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말한 것은 당연히 큰 어르신이다.큰 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반지훈을 노려보았다."널 말하는 거잖아, 청하지도 않았는데도 오고."반지훈은 웃으며 여정희를 바라보았다."할머니, 전 드디어 왜 할머니가 할아버지와 결혼을 하지 않는 건지 알거 같아요, 할아버지의 이런 성격으로는 할머님이 편안히 지내시긴 어려울 것 같네요.""반지훈, 너..."큰 어르신은 화가 나 마구 손을 떨었다.역시나 불효 자식이야. 불효 자식!그는 여정희 곁으로 가 앉으려 했고 여정희는 그를 힐긋 쳐다보았다."내가 앉으라고 했어?"큰 어르신은 내심 억울했지만 말할 수도 없었다.그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나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정희야, 저 반지훈, 빌어먹을 녀석의 헛소리를 듣지 마.""빌어먹을 녀석?"여정희는 웃으며 두 손으로 몸 앞에 세워놓은 지팡이를 짚었다."반 가에서 누가 빌어먹을 녀석이 아닌 건데? 당신 아들도, 이 녀석도, 당신은 특히."그도 큰소리로 말했다."그래, 내가 빌어먹을 녀석이야. 그럼 앉아도 되지?"여준우는 고개를 돌렸고 어깨는 조금 들썩이고 있었다.반지훈은 이런 장면에 진작부터 익숙해져 있었다. 반 가의 남자는 자신의 여자 앞에서 확실히 뻔뻔스럽다.큰 어르신은 주머니에서 액세서리 케이스를 꺼내 여정희 앞에서 천천히 열었다. 정교한 액세서리 케이스 안에는 다이아몬드로 조각한 연꽃 하나가 영롱한 모습을 드러냈다."선물이야."여정희는 받자마자 소파에 내팽개쳤다."앞으로 아무리 심심해도 남의 집 앞에서 어슬렁거리지ㅍ마, 당신인ㅍ줄 몰랐다면 사람 시켜서 쫓아냈을 거야."큰 어르신은 난감한 듯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이들 앞에서 나 체면 좀 남겨줘."반지훈은 일어나 입고 있던 트렌치코트를 정돈했다."됐어요, 저는 그럼 이만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방해하지 않을게요."반지훈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준우도 남아있기 어색해 핑계를 찾아 나갔다.정원에는 눈이 내린 듯했고, 깨끗이 정돈된 꽃밭이 또 흰색으로 뒤덮였다."
"사돈을 처음 만나는 자리인데, 무엇을 입어야 할지 모르겠어. 너무 정중하게 입으면 격식 차리는 것처럼 보이고 너무 간단하게 입으면 예의 없어 보이고."정연은 수십 벌의 옷을 갈아입었고 침대에 가득 쌓이게 온갖 트집을 잡았다.일찍이 옷을 입은 한희운은 옆에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어울리면 돼, 아까 그 옷 좋던데?""그래?"정연은 방금 그 보라색 긴 치마를 들고 거울 앞에 서서 대보았다."괜찮은 것 같아, 그럼 이걸로 하자."정연은 드디어 옷을 갈아입고 한희운의 팔짱을 끼고 궁전을 나섰다. 그녀는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물었다."첫 만남 선물은 준비했고?"한희운은 그녀가 이것을 물어볼 줄 알고 웃으며 차 문을 열어주었다."이미 준비했어, 지금 차 안에 있어."블루마운틴 저택은 지금 아주 떠들썩하다. 진철환과 진예은이 먼저 도착했고, 이어 알맞춤하게 온 사람은 정연과 한희운이다.정연은 이번 수행에 황실 경호원을 데리고 오지 않았다. 