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유정은 진아연이 떠나자 바로 진지한에게 전화했고진지한은 상미를 안고 병원 근처의 공원에서 산책하고 있었다.그는 배유정의 연락에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엄마 방금 갔어?"방금 떠났어요. 그런데 어머님께서 오신 걸 어떻게 알았어요?" 배유정은 궁금한지 진지한에게 물었다."한 시간 전에 딸과 함께 갔는데 병실 밖에서 봤어." 진지한은 한숨을 내쉬면서 그녀한테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찾아왔어?""엄마 보러 왔어요. 그런데 어머님께서 진짜 너무 친절하세요! 내일 아버님과 함께 오실 거라고 했어요." 배유정은 너무 감동인지 말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배유정은 어머니가 집안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해서 스스로 어머니를 챙길 생각이었는데진지한과 그의 가족이 선뜻 나서서 이들을 도와줄 거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지금 딸과 함께 갈게." 진지한은 간략하게 배유정에게 설명했고"아니면 딸은 집에 보내고 오는 게 어때요? 그래도 병원인데, 혹시 딸이 병을 옮으면 안 되잖아요." 배유정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저희 고향에는 웬만하면 아이들을 데리고 병문안 혹은 다른 사람의 장례식에 가지 않아요.진지한은 어릴 때부터 자유롭게 자랐고 진자연 또한 이에 뭐라고 하지 않아 그는 이런 관습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하지만 배유정의 말대로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해 혹시 병원에 가서 병이라도 옮으면 안 된다는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럼 일단 딸과 함께 집에 갈게." 진지한은 그녀의 말에 동의하고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네. 혹시 심심하면 아이를 가정부한테 맡기고 일해도 괜찮아요." 배유정은 진지한이 혼자 아이를 돌보면 힘들 거나 심심해할까 봐 걱정이었다.아이를 돌보는 일은 원래 지루하고 힘든 일이고처음에 느끼게 된 신선함은 천천히 사라지게 되기 마련이었다."이번 주말에는 딱히 할 일이 없어. 그리고 밖에 바람이 불어서 딸이 감기 걸릴까 봐 걱정이야." 진지한은 딸을 안고 차에 탄 후, 집으로 운전했다. "점심에 가정부한테 부탁해 음식을 보내
진지한은 20대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를 마주할 때마다 어린아이 같은 느낌을 받는다.설마 이게 엄마 본연의 압박감인가?"엄마, 짐은 괜찮아요. 필요한 물건은 없어요." 진지한은 깊게 한숨을 내쉬면서 답했다."아, 그래. 그럼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바로 말해." 진아연은 조금 진정되었는지 부드러운 말투로 말을 이었다. "한이야, 엄마는 지금 진지해. 유정이만 괜찮다면 너희 그냥 동거해! 함께 살아봐야 서로 맞는지 알 수 있어. 그리고 혹시 서로 잘 지내게 되면 상민이를 데려가서 같이 함께 지내면 좋지 않을까?"진지한은 어머니의 말에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엄마, 상민이를 좋아하지 않았어요?""당연히 좋아하지. 그런데 상민이는 결국 너와 유정이의 아이야. 너희가 새로운 가정을 꾸렸으면 당연히 아이를 옆에 둬야 하지 않을까?" 진아연은 계속해 말을 이었다. "혹시 상민이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가서 보면 되잖아! 아니면 쉬는 날에 상민이와 함께 와도 되잖아! 어차피 가까우니까 괜찮을 거야."진아연도 아이와 떨어 지내고 싶지 않지만, 배유정의 입장을 생각하면 결혼 후, 이들과 함께 지내고 싶을까?매일 시어머님과 같이 지내고 싶은 며느리가 있을까?자유는 물론 이런저런 부분에서 눈치만 보일 텐데 말이야.진지한은 어머니의 말에 마음이 복잡해졌고 어찌 답해야 할지 몰랐다.배유정과 사귀어 보기로 결정했지만, 아이를 옆에 두고 부모님과 떨어져 살면 허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사실 전에 B국에서 혼자 지낼 때 외로움을 느낀 적이 많지 않았고 이로 인해 영향을 받지 않았었다.하지만 귀국하고 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 시끌벅적한 생활에 익숙해져 갑자기 떨어져 지내게 되면 갭 차이 때문에 가족을 제대로 꾸릴 수 있는지조차 의심되었다."엄마, 그건 나중에 얘기해요!" 진지한은 배유정과 어울릴 수 있는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 이런 결정을 하는 건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제가 그녀와 함께 지내기로 결정하면 그때 알려드릴게요."그래. 그런데 꼭 미리 말해
