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부인의 얼굴은 노랗게 질렸다.박시준이 그녀를 부축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충격으로 쓰러졌을 것이다.스태프가 LED 스크린의 전원을 차단하자, 동영상은 그제야 사라졌다."어떻게 된 거야?!" 박한이 화를 냈다. "왜 화면에 이상한 동영상이 나오고 있어? 너희들 뭐하고 있는 거야!"매니저가 다가와 허리를 굽히며 사과했다. "박 대표님, 죄송합니다! 방금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갑자기 컴퓨터가 해킹되었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저 동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박한은 어머니를 바라보았다.박 부인은 겨우 숨을 돌렸다."빨리 컴퓨터 바꿔. 또 다른 사고를 내지 말고!" 박한이 매니저에게 말했다.매니저가 물러난 후에도 무대 위 어색한 분위기는 사그라들지 않았다.바람이 불고, 담배를 피운다. 그 뜻은 추측하기 쉬웠다.바람을 피운다는 뜻이었다.심윤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 집중되고 있음을 느꼈다.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설명했다. "사모님, 전 시준 씨에게 미안한 일을 한 적이 없어요. 경호원이 증언할 수 있어요."박시준: "그러면 내가 당신에게 미안한 일을 했단 말인가요?"심윤은 고개를 세게 저었다. "시준 씨, 당신을 의심하는게 아니에요. 방금은 그냥 스태프들의 실수였잖아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거예요. 신경 쓸 필요 없어요."박시준은 입을 열었다. "그래요? 물론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게 좋겠죠.""심윤이는 매일 집에 있었는데 어떻게 너에게 미안한 일을 할 수 있겠니?" 심윤의 배 속에 있는 아이를 생각한 박 부인은 이 일을 무마하기로 결정했다. "시준아, 오늘은 내 생일이고, 내 생일 소원은 단 하나야."박시준은 관자놀이가 아팠다.자신을 가장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눈앞의 여인은 항상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에게 하기 싫은 일을 강요해왔다."나도 여자고, 네 형이랑 너를 낳아봐서 임신 10개월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 난 그저 네가 아이 엄마한테 조금이라도 더 잘해주었으면 좋겠어... 시준아, 약속해 주겠니?"박 부인의 말은
그는 줄곧 그날 밤 자신의 몸 아래에 있던 여자가 진아연이라고 생각했다!심윤인 것을 알았다면 그는 절대로 그녀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다.다른 한편.진아연은 친구들을 불러 해산물을 먹고 있었다.엄마가 돌아간 후 한동안 그들이 옆에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이렇게 빨리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지금도 엄마에게 일어난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지만, 왕은지와 너 죽고 나 죽고 할 충동은 생기지 않았다.마이크가 위정의 잔에 술을 따랐다.위정: "저 운전해서 왔어요."아연은 위정의 잔에 주스를 따라 주었다. "위정 선배 술 못 해. 오늘은 너 혼자 마셔, 마이크!"여소정: "진아연, 너 나 무시하는 거야? 나도 잘 마신다고!"진아연: "너 주량 좋은 건 아는데, 준기 씨가 널 취하지 않게 지켜보라고 당부했어."여소정은 '쳇' 하더니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크와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너희들 술 좀 적게 마셔. 내가 해물 먹자고 불렀지, 술 마시자고 불렀냐?" 진아연이 못마땅해하며 그들에게 말했다.마이크: "해물이 뭐가 좋다고... 파티에서 술도 안 마시면 무슨 재미야?"여소정이 맞장구쳤다. "맞아! 술 안 마실 거면 차라리 집에서 티비나 보고 말지!"진아연은 그들을 무시하기로 결정했다.둘은 몇 잔 주고받더니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진아연은 두 아이에게 새우살 게살을 가득 까준 뒤 자신도 먹기 시작했다."아연아, 세연이가 널 직접 만나 인사하고 싶어 하더라." 위정은 마이크와 여소정이 조금 취한 것을 보고 진아연과 이야기를 나눴다."먼저 재활 치료 잘 하라고 하세요. 세연 씨가 일어설 수 있게 되면, 우리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진아연은 조금 걱정되었다. "세연 씨가 일반인이라면 그렇게 우려할 필요가 없는데, 지금도 여전히 인기가 장난 아니잖아요. 