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지금 시은을 치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그래야만 오랫동안 박시준의 곁에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강진의 눈은 분노로 인해 붉어졌다.특히 그녀가 '남자친구'라는 4글자를 내뱉을때.그러나 그녀를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강진은 하이힐을 신고 성큼성큼 나갔다.심윤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비웃었다: "너에게도 이런 날이 오네!"진명그룹.진아연은 각 부서의 인원을 모집하느라 분주했다.예전 직원들이 많이 돌아오긴 했지만 예전과 업무가 많이 달라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더 채용해야 했다.마이크가 오늘 도우러 온다고 했다. 그가 오면 그녀가 조금 편해질 것 같았다."진 대표님, 연예인 광고가 필요할까요?" 기획부의 팀장이 진아연과 그 후의 마케팅 및 홍보 작업에 대해 논의했다.진아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지금은 유명한 유투버나 인플루언서와 콜라보를 하는 게 유행인데..."진아연: "아니요. 저희는 제품으로 승부합니다."팀장은 조금 당황했다. "그럼 아예 홍보를 안 하는 건가요?"진아연: "그런 뜻이 아닙니다. 홍보도 필요합니다. 다만 연예인이나 유명인에게 맡기지 않을 뿐이에요."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떤 식으로 홍보할까요?"진아연은 손에 든 문서를 내려놓고 말했다. "이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홍보할 거예요. 우리 제품이 대체불가의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면 매출은 자연스레 늘어날 거예요."팀장은 진아연이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은 제품을 본 적도 없는 상황이라 걱정이 먼저 앞섰다. "진 대표님, 그렇게 자신 있으세요?"진아연의 입가가 살짝 꿈틀거렸다. "아직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제품이 나오면 이야기해요."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진아연이 말했다. "들어오세요."문이 열리자 금발 머리에 입체적이고 이국적인 이목구비와 불규칙하게 이리저리 자른 듯한 패션을 한 사람이 사무실에 나타났다.팀장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누구세요? 잘못 오신 거 아니에요? 여기
시끄러운 이 소리에 사무실에 있던 두 사람은 동시에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마치 누가 심기를 건드리기라도 한 것처럼 박시준의 눈빛은 어두워졌다."안녕! 전 남편!" 마이크는 책상에서 뛰어내리더니 박시준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기분 좋게 인사를 건넸다.진아연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그는 박시준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 지 모르고 있었다.그녀는 그가 죽을 짓을 찾아 하는 걸 말려야 한다는 생각에빠른 걸음으로 마이크에게 다가가 뒤에서 그의 옷깃을 당겼다.그녀의 이런 행동은 박시준으로 하여금 질투의 화신으로 변하게 했다.두 사람이 무슨 사이길래 그녀가 이 양아치 같은 남자를 이토록 보호하려 하는 걸까."뭐 하러 왔어요?" 진아연은 박시준 앞에 서서 그를 쳐다보며 쌀쌀하게 말했다. "우리가 아직도 만나야 할 이유라도 있나요?"박시준은 주먹을 꽉 쥐고 있었고 손에 든 종이를 거의 부숴버릴 기세였다.그는 진아연을 향해 다가갔고, 두사람의 몸은 거의 서로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다.진아연은 그의 강한 분노에 둘러싸여 건드리기만 하면 폭발할 것 같은 위험을 느꼈다.그녀는 마이크를 밖으로 내보내며 말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마이크를 내보낸 후 그녀는 사무실 문을 닫았다."저 남자는 누구야?" 박시준은 빨갛게 상기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따져 물었다.이젠 사무실에 다른 사람이 없으니 진아연은 더는 그가 두렵지 않았다."박시준씨, 듣기 싫은 말을 하게 강요하지 말아요. 전 당신이랑 싸우고 싶지 않아요."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 그의 손에서 종이를 낚아챘다. "이건..."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녀는 아들의 이름을 보았다.그녀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고, 얼굴에 나타난 공포와 초조함이 한눈에 보였다.박시준은 그녀의 얼굴에 나타난 감정 변화를 차갑게 바라보며 마음속의 예감이 점점 더 강렬해져 갔다."진아연, 이 아이가 내 아이야?" 그의 목소리는 한 점의 온기도 없이 차갑고 날카로웠다.진아연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부인했다."아니요!