너무 튀어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정연과 한희운은 로비에 들어섰고, 집사와 하인들이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 그리고 이내 소파에서 잡담을 하던 사람들도 천천히 일어났다."세상에나..! 저희 늦게 온건 아니죠?"정연은 다급히 앞으로 다가가 강성연과 반지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이 넘쳤고 손을 뻗어 인사를 올렸다."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강성연도 웃으며 그녀와 악수를 했다."처음 뵙겠습니다, 여왕 폐하.""그렇게 예의를 차리실 필요는 없어요. 저희는 이제 사돈이니까 편하게 정연이라고 불러주세요."정연은 시종 여왕의 격식을 차리지 않았고 화기애애했다. 강성연은 원래 한태군의 어머니가 지내기 어려울 가봐 걱정했다. 아무래도 그녀는 여왕이고 이 나라의 군주다 보니 다소 꺼려졌다.정연은 소파에 앉아 무언가 생각난 듯 다급히 한희운한테 선물을 가져오라 했다.강성연은 멈칫하고 한희운이 들고 온 귀중한 선물세트를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것은...""이것은 저희의
여정희는 그녀에게 칭찬을 받고 아주 기뻐났다."네가 말을 제일 예쁘게 하네."큰 어르신은 득의양양해졌다."당신 아들이 총애하는 증손녀가 말을 예쁘게 안 할리가 있겠나."여정희는 조금의 귀찮음을 품고 그를 힐긋 쳐다보았고 상대하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그녀는 여왕과 함께 서 있는 한태군을 보고 자애롭게 웃었다."태군이 이 아이는 점점 더 잘생겨지는 것 같네, 여왕 폐하를 갈수록 닮았어."정연은 그녀의 손을 잡고 키 차이 때문에 기꺼이 몸을 숙였다."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태군이가 확실히 저를 더 닮았어요."계속 한태군만 칭찬을 해 반지훈과 반재신 부자는 시큰둥해졌다. 큰 어르신도 더욱 시큰둥해 했다. 그의 혼혈 비주얼은 젊었을 때 잘생기고 멋졌었는데, 왜 자신은 칭찬을 받은 적이 없는 건가?강유이는 진예은과 눈을 마주쳤다. 그들 곁에 서있기만 해도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저녁 무렵, 집안 연회는 이미 준비가 되었다.7~8미터 길이의 긴 식탁 위에 각양각색의 풍성한 만찬들이 놓여 있었다. 양식, 중식, 과일 쟁반과 디저트까지.여왕은 연세가 가장 많으신 여정희에게 상석을 양보했다. 그리고 차례대로 큰 어르신, 한편에는 반 가와 여준우가 앉았고, 한 편에는 한 가와 진철환, 진예은이 앉았다.하녀가 그들을 대신해 요리를 집어 놓았다. 강유이의 컵에만 레모네이드였고 나머지는 모두 술을 따랐다.모두들 건배를 하고 얘기를 나누며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시끌벅적했다.가족 모임을 가진 지 일주일이 지난 뒤, 정연은 수시로 반지훈 부부를 궁에 초대했다. 정연이 그들을 초대해 문화재관을 참관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인터넷 매체들은 강유이의 예비 왕비 자리가 안정되었다고 추측하기 시작했다.그리고 태라 가문의 전례 때문에, 귀족과 내각의 현직 대신들은 감히 황실의 일을 함부로 얘기하지 못했다.강유이의 배도 점점 눈에 띄기 시작했고, 한태군도 대부분 틈을 내 집에서 그녀와 함께 있을 수 있었다.그리고 진예은 쪽에
