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유준은 멈추고 그의 뜻을 헤아리는 듯, 한 참을 지나 대답했다.“아직 누구에게도 통지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아무도 모를 거라는 보장도 못 합니다.”10분이 지나, 두 사람은 로비에서 기다리는데 부장이 부검 결과를 가지고 왔다.“전하, 오셨어요.”한태군의 시선은 보고서를 향했다.“결과가 어떤가요?”상대방이 대답했다.“우리는 피해자 몸에서 아마톡신 독소를 발견했어요. 이런 독소는 치명할 독버섯에서 생겨나는 것인데 과다 섭취하면 심정지로 질식할 수 있어요.”부장이 말하면서 자료를 펼쳤다.“하지만, 이상한 것은 감옥에서는 음식 관리가 엄격한데 이런 물질이 음식 안에 있을 수가 없는데, 그리고 피해자 방에서도 어떠한 약물도 발견하지 못했어요.”전유준은 한태군 옆에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매수되지 않았을까요?”한태군은 실눈을 뜨면서 답하지 않았다.사법부에서 떠나고 한태군은 전유준의 어깨에 손을 올려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지금 미션을 하나 줄게.”전유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한태군은 유 집사가 감옥에서 독살당한 소식을 막았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지 않아, 유 집사가 죽은 소식이 어떻게 매체의 귀에 들어갔는지 모른다.넥스 회사 밑에 많은 매체가 집결되어 있다. 한태군이 나타나자, 기자들은 앞으로 막아서 질문했다.“한태군 씨, 유 집사는 당신이 전에 고용한 집사인데, 소식에 따르면 그녀가 죽은 뒤 당신이 감옥에 갔다고 하는데, 맞나요?”“유 집사가 당신의 와이프를 유산하게 했는데, 그래서 진짜로 감옥에 가서 유 집사를 독살했나요?”“유 집사의 사인은 진짜로 당신과 관계있습니까?”기자들의 질문에 한태군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주혁은 인파를 가리고 카메라를 밀쳤다.“지금 뭐라는 거야? 유 집사의 죽음이 한태군 씨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도대체 누가 당신들을 고용해서 여기서 허튼소리 하는 거야?”기자들은 미간을 찌푸렸다.“우리는 그저 진실을 알고 싶은 겁니다. 더군다나 우리는 유 집사가 독살당한 그날에 한태군 씨가 감
기자들이 흩어졌다. 주혁은 한태군을 따라 로비로 들어갔다.“형, 도대체 무슨 일이야? 유 집사가 죽었어?”주혁은 진짜로 이 일을 모른다.한태군은 엘리베이터 앞에 멈춰 서더니 담담하게 대답했다.“응, 죽었어.”주혁은 그제야 깨달았다.“그래서 그 기자들이 쫓아 왔어? 누가 이 일로 형을 모함하려고 하는 거네? 누가 이렇게 대가리가 없어? 이러면 자기 혼자서 사람들의 의심을 받는 셈이잖아?”한태군이 대외적으로 소식을 막았는데, 이 일은 감옥 쪽과 사법부 사람들만 알고 있는데, 소식이 공개됐으니, 두 쪽의 내부에 ‘문제’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아닌가?한태군은 주혁을 바라보며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그래도 총명한 셈이네.”“형이랑 매일 붙어 다니는데 총명 안 할 리가 있어?”주혁은 입을 벌리며 웃었다.한태군은 머리를 끄덕였다.“아무도 없어, 내가 자작극 만든 거야.”주혁은 웃음을 거두고 한태군을 따라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지금 나랑 장난하는 거 아니지?”“내가 장난치는 거로 보여?”“아니, 그럼, 오늘의 기자..., 다 형이 시킨 거야?”“그들은 내가 시킨 줄을 몰라.”한태군은 고개를 돌려 주혁을 바라보며 실눈을 떴다.“이제 알았지? 밖으로 새어 나가기만 해봐...”주혁은 쯧쯧댔다.“됐어, 나도 못 믿어? 내가 그렇게 입이 빠른 사람이야? 걱정하지 마, 오늘 일은 못 들은 걸로 할게.”주혁은 그렇게 말하고는 또 호기심에 못 이겨서 물었다.“근데 형, 이렇게 하는 이유가 뭐야?”한태군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사무실로 걸어가고, 주혁은 그의 뒤를 따라갔다.두 사람이 사무실에 들어서자, 주혁은 문을 닫고 수시로 밖을 바라보고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한태군은 넥타이를 벗어 소파 뒤에 얹고는 등을 소파에 기대며 앉았다.“유 집사의 죽음은 무조건 감옥 내부에서 문제가 있어. 오늘 매체들이 이렇게 떠들썩거렸고 유 집사의 사인도 공개됐으니, 뒤에 있는 사람이 가만히 못 있을 거야.”주혁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형이
