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요, 엄마. 한태군이 남아서 처리한다고 했으니까,그놈들 도망가지 못할 거예요."반재신이 말했다.강성연은 그 말을 듣곤 심호흡하며 침착함을 되찾으려 했다. 그리고 그때, 의사가 병실에서 나왔다."제 딸은 좀 어떻나요?"반지훈이 얼른 다가가 물었다."살짝 금 간 거랑 타박상 말곤 괜찮아요, 심하게 다치지 않았지만,한동안 요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의사가 잠시 망설이다 돌려서 말했다."불미스러운 일은 없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강유이가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채 병원으로 왔을 때,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았다. 그랬기에 그 방면의 검사도 해야만 보호자들에게 할 말이 있었다. 가능성이 있다면 범인의 체액을 취해 경찰에 신고해야 했다.의사는 명예가 목숨보다 중요하지는 않지만,여성 피해자들이 부끄러움에 신고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강성연이 병실 안으로 들어섰을 때, 강유이는 여전히 잠에 취해있었다. 그녀의 피부가 보드라웠던 덕분에 얼굴에 남은 흔적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반지훈은 강성연의 옆에 서서 그녀의 어깨를 안고 강성연을 위로했다.이튿날, 강유이가 천천히 눈을 뜨고 보니 침대밑에 누군가가 앉아있었다.흐릿했던 시선이 점점 또렸해지자,침대밑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는 한태군이 보였다. 그는 저녁 내내 강유이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오빠…"강유이가 힘겹게 그를 부르자 한태군이 눈을 뜨곤 그녀의 손을 잡았다."유이야, 어디 불편한 데 없어?""그냥 목말라."강유이가 고개를 젓더니 말했다.그 말을 들은 한태군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가지고 와 강유이를 일으켜 앉혔다. 강유이는 목이 많이 말랐는지 벌컥벌컥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한태군은 그런 강유이의 등을 토닥이다 컵을 받아 옆에 있던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너도 참, 자꾸 사람 걱정하게 만들어. 겁도 없이 서자천을 만나러 가다니, 내가 늦게 갔으면…"한태군이 아직도 창백한 얼굴을 한 강유이를 바라봤다.그가 만약 조금만 늦게 갔다면
"자책할 필요 없어, 나 지금 아무 일도 없잖아."강유이가 진예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이번에는 운이 좋았다고 쳐, 그럼,다음에는?""다음부터 조심할게.""내가 너 대신 임 매니저님한테 휴가 냈어, 매니저님께서 잘 쉬라고 하셨고. 서자천이 너를 납치한 건 아직 매스컴에 알려지지 않았어, 아니면 서울에서 난리 났을 거야."이번 납치 사건까지 더해진 서자천은 스스로를 망치고 있었다. 그는 이제 되돌아갈 수 없었다.…경찰서에서 나온 반재신이 멀지 않은 곳에 세워져 있던 한태군의 차를 보곤 다가가자, 차창이 내려갔다."호민이랑 서자천 경찰서에 보낸 거 아니었어?"한태군이 입을 떼기 전, 반재신이 먼저 물었다.현재 경찰에 넘겨진 건 남자 넷뿐이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 인정한 상태였지만 호민과 서자천은 보이지 않았다."유이가 그렇게 다쳤는데 어떻게 그 두 사람을 쉽게 보낼 수 있겠어?"한태군이 웃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반재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걱정하지 마, 앞으로 서울에서 다시는 두 사람을 못 보게 될 거니까.""감옥에 안 보내면 어디로 보낼 건데?""두 사람이 가야 할 곳으로 보내야지.""죽이지는 마."반재신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강유이를 위해서 하는 말이었다."죽일 정도는 아니고 딱 죽여달라고 빌고 싶게 만들 거야."말을 마친 그가 차창을 올리더니 반재신의 시선을 차단했다.한편, 교외의 한 정신병원.그곳은 위치도 편벽하고 치안도 굉장히 엄격했다. 수십 미터는 달하는 벽 위에는 뾰족한 철사망까지 쳐져 있어 정신병원이라기보다 정신병을 가진 범죄자들을 가둬놓은 감옥 같았다."나는 정신병자가 아니야, 이거 놔!" 호민이 간호사들에게 붙잡혀 병실로 들어서며 몸부림쳤다.하지만 간호사들은 그녀를 침대에 눕히더니 그녀의 손발에 자물쇠를 걸었다.곧이어 진정제가 투입되었고 호민은 그제야 점차 조용해졌다. 하지만 입으로는 여전히 자신이 정신병자가 아니라
