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재언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말고 놀며 말했다."넌 먹고 있어."남우는 어색했다. 남의 품에 안겨 어떻게 먹는다는 거지?남우는 갈비를 집어 들었다. 하지만 먹기도 전에, 목에서 느껴지는 갑작스러운 간지러움에 목을 움츠리며 깔깔 웃었다. 그녀는 팔꿈치로 그의 가슴팍을 밀어냈다."반재언, 그만해."반재언은 턱을 그녀의 어깨에 괴고 여유로운 투로 말했다."돼지를 잘 키웠으니, 이젠 먹어도 되지 않나."남우는 볼이 빨개지며 화가 나다 못해 웃음이 났다."지금 누굴 돼지라고 욕하는 거야?"반재언은 그녀의 귓가에 다가가 잠긴 목소리로 웃었다."돼지 남우."남우는 화가 나 그를 때리려 했다. 반재언은 그런 그녀의 팔목을 잡고, 그녀의 얼굴을 돌려 키스했다.방으로 돌아가, 외투 두벌이 침대 끝에 미끄러져 놓였다. 반재언은 남우의 위에 있고, 그녀는 알게 모르게 그의 가슴팍에 닿고 있었다. 셔츠 한 벌을 두고 느껴진 체온은 뜨거웠다.남우는 반사적으로 움츠러들었다.반재언은 그런 그녀의 반응을 예상한 듯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내빼기엔 늦었어."남우는 멈칫하고, 소심해 보이고 싶지 않아 고개를 돌렸다."내뺄 게 뭐 있다고 그래..."반재언은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려,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오랫동안의 금기가, 격렬하게 휘몰아쳐 왔다.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게,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끝났다. 반재언은 그녀를 품에 안고, 그녀의 목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떼어주며 이마에 키스를 했다.그녀는 드디어 그의 여자가 되었다.남우는 오랫동안 잠들었다. 일어났을 땐 창밖은 불빛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몸을 돌렸다. 목은 바짝 말랐고, 목소리는 잠겨있었다."반재언..."마침 욕실에서 샤워를 마치고 나온 반재언이 그녀의 부름을 들었다."깼어?"남우는 얼굴을 베개 속에 파묻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물 마시고 싶어."그는 그녀에게 온수를 따라주고 침대 끝에 앉았다. 남우는 여전히 그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탁자에 놔."
남우가 눈을 내리깔았다. 돌아가기 싫다는 것은 거짓말이다.“내가 같이 갈게.”그녀는 놀랐다.“회사 가지 않아도 돼?”반재언은 웃었다.“아버지도 계시고 안 되면 할아버지도 계시는데 회사 관리하는 사람 없을까 봐?”남우는 눈이 말똥말똥해 뭐라 할 말이 없었다.반재언의 입술이 그녀의 볼에 댈 듯 말 듯했다.“10분 시간 줄게, 씻고 내려와서 아침 먹어, 아니면...” 그는 그녀를 덮이더니, 위에서 그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그럼 일어날 생각 하지 마.”“아니야, 바로 일어날게!”남우가 그를 밀치더니 이불을 젖히고 화장실로 달려 들어갔다.또 하면 그녀는 오후까지 잘 수도 있다.그녀가 씻고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반재언은 이미 옷을 갈아입었다. 엄청 캐주얼한 옷차림이다. 그는 테이블 앞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고, 테이블 위에는 따뜻한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다.남우가 의자를 끌어내 앉아서 토스트를 뜯어 먹었다. 어젯밤에 에너지를 너무 쓴 탓인지 입맛이 엄청 좋다. “언제 돌아가는데?” 그는 눈꺼풀을 치켜올리면서 말했다.“점심에, 이미 티켓팅해 놓았어.”“근데, 아빠가 왜 갑자기 나보고 들어 오라고 한 거지?”남우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평소라면 그녀가 쭉 서울에 있길 바랐을 텐데.그것도 주동적으로 오라고 하는 것 보면, 분명히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반재언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나야 모르지.”같은 시각, 스카이섬남강훈은 마당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는 하인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주방에서는 돼지와 닭을 잡고 앞마당에서는 중식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눈에 들어온 것은 옛날 느낌이 제대로 나는 아주 경사스러운 결혼식장이었다. 남강훈이 ‘희’자를 붙이는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야야야, 글자가 비뚤어졌잖아. 다시 붙여.”“알겠습니다. 어르신”하인이 글자를 떼서 다시 붙였다.마당 안에는 등이 달리고 색 천으로 장식이 되고 붉은 초롱과 ‘희’ 자가 여기저기 걸려있다. 마당에 들어서는 서진도 깜