"감사합니다." 진지한은 아직 배유정에게 말하지 않았다.그런데 방금 배유정의 어머니한테 말했을 때 배유정이 들었다."워크숍을 어디로 가는데요?" 그녀가 딸을 안고 다가오더니 물었다. "지한 씨 회사 워크숍에 제가 가는 게 좀 그렇지 않을까요?"진지한이 대답하기도 전에 배유정의 어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워크숍은 여행 가는 거 아니야? 지한이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같이 가!"배유정은 어머니의 핀잔에 얼굴을 달아올랐다.엄마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다.이번 맹장염 수술을 받기 전에 엄마는 자주 그녀에게 진지한은 쳐다볼 수 없는 존재이니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말라고 했었다.그런 엄마의 태도가 지금 180도 바뀌었다."엄마, 회사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까 봐 그래요." 배유정은 자신의 걱정을 털어놓았다. "나는 괜찮은데 회사 사람들 입에서 지한 씨 얘기가 나올까봐 그래요."배유정의 어머니가 말을 이었다. "지한 씨가 먼저 같이 가자고 했으니 충분히 고민하고 한 얘기일 텐데 그냥 승낙하면 그만이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배유정: "..."배유정은 어리둥절해 있다가 고개를 돌려 진지한에게 말했다. "지한 씨가 원하면 함께 갈게요."진지한은 대화가 통하는 이런 관계가 좋았다. "자세한 정보는 이따가 보내드릴게요." 진지한은 딸을 그녀의 품에서 안아왔다. "우리 먼저 밥 먹으러 가요!""네."밥을 다 먹고 배유정의 어머니는 그들에게 쉬라고 했다.배유정의 어머니는 요즘 매일 병원에 누워있다 보니 지금은 상미와 함께 하고 싶었다."지한 씨, 안방에서 잘래요? 제가 거실에서 잘게요." 배유정은 안방을 쓰는 게 미안했다.진지한: "아니요. 나는 오늘 밤 아들 보러 돌아갈 거예요.""그래요. 나도 상민이가 보고 싶어요. 전 내일 보러 갈게요." 배유정도 아들이 보고 싶었다.진지한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 이번 워크숍이 끝난 후 우리 사이에 별일이 없다면, 상미에 관해 부모님께 말씀드려요! 계속 이렇게 숨고 싶지 않아요."배유정
한지윤은 문자를 받자마자 답신했다: 언제 시간 있어? 나랑 같이 옷 사러 가!배유정:나 내일 상민이 보러 가야 해. 모레 가자!한지윤: 난 언제든지 시간이 있으니 아무때든 불러! 아니면 네 몸 사이즈를 알려주면 내가 가서 사다줄게!배유정: 지윤아, 나 조금 망설여져. 다른 사람에 비해 난 많이 부족해. 그래서 너무 성대하게 치장할 필요 없어. 평소보다 조금 더 격식을 차리면 될 것 같아.한지윤: 왜 남들보다 못하다고 생각해? 워크숍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다 그 사람 회사 직원들인데, 비교할 수 없을 게 뭐가 있다고!배유정: 그 사람 회사 여직원들은 모두 기품이 있고 예뻐. 전에 그 회사에 갔을 때 여자 직원 몇 명을 봤는데, 다들 너무 예뻤어.한지윤: 넌 아름다운 눈을 가졌으니, 네 눈엔 누구나 예쁘게 보이는 거야. 다른 사람의 눈에도 네가 예쁘게 보일지도 모른다고!배유정은 한지윤의 답장에 크게 웃으며 긴장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잠시 후, 배유정이 또 문자를 보냈다: 그 사람이 나한테 워크숍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보내고 나서 다시 얘기하자! 등산 같은 거 가면 운동복 사야지.한지윤: 넌 너무 고지식해서 탈이야. 등산을 가도 하이힐 신는 여자가 있을 거라고.배유정: 난 안 돼. 나는 발목을 다치면 어떻게 해? 남자의 주의를 끄는 것보다 나 자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한지윤: 진지한 씨가 너 같은 진성을 좋아하는 것 같아.몇 초 뒤 한지윤이 답장했다: 진지한 씨와 함께 쇼핑하러 가는 건 어때? 지한 씨에게 골라달라고 하는 게 낫지 않아?배유정은 문득 지난번 진지한과 함께 쇼핑하던 장면이 생각나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그녀가 대답했다: 나는 지한 씨와 함께 쇼핑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한지윤: 왜? 둘이 같이 둘러본 적 있어?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두 사람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거야?배유정: 단둘이 쇼핑한 적이 없어. 지난번에 그 지한 씨가 소미를 데리고 쇼핑하러 갔을 때, 내가 함께했어. 지한 씨는 아무것도 안 따지고 물건
