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가 창업을 하려면 많은 어려움을 견뎌야 하는 거야, 특히 태군이는 더욱 그래. 내 도움은 죄다 거절하면서 스스로 한 씨 그룹을 이끌어 나가야 하니까, 하지만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놈이니 나도 마음에 들어. 그래서 태군이가 자기 사업을 도와줄 수 있는 여자를 만났으면 해, 태군이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아이, 내 말 알아듣겠니?"윌리엄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그는 자신의 손주의 미래를 생각해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강유이는 한태군의 이런 일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그가 무척 바쁘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한 씨 집안의 손주로서, 한 씨 집안의 유일한 후계자로서의 한태군을 강유이는 무의식적으로 그가 못하는 것이 거의 없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그랬기에 그녀는 한태군이 어떠한 곤란을 맞이하든 걱정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도 곤란을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강유이는 그런 생각을 하며 주먹을 꼭 쥐었다. 어쩌면 그녀는 오빠의 보호 아래 너무 편안한 삶을 이어왔기에 곤란한 처지를 아예 모르고 살아왔던 걸 수도 있었다.어떤 일을 마주하든 모두 강유이의 오빠가 그녀를 대신해 해결해 줬기 때문이었다.오빠가 없었다면 강유이는 그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었을까?강유이는 자꾸 자신에게 묻게 되었다.그때 윌리엄이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모자를 썼다."태군이를 도와줄 수 없다면 곁에 남아도 결국 짐이 될 거야, 사람은 평생 감정으로 관계를 유지할 수 없어, 감정이라는 건 영원한 게 아니니까. 태군이도 평범한 신분의 사람이 아니잖니, 한 씨 집안도 태군이를 필요로 하고 있고. 태군이가 모든 걸 포기하고 너랑 함께 한다면 두 사람 생활이 정말 행복할 거라고 생각해? 감정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하는 건 어린애나 하는 충동적인 짓이야, 하지만 남자는 안돼, 이게 바로 현실이야."말을 마친 윌리엄이 폴을 불러 강유이를 배웅하라고 했다."태군 오빠 자기 신분을 포기할 필요 없어요."그때 강유이가
"심한 말씀 안 하셨어, 나 욕하지도 않으셨고."한태군의 말을 듣던 강유이가 그의 말을 끊었다."그럼 나를 떠나라는 말씀을 하신 거네, 맞지?"한태군이 강유이의 볼을 잡고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강유이는 그런 한태군을 보며 눈을 깜빡이다 갑자기 웃었다."그럼 내가 뭐라고 대답했을지 한번 맞춰봐."그 말을 들은 한태군이 눈을 가늘게 떴다."오빠가 일하는 데 내 도움이 필요하면 내가 도와주고 오빠가 필요 없다고 하면 내가 오빠랑 함께 마주할게."강유이가 한태군의 품속으로 안기며 대답했다. 그녀는 제멋대로 자신이 한태군을 도와줄 수 있다고 단정 짓지 않고 그의 의견을 묻고 있었다.강유이가 좋은 뜻에서 한태군을 도와준다고 해도 그가 그 도움을 받아들일지 봐야 했다. 이는 그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기도 했고 그의 체면을 봐주기 위함이기도 했다.강유이의 말을 들은 한태군이 조금 멍청한 얼굴로 강유이를 바라보다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턱을 부드러운 강유이의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유이는 나 도와줄 필요 없어, 내 옆에 같이 있어 주기만 하면 돼."오후, 역사극 수업의 쉬는 시간, 강유이가 황실 사람들을 만났다는 얘기를 들은 친구들이 그녀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바빴다.그들에게 있어서 황실 사람들을 만난 것은 무척 영광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강유이는 그저 웃기만 할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영광스러운 일이 맞는지 아닌지 몰랐지만 폐하를 만날 수 있었던 건 한태군 덕분이라는 것을 강유이는 알고 있었다.그때 진예은을 발견한 강유이가 얼른 사람들을 벗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폐하께서 너를 곤란하게 한 건 아니지?"진예은이 강유이에게 물었다."아니, 내가 그런 거 무서워할 사람이야?"강유이가 손을 저으며 대답했다."그건 그렇네.""그러고 보니 예은이 너 태군 오빠 사촌 동생이니까 폐하는 네 외할아버지이기도 하잖아."강유이가 갑자기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예은이 무의식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다행히 사람이 없었다."목소리 낮춰, 다
"디저트를 만드시겠다고요?"강유이의 말을 아주머니께서 강유이를 보며 물었다."네, 배워보고 싶어서요."강유이가 어색한 듯 볼을 만지며 대답했다.그 모습을 본 아주머니께서는 모든 걸 꿰뚫어 본 사람처럼 웃었다."남자친구를 위해서 배우려고 하는 거죠?"그 말을 들은 강유이는 귀를 붉힐 뿐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아주머니께서는 그런 강유이를 보며 다시 말했다."아가씨께서 배우고 싶다고 하면 당연히 가르쳐 드려야죠.""감사합니다."그렇게 강유이는 오전 내내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아 간단한 디저트를 만들었다. 아주머니께서는 침착하게 강유이를 가르쳐 주며 잘못된 부분을 수정해 주기도 했다.두 시간 뒤, 강유이는 드디어 그나마 봐줄 만한 에그 타르트를 만들어 냈다.강유이는 그 타르트를 포장한 뒤, 경호원의 차를 타고 한 씨 그룹으로 향했다.한편 한 씨 그룹.한태군은 병원에 심어둔 사람에게서 리사가 응급처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갑자기 죽었다고요?"한태군이 필을 멈추고 눈을 치켜떴다.그러자 상대방이 대답했다."경찰에서 조사중인데 부검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서 이유를 모르겠다고 합니다."