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아직 젊어서 급히 결혼할 필요 없다고 생각해." 진지한은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알렸다.라엘: "오빠, 왜 아직 젊다고 생각해? 얼굴 봐. 전처럼 그리 뽀송하지 않아. 많이 늙었어. 사람이 25살 넘으면 몸도 따라가지 못해. 이제부터 점점 더 늙어갈 거야."진지한: "굳이 그런 얘기 할 필요 없어. 우리 사실 같은 나이고 내가 나이를 먹으면 너도 나이 먹는 거잖아.""하하, 진짜 말이 안 통하네." 라엘은 고개를 돌려 엄마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엄마, 뭐라고 좀 해보세요."진아연: "한이야, 다른 사람이 소개해 준 여자들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야?"진지한: "..."라엘: "하하! 오빠, 그런 생각이었어?"진지한: "엄마, 그런 생각 아니에요. 평소 업무도 많아 결혼해도 같이 있을 시간이 없잖아요. 차라리 일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일은 어찌 보면 전부터 꽤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잖아." 진아연은 그의 말에 바로 반박했다. "그리고 10년 넘게 열심히 일해왔는데, 슬슬 생활 패턴도 조금 바꿔야 하지 않을까?""최근 회사에서 새로운 방향을 지정했고 저 또한 이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어서 말이죠..." 진지한은 어머니에게 사업에 관한 얘기를 나눴지만진아연은 그의 사업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아들이 자신만의 계획이 있다는 걸 알고 아들의 실력 또한 믿고 있지만지금은 오로지 아들의 개인 생활에 가장 관심 많았다.항상 혼자 지내던 아들이고 여자친구는 물론 친구조차 몇 명 없어서 그저 걱정 뿐이었다.한이는 어릴 때부터 친구 몇 명 없었고라엘과 지성이처럼 친구를 집으로 부른 적이 없었다."오빠, 설마 세상에서 제일 돈 많은 사람 되고 싶은 거야?" 라엘은 웃으면서 진지한을 놀렸다. "만약 세계 갑부가 될 자신 있으면 굳이 여자친구를 소개해 주지 않을게. 왜냐면 세계 갑부가 되면 88세 노인이여도 18세 같은 이쁜 여자가 결혼을 원할 테니까."진지한은 여동생의 놀림에 화는커녕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세계 갑부
박시준은 모녀 두 사람의 대화를 전부 듣고 있었다.어제 잠을 꽤 잘 잔 탓인지, 그의 머릿속에 웬 황당한 생각이 번쩍 떠올랐다!"방금 아이가 나와 닮았다고 했는데, 설마 우리 집 아이인거 아니야?" 박시준은 식당으로 들어가면서 자기 생각을 알렸다.진아연의 눈빛은 그의 말에 순간 살기가 가득했다!"아빠! 갑자기 무슨 소리예요!" 라엘은 아버지의 말에 순간 마음이 덜컹거렸다."잠깐, 다들 흥분하지 마! 난 아이가 나와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다들 닮았다고 하니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말이야. 그리고 다른 사람이 이유 없이 우리 집에 아이를 보낼 리가 없지... 그리고 아이가 진짜 우리 집안사람일 수 있어! 그런데 내 아이가 아니야...” 박시준은 자기 생각을 전부 토했다.진아연: "..."라엘: "..."진지한: "...""한이는 나와 닮았고 지성이도 나와 닮았어... 혹시 두 사람의 아이가 아닐까?!" 박시준은 자기 생각에 스스로 자랑스러워했다.그리고 아무 잘못 없다는 것 또한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이 아이는 절대 그의 아이가 아니다.그리고 만약 그의 집안사람이라면 무조건 아들들의 아이라 생각했다!진지한: "..."진아연, 라엘: "!!!"진지한은 순간 입맛을 잃었다.아직 여자친구도 없는데, 아이가 생겼다고?그리고 지금까지 유일하게 성관계를 한 번 밖에 가지지 않았고그것도 라엘의 결혼 당일 호텔에서 말이다.설마 한 번으로 여자가 임신한 건가?!"여보, 내 말이 맞다고 생각하지 않아?" 박시준은 생각할수록 흥분한 마음에 진아연이 자기 편을 섰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그는 진아연이 자기 편을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 뿐만 아니라 자기 생각이 맞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아무리 생각해도 가능성이 꽤 높다고 여겼다.진아연은 잠시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물론 황당하지만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그녀는 아들들을 항상 아이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사실 아이들은 이미 성인이고평소 집에서는 얌전한 아이들이지만, 사적으로 여자와