반재언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남우를 봤다.이 어린 것이 또 질투를 하나?여자는 하찮지 않게 웃었다.“저기요. 당신은 왜 이렇게 여성스러운 남자랑 같이 다녀요? 설마 남자 좋아하는 거 아니죠?”남우는 눈썹이 일그러졌다.남우가 말하기도 전에 반재언이 남우의 어깨를 감싸 안더니 말했다.“맞아요. 난 이 남자를 좋아합니다.”“재수 없어.”여자는 욕하면서 갔다.남우는 머리를 돌려 반재언을 째려보면서 밀쳐냈다.“당신은 참 여자도 잘 꼬여.”반재언은 그녀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면서 물었다.“당신 지금 질투하는 것 맞죠?”남우는 어이없어 웃었다.“내가 그 늙은 여자한테 질투한다고?”반재언은 갑자기 그녀를 어깨에 올렸다. 안 그래도 바다 위에 있는데 그녀는 놀라서 몸이 굳어 버렸다. “반재언, 너,,,”방에 들어가더니 반재언은 남우를 침대에 놓고 나서 큰 몸뚱이로 그녀를 가슴속으로 안았다.“왜 또 남장 한 거야?”그녀는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싫어?”반재언은 웃었다.“싫지 않아.”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난 아직 당신이랑 남장하고 있을 때 안 해 봤는데...”남우가 얼굴이 빨개지면서 급하게 그의 입을 막았다.“입을 다물어!”반재언도 더 이상 그녀를 놀리지 않고 일어나 앉아서 옷을 정리했다.“그 여자 문제 있는 것 같아.”남우는 의아했다.“문제가 있다고?”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난 이 유람선에 불법 조직이 있다고 의심이 가, 그 여자 몸에 포르말린 냄새가 났어.”유람선에 탔을 때 그는 이미 여러 사람이 유람선에서 ‘사냥감’을 찾고 있다는 것을 주의했다. 그중 한 남자 허리 쪽에 뭔가 들어 있었는데 아마 무기 같은 게 있는 것 같다.그리고 손을 항상 허리 쪽에 가까이했다. 일반인은 그렇지 않다. 그건 습관적으로 무기를 꺼내는 동작이다.남우는 눈썹을 찌푸렸다.“포르말린의 냄새라, 그건 의료용으로 쓰이는 방부제 아닌가?”반재언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맞아, 그래서 이번 행은 그리
남우가 벽에 걸린 시계를 보면서 말했다.“참 때마침 오는구나, 설마 안에 뭐 탄 건 아니겠지?”반재언은 웃었다.“아마도.”남우는 칼로 스테이크를 자르면서 말했다.“그렇더라도 시늉은 해야지.”1시쯤에, 승무원이 와서 접시를 회수하는데 먹는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남우가 소파에 앉아서 드라마를 보면서 하품하면서 잠이 왔다. 반재언은 샤워하고 있었다.승무원이 차를 끌고 눈을 올려다보고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문을 닫았다.복도 코너 쪽에 밍크코트 입은 여자가 벽에 기대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담배를 한 모금 내뿜으면서 물었다.“먹었어요?”승무원은 뚜껑을 열면서 대답했다.“아무것도 남지 않았어요.”밍크코트 입은 여자가 무서운 눈빛을 하면서 담배 한 모금을 내뿜으면서 빨간 입꼬리를 올렸다.“그 둘은 어려서 아마 기관도 괜찮을걸.”민 머리에 팔에는 문신을 한 남자가 다가오면서 물었다.“나사, 사냥감 다 준비됐는가?”나사라는 여자가 담배를 끄더니 미얀마 언어로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요. 두 마리 양이 준비되어 있는데 모든 승객이 휴식한 뒤에 시작하면 돼요.”유람선은 해면 위에서 천천히 가고 있었다. 오후 휴식하는 시간에 두 명의 승무원이 휠체어를 가지고 객실로 향했다. 먼저 문을 두드리더니 아무런 소리가 없자 미리 준비된 방 키를 들도 문을 열었다. 방안에 두 사람이 침대 위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두 명의 승무원이 서로 바라보더니 머리를 끄덕였다.그들은 힘을 합쳐서 반재언을 휠체어에 옮기고 다시 남우를 옮겨 놓고 두 사람을 밀고 나갔다. 복도 코너 쪽에 화물 전용 엘리베이터를 눌러 지하 1층을 눌러 내려갔다.남우는 머리를 숙이고 눈을 살짝 떠서 옆에 아무런 기척이 없는 반재언을 봤다.이 사람이 죽는 척은 참 잘해요.엘리베이터가 열리자, 그녀는 다시 눈을 감았다.승무원이 그들을 밀고 나가면서 말했다.“나사 누나, 사람 데리고 왔어요.”복도의 빛은 어두컴컴하고 노란 등불에서는 미약한 빛이 났다.남우는 복도에
