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방금 전 기자들의 통화 중에서 ‘반 씨 가문’이라는 말을 정확히 들었다.‘쳇, 같잖은 년이 제법 머리 좀 굴렸나 보네.’호텔 방으로 돌아온 친모가 한쪽 구석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연서를 발견했다. 그녀는 순식간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너 같은 쓰레기도 쓸모가 있지 않을까 싶어 데려왔는데, 위협조차 안 되잖아. 너 같은 건 그때 네놈 애미 뱃속에서 죽어버렸어야 했어.”연서는 고개를 푹 수그리고, 차마 소리 높여 흐느껴 울지도 못했다.친모가 아이의 앞으로 다가가 억지로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아이가 잔뜩 몸을 웅크리며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할머니… 저 말 잘 들을게요.”친모가 아이를 구석으로 차던졌다.“또 또, 또 울어? 어떻게 매일 울기만 해!”연서가 바닥 위에 쓰러지며 테이블 다리에 등을 부딪혔다. 테이블이 흔들거리더니 그 위에 놓여있던 물컵이 넘어졌다. 컵이 데구루루 굴러 아이의 이마 위로 떨어지자 안에 담겨있던 물이 아이의 머리를 적셨다.아이의 이마가 부어오르더니 빨간 혹이 생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처 부위에서 피가 흘렀다. 물에 맞아 축축해진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그러나 아이는 숨죽여 흐느끼며 몸을 부들부들 떨 수밖에 없었다.친모가 또다시 아이한테 손을 대려는데 문뜩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그녀가 쯧 하고 혀를 차더니 억지로 연서를 일으켜 세운 뒤 방안으로 향했다. 그녀는 아이의 손과 발을 묶은 뒤, 입안에 천을 물려 옷장에 밀어 넣었다. 마지막으로 눈을 부라리며 협박의 말도 잊지 않았다.“소리 내면 죽여버릴 거야!”친모는 옷장 문을 꼭 닫은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가 문을 열었다.문 앞에 웬 검은색 옷을 입은 보디가드가 서 있었다. 당황한 그녀가 물었다.“누구세요?”검은색 옷을 입은 보디가드가 몸을 비켜 서자 반재신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가 문 앞까지 다가가 물었다.“연서는 어디에 있습니까.”친모는 그가 연서를 데리러 직접 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그 계집의 계획이 분명했다.‘흥,
그가 피식 소리 내어 웃었다.“저도 딱히 신경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그가 다시 말을 보충했다.“하지만 이제 예은이는 우리 반 씨 가문의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여사님도 더 이상 예은이 일에 신경 끄세요. 만약 또다시 예은이의 일에 간섭하고,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다니면 그땐… 제 경고를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여사님 가문이 의지하던 정 씨 가문도 우리 반 씨 가문의 상대가 되지도 못하는데, 하물며 진 씨 집안은 더 말할 것도 없죠.”친모는 화가 치밀어 올라 마치 감전이라도 된 사람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그가 괜한 허세를 부리며 협박하는 게 아니었다. 반 씨 집안 정도의 실력이라면, 확실히 그렇게 하고도 남았다. 오늘날 반 씨 가문과 여 씨 가문은 한 집안이 되었다. 두 가문의 세력이라면 귀족들도 감히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반재신이 사람들을 끌고 돌아가는 모습을 확인한 친모가 다리를 휘청거리며 겨우 벽을 붙잡고 몸을 지탱했다.그녀가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젠장, 그 망할 년은 능력도 좋아. 저런 든든한 방패를 다 삼고.”반 씨 가문을 위협할 수는 없어도, 연서만 곁에 있으면 진예은은 절대 그녀에게 반격하지 못할 것이다.주차장. 차에 올라탄 반재신이 조수석에 앉은 보디가드에게 물었다.“아이가 정말로 방에 없었습니까?”보디가드가 답했다.“확실히 없었습니다. 아이의 신발이나 옷 같은 것도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반재신의 표정이 엄숙해졌다.“그런데…”보디가드가 잠깐 머뭇거리더니 이어서 말했다.“테이블 바로 아래에 엎질러진 물컵이 있었습니다. 컵 안과 테이블 위에도 물기가 남아있었는데, 어쩐지 바닥에는 젖은 흔적이 전혀 없었습니다.”일반적인 상황에서 컵을 떨어트렸으면, 바닥에도 젖은 흔적이라도 있었어야 했다. 바닥을 이미 닦았을 수도 있었지만, 바닥만 닦고 컵을 줍지 않을 리도 없었다.심지어 그 테이블은 어떤 큰 힘에 부딪힌 게 분명했다. 만약 그녀의 부주의로 테이블에 부딪혔다면, 테이