반재신은 그녀의 얼굴을 받쳐 들고 빤히 바라봤다."그렇게 출세하려고 해서 뭐해, 내가 와이프 먹여 못 살릴 정도로 가난한 것도 아닌데, 출세 못해도 괜찮아. 내가 다 보살펴 줄게.""하하. 말은 정말 잘해."진예은은 울고 또 웃었다."난 당신이 키워주는 거 원치 않아, 남들에게 무시당하고 싶지 않아."반재신은 그녀를 품에 안았다."남들이 어떻게 보든 내가 널 중요하게 생각하면 되지."진예은은 턱을 그의 어깨에 닿고 웃음 속에 행복이 흘러나왔다."정말 좋아, 어떤 일이든 의미가 생기는 것 같아."그가 있고 희망이가 있으면, 그녀의 세상에는 더 이상 빛을 볼 수 없는 어두움이 아니다.반재신은 그녀의 머리에 키스하고 목소리를 낮추었다."자, 이런 기쁨을 친구들에게도 공유해야지. 다들 널 많이 지지해 줬었는데.""맞네, 지금 바로 알려줘야겠어."진예은은 웃으며 위층으로 올라가 그를 혼자 제자리에 팽개쳐 두었다."..."그는 정말 괜한 소리를 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그녀만 행복하면 된다....서울, 도장."바로 이곳이예요. 오빠, 지난번에 그 계집애가 여기 있다고 했어요!"몇 명의 일진들이 한 무리의 사람을 데리고 왔다. 우두머리 남자는 서른 살 정도 돼 보였고 스포츠머리에 헤어 옆쪽엔 디자인을 넣었다.그는 시가를 피우고 있었고 엄지손가락에 낀 금반지에는 비취가 박혀있었다. 약간 둥글게 튀어나온 똥배까지 더하니 조금 부태가 나 보였다.그는 뒤에 있는 부하를 쳐다봤고, 몇몇 부하들이 도장의 대문을 걷어찼다.안에 앉아 밥을 먹던 동훈과 몇 명의 도장 사람들이 모두 일어났다. 동훈은 기세등등하게 찾아온 사람들을 보고 도장 깨기를 하러 온 듯해 보였다."당신들 뭐예요? 여긴 당신들이 소란을 피울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그 일진 여동생이 허리에 손을 지고 걸어 나왔다."그 남우라는 계집애는 어딨어, 우리 오빠 왔으니까 굴러 나오라 그래!"동훈은 멈칫했다. 남우를 찾으러 왔다니, 설마 도장에 무슨 사고라도 초래한 건 아니겠
종언은 텀블러 뚜껑을 열어 천천히 차를 마시며 말했다. “우리 도장에 있는 사람들은 절대 주동적으로 일을 안 저지릅니다.”“주동적이든 말든, 오늘 빨리 사람이나 불러 와. 아니면, 난 가만히 안 있을 거야.”중년 남자가 종언한테 가까이 다가가더니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여기 동거리에 나가서 ‘호형’이라는 이름을 물어봐봐, 너희가 잘 싸운다고 무슨 대수야? 지금 내일 이 도장이 열수 있는지가 관건인데.”동훈은 화가 나서 앞으로 나가려 하자, 종언이 손을 올리며 제지했고. 그는 중년 남자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우리 도장은 여기서 10년을 열었어요. 쉽게 닫을 것 같아요?”중년 남자는 몸을 돌려 옆으로 가더니 몸 뒤에 있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더니, 그 부하들은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는 두말하지 않고 종언에게 싸우려고 달려들었다. 종언은 손에 있던 뜨거운 차를 뿌리고 바로 상대방의 팔을 잡고 꺾었다. 뼈에서 탈골한 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두 명의 남자가 좌우로 같이 공격했다. 종언은 상대방이 다리를 들고 공격하려는 것을 알아차리고 두 발 물러섰다.종언은 신속하게 공격하고 상대방이 다리를 내밀 기회도 주지 않았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듯 속도가 빨랐다. 