한태군이 소식을 막았을 때, 그들이 배치한 사람은 벌써 감옥을 떠났다. 하지만 지금 공개가 되어 감옥 내부의 사람이 눈치를 채서 일단 조사하면 그게 더 머리 아픈 일이다.집사는 말문이 막히고 등에는 식은땀이 흘렀다.“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태라 대신은 의자에 앉아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영원히 입을 닫게 해야지.”집사의 다리가 풀리면서 완전히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대신님, 그는 저의...”태라 대신은 그에게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그가 죽지 않으면 네가 죽어야 해, 알겠어?”집사는 무언가에 목을 매인 것처럼 아무런 소리도 못 냈다.창밖은 밤이 이미 짙어지고 블루마운틴 저택의 서재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전유준이 서재의 문을 열었더니 한태군이 회색 실크로 된 잠옷을 입고 창가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도련님, 감옥 내부에서 층층이 조사했어요. 그날 유 집사를 만났던 사람 중에 병으로 휴가 낸 한 사람 빼고 다른 사람은 모두 조사 끝냈습니다.”한태군은 실눈을 뜨면서 유리에 반사된 뒤에 있는 사람을 봤다.“그날 당일에 휴가 냈어요?”“네, 자료도 들고 왔어요.”전유준은 들고 온 개인 자료를 건넸다. 한태군은 돌아서 자료를 받고 심사했다.전유준이 또 말했다.“그 사람은 이름이 바덕이라는 남자이고 고향은 북부에 있어요. 감옥에서는 5년 동안 일했고 사건 발생한 당일에 병 휴가를 냈어요. 다른 주방에 있는 사람들이 그를 위해 증명할 수 있어요.”한태군은 눈동자를 굴렸다.“그 사람은 죄수의 음식에 손을 대지 않았어요?”전유준은 머리를 흔들었다.“당일에 밥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어요. 지금 그 사람 조사하고 있습니다.”한태군의 눈에 아직 의혹이 가득한 것을 보고 전유준이 물었다.“지금 바덕을 의심하는 겁니까?”“당일에 휴가 낸 사람은 그 사람뿐입니다. 의심할 만한 하죠. 다시 가서 조사해봐요, 다른 친척이 이 도시에 살고 있는지? 그리고 그 사람 사는 곳을 알아내요.”한태군은 자료를 전유준에게
하지만 그녀는 한태군이 잘 해결할 거라고 믿는다.검사실에 들어가자, 강유이는 머리를 돌려 미아한테 말했다.“너는 밖에서 기다리면 돼.”미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녀가 들어가는 것을 바라보았다.미아가 복도에서 서성거리고 15분 뒤에 강유이가 나올 것을 보고 다가가서 물었다.“어떻게 됐어요?”강유이는 초음파 진단서를 건네주었다.미아가 가까이 들여다보니 놀랐다.“대박, 쌍둥이에요?”강유이는 쉿 하라고 했다.“먼저 비밀로 해줘, 다른 사람이 내가 아직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서는 안 돼.”한태군은 대외적으로 유 집사와 세시아가 그녀를 유산하게 했다고 밝혔다. 그의 고려도 있고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그녀는 맞춰서 연기해야 한다.미아는 입을 막더니 머리를 끄덕였다.“알았어요.”강유이와 미아가 병원 대문에 나서자, 세시아와 마주쳤다. 세시아도 병원에 와서 검사받으려는 것 같다. 보아하니 저번에 협박하여 먹은 약의 부작용 때문인 거 같다.세시아는 강유이를 보자 안색이 변하더니 선글라스를 벗고 눈빛이 매섭다.“너야?”그녀는 강유이의 복부를 바라봤다. 강유이는 헐렁한 원피스를 입고 밖에는 코트를 입어 전혀 배부른 것이 보이지 않았다.강유이는 눈썹을 치켜세웠다.“세시아 아가씨네요. 여기서 만나네요? 당신도 병원에 병 보러 왔어요?”세시아는 한태군이 자기를 핍박해 약을 먹게 하여 지금 와서 생리주기가 불규칙하고 배도 죽을 만큼 아프게 한 일을 생각하면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이 모든 게 이 여자 때문이야!그녀는 이를 악물면서 웃었다.“내가 병원에 온 게 뭐 어때서요? 오히려 당신이야말로 아이까지 없어진 마당에 밖으로 싸돌아다니지 말아야죠.”미아는 이 말을 듣고는 심기 불편했다.“당신 지금 뭐라는 겁니까?”강유이는 손을 들고 그녀의 말을 끊고 세시아를 직시했다.“내 아이가 없어져도 다시 임신할 수 있어요. 오히려 세시아 아가씨가 약물 복용한 부작용으로 집에서 푹 쉬셔야죠. 나중에 불임이라도 되면 어떻게요?”약물 복용
