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알아요. 지금 문제는 수수가 학교에 가면 다른 애들의 괴롭힘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거예요.""다른 아이들이 감히 수수를 괴롭힌다면 수수도 반격할 거예요. 제가 당부했어요." 아줌마가 말했다.아가씨는 고개를 저었다. "학교에선 싸움하면 안 돼요. 제가 좀 있다가 데리고 학교에 가서 선생님이랑 얘기해 볼게요.""그래요. 수수가 다닐 수 있는지 며칠 다녀봐도 돼요. 정 안 되면 유치원에 안 가면 되죠. 어차피 유치원에 가도 배울 게 별로 없어요." 아줌마는 모든 걸 수수를 중심으로 했다. "산에서 친구들이랑 노는 게 적응된 아이라 지금 매일 집에만 갇혀 있으니 너무 답답해해요. 예전엔 잠도 잘 잤어요. 침대에 눕기만 하면 잠들었는데 지금은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요. 잠들었다가 자주 깨곤 해요. 이러다가 정말 답답해서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까 걱정돼요.""수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모든 걸 조사해 내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어요." 아가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모든 일이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에요. 그 애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다 그래요.""네. 조심해서 다녀와요." 아줌마가 말했다.아가씨는 방에서 나온 후 수수의 앞에 다가가 아이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오늘은 날씨가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하늘이 무너질 것처럼 먹구름이 끼었고 사방은 으스스한 찬 안개가 자옥했다.아줌마는 머플러로 수수의 얼굴을 감싸고 맑고 커다란 두 눈만 드러냈다.유치원은 그들이 사는 아파트 부근에 있어서 걸어가면 됐다.지난번에 박시준이 사람을 보내 찾아온 후로 그들은 더 오래되고 외진 동네로 이사했다.아파트 부근에 있는 유치원 역시 별로였다.하지만 그들은 지금 안전이 가장 중요하고 생활 환경은 둘째였다."아가씨, 방금 아줌마랑 하는 말을 다 들었어요." 수수가 고개를 들고 아가씨를 보며 말했다. "아가씨는 좋은 사람이에요."아가씨는 입꼬리가 올라갔지만 웃을 수 없었다. "수수야, 좋은 사람과
"알았어요. 이런 경우라면 유치원에 입학할 수 있어요. 선생님과 같은 반 아이들에게 얘기하면 아이들이 수수를 받아들일 수 있을 거예요.""며칠 먼저 다녀봐도 될까요? 애가 적응하지 못할까 걱정돼서 그래요.""그렇게 하세요. 오늘부터 다니시죠." 원장 선생님이 열성스레 말했다. "오후 다섯 시에 데리러 오시면 됩니다."아가씨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수를 한 편으로 데리고 가서 아이의 의견을 물었다. "오늘부터 다닐래, 아니면 내일부터 다닐래?"수수는 아가씨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 조용히 말했다. "오늘부터 다닐래요.""그래, 그럼 오후 다섯 시에 데리러 올게. 내가 못 오면 아줌마가 올 거야.""알겠어요. 아가씨, 어서 돌아가세요."아가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줌마가 당부한 일을 꼭 마음에 새겨야 해. 누군가 이상한 걸 물으면 절대 대답하지 마.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느껴지면 숨어있어. 알았지?""네, 아가씨."...저녁.박시준은 진명그룹에 가서 진아연을 픽업해 집에 돌아가려 했다."오늘 출근 첫날인데 기분이 어때?" 박시준이 그녀의 손을 잡고 물었다.진아연: "괜찮았어요. 조 부회장이 모집한 부대표가 마음에 들어요. 생각이 깊은 것 같고 사람이 성실해 보였어요.""물어보니 추정호는 마케팅을 너무 잘한대.""맞아요. 우리 회사의 기술이 발전하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지난번 회사는 마케팅을 중시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기술도 잡아야 하지만 마케팅도 잡아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계획을 좀 만들어 보여달라고 했어요." 진아연이 말했다. "오늘 별로 안 바빴는데도 출근하니 시간이 참 빨리 흐르네요.""그래. 이게 바로 내가 일을 좋아하는 이유야.""나와 직장 중 어느 쪽을 더 선호해요?" 진아연이 일부러 그에게 어려운 문제를 던졌다.박시준은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다. "일은 돈 벌기 위해 하는 거고, 돈을 버는 건 당신이랑 아이에게 주려는 건데 어느 쪽을 더 선호할 것 같아?""방금 일을 하는 게 돈을 벌기 위한 거라고 안 했어요. 당
