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진예은은 지금 걸고 있다. 김수지의 남자친구와 저 두 남자가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란 걸 걸고 있었다.역시나, 김수지의 남자친구가 김수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이 여자를 내 별장에 데리고 온 거, 설마 일 터지면, 우리한테 뒤집어씌우려고 그런 건 아니지?"그는 김수지가 여자 한 명 상대하려고 사람을 요구하자, 그저 허락했다.그들이 사람을 납치해 왔을 때도, 그는 일만 마친다면 진예은이 찍소리도 못할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이 여자의 남편은 쉬운 사람이 아니다. 더군다나 여자의 말을 듣고 나니, 신중히 고민해야만 했다.여자 한 명 때문에 앞길을 망치고는 싶지 않았다."아니야, 자기야 내 말 좀 들어봐, 쟤 지금 우리 일부러 겁주는 거야, 그럴 담이...""네가 멍청하다고,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도 너처럼 멍청하다 생각하지 마, 네 남자친구가 너한테 걸려고 할까? 네가 네 남자친구한테 가져다줄 수 있는 이익은 뭐지?"진예은은 말을 마치고, 김수지의 남자친구를 향해 윙크했다."난 있지, 그쪽 돈만 쓰면서 사고 치고 다니는 여자친구를 찾는 거보단, 정부 한 명 키우는 것도 난 개의치 않는데, 당신의 회사에 10억 YB를 투자할 수 있어, 현금이든 금괴든 원하는 대로."김수지가 그녀를 향해 소리 질렀다."10억 YB, 진예은, 그만 좀 연기해, 너 돈 있는 거 같아?"진예은의 표정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학원 소문, 너도 들었지?"김수지는 멍해졌다. 소문...진예은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윌리엄 국왕, 내 외할아버지 셔, 그분이 돌아가시고 유언장을 받았어, 10억 YB는, 유산의 3분의 1도 안 돼."두 남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녀가 윌리엄 국왕의 외손녀라니!그리고 이 시각, 김수지의 남자친구도 의아했다.김수지는 달려가 진예은의 멱살을 움켜잡았다."헛소리하지 마, 네가 어떻게 윌리엄 국왕의 외손녀야, 넌-"진예은의 표정은 평온했다."넌 일찍부터 알고 있었잖아, 상황 봐선, 이들한테 내 신분을 알려주지 않았나 봐.""
지금 생각해 보면, 그녀가 친구들 앞에서 남자친구가 잘 대해주는 것을 자랑하고, 얼마나 잘 지내고 있는지를 자랑하는 것도. 그저 짓밟힌 자신의 자존심을 만족시키기 위함인듯했다.창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경찰이 찾아오자, 두 남자는 재빨리 진예은의 손을 풀어주었고, 카메라도 훼손을 시켰다.방문이 갑자기 걷어차이면서 열렸다.반재신이었다.진예은의 옷자락이 단정하고, 다친 흔적이 없는 것을 보고, 그는 조금 마음을 놓았다.김수지의 남자친구가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다 오해예요, 저희는 아내분한테 절대 아무 짓도 하지-"말이 끝나기도 전, 반재신의 주먹이 세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그는 단번에 나가떨어졌다.반재신은 진예은을 와락 안고, 고개를 돌려 그를 가리켰다."좋기는 오해여야 할 거야, 아니면 어떻게 죽을지도 몰라."