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우가 도장을 갖고 싶어 한다면 그는 바로 맞는 가게를 찾아서 그녀에게 줄 수 있다.하지만 그녀는 하필이면 그 도장에 남겠다니.종언 때문인가?안돼, 오후에 한번 가봐야겠어.같은 시각, 도장남우는 휴게실 안을 한바탕 정리를 하고 나서야 겨우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방에서 나왔는데 때마침 사무실에서 나오는 종언과 마주쳤다.종언은 그녀를 본척만척하고 뒤돌아서 갔다.“야, 아무리 그래도 우리 파트너인데, 너 이게 무슨 태도냐?”남우는 혼란스럽다. 이놈이 만약에 뒤끝이 남았다면 왜 같이 합작하자는 걸 동의했지?종언이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 그녀를 봤다.“저랑 남 씨 도련님은 그저 파트너 관계일 뿐, 그 외에 관계가 좋나요?”그녀는 두 팔을 껴안았다.“그건 그래, 우리는 경쟁 대상이기도 하지.”경쟁 대상과 합작한다는 것은 공통의 목적은 이익뿐이다.종언이 웃었다.“넌 아직 경쟁 대상이라고도 말할 수 없지.”남우는 정색하더니 그의 앞에 멈춰서 그와 눈을 마주쳤다.“넌 나보다 조금 센 건 맞아, 그렇다고 해서 내가 널 상대로 완전 패자인 건 아니잖아.”그는 화가 나서 웃음이 났다.“너 아무런 수단 쓰지 않을 수 있어?”남우는 눈썹을 찌푸렸다.“이기고 싶은 사람은 당연히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지, 그저 선을 넘는 수단만 아니면 모두 이기기 위한 관건이잖아.”종언은 무슨 사색에 잠기듯 그녀를 주시하고는 말하지 않았다.동훈이 나타나서야 멈췄다.“관장님”종언은 미간을 찌푸렸다.“뭔데 그렇게 경솔해?”동훈은 남우를 보고는 작을 소리로 말했다.“그건 반씨 큰 도련님께서 오셨으니깐 그렇죠...”남우는 놀라더니 빨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반재언은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아서 차를 마셨다. 딱 봐도 금방 회사에서 온 모양이다. 그는 눈꺼풀을 올려 아래로 급하게 내려오는 남우를 봤다. 그녀의 뒤에는 종언이 따라왔다.그는 표정이 약간 어두워지고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남우는 바로 그의 옆에 앉아서 그를 봤다.“어떻게 왔어?”반재언은
이뿐만 아니라, 반재언의 공격은 남우가 전에 보지 못한 동작들이다. 남우는 엄청 의외였다. 그때 스카이섬에서 자기랑 대결했을 때 최선을 다하지 않은 거였어?하지만 지금 종언을 상대로 했을 때 반재언의 공격은 아주 강하고 심지어 종언에세 압박감을 가져다줬다.종언 역시 소홀하지 않고 몇 라운드 지나고 나서는 더 이상 반재언을 깔보지 못했다.종언은 반재언을 조사 했었다. ‘파라다이스’의 상속자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반재언은 강한 공격을 잘하는 사람이다. 동작 하나에 모두 상대방의 약점을 정확하게 조준할 수 있다.링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자극받는 동시에 긴장까지 한다. 이것은 완전히 강자 지간의 대결이다.남우는 눈도 깜빡이지 못했다. 그녀는 또 반재언에게 당했다고 느껴졌다.그렇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반재언이랑 붙는다면 이길 가능성이 하나도 없다.스카이섬에서의 대결에서 그는 그녀를 봐줬다.얄미워 죽겠어!