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A도 먹였어요. 지난 번에 말했듯이 영양사가 먹이라고 추천해 줬거든요. 이제는 이유식도 먹을 수 있으니까 매일 과일이랑 야채같은 거 갈아서 먹이고 있어요. 입맛이 좋아서 한 그릇 씩은 먹을 수 있어요." 진아연은 웃으며 말했다. "한이가 자꾸 저희한테 상민이 너무 뚱뚱하다고 너무 많이 먹였다고 뭐라고 하거든요. 사실 뭐 딱히 많이 먹이지도 않았는데 녀석이 엄청 잘 자라는 거예요.""뚱뚱한 건 아니고 그냥 보통 또래 애들보다는 좀 큰 거 같아요." 배유정은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다른 6개월 된 아기들보다 키가 더 크더라구요. 따라서 체중도 좀 더 무겁구요. 그래도 다 정상 범위 안에 있어요.""네. 어머님 매일 집에서 아기 보느라 고생이 많으세요." 배유정은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제 친손자인데 힘들 게 뭐가 있겠어요! 그리고 옆에서 도와주는 아주머니도 있구요. 밤에는 거의 아주머니가 데리고 자고 있어요!" 진아연은 별로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다.적어도 지난 6개월 동안 매일매일 충실한 삶을 살아온 것 같았다.상민이가 조금만 더 크면 손자를 데리고 여기저기 놀러 다닐 수 있을 것이다.드림메이커 그룹.진아연은 진지한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유정 씨 왔으니 점심에 집에 와서 밥 먹을 거냐고 물었다.배유정은 오늘 하루 휴가를 냈기에 상민이와 시간을 더 보낼 계획이였다.진지한은 오늘 조금 바빴기에 거절했다.점심 시간에 그는 비서와 함께 식당에서 먹었다.배달 음식도 자주 먹다보면 느끼하고 질리기 마련이다.가끔 구내식당에 가서 먹으면 느끼함을 달래주는 것 같았다."대표님, 어젯밤에 배유정 시랑 차 마셨어요?" 추형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차?" 진지한은 비서를 노려보며 말했다. "누가 너한테 그런 얘기했어?""그냥 추측한 거에요... 차 마시러 안 갔어요?" 추형은 계속해서 물었다. "그럼 어젯밤에 호텔에서 나와서 어디 가셨어요?""아들이 아파서 놀 기분 아니였어. 어제 집에 데려다 주고 난 집에 갔어." 진지한이 대답했다. "왜
진지한은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구내식당인지라 사람도 많고 듣는 귀도 많으니 이곳에서 사적인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밥 다 먹고 나가서 얘기하지.""네, 알겠습니다." 유원동은 방금 용기를 다 써버렸다.갑자기 볼이 빨개지고 당황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추형은 진지한에게 밥을 가져다 주었다, 맞은 편에 사람이 앉아있는 것을 보고 눈치껏 다른 테이블에 앉았다."회사에 대해 뭐 제안할 거 있어?" 진지한이 먼저 침묵을 깨뜨리고 유원동에게 말을 걸었다.유원동은 어찌 감히 상사 앞에서 함부로 말을 지껄이겠는가, 그렇기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회사 너무 좋은 거 같아요. 직원 혜택이든 급여든 다 같은 업계 회사보다 대우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에서 일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진지한은 유원동의 아첨을 듣고 아무 감흥도 없었다: "이런 쓸모없는 얘기는 안해도 돼.""네... 하지만 다 진심으로 한 말입니다!" 유원동은 이런 쓸모없는 말 빼고는 다른 할 말이 없었다.직원으로서 단번에 회사의 문제를 보아낼 수 있다면, 대표인 진지한은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제 주변의 동료들고 저와 같은 생각입니다. 드림메이커에서 일할 수 있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다니고 있습니다. 가끔 야근하는 거 말고는 전혀 문제 없습니다." 유원동이 말했다."나는 야근을 추천하지 않아." 진지한은 자주 야근을 하지만 대표로서 자신의 사업에 신경쓰는 것 뿐이였다.직원들이 야근하는 걸 싫어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임원들과 회의할 때마다 늘 야근을 강요하지 말라고 한다."저도 압니다. 저희 팀장님께서 얘기했었어요. 야근도 아주 가끔 하니까 다들 야근에 대해 불만같은 건 없습니다. 게다가 야근 수당도 적은 편은 아니니까 경제적으로 빠듯한 직원들은 적극적으로 야근 신청할 때도 많아요." 유원동은 진지한과 얘기를 나누며 긴장도 차차 풀린 것 같았다.진지한: "저는 저희 회사에서 다니는 직원들이 경제적으로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네요.""대표님께서 직원들에게
