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좋은 소식이네."반재신은 진예은 옆에 멈춰서서 강유이와 한태군을 바라보았다."적어도 결과는 괜찮아."한태군은 강유이를 껴안고 웃었다."이건 다 재신 형님 덕분이야."하인은 푸짐한 점심 식사를 준비했고, 네 사람은 식탁에 앉아 밥을 먹으며 반주로 흥을 돋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강유이는 주스로 술을 대신했다.진예은은 손에 든 술잔을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태라 가문의 문제도 이젠 다 해결된 셈이지, 내각에서 이렇게 많은 대신들이 탄핵될 줄은 몰랐어. 이렇게 되면, 아마 크게 물갈이를 해야 하지 않을까?"태라 가문의 정해진 결말은 바꿀 수 없고, 태라 가문과 한 패인 몇몇 대신들의 말로도 그다지 좋지 않다.횡령한 재산을 압수당했을 뿐만 아니라 다시 직위를 회복할 가능성도 없다.이번 생에 정치 업무에 다시 관련될 수 없으며, 그들의 가족들과 친척을 포함하여 영원히 채용하지 않는다.한태군은 강유이에게 반찬을 집어주었다."내각은 진작에 사람을 바꿔야 했어, 지금은 그저 그들을 조기 퇴직시키는 것에만 불과하지."진예은이 웃으며 말했다."태라 대신의 결과에 비해 퇴직은 너무 좋은데."그때 반재신의 핸드폰이 울렸고 꺼내보니 아버지였다."네, 아버지."그는 일어나 한편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반재신이 전화를 받고 돌아왔고, 강유이가 물었다."오빠, 아빠가 전화해서 뭐라 그러셨어?"반재신은 미간을 찌푸렸다."아버지랑 어머니께서 함께 영국에 오신대."강유이는 멍해 있다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엄마랑 아빠가 온다는데, 좋은 일 아니야?"반재신은 입꼬리를 내리며 말했다."넌 기쁘겠지, 하지만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오시면 난 바로 돌아가야 해.""그러네."강유이가 비웃었다."영국에서 예은이랑 이렇게 오랫동안 같이 있으면서 회사를 큰오빠한테 던져놓고 있었으니, 확실히 돌아갈 때가 된 거 같긴 해.""닥쳐."진예은은 천천히 술을 마시며 무슨 생각을 하지는 알 수 없었다.점심을 먹고 그들은 먼저 저택을
그는 잡지를 내려놓고 요람 침대에서 울며 발을 허둥거리는 희망이를 바라보았다. 눈살을 찌푸렸지만 눈 안에는 분노가 보이지 않았다."계집애, 일부러 나랑 해보자는 거지?"어르신은 보온컵을 들고 위층에서 내려왔다."네가 집에서 아이를 보는 게 네 할아버지보다도 못하는 것 같네."큰 어르신은 적어도 아이를 달래실 줄 아셔서, 달래기만 하면 울음이 그친다.반지훈은 희망이를 품에 안았다."아버지도 잘 달래지 못하시잖아요, 저랑 도토리 키 재기 아닌가요?"어르신은 화가 나 말을 하지 않았다.희망이는 여전히 큰 소리로 울고 있다.반지훈은 희망이의 기저귀를 만져 보았고 보아하니 싼 것 같았다. 그는 하녀에게 희망이를 안고 기저귀를 갈아주라 시켰다."아무래도 네 아버지를 굴러오게 해야겠어."어르신은 물을 마시며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너더러 세 아이가 태어났을 때 곁에 없으라 했냐?! 아이를 달래줄 줄도 모르고, 정말 쌤통이야!"자기가 지은 죄니 손녀한테 갚아야 하지 않을까.어르신은 무언가 생각난 듯 여유롭게 소파에 앉았다."유이 그 계집애 뱃속에 대체 아이가 몇 명인지 모르겠네, 만약 성연이처럼 셋을 낳으면 아주 떠들썩 해지겠어."반지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는 이미 그들이 낳은 꼬마 열무 같은 아이들이 그를 에워싸고 재잘재잘 ‘할아버지’라고 외치는 장면을 상상해 낼 수 있다.그때야말로 정말 골치 아프다."참, 성연이랑 영국 간다고?"반지훈은 몸에 걸친 외투를 정돈하고 담담하게 답했다."아직 정식으로 한 가를 만나지도 못했는데, 이젠 때가 되었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한 가는 지금 황실이야, 한태군의 어머니인 정연 여왕의 집권 능력이 괜찮고 국왕의 풍모가 있다고 들었어. 유이와 태군이는 이미 혼인 신고도 했으니, 유이의 가족으로서 사돈집에 방문해야지."그리고 어르신이 계속 말을 이었다."그리고 네 할머니도 뵈러 가는 것을 잊지 말거라."반지훈이 ‘네’라고 답했다.….사립 초등학교.구명신은 방과 후 가방을 들고 학교에