"안녕하세요, 어머님.""사모님, 안녕하세요."한태군과 진예은이 들어서며 강성연에게 인사를 건넸다.진예은은 오고 싶지 않았지만,강유이가 퇴원도 한 마당에 오지 않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은 사촌오빠인 한태군과 함께 온 것이었기에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편한 대로 앉아요."강성연이 진예은을 보며 웃었다.그때, 강유이가 진예은의 옷소매를 살짝 잡더니 그녀의 귓가에 대고 물었다."언제 우리 엄마한테 너랑 재신 오빠 사이…읍!"진예은이 얼른 강유이의 입을 막았다.한태군은 두 사람을 보더니 강성연에게 다가가 말했다."어머님, 제가 도와드릴게요.""그래, 그럼,태군이가 수고 좀 해줘.""괜찮습니다."강유이가 진예은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가다 마침 복도에서 서재를 나서던 반재신과 마주쳤다.반재신은 강유이의 옆에 있던 진예은을 보더니 그녀에게 다가갔다.그러자 진예은이 얼른 강유이에게 팔짱을 끼며 반재신의 눈을 피했다."유이야, 너 강아지 키운다고 하지 않았어? 나 보여줘.""하지만 우리 금이 뒷마당에 있는데.""그럼 뒷마당으로 가면 되겠네."진예은이 몸을 돌렸을 때, 누군가가 그녀의 뒷덜미를 잡았다."내가 데리고 가줄게."반재신이 진예은의 앞을 가로막고 서더니 말했다."괜찮을 것 같은데…"진예은이 억지웃음을 지어내며 말했다. 그리곤 강유이를 바라봤다."태군 오빠 주방에 간다고 했지, 내가 뭐 도와줄 거 있는지 물어봐야겠다."하지만 강유이는 저딴 말을 내뱉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진예은은 멍청하게 서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강유이를 바라봤다. 그녀는 강유이와 반재신 남매가 한편이라는 사실을 잊은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그때 반재신이 앞으로 다가가 진예은에게 더 가까이 붙었다."다른 사람이 볼까 봐 걱정되지 않아?"진예은이 반재신의 가슴에 손을 올리곤 얼굴을 돌렸다."보라고 하지 뭐."반재신이 진예은의 손을 잡고 말했다.이게 무슨 말이지? 반재신이 지금 공개하려고 하는 건가?"재
그리고 갑자기 일어서서 자신을 덮칠 것처럼 구는 강아지를 보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아——!"마당으로 나온 반재신은 진예은의 목소리를 듣곤 뒷마당으로 향했고 그녀를 덮친 금이를 보게 되었다.진예은은 놀라서 눈을 꼭 감고 있었고 금이는 진예은이 마음에 든 듯 연신 그녀의 얼굴을 핥고 있었다."금아."반재신이 이마를 짚으며 금이를 부르자 금이가 얼른 뒤를 돌아봤다. 반재신임을 확인한 금이는 얼른 얌전하게 바닥에 엉덩이를 붙였고 억울하다는 듯 반재신을 바라봤다."금이 앞으로 이 여자한테 뽀뽀하면 안 돼."반재신이 진예은을 일으켜 세우더니 손수건을 꺼내 그녀의 얼굴을 닦아주며 진지하게 말했다.금이는 그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낑낑거리며 반항하는 듯했다."나는 사람 무는 줄 알고…"반재신을 밀어낸 진예은이 일어서서 옷을 털며 말했다.그녀 인상속의 대형견은 모두 난폭했다.그러자 반재신이 금이의 머리를 톡톡 치며 말했다."물어."그 말을 들은 금이는 반재신과 진예은을 번갈아 봤다."반재신!"진예은이 화가 난 얼굴로 반재신을 밀었다.반재신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진예은의 손목을 잡아 그녀를 자신의 옆으로 끌어당겼다."너 강아지 무서워해?""내가 언제 강아지를 무서워했다는 거야?"그녀는 그저 놀랐을 뿐이었다.반재신은 살짝 창백한 얼굴로 침착한 척하는 진예은을 보더니 그녀를 놀렸다."그럼,너가 금이 데리고 놀래?""못 할 것도 없지."진예은이 말을 하며 손을 내밀고 금이의 머리를 만지려는 순간, 반재신이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아, 맞다. 금이 사람 물어."그 말을 들은 진예은이 얼른 손을 거두었다."나한테 뽀뽀하면 네가 내 사람이라는 거 알고 안 물 거야."반재신이 웃으며 진예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진예은은 그제야 반응하고 헛웃음을 터뜨렸다."반재신,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야?"진예은이 그를 밀치고 자리를 뜨려고 하자 반재신이 그녀를 잡고 자기 품속으로 끌어당겼다."뭐 하는 거야…"진예은이 몸부림을 쳤지만 반재
