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세시아 아가씨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을 때, 차가 점점 외진 곳으로 향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이상한 것을 알아차리고 억지로 물었다."이건 저희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니지 않나요?"운전석에 앉은 집사는 그녀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유 집사는 점점 당황했고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운전석으로 달려들어 그를 잡아당겼다."날 데리고 어디로 가려는 거야, 멈춰!"차는 격렬하게 흔들렸고 집사는 브레이크를 세게 밟으며 완력으로 유 집사를 밀어냈다.유 집사는 뒷좌석에 주저앉았고 집사는 그제야 차를 안정적으로 세웠다.차 문의 블로킹이 풀리자마자 유 집사는 황급히 차에서 도망쳐 내렸고 짐도 챙길 새가 없었다.아무도 쫓아오지 않자 그녀는 자신이 도망쳐 나왔다고 생각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몇 대의 차가 그녀의 앞길을 막아섰다.눈부신 차등이 그녀를 비췄다.차 안에서 내린 검은 옷의 경호원들이 그녀에게 걸어가 그녀를 잡아당겨 차 앞으로 밀었다.유 집사는 허리와 배가 부딪친 고통을 느낄 새도 없었다. 그녀가 정신을 차린 후에야 경호원 뒤에서 나타난 남자를 보았다. 한태군이었다.유 집사는 눈동자가 살짝 움츠러들었고 안색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공포가 마음속에서 점차 퍼져 그녀를 떨게 하였다."회... 회장님.""넌 정말 내가 널 놓아줄 거로 생각한 거야?"한태군은 발걸음을 멈췄다.경호원은 유 집사를 그의 앞으로 잡아당겼고 뒤에서 그녀의 뒷무릎을 걷어찼다. 그녀는 ‘털썩’하고 바닥에 꿇어앉았고 양팔은 다른 사람에게 눌렸다.유 집사는 온몸을 떨며 억지로 침착한 척했다."전... 전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그는 담담히 물었다."당신 배후가 누구야?"그녀의 등은 저도 몰래 굳었고 이 문제에 답하는 것을 피하려 했다.한태군은 눈빛으로 옆에 있는 경호원에게 뜻을 전했다. 경호원은 거칠게 그녀의 핸드폰을 찾아내 강제로 지문으로 잠금을 해제했다. 유 집사는 시종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의 핸드폰을 뒤져도 소용
유 집사는 마치 모든 희망이 파멸된 것처럼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경찰과 귀족들의 추적과 조사에 계속 도망 다녔지만, 결국에는 도망치지 못했다.일단 경찰들 손에 잡히면, 그녀는 감옥살이할 것이고 귀족들이 그녀가 감옥에서 잘 지내게 놔두지 않을 거다. 그것은 지옥과도 같은 날들일 것이다!“당장 끌어내.”한태군이 막 돌아서자, 땅에서 끌려나가든 유 집사가 크게 고함쳤다.“제 뒤에 있는 사람을 알려 드릴게요.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그들 손에 잡히기 싫어요. 이것만 허락해 주시면 다 알려 드릴게요.”한태군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살짝 돌려 유 집사를 봤다.“내가 어떻게 당신 말을 믿어요?” “부인께서 유산되면 누구한테 득이 되는지는 도련님께서 저보다 더 잘 아시잖아요. 태러 가문의 아가씨는 꼭 왕비의 자리에 앉으려고 해요. 그녀는 부인의 아이만 유산되면 도련님께서 자기와 결혼하는지 알고 있어요...”유집사 혼자서도 웃기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세시아 아가씨 진짜로 부인이 아기를 유산하면 전하가 그녀와 결혼할 거로 생각하는가? 아니, 절대로 그럴 일 없어.’그녀는 전하가 아무에게나 조종당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모른다. 오늘 자기가 이런 결과가 있는 것도 세시아 아가씨가 시켜서 그렇게 된 것이다!한태군은 시종일관 평온했고 눈에는 깊은 뜻이 감춰져 있다.“당신의 말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데?”“절대로 속이는 게 없습니다. 그 약도 세시아 아가씨가 준 겁니다! 그녀는 제가 한 일을 알고 저를 찾아와서 이 조건으로 그녀를 돕게 협박했어요. 난..., 난 그저 경찰 손에 잡히기 싫었고, 내가 임무에 실패하면 세시아 아가씨도 저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지 알아요.”유 집사는 울면서 말했다.“제가 알고 있는 모든 일을 다 말했어요. 도련님, 제발 저 한 번만 봐주세요!”한태군은 그녀를 보고는 한참 있더니 미소를 지었다. 눈에는 한치의 웃음기도 없었다.“뭐가 인과응보인지 알죠?”유 집사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당신이 살려고 주범을 말했지
