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은 화가 나서 손에 든 휴대폰을 꽉 쥐었다.크게 심호흡을 한 뒤 말했다. “조순현은? 사람들 앞에 눈에 띄이지 않게 해야해! 특히나 박시준과 진아연 앞에 나타나지 않게! 그녀가 입을 열면... 다 끝이야!”“장 대표님, 걱정마십시오. 절대 당신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만약 이번에도 들킨다면... 살려두지 않을 겁니다.”“제길...! 진아연... 명도 질긴 년...!” 강민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6일 동안 굶었으면서... 아직도 살아있다니!”“저 역시 이렇게 오래 버틸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약해보이길래... 오래 살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근데 박시준 씨는 어디로 갔을까요... 진아연 씨는 알고 있겠죠.”“진아연 쪽 상황 계속 지켜봐. 병원에 우리 쪽 뇌물을 받을 사람도 찾아보고.” 강민이 말했다. “박시준의 소재를 파악한다면 제대로 보상하지...!”병원.진아연은 다시 정신을 차리자 의사가 다시 달려왔다.“진 아가씨, 지금 기분은 어떠세요? 말이 나오십니까?” 의사가 말했다. “아드님께서 4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당신을 지키고 있습니다.”진아연의 시선이 의사의 얼굴로 향했다.“진 아가씨, 이제 셔츠를 잡은 손 좀 풀어주시겠습니까?” 의사는 진아연이 입고 있는 셔츠를 가리키며 말했다.간호사는 입원 첫날부터 그녀를 병원 가운으로 갈아입히려 했지만 그녀는 계속 셔츠를 잡은 채로 놓아주질 않았다.박시준의 남은 유일한 흔적이라서 그럴까. 그녀는 절대 그 셔츠를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라... 셔츠가 많이 더러워서요. 세탁을 한번 하시는 게...” 의사는 진아연의 정신이 빨리 돌아오기를 바랐다.진아연은 팔을 천천히 들었다.그리고 그녀가 잡고 있는 박시준의 셔츠를 보았고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제가... 살았나요...?”“물론입니다. 지하실에 갇혀있다가 구출되었습니다. 아드님이 찾으셨어요. 정말 훌륭한 아드님을 두셨습니다.” 의사는 계속 감탄해 하며 말했다. “똑똑한데다 이렇게 효심까지
진아연은 의사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그녀의 귀에 들린 말은 오직 '당신 혼자만 구출되었습니다.'와 '박 대표님을 찾지 못했습니다.'라는 말뿐이었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그녀는 분명히 박시준과 함께 지하실에 갇혀 있었는데 왜 그들은 박시준이 아닌 그녀만 구출한 걸까?그녀가 일반 병동으로 옮겨진 뒤, 성빈과 조지운은 침대 옆에 서서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리고 그녀의 경호원은 갑자기 '쿵'하는 소리를 내며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대표님을 지켜드리지 못했습니다!" 경호원이 절규했다.성빈과 조지운은 놀란 표정으로 경호원을 바라보았다.진아연의 시선 역시 그에게 향했다."대표님, 대표님께서 살아계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만약 잘못 되셨다면... 저도 따라 죽었을 겁니다!" 경호원은 계속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조지운은 진아연의 얼굴을 힐끗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경호원에게 말했다. "중환자실에서 여기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습니다. 지금 안 그래도 힘드신 분에게 그렇게 말해서 기절이라도 다시 시킬 셈입니까?!"성빈 역시 머리가 아파왔다. "다들 나가. 부르기 전에 아무도 들어오지마."경호원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진아연의 얼굴을 다시 보며 말했다. "대표님... 밖에서 끝까지 지키겠습니다. 무슨 일 있으시면 바로 부르세요."경호원이 나갔고, 병실 문이 닫혔다.한이는 의사가 불러 나간 상태였고 병실에는 성빈과 조지운만 남아있었다."의사도 나만 구출되었다고 했어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진아연은 슬픔을 꾹 참으며 두 사람을 힘겹게 쳐다보았다."지하실에 들어갔을 때 그곳에는 당신만 있었어요." 성빈이 말했다. "지하실에는 출구가 두 개였습니다. 한 쪽은 막혀있었고 그곳에 사람이 죽어 있었습니다. 다른 한 쪽은 자물쇠로 잠겨져 있었고요. 아연 씨, 시준이랑 같이 지하실에 있었던 거 맞죠?"진아연은 쉰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네. 같이 있었어요... 거기 가서야 우리도 그 여자에게 속았
