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그가 환한 미소로 다가왔다."무슨 일이야?"강유이는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잠깐 얘기 나눌 시간 있어요?"민서율은 곧바로 티포트를 작동시키고 말했다."당연히 있지. 무슨 일인데 그래?""서율 오빠, 저 그 조연 배우 다시 촬영팀에 부르고 싶어요."움직임을 멈춘 그가 고개를 들어 강유이를 가만히 쳐다봤다.강유이가 태연하게 계속 말을 이어갔다."사실 조연 배우가 잘못한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촬영팀에서도 그 역할을 맡을 배우를 찾지 못해 일정이 미뤄지고 있고. 차라리 그 배우를 촬영장에 부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유이야, 그 배우가 잘못한 게 아니라고 해도 촬영팀에 안 좋은 영향을 끼쳤잖아. 나는 너를 생각해서 그런 판단을 내렸어.""사건을 정확하게 조사해 봤어요?"그녀를 빤히 쳐다보던 민서율은 대답하지 않았다."서율 오빠, 촬영팀에 문제를 일으킨 건 하늘 씨가 아니라 차진주이에요. 만약 차진주가 하늘 씨한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겠죠. 하지만 왜 하늘 씨만 촬영팀에서 쫓겨나야 하고 차진주는 자진 하차한 거죠?"민서율은 소파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유이야, 설마 너 지금 나를 의심하는 거야?"강유이의 눈빛이 단호해졌다."서율 오빠를 의심하기 싫어서 이러는 거예요."그러나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외부인인 한태군도 알아낼 수 있는 일이라면, 민서율은 더 빨리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분명 차진주의 잘못인데 왜 아무 잘못도 없는 조연 배우가 쫓겨나야 할까?만약 차진주가 조연 배우 입막음을 하려는 것이라면, 조연 배우가 자진 하차를 하는 것이 맞다.그러나 방 감독도 아무 말 하지 않은 사이, 민서율이 먼저 조연 배우를 쫓아냈다.민서율의 이런 행동은 충분히 의심스러웠다.민서율은 천천히 강유이의 앞에 걸어와 그녀의 어깨를 움켜잡았다."유이야. 나는 너를 위해 그런 선택을 했어."그의 말에 강유이의 몸이 굳어졌다."촬영하다 고열 때문에 당장이라도 정신을 잃을 뻔
"서율 감독 오늘 조금 이상하지 않아? 평소에 강유이 씨 연기를 엄청나게 칭찬했잖아.""그러니까. 일부러 힘든 장면만 촬영시키는 것 같아."스태프들은 낮은 소리로 수군거렸다. 어쩌면 강유이가 민서율 감독의 심기를 건드린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같은 장면은 15번 촬영해서야 민서율은 OK 사인을 외쳤다.강유이의 상대역은 잔뜩 억울한 표정으로 촬영장을 빠져나왔다.강유이가 주차장으로 향할 때, 주계진이 그런 그녀를 따라나왔다."민서율 오늘 왜 저러는지 알아요? 설마 두 사람 싸웠어요?"강유이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주계진은 팔을 걷어붙이고 촬영장으로 들어가려 했다."내가 찾아가서 따져야겠어요."그러자 강유이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그러지 마요. 이건 저와 민서율 감독 사이의 일이에요.""일부러 강유이 씨를 괴롭히는 거 못 봤어요?"주계진은 울화통이 치미는 것을 느꼈다."강유이 씨를 손에 넣지 못하니까 친구도 하고 싶지 않대요? 남자가 좀생이도 아니고 진짜."강유이가 오히려 주계진을 달래기 시작했다."어쩌겠어요. 민서율은 감독님이고 저는 배우니까. 저를 괴롭힌다고 해도 촬영만 무사히 끝나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그러자 주계진은 팔짱을 끼고 불만 섞인 표정으로 촬영장을 쳐다봤다."저딴 새끼가 감독이라니. 유이 씨가 아무리 저 자식을 친구라 생각해도, 저 자식은 영원히 유이 씨를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그의 말에 강유이는 대답하지 않았다."친구가 아니어도, 최소한의 직업 매너는 있어야 할 거 아닙니까! 권력남용으로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행동 정말 싫어요. 유이 씨가 이렇게 착하게 받아주니까 그러는 거잖아요. 항상 손해를 보는 사람은 유이 씨 밖에 되지 않을 거예요."말을 마친 주계진은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고 강유이는 그저 고개만 숙였다.그녀는 한 번도 민서율과의 관계가 악화할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강유이는 민서율과 쭉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었다.그러나 모든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다...호텔로 돌아온