경호원들이 강유이를 향해 갔다.미아는 크게 소리쳤다“빨리 와!”저택에서 따라나온 경호원들이 미아의 소리를 듣고는 일이 일어난 것을 알고 급히 달려왔다. 인원수는 세시아가 데리고 온 경호원보다 더 많다.미아는 세시아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이 여자가 사람 시켜서 보스를 때리라고 했어요. 어떻게 해야죠?”세시아는 강유이도 경호원을 데리고 올지 몰랐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내가 사람 시켜서 너 때리면 뭐? 네 사람이 감히 날 건들기는 하겠어? 난 태라 가문의 아가씨야. 날 잘못 건드리면 내가 너를 영국에서 하루도 못 지내게 할 거야!”강유이는 피식 웃고는 경호원을 보고 명령했다.“시작해!”경호원들은 전혀 세시아를 문제로 삼지 않고 진짜로 그녀의 사람들을 공격했다. 한태군이 고용한 경호원은 모두 전문적인 사람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시아의 경호원들을 쓰러뜨렸다.세시아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빠졌다. 얼굴도 창백해졌다.“너희 미쳤어? 난 태라 가문의 아——”말이 끝나기도 전에 경호원은 직접 귀싸대기를 날려 세시아가 땅에 쓰러졌다.세시아는 얻어맞아서 머리가 흐리멍덩해지고 귀에서는 이명이 들렸다. 그녀의 입가에는 피가 났고 반쪽 얼굴이 심하게 부었다.그녀는 자기가 천박한 경호원한테 맞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강유이는 그녀의 앞에 다가가 위에서 내려다봤다.“그저 태라 가문의 아가씨 따위가 뭐라고, 내 남편은 왕자야. 넌 왕자가 네까짓 게 귀족 아가씨한테 감히 손을 못 댄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너희 태라 가문이 진정한 왕실인 줄 알겠어.”세시아는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다. 조금 전에 오만한 기세가 뺨 한 대에 내려앉았다.강유이는 두 팔을 껴안고 계속 말했다.“대놓고 말해서 태라 가문은 내 안중에도 없어. 신분 지위를 따지자면 내 증조 외할아버지는 S국 백작이야, 지위는 너희 태라 가문보다 훨씬 높아, 나도 오만하지 않은데, 네가 뭐라고?”말하고는 몸을 숙여 세시아를 바라봤다.“너희 태
한태군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혼 좀 나야겠네 강유이. 그렇게 당하고도 배운 게 없다니.”만약 그가 미리 강유이 곁에 수행 경호원을 붙여두지 않았다면, 세시아가 정말로 강유이한테 손을 댔을 지도 몰랐다.“그 여자는 태라 가문 아가씨잖아요. 자기 뒤를 봐주는 든든한 아버지가 있는데 그 여자가 어디 눈에 뵈는 게 있겠어요. 태라 가문이라는 백으로 거들먹거렸을 게 뻔해요.”주혁은 누구보다 그 세계를 잘 알고 있었다. 가문만 믿고 으스대는 재벌들 혹은 재벌 2세들이라면 H 국에 차고 넘쳤다. 그들은 자신의 가문이 건재하기만 한다면 언제까지나 멋대로 행동하며 다닐 것이다.가세가 기울지만 않는다면 말이다.한태군이 손가락으로 펜을 굴리고 있을 때, 휴대폰 화면이 번뜩였는데, 바로 전유준한테서 온 메시지였다.한편 전유준은 검은색 옷을 입은 남자 둘을 쫓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인파 속에서 놓치고 말았다.그가 낮게 혀를 차더니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총에 맞고 바닥에 쓰러진 바덕을 살폈다. 총알이 정확히 그의 가슴을 꿰뚫었다. 눈을 부릅 뜬 남자의 동공이 풀려있었고, 남자는 이미 숨을 쉬고 있지 않았다.전유준은 휴대폰을 꺼내 들고 경찰서에 신고했다.그는 경찰과 함께 경찰서까지 동행해 성실히 조사에 임했다. 조사를 마치고 나왔을 때에는 한태군이 이미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도련님. 제가 너무 늦게 갔습니다.”“아닙니다. 전유준 씨 잘못이 아닙니다.”한태군이 그를 바라보았다.“그쪽에서 급하게 증거 인멸을 한다 해도, 우리는 우리만의 방법이 따로 있습니다.”전유준이 뭔가를 떠올리며 고개를 들었다.“제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바덕한테는 확실히 이 도시에 살고 있는 가족이 있었습니다. 바덕의 형인데, 두 사람이 왕래는 적었다고 합니다.”“왕래가 적었다고요?”“네. 저도 그 점이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분명 친형제인데 두 사람이 만나는 횟수가 극히 적었다고 합니다. 감옥