두세 번 공격 만에 상대방을 눕혔다.중년 남자는 안색이 보기 싫어지더니 모든 사람이 같이 공격하라고 명령했다.하지만 그들은 종언에게 상대도 안 된다. 10분도 버티지 못하고는 모두 땅에 쓰러져서 일어나지도 못했다.불량소녀들은 이 두려운 장면을 보고는 놀라서 뒤로 몸을 숨겼다. 중년 남자는 체면이 서지 않아 종언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두고 봐!”그는 전화를 걸어 사람을 더 부르려 했다. 하지만 번호도 채 누르지 못했는데, 칼이 쓩 하며 날려오더니 그의 손에 있는 핸드폰을 명중해 땅에 떨어졌다. 칼은 그의 뒤에 있는 훈련용 말뚝에 든든하게 박혔다.중년 남자는 천천히 머리를 돌려 말뚝에 박힌 칼을 보고 침을 삼켰다.다시 머리를 돌리니, 종언이 벌써 자기 앞에 서 있으면서 자기의 핸드폰을
동훈은 그렇게 말하고도 화가 풀리지 않아 계속 얘기했다.“하긴, 너는 서울에서 반 씨의 큰 도련님께서 뒤를 봐주니 당연히 걱정하는 게 없지. 하지만 우리 사장은 모든 재산을 도장에 쏟아부었어.”“종언이 모든 재산을 도장에 넣었다는 말이야?”그녀의 인상에서 종씨 집안은 동남아 쪽에서 꽤 돈 많은 집안이다. 그가 집을 떠난 뒤, 집에 있는 사람과 연락을 끊은 건가?동훈은 얼굴을 돌리면서 태도가 좋지 않았다.“아니면? 사장이 여기서 도장을 10년이나 장사 했는데 먹고 자고 하는 것을 다 도장에서 해결하겠어? 원래 여기 가게는 귀찮은 일이 생길까 봐 외지 사람한테 빌려 도장을 열지 못하게 했어, 사장이 일주일이나 가서 얘기해서 사장의 성의를 봐서 어쩔 수 없어 허락한 거야. 상대방은 사장한테 대여기간에 여기저기서 일을 저지르면 가게를 회수하겠다는 계약서까지 쓰라 했어.”“이제 꼴 좋아졌지 뭐. 그 사람들이 동네방네 우리 도장에서 사람을 괴롭힌다고 소문이라도 내면 우리 도장은 아마 내일이면 문을 닫아야 될지도 몰라.”남우는 갑자기 침묵했다.그들이 도장에 와서 자기를 찾으라 한 것은 그녀의 뜻이다. 하지만 그녀는 도장과 집주인이 그런 계약까지 썼는지 몰랐다.동훈과 기타 제자들은 일하러 갔다. 남우만 제자리에 서 있었다. 한 참 지나, 그녀는 뭔가 떠올라서 급하게 도장을 떠났다.동훈이 머리를 돌려 그녀가 뛰어나가는 뒷모습을 봤다.“야…!”그녀를 부르려고 했지만 이미 멀리 뛰어간 후였다. 그는 더욱더 남우가 말썽꾼이라 생각했다. 역시 스카이섬에서 자란 사람은 모두 무지막지하다. 그가 몸을 돌려보니 종언이 2층에 서 있는 것을 보고 멈칫했다.“사장님?”한편, 사립 초등학교 부근.“아이 씨. 그 여자가 감히 오빠를 못 만나니, 일부러 우리보고 오빠 데리고 도장에 가라 한 것이었어. 괜히 우리만 욕먹게 하고.”빨간 머리 불량소녀가 벽에 기대서 담배를 한 대 피웠다. 옆에 있는 두 동생의 말을 듣고는 더욱 화가 났다.어제 일 때문에 그녀는 오빠한테
“언니...”송미소는 무슨 말 하려 했는데, 그때 남우가 그녀의 머리를 만졌다.“먼저 학교가, 지각하지 말고.”송미소는 입술을 오므리면서 계속 뒤를 돌아봤다.그녀가 학교에 들어가자, 남우는 손을 들고 빨간 머리 불량소녀의 얼굴을 치면서 웃었다.“나 데리고 너희들 봐주는 오빠 만나러 가자.”불량소녀들은 놀랐다. 이렇게 맞으려고 안달하는 사람을 처음으로 본다.하지만, 그들 마음에 쏙 들었다.불량소녀들은 남우를 데리고 당구장에 갔다. 안에는 담배 연기로 가득 차 있고 난장판이 아니었다. 남자 열몇 명의 눈길이 모두 그들 몸에 모였다. 당구를 치든 중년 남자가 불량소녀들이 여자 한 명을 데리고 온 것을 보고 당구 큐를 놓았다.빨간 머리 불량소녀가 다가갔다.“오빠, 이 여자예요.”