안에 있는 소리가 밖에서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들은 안으로 들어와 보더니 놀라서 소리쳤다.“저것들 잡아!”남우와 반재언이 같이 서 있자, 그 사람들은 신속히 두 사람은 포위시켰다. 협소한 공간안에서 손, 발을 펴기가 힘들다. 하지만 똑같이 그들의 행동도 제한할 수 있었다.남우와 반재언이 등을 맞대며 포위하는 사람과 정면으로 서 있었다.남우가 머리를 돌려 물었다.“아직 괜찮아?”반재언이 손목시계를 좀 풀더니 말했다.“한번 대결해 볼래?”그녀는 웃었다.“그래, 누가 더 짧은 시간 안에 이 사람들을 눕힐까 볼까?”그들의 대화를 들은 사람들은 얼굴색이 파래졌다.“시발, 지금 무슨 뜻이야? 우리 깔보는 거야?”남우와 반재언은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맞아.”대답을 들은 사람은 화가 나서 고함을 쳤다.“이 사람들 죽여버려!”그 사람들은 말을 듣고 같이 달려들었다.협소한 수술실 안에는 혼란에 빠져있다. 소리가 너무 커서 객실에 있는 승객까지 바닥 밑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어 저마다 나가더니 물어본다.“뭐 하고 있어요? 인테리어 하나요? 이렇게 시끄러워요.”승무원은 어색해하면서 승객들을 달래고는 빨리 사람 시켜서 보고하라고 했다.한 승무원이 급하게 조종실에 가서 선장 옆에 가서 뭐라고 말했다.선장은 텀블러를 내려놓고 얼굴색이 짙어졌다.“무슨 짓을 하는 거야?”“모르겠어요. 아마 밑에 일이 생긴 것 같아요. 지금 승객들도 다 소리를 들었어요. 만약에 일이 더 커지면...”일단 유람선에서 이런 일이 생긴 게 발각되면 그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 보통 이런 경우가 없었는데 오늘 도대체 무슨 일인거지.그 사람들은 바보들인가? 이렇게 큰 소동을 피우다니.승무원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장은 항로 쪽에서 결려온 전화를 받았다.해경들이 요트와 순찰선을 파견해 유람선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유람선의 승객들은 이렇게 많은 해경을 보더니 모두 방에서 나왔다. 이 유람선에서 무조건 무슨 일이 생겼다는 안 좋은 예감이
유람선에 있는 많은 승객들이 놀라서 울었다. 모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모른다. 그들은 그저 위험이 맞닥뜨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 뿐이다.남우가 유람선의 거실에 뛰 들어와 승객들이 당황하면서 같이 있는 것을 보았다. 유람선이 다시 급하게 기울어지고 승객들의 고함치는 소리와 함께 남우도 비틀거리면서 벽을 짚었다.여자 승무원 한 명이 놀라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소리 내면서 울었다. 남우는 그녀한테 다가가 어깨를 잡으면서 물었다.“조종실이 어디에 있어요?”그 승무원은 놀라서 말도 못하고, 옆에 있는 동료가 승객을 위로시키는데 남우의 말을 듣고 얘기했다.“저 어디에 있는지 알아요. 조종실에서 무슨 일이 생겼나요?”남우는 그 승무원한테 가서 말했다.“무조건 방법을 생각해서 선장보고 유람선을 세우라고 해야 해요. 지금 유람선은 이미 원래의 노선에서 어긋났어요. 그리고 여기 있는 바다는 기상 변화가 많아서 만약에 짙은 안개를 만나면 잘못되어서 배가 부딪칠 수도 있어요.”현장에 있는 승객들이 이 말을 듣자 더욱 무서워했다.“어떻게 이런 일이?”“나 바다 위에서 죽기 싫어요. 돌아갈래요.”남우는 그들을 보면서 소리쳤다.“다들 조용히 하세요. 노선 변경은 선장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유람선을 서게 하는 것입니다.”그녀는 심호흡하면서 침착하게 물었다.“여기에 혹시 배를 몰 줄 아는 사람이 있나요?”다들 서로 바라보기만 했다. 이건 유람선이다. 아무도 유람선 조종 자격증이 없었다.더군다나 백여 명의 생명이 달린 문제인데 잘못하면 배가 침몰할 수도 있는데.이때, 중년 남자가 떨면서 일어나 손을 들었다.“저, 저 화물선을 몰 줄 알아요.”그 옆에 있는 가족이 설득했다.“장난치지 마, 이건 화물선이 아니고 유람선이야, 화물선을 조종할 줄 안다고 해서 유람선도 할 줄 아는 것이 아니야.”중년 남자가 머리를 숙였다.“그럼..., 그럼 어떡해? 앉아서 죽는 것만 기다릴 수는 없잖아.”남우는 갑자기 중년 남자의 손을 잡았