강유이는 진예은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예은아, 우리 오빠 믿어. 오빠가 잘 처리할 거야. 연서는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니까 오빠도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야.” 그녀의 말에 진예은은 그저 싱긋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잠시 후, 정원을 나선 그녀는 익숙한 차가 길가에 주차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뒷자리 창문이 열리더니 한태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희미한 가로등 아래 흰색 셔츠를 입은 그의 모습이 너무나 눈부셔 가슴이 설렜다.그를 발견한 강유이가 천천히 차로 향했다. “내가 여기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진예은과 함께 있다는 말을 그에게 한 기억이 없는데, 한태군은 어떻게 자신이 이곳에 있는 줄 아는 걸까?그녀의 말에 한태군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기사까지 났는데 네 성격에 당장 예은이한테 달려왔겠지. 난 누구보다 너를 잘 알아.”차에 올라탄 강유이가 중얼거렸다. “나에 대해 모르는 게 없네.”한태군은 그런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 말했다. “너도 이렇게 될 수 있어.”강유이는 그제야 자신이 한태군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태군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사람이라 작은 단점도 발견할 수 없는 그를 완벽하게 파악하기는 강유이에게 무척 어려운 일 이었다.어쩌면 그가 강유이에게 제일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단점을 모두 감추려고 했는지도 모른다.악랄하고 지독한 모습은 그녀가 없는 곳에서만 보여 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한태군이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물었다. “기분 안 좋아?” 그의 물음에 강유이가 고개를 저었다. “오빠 나한테 숨기는 거 없어?”한태군은 그녀의 물음을 피하지 않았다.“있어.”그의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던 강유이가 놀란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대답이 너무 빠르잖아.”한태군은 그런 강유이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빙빙 감으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나는 우리 유이한테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아.”강유이는 절대 아무 이유 없이 그에게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반지가 데구루루 굴러 바닥에 떨어지며 맑은 소리를 냈다.몸을 웅크리고 바닥에 떨어진 반지를 주운 강유이는 반지 사이에 작은 틈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반지를 손에 쥔 그녀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반지가 왜...”반지 사이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그녀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반지를 뜯어보니 개미보다 작은 기계가 반지 안에 숨겨져 있었다. 서재. 책상 앞에 앉은 한태군은 사색에 잠긴 표정으로 진예은 친모에 관한 사건을 고민하고 있었다. 갑자기 반짝이는 휴대폰 화면에 눈살을 찌푸린 그가 위치 추적 앱이 갑자기 꺼지는 것을 보고 더욱 깊게 눈살을 찌푸렸다.그가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강유이가 서재 문을 열고 들어왔다.“한태군!”잔뜩 화가 난 그녀가 3년 전 그녀에게 선물로 줬던 목걸이와 반지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 그가 그녀 몰래 숨겨둔 위치 추적 장치를 들킨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설명해.” 한태군이 난감한 표정으로 이마를 만지더니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유이한테 결국 들켜버렸네?”강유이가 그를 뚫어지게 쳐다봤다.“그러니까, 오빠가 내 반지에 위치 추적 기계를 설치한 거야?”어쩐지, 지난 3년 동안 그녀가 어디에 있든 한태군은 바로 그녀를 찾아냈고, 촬영 때문에 반지를 제때에 끼지 못하는 날에는 꼭 문자를 보내왔었다.그녀는 한태군이 그저 감이 좋은 것 뿐이라고 생각했었지, 그녀의 반지에 위치 추적 장치를 설치했을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는 왜 그녀에게 위치 추적 장치를 설치해야 했던 걸까?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시시각각 감시하려고? 혹시나 모를 상황이 걱정되었던 걸까?한태군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곁에 다가왔다.“유이야...”무의식적으로 그의 손길을 피한 그녀의 반응에 강유이마저 깜짝 놀랐다. 한태군의 손이 공중에 멈췄다. 서재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한참 후에야 등을 돌린 그가 주먹을 꽉 움켜쥐고 말했다.“미안, 먼저 쉬어.”조