한차례 오랜 대결 끝에 두 사람의 체력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종언은 앞에 몇 라운드에서 완전 정확하게 주도했지만, 후에는 확실히 반재언한테 못 이긴다.반재언은 종언에게 숨 쉴 기회를 하나도 주지 않았다. 수비에서 반격까지, 심지어 모든 과정에서 종언의 공격을 막은 것까지 모두 완벽한 반격이었다.반재언은 정확하게 종언이 체력 고갈할 시기의 기회를 잡아 종언을 링 변두리에 몰아 더 이상 피할 곳 없게 만들고는 팔꿈치에 힘을 다해 종언을 링 밑으로 떨어지게 했다.“관장님”동훈은 놀라서 빨리 종언을 부축했다. 종언은 가슴을 잡고 기침을 몇 번 하고는 입가의 피를 닦았다.“ ‘파라다이스’의 보스가 명불허전에요. 이번 시합은 제가 졌습니다.”모든 사람이 의아했다. 관장님이 진 것을 인정하다니.반재언은 링 아래도 걸어가 종언의 앞에 섰다.“당신 역시 아주 훌륭합니다. 저도 많이 놀랐어요. 어쨌든 당신은 처음으로 내가 최선을 다하게 했으니깐요.”종언은 볼이 불룩 튀어나와 말하지 않았다.그는 남우를 한번 쳐
동훈은 멍하더니 약병을 치웠다.“반씨 도련님이 그렇게나 대단해요?”“그는 ‘파라디이스’의 후계자야, 이런 능력이 있다는 건 하나도 이상하지 않아.”종언은 줄곧 평온했다. 반재언에게 졌다고 달갑지 않았다.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반재언과의 대결에서 그는 진심으로 진 것을 인정했다.동훈은 입을 삐죽거렸다.“그래도 나는 그 사람이 일부러 그런 것 같아요. 관장님이랑 무슨 원수라도 있는 것처럼.”종언은 웃었다. 이게 원수까지는 아니지...한편, 진경 저택남우는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 테이블 앞에 앉아서 주방에서 요리하고 있는 사람을 응시했다. 그는 짙은 회색의 니트를 입고 옅은 색상의 헐렁한 면바지를 입었다. 아무렇게나 대충 입었는데 그렇게 잘생긴 얼굴에 갔다가 대니 예뻐 보였다.아마 처음부터 그렇게 생긴 얼굴에 고상하게 보이기까지 해서 그녀가 속일 수밖에 없었다.찹쌀 갈비를 내놓자 그녀의 배에서 하필 그때 배고픈 소리가 났다. 반재언은 젓가락을 그녀에게 건네고는 웃었다.“배가 많이 고팠나 보네.”그녀는 젓가락을 빼앗고는 머리를 숙여 밥을 먹었다.반재언은 남우의 맞은편에 앉아 깍지를 끼고 턱을 괴어 시선은 그녀의 얼굴에 멈췄다.“그 사람이랑 관계가 좋아?”그녀는 동작을 멈춰 머리를 들었다.“누구랑?”반재언의 얼굴에는 잘 알면서 일부러 묻는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남우는 그제야 알아차린 듯 젓가락을 깨물었다.“그 사람과의 관계는 아직은 잘 모르겠어.”반재언은 실눈을 뜨고 아무 말 하지 않았다.남우는 몸을 앞으로 옮겨 그에게 다가갔다.“이걸 왜 묻는데? 너 설마 질투하는 건 아니지?”그는 웃더니 눈꺼풀을 치켜올렸다.“내가 질투 나는 건 아네. 근데 왜 네가 도장을 열고 싶다고 나랑 상의도 안 했어? ‘내가 아무것도 못 도와 줄 거로 생각한 건가?’남우는 어리둥절했다.“내가 언제 네가 아무것도 못 도와준다고 했어?”잠깐만, 그가 마음에 걸리는 건 내가 그랑 상의하지 않았다는 것에 있는 건가?반재언은 두 팔을 껴안았다
