몰고 별장에서 나갔다. 이후 시은은 성심병원 제3병원으로 보내졌다.마침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성심병원 제3병원의 중요한 위치의 CCTV 몇 개가 고장 났다.그는 남에게 놀아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자신을 바보 취급 하는 건가?이 일은 진아연과 관련이 있을 게 분명했다!마이크는 그의 어조에서 심상치 않은 것을 느꼈다.그는 허리를 굽혀 진아연의 등을 두드렸다. "아연아! 일어나! 네 전 남편이 널 찾고 있어!"전 남편!그 호칭은 박시준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그는 그 호칭을 매우 싫어했다!그러나 마이크는 항상 그 호칭을 사용했다.진아연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완전히 무반응이었다.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나 보다!"진아연! 박시준이 널 찾고 있어! 박시
"드디어 깼네?" 박시준이 비꼬았다.진아연은 침대에 누워 아픈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말했다. "당신이 전화해서 깬 거잖아요? 무슨 일이에요?""진아연, 어젯밤 10시 30분에 네가 차를 몰고 나가는 걸 봤어. 그렇게 늦은 시간에 어딜 간가야?" 그는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그 말을 들은 아연은 발로 침대 끝에 앉은 마이크를 차며 눈치를 주었다.그러고는 박시준의 질문에 대답했다."마이크가 밖에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술집 주인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계산하라고. 그래서 픽업하러 갔죠... 근데 이 자식이 주정 부리는 바람에 애들이 깰까 봐 근처 호텔에 왔는데요... 무슨 일이죠? 술 마시고 싶어요? 다음에 당신을 부르라고 할까요?"박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녀의 대답은 그가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더 묻고 싶은 게 있어요?" 그녀는 나른하게 하품을 했다. "마이크 때문에 밤에 한숨도 못 잤는데... 아, 졸려. 다른 일 없으면 끊어요!"전화를 끊으려 하다가 그녀는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었다는 듯 물었다. "아 참, 시은이는 찾았나요?"마지막 한마디는 박시준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추측과는 달리 시은을 병원으로 보낸 건 그녀가 아니었다.밤중에 집을 나간 게 술집에 간 거라니!게다가 호텔에서 마이크와 함께 방 잡고... 지금까지 잤다고?!"찾았어." 박시준은 이렇게 세 글자를 내뱉고 전화를 끊었다.통화가 종료된 것을 확인한 후에야 진아연의 연기를 멈추었다.그녀는 휴대폰을 마이크에게 다시 건넸다.마이크는 몹시 놀란 표정이었다. "너 왜 뻥친 거야?! 그리고 시은이... 또 실종됐어?!"진아연은 이불을 덮으며 눈을 감았고, 무표정으로 아무렇지 않은 듯 얘기했다. "그래! 숨는 곳 하나는 기막히게 고르더라고. 하필이면 우리 집에 들어와 숨다니. 그것도 내 옷장 속에. 네 방 옷장이나 엄마 방 옷장에 숨었더라면 지금쯤 시체가 됐을 거야."어젯밤 진아연이 그녀를 발견했을 때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호흡은 미약했다.더 늦게 발견했다면 그녀는
마이크는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손으로 입을 막았다."너 들통났구나!" 진아연은 한숨을 쉬었다."절대 아니야! 최근에는 우리의 가십거리에 대해 묻지 않았어." 마이크는 파란 눈동자를 굴리며 말했다. "확실해! 그 자식 주량은 나만큼 좋지 않아서, 술 먹을 때마다 취해 뻗는 건 걔였어. 전혀 나한테서 정보를 캘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그녀는 그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단지 그가 얘기하지 않은 게 있거나 추후에 탄로나 게 될까 봐 걱정되었던 것 뿐이다."만약 조지운이 베갯머리송사라도 하면..."마이크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화제를 돌렸다. "시은이 말인데, 너 계속 무료로 도와줄 거야? 박시준에게서 수술비를 받아내지 않는 건 너무 큰 손해잖아!"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도와주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내 능력 밖이어서 그래. 시은의 상태가 좀 많이 심각해서, 이번 수술 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나도 예측할 수 없어. 하지만 수술 전보다는 나을 거야.""만약 박시준이 상황을 모르고 계속 치료하면 시은이가 많이 고생하게 되잖아." 마이크는 아쉬워하며 말했다. "박시준은 비록 쓰레기지만, 시은이는... 내 말은 지능이 낮은 시은이는 그래도 귀엽고 예쁘잖아!"그녀는 마이크의 말을 반박하지 않았다.졸음이 다시 또 그녀를 찾아왔다.집에 가서 자야겠어.병원.박시준은 침대 옆에 서서 시은이의 창백하고 초췌한 얼굴을 바라보았다.그녀가 깨어난 후 상황이 나아지면 얼마나 좋을까.어젯밤부터 오늘 수술 전까지 있었던 일을 기억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그는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말 알고 싶었다.이때 심윤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박시준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 "집에 가서 쉬세요! 시은이가 깨면 알려 드릴게요."임신 중인 심윤의 배는 눈에 띄게 커졌다.그는 그녀 뱃속의 아이가 싫었지만, 그녀가 시은을 치료해 준 것에는 매우 감사했다.그가 보낸 사람은 아직도 김세연을 찾지 못했다.마치 김세연이 세상에서