그녀는 한태군이 무조건 자기를 찾아올 거라고 알았다!유 집사의 계획이 성공했구나!그 여자 지금 벌써 유산됐겠지.하지만, 거실의 분위기는 아주 이상했다.태라 내정 대신은 소파에 앉아 얼굴색이 좋지 않고 맞은 편에는 한태군이 앉아서 천천히 하인이 건네준 차를 마시고 있었다.“아빠.”세시아는 웃으며 아버지 옆으로 가면서 한태군을 바라봤다.“전하께서 오셨는데 왜 저한테 통지도 안 했어요?”태라 내정 대신은 얼굴색이 더 나빠졌다.“세시아, 너 먼저 방에 가 있어.”세시아가 아버지의 기분이 나쁜 것을 알아차리고는 어리둥절하고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왜요? 제가 들으면 안 되는 일이 있나요?”한태군은 찻잔을 내려놓고 태연하게 말했다.“세시아 아가씨가 피할 필요가 있나요? 어차피 내가 세시아 아가씨를 만나러 왔으니깐요.”세시아는 이 말을 듣고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아빠, 들었죠? 전하께서 저를 만나러 왔다고 하시잖아요.”태라 내정 대신이 한태군을 직시했다.“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건데요?”“이 말은, 당신 딸한테 물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세시아는 놀라면서 뭔가 잘못됐는지 인식했다.“왜..., 왜 그러는데요?”태라 내정 대신은 교근을 움직였다.“세시아는 절대로 그런 일을 하지 않습니다.“당신 딸한테 직접 물어보시죠. 자기가 아무 일도 안 했다고 확신하는지?”세시아는 얼굴색이 변하더니 갑자기 긴장했다. 유 집사가 자기를 배신했나?아닐 거야, 그녀는 감히 그렇지 못해!그녀는 일어섰다.“전하, 말씀을 똑바로 하시죠, 제가 무슨 일을 했다고 그러시는지?”한태군은 세시아와 그녀의 아버지에게 체면을 주지 않고 유 집사가 한 말을 틀었다. 온 거실에는 쥐 죽듯이 조용했고 녹음 소리만 맴돌았다.세시아는 몸이 흔들리더니 소파에 주저앉아 머리를 흔들었다.“그럴 일 없어요..., 아빠, 그 사람이 저를 모함하는 겁니다. 난 한 적 없어요——”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아버지는 바로 그의 얼굴에 귀싸대기를 날렸다. 세시아는 얼굴
“자기 딸이 왕실의 자손을 해치게 가만히 놔두는 거로, 지금 이것을 충성이라 하셨어요?”한태군 눈에는 동요하는 기색이 하나도 없었다.태라 대신은 그를 쳐다봤다.“전하께서 아이를 잃으신 건 저희도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전하는 영국의 전하입니다. 당신의 혼사는 국가에 영향 주기 마련입니다. 반씨 가문의 그 아가씨가 아무리 권력과 세력이 뛰어나다 한들, 당신의 지위에 어울리지 않습니다...”한태군은 당장 상위에 있는 찻잔을 깨부쉈다. 세시아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태라 대신도 놀랐다.한태군이 일어섰다.“당신이 말끝마다 왕실을 위해 생각하네요. 그저 자기 딸이 왕비의 자리에 앉히고 싶어 하면서. 태라 가문이 지금 제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내각을 통제해서 모든 사람이 당연히 당신의 편이겠죠. 그렇게 당신 딸을 위해 그 허무한 자리를 노린다니, 그럼, 제가 왕자의 신분을 버리면 되겠네요.”세시아는 놀랐다. 그가 그런 소리를 할 줄 믿어지지 않는다.‘자기와 결혼하는 게 그렇게도 싫은 일인가?’태라 대신은 경악하며 갑자기 일어섰다.“전하!”“당신은 제가 왕자의 신분에서 벗어나겠다고 발표하면 당신이 어떤 처지에 맞이하게 될지 잘 아시죠?”한태군은 넥타이를 풀어 재끼고 그 모습은 오만하기 그지없었다.태라 가문의 권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왕자를 왕실에서 벗어나게 몰았다면 그건 왕실의 한계를 떠보는 셈이고 여왕이 태라 가문에 손을 쓰게 하는 것이다.그 결과는 태라 가문에 좋을 게 하나 없다. 그 또한 태라 가문이 왕실을 배신하겠다는 심리를 표시하는 것이다. 그때 가서 태라 가문 편에 있는 내각 인원, 귀족들은 진짜로 태라 가문을 위해 덤벼들 것인가.태라 대신은 알았다.“전하께서 지금 저를 핍박하는 것입니까?”“대신도 저를 핍박하는 거잖아요. 난 그저 당신이 가장 보기 싫어하는 방식으로 당신한테 도리 하나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내가 진짜 궁지에 몰리면 아무 일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 한계를 계속 떠보지 마세요. 안 그러면...”한