“어떻게 하면 좋아요. 들어가지도 못하는데.”중년 남자도 급했다.남우가 갑자기 통풍관을 쳐다봤다.지하실에서, 반재언이 모든 사람을 때려눕히면서 거의 절반의 체력을 썼다.그는 등은 땀 범벅이었고 하얀 옷도 얼룩이 지고, 파손되고 주름이 졌다.반재언은 ‘수술실’에서 걸어 나오자, 배가 또 갑자기 흔들리더니 그가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원래 다쳐서 피가 난 팔이 벽에 있는 파이프에 받혀 아파서 눈썹이 일그러졌다.그가 핸드폰을 꺼내 보니 이미 신호가 없어졌다.반재언은 팔을 움켜쥐면서 화물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시선이 창밖을 향했다.해면 위에는 벌써 흰색 안개가 끼기 시작했고 멀리 있는 것이 흐리게 보였다.그는 혀를 치더니 빨리 조종실로 걸어갔다.남우는 기어서 통풍관을 통과하여 조종실에 들어갔다. 막힌 곳을 차 버리고 위에서 밑으로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조종실 문을 열었다. 선장이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려 하자 남우는 갑자기 손에 쥔 날카로운 무기로 그의 뒤통수에 댔다.“꼼작하지 마!”선장이 얼어버렸다.“당신 지금 뭐 하려는 겁니까?”여자 승무원이 들어와 말했다.“선장님, 제발요. 빨리 배를 세워주세요. 해면 위에 벌써 안개가 지고 있어요!”선장이 쌀쌀하게 웃으면서 남우 손의 위협에도 두려워하지 않았다.“나를 죽이면, 이 배도 같이 쪽 나는 거야.”남우는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래서 네가 배에 있는 너를 포함한 모든 사람의 안전을 관계하지 않겠다는 거야?”“ 그렇게 하면 뭐, 경찰한테 잡힐 바에는 너희가 나랑 같이 죽는 게 낮지.”여자 승무원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졌다.“선장님, 미쳤어요?”남우가 머리를 돌려 중년 남자를 보며 물었다.“당신 배를 얼마 오래 몰았어요?”중년 남자가 대답했다.“20년요.”선장이 멍했다. 다른 사람이 배를 조종할 줄 알 거라 생각을 못 했다. 그는 모두 방심한 틈을 타서 반추 장치를 눌렀다.고속행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큰 배를 정지하기 힘들다. 반추 장치는 프로펠러를 이용해 거꾸로
중년 남자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핸들을 잡고 있는 손 역시 떨고 있었다.남우는 그를 보면서 생각했다. 자기가 급하면 안 된다. 자기가 급할수록 그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화물선을 운행했을때 이런 상황 겪어 봤어요?”중년 남자가 침을 삼키면서 대답했다.“거의 만나기 힘들죠.”남우는 극히 침착하고 태연스럽게 그에게 물었다.“만약에 이런 상황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할 건가요?”중년 남자가 멍해 버렸다. 배가 고속으로 운행 했을때 관성이 아주 커서 멈추려면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에 자기가 이런 상황에 처해 있으면...중년 남자가 심호흡했다. 누구든지 죽고 싶지 않다. 자기도 그렇다. 지금 시도라도 해 보면 아직 기회는 있을 수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기회조차 없다.중년 남자는 핸들을 꼭 잡고 흐린 안갯속에서 최대한 부딪치지 않게 경계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전에 땅에 떨어진 닻은 땅을 질질 끌면서 엄청나게 큰 마찰 소리를 내고 있다.중년 남자가 갑자기 호스트를 전환하면서 지체 항행하는 방법을 선택해 속도를 줄였다. 그리고 브레이크 기술과 결합하여 전에 배가 후진할 때 호스트에게 손상을 주는 것을 감소시키면서 천천히 배를 멈췄다.유람선이 멈추자, 모든 사람이 한시름을 놓았다. 놀라서 울었던 승객들은 서로 안으면서 기뻐서 또 울었다.중년 남자도 자기가 진짜 배를 세웠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여자 승무원이 웃었다.“멈췄어요. 드디어 멈췄어요!”남우한테 제압당해 땅에 누워 있는 선장도 멍했다. 그럴 리가, 그가 한쪽 닻을 내려 급브레이크 한 상황에서 화물선을 운전하든 사람이 어떻게 배를 멈출 수가 있지!남우는 선장 얼굴에 대고 한주먹 때려 선장이 꽥꽥 소리를 쳤다.“너 같은 쓰레기가 선장이다니, 퉤!”헬기가 짙은 안갯속에서 드디어 정박한 유람선을 찾아 순찰선에 전화했다.“유람선은 이미 안전하게 멈췄어요. 우리가 지금 접근하고 있어요.”지휘관이 머리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우리도 당장 그리고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