"라엘이가 공정해졌는데 당신은 별로 안 기뻐 보여." 박시준이 웃으며 대답했다. "한이가 아직 공정하지 않잖아.""내가 왜 기쁘지 않겠어요. 당신이 아이들과 잘 지내면 내가 얼마나 편한지 모르죠? 애들 방학 때 당신이 애들과 놀아주면 난 아무것도 안 해도 되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진아연이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 "당신이 그렇게 아이를 좋아하니 연말에 을 시상하도록 할게요.""고마운데 상은 됐어. 애들은 내 아이들이니 나도 아이들을 돌볼 의무와 책임이 있으니까." 박시준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필요한 날이 얼마 안 남았어. 한이는 이미 우리가 필요 없고 오히려 우리가 그 아이를 더 필요로 하는 것 같아. 라엘이도 우릴 별로 필요 없어 하는 것 같고. 만약 우리가 엄하게 교육하지 않았다면 라엘이는 방학 때마다 나가 놀았을 거야. 우리가 이번에 신혼여행을 갈 때도 김세연을 집에 불렀잖아. 기말시험이 끝난 게 아니라면 아마 김세연이랑 여행이라도 갔을 거라고."진아연은 이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박시준의 말을 듣고 나서 갑자기 마음이 심란해졌다."지성이만 아직 우리를 보물처럼 여겨. 라엘이가 매일 놀아줄 시간이 있다면 아마 지성이도 우리랑 놀려 하지 않겠지." 박시준이 말을 이었다. "애들은 빨리 자라. 몇 년이 더 흐르면 지성이도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친구도 있을 거고, 그러면 우리한테서 점점 멀어질 거야."왜 조금 슬퍼 보여요? 애들이 그렇게 좋아요?" 진아연이 놀렸다. "당신도 커서 독립했잖아요. 본인도 그런 사람인데 왜 애들은 집착해 주길 바라는 거예요?"박시준은 할 말이 없었다."그 아이들이 자라서 독립하려면 한참 멀었어요. 쓸데 없는 생각 하지 말아요." 그가 정말 슬퍼 보이자 진아연은 진지하게 위로했다. "나중에 다 독립해서 우리 곁을 떠나게 되면 우리 둘이 세계 여행이나 하죠."박시준이 대답했다. "그건 나중에 다시 생각해. 아직은 그 정돈 아니야.""애들이 아직 우리 옆에 있는데 뭐가 그
"그래요. 라엘이가 착하다는 걸 저도 알아요. 이젠 애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갑자기 걱정되는 거예요. 혹시 세연 씨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해서요." 진아연은 자신의 걱정을 말했다.그녀의 말에 이모님도 따라서 걱정되었다."솔직히 그런 걸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아연 씨 걱정도 일리가 없는 건 아니에요. 라엘이는 이미 다 컸고 요즘 애들은 인터넷도 일찍 접촉하니 옛날 사람보다 더 일찍 성숙해져요. 아연 씨가 걱정되면 라엘이랑 얘기 나눠봐요." 이모님이 말했다."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세연 씨가 그렇게 매력넘치는데 말이에요. 나를 포함한 많은 여자가 세연 씨를 좋아해요. 난 라엘이가 아직 어려 좋아하는 감정이 여러 가지라는 걸 알지 못할까 걱정돼요...""세연 씨와 얘기를 나눠보는 건 어때요? 세연 씨는 신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라엘이가 그에게 고백한다면 분명 거절할 거예요." 이모님은 말하면서 조금 마음이 놓였다. "아연 씨는 세연 씨의 은인이에요. 세연 씨는 분명 라엘이에게 함부로 하지 않을 거예요.""세연 씨가 라엘이에게 함부로 할 걸 걱정하는 게 아니에요. 안 그랬으면 세연 씨가 라엘이를 데리고 놀러 가게 하지 않았을 거예요. 전 그저 라엘이가 이런 감정으로 자신의 생활에 영향을 줄까 걱정하는 거뿐이에요." 진아연이 고개를 저었다. "일단 이런 생각은 하지 말아요. 시준 씨가 오늘 갑자기 애들이 크면 다 우리 곁을 떠날 거라고 슬퍼하길래 덩달아 엉뚱한 생각을 한 것 같아요.""대표님은 왜 그런 생각을 한 거예요?" 이모님은 의외라고 생각했다."최근에 점점 감성적으로 돼가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 같은데 제가 달래줘야 해요." 진아연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말했다. "그런 모습이 꽤 귀여워요.""두 사람 사이가 점점 좋아지는 것 같아서 진심으로 기뻐요." 이모님이 그런 그들의 모습에 좋아했다.진아연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말했다. "예전에는 함께 있어도 여러 가지 비관적인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이번엔 그런 생