경호원이 세시아를 풀어주자, 그녀가 땅에 주저앉았다. 약병의 모든 약을 먹은 그녀는 복부에서 아픔이 전해오자, 몸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미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땅에 엎드려 손가락을 목구멍에 넣고 토했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태라 대신은 한태군을 바라보며 히스테릭하게 소리 질렀다.“한태군, 너 도대체 걔한테 뭘 먹인 거야!”한태군은 빈 약병을 태라 대신의 발밑으로 던졌다.“난 그저 그녀가 내 와이프한테 먹인 약을 먹였을 뿐입니다. 한국에는 자고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이 있죠. 하지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낙태하는 약이니 목숨까지 잃지는 않아요.”한태군이 말하고는 사람을 데리고 떠났다.태라 대신은 재빨리 세시아 옆에 다가갔다.세시아! 여기 빨리 구급차 불러, 빨리!”병원, 강유이는 미아의 병실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 미아는 머리를 돌리자,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보스?”그녀는 병실 안으로 들어서 간호 의자에 앉았다.“좀 괜찮아진 것 같아?”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저는 괜찮아요. 의사 선생님께서 오늘 퇴원하면 된대요.”“미안해. 네가 이런 일을 만나게 해서.”강유이는 눈을 아래로 내려다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한테 아주 미안했다.미아는 멍했다.“보스, 보스가 왜 저한테 사과해요? 이게 저의 실수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요. 그리고 저는 건강해서 지금 봐요, 아무 일도 없잖아요. 하지만 보스는 달라요. 지금 임신 중인데 만약에 그날 저녁 식사를 드셨다면 전 완전 죄인이 되는 겁니다.”미안할 사람이 자기인데 오히려 보스가 와서 사과하니 그녀는 부끄럽기만 했다.강유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사실 미아는 그녀가 무엇을 먹었는지 잘 모른다. 그런 약을 먹고 자기한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고 모른다. 그녀는 시종일관 자기의 실수 때문에 먹는 것에 문제가 있어 복통이 심해 입원한 줄 안다.‘사실대로 말하면 이번 일을 피해 간 것은 운이다. 하지만 다음번에는? 다음에도 이런 운이 있을까?’“보스,
그러고는 영원히 마음 편히 모든 문제를 한태군더러 해결하라고 하는가?반재신은 갑자기 침묵했다. 그는 강유이를 한참 보고는 얼굴을 돌렸다.“네 마음대로 해.”말투에는 더 이상 핍박하는 의미가 없었다.이미 타협한 것이다.강유이가 웃었다.“오빠, 고마워, 어떤 일이 있어도 나를 위해 나서주고, 하지만 나도 이미 어른이야, 나도 더 이상 예전의 강유이가 되고 싶지 않아.”그녀는 말하고 병실로 들어갔다.반재신은 제자리에서 한참 동안 심사숙고했다. 아마, 동생이 진짜로 변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더욱더 독립적으로 됐다.‘한태군 그자식한테 좋은 일만 했네.’…한태군의 차는 병원 정문 앞에 주차했고 운전석에 앉아 있는 주혁이 머리를 돌려보니 그는 꼼짝하지 않았다.“형, 올라가서 형수님 안 봐?”한태군은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강유이가 자기를 원망하는지 모른다. 만약에 진짜로 원망한다 해도 그냥 인정할 수밖에 없다.확실히 자기의 실수이니깐.자기가 그녀를 영국에 데려왔고, 또, 자기 때문에 그녀를 이런 일을 겪게 했다.그는 그녀를 볼 면목이 없다.“난 그냥...”“형, 형수님이 화내실까 봐 그래요?”주혁은 한눈에 그의 생각을 읽고는 쯧쯧대며 그의 말을 끊었다.“우리 형 그렇게 하늘 땅 무서운 게 없는 강철같은 같은 사람이 마누라 화내는 게 무서워?” 한태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장난해?”“아니, 형, 난 그저 좋은 마음으로 형을 위로한 거야. 그리고 형도 세시아 그년이 그렇게 빨리 손을 유 집사한테 뻗을 줄 예상 못 했잖아, 이렇게 한 번 당한 게 마음이 좋지 않겠지만, 무슨 일에도 다 의외가 있는 법이니깐. 형이 신선도 아니고.”“우리 같은 인간들은 자기에 대해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요구하면 안 돼. 형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제때 손실을 막는 거야, 아직 늦지 않았어.”한태군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창밖을 쳐다봤다.“성어를 참 잘 배웠네.”주혁은 입을 벌려 웃었다.“생각하면 몰라? 난 대학에