"집에 돌아가지 않겠어... 아무데도 가지 않을 거야..." 진아연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한이야... 미안해. 아빠를 찾는 게 먼저야... 그리고 같이 돌아가자!"진아연의 목소리는 갈라졌고 밀려드는 고통의 감정에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성빈은 한이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한이야, 먼저 호텔로 돌아가서 쉬자. 급할 필요 없어."한이는 어머니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 뒤로 어머니가 다시 사라질까봐 매우 두려웠기 때문이었다."말 들어. 지금 엄마 상태는 많이 불안정하다는 거 알잖아. 특히나... 네 아버지랑 마지막까지 같이 있었으니깐. 뭐라고 하든 네 엄마는 받아들이기 힘들거야." 성빈은 한이와 함께 병실 밖으로 나가면서 조용히 말했다. "먼저 경호원이랑 호텔로 돌아가서 쉬도록 해. 나랑 지운이 삼촌이 설득해볼게.""어머니를 B국에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하고 싶어요." 한이는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한이야, A국이 어머니의 고향이야. 치료를 받더라도 A국으로 돌아가는 게 맞아. 동생들도 이미 A국으로 돌아갔어." 성빈은 말했다. "엄마랑 헤어지기 싫은 마음도 알아. 하지만 엄마의 의견을 먼저 존중해 주자."한이는 얇은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잠시 고민하다 돌아갔다.그는 사람을 위로하는데 서툴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의 감정을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려웠다.한이가 떠난 뒤, 성빈은 병실로 돌아와 문을 닫았다."아연 씨, 대표님을 찾기 위해 이미 사람을 보냈습니다. 어떻게 되든... 모든 사람과 돈을 투자해서라도 찾을 겁니다. 그러니 우리를 믿어주세요. 지금은 회복에만 신경을 써주시면 되십니다." 조지운은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진아연에게 말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습니다... 한이는 실종되신 이후로 단 하루도 잠을 자지 않았습니다. 마이크는 라엘이와 지성이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할까 걱정했습니다.""아연 씨 배태준 씨가 이미 조순현 고향 쪽에도 사람을 보냈습니다. Y국 쪽에도 지금 동시에 시준이를 찾기 위해 사람을 보냈고요..." 성
그녀는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아연 씨, 지하실에서 두 사람의 오해를 풀었나요?" 성빈은 그녀가 박시준의 셔츠를 들고 있는 것을 보며 물었다."사랑한다고 말했어요..."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도... 저도 그를... 사랑... 해요..."성빈은 그녀의 절박한 목소리에 덩달아 목이 메어왔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박시준의 행방과 생존 둘다 알 수도 없는 지금 그녀는 박시준에게 그녀의 사랑 역시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말할 수 없는 지금 그녀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진아연은 계속해 울다 다시 정신을 잃어버렸다.성빈과 조지운은 병실에서 나와 크게 숨을 내쉬었다."빈이 형, 이제 어떡하지?" 조지운은 마음이 칼로 베이는 듯한 아픔이 느껴졌다. "대표님을 찾지 못한다면... 진아연 씨께서는 절대 나아지지 않을 거 같은데.""나도 모르겠다." 성빈은 머리가 깨지는 것 같았다. "시준이는 Y국에 없는 거 같아. 우리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는 거 보면. 분명 납치한 누군가는 우리가 찾지 않기를 바라겠지."조지운은 안경을 벗은 뒤,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성빈은 복도 벽에 기대어 잠시 생각에 빠졌다. "먼저 진아연 씨를 집으로 보내서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게 만들면 괜찮아질 거 같은데.""그녀가 싫다고 하면...?""원하지 않아도 돌아가야지...! 회복한 뒤에는 분명 혼자서 또 나갈 방법을 찾을 거야..." 성빈은 잠시 말을 멈췄다. "한이가 전세기를 준비했다고 했지? 오늘이라도 돌려보낼 수 있다면... 돌려보내자!"조지운: "빈이 형, 진정해! 지금 우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고통스러울 거야. 강제로 우리가 돌려보낸다면... 분명 상태가 더욱더 나빠질 수도 있어...""나 역시 진정을 할 수가 없어..." 성빈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의 머릿속은 오직 그 어두컴컴한 지하실의 모습과 울다 지친 진아연의 모습만이 떠올랐다."내일 다시 지하실로 가보는 게 어때... 아연 씨와 같이 간다면 분명 무언가 떠오를