강유이는 그의 어깨에 기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미안해..."그러자 한태군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넘겼다."바보. 왜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는 거야..."강유이는 그제야 고개를 들고 그의 눈을 쳐다봤다. "어쩌면 나는 민서율이라는 사람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게 분명해. 이제 민서율이 의심스럽기 시작했어. 사실 의심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가 왜 그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한태군은 그런 그녀의 볼을 아프지 않게 꼬집었다. "혹시 차진주의 편을 들고 있는 사람이 민서율이라고 생각하는 거야?"강유이는 멈칫하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한태군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사실 전유준 비서한테 차진주를 지켜보라고 지시했어. 촬영장에서 나오고 바로 그 인플루언서를 만나러 갔더라고."그러자 강유이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 인플루언서는 왜 만나러 간 거야?""차진주는 다른 사람이 그녀를 대신해 죄를 모두 뒤집어쓰면, 자신의 혐의가 없어질 거로 생각한 것 같아. 아니면 왜 예능에 출연하겠다고 대답했겠어?"차진주가 예능에 출연하겠다고 하는 건, 자신의 잘못이 조금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복수를 하고 싶었던 그녀는 이제 미꾸라지처럼 벗어났고, 인플루언서가 그 누명을 모두 뒤집어쓰고 네티즌들의 공격을 받을 일만 남았다.그녀가 사과를 하는 건, 자신의 털털한 매력을 네티즌들에게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이번 사건은 그녀와 무관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자신의 입으로 자신의 죄를 밝혀야 하지만, 그것 때문에 그녀가 자기 인기와 명성만 지킬 수 있으면, 차진주는 그것으로 만족할 것이다.강유이가 미간을 찌푸렸다."그 인플루언서가 정말 그렇게 할까?"한태군이 한쪽 입꼬리를 씩 올렸다."차진주한테 약점을 잡혔으면 절대 동의하지 않겠지. 그러면 참을 수밖에 없어."그런 한태군을 가만히 쳐다본 강유이가 결심한 듯 말했다."오빠, 나도 오빠한테 힘이
“걱정하지 마. 나도 절대 그럴 일 없을 거니까.”그의 진지한 태도와 단호한 말투에 진예은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쳐다봤다.“사실, 당신과 논의할 일이 있어.”“무슨 일이야?”조금은 다급하게 묻는 그의 말투에 진예은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당분간 영국에 다녀와야 할 것 같아.”반재신은 그녀의 어깨를 세게 움켜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정말 영국에 돌아갈 거야? 이곳에 나와 희망이만 버려둔 채?”진예은은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 멈춰 섰다.“당신과 희망이를 이곳에 버려두겠다고 한 적 없어.”“그… 그러면 왜 영국에 가려는 거야?”반재신은 그제야 자신이 이성을 잃고 실추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를 낳기 전 그녀는 그에게 떠나겠다는 말을 자주 해왔으니 이성을 잃지 않을 수가 있나.“나 아직 대학원 입시 시험에도 참가하지 못했어. 네가 가지 말라고 하면 가지 않을게.”“잠깐만…”반재신은 몸을 돌리고 자리를 떠나려는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다.“대학원 입시 시험?”휴대폰 화면을 켜고 그의 눈앞에 흔들어 보인 진예은이 계속하여 설명했다.“이미 1년을 미뤘어. 희망이를 임신하기 전에 대학원 시험을 칠 예정이었는데.”반재신은 그런 그녀의 어깨를 더욱 세게 움켜쥐고 눈을 마주쳤다.“진예은, 예전부터 너한테 묻고 싶은 게 있었어. 3년 전 왜 갑자기 이사를 하였고, 후에 왜 Z 국에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서울에 올 수 있었는지. 사실대로 말해줘.” 아직 3년 전, 그와 그녀 사이의 오해가 남아있었다. 그날 그녀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어디에도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그 어떤 메모 한 장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당연히 그가 그녀와 더 이상 관계를 이어나갈 마음이 없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는 그녀가 잠에서 깬 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라 자리를 피한 것이다.이후, 진예은이 이사를 떠나며 그는 더 이상 그녀와 연락이 닿지 않았고, 그가 국내에 돌아왔을 때에도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강유이와는 매일 연락을 하