한태군은 확실히 아무것도 속이지 않고 조사한 결과를 그녀에게 알렸다. 강유이는 주범이 세시아라는 것을 듣고 잠깐 멍했더니 말하지 않았다.한태군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태라 가문의 사람이 억지로 세시아를 내 곁에 꽂았어. 그저 자기 딸을 위해 기회를 만들려는 속셈이지. 하지만 난 이미 그들의 생각을 꿰뚫어 보고 그녀를 회사에서 쫓아냈어. 세시아가 유 집사를 시켜서 한 모든 일은 내가 천천히 따질 거야.”그녀는 한참 동안 침묵하고는 물었다.“태군 오빠, 태라 가문이 만만하지 않지?”그가 답했다.“태라 가문이 귀족들 사이에서 지위가 공고하고 내각과 상업계에 모두 그들만의 인맥이 있어. 선거할 사람한테 태라 가문의 표가 가장 중요하지, 지금의 여씨 가문과 태라 가문이 거의 한 레벨이지만, 태라 가문을 철저히 없애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야.”태라 가문은 확실히 왕실을 위해 많은 공헌을 했다. 왕실도 아무 이유 없이 마음대로 한 귀족을 처리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내각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대가족을 말이야.“하지만 걱정하지 마.”한태군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눈에는 잔잔한 웃음이 가득했다.“태라 가문을 처리하지는 못하지만, 그들을 상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야. 이번 일에 세시아가 도화선이 되어서, 태라 가문도 생각이 있어 조만간에는 경거망동하지 않을 거야.”그녀는 한태군을 바라봤다.“그럼 내가 옆에 같이 있을게.”그는 놀랐다.강유이는 콧방귀를 꼈다.“난 세시아가 어떤 신분이든지 상관 안 해. 그녀가 감히 내 아이를 위협하다니, 이번 일은 내가 절대로 가만있지 않을 거야.”한태군은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소리 내며 웃었다.“누가 보면, 싸우러 가는지 알겠다.”“난 진지해.”강유이는 진지하게 말했다.“태라 가문이 염치없이 자기 집 딸을 상간녀로 만들고 싶어 하는데, 내가 정 부인으로서 한마디 말할 자격도 없나? 그까짓 게 나랑 오빠를 빼앗겠다고?”한태군의 웃음이 더 깊어졌다. 그는 강유이의 얼굴을 꼬집었다.“안 뺏겨, 난
자기가 쟁취하든 말든 모든 사람이 자기가 ‘왕비’ 자리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자기가 쟁취하는 것보다 그 여자가 자기 역량을 알고 물러나기를 바랐던 것이다.그까짓 반씨 가문 아가씨 같은 건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근데 한태군이 그 여자 때문에 자기한테 이렇게 대하다니, 자기가 그걸 어떻게 참고만 있겠어?’태라 부인은 세시아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고는 빨리 설득했다.“세시아, 한태군은 네가 생각한 것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아, 예전에 그한테 미움을 샀던 사람들의 결말을 봐봐, 그는 여왕의 아들일 뿐이지, 성품으로 따지면 우리 세시아를 넘보지도 못하는 사람이야.”세시아는 엄마의 말이 귀에 들어가지도 않고 냉랭한 웃음을 지었다.“다른 왕자가 있다고 하면 난 그 사람을 포기해, 지금 와서 내가 포기하면 모든 사람이 날 웃음거리로 삶지 않겠어? 나 같은 이런 귀족 아가씨가 일 계 한국 재벌 집 딸보다 못하는 게 말이 돼?”‘자기가 원하는 게 어디 한태군이겠어, 그저 지위와 신분의 상징을 원하는 거지!’때마침 한태군이 왕자 신분이 있기 때문이다.태라 부인은 딸이 이런 말을 할 줄 몰라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너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그까짓 게 체면 때문에 자기의 행복까지 희생하겠다는 거야?”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난 태라 가문의 아가씨니깐. 가문을 위해서 이 정도 희생이 뭐가 어때서?”태라 부인의 얼굴에는 속상한 기색이 돌고 침묵에 잠겼다. 자기 남편이 이익을 중요시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딸까지 똑같은 말을 할 줄은 몰랐다.‘지금 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이틀 뒤, 강유이의 임신 검사가 아무런 이상이 없어 퇴원했다. 미아는 강유이의 개인 특별 하녀가 되었다. 거의 다른 일을 하지 않고 그냥 가끔 요리하는 외에는 남은 시간은 강유이 옆에 같이 있어 주는 것이어서 아주 수월하다.“보스, 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미아가 앞으로 다가가서 열정 넘치게 팔을 뻗어서 강유이를 안았다. 성격이 덤벙거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