경찰 측에서 올라오자, 반재신은 앞에 선 담당자와 무언가를 얘기했고, 이내 담당자는 부하에게 서로 데려가 심문하게 시켰다.차로 돌아오자, 반재신은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녀는 깜짝 놀라 그의 손을 밀어냈다."뭐 하는 거야?"그는 진지하게 답했다."다친 데 없는지 보려고.""없어.""진짜 없어?"진예은은 난감했다."내가 속이기라도 하겠어, 아무 짓도 안 했어 나한테."반재신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하지 않았다.진예은은 고개를 홱 돌렸다."못 믿겠으면, 돌아가서 혼자 검사해...""나 장난칠 기분 아니야, 진예은."그녀의 이름 석 자를 부르는 걸로 보아, 정말 화가 난듯했다."아버지랑 내가 널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학원에 널 찾으러 가, CCTV를 확인해 목표를 발견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그는 그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일을 했다는 것만 알고 있다. 그는 조급했다. 그저 일찍 도착하길 바랐다.그는 한치의 주저도 할 수 없었다. 놓칠 가봐, 심지어는, 그가 도착했을 때 그녀가 이미..."미안해."그녀는 입술을 오므리고 눈을 내리깔았다."다음엔 안 그럴게."그를 더 이상
화장대 앞, 명승희가 강유이의 머리를 묶어주고 있었다. 여준우가 황실의 초대를 받았으니, 가족인 명승희도 당연히 참석해야 한다.그리고 이런 성대한 대관식 자리는, 아무나 참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명승희뿐만 아니라, 강유이도 처음이다."다 됐어, 큰어머니가 머리 땋는 솜씨 어때?"명승희는 작은 거울을 들고 강유이의 뒤통수를 비춰 보였다. 강유이는 거울을 통해 명승희가 땋아준 머리를 보며 웃었다."진짜 예쁘네요.""그럼."명승희는 거울을 돌려놓으며 말했다."난 내 솜씨에 아주 자신 있어."강유이는 다 꾸민 후, 치맛자락을 들고 나갔다. 복도에서, 그녀는 시관 한 명을 잡아 세우고 물었다."한태군 어딨어요?"시관은 친절히 그녀에게 방향을 가리켰다.강유이는 천천히 한태군의 휴식실로 걸어갔다. 문이 잠기지 않은 것을 확인한 그녀는, 조심스레 밀고 들어갔다. 한태군은 궁복을 입고 불빛 아래에서 서 있었고, 옆에는 시관이 망토를 입혀주고 있었다. 화려하고, 고귀해 마치 그림 속의 인물 같았다.한태군은 전신거울의 반사를 통해 그녀를 보고, 손을 저어 시관을 물러가게 했다.그녀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다가오는 한태군을 바라봤다.그는 그녀 앞에 멈춰 섰다."몰래 밖에서 뭐 하고 있는 거야?"강유이는 눈웃음을 지었다."오빠 보지.""잘생겼어?""잘생겼어."그녀는 미색에 홀려 거의 생각도 거치지 않은 채 답했다.한태군의 입가가 조금 올라갔다. 그는 그녀를 품에 안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우리 유이도 이뻐."그녀는 귀가 빨개지며, 낮은 소리로 원망했다."립스틱 오빠한테 다 먹히겠네."그는 소리 내어 웃었다."괜찮아, 그래도 예뻐."대관식이 시작되고, 대전 안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그중 대신, 의관, 정객, 그리고 황실 연관 인원들까지 빠짐없었다.여준우는 술잔을 들고 다른 이들과 편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명승희는 귀족 부인들과 고개를 끄덕이며 잔을 부딪치고 있었다.종소리가 울리고, 정연