"아직 마음에 드는 사람을 못 만났다면서요? 여자친구가 생기면 다시 생각하죠 뭐." 라엘이는 눈길을 연습지에 돌렸다. "엄마, 갑자기 너무 진지해요.""그래?" 진아연은 자신의 태도가 딸을 놀라게 할 까 웃으면서 말했다. "세연 삼촌이 휴가도 별로 없는데 넌 방학 때마다 삼촌이랑 함께 있으려 하니 여자친구 사귈 시간이 없을 까봐 그래. 이건 삼촌에게 영향이 커."라엘이가 입을 삐죽거렸다."너도 세연 삼촌 부모님이 세연 삼촌에게 맞선을 보라고 한다는 걸 알잖아. 집안에서 세연 삼촌이 하루빨리 여자친구를 찾아 가정을 이루길 간절히 바라고 있어. 세연이 삼촌은 나이가 있잖아." 김세연과 라엘이의 나이 차이가 크다고 딸에게 차분히 설명해 주고 있었다."엄마, 왜 엄마도 그 사람들이랑 같은 생각을 해요? 세연 삼촌이 왜 나이가 많아요? 삼촌은 아직 여자친구를 찾아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 주변 사람들이 강요하고 있잖아요." 라엘이가 다시 엄마를 바라보며 김세연을 위해 변명했다.진아연이 웃으며 대답했다. "라엘아, 난 강요하는 게 아니라 세연이 삼촌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너에게 설명하는 거야. 우리가 강요하지 않아도 삼촌의 부모님이 강요할걸. 그런데 네가 계속 귀찮게 하면 삼촌 부모님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네가 삼촌의 인생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난 삼촌 부모님을 모르는데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까지 왜 생각해야 해요? 난 세연이 삼촌과 놀 수만 있으면 돼요." 라엘이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라엘아, 엄마는 솔직히 네가 걱정돼." 진아연이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넌 아직 너무 어려, 엄마는 네가 세연이 삼촌에게 갖지 말아야 할 감정을 가질까 걱정돼.""엄마, 제가 세연이 삼촌을 좋아하고 함께 있고 싶어 하는 건 세연이 삼촌이 나한테 잘해주고 뭐나 다 내 말에 따라주기 때문이에요." 라엘은 자신이 김세연을 좋아한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딸의 마음을 이해했다.김세연은 라엘에게만 잘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녀에
"저도 알아요. 결혼하려면 법적 성인 나이가 되어야 할 수 있다는 걸요. 물어보니까 대답해 주는 것 뿐이에요!" 라엘이는 계속 숙제를 했다."라엘아, 혹시 세연 삼촌한테도 이런 말을 한 거야?" 진아연은 앞으로 김세연을 어떻게 대해야할 지 머리가 아파왔다."아니요? 전에 말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올해는 말 안 했어요." 라엘이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예전에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거든요!""엄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세연 삼촌이 여자 친구가 생긴다면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진아연은 이미 많은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했다. "라엘이 네가 은서 이모 나이라면 엄마는 말리지 않았을 거야. 지금 네 나이에 해야할 일이 있어. 그 주요 임무는 공부고.""엄마, 알았어요. 공부, 공부... 열심히 공부할게요! 이번 기말 고사 만약 3등 안에 들면 놀러 나가게 해주세요!" 라엘이는 엄마의 손을 잡고 애처롭게 부탁했다."그래. 세연 삼촌이랑 놀고 싶으면 경호원 아저씨들이랑 같이 나가." 진아연이 말했다."알겠어요." 라엘이는 경호원들과 외출하는 일에 이미 익숙했다....저녁. 진아연은 불면증으로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했다.박시준이 고른 숨을 내쉬며 잠든 것을 확인하자 진아연은 침대 옆 탁자에서 휴대폰을 집어들었다.벌써 밤 11시다. 김세연이 벌써 잠을 자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김세연에게 메시지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세연 씨, 지금 시간 괜찮아요?"몇 분 뒤, 김세연에게서 답장이 왔다. "방금 샤워했어요. 지금 괜찮아요. 무슨 일이에요?"진아연: "오늘 밤에 라엘이랑 이야기를 했는데... 커서 당신과 결혼하고 싶다 하더라구요."김세연: 입력하는 중...진아연은 그가 3분 동안 '입력하는 중' 상태를 보았고, 마침내 그에게서 답장이 왔다. 김세연: "당연히 농담이겠죠! [웃음]"진아연: "엄청 진지하던데요. 세연 씨가 나중에 여자 친구를 찾지 못하면 당신과 결혼하겠데요. 세연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김세연:
