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재신이 평소 어떤 모습인지 강성연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일부러 진예은을 화나게 했을 리가 없다고 그녀는 생각했다.반재신은 리사를 무척 싫어했었지만 그때는 말은커녕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그로부터 알 수 있다시피 반재신은 싫어하는 사람은 아예 무시를 하는 스타일이었다. 반재신과 티격태격할 수 있는 이는 달랐다.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강성연을 보니 진예은은 더욱 난감해졌다.그녀는 이미 반재신과 애매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일들을 반 씨 집안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강유이는 진예은을 생각해 그녀를 도와주고 있었지만 반씨 집안사람들이 보기에 그녀가 강유이에게 고자질을 부추긴 걸로 보이는 건 아닐까하는 걱정이 들었다.반재신은 더더욱 그럴지도 모른다고 진예은은 생각했다.하지만 이런 것도 나름 괜찮을 것 같았다.그녀는 이 일을 계기로 애매하던 반재신과의 관계를 끊어내고 그 일을 마음속의 비밀로 묻어두기로 했다."예은 씨, 시간 있을 때 유이랑 같이 밥 먹으러 와요. 아는 사람도 없는 서울까지 와서 유이랑 같이 있어 주는데 같이 오면 외롭지 않잖아요.""네, 사모님. 다음에 시간 날 때 들르겠습니다.""그래요, 예은 씨 시간 될 때 보죠."강성연은 진예은을 강요하지 않았다.저녁, 반씨 저택.반지훈과 반준성은 군오로 가 며칠 지나야 올 수 있었다. 반재신이 집에 도착했을 때, 강성연과 강유이는 이미 저녁을 먹고 있었다."오늘 왜 이렇게 일찍 온 거야?"강유이가 묻자 외투를 벗어 집사에게 건넨 반재신이 손을 씻고 식탁 앞에 앉았다."일 없길래 일찍 왔지.""나 오늘 촬영장에 유이 보러 갔다 왔어."그 말을 들은 반재신이 강유이를 바라봤다. 강성연이 촬영장으로 갔다면 분명 진예은을 만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반재신과 눈이 마주친 강유이가 그를 향해 얄밉게 혀를 내밀었다."예은이 불러서 밥이라도 한 끼 같이 하려고 했는데 예은이가 내키지 않아 하는 것 같더라고."강성연이 강유이에게 음식을 집
"유이 지금 한창 잘 나가는데 갑자기 결혼하겠다고 하면 안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요?"반재신이 강유이를 보더니 말했다.하지만 강유이는 그 말을 듣더니 기분 나쁜 얼굴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연예계에서 일하면 결혼하지 말라고 하는 법도 없잖아. 팬들 좀 떨어지는 거 나 안 무서워. 그리고 결혼해도 나 일 잘할 수 있어.""그래? 그런데 한태군이 아직 청혼도 안 했잖아. 걔 후회하고 있는 거 아니야?"반재신의 말을 들은 강유이가 이를 물고 그를 바라봤다. 그는 지금 강유이가 고자질한 것을 마음에 품고 일부러 저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오빠, 나 신경 쓸 시간에 오빠 일에나 신경 써, 솔로 주제에!""누가 솔로라는 거야?""지금 내 말에 대답하고 있는 사람."강유이가 말을 마치자마자 위층으로 올라갔다.강성연은 유치한 두 사람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재신이 너 네 동생 화 나게 하면 손해 보는 건 너야.""제가 무슨 손해를 본다는 거예요?"반재신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너도 나이가 있는데 언제 연애할 생각이니?"강성연이 수저를 내려놓으며 물었다."급한 것도 아니잖아요."반재신이 멈칫하다 대답했다."하서함 씨랑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하던데 그 아가씨랑 만나려고 하는 거 아니었어?"강성연이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물었다."그런 생각 없어요."반재신이 망설이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그럼 너 좋아하는 사람 있어?"그 말을 들은 반재신이 갑자기 말을 아꼈다. 그러자 강성연이 의미심장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아니면, 엄마가 맞춰볼까?""잘 먹었습니다."그때 반재신이 강성연의 말을 끊더니 위층으로 올라갔다.강성연은 얼마 먹지도 않은 반재신의 그릇을 보다 웃었다."이렇게 쉽게 들통날 줄은 몰랐네."부정하지 않았으니 인정한 것과도 같았다.방으로 가려던 반재신은 강유이의 방을 지나쳐 가다 걸음을 멈췄다.강성연의 말을 생각하니 그는 머리가 아팠다. 결국 그가 강유이의 방문을 두드렸다."왜?"문을 연 강유이는 반