다른 여자 수용자들은 표정이 이상했다. 마치 그녀가 미쳐버리기라도 한 듯.몇몇 교도관들이 다급히 그녀의 어깨를 짓눌렀다. 진 부인은 자신의 처지가 점점 내키지 않는 듯, 격렬히 반항했다."왜 모든 이득은 다 너희들 것인데, 왜 억울하게 아들을 잃게 하는 건데, 난 아무것도 얻은 게 없어! 정연, 그리고 한씨 가문 사람들, 다 안 좋게 죽어버리라고 저주할 거야!"진 부인은 강제로 끌려갔다.식당 안의 여자 수용자들은 수군거렸다. 그녀들의 눈엔, 진 부인은 그저 감금되어 있는 미친 여자인 게 분명했다.그와 동시, 영화 학원.진예은의 아버지는 귀족이 되었고, 작위도 얻었다. 그건 영국 진가가 귀족들 사이에서도 지위가 생겼다는 의미다.이아영과 다른 동기들은 전부 전예은을 위해 기뻐해 주었다."귀족이라니, 우리 예은이 이제부터는 귀족 아가씨야.""당연하지, 앞으로 학원에서 소문내고 다니던 애들, 누가 뒤에서 예은이 뭐라 할 수 있겠어?""예은아, 너 우리 잊으면 안 된다."진예은은 난감한 듯 웃으며 노트를 닫았다."걱정 마, 내가 너희를 왜 잊어."이아영은 웃으며 말했다."나도 예은이 그런 사람 아니라고 믿어."그때, 교실 밖이 남자로 인해 떠들썩해졌다. 여학생 한 명이 놀랐다."저 사람은 란스 가문의 도련님, 나더 아니야? 여긴 왜 온 거지?"듣기로는, 란스 가문도 귀족이다.란스 가문의 도련님 나더도 영화 학원의 대학원생이다. 그리고 그의 삼촌은 볼리우드에서 수많은 상을 거머쥔 작가이다.나더가 교실로 들어서자, 여학생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가 여기 나타난 게 보기 드문 일인 듯했다. 모든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 그는 곧장 진예은을 향해 걸어갔다.그리고 편지 하나를 꺼내, 그녀의 손에 쑤셔 넣었다.진예은은 넋을 잃었다."꼭 봐."나더는 두 걸음 물러가며, 그녀를 향해 웃으며 윙크를 하곤 몸을 돌려 나갔다.핑크색 봉투, 눈에 아주 익었다.자리에 있던 학생들은 경악했다."이거 설마 러브레터는 아니겠지?"
“미 아가씨...”진예은은 계속 이 이름이 뭔가 익숙하게 느껴졌다. 옥상, 자살, 그건 자기 대본 속에 있는 장면이 아닌가?나더는 계속 배회했다.“기억났어?”진예은은 갑자기 웃었다.“내 대본 속에 미 아가씨는 당연히 자살이 아니죠. 모든 미스테리한 사건, 추리 소설 안에서 죽은 사람은 무조건 타살이어야 하거든요.”“그럼 어떻게 현장을 위조시켜야 하는지 생각해 놓았어?”진예은은 멈칫하고는 눈을 내려다봤다. 대본은 지금 범인이 어떻게 미아가씨를 자살로 위장하고 범인이 어떻게 현장에서 탈출했는지에 막혀있다.그녀는 나더 선배님이 이런 대본에 취미가 있을지 생각 못 했다.이아영은 듣고 나서 더 혼란스러웠다.“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대본?”나더는 그녀를 바라봤다.진예은은 그녀 옆에 다가가서 작게 말했다.“있다가 내가 설명할게.”진예은은 나더한테 다가갔다.“선배님께서 옥상에 올라온 게 사망자를 체험하려고 하는 건가요?”“아니, 범인.”진예은은 멈칫했다.“범인요?”나더는 몸을 돌려 몸을 밑으로 해서 갑자기 뛰어내렸다.진예은과 이아영은 놀라서 소리쳤다. 두 사람 얼굴이 창백해지는 참에 나더는 두 손으로 제자리로 기어 올라왔다.“어때?”이아영은 그제야 밖으로 보니 밑에 아직 한 계단이 더 있네?진예은은 머리가 번쩍하더니 갑자기 뭔가 생각났다.“범인이 피해자를 가장하고 피해자를 가장한 사람이 뛰어내려 자살했다?”나더는 박수를 쳤다.“거봐, 이러면 간단하지 않아?