진지한은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비록 유정 씨가 아이를 낳았었지만 그래도 그것과는 상관없이 아주 좋은 여자라고 생각합니다. 대표님께서도 유정 씨께 호감을 가지고 계시다면 받아주셨으면 좋겠네요. 관심 없으시다면 단호하게 거절하셨으면 좋겠어요." 유원동은 유정이가 시간 낭비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유정 씨가 대표님께 말씀드렸는지 모르겠지만 제게는 대표님을 좋아한다고 말했거든요."진지한은 잠시 고민하다 물었다: "혹시 원동 씨 거절하기 위해 제 핑계를 댄 건 아닐까요?"유원동은 잠시 멍하니 있다 말했다: "아닐걸요? 저를 거절한지는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사실 제 조건도 괜찮은 편입니다. 유정 씨 따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면 저를 거절하진 않았을 거 같은데요. 정말로 대표님을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아요."진지한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대표님 어떻습니까?" 유원동은 아무 표정없이 서있는 진지한을 바라보며 그의 생각을 종잡을 수 없었다. "저 유정 씨랑 같은 지방 출신입니다. 비록 절 거절했지만 지금은 친구로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유정 씨에게 헛된 꿈 꾸지말라고 설득한 적 있어요. 비록 유정 씨 조건도 괜찮지만 아무래도 대표님과는 격차가 너무 크니까요."진지한: "유정 씨가 뭐라고 하던가요?""유정 씨는 어차피 결혼 급하지도 않고 천천히 기다리겠다고 했어요! 대표님도 아시다싶이 분명 결과가 없을 거라는 거 알면서도 하염없이 기다리는 거 엄청 힘든 일입니다. 전 유정 씨가 시간 낭비하는 거 원하지 않아요. 대표님께서 유정 씨 마음에 없다면 차라리 후련하게 거절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괜히 유정 씨가 헛된 마음 품고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 같은데요.""원동 씨, 성격이 아주 급하신 편이죠?" 진지한이 농담을 던지듯 말했다. "모든 사람이 다 원동 씨처럼 몇 번 만났다고 결혼을 결심하고 그러진 않아요."유원동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제가 대표가 아니라도, 원동 씨처럼 그렇게 빨리 결혼을 결심하진 못할 거예요."
그는 배유정의 딸이 어떻게 생겼는지 지금 당장 가서 확인해야 했다!이 빌어먹을 여자!보기에는 얌전하고 차분해 보였는데 이렇게 겁도 없이 자신을 속이다니!어쩐지 상민이를 주동적으로 박씨 집안에 보내더니, 몰래 애 하나 더 숨겨서 그랬던 건가?그렇지 않다면 세상 어느 부모가 자식을 기꺼이 다른 사람에게 내어줄 수 있겠는가?"대표님!" 유원동은 총총걸음으로 진지한을 뒤쫓으며 물었다. "대표님! 괜찮으십니까!?"유원동은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대표님께서 왜 갑자기 이렇게 화가 나신 건지 이해가 안갔다."저 따라오지 마세요!" 진지한은 화를 내며 소리쳤다.유원동은 즉시 발걸음을 멈추고 자신이 혹시 말실수를 한 것이 아닌지 반성하기 시작했다.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말실수를 한 건지 알 수 없었다.배유정에게 아이가 있다는 건 처음부터 이미 말했고 처음에는 진지한도 분명 아무 반응도 없었다, 그렇다면 배유정에게 아이가 있다는 걸 진지한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게다가 배유정 역시 유원동에게 진지한이 자신에게 아이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얘기했었다.유원동은 아무리 생각해도 짐작가는 게 없었다, 이대로 직장까지 잃을까 봐 두려워 배유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배유정은 휴대폰이 울리는 것을 보고 바로 마당에 나가 전화를 받았다."유정 씨한테 고백할 게 있는데요. 방금 저희 대표님이랑 얘기 좀 했어요!" 유원동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배유정은 떨리는 상대방의 목소리에 당황했다: "무슨 얘기했는데요?""유정 씨에 대한 얘기요.""네? 제 얘기는 왜 하셨어요?" 배유정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심경도 복잡해졌다.그녀의 마음속에는 불길한 예감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별일이 아니라면 유원동이 그녀에게 전화까지 하진 않았을 것이다."대표님께 유정 씨가 대표님 좋아하니까 힘들지 않게 확실하게 표현해 달라고 했죠! 유정 씨랑 같은 지방 출신이기도 하고 친구기도 하니까요. 저도 뭐 특별히 찾아가려고 한 건 아니고 우연히 식당에서 마주쳐서 저도 모르게 찾아