그가 떠난 후 마이크는 곧 사무실로 들어왔다."전 남편이 왜 찾아온 거야? 화가 잔뜩 나 있던데 너를 괴롭히지 않았어?" 마이크는 진아연에게 걸어가 그녀를 의자에 앉히고 물 한 잔을 따라서 그녀에게 건네줬다.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마이크가 열성을 보이자 진아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새 남자친구를 사귄 줄로 아는데 아니라고 안 했어. 너한테 영향이 가지 않겠지?" 마이크는 파란 눈을 깜박이며 대답했다. "남자 친구가 다 뭐야? 남편이 돼 달라고 하면 지금 당장 결혼할 수도 있어."진아연은 그런 그에게 담담하게 대답했다. "나는 결혼할 생각이 없어. 마이크의 옆자리는 마이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남겨둬."마이크는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결혼할 생각이 없어. 전 애인에게서 받은 상처가 너무 커. 이 세상엔 진정한 사랑이 없는 것 같아."몇 년 전 마이크의 뇌에 매우 위험한 종양이 있었는데결국 진아연이 그를 위해 절제 수술을 시행했고 수술은 성공적이었다.하지만 수술을 앞두고 그와 5년을 사귄 남자친구가 그를 버리고 도망갔다.수술 후 마이크와 진아연은 함께 앤 테크놀로지를 시작했다."안 좋은 기억은 자꾸 떠올리지 마. 지낼 곳은 찾았어? 못 찾았으면 내가 호텔을 예약해 줄게." 진아연은 휴대 전화를 꺼내 호텔 정보를 확인하려 했다."너의 집에 있을 건데? 벌써 짐을 너의 집에 가져갔어. 어머님이 아주 따뜻하게 맞아주셨어." 마이크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우리 사이가 이렇게 좋은데 호텔이 뭐야? 그냥 너의 집에 있으면 되지."진아연은 말문이 막혔다.하지만 마이크는 남자를 좋아하기 때문에 상관이 없었다....한이는 오늘 학교에 가지 않았다.그는 라엘을 데리고 박우진의 회사로 찾아갔다.지금 그들의 목표는 도대체 아빠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이었다.박시준은 접근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에 박우진부터 접근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점심 퇴근 후, 박우진은 회사에서 나와 부근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먹으려 했다.라
"아저씨, 움직이지 마세요!" 라엘이 소리쳤다.박우진은 펄쩍 뛰며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냐고 그녀에게 호통치려 했지만오히려 라엘의 놀란듯한 소리에 되려 깜짝 놀랐다."아저씨! 머리에 흰머리가 많이 났어요! 제가 흰머리 뽑는 걸 도와드릴게요!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아저씨를 할아버지로 생각할 거예요." 라엘은 말을 하면서 뽑은 머리를 재빨리 미리 준비한 봉투에 담고는 가방에 밀어 넣었다.이 모든 것이 끝난 뒤 그녀는 박우진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아저씨, 다 뽑았어요."박우진은 아픔을 참으며 일어났다. "어디 보여줘 봐. 나는 흰머리가 없는 걸로 기억하는데."라엘은 천진난만하게 허공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버렸어요. 흰머리가 뭐 볼 게 있다고 그래요? 그냥 하얀 머리일 뿐이에요."박우진은 할 말을 잃었다.그러자 라엘이 말을 이었다. "아저씨, 머리가 너무 기름져요! 돌아가서 손을 씻을래요. 그렇지 않으면 손에서 냄새가 날 거예요."그 꼬마는 싫은 기색을 내며 책가방을 메고 자리를 떴다.박우진은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어리둥절해졌다.손을 들어 머리를 만져보니 꽤 건조하고 부드러웠다.어린 소녀가 왜 머리카락이 기름지다고 말했는지 알 수 없었다.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흰머리가 없는 걸로 기억하고 있었다.이 여자애는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번에 그 애를 만났을 때도 이런 느낌이었는데...설마... 또 무슨 음모가 있는 건 아니겠지?박우진은 다급히 휴대폰을 가져와서 바이러스가 깔렸는지 확인했다....라엘은 총총걸음으로 오빠에게로 다가가서박우진의 머리카락을 꺼내 보여주었다."오빠, 나 잘했지?"한이는 여동생의 성과에 아주 만족하며 대답했다. "아이스크림 사줄게.""좋아! 오빠, 나 오늘 유치원에 안 간거 엄마가 화낼까?" 오빠와 함께 나온 라엘은 유치원에 갈 때보다 더 기뻤지만 엄마가 혹시 화 내지 않을까 걱정했다.한이는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화내지 않을 거야."둘이 수업을 빼먹을 때마다