구명신은 스마트 워치를 입가에 대고 말했다. "경찰 아저씨 맞죠? 여기 누가 싸우고 있어요!"빨간 머리의 여학생이 달려들었다."이 자식이, 감히 경찰한테 전화를 해?"구명신이 반응을 하기도 전 그녀로 인해 바닥에 밀쳐 넘어졌고, 그가 떨어뜨린 책들이 바닥에 흩어졌다.그는 이를 악물고 일어나 반격했고 여학생과 싸우기 시작했다.하지만 그의 힘은 16세의 여학생에게 미치기 어려웠고 특히 여려명을 상대하기 힘들었다.빨간 머리의 여학생은 소매를 걷어붙이며 소리쳤다. "그래 이 녀석, 감히 반격도 한다 이거지? 내가 오늘 널 반드시 혼낼 거야!"빨간 머리의 여학생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갑자기 뒤에 있던 송이가 그녀를 안았다. 송이는 구명신을 향해 소리쳤다."멍해서 뭐 하고 있어, 어서 가."빨간 머리 여학생 옆에 있던 사람이 발을 들어 송이를 걷어찼고, 송이는 넘어지며 손바닥이 계단에 부딪혀 찰과상을 입었다."송이 선배!"빨간 머리의 여학생은 ‘어이구’소리를 내며 구명신의 옷깃을 잡아당겼다."알고 있던 사이였네, 잘 됐어, 오늘 너희들이 날 건드렸으니 누구도 못 가."바로 그때, 정면에서 날아온 깡통 하나가 빨간 머리 여학생의 이마를 쳤다. 여학생은 비틀거리며 몇 걸음 뒤로 물러섰고 아예 뒤에 서있던 친구들에게 부축당하며 마구 고함을 질렀다."누구야?"구명신은 재빨리 일어나 송이 곁으로 가 그녀를 일으켜 세웠고, 이내 그 몇몇 여학생을 향해 걸어오는 여자를 바라보았다.그는 아주 의아했다.왜 남 코치님인 거지?남우는 손에 든 빈 깡통을 던지며 눈웃음을 지었다."너희들은 공부를 똑바로 못하는 것도 모라 자서, 일진 짓도 똑바로 못하고 다니네. 초등학생이나 협박하고, 나이로 애들 괴롭히는 거야?"빨간 머리의 여자는 퉤 소리를 내며 이를 갈았다."네까짓 게 뭔데 감히 우리 일에 참견을 해, 너 우리 오빠가 누군지나 알아?""모르는데?"남우는 걸음을 멈추고 눈썹을 치켜올렸다."뒤에 오빠가 있는 거야?"빨간 머리의 여자는 바로
그런데 이 녀석, 어린 나이에 무술을 배우려 하다니. 설마 정의를 위해 싸우려고 그런건가?남우는 두 사람 앞으로 걸어갔다."마침 이 길을 지나갔을 뿐이야."말을 마치고 그녀는 몸을 숙여 구명신을 바라보고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어린 나이에 정의를 위해 용감히 행동하고. 음, 좋아, 아주 마음에 들어."구명신은 고개를 숙이고 말을 하지 않았다.송이가 이때 구명신의 옷을 잡아당기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그래도 언니한테 고맙다고 말해, 우리를 도와주셨잖아."구명신은 어색하고 내키지 않았지만 그래도 억지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남우는 고개를 숙여 손목시계를 확인하고는 곧장 몸을 바로 세웠다."날도 늦었으니까, 내가 너희를 바래다...""괜찮아요, 저희가 알아서 돌아갈게요."구명신은 송이의 손을 잡고 남우를 지나 떠났다. 송이는 고개를 돌려 남우를 바라보기도 했고 구명신은 잡으려 시도했다."후배야, 언니가 우리를 도와줬는데 저렇게 버려두고 상관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어른인데 누가 와서 신경 써 주는데?"남우는 이 말을 듣고 혀를 찼다. 어린 나이에 이렇게 도도하다니?구명신은 송이와 길가에 가서 차를 기다렸고 남우는 몇 걸음만에 그들을 따라잡고 느긋이 그들 뒤로 왔다."어이구, 택시 타고 돌아가는 거야? 나쁜 사람 만나는 게 무섭지도 않아?"구명신은 그녀를 돌아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왜 저희를 따라오세요?!"남우가 팔짱을 꼈다."난 너의 코치야, 당연히 너희들의 안전에 책임을 져야지."송이는 구명신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니면 언니한테 데려다 달라고 하자."구명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남우는 몸을 숙여 그들을 보며 웃기 시작했다."꼬마 명신 동생, 그래도 선배 말 듣지 그래? 방금 그 사람들이 다시 나타날지도 모르고, 그 고양이 같은 솜씨로 선배를 지켜낼 수나 있겠어?"선배를 보호할 줄도 알고. 역시 그녀가 얻고 싶은 제자다웠다.구명신은 한참을 고민하다 말했다."그래요, 데려다주고 싶으면 데려다줘요."