...태라 집안.세시아는 고용인이 가져다준 음식을 전부 바닥에 엎어버리고 말았다.“다 나가. 다들 꺼져 버리라고!”태라 대신과 그의 부인이 소란을 듣고 그녀의 방 앞에 도착했다. 엉망이 된 바닥을 둘러본 대신이 인상을 쓰더니 우선 고용인을 물렸다.태라 부인이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녀는 아직까지 한쪽 얼굴이 퉁퉁 부은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일단 진정해, 세시아.”“제가 지금 어떻게 진정해요. 그 미친년이 사람을 시켜 저를 때렸다고요. 감히 급 낮은 경호원을 시켜 나한테 손을 댔단 말이에요!”세시아는 지금껏 한 번도 이런 굴욕을 경험해 본 적 없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움에 좀처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태라 대신도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표정도 잔뜩 굳어져있었다.“너 지난번에 그런 일을 겪고도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린거야? 세시아, 앞으로 네가 또 다시 이런 경거망동한 행동을 한다면 내가 직접 너를 가문에서 내쫓아버릴 거다!”세시아는 자기 아버지가 자신을 위로하기는커녕, 오히려 화를 내는 모습에 눈시울을 붉혔다.“아빠 지금 저를 탓하시는 거예요? 분명 그년이 잘못했다고요!”“그 여자 뒤에는 한태군이 있어. 한태군은 무려 황제의 자손이라고. 네가 무슨 힘이 있어 황실과 싸울 수 있어. 언제까지 그런 아집과 독선에 빠져 있을래. 내가 너한테 왕비의 자리를 노려라고 했던 건 너더러 앞뒤 분간 못하며 그놈 심기를 건드리라고 한 게 아니였어!”태라 대신 역시 세시아한테 단단히 화가 난 상태였기에 자연히 말이 거칠었다. 태라 부인은 자기 남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감히 나서서 말리지 못했다.세시아도 지금 이 순간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다.그때 고용인이 방문 앞에 나타났다.“대신 님, 전하께서 방문하셨습니다.”태라 대신의 표정이 빠르게 굳어졌다. 이런 시각에 한태군의 갑작스러운 방문은 절대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한편 한태군의 깜짝 방문 소식에 세시아 역시 두려움에 떨었다. 그녀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지난번의 일만
”저도 정말 그러기를 바랍니다.”한태군이 찻잔을 내려놓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느긋하게 단추를 잠그고 밖으로 향했다.태라 대신은 한태군의 뒷모습을 끝까지 주시했다. 양옆으로 늘어뜨린 손에 자연스럽게 힘이 실렸다.집사는 그제야 조금 시름이 놓였다. 하지만 여전히 긴장한 상태였다.“대신 님, 이제 어떡하죠…?”태라 대신이 집사의 곁에 멈춰 서며 경고했다.“네 일이니까 네가 알아서 해결해. 만약 해결하지 못한다면 내가 직접 너를 처리해 버릴 거니까.”집사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감히 찍 소리도 내지 못했다.전유준은 차 앞에 서서 한태군이 태라 집안 정원을 빠져나오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한태군을 대신해 뒷좌석 차 문을 열어주었다. 두 사람이 모두 차에 오른 후 전유준은 차를 몰고 그곳을 벗어났다.운전을 하던 전유준이 백미러를 힐끗 바라보며 물었다.“도련님, 이번 방문으로 인해 분명 태라 대신은 도련님을 경계할 겁니다. 만약 정말로 그자와 관련되었다면 어떻게든 저희들의 의심을 살 자그마한 것들까지도 없애버리려 하지 않겠습니까.”한태군이 한 손으로 이마를 받치며 창문에 기댔다.“동기로 볼 때 유옥의 죽음은 확실히 세시아한테 유리하게 작용되죠. 특히 현재 인터넷 여론 같은 방면에는요.”전유준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그러면 그자가 언론을 잠재우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는 건가요?”“잊지 마세요. 태라 그 늙은이는 이익을 몹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만약 자기 딸이 직접 유옥과 손을 잡고 유이를 유산시키려 했다고 인정했다면, 귀족들 사이에서 세시아의 명성이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태라 가문은 더 말할 것도 없겠죠.”“유옥이 죽었으니 세시아가 만약 모든 잘못을 이미 죽어버린 사람한테로 돌린다면 반박할 게 없어지죠.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대중들은 영원히 사건의 진실을 알 수 없게 됩니다.”전유준이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반재신 도련님께서 통화기록을 이미 폭로하지 않았습니까?”한태군이 피식 웃었다.“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