총 12개의 이력서가 있었다.모두 박시준의 비서로 지원한 사람들이었다.진아연은 첫 번째 이력서를 클릭하고 읽어내려갔다.학력과 경력 매우 우수했다.만약 이 사람이 그녀에게 이력서를 보냈다면 바로 면접 날짜를 잡았을 것이다.그녀는 두 번째 이력서를 클릭했고 읽은 뒤 역시나 첫 번째 이력서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역시나 엄청난 스펙을 가진 여자였다.만약 지원자가 그녀의 비서가 되고 싶다면 그녀 역시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수십 명의 이력서를 보았고 모두다 엄청난 스펙자였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박시준 역시 그녀에게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그녀는 어떤 지원자를 선택해야할 지 결정하기가 너무 어려웠다.그녀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눈을 감고 생각하면 할 수록 정신은 더욱더 또렷해졌다.그녀는 계속해서 이력서를 읽어나갔다.12개 이력서를 모두 읽으니 눈이 시큼해졌다. 그녀는 손으로 가려운 눈을 살짝 문질렀다.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세수를 한 뒤, 서재에 있는 안약을 넣기로 했다.그녀가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박시준이 잠에서 깨어났다.그는 눈을 뜨고 희미한 빛 속에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았다."아연아, 왜 그래? 어디 안 좋은 거야?" 박시준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듯한 멍한 표정으로 침대에 앉아 그녀에게 물었다."아니요. 폰을 보다가 눈이 좀 아파서요. 안약 찾으러 가려구요. 신경 쓰지 말구 어서 자요!" 진아연은 화장실의 불을 끄고 방에서 나가려고 했다.박시준은 그녀가 어두워 잘 보이지 않을까 바로 침대 옆 스탠드 불을 켰다."아연아, 여태 안 잔 거야?" 박시준은 시계를 쳐다보았고 이미 12시를 넘었다."잠이 안 와서 당신이 보낸 이력서들을 좀 봤어요. 다들 엄청난 스펙이던데요?! 근데 당신 비서로 지원한 사람들인데 저한테 올까요?" 진아연은 자신의 불안함을 토로했다."월급만 제대로 준다면 문제 없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우선 선택부터 해." 박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 "설마 이것 때문에 잠을 못 잔거야?""우선 안약
진아연이 잠에 든 모습을 보았고, 박시준은 더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그는 몸을 돌려 휴대폰을 켰다.그는 진아연에게 보낸 이력서 하나 하나씩 확인했고 그녀에게 맞는 지원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사실 그는 그녀에게 이력서를 보내기 전에도 한번 읽었다.그저 자세히 보지 않았을 뿐.그 중에 학력이 가장 낮은 사람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그녀의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었다ㅡ 우준미.그는 비서 모집 조건은 매우 명확했다.첫 번재 요구 사항으로는 학사 학위 이상.하지만 우준미의 학력은 학사 학위 뿐이었고 갓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이었다. 그런데도 어떻게 이력서를 제출한 것일까?인사팀에서는 분명 요구 조건에 맞지 않을 경우, 통과할 수 없었다.하지만 인사팀에서 이 지원자를 탈락시키지 않은 이유로는 진아연의 비서 조건이 엄격하지 않아서였다.진아연이 요구하는 기본적인 학력은 4년제를 졸업만 하면 되었다.그래서 아마 인사팀에서 우준미라는 이력서를 넘긴 것 같았다.인사팀은 이 일에 대해 박시준에게만 보고를 올렸다.우준미는 Y국 출신이었다. 고등학교 때 Y국의 예술 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대학교는 A국에서 다녔으며 올해 졸업하고 A국에서 취업하기로 결정했다.비록 이력서가 남들만큼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인사팀은 진아연의 비서로서 문제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제 시간에 차만 잘 끓여 진아연에게 주는 것만 해도 좋지 않은가?그 말은 즉슨 진아연의 비서로서 업무 능력이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박시준은 인사팀 직원의 말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아연이 어떤 사람을 뽑고 싶은지 박시준 역시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한 시간 뒤, 박시준은 휴대폰을 보다 어지러움을 느꼈다.이런 깊은 밤이 되니 생각이 더욱더 많아졌다.우준미의 이력서를 한참 바라보던 그는 그녀가 Y국 출신이라는 것을 보고 Y국에서 겪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여전히 포기하지 않은 현이까지 말이다.우준미가 Y국 출신인 것도, 진아연의 비서로 들어오려는 것도 다른 목적과 배후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