이모님은 매우 난감했다. "시은 씨, 의사 선생님께서 적어도 보름은 침대에서 쉬어야 한다고 했어요. 수술 한 지 일주일도 안되는 데 제가 시은 씨를 데리고 나가면 대표님께서 뭐라 하실 거예요."박시은은 고개를 살짝 쳐들고 물었다. "대표님이 누군데요?" 이모님은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박시준 씨예요. 시은 씨는 그분을 뭐라고 불러요?" 박시은은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창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가서 놀고 싶어요."이모님은 할 말을 잃었다.이모님은 혼자 마음대로 결정을 할 수 없어 심윤에게 전화를 걸었고잠시 후 심윤이 들어왔다."시은 씨, 밖에 나가 놀고 싶어요?" 심윤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함께 가 줄 수 있는데 시은씨는 휠체어를 타야 돼요. 그렇지 않으면 걸을 때 어지러울 거예요. "박시은은 그저 나가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었을 뿐이었기에 휠체어에 앉아도 괜찮았다.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모님은 박시준이 사용했던 휠체어를 끌고 나왔다."이모님, 제가 데리고 나갈게요." 심윤은 이모님에게 말을 한 뒤 시은이를 데리고 앞 정원에 나갔다.심윤은 박시준과의 사이를 돈독히 하려면 우선 시은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지금처럼 그녀가 시은이를 데리고 나가도 시은이는 예전처럼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는 건좋은 징조라고 생각했다.하루하루 조금씩 익숙해지다 보면 얼마 안 지나 그녀와 시은의 관계가 많이 좋아질 거라 생각했다.오늘도 기온은 30도를 웃돌지만 햇살은 그리 뜨겁진 않았다."시은씨, 머리가 안 아파요? 아프면 진통제를 처방해 줄게요." 심윤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심윤의 판단에 따르면 시은의 지능은 약 10세 정도였다.그러니 그녀를 열 살 아이를 대하듯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시은이 대답했다. "싫어요."오빠가 주는 것이 아니면 심윤이 준 약을 그녀는 받지 않을 것이다.심윤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시은씨, 이렇게 말을 하니 얼마나 좋아요. 나는 박시준씨와 마찬가지로 시은씨가 빨리 회복되기
진아연의 손에 있던 칫솔이 '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졌다.문밖에 있던 여소정의 손에 들린 아침거리도 떨어질 뻔했다.마이크는 재빨리 그녀의 손에 든 주머니를 받아들었다."아연, 이 분이 혹시 친구야?" 마이크의 노란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그는 여소정이 들고있는 주머니에서 핫도그 하나를 꺼내 입에 넣고는 또 하나를 꺼내 진아연에게 건네줬다. "맛있어, 먹을래?"진아연은 놀라서 표정이 굳어버린 여소정을 보고는 곧 마이크를 방으로 밀어 넣었다."소정아, 잠깐만, 먼저 소파에 앉아 있어." 진아연이 여소정에게 말했다.여소정은 애써 정신을 차리고심호흡을 하고 난 뒤, 휴대폰을 꺼내 하준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맙소사! 진아연이 참 즐기면서 잘 사는 것 같아! 잘 생긴 외국인 남자와 동거하고 있어!하준기에게서 답변 문자가 왔다: 진아연이?여소정: 내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그녀가 그렇게 개방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결코 믿을 수 없었을 거야! 갑자기 나는 박시준이 하나도 아깝지 않게 느껴져. 박시준도 노는 남자지만 우리 아연이도 만만치 않아. 저 외국 남자 진짜 잘생겼거든! 조금 마른 것만 빼고... 다 좋아!하준기: 사진이 있어? 보여줘!여소정: 아연이가 그 남자를 방에 들여보냈어! 조금 있다가 나오면 제대로 물어봐야겠어. 넌 소식을 기다리고 있어.하준기: 알았어, 여보!진아연은 마이크를 방에 밀어넣은 후, 거실로 돌아가 바닥에 떨어진 칫솔을 집어 들고 화장실로 가서 이를 닦았다.5분 후, 그녀는 마침내 기분을 조정하고 여소정에게 다가갔다."아연아, 네가 자백할래? 아니면 내가 물을까?" 여소정이 그녀에게 물었다.진아연은 한숨을 쉬었다. "회사 파트너야.""아... 침대에서까지 파트너인 거야?"진아연은 물을 마시다가 멈칫했다. "여소정, 우리가 함께 자는 걸 봤어?""당연한 일 아니야? 같이 자지 않는다면 왜 호텔에 머물지 않는 거야?"진아연은 물컵을 탁자 위에 놓고 더 이상 입씨름하는 걸 포기했다. "나는 지금 싱글인데 남자