희망이를 조심스럽게 안아 든 진예은은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어르고 달랬다.“희망아 왜 울어? 울지 마. 엄마 여기 있어.”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아이를 달래도 아이는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진예은은 아이를 이리저리 살피고 나서야 묵직한 기저귀를 발견할 수 있었다.“아이고, 우리 희망이 똥 쌌네.”진예은이 희망이를 반재신의 품에 안겨주자 반재신이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아니, 아이가 똥을 쌌는데, 왜 나한테 넘기는 거야?”그러자 진예은은 옆에 놓인 새 기저귀 포장을 뜯으며 태연하게 대답했다.“당신 딸 똥인데 설마 더럽다고 피하는 건 아니겠지?”반재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산 송장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그때, 진예은이 새 기저귀를 그에게 건네며 말했다.“당신이 갈아.”“내가?”“빨리해. 내가 가르쳐 줄게.”반재신은 희망이를 침대에 눕혔다. 아이의 기저귀를 벗길 때 일그러진 반재신의 미간을 확인한 진예은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가 휴지로 아이의 엉덩이를 닦으려 할 때, 진예은이 헛기침을 하더니 물티슈를 가리켰다.물티슈로 깔끔하게 뒤처리를 한 후, 기저귀를 입히려는데 또다시 진예은의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방향이 틀렸잖아.”“이것도 앞뒤가 있어?”그러자 진예은이 피식 웃었다.“괜찮아. 처음이라서 그래. 많이 하면 익숙해져.”한참 후에야 희망이의 기저귀를 갈아준 반재신은 아이 하나 키우는 것이 회사 업무를 처리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잠도 많이 자고 배도 부른 희망이가 또렷한 눈동자로 두 사람은 번갈아 쳐다봤다. 진예은이 침대에 걸터앉아 희망이의 고사리 같은 손을 만지작거리자, 아이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방 안 가득 울려 퍼졌다.반재신도 참지 못하고 희망이의 볼을 아프지 않게 꼬집었다.“누구 딸인지 엄청 귀엽게 생겼네.”아이가 금방 태어났을 때에는 피부가 쭈글쭈글한 것이 전혀 예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적어도 이제는 처음 그때만큼 못생기지는 않았다.그때, 아이가 발을 구르며
촬영장에서 걸어 나온 방 감독이 민서율을 발견하고 그의 이름을 불렀다.“서율 씨.”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민서율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방 감독님, 무슨 일이에요?”“유이 씨가 그러는데, 그 조연 다시 촬영장에 부르기로 했어요. 서율 씨가 그 조연 배우를 쫓았으니까 서율 씨 의견을 묻는 거예요. 어떻게 생각해요?”방 감독은 민서율의 의견을 재차 물었다.촬영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조연 배우를 쫓았으니. 그 조연 배우가 다시 돌아올 때, 조 감독 처지가 난처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민서율은 조금 고민을 하는 것 같더니 여전히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유이가 조연 배우를 다시 부르겠다고 했으니, 저는 당연히 찬성입니다.”방 감독도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민 감독 공과 사는 확실하게 분간해서 아주 마음에 들어.”의미심장한 그의 말뜻을 알아차린 민서율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말을 마친 방 감독은 자리를 피했다.다시 촬영장에 돌아온 하늘은 방 감독과 면담을 한 후 빠르게 촬영 일정을 잡았다.촬영 스태프들도 전에 있었던 일들 편견을 가지지 않았다. 어쨌든 뒤에서 음모를 꾸민 사람은 차진주라는 것을 다 알고 있었으니까.촬영을 마친 후, 하늘은 곧바로 강유이를 찾아갔다.강유이가 그에게 따뜻한 커피를 건네자 하늘이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사과했다.“전엔 제가 유이 선배님을 오해해서 미안해요. 죄송합니다.”그러자 강유이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이미 한참 전에 하늘 씨를 용서했어요. 그러니 사과하지 않아도 돼요.”하늘이 떠난 후, 주계진이 강유이의 차에 기대 멀어지는 하늘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벌써 조연 배우를 데려온 거예요?”“하늘이 책임이 아니잖아요. 어렵게 연기할 기회를 가졌는데 그것마저 빼앗을 수는 없었어요.”그러자 주계진은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아주 부처가 따로 없네.”강유이가 주계진을 향해 활짝 웃었다.“다음 달이면 나도