"무슨 일입니까?""대표님, 진원의 그 별장을 이틀 전에 다른 사람이 이미 샀다고 합니다."양우빈이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머지않아 반재신과 양우빈이 진원의 분양처에 모습을 드러냈다. 분양처의 경리가 다급하게 두 사람을 맞이했고 상황을 파악하곤 웃으며 설명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다."도련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직원이 인수인계를 잘 하지 못해서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 같습니다."별장은 이틀 전에 판매되었지만 직원이 광고를 철회하는 것을 잊어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었다.다른 사람이었다면 사과를 하는 것으로 일을 넘겼을 수도 있지만 하필이면 그 상대방이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반재신이었다.반재신이 소파에 앉자 직원이 그의 앞에 차를 내려놓았다."그 별장을 산 사람이 누구죠?"그 말을 들은 양우빈이 놀란 얼굴로 반재신을 바라봤다.설마 반재신은 지금 다시 그 사람에게서 별장을 사 오려고 하는 것일까?"그건… 제가 전화해서 다시 물어보겠습니다."분양처 경리가 난감한 얼굴로 대답했다.별장을 산 사람의 신분도 단순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의 미움을 사는 것이 반씨 집안의 미움을 사는 것보다 나았다.한편, 한 개인 수영장.한태군이 수영장에서 나와 얼굴에 있던 물기를 닦아냈다."무슨 일이에요?"옆에서 전화를 받고 있는 전유준을 본 그가 허리 위에 수건을 두르며 물었다."이틀 전에 도련님께서 산 진원의 별장을 분양처의 실수로 광고를 내리지 않아 반재신 씨가 그 별장이 마음에 든다고 하면서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반재신 씨가 도련님한테서 그 별장을 사려고 한다고 해서요."통화를 끝낸 전유준이 한태군에게 말했다.반재신은 아마 이 별장을 산 사람이 한태군이라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는 듯했다.한태군은 머리의 물기를 닦아내더니 수영장의 접이식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 여유로운 얼굴로 와인잔을 들었다."그러니까 분양처에서 지금 제가 그 집을 양보해 주길 바라고 있다는 거죠?""저희는 본지 사람이 아니잖아요. 서울에서는 다들 반씨 집안의
"나인 줄 알고 있었어?"전유준이 한태군에게 휴대폰을 내어주자 한태군이 전화를 받았다."한태군, 너 그렇게 돈이 없어? 나한테까지 이렇게 해야겠어?"반재신이 이를 물고 말하자 한태군이 웃었다."네가 이 별장을 얼마나 가지고 싶어 하는지 보려고 그랬지. 돈 안 내면 이 별장 못 가져가.""우리 이제 앞으로 자주 만날 텐데 너 작작 해.""그게 어떻게 네가 말한다고 되겠어. 우리 유이 뜻을 물어봐야지."한태군이 반재신의 뜻을 알아차리고 웃었다."유이 가지고 나 누를 생각하지 마.""이 별장 다른 사람한테 선물하려고?""너랑 상관없는 일이잖아.""그럼 우리도 얘기를 나눌 필요 없어."한태군은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그는 굳은 표정의 반재신을 상상해 낼 수 있었다.한편, 반재신은 휴대폰을 경리에게 돌려주더니 분양처를 떠났다.경리는 두 사람을 배웅하며 한시름 놓았다."세상에, 반재신 도련님께서 적수를 만났다니.""서울에서 반씨 집안도 어떻게 못 하는 집안이 있다니, 도대체 누구인 거야?"…#반씨 집안 둘째 도련님과 미스터리 인물의 진원 별장 쟁탈전뉴스가 뜨자마자 서울에서 난리가 났다. 반씨 집안의 거대한 산업과 자금만 놓고 본다면 별장 하나가 아니라 진원 전체를 다 산다고 해도 무리가 없었다.그런데 그런 반재신이 다른 이와의 쟁탈전에서 졌다니. 처음으로 반씨 집안이 다른 이에게 진 모습을 보게 되었으니 이슈가 될 수밖에 없었다.촬영을 하던 강유이는 그 뉴스를 보자마자 얼어버렸다. 왠지 그 미스터리 인물이 익숙하다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유이 씨, 반씨 집안 이제 망하는 거 아니죠?"그때 갑자기 튀어나온 주계진이 하는 말을 들은 강유이가 화가 나서 대본을 바닥으로 던졌다."말할 줄 알아요, 몰라요? 당신 집안이야말로 망하게 생긴 거지.""궁금해서 그러죠, 반씨 집안보다 더 센 사람이라니, 유이 씨 오빠 체면도 봐주지 않고."주계진이 강유이의 대본을 주워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하지만 강유이는 그의 말에 대답