진지한은 이미 회사에서 떠난 상태였다.진지한은 그녀의 위치를 확인하려 했다.배유정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전화를 받았다."배유정, 아직 우리 집이야?" 진지한의 말투는 다소 차가웠다.배유정: "아니요, 방금 당신 집에서 나왔어요.""그럼 당장 집에 돌아가! 나도 당신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진지한은 말을 마친 후 전화를 끊었다.배유정은 휴대폰을 쥐고 고민하다 어머니한테 전화해서 미리 상황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것 같았다.그리고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배유정의 어머니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어치피 오래 숨기지 못할 일이였어, 차라리 잘됐네. 이제부터는 상미 데리고 떳떳이 나가도 되겠네." 배유정의 어머니가 말했다."그 사람이 상미까지 데려갈까 봐 그러죠." 배유정은 비관적으로 얘기했다. "상미 양육권은 지킬 수 있도록 제가 얘기 잘 해볼게요.""그래. 그 집 사람들도 다 좋다면서? 우리 이해해줄 거야. 그 집 아이 낳고 뭐 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잖아.""엄마, 그렇게 얘기하면 안돼요. 이미 그 집 덕분에 혜택 많이 봤어요." 배유정은 한없이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 집 도움 덕분에 지금 가게 장사도 잘 되는 거예요.""걱정 그만하고, 그 집에서 상미 꼭 데려가겠다면 줄 수 밖에 없지! 어떡하겠어,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야지! 네가 애를 낳을 수 없는 것도 아니고." 배유정의 어머니는 딸을 위로하며 말했다. "이 일 때문에 그 집이랑 다투어봤자, 우린 그 집 상대가 아니야."...진지한은 곧 배유정이 살고 있는 동네에 도착했다.전에 한 번 왔었기 때문에 길을 헤매지 않고 잘 찾아왔다.원래는 밑에서 기다리려고 했지만 차를 세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직접 집에 찾아가려 했다.그는 차에서 내려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기억에 따라 건물에 들어선 후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배유정이 살고 있는 층수는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방 번호는 몰랐다.우연하게도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문이 열려있는 집을 보았
배유정은 돌아오며 단지 밖에 세워져있는 진지한의 차를 보았다.하지만 진지한은 이미 차에 없었다.설마 진지한이 벌써 자신의 집에 들어간 것일까?배유정은 빠른 발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진지한은 그녀의 집앞에 놓여있는 진지한의 구두를 보았다.문은 열려있었지만 안에는 아주 조용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배유정은 진지한이 자기보다 먼저 자신의 집을 찾을 줄 생각 못했다.아마 상미를 보러 온 것일 것이다.배유정은 재빨리 현관문으로 다가가 신발을 갈아신었다.배유정의 어머니는 딸이 돌아온 것을 보고 말했다: "둘이 얘기해, 난 가서 장 보고 올게."배유정의 어머니는 이미 해야할 말을 진지한에게 다 했다, 하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결국은 딸과 진지한 두 당사자가 직접 얘기해야 했다.배유정은 대답한 후 안으로 들어갔다.진지한은 상미를 안은 채 거실에 서있었다.상미도 아직 어려서 낯을 가릴 나이는 아니었다.누가 안아주든 다 좋아했다.배유정은 화목한 부녀지간의 모습을 보고 뭔가 가슴이 뭉클해났다.보아하니 진지한이 딸을 아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았다."배유정, 너한테 딸이 하나 더 있다는 거 몰랐다면 나한테 평생 숨길 생각이었어?" 진지한이 물었다.배유정은 문을 닫고 그의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그럼 제가 물어볼게요. 만약에 제가 쌍둥이를 낳았다고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했다면 당신네 집에서 아이 두명 다 데려가지 않았을까요? 어쨌든 전 돈이 없으니까 애들이 제 곁에서 고생하는 걸 원하지 않을 거잖아요."배유정은 말하며 소파에 앉았다."비록 부유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이 하나쯤은 제 곁에 두고 싶었어요. 당신이 저였다면 더 좋은 방법 있어요?"진지한은 그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자신을 속였다는 생각에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당신한테 딸이 있다는 거 알았다고 지금 내가 데려갔어?" 진지한이 되물었다."전에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확신할 수 없었어요, 함부로 모험할 수 없었다고요.""이렇게 오랫동