그러자 남우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그중에는 몇 명은 석고를 한 다친 사람이였다. 보아하니 어제 그들이 도장에 찾아가서 오히려 맞았든 모양이였다.호형은 남우를 몇 번 훑어보며 물었다. “너야?”남우는 두 팔을 껴안고 살짝 웃었다.“아니면?”그녀의 오만한 태도를 보고 또 어제 당한 일을 생각하자, 그는 교근을 움직이더니 옆에 있는 사람을 밀쳐내고 남우를 향해 걸어갔다.“이 년이 어제 우리를 갖고 놀더니, 오늘은 제 발로 찾아왔네? 간이 큰 모양이야.”남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려 손가락으로 팔을 쳤다.“나 원래 간이 커, 어제저녁은 너희가 내가 없을 때 도장에 가게 만든 건 내 잘못이야. 이번에는 너희가 나 안 찾아도 내가 너희를 찾으러 왔어.”말이 끝나자, 남우는 갑자기 호형을 집어 찼다.호형은 당구대에 세게 박았다. 당구대가 불량품인 것처럼 무너졌다.모든 사람이 놀라서 일어섰다.“호형”불량소녀들도 부둥켜안고 옆으로 피해서 경악하게 이 모습을 쳐다봤다.호형은 가슴을 쥐고 땅에서 일어나더니 기침했다. 하마터면 차여서 숨 멎는 줄 알았다. 그는 간신히 이를 악물었다.“다 같이 덤벼!”부하들은 남우를 향해 같이 달려들었다.남우는 당구대 위
그는 곁눈질로 남우 뒤에 있는 사람을 봤는데, 그녀의 뒤에 있는 남자가 천천히 기어서 일어나더니 주머니에서 휴대한 과도를 가지고 남우를 향해 걸어왔다. 남우가 갑자기 옆차기하면서 신속하게 남자의 목을 찼다. 남자가 날아가더니 머리가 실내의 화분에 꽂아졌다. 호형의 얼굴도 순간 얼어버렸다.남우가 머리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호형은 더 이상 웃지도 못하고 울고만 싶어졌다.“나, 나. 나...”남우는 웃더니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그의 다리뼈를 밟자 그는 아파서 마구 소리를 질렀다.“내가 잘못했어…!”그녀는 몸을 숙여 호형을 봤다. 웃는 모습이 마치 지옥에 있는 귀신과도 같았다.“듣자니, 네 뒤를 봐주는 사람이 하준 이라면서, 맞아?”같은 시각, 개인 수영장“하 도련님, 저 여기 있어요. 나 잡아 봐라~”“하 도련님, 여기요!”수영장 안에 색정적이다.하준은 눈을 가리고 수영장 안에서 여러 명의 미녀 셀럽들과 숨박꼭질하고 있었다. 한참을 잡아도 못 잡고 미녀들의 웃음소리만 들어니, 마음이 간질간질하면서 입을 벌리며 웃었다.“너희는 미꾸라지야? 하지만 괜찮아, 나한테 잡히면 천만 원 줄게.”미녀들이 이 말을 듣자 모두 모여갔다.“하 도련님, 날 잡아요. 날 잡아요!”하준이 방금 한 사람을 안았는데, 갑자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리고 호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 도련님, 하 도련님!”하준은 짜증 내면서 안대를 벗었다.“아이 씨, 누구야? 누가 감히 내 좋은 일에!”이어서 남우는 호형을 수영장에 확 던졌다.“길 막지 말고 꺼져.”그녀가 걸어 들어왔다.하준이 남우를 보자, 표정이 살짝 변했다.“너, 너가 여긴 어떻게?”호형은 수영장 안에서 파닥거리면서 소리쳤다.“하 도련님, 저 좀 구해주세요!“ 남우는 물속에 있는 사람을 한 번 봤다.“160센티미터 되는 수영장 안에서 발이 땅에도 안 닿아?”호형은 두 번 파닥거리더니 수영장 안에서 머쓱했다. 눈빛으로 하준에게 구해달라고 했다. 하준은 손을 휘젓더니 옆에 있는 미녀들을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