"너 안색이 안 좋길래 난 또 무슨 일 생겼는 줄 알았지.""아, 그래…"진예은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안색이 별로라고?설마 반재신의 소식을 듣고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일까?"너 정말 어디 아픈 거 아니야?"강유이가 진예은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정말 아니야, 어제 잘 못 자서 그런 것 같아."진예은이 강유이의 손을 잡고 끌어 내리며 말했다."너희 오빠 별장 사겠다고 했다며, 이제 결혼 준비하는 거 아니야?""나도 전화해서 물어봤어. 너무 깜짝 놀랐잖아. 나도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역시 우리 오빠같이 여자 달랠 줄 모르는 사람이 마누라를 얻을 리가 없지."강유이가 팔짱을 끼더니 말했다."하서함 씨랑 너희 오빠 잘 어울리잖아. 앞으로 네 새언니가 될지도 모르지.""하서함?"그 이름을 들은 강유이가 고민하더니 말했다."하서함 씨는 너무 온화해서 우리 오빠 못 잡고 살 거야. 우리 오빠 말하는 꼬락서니 너도 잘 알잖아."그 말을 들은 진예은이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유이야, 나 원룸 하나 필요해서 그런데 너 아는 곳 있으면 나 좀 소개해 줘."진예은은 정말 호텔에서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반재신과의 일을 언젠가는 사람들에게 들킬 것 같았다.강유이도 그제야 진예은이 아직 호텔에서 지내고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응, 내가 좋은 곳 찾아줄게."…저녁 8시, 진예은이 배달 음식을 들고 호텔로 들어왔다.문을 열고 들어서니 룸 안은 이미 불이 켜져 있었다.그녀는 반재신이 있을 줄 알았다는 듯 별로 놀라지 않았다.샤워를 마친 반재신이 가운을 입고 거실로 나가자 진예은이 소파에 앉아 배달 음식을 먹고 있었다."뭘 산 거야?"코를 찌르는 괴상한 음식 냄새에 반재신이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취두부."진예은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취두부를 먹으며 말했다."너 그런 것도 먹냐?""너도 먹어볼래?"진예은이 웃으며 반재신의 앞으로 포장 용기를 들이밀자 그가 뒤로 물러섰다.진예은은 자신이 여기에 있을 줄 알
진예은은 말을 마치자마자 반재신을 지나쳐 가려고 했지만 반재신이 그녀의 손목을 잡고 진예은을 잡아당겼다.진예은은 힘없이 반재신의 품속으로 안겼고 발버둥을 치며 물었다."지금 뭐 하는 거야?""이 닦고 와서 나랑 얘기해."반재신이 진예은의 입을 막더니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진예은은 어쩔 수 없이 욕실로 들어갔다.반재신은 방금 전 진예은의 태도를 보며 그녀가 정말 자신이 강유이가 고자질을 한 것이 진예은의 부추김을 받아서 벌인 짓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하고 생각했다. 그는 정말이지 진예은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었다.진예은이 양치를 하고 나오니 반재신이 창가에 서서 누군가와 전화를 하고 있었다. 유리에 비친 진예은의 얼굴을 본 반재신이 통화를 끝내고 몸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이제 나랑 얘기 좀 해도 되는 거지?""무슨 얘기?"반재신이 진예은에게 다가가자 진예은이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결국 벽과 반재신 사이에 가둬지고 말았다."네 사촌오빠 한태군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 내가 걔랑 처리해야 할 일이 있거든."진예은은 단호한 눈빛을 한 반재신을 보며 그가 정말 한태군과 무슨 일이 있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재신이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오늘의 뉴스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진예은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진원의 그 별장을 산 사람이 한태군이구나."진예은의 말을 들은 반재신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건 나도 어쩔 수가 없어. 한태군이 먼저 산 거잖아. 네가 한태군 찾아가 보면 되겠네."진예은이 반재신의 품을 벗어나려고 했지만 반재신은 그녀의 어깨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내가 왜 그 별장을 사려고 하는지는 안 물어봐?"그 말을 들은 진예은의 표정이 굳었다.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반재신을 보던 그녀가 그의 눈을 피했다."그건 네 일이잖아. 나는 그런 거 물을 자격도 없고.""물을 자격이 없다고?"반재신이 차갑게 웃었다."진예은, 너 정