"알았어."박 씨 저택.오늘 라엘은 김세연과 함께 와서 저녁을 먹었기에특별히 진지한에게 전화를 걸어 돌아오라고 했다.모든 사람이 다 모인 뒤 라엘이가 입을 열었다. "저 임신했어요! 하하! 나 드디어 임신했어요! 벌써 두 달이 지났어요! 그동안 참느라 고생했어요!"그러자 진아연이 딸에게 물었다. "언제부터 알게 된 거야? 왜 이제야 말해?"라엘: "일주일 전에 알게 됐는데, 문제가 좀 있었어요. 일주일 동안 침대에 누워있었더니 괜찮아졌어요. 걱정할까 봐 말씀 안 드렸어요."진아연: "괜찮으면 됐어. 하지만 다음에 또 이런 상황이 생기면 나한테 말해. 괜히 너 혼자 겁을 먹고 그러면 내 마음이 아파."라엘: "엄마, 사실 저 괜찮아요.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이런 일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세연 씨가 같이 있어 줘서 괜찮았어요."진아연: "마음가짐이 좋으면 됐어. 임신은 마음가짐이 좋아야 해. 이제 일은 그만두고 몸부터 잘 관리해. 3개월을 기다려야 조금 더 안전할 수 있어!"라엘: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어쨌든 저는 이 아이를 낳아야 해요. 헤헤! 엄마, 하늘은 그래도 제 편이네요.""언니, 축하해요!" 현이가 기뻐했다. "요즘 우리 집에는 정말 경사가 끊이지 않네요. 큰오빠와 소정이 언니도 곧 잘될 거고, 언니도 임신했으니 파티라도 해서 축하해야 하지 않겠어요?""나 며칠 뒤에 출장 가." 진지한이 자신의 상황을 말했다. "축하하고 싶거든 내가 출장 가는 며칠을 택하지 마.""그럼 임신 3개월 때까지만 기다려! 만약 그때 아이가 건강하고 괜찮다면, 다시 축하해!" 라엘이 입을 열었다."그래." 사람들이 만장일치로 찬성했다."참, 오빠, 유정 씨와 지금 무슨 상황이야? 방금 현이가 너희 둘이 곧 잘될 거라고 했는데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라엘은 뭔가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현이가 곧 설명했다: "언니, 사실 나도 잘 몰라요. 제가 엄마랑 아빠랑 얘기하는 거를 몰래 들었어요.""오빠, 그러면 우리가 이렇게
보는 사람이 없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녀는 반나절 동안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했고, 옷차림이 예쁘지 않으면 직원한테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심지어 자신이 너무 잘 차려입으면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꽃뱀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워크숍 때 복장을 통일한다고 했다.배유정은 자신의 옷 사이즈를 진지한에게 보낸 뒤 한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지윤아, 나 진짜 창피해! 통일된 복장을 주문하여 워크숍 간대."전화기 너머로 한지윤은 무심한 듯 말했다. "이게 뭐가 창피해! 너는 그들 회사의 직원도 아닌데 반드시 회사의 단체복을 입어야 한다고 강요할 수 없어. 잘 들어, 절대 그들과 같은 옷을 입으면 안 돼. 단체복은 보통 안 예뻐! 네가 그때 가서 좀 예쁘게 꾸미면 문제없어!""하지만 이미 진지한에게 내 사이즈를 얘기했어. 단체복을 보내준다고, 입으라고 했어." 배유정은 더 난감해졌다. "됐어. 그냥 똑같이 입어야지! 잃어버려도 복장으로 일행을 찾을 수 있잖아."한지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탐험하러 가는 게 아니라 진지한이랑 놀러 가는 건데, 어떻게 잃어버릴 수 있어?"배유정: "하지만 난 멀리 나가본 적이 별로 없고 방향 감각도 별로 안 좋아."한지윤이 갑자기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도 같이 갈까? 너랑 진지한이 연애하는 동안 내가 망봐줄게!"배유정은 소름 돋았다. "하지 마! 나는 지한 씨랑 있는 게 불편해. 지한 씨는 생활 속에서도 매우 진지하거든...""그런데 넌 왜 그렇게 좋아하는 거야?""냉정해 보여서 좋아. 어렸을 때부터 로맨스 소설을 많이 읽어서 이런 스타일의 남자 주인공을 좋아해. 나는 진지한과 함께 있으면 늘 긴장하지만, 그래도 그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해." 배유정은 일부러 자랑할 의도가 없었지만 한지윤은 부럽기만 했다."유정아, 나 지금 밖에서 밥 먹고 있어, 이따가 집에 갈 때 네가 사는 동네를 지나갈 건데 네 별장을 구경해도 될까?" 한지윤은 진작
