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예은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강성연이 웃었다."재신이 너랑 결혼하는 건 네 선택이 아니라 예은이 선택에 달린 거라고 하더구나."그 말을 들은 반재신이 진예은을 바라봤다.이 말은 무슨 뜻일까? 진예은은 애초에 반재신과 함께 할 생각이 없었던 것까?그래서 강성연은 진예은이 한 말 때문에 두 사람 사이를 반대하려고 하는 것까?진예은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그녀는 자신의 복잡한 신분을 알고 있었기에 반재신의 가족에게 자신을 받아들여달라고 욕심을 부릴 수 없었다.곧 진예은이 심호흡을 한 번 하더니 웃었다."반재신, 너랑 결혼하는 건 내 선택에 달린 거야. 네가 결정했다고 해서 꼭 그렇게 해야 되는 게 아니라."그녀는 모든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이 감정에 많은 것을 남겨두지 않았다.적어도 거절당했을 때, 자신이 너무 비참하지 않도록.적어도 이 감정을 주도하는 이가 반재신이 아니고 끝낼 수 있는 이가 반재신이 아니기를 바라며 그렇게 자기 위안을 해야만 진예은은 조금이나마 편안했다."진예은!"반재신이 어두운 표정으로 그녀를 불렀다."죄송합니다, 사모님. 그럼 저는 더 이상 방해하지 않겠습니다."진예은이 말을 마치곤 떠나려던 찰나, 강성연이 말했다."이렇게 피하면 마음이 조금 편해요?"그 말을 들은 진예은의 발걸음이 멈췄다."두 사람 함께 그 어떤 문제를 해결해 본 적 있어요? 반대를 한다고 해도 그 이유가 있어요, 그런데 그 이유에 대해 물어보지도 않고 알아서 결정을 하고. 후회하는 날이 찾아오면 엄마인 제가 두 사람을 가로막았다고 원망할 생각인 건가요?""엄마…"반재신이 강성연을 바라봤다."재신이 너도 3년이나 우리를 속이면서 예은이를 만났으면서 우리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내가 발견할 때까지 아무 말도 안 하고. 말 안 할 거면 그 입 왜 달고 다니니? 네가 망설이지 않았더라면 예은인 진작에 공개했을지도 몰라, 네 태도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던 거야. 감정은 두 사람 일인데 자그마한 곤란도 마주할 수 없다면 두 사람 지
"예은아, 우리 엄마 완전 좋지? 우리 엄마가 재신 오빠랑 네 일도 허락해 줬잖아."강유이가 몸을 숙여 진예은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아무리 작게 말했다고 해도 강성연은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내가 언제 못되게 굴었다는 거야? 다 너희들 생각해서 그런 건데, 너희는 맨날 엄마 걱정만 시키고.""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엄마죠." 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그럼 나는?"그때 반지훈이 갑자기 끼어들었다."아빠도 좋은 아빠지만 엄마 뒤예요."강유이의 말을 들은 반지훈이 시무룩해졌다.그 모습을 본 강성연이 반지훈에게 음식을 집어줬다."자기는 뭐 그런 질투를 하고 그래요.""집안에서의 지위가 날이 갈수록 낮아지네.""괜찮아요, 내 마음속에서는 당신이 1등이에요."강성연이 반지훈의 옆으로 다가가 말했다."정말?"반지훈이 강성연을 보며 물었다.그러자 강성연이 그의 손을 잡고 이렇게 대답했다."거꾸로 1등."웃고 있던 반지훈의 입꼬리가 순식간에 내려갔다.…#AM 후계자 반재신 연애 공개#이튿날, 뉴스 헤드라인에는 반재신과 진예은의 소식으로 가득했다. 이는 반재신이 직접 기자들 앞에서 인정한 사실이었다. 강유이의 약혼남을 파헤치려던 기자들은 순식간에 반재신의 연애 사실에 관심을 돌렸다.그리고 반재신의 여자친구가 강유이의 조수 진예은이라는 사실을 알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한편, TY 엔터."유이 씨 조수 완전 대단하다, 유이 씨 미래 새언니였던 거네.""그러니까요, 진 조수님 도대체 무슨 신분이길래 유이 씨 오빠분을 잡은 거예요? 서울의 재벌 집 아가씨들 오늘 잠 좀 설치겠네."회사의 직원들은 뉴스를 보자마자 강유이에게 달려왔다.진예은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일 줄 그 누가 알았을까."저희 오빠랑 예은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예은이가 말을 안 했던 것뿐이지."강유이가 잡지를 내려놓더니 웃으며 말했다."그렇군요, 예은씨한테 축하 인사 보내야겠어요."강유이가 무언가를 더 말하려던 찰나, 복도에 있던 주계