한태군은 강유이를 떠나보낼 수 없었다.갑자기 손에 전해지는 따스한 온기에 한태군은 조금 놀란 표정으로 그의 곁에 다가온 강유이를 쳐다보고 이를 악물었다.강유이는 머리를 숙이고 바닥을 내려다봤다. “오빠, 나는 오빠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아.” “정말?”강유이를 품에 끌어안은 한태군의 입술이 그녀의 볼에 닿자 뜨거운 숨결이 부드러운 살결을 스쳐 지나갔다. “유이야,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좋은 사람이 아닐 수 있어. 나는 소심하고 질투도 많아서 너를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주는 것 조차 싫어. 다른 남자가 너를 쳐다봤다고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그 남자의 눈을 파버리고 싶을 정도야.” 그의 커다란 손이 강유이의 뒤통수를 부드럽게 잡고 다른 한 손이 그녀의 입술을 부드럽게 쓸었다. “만약 어느 날, 내가 싫어진 네가 나를 버리겠다면, 나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어둡게 빛나는 그의 눈빛에 강유이에 대한 사랑과 집착이 숨겨져 있었다. 애써 숨긴 그의 욕망은 살짝만 건드려도 터질 것 같았으며 뜨겁게 타오르는 그의 숨결은 당장이라도 강유이를 집어삼킬 것 같았다. 그의 허리를 안은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 한 번도 오빠를 버리겠다고 생각한 적 없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그런 그녀를 끌어안은 한태군의 눈빛에는 욕망의 빛이 언뜻거렸다.“아직 네가 완전히 내 사람이 아닌 것 같아 마음이 불안해.”그의 말에 조금 놀란 것 같은 그녀가 눈을 파르르 떨었다. “불안한 마음은 내가 더 많이 느끼는 것 같은데...”잘생긴 그의 얼굴을 볼 때마다 그녀는 다른 여자들이 그를 유혹할까 봐 두려웠다. 한태군은 떨리는 그녀의 눈과 볼, 입술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추었다. “후회 안 할 자신 있어?”강유이는 조금 멈칫거리다 대답했다. “응.” 그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지더니 강유이의 허리를 안고 테이블 위에 앉혔다. “이제 후회해도 늦었어. 강유이, 너는 평생 내 거야. 평생 나만 보고 살아야 돼.” 그녀
강유이가 입을 다물고 얌전히 그의 품에 기대 잠들었다.한태군이 몸을 돌려 그녀를 껴안았다. 그와 그녀 사이에 서로의 몸을 직접적으로 닿을 수 없게 이불이 놓여 있었다. 그는 그녀의 마음을 얻어내기 위해서라면, 어떤 말이든 할 수 있었다. 그는 그녀가 기꺼이 자신의 모든 걸 그에게 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 시각 비즈니스호텔.낮에 반재신이 찾아왔던 일 때문에 진예은의 친모는 한시도 경계를 늦추지 못했다. 밥을 먹을 때도 꼭 룸서비스를 불러서 먹었다.늦은 밤, 친모가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옷장을 열자 온종일 옷장에 갇혀있던 연서의 모습이 드러났다. 아이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물 한 방울 마시지도 못했기에 무척 허약해져 있었다.강열한 조명 빛에 노출된 아이가 서서히 눈을 뜨고 들릴락 말락한 목소리로 말했다.“할머니, 저 배고파요…”“흥, 그 정도로 굶어 죽지는 않아.”친모가 아이를 옷장에서 끄집어냈다.아이는 바로 서지도 못했다. 자신의 할머니한테 꽉 붙들린 팔에서는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빨리빨리 걷지 못해? 너 같은 것 때문에 내 시간을 허비하면 죽여버릴 거야!”연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통과 배고픔을 참아가며 할머니의 뒤를 따랐다. 그녀가 아이를 데리고 방에서 나와 엘리베이터 앞까지 도착했을 때, 어둠 속에서 검은 옷을 입은 보디가드 세 명이 나타났다.그들을 확인한 친모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당신들…”순간 목 뒤에서 강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친모의 뒤에서 기습을 한 것이다. 그녀가 곧바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보디가드가 그녀를 부축해 다시 방으로 데려갔다. 남자들은 친모와 짐을 모두 방에 넣은 후 문을 닫아버렸다.또 한 명의 보디가드가 연서를 품에 안았다. 연서는 더 이상 소리 지를 힘도 없었기에 그저 보디가드의 어깨에 기대 눈을 감았다.…이튿날, 반재신이 진예은을 데리고 병원에 갔다. .진예은이 병실 문을 벌컥 열었다. 작은 아이가 병상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었다. 연서의 이마에