"혹시 지성이의 아이더라도 괜찮아." 박시준은 코를 만지면서 내심 기뻐했다. ”벌써 손자가 생겼는데 나쁠 것 없잖아.”진아연의 얼굴은 그의 말에 갑자기 붉어졌다.벌써 손자를?...손자......그럼 이제 할머니가 되는 건가?그녀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머리가 복잡해졌다.그래도 매일 거울 보면서 꽤 젊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진아연은 한이가 빨리 결혼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이리 빨리 할머니가 될 줄 몰랐다."이따 지성이가 오면 너무 뭐라고 하지마." 박시준은 나쁜 일보다 오히려 충분히 기뻐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다."그리 손자 안고 싶어요?" 진아연은 그를 힐끗 노려봤고박시준은 그녀의 말에 순간 볼이 빨개졌다. "그리 생각하지 않아? 그리고 만약 지성이의 아이면 이뻐하지 않을 거야?"진아연: "..."이럴수가!그녀는 지성이가 벌써 아이를 가졌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진아연한테 지성이는 아직 어린 아이에 불과했지만곰곰이 생각해 보면 만약 지성이의 아이라면 무척 이뻐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라엘이 지성이한테 연락했지만, 지성이는수업 때문에 휴대폰을 무음으로 설정해 전화를 받지 못했다.다만 지성이는 누나의 연락을 확인후전화를 끊은 뒤, 바로 라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누나, 나 지금 수업 중이야! 무슨 일이야!라엘: 우리 집으로 보내진 아이, 설마 네 아이야?!지성: 누나, 지금 무슨 소리야! 갑자기 무슨 말 하는거야!라엘: 뭐가 무슨 소리야! 수업 끝나고 바로 돌아와! 아빠는 지금 자기 아이가 아니라는데, 아이가 우리 집안사람들과 꼭 닮았어. 그러니까 네 아이일 수도 있잖아!지성이는 누나의 말에 넋을 잃었다!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지!그는 이런 생각에 바로 교과서와 책가방을 들고 일어섰다."선생님, 집에 일이 있어서 먼저 돌아가야 할거 같아요!" 지성이는 선생님에게 간단히 상황 알리고 교실을 떠났다.그리고 교실에서 나오자 바로 라엘에게 연락했다."수업 중이라고 하지 않았어? 이제 수업 끝난 거야?" 라엘은 전화를 받자 바
"설마 처남이 아닌 건 아니고?" 라엘이는 차분히 모든 상황을 분석했다. "전에 여성 친구들의 파티에 자주 갔잖아. 그리고 솔직히 술도 못 마시는데, 취하고 나서 여성 친구들이 너 몰래 관계를 가진 게 아닐까?!"박지성: "아! 누나! 그만 해! 소름이 돋네! 우린 그냥 학생들이지, 누나가 생각한 그건 사람들이 아니야! 그건 범죄지.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라엘: "너무 단순해서 문제야. 너무 바보 같아. 사람 마음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는 이유가 엄마, 아빠가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 사회는 복잡하고 학교는 그냥 작은 사회일 뿐이라고."박지성은 누나의 말을 듣더니 절망에 빠졌다. "누나, 그만 해. 지금 바로 돌아가서 검사받을게."라엘: "그래. 너무 속상할 필요 없는 게 엄마, 아빠도 꽤 좋아해. 만약 네 아이라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엄마, 아빠가 잘 키워줄 거야."라엘이는 목소리는 점점 부드러워졌지만지성이의 마음은 갈수록 무거워졌다.그는 부모님의 비난보다 만약 진짜 그의 아이라면 언제 누구와 관계를 가졌는지 궁금했다.그는 이런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답답해졌다.라엘이는 그와 달리 통화를 마친 후, 기분이 좋아졌다.그래도 이걸로 가족 내의 위기가 해결되었으니까 말이다.아버지의 아이가 아니라면 오빠의 아이든, 동생의 아이든 모두 축하할 만한 일이라 생각했다!"아빠, 진짜 아빠의 아이가 아닌 게 확실한 거죠?" 라엘이는 여전히 걱정인지 아버지한테 재차 확인했다.박시준은 드디어 숨이 트이는지 바로 설명했다. "넌 왜 아빠 말을 안 믿어?"라엘: "제가 믿지 않는 게 아니라 지성이도 여자와 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고 해서 말이에요. 그래도 꽤 순진한 아이잖아요!"박시준: "..."그럼 지성이의 아이가 아니라면...박시준은 바로 시선을 한이에게 돌렸다."한이는 더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진아연은 갑자기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그녀는 지성이가 겉과 같이 순진한 아이일 거라 생각 못 했다.이제 성인이고 몰래