그가 박우진을 괴롭히는건 어려운 일이 아니였지만박시준을 괴롭히는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였기 때문이다.지난번에 박시준의 회사 네트워크 보안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해킹한 이후로 박시준은 많은 비용을 들여 매우 강력한 방화벽을 설치했고 지금까지도 그는 그 방화벽을 뚫을 수 없었다.마이크 아저씨는 요즘 진명그룹의 일로 바빠서 그를 도울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박시준의 사진을 바라보며 묵묵히 마음속의 불쾌함을 소화할 수밖에 없었다.교실에는 학생이라곤 한 명뿐이었고 선생님 두 명이 그를 돌보고 있었다.한 명은 생활 선생님이고 다른 한 명은 글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다.선생님이 교단에 서서 강의를 하고 있는 동안 한이는 아래에서 이어폰을 끼고 컴퓨터를 가지고 놀았다.평화로운 조화를 이룬 그 시각교실 밖에는 언제부터인지 그림자 하나가 늘었다.한이는 그 그림자를 힐끗 보고는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똑똑'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선생님은 시은이가 서 있는 것을 보고 다급히 문쪽으로 걸어갔다."시은 씨, 왜 왔어요? 혼자 왔어요?" 선생님은 그녀를 열성스럽게 바라봤다.두통이 완화된 시은이는 집에 있는 것이 답답해 학교에 가겠다고 떼를 썼다.그래서 운전기사는 아침에 그녀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오후에 그녀를 데리러 오기로 했다.그녀는 학교에 도착한 후 아줌마와 함께 학교 전체를 돌아보았다.그녀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이 교실 앞에 도착해 안을 들여다본 뒤로 발걸음을 멈추더니 꼼짝도 하지 않았다.한이를 본 순간 그녀는 갑자기 생각났다.그는 캡 모자를 쓰고 있어서 알아보기 쉬웠다.그녀는 한이를 가리켰고선생님은 곧 한이에게 걸어가 물었다. "한이야, 시은씨가 찾는데 둘이 아는 사이야?"그러자 한이가 대답했다. "모르는데요."시은이는 그의 말에 타격을 받은 듯 빨간 입술을 움직여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아는 사람이에요!"선생님은 어리둥절해졌다.평소에 대화를 꺼리는 두 사람이 왜 갑자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한이가
박시준은 학교로 달려가 울어서 빨갛게 부은 박시은의 두 눈을 보고 그녀를 품에 안고 큰 손으로 등을 토닥였다."시은아, 울지 마."박시은은 울어서 머리가 아팠지만 오빠의 목소리를 들으니 안전감도 따라서 돌아왔다.그녀는 오빠의 품에 기대어 서서히 감정을 평온을 되찾으면서 얼마 안지나 잠이 들었다.박시준은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방에서 나와무슨 일인지 알아보려고 진지한을 찾아가려 했다.잠시 후 그는 진지한이 있는 교실에 도착했고 선생님은 그가 오는 것을 보고 눈치껏 자리를 피해줬다.곧 교실 안에는 어른과 아이 단둘이 남았다.박시준은 곧장 진지한에게 걸어갔고한이는 그가 오는 것을 보고 책상 위의 책들을 책가방에 쑤셔 넣었다."진지한, 나는 너의 엄마가 누구인지 알고 있어." 박시준은 의자를 가져와 그의 앞에 앉으며 앞길을 막았다.그의 횡포한 행동을 본 한이는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조용히 의자에 앉아 그를 공기 취급했다."언제부터 시은이랑 알고 지낸 거야?" 박시준은 지한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는 이 아이가 왜 늘 모자를 쓰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모자는 밖에서 쓰는 건데 왜 실내에서도 쓰고 있는 거지?머리카락이 없거나 잘난 척하기 위해서인가?"내 질문에 대답하기만 하면 널 난감하게 하지는 않을 거야." 한이가 아무 말이 없자 박시준은 인내심이 조금씩 바닥이 나기 시작했다. "계속 말을 하지 않겠다면 우리는 쭈욱 여기에 앉아 있어야 돼."이것은 협박이었다.하지만 한이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그는 책상에 엎드려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박시준은 그의 이런 개성 넘치는 모습에 속수무책이었다.그는 이제 겨우 4살 밖에 안 되는 아이를 괴롭힐 수 없었다.게다가 이 아이는 진아연의 아들이다.순간 분위기가 묘하게 조용해졌다.10분이 지나고20분이 지났다!두 사람은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박시준은 자신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이 아이가 이대로 잠들 것 같았다.그는 일어나서 한이의 옆으로 걸어가 힘있는 팔뚝으로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