“자살하고 싶은 사람이 자기 집의 베란다를 선택하지 않고 하필이면 옥상에 올라오고 그것도 그녀가 집을 나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시체 발견할 때까지 모든 시간에 다 CCTV에 찍혀 증거가 됐다. 그럼, 범인은 자연스럽게 남을 속일 수 있다.”진예은은 턱을 만졌다.“난 확실히 이런 방법은 생각 못 했어요.”그녀는 요즘에 범인의 수법에 대해 머리 아파했다. 대본은 소설보다 더 엄밀하고 복잡하다. 만약에 소설이라면 그녀는 마음대로 한가지 수법을 만들어내면 그게 성립되지 않
반재신은 책상 옆에 걸어가서 책상에 기대면서 두 팔을 껴안았다.“밥 안 먹어?”그녀는 머리도 들지 않았다.“나 지금 아직 배 안 고파.”“밖에서 먹었어?”“응, 오후에 아영이랑 좀 먹었어.”아마도 대본에 모든 신경을 써서 반재신의 얼굴색을 주의하지 못했다. 그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저녁에 진예은이 드디어 범행 수법을 잘 정리했다. 머리 숙여서 핸드폰을 보니 벌써 새벽 1시다. 그녀는 아래층으로 걸어 내려가서 냉장고를 열고 보니 안에는 저녁에 먹다 남은 채도 없었다.그녀는 배가 고파서 아무런 힘도 없어 할 수 없이 혼자서 면을 끓였다.사실 지금까지 반재신은 잠들지 않았다. 그는 위층을 바라보고는 그녀 모르게 또 방으로 돌아갔다.그녀가 배불리 먹고 침실로 돌아갔다.반재신은 그녀를 등지고 이미 잠에 든 것 같다.그녀는 샤워하고 반재신이 깰까 봐 문도 살살 열었다.눕자마자 뭔가 이상하다 싶어 머리를 돌려 반재신을 봤다. 그녀는 뭔가 생각이 났는지 몸을 돌려서 그를 안았다.반재신은 갑자기 그녀의 손을 치웠다.“혼자 자.”그녀는 놀라서 일어나 앉았다.“아직 안 잤어?”그는 말하지 않고 삐쳤다.진예은은 그를 살살 흔들었다.“왜 그러는데?”“혼자 잘 생각해 봐.”그녀는 갑자기 저녁때 반재신이 서재에 들어가 그녀를 찾은 것을 생각했다. 자기가 대본 때문에 그랑 말하지 않아서 그런가?진예은은 힘을 써 그의 몸을 돌려서 위에 엎드렸다.“왜 화를 내고 그래?”반재신은 얼굴을 돌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그녀는 다가가서 뽀뽀하려 하자 그는 피했다. 진예은은 그의 얼굴을 붙잡고는 피하지 못하게 했다.“나 오후에 대본 때문에 바빴어, 일부러 너랑 말 안 한 게 아니고.”그는 되물었다.“대본 때문에 바빴다고?”“아니면?”“진예은, 내가 오후에 누구랑 밥 먹었느냐고 물었을 때 네가 이아영이라고 대답했지? 진짜 그녀랑 둘이 밥 먹었어?”그녀는 멈칫했다.“나더 선배님도 있었어.”반재신은 갑자기 그녀를 밀치고 일어나
진예은은 갑자기 어제저녁에 반재신이 삐친 게 생각났다. 이제 보니 그가 소문을 들어서 그랬다.이때, 한 학생이 와서 말했다.“진예은, 교수님께서 찾아요.”진예은은 교수님 사무실로 갔다. 교수님께서 어제 저녁에 그녀가 보낸 대본 메일을 보았던 것이다.“이 범행 수법은 너무 완벽했어요, 어떻게 생각해냈어요?”진예은은 사실대로 대답했다.“사실, 이건 나더 선배님께서 생각한 거예요. 저에게 영감을 줬어요.”“그랬군요. 그러니깐 범행 수법이 뭔가 익숙하다 싶었지. 그래도 이건 확실히 좋은 생각이었어요. 예은 씨. 나 여기 미션하나 줄 게 있어요.”그녀는 물었다.“무슨 미션인데요.”“란스 감독님 인터뷰할 기회를 잡아요, 이게 예은 씨 이번 논문이에요.”교수가 말하고는 자료를 그녀에게 건넸다.진예은은 자료를 받고 대답했다.“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그녀가 나가려고 하자, 교수님의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전제가 있어요. 