“사과할 필요 없어.”반재신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옆에 있어줘.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반재신은 이내 몸을 돌려 떠나려고 했지만 진예은은 그의 팔을 붙잡았다.반재신이 그녀를 돌아보며 물었다.“왜 그래?”진예은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뗐고 눈빛을 피하며 입술을 오므렸다.“고마워.”반재신은 그녀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고작 그 얘기 하려고?”진예은은 고개를 끄덕였다.반재신은 커다란 손바닥으로 그녀의 머리를 감싸고 가까이 당겼다. 그러고는 오직 그녀만 들을 수 있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고맙다면 행동으로 보여줘.”그 말에 진예은은 멈칫했고 반재신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한참을 단맛을 보고서야 그는 만족스러운 듯 그녀를 놓아주고는 병실을 떠났다.진예은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입술에는 아직도 그의 온기가 그대로 남아있었다.갓 눈을 뜬 진모는 목이 뻐근했다.그제야 그녀는 밤새도록 바닥에 누워있었다는 걸 발견하고 뭔가 떠오른 듯 문을 벌컥 열고 말했다.“진연서!”역시, 진연서는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했다.“젠장.”‘틀림없이 반씨 가문 둘째 도련님 짓이야.’신중히 처리했건만, 결국 상대에게 들통나고 말았다. 이렇게 사람을 빼앗기다니!그녀는 뭔가 떠오른 듯 전화를 들어 손녀가 유괴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바로 사실확인을 위해 호텔에 사람을 보냈다. 로비에서 기다리던 그녀는 경찰을 보자마자 급히 몸을 일으켜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경찰관님, 제발 도와주세요. 내 손녀를...... 내 손녀를 데려갔어요. 절 쓰러뜨리고 제 손녀를 빼앗아 갔어요.”경찰은 인내심 있게 말했다.“사모님, 우선 조급해하지 마시고 천천히 사실 경과를 말씀해 주세요.”진모는 흐느끼며 어젯밤 습격당한 일의 경과를 말했다.“내 친손녀예요. 만약 찾지 못한다면… 난 못 살아요.”경찰이 계속 물었다.“손녀를 데려간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진모는 멈칫하더니 난처한 표
약 10분이 지나고 CCTV 확인을 위해 떠났던 경찰관 몇 명이 돌아왔다.“팀장님, 어제 CCTV 기록 전부 확인해 봤는데, 반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 확실히 사람을 데리고 호텔로 왔긴 했지만, 바로 호텔을 떠났습니다.”진모는 감정이 격해져서 말했다.“그러면 어젯밤의 CCTV는요? 어제 그 사람들이 저를 습격하고 제 손녀를 빼앗아갔다니깐요!”경찰은 미간을 찌푸린 채 그녀를 잠시 쳐다보다가 말했다.“하지만 어젯밤 CCTV에는 여사님의 말씀 하신 일이 찍히지 않았어요.”진모는 얼어붙은 표정으로 말했다.”그... 그럴리가!”그녀는 점점 더 격해졌다.“분명히 습격당했다고요! 그런데 어떻게 찍히지 않을 수 있어요? 혹시 지금 반씨 가문이 두려워서 일부러 이러시는 건가요?”“여사님, 못 믿으시겠다면, 직접 가서 확인하세요.”그녀는 목이 메었다. 호텔 지배인은 태블릿에 있는 영상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영상 속에는 어젯밤의 모든 시간이 기록되어 있었고 그녀를 습격한 사람은 날이 밝았을 때까지도 나타나지 않았다.믿을 수 없는 상황에 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그럴 리가!’그녀는 끝까지 부정했다.“아니에요! 이 영상은 분명히 조작됐어요. 누군가 조작했다고요!”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또 다른 경찰들과 변호사가 호텔에 들어섰다. 로비에 모인 사람들과 다른 서의 경찰을 보고 그들은 앞으로 걸어가 물었다.“진씨 가문 사모님 여기 계십니까?”잔뜩 화가 난 진모는 까칠하게 말했다.“당신들은 누구죠?”변호사는 앞으로 나와 변호사 자격증을 내밀며 말했다.“로얄 변호사 사무소에서 왔습니다. 여사님, 아동학대 경향이 의심되니 함께 가시죠.”진모는 흠칫하더니 순간 혈색을 잃었다.“헛소리하지 말아요. 전 아동학대 한 적 없어요!”진모의 말이 끝나자 변호사는 병원 진단과 아이의 진술 녹취록을 꺼냈다. 녹음을 듣는 순간, 진모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악독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빌어먹을 년...”진모의 말에 변호사는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