그는 갑작스러운 현기증 때문에 쓰러질 것만 같았다.도대체 진아연이 거짓말을 하는 걸까, 아니면 시은이가 수술 후 가끔 환각이 보이는 걸까?그는 휴대전화로 심윤에게 전화해 지금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그의 조급한 목소리에 심윤은 마음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시준 씨, 걱정하지 마세요, 시은이 수술 잘 됐잖아요. 지금 금방 깨어나서 조금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점점 더 좋아질 거고요."심윤의 말을 듣고 박시준은 조금이나마 마음의 조급함이 덜어지는 듯했다.그러나 지난번에 수술을 하고 나서 시은은 이번처럼 특별한 반응이 없었다.전화를 끊고 그는 다시 침상 옆으로 돌아왔다."시은아, 수술이 금방 끝나서 안정이 필요해, 머리를 비우고 회복에만 집중했으면 좋겠어, 아니면 머리가 아프잖아." 그는 따뜻하게 시은이를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 오빠가 느끼기에는.""오빠, 머리가 아파." 시은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조금만 기다려, 심 선생님이 오고 있어, 심 선생님이 오면 진통제를 처방해 줄 거야.""나 심 선생님 보고 싶지 않은데." 시은이는 시선을 내리며 싫은 듯 말했다.박시준은 "시은아, 너의 이번 수술을 해 준 사람이 심 선생님이야, 넌 예의 있는 아이잖아, 이따가 심 선생님이 오면 고맙다고 인사해야 돼, 알았지?""아닌데..." 시은은 오빠를 보며 말했다. "아연이가 해 줬어... 아연이가 옆에서 지켜줬어, 나랑 계속 얘기하고... 아연이가 나한테 계속 말을 시켰어, 물어보는 말에 답하라고 그러고... 엄청 친절했어, 평소와는 달리...""시은아, 그건 너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거야. 진아연은 어제저녁부터 지금까지 어떤 남자랑 같이 있었어. 네 옆에 있었을 리가 없어." 박시준은 마음이 조급했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못했다.그는 자기가 급해하면 시은이도 더불어 조급해 할까 봐 걱정됐다.시은이는 그의 말을 듣고 잠깐 멍하니 있었다.내가 잘못 봤다고?정말 잘못 본 건가?하지만 그러기에 그날 들었던 진아연의
심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를 했지만 시은이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다.거짓과 진실은 상대방의 눈으로부터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시은이는 그녀가 오빠한테 말을 더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한테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준다고는 느껴지지 않았다."오빠가 고맙다고 하래." 시은이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난 싫어."심윤은 홍 아줌마를 바라보며 "잠시만 자리를 비켜 주세요, 시은 씨랑 할 말이 있어요."홍 아줌마는 조금 망설였다. 하지만 심윤은 박 씨 가족에 은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홍 아줌마가 나가고 심윤은 말했다. "시은 씨, 저는 시은 씨가 왜 저한테 계속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가 안 돼요. 누가 시은 씨한테 저에 대해 안 좋은 얘기라도 했어요? 제가 귀국하고 매일 열심히 자료 찾아보고 시은 씨를 위해 치료 방법을 연구하는데, 시은 씨의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듣는 게 왜 이렇게 힘들까요?"시은이는 "나는 나에게 수술을 한 사람이 당신이 아니라고 생각해" 직설적으로 말했다.그렇다면 왜 매번 수술에 들어가기 전에 그의 머릿속엔 진아연의 얼굴과 진아연의 목소리만 가득할까?만약에 매번 수술에 들어가기 전에 그가 본 사람이 심윤이라면 시은이도 이런 의심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시은이는 모든 일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가 직접 보고 들은 것만 믿었다."시은 씨 생각에요? 웃기네요, 시은 씨는 지금 환자예요, 잘못 생각하고 있어요." 심윤은 계속 세뇌를 이어갔다.그리고 시은이는 결국 정신적으로 지체가 있고 비록 좀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은 방금 수술을 마친 환자다.심윤은 얼마든지 그녀의 생각을 바꿀 수 있었다.시은이의 말이 백번 옳다고 해도, 의사인 심윤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모든 사람들은 환자의 말보다 의사의 말을 더 믿기 때문이다.그러기 때문에 심윤도 서슴없이 박시준에게 거짓말은 하는 것이다.진짜 시은에게 수술을 해준 사람이 좋은 일을 하고도 이름