"뭐 말 못 할 게 있다고, 재신 오빠 완전 겁쟁이네."강유이는 아빠의 반대도 불구하고 한태군과의 관계를 털어놨었다."남자랑 여자는 생각이 달라, 여자는 너무 많은 것을 고려할 필요가 없지만 남자는 많은 것들을 고민해야 돼. 게다가 재신이는 AM 그룹 후계자잖아, 어렸을 때부터 늘 조심하면서 살아왔으니,유이처럼 멋대로 행동하기도 힘들어. 그리고 예은이랑 재신이 사이에는 예은이 어머니도 있잖아.""하지만 예은이 이미 부모님이랑 인연 끊었는데, 그리고 이미 국왕의 인정을 받은 외손녀야."강유이의 말을 들은 한태군이 고개를 저었다."재신이랑 결혼하게 되면 예은의 신분이 분명 사람들에게 알려질 거야, 그리고 예은이가 정말 국왕 외손녀라고 해도 예은이 어머니께서도 만만한 사람도 아니고.""태군이 말이 맞아."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한태군과 강유이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강성연이 언제부터 두 사람의 옆에서 보고 들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엄마, 언제부터 계셨어요?"강유이가 놀라서 물었다. 그녀는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던 것일까? 그녀도 반재신과 진예은의 일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것이었을까?"왜, 나는 여기 있으면 안 돼?"강성연이 팔짱을 끼며 물었다.강유이가 대답을 하려던 찰나, 그쪽으로 오던 반재신과 진예은이 먼저 그들을 발견했다.진예은은 무의식적으로 반재신의 손을 뿌리쳤다."여기서 뭐 해?"반재신이 물었지만,강유이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한태군은 어깨를 으쓱했을 뿐이었다.그때 강성연이 반재신과 진예은을 보며 말했다."집에서도 이렇게 몰래, 어? 엄마는 아예 안중에도 안 둔 거지."그 말을 들은 진예은이 긴장한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반재신은 그 말을 듣곤 더 이상 숨길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마주해야 할 건 언젠가는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죄송해요, 엄마. 저희 사실 만나고 있어요."반재신의 말을 들은 진예은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가 정말 인정할 줄 몰랐다는 듯이."언제부터 만난 거야?""3년
진예은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강성연이 웃었다."재신이 너랑 결혼하는 건 네 선택이 아니라 예은이 선택에 달린 거라고 하더구나."그 말을 들은 반재신이 진예은을 바라봤다.이 말은 무슨 뜻일까? 진예은은 애초에 반재신과 함께 할 생각이 없었던 것까?그래서 강성연은 진예은이 한 말 때문에 두 사람 사이를 반대하려고 하는 것까?진예은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그녀는 자신의 복잡한 신분을 알고 있었기에 반재신의 가족에게 자신을 받아들여달라고 욕심을 부릴 수 없었다.곧 진예은이 심호흡을 한 번 하더니 웃었다."반재신, 너랑 결혼하는 건 내 선택에 달린 거야. 네가 결정했다고 해서 꼭 그렇게 해야 되는 게 아니라."그녀는 모든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이 감정에 많은 것을 남겨두지 않았다.적어도 거절당했을 때, 자신이 너무 비참하지 않도록.적어도 이 감정을 주도하는 이가 반재신이 아니고 끝낼 수 있는 이가 반재신이 아니기를 바라며 그렇게 자기 위안을 해야만 진예은은 조금이나마 편안했다."진예은!"반재신이 어두운 표정으로 그녀를 불렀다."죄송합니다, 사모님. 그럼 저는 더 이상 방해하지 않겠습니다."진예은이 말을 마치곤 떠나려던 찰나, 강성연이 말했다."이렇게 피하면 마음이 조금 편해요?"그 말을 들은 진예은의 발걸음이 멈췄다."두 사람 함께 그 어떤 문제를 해결해 본 적 있어요? 반대를 한다고 해도 그 이유가 있어요, 그런데 그 이유에 대해 물어보지도 않고 알아서 결정을 하고. 후회하는 날이 찾아오면 엄마인 제가 두 사람을 가로막았다고 원망할 생각인 건가요?""엄마…"반재신이 강성연을 바라봤다."재신이 너도 3년이나 우리를 속이면서 예은이를 만났으면서 우리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내가 발견할 때까지 아무 말도 안 하고. 말 안 할 거면 그 입 왜 달고 다니니? 네가 망설이지 않았더라면 예은인 진작에 공개했을지도 몰라, 네 태도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던 거야. 감정은 두 사람 일인데 자그마한 곤란도 마주할 수 없다면 두 사람 지