남우는 아이들더러 혼자서 훈련하라고 할 때, 한쪽에 앉아서 수시로 핸드폰을 봤다. 마음속으로 어제저녁에 한 말이 너무 심하지 않았나 생각했다.이때, 한 여자아이가 갑자기 울었다. 남우가 원인을 알아보니 남자아이가 시합했을 때 힘을 많이 줘서 맞은 게 아팠던 것이다.남우는 휴지를 들고 여자아이의 눈물을 닦았다.“내가 오빠더러 너한테 사과하라고 할까? 봐 봐, 더 울면 안 예뻐.”여자아이는 코를 들이마시고는 빨리 울음을 끝혔다.남우는 남자아이를 봤다. 시선을 그의 명찰에 두었다. 이름이 구명신이다.구명신은 얼굴을 돌렸다.“약해 빠졌어.”남우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그의 앞에 다가가 몸을 숙여 그를 쳐다봤다.“사나이로서 여린 여자애한테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니야?”“난 잘못한 것도 없어요. 더군다나 그 애가 약해빠져서 그래요.”남우는 웃었다.“맞아, 그녀는 좀 약한 편이야, 그런데 너희가 호신술을 배우는 이유는 뭐지?”구명신은 말하지 않았다.“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지? 나쁜 일을 마주했을 때 용기 내 나서서 약한 자를 도와주는 것이지. 힘으로 봤을 때 넌 그 아이보다 센 건 맞아. 그 아이가 진 것도 확실하고, 그래도 네가 그 아이보다 세서 그 아이를 때려서 울려서는 안 되지?”남우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이건 훈련이야 싸우는 게 아니고.”구명신은 입을 삐죽거리더니 여자아이를 바라봤다.“미안해, 됐어?”그가 말하고는 옆으로 갔다.남우도 어쩔 수 없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계속 훈련하라고 했다.종언과 동훈은 위층에서 바라보다가 동훈이 갑자기 그 남자아이가 누군지 생각났다.“그 아이는 구씨 집안 도련님이시죠?”동훈은 이 도련님에 대해 인상이 아주 깊다. 그는 도장에 보내와서 호신술을 배우러 왔다. 하지만 다른 아이와 휩쓸리지 못한다. 그는 확실히 재능이 있다. 같은 또래에서 가장 빨리 배우는 아이다.하지만, 구명신은 혼자서 다니기 좋아하고 다른 사람과 휩쓸리지 못한다.그리고 전에 있는 선생은 그가 구씨 도련님
“나는 어떻게 혼인을 경영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고, 어떻게 맞춰 줘야 할지도 더더욱 모르지만, 진짜로 맞춰 주는 것은 다른 사람의 뜻에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만약에 결혼이란 것이 이런 거라면, 난 결혼 안 하는 게 더...”반재언은 일어나서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손을 내밀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녀의 목소리가 메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의 품속에서 멍해졌다.반재언은 그녀를 안은 두 팔을 더욱 꼭 껴안았다. 그녀를 강요하지 말았어야 했다...“남우야, 미안해.”남우는 입술을 꼭 깨물고 얼굴을 그의 어깨에 파묻었다.“내 마음대로 너를 내 옆에 가두려는 게 아니었어, 널 자유를 잃은 것처럼 느껴지게 해서 미안해.”남우는 눈꺼풀을 치켜올려서 그를 봤다.“넌 내가 바람피울까 봐 무서워하는 거야?”그는 놀랐다.“뭐라고?”남우는 콧방귀를 내며 얼굴을 돌렸다.“넌 내가 종언 밑에서 있는 게 싫은 이유가 내가 그 사람이랑 바람날까 봐 그러는 거잖아. 내가 만약 진짜 그 사람이랑 뭔가 있다면 벌써 사귀었어, 너한테 기회 갈 것 같아.”마지막 그 한마디는 소리가 아주 작았다.반재언은 살짝 멍했다.남우랑 종언 사이에 뭔가 있을까 봐 걱정 안 한다는 건 거짓말이다. 남우랑 종언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는 자기 혼자서 평온해지라고 설득할 수가 없었다. 그는 남우와 종언이 가까이하는 걸 원하지 않고, 언젠가는 친구의 자리가 남편을 초월하는 것을 보기 싫었다. 