사람들이 그를 찾아내게 되면 분명 난리가 나겠죠. 그렇게 되면 재활 치료는 물론 정상적인 생활에도 지장이 생길 거예요."위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이 질문은 그녀를 잠시 침묵하게 만들었다."선배는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있어요?"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사랑한 적 있다면, 제 심정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위정은 고개를 저었다."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소유욕이 생겨요. 그의 모든 것이 내 것이길 바라고, 그의 눈에는 나만 보이기를 원하죠. 그리고 이 사랑에는 아무런 빈 틈이 없기를 더더욱 바라요." 그녀의 입가가 살짝 꿈틀거렸다. "하지만 선배도 봤잖아요. 그 사람에게는 시은이가 있어요. 시은이를 치료하기 위해 그는 심지어 자신조차도 팔 수 있다고요.""처음에는 시은이에게 지적 장애가 있는 줄 모르고, 그녀를 마음속의 가시처럼 생각했어요. 나중에 그녀가 정상인이 아니란 걸 알았을 때, 그런 적개심도 점차 사그라들었죠. 시은이에게 2차 수술을 해줄 수 있냐고 묻는다면, 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안 할 거예요."위정은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만약 박시준이 시은이에게 수술을 한 사람이 나인 걸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일 거 같아요?" 진아연은 술병을 들고 잔에 따르며 천천히 말했다. "박시준은 심윤을 어떻게 대했죠? 심윤에게 감지덕지했고, 심윤이 어떤 요구를 하든 다 들어줬어요... 위정 선배, 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여자 때문에 나한테 감사해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어요."진아연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감사는 필요 없어요!"위정은 그녀 앞의 술병을 치웠다. "아연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 박시준은 너에게 완전하고 티없는 사랑을 줄 수 없고, 그렇다면, 넌 차라리 그런 사랑은 없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거겠지.""그것뿐이겠어요? 그 사람은 나에게 동등한 사랑을 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될 수도 없어요!" 진아연은 술을 한 잔 밖에 마시지 않았지만 얼굴은 붉었고, 말투는 씁쓸했다. "박시준은 우리의 아이를 원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떻게 심윤을 임신시킬 수 있죠? 왜 심윤에게 아이를 지우라고 강요하지 않는 거죠? 하!"위정은 그녀의 잔에 주스를 부었다.
라엘은 억울해하며 말했다. "지난번에 약속했잖아? 앞으로 시은이에게 화내지 않을 거라고."한이는 동생의 손을 잡고 교실로 들어갔다.시은의 수술 일정은 이미 결정되었다.그녀는 긴장되고 겁이 나서 그들을 찾아왔지만 상황을 바꿀 수 없었다.박시준에게 가서 그의 위로를 구하는 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었다.오후 3시.홍 아줌마가 박시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전화를 받자마자 홍 아줌마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시은 아가씨가 또 사라졌어요! 경호원과 함께 스타팰리스 별장을 안팎으로 한 시간 넘게 수색했지만 찾지 못했어요!""스타팰리스는 뭐 하러 간 겁니까?!" 박시준은 차 키를 들고 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시은 아가씨가 아침에 학교에 간 뒤 계속 한이가 보고 싶다고 했어요... 제가 안 된다고 하니 투정을 부리더라고요. 밥도 안 먹고 물도 안 마시고... 전에는 이런 적 없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어 아가씨를 데리고 한이를 찾아간 거예요." 홍 아줌마의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시은은 수술 후로 자아의식이 강해져서 보살피기가 쉽지 않았다!"그래서 시은이를 데리고 진지한을 찾아간 겁니까?" 박시준은 그 아이의 이름 세글자를 말하면서 마음에 가시가 박힌 듯했다. "그 아이가 시은이를 숨긴 건 아닌가요?""아니요! 제가 아가씨를 데리고 유치원에 가서 한이와 라엘을 만났어요. 그 아이들은 몇 마디만 하고 바로 교실로 돌아갔어요." 홍 아줌마는 사실대로 말했다. "유치원에서 나오고 나니 아가씨가 별장 단지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들어갔는데... 눈 깜빡할 사이에 사라졌어요!"홍 아줌마는 울어서 숨도 제대로 돌리지 못했다.박시준은 눈썹을 찌푸렸다. "알겠습니다. 울지 마세요. 제가 바로 가겠습니다! 시은이는 아직 단지 안에 있을 겁니다."홍 아줌마는 흐느끼며 말했다 "시은 아가씨는 원래 말을 잘 들었는데... 수술하는 게 무서워서 숨었을 거예요.""알아요." 박시준은 어젯밤 그녀를 겨우 달래서 재웠다.그도 그녀가 고통받는 것을 원하