진아연은 한 손으로 한이의 팔을 잡고 휠체어에서 일어나려했다."엄마, 내려가시겠어요?" 한이는 두 손으로 엄마를 부축이며 휠체어에서 내리는 것을 도왔다. "지하실 곳곳을 파헤쳐 찾아보느라 예전 모습보다는 많이 달라졌을 거예요."진아연은 먼저 천천히 그곳을 쳐다보았다. "여기가 첫 번째 입구입니다. 저긴 두 번째 출구인 맨홀 뚜껑 입구이고요." 한이는 진아연에게 가리키며 설명했다. "엄마를 찾았을 때, 박시준 씨는 여기에 없었어요.""그럼... 대체 어디에...? 대체 언제부터 없었던 걸까? 누가 그를 데려간 걸까?" 진아연은 한이를 쳐다보며 계속해 질문을 던졌다.한이: "모르겠어요. 하지만... 확실한 건 박시준 씨는 첫 번째 입구에서 사라졌다는 거예요. 두 번째 출구는 완전히 막혀있었어요.""조순현... 은 찾았어?!" 진아연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다시 말했다. "거짓말쟁이...! 그녀를 직접 찾아서 죽여버릴 거야!""엄마, 그녀는 고향에서도 찾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아마 Y국을 떴을 거예요." 한이는 어머니를 휠체어에 다시 앉혔다. "라엘이가 제게 전화했어요. 엄마 언제 집에 돌아오냐고 물어봐서. 곧 돌아가실 거라고 말했어요.""한이야... 엄마는 지금 돌아가고 싶지 않아." 진아연은 눈물을 흘리며 눈 앞의 지하실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아빠는 어디선가 고통스러워 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찾아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포기하고 먼저 돌아갈 수 없어...""아무도 포기하지 않았어요." 한이는 강하게 그의 생각을 말했다. "이 지하실을 다 파헤쳐가면서... 찾았던 이유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엄마, 만약 돌아가지 않는다면 마이크 아저씨는 계속 라엘이와 지성이에게 거짓말을 해야해요. 나중에라도 알게 된다면... 동생들은 더 슬퍼할 거예요." 한이는 진심으로 그녀에게 자신의 걱정을 말했다.진아연은 아들의 말에 차마 대답을 할 수 없어 고개를 푹 숙였다.그녀는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돌아오는 길에 마이크는 잠시 머뭇거리다 진아연에게 말했다. "라엘이한테는 아직 말 안 했긴 했는데... 그래도 라엘이가 눈치를 좀 챈거 같아. 같이 오자고 했는데 안 온다고 하더라."진아연은 입을 움직였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아이들에게 숨기더라도 언젠가 아이들은 사람들의 말과 뉴스를 통해 알게될 것이다.박시준의 저택.이모님은 열심히 차린 요리로 식탁을 차린 뒤, 정원 문에서 두 손을 모으고 간절히 기다렸다.라엘이와 지성이는 거실에 서 있었다.두 아이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도 않고 음식도 먹지 않고 기다렸다.지성이는 정원 밖에 나가고 싶었지만 라엘이가 그의 손을 붙잡고 막았다.라엘이는 기분이 좋지 않았기에 곁에 누군가 있어주기를 원했다.지난 며칠 동안 그녀는 몰래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그래서 그녀는 마이크에게 왜 부모님에게 연락이 닿지 않은지를 물었지만 마이크는 계속 대답을 회피했다.그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세 살짜리 아이가 아니었고, 바보도 아니었다.이렇게 오랫동안 부모님과 연락이 닿지 않은 건 분명히 무슨 일이 생겼기 때문이라 생각했다.너무나도 걱정되는 찰나에 마이크가 어제 어머니가 집에 돌아온다고 말해줬다.그녀는 기뻤고 마이크에게 물었다. "아빠는요?" 하지만... 마이크는 끝까지 어머니만 먼저 돌아온다고 말하기만 했다.마이크는 라엘이에게 아버지는 돌아올 수 없다고 말할 수 없었다!그리고 왜 돌아올 수 없는지 말할 수 없었다. 아직 아이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고급 세단이 정원에 들어왔고 경호원이 대문을 열었다.차는 천천히 정원 앞에 들어왔다."아빠!" 지성이는 차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라엘이 옆에 있다 바로 뛰쳐나갔다.지성이는 부모님이 다시 만난다는 생각에 너무 행복했다."동생아! 아빠는 돌아오지 않았어!" 라엘이는 동생을 뒤따라 뛰쳐나갔다.차문이 열렸고, 한이가 먼저 차에서 내려 휠체어를 가져오기 위해 트렁크 쪽으로 향했다.마이크는 진아연이 차에서 내리는