그녀는 다른 여자와 다르다. 아마 어릴 때부터 남장하고 다녀서 그런지 그녀는 성별을 그렇게 중요시하지 않게 생각한다. 남우의 생활 습관은 자기들하고 완전히 다르다. 스카이섬에서 그녀는 자유자재로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다. 결혼마저 반재언이 ‘설계’해서 얻은 것인데 그는 남우가 어느 하루 이런 생활이 지겨워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그는 그녀가 지겨워할까 봐 두렵다.반재언은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꼭 안았다.“맞아, 나 무서워, 네가 종언이랑
반재언은 헛기침하면서 그의 머리를 만졌다.“그분은 네 형수님이야.”구명신은 놀랐다.뭐라고?그 ‘남자’분이 형수님이라고?아마도 반재언이 그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서 구명신은 완전히 오해했다.훈련 도중에, 구명신은 계속 이상한 눈빛으로 남우를 쳐다봤다.남우는 눈길에 등이 오싹해져, 자세히 보니 그 꼬마였다.꼬마가 발각된 걸 알고 빨리 시선을 옮겨 계속 훈련했다.점심에 휴식할 때 구명신은 혼자서 가에 가사 물을 마셨다. 시크한 꼬마는 언제 어디서나 자기의 텀블러를 가지고 다닌다.“구명신 어린이 맞죠?”남우의 목소리를 듣자, 구명신은 떨어서 물이 쏟아졌다.“무슨 일로 저를 찾았어요?”남우는 멍했다. 지금 어린이들이 말하는 게 다 이렇게 올되나?그녀는 많이 생각하지 않고 몸을 숙여 그를 봤다.“내가 봤을 때 너 기본기가 괜찮은 거 같아, 너 내 제자 안 할래?”구명신은 입꼬리를 실룩거리면서 머뭇거렸다. 특히 재언 형이 한 말을 듣고는 남우를 정시하지도 못한다.“그게, 됐어요...”“응? 왜?”남우는 몸을 쪼그리고 앉아 두 손을 턱에 괴었다.“나 너한테 많이 가르쳐줄 수 있는데.”구명신은 얼굴을 돌렸다.“선생님 왜 여성스러워요?”남우는 말문이 막혔다.“......”젠장, 그녀는 원래 여자이니깐!남우는 심호흡했다. 어린아이가 뭐 안다고, 어린애랑 문제로 삼지 않는다.“이렇게 선생님이랑 말하면 예의가 없는 거예요.”구명신은 뒤로 두 발 옮겼다.“난 선생님이 저의 사부를 하는 게 싫어요.”그러고는 뛰쳐나갔다.남우는 의아했다. 지금 어린 애송이한테 퇴짜 당한 거야?그 뒤 몇 주간에 남우는 계속 구명신을 관찰했다. 구명신도 당연히 알고 있다. 자기가 그 사람 눈에 띈 걸 알고 당황하여 어떻게 할지 몰랐다.동훈도 남우가 계속 구명신을 보는 것을 봤다. 그것도 얼굴에 ‘변태’같은 웃음을 지어서 동훈을 떨게 했다.“남선생님, 변태야?”남우는 머리를 돌려 미간을 찌푸렸다.“뭐라는 거야?”“네가 할 일 없이 계속
구의범도 구명신이 이상한 걸 알아차리고 손을 내밀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다른 친구랑 잘 지냈어?”구명신은 입을 모으고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저 걔들이랑 놀기 싫어요.”그는 멈칫하고 미간을 찌푸렸다.“왜?”자기 아들은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휩쓸리지 않았다. 이렇게 혼자서 노는 성격을 확실히 좋지 않다. 이는 참 그를 마음 쓰이게 했다.“아무리 그래도 친구를 많이 사귀어야지, 희나 누나 봐봐.”구명신은 머리를 돌렸다.“누나도 아주 유치해요.”구의범은 기가 차서 웃었다. 그는 도대체 왜 이렇게 올된 아이를 낳았지?“아빠.”구명신은 갑자기 그를 바라봤다.“재언이 형이 와이프를 얻었어요?”구의범은 놀라더니 실눈을 떴다.