배유정은 갑자기 부드러워진 진지한의 모습에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그녀 역시 자신의 아이가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아빠의 사랑도 받을 수 있다면 물론 가장 좋은 것이다."배유정, 내가 딸 데려가는 게 싫으면 오늘 당장 이사해." 진지한은 딸의 양육권 문제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대책이 없었다.이대로 딸을 데려간다면 배유정은 무너져버릴 것이다.그는 이렇게 하고싶지 않았다.다만 딸과 떨어져 지내는 것도 그에겐 어려운 일이였다.배유정은 그가 제기한 요구에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좋아요. 당신이 상미만 데려가지 않는다면 더 좋은 집으로 바꿀게요.""당신이 무슨 좋은 집으로 바꿀 수 있겠어?" 진지한은 그녀를 믿을 수 없었다. "집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지금 당장 짐 정리해."배유정은 즉시 소파에서 일어나 순순히 짐을 정리하러 갔다.그녀는 방에 들어간 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장보지 말고 어서 돌아와 짐을 정리하라고 했다.진지한은 한 손으로 딸을 안고 다른 한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비서에게 전화를 걸며 지금 당장 청소부를 찾아 도심에 있는 별장을 깨끗이 정리하라고 했다.추헝: "알겠습니다, 대표님. 근데 대표님께서 직접 지내시려구요?""제일 늦어도 내일까지 믿을 만한 가정부 세 명 알아봐. 한 명은 밥하고 한 명은 청소하고 다른 한 명은 아이 볼 수 있게." 진지한은 추형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당부했다."알겠습니다, 대표님." 추형은 당황스러웠지만 바로 가정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오늘 저녁 6시 전까지 별장 청소 마쳐야 해." 진지한이 말했다."알겠습니다, 대표님. 다른 지시 사항 또 있으신 가요?" 추형은 진지한의 지시 사항을 하나씩 적었다."일단은 없어, 또 생기면 그때 얘기해.""알겠습니다, 대표님. 대표님 혹시..."추형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진지한은 전화를 끊어버렸다.아직 딸의 문제에 대해 해결되지 않았기에 다른 사람과 이 일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배유정은 침실에서 진지한이 하는 얘기를
배유정의 어머니가 돌아왔을 때 진지한은 거실에서 상미를 안고 있었고 배유정은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배유정의 어머니는 웃으며 진지한에게 물었다: "그렇게 아기 계속 안고 있으면 안 힘들어요? 아기침대에 둬도 괜찮아요, 그럼 덜 힘들 텐데.""전혀 안 힘들어요." 진지한은 정말로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상민이는 더 무거워요. 그래도 매일 안아주고 왔다갔다 하면서 달래고 있어요.""그렇게 애 키우면 많이 힘들텐데!" 배유정의 어머니가 말했다. "상민이 너무 애지중지 하는 거 같네요. 그래도 너무 오냐오냐 하면서 키우면 안돼요."배유정은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엄마, 걱정할 정도 아니에요. 어머님 아주 신중한 성격이니까 상민이 너무 애지중지 키우지 않을 거예요."배유정의 어머니: "그래, 그럼 다행이고.""무슨 그런 쓸모없는 걱정을 하세요! 박씨 집안 네 명의 자식들만 봐도 하나같이 다 반듯한 인재잖아요?" 배유정이 말했다. "상민이도 분명 잘 키우실 거예요."배유정의 어머니도 함께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심 불안하기도 했다: "우리 지금 어디로 이사가는 거야? 여기도 조용하고 좋은데! 엄마는 이미 이곳에 적응되서 너무 시끌벅적한 곳으로 이사가면 오히려 적응이 안될 것 같은데!"배유정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진지한이 얘기한 별장이 어디에 있는지도 전혀 모르기 때문이었다.진지한이 대답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새 집은 여기보다 더 조용할 거예요, 시끌벅적할 일은 없습니다."배유정의 어머니는 의하해하며 말했다: "네... 진 대표님, 이사가는 거에 대해 불만은 없습니다만, 저희 딸 가게랑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면 좋겠네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출퇴근 하기도 너무 힘들 것 같아서요!"배유정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엄마, 그만 얘기하세요! 지한 씨가 상미 데려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해요. 어디서 지내든지 상미랑만 같이 살 수 있다면 전 다 괜찮아요."딸의 말을 들은 배유정의 어머니는 얌전히 입을 다물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