"누나, 왜 그래?" 눈물을 흘리고 있는 라엘이를 본 지성이는 바로 손을 잡고 흔들었다."아빠가 사라졌데...! 아빠가 하늘 나라에 가셨을 수도 있데...!" 라엘이는 동생의 손을 뿌리친 뒤, 집으로 달려갔다.그리고 지성이는 바로 '우와아아앙ㅡ'하고 울기 시작했다.마이크는 지성이를 껴안고 한이에게 속삭였다. "가서 라엘이를 좀 달래줘."한이는 바로 집으로 걸어 들어갔다.조지운은 진아연이 앉은 휠체어를 밀고 뒤를 따라 들어갔다.거실에 들어서자 두 아이는 이미 울음을 그친 상태였다.한이는 라엘이에게 어머니는 현재 생사의 고비를 넘긴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머니 앞에서 울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그리고 라엘이는 울음을 꾹 참았다.지성이 역시 누나가 울음을 참는 것을 보고 자연스럽게 울음을 그쳤다.하지만 지성이는 여전히 입술을 들썩이며 울음을 참고 있었다.이모님 역시 슬픈 마음을 추스리며 저녁 식사를 위해 사람들을 식당으로 불렀다.하지만 진아연은 전혀 입맛이 없었다.하지만 그녀가 먹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이 갈거라 생각했다."아연 씨, 죽을 좀 준비했어요." 이모님은 며칠 전에 마이크를 통해 진아연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들었다.진아연의 현재 몸 상태에는 많은 것을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죽으로 시작해서 조금씩 음식을 먹어야 정상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감사해요." 진아연은 숟가락을 들고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엄마, 고기 먹을래요?" 라엘이는 엄마가 살이 많이 빠졌다고 생각했다."라엘아, 엄마는 지금 고기 먹기가 조금 힘들 거야." 마이크는 그녀에게 설명했다. "먼저 죽 먹고 몸을 회복해야 고기도 먹을 수 있어."라엘이는 그 말을 듣고 다시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재빨리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라엘아, 엄마 괜찮아." 진아연은 딸의 표정을 보자 마음이 무거워졌다. "엄마 괜찮아지만... 아빠 찾으러 갈거야.""엄마, 오빠가 사람들한테 이미 시켜서 아빠를 찾게 했데요... 그러니깐 어디 가
이모님은 바로 지성이를 안고 식당 밖으로 나갔다.진아연은 힘들게 죽을 다 먹은 다음, 그릇과 수저를 내려놓았고, 직원이 걸어왔다."아연 사모님, 방으로 모시겠습니다."한이는 효심이 깊어 모든 것을 해주려고 했지만 진아연이 씻는 문제까지 한이가 도와줄 수 없었다.일주일 후.이하늘은 저녁 식사를 위해 강민의 집에 도착했다.강민이 적극적으로 이하늘을 초대한 것이다.저번에 이하늘이 그녀의 통화를 실수로 듣게 되었을 때, 이하늘은 다 잊어버리겠다고 말했지만 강민은 여전히 신경쓰였다."하늘아, 요즘 학교 생활 어떠니?" 강민은 주문한 음식을 식탁에 가지런히 놓으며 말했다."첫 주는 괜찮았어. 학생들이랑 관계 구축에 가장 중요한 시간이긴 했어." 이하늘은 식탁에 가득찬 음식들을 보고 놀라며 말했다. "언니, 요리가 너무 많은 거 아니야? 다 먹지 못할 거 같은데.""많이 먹어. 못 먹으면 버리면 돼.""그러기에는 엄청 비싸보이는데." 이하늘은 젓가락을 들고 뭘 먹을지 고민했다. "라엘이라는 아이와 가깝게 지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쉽게 될 거 같아."강민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녀의 말에 귀기울였다."성적이 그렇게 좋지 않더라고 그래서 매일 방과 후 보충 수업을 해주겠다고 하니깐 거절하지 않던데. 그래서 매일 방과 후 만나고 있어." 이하늘이 말했다. "근데 요즘 기분이 많이 안 좋아보여서 물었더니 말해주지 않더라고.""일이 생겼을 거야." 강민은 담담하게 말했다. "라엘이 아빠가 실종된 상태거든. 보름이 지났는데도 아직 발견되지 않아서 그럴 거야.""뭐?" 이하늘은 당황하며 물었다. "그런 큰 일이 일어났는데 왜 뉴스에는 말 한마디 없는 거지?""Y국에서 실종이 되서 그럴 거야." 강민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일반 사람도 아니고. 박시준처럼 국내외 많은 일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최측근이 폭로하지 않는 한 언론에서 먼저 보도하려고 하지 않을 거야.""아... 그건 그렇겠네! 어쩐지 경호원들 표정도 좋지 않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