라엘과 한이는 재빨리 문으로 달려갔고 인터폰을 통해 문밖에 서 있는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엄마! 쓰레기 아빠 왔어요!" 라엘은 두려움 속에 약간의 흥분을 안고 진아연을 향해 재빠르게 달려갔다.진아연은 앞치마를 내려놓고 딸을 안았다."우리 딸 두려워하지 마. 오빠랑 먼저 방으로 들어가 있어." 진아연은 한이에게 눈치를 줬다.한이는 마지못해 다가와 동생을 데리고 방에 들어가 있었다.진아연은 아이 방에서 나와 거실을 지나 문을 열었다.박시준이 문밖에 서 있었다.붉은 노을빛이 그의 뒤를 비춰 그의 얼굴은 더욱 입체적으로 보였다."시은이가 사라졌어. 걔를 돌보던 가정부 아줌마가 너희 별장 단지에서 사라졌다고 했어." 박시준은 자신의 의도를 설명했다. "다른 집은 다 찾아봤는데 없었어.""그래서 내 집에 찾으러 온 건가요?" 진아연은 덤덤하게 그를 쳐다보았다.박시준은 그녀의 맑지만 차가운 눈을 마주 보며 평온하게 말했다. "난 사람을 찾으러 온 거지 집을 부수려고 온 게 아니야.""시은이가 우리 집에 없으면 어떻게 수습할 건데요?" 진아연은 문을 활짝 열며 그가 대답하기를 기다렸다."원하는 게 뭐야?" 그는 계단을 올라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섰다.그의 뜨거운 오라가 느껴졌다!그녀는 바로 한 걸음 물러나며 빠른 속도로 말했다. "시은이가 우리 집에 없으면, 앞으로 다시는 우리 집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고 약속해요!"박시준은 사색에 잠긴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잠시 후 그의 얇은 입술이 가볍게 갈라졌지만 그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시은아! 빨리 나와! 오빠가 널 데리러 왔어!" 그는 아연의 뒤에 있는 텅 빈 거실을 향해 외쳤다.시은이가 여기에 있다면 그의 목소리를 들은 후 반드시 나올 것이다."시은아! 오빠 말 들려? 오빠가 데리러 왔어!" 대답이 없자 그는 다시 소리쳤다.진아연은 그가 다정하게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다.마치 정말 시은이의 오빠인 것처럼!정말 오빠라 할지라도 그는 시은이의 친오빠가 아니다.박
그녀가 홧김에 했었던 말을 그는 평생 마음에 둘 작정인 건가?저녁 식사 후 그녀는 마이크에게 전화를 건 뒤 스피커폰을 누르고 주방 청소를 시작했다."아연아, 오늘은 좀 늦게 들어갈게!" 마이크가 진지하게 말했다. "술 마시러 가는 건 아니고, 해야 할 일이 있어... 회사 일이야! 내일 얘기해 줄게."진아연: "알았어. 큰일은 아니지? 네가 갑자기 이렇게 진지하니까 적응 안 되잖아."마이크가 웃으며 답했다. "내가 또 밖에서 놀고 있는 줄 알까 봐 얘기하는 거야. 밥은 안 남겨도 돼.""응."전화를 끊은 후 텅 빈 집을 둘러보니 엄마가 생각났다.그녀가 가정부를 고용하지 않는 이유는 엄마가 평소에 했던 일을 모두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엄마는 집안일을 하시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생각하면 할수록 자책감이 들었다.임신한 후로 엄마는 계속 그녀를 돌봐주었다.아이가 태어난 후, 엄마는 최선을 다해 두 아이를 돌보았다.자신을 위해 살았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전에는 이런 생활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모든 정력이 회사와 아이한테만 있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엄마! 오빠가 나 괴롭혀요!" 라엘이 갑자기 억울한 표정으로 뛰쳐나왔다.아연은 재빨리 눈가의 눈물을 닦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표정으로 바꾸었다. "오빠가 어떻게 괴롭혔어?""내가 숙제를 제대로 하지 않았대요. 고치지 않으면 내 공책 찢어버리겠대요!" 라엘은 뽀로통해서 고자질했다.아연은 딸을 데리고 방에 돌아가, 딸의 숙제를 확인했다.한이가 미간을 찡그린 채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했다.라엘은 확실히 숙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라엘아, 엄마가 가르쳐줄게. 먼저 지우개로 이 선들을 지우자." 진아연은 딸을 의자에 앉히고 참을성 있게 가르쳤다.숙제하는 걸 도와주고, 아이들을 씻기고 나니 시간은 저녁 10시가 되어 있었다.진아연은 지친 몸을 끌고 방에 돌아왔다.머리가 텅 빈 듯했다.많은 일을 한 것 같았지만,