"마인드가 좋네요.""난 늘 이런 모습이었잖아요, 다른 건 몰라도 마인드 하나는 좋죠.""그런데 요즘 촬영한다고 들었는데?"강유이가 팔짱을 끼며 물었다."어떻게 알았어요?""임 매니저님한테 들었어요, 요즘 적극적이라고 하던데, 연기 제대로 해 볼 생각인 가 봐요?"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무슨, 적극적인 게 아니라 돈이 모자라서 그런 겁니다. 아버지께서 제 카드를 정지시켜서 촬영이라도 안 하면 기름값도 못 낼 지경이에요."주계진이 진지하게 말하자 강유이는 웃으며 그의 어깨를 톡톡 쳤다."그래요, 그럼 열심히 해서 앞으로는 아버지한테 돈 달라는 소리 하지 마요."강유이는 말을 마치자마자 자리를 떴고 주계진은 멍청하게 비어버린 컵을 바라봤다.[이놈의 자식이, 네가 먹고 입는 거 다 내가 준 거 아니야? 그런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정략결혼을 거절하겠다고 하는 거야? 주계진, 너는 내 아들이고 내가 너 키우고 있으니까 너는 내 말 들어야 해!]지난날 들었던 말을 생각하던 주계진이 갑자기 자조적으로 웃었다.그리고 그는 진예은에게 고백을 하지 않았은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너무 창피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주계진 같은 재벌 2세는 자신의 인생을 거머쥘 능력이 없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추구할 자격은 더더욱 없었다.화성의 하 씨 저택.하서함이 복잡한 얼굴로 잡지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두 사람이 정말 공개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자신에게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었다.그때 하 회장이 소파에 앉아 잡지를 보며 시무룩한 얼굴을 하는 자신의 딸을 보곤 얕게 탄식했다."서함아, 반재신이랑 인연이 아니니 그만 포기해, 서울에 우리 서함이한테 어울리는 남자 많잖아.""하지만 반재신보다 훌륭한 남자는 없잖아요.""그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착하고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는 거야. 알겠지?""네, 아빠."하서함이 억지웃음으로 지어내며 대답했다.…한편, 진원.한태군이 서재에서 서류를 보다 문밖의 발걸음 소리를 듣곤 서류를 덮었다.
"그럼 우리 내일 웨딩 촬영하러 가는 거지?"강유이는 한태군의 목을 안으며 물었다."걱정하지 마, 오빠. 내일 절대 기자가 따라붙지 못하게 할게, 주문 제작할 수 있는 웨딩샵에 가면 돼, 거기 직원분들은 손님 개인정보를 함부로 유출 못 해.""우리 유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해."한태군이 강유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반재신과 진예은의 소식은 해외 인터넷에도 퍼져 진예은의 어머니는 두 사람의 소식이 실린 신문을 보고 있었다."우리 딸이 똑똑하게 Z국의 반 씨 집안에 들어갔을 줄이야.""사모님, 회장님께서 예은 아가씨 일에 대해서 더 이상…"집사가 말을 마치기도 전,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찻잔이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났다.집사는 얼른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예은의 어머니가 그제야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내가 낳은 딸이니 내 말을 들어야지, 그것이 자기 오빠 일을 망치지 않았다면 우리 찬이 한태군 손에 그렇게 비참하게 지지도 않았을 거고 우리 진씨 집안도 지금처럼 되지 않았을 거야."그녀는 진예은을 낳은 것을 늘 후회하고 있었다.그리고 그녀가 가장 예뻐하는 아들은 진예은 때문에 죽었기에 그녀는 이를 견디기 힘들어 했다.그녀는 한씨 집안과 한태군을 모두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리고 진예은도 자신에게서 벗어나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없게 할 것이다. 진예은은 자신이 낳은 딸이었기에 그녀는 이 모든 것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웨딩샵.강유이는 한태군의 손을 잡고 직원의 추천을 받아 2층의 웨딩드레스를 모두 돌아봤다. 유리로 된 옷장 안에는 각양각색의 웨딩드레스가 걸려있었다."유이 씨, 마음에 드시는 걸로 입어보시면 돼요."직원이 웃으며 강유이에게 말했다.그러자 강유이가 한태군을 보며 말했다."오빠, 오빠가 나 골라줄래?""내 안목을 믿는 거야?""당연하지.""그래, 그럼 내가 골라줄게."한태군이 사랑스럽다는 듯 강유이를 보며 웃었다.한태군은 직원이 가져온 웨딩드레스 사진을 꼼꼼하게 훑어봤다.