다만 문제를 확인하기 전까지 호텔에 가서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한이는 바로 기사님에게 부탁해 함께 호텔로 향했다.한이가 자리를 떠난 후, 박시준과 진아연은 서로 마주 보면서 얘기를 나눴다."방금 돌아왔는데, 쉬지도 않고 어디 가는 거지?" 박시준은 아들이 어디 가는지 매우 궁금한 모양이었다.진아연: "저도 몰라요! 그런데 생각이 많은 것 같네요.""나도 그리 생각해. 내 아이가 아닌 자기와 지성이의 아이일 수도 있다는 말에 갑자기 말이 없어졌어." 박시준은 말할수록 마음속의 궁금증이 커졌다."혹시 한이의 아이라 생각하는 거예요?" 진아연은 바로 그한테 물었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거예요?""왜 그런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해? 설마 아직도 나를 의심하는 거야? 매일 함께 지내고 있는데, 내가 뭐 하는지 다 알고 있잖아. 그런데 한이가 1년에 몇 번 돌아왔어? 충분히 의심할 수 있지 않을까?" 박시준은 매일 의심 받는다는 생각에 내심 속상할 뿐이었다.전날 밤, 진아연은 그한테 침실에서 자는 걸 허락했지만, 마음속의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이기 때문이었다."그럼 무슨 생각인 거죠? 아들은 20살 넘은 나이고 다른 여자와 아이를 낳아도 뭐라고 할 수 없잖아요! 어찌 보면 당신과 다른 상황이에요." 진아연은 말하면서 문밖을 힐끗 바라봤다. "돌아오면 다시 물어볼게요.""난 아이나 보러 갈게." 박시준은 방안의 아이가 손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밉다는 생각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호텔.진지한은 호텔에 도착하자 바로 객실부 매니저를 찾아 라엘이의 결혼식 당일 밤에 음료수를 제공한 여직원에 대해 물었다."진 대표님, 꼭 그 직원을 찾아야 하나요? 그럼 10월 전의 스케줄표를 확인해야 하는데, 찾지 못할 수도 있어요." 객실부 매니저는 한이의 요구에 꽤 난처한 듯했다. "어찌 보면 저희 객실부 직원의 경우, 회사 내 변동 인원이 제일 많은 부서이기 때문에 힘들 수 있어요. 월급은 적고 상대적으로 일은 힘들기 때문이죠.""확인도
"이게 저희 객실부 직원들인데, 다들 평범하게 생겼어요. 딱히 못생긴 것도 아닌데, 이쁜 것도 아니에요." 매니저는 현재 처한 상황에 약간 걱정이었다. "진 대표님, 전에 퇴사한 직원들 같은 경우, 자세한 자료는 이미 삭제되었어요. 아무래도 인원 변동이 많아서 말이죠. 아니면 제가 단톡방에서 그날 누가 대표님의 방에 들어갔는지 물어볼게요!""지금 물어보세요." 진지한은 짧고 굵게 답했다.매니저는 그의 태도에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진지한의 회사 본사는 B국에 있는데, 갑자기 10 개월 전의 일을 물어본다는 건해당 직원이 진지한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것이 분명했다.매니저는 객실부 단톡방에 이에 관련된 문제를 알리고 모든 사람에게 확인 부탁했다."진 대표님, 지금 단톡방에 물어봤어요." 매니저는 말하면서 휴대폰 화면을 진지한에게 보여줬고진지한은 화면을 힐끗 보더니 바로 물었다. "혹시 10개월 전의 CCTV 기록은 확인할 수 없을까요?""확인할 수 없어요. 저희가 CCTV 영상 데이터를 최대 15일까지 보류해서 말이에요." 이에 매니저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은행이어도 최대 3개월까지 보류 가능할 뿐입니다. 10개월 동안 보류 가능한 곳은 모르겠네요."진지한: "들어보지 못했다고 없다는 건 아니잖아요.""네! 그런데 저희 호텔 같은 경우, 오랫동안 보류할 수 없어요. 진 대표님, 왜 이름도, 생김새도 모르는 일반 직원을 찾는 거죠? 혹시 불편을 끼쳐드린 부분이라도 있나요?"진지한: "아직 확실하지 않아요."만약 아이가 그의 아이가 아니라면 좋겠지만, 혹시 그의 아이가 맞다면 아이의 엄마는 무조건 그 서비스 직원일 것이다!그는 아이의 어머니가 서비스 직원이라는 생각에 순간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이건 말도 안 돼!혹시 가족들이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저녁.진지한은 아직 여성 서비스 직원의 정보를 찾지 못했고여자는 마치 세상에서 사라진 듯했다.라엘이의 결혼식 당일 저녁 근무하던 직원들의 사진을 전부 확인했지만그가 원