나더의 도움 없이 예은 씨 혼자의 힘으로 란스 감독님의 인정을 받아야 해요.”그녀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이아영은 밑에서 기다리다가 진예은이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는 물었다.“교수님이 무슨 일로 찾았는데?”“교수님께서 란스 감독님 인터뷰 기회를 따내라고 했어.”이아영은 의아했다.“이건 쉽지, 직접...”“교수님께서 나더 선배 도움받지 말라고 했어.”진예은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마 대본 때문일 거야, 내가 쓴 범행 수법이 나더 선배가 생각해 낸 것이고, 교수님도 학원에 있는 소문을 들었을 거야. 교수님은 학생들이 속임수를 쓰는 걸 싫어해, 아마 이건 한 번의 테스트일 거야.”만약에 그녀가 이번 테스트에 실패하거나 아니면 나더의 도움을 받아도 모두 그녀가 순리롭게 연구생을 졸업하지 못하는 셈이다.이아영은 문득 뭔가를 떠올랐다.“하지만 나더 선배의 도움이 없으면 란스 감독님이 우리를 만나 줄까? 난 란스 감독님 성격이 아주 도도하다고 들었는데...”진예은은 어깨를 으쓱했다.“
진예은은 정신을 차리고 머리를 흔들었다.“아무 일 없어요.”“만약에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아버지한테 알려야 해. 아빠 걱정하게 하지 말고.”말하고 나서 무언가 갑자기 생각났다.“감옥에서 전화 왔었어.”그녀는 동작을 멈추고 머리를 들었다.진예은 아버지는 말했다.“네 엄마가 정신적 자극을 받아서 감옥에서 과격한 행위를 했데. 이틀 뒤에 감옥에서 나와 사법기관에 가서 정신상 문제를 검사받는데...”그는 갑자기 목소리를 멈추었다. 진예은은 놀랐다.“무슨 뜻이죠?”진예은 아버지는 눈을 내려다봤다.“그 뜻인즉, 만약에 네 엄가의 정신상태가 진짜 문제 있으면 더 이상 감옥에 있지 않는다는 뜻이야.”“이게 언제 적 일인가요?”그는 대답했다.“대관식 그날.”진예은은 미간을 찌푸렸다. 대관식 그날에 엄마가 감옥에서 자극받았다고, 설마 이모가 엄마가 계속 얻고 싶었든 권력을 얻어서 그런 건가?영국 형법에 확실히 이런 조항이 있다. 만약에 복역하는 사람이 정신적 질병이 있으면 계속 감옥에서 복역하지 않고 출소해서 치료받아야 한다.그녀는 누구보다 엄마의 극단적 성격을 잘 알고 있다. 일단 출소해서 치료받는다면 그녀가 기회를 봐서 달아나던지 심지어 어떤 일을 벌일지도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 “예은아, 네 엄마...”“아버지, 또 엄마를 동정하기 시작했어요?”진예은 아버지는 말문이 막혔다.진예은은 지금 입맛이 더 없어졌다.“엄마가 출소해서 치료받는다면 아버지는 엄마를 데려올 생각을 했어요?”“예은아, 그 사람은 어쨌든 네 엄마야.”“엄마 아니에요.”진예은은 갑자기 큰 소리를 냈을 때 반재신이 때마침 아래층으로 내려오다 듣고는 발걸음을 멈추고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그 사람이 온갖 방법을 다 써서 연서와 제 배 속 아이의 목숨을 죽이려고 할 때부터 그녀는 더 이상 내 엄마가 아니에요. 그녀는 날 낳은 공이 있지만 저를 양육하지는 않았어요.”진예은은 감정이 격해졌다.“난 그녀가 출소해서 치료받는 걸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그녀는 그릇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