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와 백지현은 강제로 끌려가며 발버둥 쳤지만, 두 사람을 돕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강민영은 자신이 구해줄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닫고 결국 무너져 대성통곡했다.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어! 다신 안 그럴게! 제발 나 좀 놔줘!”그러나 지은은 차갑게 민영을 내려다보았다. 민영을 끌고 가는 사람들이 병원 경비원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은이 의심을 가졌던 남자가 다가오더니, 민영의 팔을 잡고 거칠게 끌어냈다. “가시죠.” 그는 짧게 말하며 민영을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못하게 했다. 결국 김
“뭐라고?!” 주은희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그 강민호라는 인간, 정말 그렇게 뻔뻔한 거야? 지은 씨를 회사에서 내쫓아?” ‘돈도 독차지하고, 집도 빼앗고, 게다가 회사에서도 쫓아냈다니...’ ‘이건 누가 봐도 배은망덕한 짓이잖아!’ 은희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며 혀를 내둘렀다. ... 그날 저녁, 지은은 CY그룹의 대표 비서인 이무진을 만났다. 무진은 직접 찾아와 지은을 데려갔다. 지은은 무진이 자신을 어디로 데려가는지 몰랐지만, 차에서 내려 도착한 곳은 한 고급 전원주택이었다. 그녀는 그동안
지은은 CY그룹에 입사하면서 자신에게 어떤 직책이 주어질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래서 평소 사용하던 자수바늘 세트와 도구를 모두 챙겨왔다.그녀는 단순히 자수 공예 장인으로서 작업실에 앉아 작품을 제작하며 조용히 일할 것을 기대했다.그러나 현실은 그녀의 기대와는 완전히 달랐다.지금은 상품 기획 부문의 차장인 손정민이 직접 그녀를 데리러 온 상황이었다.“본부장님, 제가 사무실로 안내하겠습니다.”손정민 또한 이틀 전에 임명된 신임이었다.사실 상품 기획 부문의 본부장과 차장 자리는 오랫동안 공석이었다.CY그룹 대표이사인 주
그때, 사무실 문이 꽤 큰 소리로 두드려졌다. “들어오세요.” 지은이는 손에 들고 있던 자수 작품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고, 사무실로 들어온 네 명의 여성을 마주했다. 그들은 모두 비슷한 유니폼을 입고 있었으며, 나이대는 다양했다. “본부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불수팀’을 담당하는 조수정입니다.” “본부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한수팀’ 담당 하시연입니다.” “본부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궁수팀’을 맡은 채미리입니다.” 마지막으로 나이대가 50대 정도로 보이는 여성이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
작품을 선별하고 품질을 확인하는 데 있어서, 지은은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녀의 빈틈없는 태도와 강렬한 카리스마에 손정민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바로 정리해서 가져오겠습니다.” 지은은 한 가지를 더 당부했다. “그리고 장인들이 작품 옆에 이름을 쓰지 않도록 하세요.” “네!” 손정민은 순간 깨달았다. ‘서 본부장님은 어떤 사적인 부탁이나 특혜를 받아들일 사람이 아니구나! 정말 공정하시네!’손정민이 나간 뒤, 민수팀의 팀장이 입을 열었다. “본부장님, 별다른
민호는 지은을 다룰 때 늘 협박이라는 수단을 써왔다.하지만 이번에 그는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통했을지 몰라도, 이제는 통하지 않았다. 민호의 비서가 건 전화는 아예 지은의 핸드폰에 연결조차 되지 않았다!...지은은 부임 첫날부터 쉴 틈도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자수를 선별하고, 자수 공예 장인들의 작업장 배치를 조율하며, 회의를 주재해 다음 분기의 자수 과제를 할당하는 등, 눈코 뜰 새 없는 하루를 보냈다. 심지어 밥 먹을 시간조차 없을 정도였다. 그녀의 빠른 업무 처리와 철저한 태도는, 늘어지게
“서지은, 너 일부러 이러는 거야? CY그룹에 들어간 것도 날 겨냥하는 거 아니냐고?” 민호는 목소리에 억울함을 담아 지은에게 쏘아붙였다. 지은은 그의 손을 강하게 떼어내며 차갑게 말했다. “널 겨냥해? 왜 네가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아니면 네가 어떻게 CY그룹에 들어가고, 비즈니스 자수품부 본부장 자리까지 올랐겠어?” 민호는 지은의 전화가 계속 연결되지 않자, 그녀가 자기 비서 번호를 차단한 것을 눈치챘다. ‘이 정도로 대놓고 무시하다니, 대체 얼마나 뻔뻔해진 거야?’ 그는 화를 참
레스토랑. 지은은 이 저녁 자리를 ‘주성재 대표’의 인정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성재의 초대에 기꺼이 응했다. 저녁의 초반 분위기는 괜찮았다. 두 사람 모두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고 각자의 식사에만 집중했다. 그러나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대화의 주제가 변하기 시작했다. “서 본부장에게 맡길 일이 있어요.” 성재가 말했다. 지은은 즉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CY그룹 해외 지사는 이제 자리를 잡았어요. 주문량은 국내보다 훨씬 많고요. 특히 그쪽은 교포와 동남아 인구가 많아서, 자수 공예 장인이 많이 필요해
지은의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오늘처럼 좋은 날, ‘강민호’라는 이름을 핸드폰 화면에 발신자로 떠서 그녀의 마음속엔 가시덩굴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 가시가 지은의 폐부를 깊숙이 찌르고, 그로 인해 피가 배어 나오는 듯한 아픔이 느껴졌다. 지은은 민호의 예상대로 완전히 마음을 접지는 못했지만, 그를 향한 사랑은 이미 지울 수 없는 상처와 미움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녀가 민호를 볼 때 느끼는 아픔은 그저 오래된 감정의 반작용에 지나지 않았다. 그 누구도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잊고 상처 없이 떠나갈 수는 없는 법이다.