강유이는 한때 민서율과 아주 가깝게 지냈던 시절이 있었다. 특히 리사의 일이 있었던 후, 강유이를 어둠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게 한 사람도 민서율이라 할 수 있다.한태군이 반재신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민서율은 유이를 친구로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아.”반잰신의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번지더니 개구쟁이 같은 말투로 물었다.“너 지금 질투하는 거야?”한태군은 탁자 위에 놓인 찻잔을 손에 쥐고 콧방귀를 뀌었다.“질투는 무슨. 너 나랑 유이 사이를 너무 우습게 생각하는 것 같아. 유이는 항상 내 편이야.”그러자 반재신은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제발 내 앞에서 징그러운 말들 하지 않으면 안 돼?”차를 한 모금 마신 한태군은 계속하여 물었다.“민서율이 이전에 다른 일을 벌인 적은 없었어?”반재신이 잠깐 고민하다 물었다.“어떤 일을 말하는 거야?”“강유이가 모르는 일.”반재신은 다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전에 리사가 유이를 괴롭힐 때, 무슨 말을 했었던지 기억나?”한태군은 기억을 되살려 보았다.“너랑 유이가 리사를 괴롭혔고, 다시는 서울에서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만들겠다고 했던 것 같아.”“유이는 내가 그런 지시를 내렸을 거로 생각하는데, 나는 단 한 번도 리사를 괴롭힌 적 없어. 난 그게 걔가 꾸민 게 아닌지 의심스러워.”애초에 리사가 퇴학을 당하게 된 것도 나중에 알게 된 두 사람이었다. 그녀의 퇴학 원인이 그저 학교 측에 있겠다고 짐작했을 뿐이었다. 리사가 서울에 있는 모든 학교에 진학할 수 없게 된 것도, 리사를 무너뜨린 것도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그러나 그럴만한 권력을 가진 가문은 반씨 가문을 제외하면 민서율밖에 없을 것이다.당시 민서율의 가문은 그럴 능력이 있었고, 뒤에서 몰래 손을 쓰기에 그보다 적합한 사람이 없었다.그 시각, 신초아의 집 문 앞에 도착한 전유준이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지만, 한참이 지나도 아무런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그는 문 앞에서 며칠 동안이나 잠복했다. 그
“제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한태군 대표님의 비서입니다. 한태군 대표님께서 신초아 씨에게 누명을 벗길 기회를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신초아 씨도 잘 아시겠죠. 이 연극의 배후에 있는 주모자를.”신초아의 얼굴이 삽시에 창백해졌다.그녀는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그녀가 입을 열었다.“사실, 차진주와 저는 대학 동기예요. 같은 연극영화과를 나왔죠. 하지만 졸업 후 저는 고작 단막극 정도밖에 찍지 못했어요. 인지도도 별로 없죠. 그러다 나중에는 인터넷 방송을 하게 되었죠. 차진주는 연예계에서 저보다 훨씬 잘나갔죠.”인기로 따지나 연예계에서의 신분으로 따지나, 차진주는 그녀보다 훨씬 월등했다.비록 차진주가 유명한 연예인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골수 팬들이 많았고 그녀보다 신초아는 완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것 연예인이었다.라이브 방송을 하며 돈을 벌기 시작했지만, 생활고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고, 영상에 노출하는 스포츠카와 명품 옷 가방들은 전부 빌린 물건들이다. 그 때문에 많은 빚을 지게 되었고, 방송에서 얻은 수입으로는 겨우 할부를 갚을 수 있었다.그러다 점점 라이브 방송도 인기가 떨어졌고, 팔로워 수도 감소하며 신용카드 빚을 갚지 못하게 되자, 결국 차진주에게 손을 내밀었다.차진주는 흔쾌히 6천만 원을 빌려주었다. 그때의 그녀는 당장 차진주에게 무릎이라도 꿇고 싶은 심정이었다.하지만 그 대가로 차진주가 그녀에게 무리한 부탁을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오랫동안 망설였지만, 차진주에게 진 빚 때문에 차마 거절하지 못했고 억지로 그녀와 함께 연기를 이어갔다.전유준은 그녀가 하려는 말을 바로 이해했다.“그러니까 차진주에게 진 빚 6천만 원 때문에, 한태군 대표님을 유혹한 것입니까?”신초아의 안색이 퍼렇게 질렸다.“돈도 없고 인기도 없는 제가 그 제안을 거절할 방법은 없었어요. 만약 그 제안을 거절하면 6천만 원을 바로 갚으라고 협박했으니까요. 차진주는 제가 신용 카드빚을 갚을 능력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 만약 내가 협조하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