박시준은 악몽을 꾸었다.꿈에서 진아연은 그의 이름을 차단 명단에 넣었다.그는 진아연은 만나지 못할뿐더러 이젠 전화 통화도 할 수가 없었다.두 사람은 영원히 연락이 끊겼다.그는 마음이 조여오듯 아팠다. 마치 가장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느낌이었다.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이내 눈을 떴다.그의 깊은 눈망울 속에는 무한한 고통스러움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그는 휴대폰을 찾아 진아연의 번호를 눌렀다.이미 저녁 7시였다.진아연은 하루 종일 잤다, 아마 지금 집에 있을 것이다, 정신도 어느 정도 돌아왔을 것이다.——죄송합니다.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귓가엔 차가운 시스템 안내 음성만이 들려왔다.휴대폰을 잡은 손가락에 순간 힘이 들어갔다.꿈이 현실로 되었구나!진아연이 진짜로 자기를 차단해 버렸다.그게 아니면 이렇게 통화가 안 될 리가 없었다.그는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불을 차 버리고 침대에서 일어났다.그는 집 전화로 진아연에게 전화를 해 봤다.버튼 하나, 하나를 누를 때마다 마치 가슴이 쿡쿡 찔리는 듯했다.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불길한 예감이 강하게 느껴졌다.전화번호를 모두 눌렀다...전화가 걸렸다!정말 걸렸다!전화기를 잡은 그의 손가락은 이미 허옇게 번졌다. 그리고 그의 두 눈은 시뻘겋게 변해 버렸다.예전의 박시준이었다면 전화기를 부숴 버리거나 진아연을 부숴 버렸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그는 어떻게든 참고 전화가 걸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벨 소리를 들은 진아연은 한 손은 이불을 움켜 안고 다른 한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그의 약간 갈린 목소리가 전화 반대편에 울려 퍼졌다."진아연!" 휴대폰을 통해 박시준의 힘찬 목소리가 그의 분노와 함께 고스란히 전해졌다. "너 당장 차단 안 풀어?!"진아연은 순식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이렇게 빨리 들키다니!그녀는 재빨리 진정을 하고나서 말했다. "박시준 씨, 제가 왜 그래야 되는데요? 그럴 필요가 있나요? 우리 이제..
침실 문밖에서 마이크와 두 아이가 문짝에 달라붙어 방 안의 소리를 엿듣고 있었다.이들은 방금 전 진아연의 큰 소리에 이끌려 온 것이다.그러던 차에 방문이 갑자기 열렸다.문에 기대어 있던 마이크는 진아연이 갑자기 문을 여는 바람에 그대로 진아연 품에 안길 뻔했다.진아연은 놀란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뭐 하는 거야?""엄마, 누구랑 싸우세요?" 라엘은 호기심 가득한 큰 눈으로 고개를 들어 엄마를 쳐다보았다. "쓰레기 아빠랑 싸운 거예요?"마이크: "너희 엄마 이런 모습은 적을 상대할 때와 박시준 앞에서만 나타나거든.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완전히 여성스러운 숙녀지.""아, 그럼 쓰레기 아빠는 엄마의 적인 거 맞네요." 라엘은 뛰어난 이해력을 뽐냈다.진아연은 머리가 아파왔다.그녀는 방에서 나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진아연, 부엌에 저녁 남겨 놨어." 마이크는 진아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알았어.""내가 먼저 애들 목욕 시킬게. 넌 밥부터 먹어, 먹고 나서 얘기하자."진아연은 계단 난간을 잡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너랑 얘기해? 뭘? 할 말 있으면 그냥 지금 해."마이크: "그게, 너 점심에 나한테 한 말 기억 안 나? 암튼 가서 밥이나 먹어, 그리고 다시 얘기해."진아연은 애써 점심에 무슨 말을 했는지를 떠올리려고 했다.하지만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너무 혼란스러운 이틀을 보낸 것이다.게다가 밤낮이 뒤바뀌어 정신이 하나도 없고, 기억도 엉망진창이었다.그녀는 밥을 대충 몇 입 먹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녀가 올라온 모습을 본 마이크는 무척 놀라며 말했다. "벌써 다 먹었어?"진아연는 아이들 방 문에 기대며 물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이리저리 돌리지 말고 그냥 얘기해."한이가 마이크를 문 쪽으로 밀었다. "라엘은 제가 볼게요."마이크는 "그래." 라고 하고는 진아연의 팔을 잡고 1층으로 내려갔다."그게, 네가 쉬고 있는데, 괜히 방해할까 봐 그랬지." 마이크는 말했다. "회사 일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