"예은아, 우리 엄마 완전 좋지? 우리 엄마가 재신 오빠랑 네 일도 허락해 줬잖아."강유이가 몸을 숙여 진예은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아무리 작게 말했다고 해도 강성연은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내가 언제 못되게 굴었다는 거야? 다 너희들 생각해서 그런 건데, 너희는 맨날 엄마 걱정만 시키고.""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엄마죠." 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그럼 나는?"그때 반지훈이 갑자기 끼어들었다."아빠도 좋은 아빠지만 엄마 뒤예요."강유이의 말을 들은 반지훈이 시무룩해졌다.그 모습을 본 강성연이 반지훈에게 음식을 집어줬다."자기는 뭐 그런 질투를 하고 그래요.""집안에서의 지위가 날이 갈수록 낮아지네.""괜찮아요, 내 마음속에서는 당신이 1등이에요."강성연이 반지훈의 옆으로 다가가 말했다."정말?"반지훈이 강성연을 보며 물었다.그러자 강성연이 그의 손을 잡고 이렇게 대답했다."거꾸로 1등."웃고 있던 반지훈의 입꼬리가 순식간에 내려갔다.…#AM 후계자 반재신 연애 공개#이튿날, 뉴스 헤드라인에는 반재신과 진예은의 소식으로 가득했다. 이는 반재신이 직접 기자들 앞에서 인정한 사실이었다. 강유이의 약혼남을 파헤치려던 기자들은 순식간에 반재신의 연애 사실에 관심을 돌렸다.그리고 반재신의 여자친구가 강유이의 조수 진예은이라는 사실을 알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한편, TY 엔터."유이 씨 조수 완전 대단하다, 유이 씨 미래 새언니였던 거네.""그러니까요, 진 조수님 도대체 무슨 신분이길래 유이 씨 오빠분을 잡은 거예요? 서울의 재벌 집 아가씨들 오늘 잠 좀 설치겠네."회사의 직원들은 뉴스를 보자마자 강유이에게 달려왔다.진예은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일 줄 그 누가 알았을까."저희 오빠랑 예은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예은이가 말을 안 했던 것뿐이지."강유이가 잡지를 내려놓더니 웃으며 말했다."그렇군요, 예은씨한테 축하 인사 보내야겠어요."강유이가 무언가를 더 말하려던 찰나, 복도에 있던 주계
"마인드가 좋네요.""난 늘 이런 모습이었잖아요, 다른 건 몰라도 마인드 하나는 좋죠.""그런데 요즘 촬영한다고 들었는데?"강유이가 팔짱을 끼며 물었다."어떻게 알았어요?""임 매니저님한테 들었어요, 요즘 적극적이라고 하던데, 연기 제대로 해 볼 생각인 가 봐요?"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무슨, 적극적인 게 아니라 돈이 모자라서 그런 겁니다. 아버지께서 제 카드를 정지시켜서 촬영이라도 안 하면 기름값도 못 낼 지경이에요."주계진이 진지하게 말하자 강유이는 웃으며 그의 어깨를 톡톡 쳤다."그래요, 그럼 열심히 해서 앞으로는 아버지한테 돈 달라는 소리 하지 마요."강유이는 말을 마치자마자 자리를 떴고 주계진은 멍청하게 비어버린 컵을 바라봤다.[이놈의 자식이, 네가 먹고 입는 거 다 내가 준 거 아니야? 그런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정략결혼을 거절하겠다고 하는 거야? 주계진, 너는 내 아들이고 내가 너 키우고 있으니까 너는 내 말 들어야 해!]지난날 들었던 말을 생각하던 주계진이 갑자기 자조적으로 웃었다.그리고 그는 진예은에게 고백을 하지 않았은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너무 창피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주계진 같은 재벌 2세는 자신의 인생을 거머쥘 능력이 없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추구할 자격은 더더욱 없었다.화성의 하 씨 저택.하서함이 복잡한 얼굴로 잡지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두 사람이 정말 공개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자신에게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었다.그때 하 회장이 소파에 앉아 잡지를 보며 시무룩한 얼굴을 하는 자신의 딸을 보곤 얕게 탄식했다."서함아, 반재신이랑 인연이 아니니 그만 포기해, 서울에 우리 서함이한테 어울리는 남자 많잖아.""하지만 반재신보다 훌륭한 남자는 없잖아요.""그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착하고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는 거야. 알겠지?""네, 아빠."하서함이 억지웃음으로 지어내며 대답했다.…한편, 진원.한태군이 서재에서 서류를 보다 문밖의 발걸음 소리를 듣곤 서류를 덮었다.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