그는 한시도 지체할 새 없이 어서 자라고 싶었다.남우는 백미러를 통해 바라보다 그의 얼굴에 작은 상실감이 나타난 것을 포착했다."사실 실망할 필요 없어, 넌 아직 어리고 겨우 배운지 얼마나 됐다고. 남들은 무술을 십여 년 배워도 적을 이길 수 있을지 모르는데, 배운지 1년도 안되면서 누굴 이기려는 거야?"구명신은 입을 삐죽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남우가 웃으며 말했다."아니면 차라리 날 스승으로 모셔, 절대 손해 보지 않게 해줄게, 어때?"구명신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있었다."그럼 차라리 언이 형한테 배워달라고 하는 게 낫겠어요."남우는 표정을 굳혔다."너 정말 하나도 안 귀여워."구명신은 콧방귀를 뀌며 얼굴을 홱 돌렸다.차가 구 가로 도착하자 구명신은 차에서 내렸다. 이때 집사가 다급히 나왔다."도련님, 대체 어디 가신 거예요, 회장님께서 학교에서 기다리셨는데 나오시는 것도 보지 못하셨어요."구명신은 가방을 뒤로 던지고 집사를 넘어서서 말했다. "아버지가 나를 데리러 오기를 기다렸다간 벌써 집에 도착했을 거예요."집사는 난감한 듯 그의 발걸음을 따라갔다."회장님 좀 이해해 주세요.. 회장님께서 요즘 너무 바쁘셔서..."남우는 그들이 정원에 들어서는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고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요즘 아이들은 키우기 너무 어렵다. 그녀는 그저 제자를 받고 싶었을 뿐인데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그녀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반재언이다.전경 저택.남우는 현관에 서서 신발을 갈아 신었고 식탁 위에는 이미 저녁이 준비되어 있었다. 반재언은 수프를 들고 주방에서 나오며 말했다."요즘 줄곧 구명신 그 녀석을 따라다니며 뭐해?"남우는 멍해졌다."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그는 수프를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남우를 바라보았다."내가 어떻게 몰라, 와이프가 일찍 나가고 늦게 돌아오는 데다, 학교 근처에서 자주 나타나고 아주 의심스러운데."그녀는 다소 난감한 표정으로 식탁 앞에 앉아 젓가락을 들고 제육 한 조각을 집
그녀는 외투를 두르고 얼굴에는 웃음이 넘쳐흘렀다."괜찮아요, 좀 더 기다릴게요."아빠와 엄마가 오늘 곧 오신다. 그녀는 정말 그들이 너무 그리웠다.얼마 지나지 않아, 리무진 세 대가 천천히 저택으로 들어왔고 정원에 세워졌다. 강성연이 차에서 내린 순간, 강유이는 그녀를 향해 곧장 달려갔다."엄마!"강성연도 그녀를 껴안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엄마가 될 사람인데 왜 아직도 마구 뛰어다녀.""너무 보고 싶었다고요….!"강유이는 그녀의 품에 안겨 있었고, 강성연은 예전처럼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엄마도 국내에서 널 많이 보고 싶어했어, 너한테 사고가 났다는 것을 알고 엄마랑 아빠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반지훈은 한태군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그는 가볍게 기침을 했고 그제야 강유이는 걸어가 그에게 안겼다."아빠."반지훈은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살이 많이 찐 것 같네, 누군가가 잘 보살피나 보군."호명된 ‘누군가’인 한태군은 웃으며 말했다."장인어른께서 아깝지만 저에게 맡긴 사람인데, 당연히 장인어른을 실망시킬 수는 없죠."강성연은 반지훈 손에서 트렁크를 건네받았다."됐어요, 날이 추우니 먼저 안으로 들어가세요."집사와 미아는 함께 짐을 가지러 갔고 한태군은 그들을 안으로 모셨다.거실에서 하인이 차를 우려 탁자 위에 내려놓았고 반지훈은 잔을 들어 차를 음미했다. 강성연은 주위를 둘러보고 말했다."이곳은 그래도 꽤 조용하네."강유이는 그녀의 곁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여긴 태군 오빠 외할머니의 저택이셔, 태군 오빠가 태교에 적합할 것 같대."강성연은 그녀의 코끝을 튕기며 훈계하는 말투로 말했다."태교에 적합해도 그런 일들을 참아내기는 힘들어. 얼마나 위험한 줄 몰라?"그들은 당연히 강유이가 하마터면 유산을 할 뻔한 일을 알고 있다. 멀리 떨어진 Z 국에 있으니 그녀의 곁에 있을 수 없었고,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도착할 수 없었다.소식을 알았을 때, 강성연은 나쁜 일이 생길까 봐 겁에 질렸었다.강유이는