이틀 뒤, 반씨 본가.반지훈은 군오에서 돌아오자마자 뉴스를 보게 되었다. 잡지를 테이블 위로 던진 그가 고개를 들어 맞은 편에 앉아있는 반재신과 한태군을 보며 물었다."너희들이 만들어 낸 거니?""얘가 시작한 겁니다."그 말을 들은 반재신이 한태군을 힐끔 보더니 대답했다.한태군은 그 말을 듣고도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반지훈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다리를 꼰 채 이를 악물고 웃었다."별장 하나 빼앗겠다고 뉴스에까지 나오고 진원이 너희 둘 때문에 어부지리로 이름만 날렸어. 아주 다른 사람 생각은 지극히 하네."이 사태로 진원은 이름을 날렸다. 반재신과 미스터리 인물도 서로 빼앗으려 하는 곳이었으니 당연히 다들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그때 한태군이 찻잔을 들더니 말했다."아버님, 화 푸세요. 진원이 뉴스를 이용해서 부동산 투기를 하고 있다고 해도 반씨 집안의 자본으로 사들이는 거 문제없잖아요."그 말을 들은 반지훈이 그를 바라봤다."그럼 너는 왜 안 사들이는 거니?" 한태군은 Z국의 연예계까지 들어서고 영국에서의 사업도 무척 성공했지만 신분을 꽁꽁 숨기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여준우도 한태군의 야심과 수단,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점을 마음에 들어 했었다.그는 3년이라는 시간을 이용해 남작의 손주인 데이비 렌지의 세력을 없앴을 뿐만 아니라 산하의 모든 산업을 사들였다.지금은 반재신도 한태군을 이길 수 없었다. 유일하게 그와 맞설 수 있는 이는 반재언 밖에 없었다.한태군이 반지훈의 사위였으니 망정이지 적으로 만났다면 상대하기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제가 사들이나 반씨 집안이 사들이나 다 똑같잖아요."한태군이 웃으며 말하자 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말이나 못 하면."반지훈은 한태군을 마음에 들어했지만 어느 정도 경계하고 있기도 했다. 어쨌든 그는 강력한 상대였고 그 누구도 호랑이를 굴에 들이고 싶지 않아 했기 때문이었다.방금 한태군이 한 말은 마침 자신의 입장을 똑똑히 밝힌 것이나 다름없었
"너 정말 예은이를 인정하려고?"한태군이 옷소매를 정리하며 물었다."그게 무슨 소리야?"한태군의 말을 들은 반재신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무슨 뜻인지 너 잘 알고 있잖아. 애매한 너희 두 사람 사이, 그리고 두 사람 사이의 차이 진예은한테는 다 벽으로 느껴질 거야. 예은이는 감히 그 벽을 못 넘고 너도 나서지 않으려고 하는 거면 일찍이 끝내는 게 좋아."한태군이 말을 마치자마자 자신의 차로 다가갔다. 전유준이 한태군을 위해 문을 열었을 때, 뒤에서 반재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네가 나랑 진예은 일을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3년 전, 분명 진예은이 말도 없이 자신의 연락처를 지우고 피했었다. 반재신은 그 누구에게도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지금 거절하고 있는 이는 분명 진예은이었다."두 사람 일에 대해서 나는 모르지. 하지만 나는 너보다 예은이를 더 잘 알아. 네가 다 터놓고 얘기했다면 예은이가 오해했겠어? 네가 체면이랑 신분을 내려놓지 못하고 항상 고고한 모습으로 두 사람 거리를 멀어지게 한 거잖아. 예은이가 너를 가까이하지 못하도록."한태군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을 끝내더니 차를 타고 반씨 별장을 떠났다.반재신은 그 자리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한편, 전유준은 촬영장 부근에 차를 세웠다. 강유이는 촬영을 마치자마자 소식을 전해 듣고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그곳으로 왔다.강유이가 차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전유준은 알아서 차에서 내려 근처의 편의점으로 가 담배를 태웠다.한태군이 오면서 사 온 디저트를 그녀에게 건넸다."나 마침 배고팠는데."강유이가 말을 하며 디저트를 먹기 시작했고 한태군이 그녀의 머리를 귀 뒤로 꽂아줬다."옷도 안 바꿔 입고, 다른 사람이 보면 어떡하려고.""그럼 보라고 하지 뭐."강유이는 인정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그 말을 들은 한태군이 웃었다."유이 우리 사이를 공개할 생각인가 보네.""오빠는 공개하기 싫어?"한태군의 말을 들은 강유이가 멈칫하더니 한태군을 보며 물었다."내가 그런 말 한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