“왜 그러는데?”“그냥 물어봤어요.”“응, 얻었어.”구명신은 경악했다.“진짜예요?”구의범은 시동을 켜서 떠났다. 길을 보면서 물었다.“왜 갑자기 네 재언이 형의 일에 관심이 있는 건데?”이 자식이, 어린애가 맞아? 애니메이션과 장난감에는 흥취가 없고 오히려 이런 잡담들을 좋아하다니?구명신은 한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어린 마음에 좀 견디기 힘들었다.“그게요..., 남자와 남자가 결혼할 수 있어요?”구의범이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고 머리를 돌려 그를 봤다.“너 뭐라고 했어?”그는 다른 데로 생각하지 않고 아들의 성적 취향이 문제가 생긴 줄 알고 진짜로 급해졌다.“너 누구한테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들은 거야?”구명신은 억울하면서 큰소리고 말했다.“재언이 형이요. 저 오늘 형이랑 남 선생님이랑 뽀뽀한 걸 봤어요. 형이 나보고 선생님을 형수님이라 부르라 했어요!”구의범은 멍했다.한참 지나 뭔가 생각났다.“그 선생님의 성이 남씨야?”구명신이 머리를 끄덕였다.구의범은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의자에 등을 댔다. 그제야 아들 때문에 놀란 마음이 다시 진정되었다.“그렇구나.”알고 보니 완전히 큰 오해를 했다.자식, 아들의 성적 취향이 이상한 줄 알고 완전히 놀랐다집에 돌아가서 구
그는 어쩔 수 없이,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 포만한 이마를 드러내 그의 입술을 그녀의 미간에 아주 조심스럽게 뎄다.반재언은 남우와 학교에 가서 구명신을 만나러 갔다. 구명신은 반에서 나오자 반재신과 한 여자가 같이 있는 걸 보고 멍했다. 어른들의 세계는 참 이상하다, 어제도 남자랑 같이 있었는데, 오늘은 여자랑 같이 있다.반재언은 그를 향해 손짓했다.“신아, 와서 형수님한테 인사해야지.”구명신은 마음이 덜컹했다.“재언이 형, 형수님이 몇 분 있어요?”남우는 참을 수 없어 웃었다.반재언은 남우를 앞으로 밀었다.“자세히 봐봐.”남우는 구명신을 보고 웃었다.“구명신 어린이, 또 만났네요.”구명신은 그녀를 보고 눈에 익다고 생각했는데 얼굴이 살짝 경악했다.“남선생님이세요?”남우는 손가락을 튕겼다.“참 총명하네.”구명신은 더 싫어하는 표정이었다.“근데 왜 여자 옷을 입었어요?”남우는 할 말이 없다.“......”구명신을 때려도 되나?반재언이 구명신한테 설명하자, 구명신은 그제야 받아들이고 머리를 숙였다.“남선생님이 원래 여자였네요.”남우는 말문이 막혔다.“실망했어?”구명신은 머리를 돌렸다.“기대도 안 했어요.”남우는 이마를 만졌다. 지금 어린아이들이 다 이렇게 소통하기 힘든가? 하나도 안 귀여워.“재언 오빠, 형수님.”구희나가 그들을 향해 달려왔다. 반재언은 덮쳐 온 사람을 받고 그녀를 똑바로 서게 했다.“덜렁덜렁하면서 넘어질까 봐 무섭지도 않아?”구희나는 입을 삐죽거렸다.“재언 오빠, 왜 저를 안 안아줘.”반재언은 그녀의 머리를 만졌다.“너도 이제는 큰 여자애야, 아직도 안아달라고 하면 부끄럽지도 않아?”구희나는 쯧쯧 하며 말했다.“오빠는 그저 형수님만 안으려고 하지, 우리 아빠처럼 엄마만 안을 줄 알아.”반재언의 목에서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녀의 볼을 당기면서 말했다.“너 이러는 거, 연서한테 잘 못 가르치지 말고.”구희나는 손을 허리에 짚었다.“내가 왜 연서를 잘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