"아직 못 골랐어?"갑작스러운 눈맞춤에 강유이는 헛기침을 했다."다 골랐어, 몇 개 골라놨으니까,유이가 마음에 드는 걸로 입어."한태군은 사진첩을 직원에게 건네주곤 말했다."그럼 준비해 드리겠습니다."직원은 한태군이 고른 드레스를 되새기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머지않아, 직원은 한태군이 고른 드레스를 들고 와 두 사람에게 보여줬다,강유이는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그가 고른 드레스는 모두 화려하면서도 우아했다. 모두 그녀의 마음에 쏙 드는 드레스였다."유이 씨, 결정하기 힘들면 다 입어봐도 돼요."직원이 웃으며 말했다."정말요?"강유이가 드레스 앞으로 가 손으로 만지며 물었다."그럼요, 저희 가게 취지가 모든 여성 분들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로 만들어 드리는 겁니다. 저희가 못하는 건 없어요.""나도 유이가 날 위해서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 보고 싶어."한태군이 강유이에게 다가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그 말을 들은 강유이의 귀가 빨개지더니 얼른 드레스 하나를 골라 탈의실로 향했다.한태군은 사라지는 그 뒷모습을 보며 웃었다.그리곤 소파에 앉아 강유이를 기다리기 시작했다.직원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웨딩드레스를 입는 그 시간을 기다리는 남자의 긴장되고도 기대가 담긴 모습을 많이 봐왔기에 한태군을 보며 웃었다."유이 씨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 엄청 예쁠 거예요.""그럼요."그는 이미 머릿속으로 웨딩드레스를 입은 강유이의 모습을 상상하기 시작했다.머지않아 탈의실의 커튼이 천천히 열렸고 한태군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눈에 비친 그 모습에서 그는 눈을 뗄 수 없었다.지금 이 순간, 세상에는 한태군과 강유이 두 사람밖에 없는 듯했다.강유이는 복고풍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화려함을 뽐내고 있었다. 옷깃 부분의 진주 장식과 등을 드러낸 디자인을 가진 드레스의 밑부분은 나비 장식으로 가득해 흔들리는 치맛자락에 따라 춤을 추고 있는 듯했다."예뻐?"강유이는 드레스를 살짝 들고 한태군의 앞으로 가 한 바퀴 돌았
하지만 완성된 작품을 보니 뿌듯했다."태군 오빠 참 잘생겼단 말이지, 침대 위로 넘어뜨릴 수 있다면 더 좋을 텐데."한태군은 방문을 열자마자 웨딩사진을 보며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하는 강유이를 보다 눈썹을 치켜올렸다."우리 유이, 오빠 두고 그런 생각 하고 있던 거였어?"Comment by 朴艺宾: 생각 하고한태군이 침대 옆으로 다가가더니 몸을 숙이고 두 손으로 강유이의 옆을 짚었다.강유이는 그런 한태군을 보곤 얼어버렸다. 한태군과 시선을 마주한 그녀는 그제야 자신과 한태군의 거리가 무척 가깝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서로의 숨이 느껴질 거리였다."그, 그냥 하는 말이지.""행동으로 옮겨도 돼."한태군이 손가락으로 강유이의 턱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강유이는 그런 한태군의 눈을 피했다."나, 아직 마음의 준비 못 했는데."저번에는 강유이가 마음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 일을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었다.빨개진 얼굴을 한 채 마지막 자존심을 버리지 못하는 강유이를 본 한태군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벌써 무서워하는 거야?"그러자 강유이가 눈을 크게 뜨더니 또다시 자존심을 세웠다."아니, 하나도 안 무서운데.""그래? 처음은 아프다고 하던데."한태군이 강유이의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강유이는 아프다는 말을 듣자마자 순간 쫄아버렸다."그래? 아이 낳는 것보다 더 아파?""그건 나도 모르지."한태군은 그런 강유이를 계속 놀리고 싶어졌다.입술을 깨문 강유이는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그럼, 나…"겁을 먹은 강유이를 본 한태군은 결국 웃으며 그녀의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나는 안 급해, 유이가 준비 다 되면 말해."한태군은 몸을 일으키더니 서재로 갔다. 홀로 남은 강유이는 부끄러움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어졌다.…일주일 뒤, 진예은은 몇 개의 작품을 출판사에 투고했다. 출판사 사장님은 진예은 작품의 앞부분만 훑어보다 안경을 밀어 올렸다."이 책 어디서 본 것 같은데요.""해외 사이트에