"텐트를 따로 만들어 줘." 진지한은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다. "배유정 씨는 우리 회사의 직원이 아니어서 다른 직원들과 같은 텐트를 쓰면 불편할 거야.""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사실 저는 배유정 씨가 대표님과 같은 텐트를 사용하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추형이 대담하게 건의했다. "어차피 대표님이 배유정 씨를 데리고 갔으니, 모두가 두 사람이 그런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게다가 두 사람이 잘 어울리는지는, 그 방면의 일도 매우 중요해요."진지한: "..."그는 아직 배유정과 동거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텐트 하나 따로 만들어줘!" 진지한이 방금 한 말을 되풀이했다."네 대표님! 바로 가서 준비하겠습니다!" 추형은 더 이상 따져 묻지 않았다. 정말 대표님을 화나게 하면 보너스가 없을 게 분명했다. "대표님, 전에 제 보너스를 제외한다고 하셨는데, 진심이신가요, 아니면 저를 겁주려는 건가요?"진지한: "한마디만 더 하면 진짜로 공제할 거야."추형은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1초도 지체할 수 없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4월 30일이 되었다.워크숍은 4월 30일과 5월 1일, 1박 2일이다.배유정은 아침 일찍 짐을 싸서 드림메이커 그룹 빌딩 앞에 도착했다..추형이 그녀를 발견하고 손짓했다."배유정 씨, 이따가 대표님과 같은 차로 움직이세요." 추형은 그녀를 나중에 앉을 차 쪽으로 데려갔다.직원들은 모두 버스를 타지만, 진지한은 오프로드 차량을 운전했다."그 사람이 그래요?" 배유정이 물었다."네. 대표님에게 미리 물어봤어요. 밖에 햇볕이 뜨거우니 일단 차에 타고 기다려요! 대표님께서 곧 도착할 거예요." 추형은 이제 배유정에게 더욱 정중하게 대했다.어쨌거나 그녀는 미래의 사모님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말이다.배유정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오프로드 차량에 올랐다.20분 후, 진지한의 운전사가 그를 회사에 데려다주었다.그는 선글라스를 쓰고 흰색 캐주얼 티셔츠에 회색 바지 차림이었다. 분명히 단체복인데,
"엄마, 유정 씨 가족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안 드세요?" 라엘이는 옆에 앉아 엄마가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며 웃었다. "그 사람들 아직 엄마 사돈이 아니라고요! 저희 시부모님께도 뭘 좀 드리라는 말도 안 하시더니."진아연은 딸을 흘겨보고 대답했다. "너희 시부모님이 이 정도 먹을 게 부족할 것 같니? 내가 유정 씨 가족에 대해 더 관심을 두는 이유는 유정 씨 어머니께서 수술하셨기 때문이야. 몸보신을 위해 좋은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하니까. 게다가, 유정 씨의 가정 형편이 좋지 않으니, 내가 좀 더 보살펴야지. 하지만 네 시부모님은 돈도 많으신데 내가 보살필 필요가 없지!"라엘이는 엄마의 편애를 진심으로 탓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를 놀리고 싶었을 뿐이었다."만약에 유정 씨가 오빠랑 잘 되면, 유정 씨에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시어머니' 라고 써달라고 부탁할게요!" 라엘이는 엄마를 계속 놀렸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돈이기도 하네요!""그래! 유정이가 주는 건, 뭐든지 다 좋아." 진아연은 유정의 부모에게 줄 물건을 한쪽으로 들고 가서 박지성을 향해 말했다. "지성아, 운전기사와 함께 물건을 전해드리고 오렴."박지성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데 엄마, 그분들한테 전화해서 얘기 좀 해드리면 안 될까요? 제가 막무가내로 찾아가서 그분들을 놀라게 할까 봐 걱정되네요.""나는 유정이 엄마 번호가 없어." 진아연이 지난번에 배유정의 어머니를 보러 병원에 갔지만, 주로 병문안을 하느라 연락처를 묻는다는 것을 잊었다. "유정이가 지금쯤 가고 있을 테니 방해하지 않는 게 좋겠어. 네가 직접 물건을 드리며 우리의 마음이라고 말해줘."박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남아서 밥 먹으라고 하면 밥 먹고 와도 돼." 진아연은 아들이 다른 사람을 거부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 봐 걱정했다.지난번 배유정의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아연은 배유정의 어머니가 매우 순박하고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진아연은 특히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