진지한은 마치 불구덩이에 뛰어든 느낌이었고너무 괴로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엄마, 제가 돌아가면 검사를 진행할게요!" 진지한은 자기 눈으로 검정 결과를 확인해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그래."진아연은 전화를 끊고 남편, 딸, 그리고 아들을 바라봤다."엄마, 오빠가 뭐래요?" 라엘이는 엄마를 보면서 물었다."네 오빠가 돌아오면 바로 검사받겠다고 했어." 진아연은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알렸다. "엄마는 아무래도 네 오빠의 아이라고 생각해.""아... 그럼 좋은 거 아니에요? 굳이 다른 일에 의심할 필요가 없잖아요." 라엘이는 기쁜 마음을 참을 수 없는지 계속해 말을 이었다. "와! 저 이제 이모 되는 거네요! 저 너무 행복해요!""엄마, 그럼 앞으로 엄마와 아빠가 아이를 키우는 거예요?" 박지성은 앞으로 누가 아이를 키울지 걱정이었다. "아이 엄마가 여기로 보낸 거겠죠? 아무래도 아이를 원하지 않는 거겠죠?"진아연은 아이의 말에 박시준을 바라봤다.박시준은 아이를 안고 이들의 대화를 듣지 않았다.감정 결과가 나온 후, 아이가 손자라는 걸 알게 된 그는 아이한테서 한시라도 눈을 뗄 수 없었다."네 아빠가 너무 좋아하는 것 같은데 말이야." 진아연은 그런 박시준의 모습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네 오빠의 아이든, 네 아이든, 아이를 키울 생각은 없잖아.""네. 진짜 깜짝 놀랐네요." 박지성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을 이었다. "어차피 제 아이든, 형의 아이든, 아빠의 아이만 아니면 되니까요.""그래도 나한테 제대로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박시준은 할아버지가 되어 기분 좋지만, 전날 겪은 오해는 잊을 수 없었다."아빠, 미안해요!" 라엘이는 바로 박시준에게 사과했다. "아빠, 오해해서 죄송해요. 제가 어떻게 하면 위로가 되는지 말만 하세요. 아빠 말대로 할게요."박시준은 갑작스러운 딸의 태도에 순간 어찌할 바를 몰랐다.물론 그는 딸에게 뭐라 할 수 없는 딸바보였다."난 네 엄마가 오해해서 화가 나." 박시준은 말하면서 진아연을 바라봤
"나도 피해자거든요?" 진아연은 그의 곁에 앉아 손자의 손을 어루만졌다. "당신 집안사람들이 저한테 강요한 거예요.""알았어! 당신도 많이 힘들었지.""과거 일들은 더는 얘기하지 마요. 다 끝난 일이에요." 진아연은 바로 화제를 돌렸다.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가정부가 필요해요.""우리 스스로 키워도 괜찮지 않아?" 박시준은 집에 가정부도 있고 두 사람이 도와줄 수 있기 때문에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다."그래도 밤에 아이를 돌보기 힘들 거예요. 저희도 이제 젊은 나이는 아니에요. 밤을 새워 아이를 돌보면 낮에 힘들 거예요." 진아연은 남편이 흥분한 탓에 밤에 아이를 돌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잊은 거라 생각했다. "그래도 밤에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가정부를 찾는 게 좋을 거예요! 조금 젊고 챙길 여력이 있는 가정부를 구하죠."박시준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도 오늘은 내가 손자와 함께 잘게.""알았어요! 그럼 한번 해보세요."약 한 시간 후, 한이는 집으로 돌아왔고온 가족은 거실에 모여행복한 모습으로주인공인 아이를 뚫어져라 지켜보고 있었다.한이는 집으로 돌아오자 신발을 갈아신고 거실로 들어왔다."오빠, 돌아왔구나!" 라엘이는 오빠를 보자 바로 다가가 말을 건넸다. "오빠, 어디 갔었어? 바로 돌아오겠다고 말했는데, 지금 벌써 저녁이잖아."진지한: "집에 안 가?"라엘: "우리 집이기도 하잖아! 여기서 며칠 머물 생각이야. 그리고 감정 결과가 나오면 다시 김세연 씨한테 돌아갈 거야."진지한: "넌 그냥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한 거잖아!"라엘이는 오빠의 말에 솔직한 자기 생각을 알렸다."오빠의 아이지? 무슨 일이에요? 만약 갓 태어난 아이라면 올케 언니가 10개월 전에 임신했을 텐데 그러면 새해 직후잖아...""네 마음대로 올케 언니라고 부르지 마." 진지한은 더 이상 숨길 수 없자 바로 인정했다."아, 그럼 헤어진 거야? 오빠, 도대체 무슨 일이야? 여자는 누군데? 왜 아이를 낳고 우리 집에 보낸 거야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