그는 진예은에게 기회를 주었다. 그녀의 고집스럽고, 남한테 지기 싫어하는 성격대로 한다면, 절대 그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시각, TY 엔터.진예은이 출판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기회를 얻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강유이가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그럴 줄 알았어. 예은이 넌 재능 있으니까 꼭 성공할 거라고 믿었어.”진예은이 커피를 타며 말했다.“바람 좀 그만 넣어. 이러다 망하면, 네 얼굴 어떻게 보라고 이래.”강유이가 한 손으로 턱을 괴며 말했다.“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잖아. 실패 없는 성공이 어디 있겠어! 내 말 맞지?”그녀가 피식 웃으며 몸을 돌려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그래. 네 말이 맞아.”그녀가 막 커피를 입에 가져다 대는 순간,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며 메스꺼움을 느꼈다. 진예은이 급히 커피잔을 내려놓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녀는 변기에 머리를 박고 아침에 먹었던 걸 전부 토해냈다.“예은아, 괜찮아?”문밖에서 강유이가 걱정하며 물었다.“괘… 괜찮아.”진예은이 물을 내리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매우 초췌했다. 그리고 방금 전 그 메슥거림은… 그녀의 몸이 뻣뻣하게 굳어졌다. 확실히 최근 생리가 늦어지고 있었다.날짜를 계산해 보니 한 달 반이나 지난 것 같았다.가끔 몇 번인가 까먹고 피임약을 못 먹었던 적이 있긴 했었지만.. 설마, 그 몇 번으로 임신이 된 건 아니겠지?진예은은 몸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조퇴를 하고,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복도에 있는 기다란 의자에 앉아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내내, 온몸이 긴장으로 잔뜩 굳어져 있었다.간호사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가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의사가 테이블 위에, 검사 결과가 적힌 용지를 그녀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축하드립니다, 진예은 씨. 임신 오주차 입니다.”진예은이 멍하니 굳어졌다. 그녀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초음파 사진으로 향했다.그녀가 정말로 임신을 한 것이다!진예은이 서둘러 병원을 빠져나오던 때,
진예은의 몸이 흠칫 놀라 굳어졌다. 그녀가 갑자기 몸을 홱 돌려 그와 마주 보더니, 또박또박 말을 내뱉었다.“나 속 안 좋아.”그가 담담하게 대답했다.“알아.”“그걸 알면서도…”“그냥 안는 것도 안돼?”반재신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더니, 조심스럽게 그녀의 볼을 쓰다듬었다.“많이 안 좋으면 참지 말고 당장 약부터 먹어.”‘이 여자가 나를 아주 짐승 취급하네.’그녀가 아프지만 않았다면, 그는 이미 진작…진예은은 그가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녀의 눈초리가 파르르 떨리더니 잠시 후 입을 열었다.“나 뭐 하나만 물어도 돼?”그가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뭔데?”진예은이 시선을 내려뜨렸다.“넌, 아이를 갖고 싶어?”그가 멈칫거리더니 그녀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방 안의 불빛이 어두웠던 터라 그 순간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넌 원하지 않잖아.”만약 그녀가 아이를 원했다면, 피임약을 먹지 않았을 것이다.진예은이 당황했다. 방 안의 불빛이 어둡긴 했지만, 그가 자신한테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그의 시선을 피했다.“내가 먼저 물어봤어.”반재신이 피식 웃었다.“너한테 달렸어.”그녀가 놀라 되물었다.“뭐?”그가 그녀를 품에 안은 후, 눈을 감고 방금 한 말의 의미를 설명했다.“너한테 아이가 생기면, 난 기꺼이 받아들일 거야. 안 생겨도 딱히 급할 건 없고.”진예은이 그의 품에 기댔다.그의 말은, 그녀가 임신하면 아이를 낳아 키우겠다는 건가?하지만 그녀는 아직 젊다. 그래서 정말로 이 아이를 낳아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결국 그날 밤, 그녀는 임신 사실을 밝히지 못했다. 나중에 적당한 타이밍이 생길 때, 그때 말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그 시각, 바니 스탠드바.캡 모자를 눌러쓴 주계진이 카운터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술이 어느 정도 얼큰하게 취했을 때, 섹시한 옷차림의 호스티스가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뵙게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