박시준의 저택.박시준은 밤새 잠을 자지 않았다.시은의 지능은 예전보다 높아졌고, 그의 휴대폰 번호도 기억할 수 있어, 밤새 혼자 숨어 있을 리가 없었다.어젯밤 그는 스타팰리스 별장 단지에 사람을 배치해두었다.하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그들이 시은이를 찾지 못했다는 의미였다.비록 날씨는 구정 때보다 많이 풀렸다고 하지만, 밤에 밖에 있으면 추위에 벌벌 떨게 분명했다.그녀는 어디에 숨은 것인가?마음씨 좋은 누군가가 그녀를 집에 재워주긴 했을까?그는 자책했다.첫 수술을 할 때에도 가출했었는데.그는 그녀의 지능이 예전보다 높아졌기에, 감당할 수 있는 것도 많아졌다고 생각했다.수술을 해야 하는 이유를 그녀에게 몇 번이고 설명했고, 그녀가 조금이라도 이해해 줄 줄 알았다.그녀가 여전히 크게 거부감을 느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이럴 줄 알았다면 그는 그녀에게 수술을 강요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평생 바보로 사는 것 또한 원하지 않았다!만약 그가 그녀보다 먼저 죽는다면?그가 없으면 누가 그녀를 보호할 것인가?그는 그녀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머릿속으로 그런 장면을 상상만 해도 용납할 수 없었다.그의 내면세계는 이 세상의 사람들은 두 가지 부류로 나누고 있었다.한 가지는 일반 사람들이고, 다른 한 가지는 그와 시은이다.박시준은 스타팰리스 단지로 가서 다시 구석구석을 찾아보았다.이어 그는 상황실로 가서 각 차량의 출입 기록을 확인했다.오후 2시.CCTV 영상 속 익숙한 랜드로버가 지하 차고에서 나오는 것이 그의 빨개진 눈에 들어왔다.그는 마우스를 클릭해 화면을 일시 정지시켰다."...진아연의 차잖아?"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영상의 시간을 확인했다. "저녁 10시 반에 어디로 가는 거지?"옆에 있던 사람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시은이를 찾고 있던 게 아닌가?왜 진아연을 언급하는 거지?그는 휴대폰을 꺼내 진아연에게 전화를 걸었다.별장 내 진아연의 휴대폰이 울렸
박시준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시은이가 병원에 있다고?!누가 그녀를 병원에 데려간 거지?왜 수술 전에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을까?"누가 시은이를 병원에 보냈나요? 지금 어느 병원에 있죠?!" 박시준은 휴대폰을 꼭 쥐고 상황실을 빠져나왔다!"죄송합니다. 자세한 상황은 저도 몰라요. 여기는 성심병원 제3병원입니다." 말을 마친 낯선 여자는 전화를 끊었다.성심병원 제3병원!또 성심병원 제3병원!심윤은 중앙병원에서 시은에게 수술을 진행할 예정이었다!그렇다면 심윤도 시은이가 성심병원 제3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받고 성심병원 제3병원에 간 것이다.누가 시은을 성심병원 제3병원에 보낸 거지?진아연인가?하지만 그가 어젯밤 그녀의 집에 갔을 때, 시은이는 거기에 없었다!시은이는 다소 제멋대로지만 그의 앞에선 매우 순종적이었다.그의 목소리를 듣고도 응답하지 않을 리 없었다.그의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되었다!다른 일은 잠시 접어둘 수 있었다.시은이만 무사하다면.두 시간 뒤.박시준은 성심병원 제3병원에서 수술을 마친 시은이를 만날 수 있었다.그녀의 머리는 거즈로 두껍게 싸여 있었고, 눈을 감고 있는 걸로 봐서는 잠이 든 것 같았다."수술은 어땠나요?" 박시준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심윤은 웃으며 대답했다. "상황은 좋아요. 수술하는 동안, 계속 얘기를 나눠서 깨어 있었어요."심윤 얼굴의 웃음을 보고 박시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심윤 씨, 왜 나에게 먼저 알리지 않았어요?""미안해요!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어요. 중앙병원에서 이것저것 많이 챙겨와야 했으니까요. 수술실에 들어가서야 당신한테 알리지 못한 게 생각났어요!" 심윤은 억울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박시준은 그녀의 수술 가운과 장갑에 묻은 피를 보고 더는 그녀를 추궁하지 않았다."심윤 씨, 고마워요." 그는 낮고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나한테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당신은 내 남자 친구잖아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 걸요." 말을 마친 심윤은 옷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