“네가 뭘 알아? 이번 PX그룹의 대회 출품작이 서지은이 만든 거였다고!” 민호는 고함을 치며 말을 이어갔다. “서지은이 감히 나를 감쪽같이 숨기고, 뒤에서 딴짓하고 있었다고! 심지어 어떤 늙은 여자랑 짜고 나를 속였어!” 그는 작품을 판매했던 임수진에 대해 떠올렸다. 임수진은 당시 작품을 소개하며 그것이 지은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전혀 밝히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이건 분명 서지은이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수작일 거야!’민호는 스스로 이렇게 믿으며 자신의 분노를 정당화했다. 그는 자신이
지은의 말이 끝나자, 어느새 한 손이 그녀의 어깨 근처에 얹혔다. 지은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성재가 서 있었다. 그는 굳건하고 묵직한 존재감으로 그녀 옆에 서 있었고, 그 모습은 마치 흔들리지 않는 산과 같았다. 민호조차 성재의 강력한 아우라 앞에서 조금도 반박하거나 반응할 수 없었다. 성재는 말 한마디 없이 지은의 어깨를 가볍게 감쌌다. 그런 다음 민호의 달라진 얼굴색을 완전히 무시하며 그녀를 데리고 대회장을 떠났다. 이 장면은 남아있던 A 시의 모든 자수 기업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뭐지? 그
지은의 한마디에 민호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입술까지 떨려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앉아 있었다. 대회장은 고요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고, 모든 시선이 PX그룹과 민호에게 쏠렸다.‘뭐? 그 작품이 서지은이 한 거라고?’민호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서지은이 저렇게 대단한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도 안 돼! 설령 서지은이 했다 해도, 그건 우연히 잘 된 거겠지.’민호는 속으로 부정하면서도, 겉으로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행동했다. 그는 지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아니, 서
민호의 비아냥과 깎아내리는 말들은 지은이 PX그룹에 있을 때부터 수년간 반복되어 왔다. 그녀는 이미 그런 말을 들을 만큼 들었고, 이제는 귀에 못이 박힐 정도였다. 과거의 지은이었다면 민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며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제는 민호의 교만한 태도와 비웃음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만큼 거슬렸다. 마침 대회 측 관계자가 CY그룹 쪽으로 다가와 1위를 축하하려던 순간, 지은이 목소리를 높여 질문을 던졌다. “만약 외부에서 고급 작품을 구매해 출품한 경우,
지은이 PX그룹에 있을 때, 출품 작품 선정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강조했던 원칙이 있었다. 바로 자수 공예 장인들의 이름을 작품에 절대 표시하지 않는 것이었다. 또한, 작품 선정과 투표 단계마다 다양한 부서의 관리자를 참여시켜 공정성을 확보하려 노력했다. 혹시라도 부정행위가 발생하면 정직하게 노력한 자수 공예 장인들에게 너무나 불공평한 결과를 초래했다.그녀는 이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무대 뒤, 선정된 자수 공예 장인들이 대형 스크린에 비치는 작품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
지은은 긴장이 풀린 듯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입선했으면 다행히.’CY그룹에 막 발을 들인 그녀로서는, 첫 대회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야만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할 수 있었다. 민호와의 지난 경험은 그녀에게 깊은 교훈을 남겼다. '손에 꽉 쥐고 있어야 내 거지, 그렇지 않으면 언제가 사라질 거야.'뒤쪽에 앉아 있던 CY그룹의 팀장들은 스크린에 비친 작품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그 색감의 조화, 표면에서 반짝이는 광택감, 그리고 투명함을 강조한 디테일! ‘이건 진짜 대가의 작품이야!’그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대회 분위기는 점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미 세 개 기업이 작품을 제출한 상황에서, 이제 PX그룹의 차례가 되었다. 양나인은 멀리서 지은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녀는 순간 놀라움과 기쁨이 뒤섞인 표정을 지었다. ‘서 대표님이 정말 PX그룹을 떠나서 CY그룹으로 가셨구나...’ 그녀는 잠시 마음이 복잡해졌다. ‘서 대표님이 그렇게 큰 회사로 가셨는데, 혼자서 팀원도 없이 잘 적응하실 수 있을까?’지은이 없는 PX그룹의 분위기가 퍽 어수선해졌기에, 나인은 지은의 현재 상황이 걱정스러웠다. ‘혹시 서 대표
지은은 민호의 말에 순간적으로 이마를 찌푸렸다. 지금은 상하관계를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그녀는 성재의 팔을 살짝 밀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이런 자리에서 강 대표와 다투는 건 적절하지 않아요.” 그녀의 말은 냉정하고 이성적이었다. ‘강민호 같은 사람과 말다툼하는 건 내 품격만 떨어뜨리는 일이야.’하지만 성재는 그녀와는 달랐다. 성재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의 표정은 이미 냉랭하게 굳어 있었다. 이 상황을 놓치지 않은 이는 바로 그의 비서, 이무진이었다. 무진은 성재의 미묘한 신호를 읽고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