강성연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기 시작했다."엄마는 네가 태군이와 함께 있으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점심, 강유이는 강성연과 함께 화원에서 산책했다. 그녀는 강성연의 팔짱을 끼고 말했다."엄마, 아빠랑 얼마 동안 있을 거예요?"강성연이 비웃으며 말했다."왜, 우리가 갔으면 좋겠어?"그녀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예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강성연의 어깨에 기대었다."아빠랑 엄마께서 좀 오래 있어도 괜찮아요.""이번에 너희 아빠랑 난 그저 보름 동안 있을 것 같아, 내일 너희 아빠는 큰아버지 댁에 가셔서 너희 증조할머니를 만나러 가실 거야."강성연은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강유이를 마주 보았다."내일 나와 함께 예은이랑 예은이 아버지 만나러 가자, 아무래도 예은이도 지금 반 씨 집안의 며느리고 재신이에게 희망이까지 낳아줬는데, 사돈이니 만나보긴 해야지."강유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 내일 나랑 함께 가요."다음날, 강성연과 강유이는 별장에 도착해 진철환과 만났다. 그는 열정적으로 접대했으며 하인에게 준비를 시켜 점심을 초대하려 그녀들을 남아 있으라고 했다. 진예은의 아버지는 반 가에게 상견례 선물을 준비하지 않아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예은이는 아직 학원에 있고 재신이도 외출을 해 집에는 저뿐입니다, 갑자기 방문을 하셔서 아무것도 준비한 게 없으니 정말 죄송하네요."강성연은 미소를 지었다."별말씀을요, 사돈은 예은이의 아버지시고 예은이는 제 며느리니 우린 한 가족입니다. 그렇게 남처럼 예의를 차리실 필요는 없으세요."진철환은 눈을 내리깔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예은이는 정말 좋은 아이예요, 사실 저는 그 아이에게 미안한 게 많습니다, 지금 예은이가 행복한 것을 보니 저도 오히려 마음이 놓입니다.""애초에 예은이가 원하는 것을 해줄 능력이 없어, 예은이를 마음에 안 들어 하실 가봐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재신이가 예은이에게 하는 여러 표현들을 보고 나서야
예전에도 싸우고 지금도 싸우고, 정말 끝이 없었다.그러자 진예은의 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그건 두 남매의 감정이 좋다는 뜻이죠."자신의 아들 진찬과 진예은이 생각난 듯 그의 안색은 조금 어두워졌다.진찬이 살아있을 때, 진예은과 이렇게 사이가 좋은 적이 없었다.사실 그의 탓이기도 하다.진찬이 어려서부터 그의 아내를 따르지 않았더라면, 진찬도 그렇게 극단적인 성격을 가진 아이로 자라지 않았을 것이다.진예은은 좋은 어머니도 없고, 그녀를 사랑해 주는 오빠도 없다. 그리고 그도 좋은 아버지가 아니다.그는 이미 진예은이 자신을 상관하지 않고 다시는 아버지라 인정하지 않더라도 원망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강유이는 진철환의 가라앉은 안색을 발견하고 걸어가 말했다."아저씨, 지금 예은이는 저희 둘째 오빠가 사랑해 주고 있고, 아저씨가 아껴주고 계시고, 저희 엄마까지 아껴주고 계시니까 아저씨가 예은이 대신 기뻐해 주셔야죠."진철환은 멍해졌다. 선의의 권유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나 지금 아주 기뻐."그와 동시에 샌디에이고 저택.여준우는 내각에서 돌아와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반지훈이 소파에 앉아 자신의 딸을 안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왜? 집에서 손녀를 안는 것도 부족해서 여기까지 와서 우리 딸도 가만두지 않는 거야?!"여설희는 손에 든 바비 인형을 갖고 놀며 자신의 아버지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반지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왜, 난 못 안는 거냐고!""너희들은 만나기만 하면 싸우고 있어, 아주 쥐를 본 고양이같이."위층에서 여정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정희는 지팡이를 짚고 며느리 유나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그녀는 지팡이를 들고 반지훈을 가리켰다."이 녀석, 와도 한마디 인사도 없고, 너희 집 그 늙은이처럼 예의가 없어."반지훈은 여설희를 안아 옆으로 앉힌 뒤 천천히 일어났다."할머님의 점심 휴식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겁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