그 말을 들은 한태군이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리사의 죽음은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십중팔구 류강준일 것이다.렌지는 리사를 죽일 필요까지는 없었다, 리사는 그저 그를 손해 보게 했지만 류강준은 달랐다.리사가 살아있는 한, 류강준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 세상에 늘어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리사는 멍청하게 능력도 없는 주제에 다른 이의 생명줄을 거머쥐려고 했기에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그때, 블라인드 너머로 인영이 보였고 한태군이 전화를 끊자마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노크 소리를 들은 한태군이 웃으며 대답했다.곧이어 강유이가 모습을 드러냈다."점심 먹었어?"저번에 한 번 왔던 이후로 회사의 직원들은 강유이에게
"모든 걸 다 할 줄 알 필요는 없어, 내가 너 어디를 좋아하는지 알아?"한태군이 강유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몰라."강유이가 고개를 젓자 한태군이 이번에는 그녀의 코끝을 살짝 잡았다."네 단순함이 좋아, 나한테는 엄청 소중한 거야. 서로 속고 속이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면서 유이 너의 이런 단순함은 사람들이 원해도 쉽게 가질 수 없는 거야, 그러니까 유이 너는 그대로 유지하면 돼." 한태군이 강유이를 품에 안으며 웃었다."그리고 유이가 못하는 건 내가 하면 되지.""안돼, 지금은 이렇게 말하고 앞으로 내가 오빠한테 짐이 된다고 하면 어떡해."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강유이의 말을 들은 한태군이 강유이를 안아 테이블 위로 앉혔다."내가 너를 짐으로 여길 거라고 단정 짓는 이유가 뭐야?""사람 마음은 변하는 거야, 지금은 좋아할지 몰라도 앞으로… 읍!"말을 하던 강유이의 입술 위로 한태군의 입술이 내려앉았다. 가볍게 내려앉은 입술이 곧 떨어져 나갔고 아쉽다는 듯 그의 손이 그녀의 입가를 맴돌았다. 그리고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절대 그럴 일 없어."그때, 전유준이 갑자기 노크를 했다.그 소리를 들은 강유이가 한태군을 밀어내고 테이블 옆에 섰다. 문을 열고 들어서던 전유준은 강유이를 보곤 잠시 멈칫했다.하지만 한태군은 여유롭게 옷매무새를 다듬더니 몸을 돌리며 물었다."무슨 일이에요?""류 회장님께서 오늘 카이즈 빌라 호텔에서 파티를 한다고 합니다. 폐하께서 도련님도 참석하셨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해오셨는데 어떻게 하실 건가요?"전유준의 말을 들은 강유이가 한태군을 바라봤다.류하리가 그와 약혼을 했다는 가짜 소식이 더 이상 퍼지지 않게 했지만 소문은 여전히 떠들썩했다.그리고 하필 이때, 류강준이 주최한 파티에 한태군이 간다면 사람들은 분명 사실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웠다.하지만 가지 않는다면 폐하의 미움을 살 수도 있었다."나도 같이 갈게."그때 강유이가 갑자기 한태군의 옆으로 가 말했다.그 말을 들은 한태군이
그때 한태군이 연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류하리는 그 얼굴을 보자마자 만족스럽게 웃었다.하지만 다른 누군가를 보곤 얼굴을 굳혔다.사람들도 한태군에게 팔짱을 낀 여자를 의아하게 바라봤다.와인색의 드레스를 입고 진주 귀걸이를 한 강유이는 동방의 고전적인 미를 뽐내고 있었다.그녀의 몸매는 류하리에게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녀가 연회장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외국인 손님들은 그녀에게서 눈을 뗄 줄 몰랐다.류하리는 자리에 얼어붙어 술잔만 꼭 쥐었다.그녀는 자신만이 연회장의 모든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아시아계 미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강유이가 화장을 하더니 남다른 분위기를 뽐내게 될 줄 생각도 하지 못했다."아버지, 태군 씨 어떻게 저 여자를 데리고 온 거예요!"류하리가 빨개진 눈으로 말했다. 류강준도 미간을 찌푸리더니 류하리를 위로했다."하리야, 진정해. 네가 오늘 밤의 주인공이야, 내가 저 여자가 절대 너를 위협할 수 없게 만들어 줄게."류강준은 말을 마치자마자 한태군에게 다가갔다."도련님, 오셨네요. 하리가 도련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계속 기다리게 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주위의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수군거리기 바빴다. 류하리가 전에 인터뷰를 할 때, 폐하의 지지를 받아 한 씨 집안 도련님과 약혼을 한다고 했었지만 한태군은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 애썼다. 그런 걸로 보아 류하리가 원해서 한태군과 약혼을 진행한 걸지도 모른다고 사람들은 생각했다."류하리 씨께서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네요."류강준의 말을 들은 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오늘 이 파티의 주인공은 하리입니다, 도련님께서 제 체면은 아니더라도 폐하의 체면을 좀 봐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그러자 류강준이 조금 언짢아진 얼굴로 말했다."류 회장님께서 지금 저희 외할아버지로 저를 협박하시는 겁니까?""그런 뜻은 없습니다."류강준이 강유이를 한 눈 보더니 의미심장하게 말을 이었다."도련님께서 좋아하고 선택한 사람이
류하리가 카메라 앞에서 눈시울을 붉혔다."저 태군 씨 좋아해요, 이건 제 잘못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태군 씨가 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렇게 밖에서 만나는 여대생을 파티에까지 데리고 와서 저를 모욕할 필요는 없잖아요."사람들은 눈앞의 상황을 보며 수군거리기 바빴다.하지만 그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이 오지 않는 이상, 그들의 입장은 똑같았다, 그 누구도 곤란한 상황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파티장에 침묵이 내려앉은 찰나, 강유이가 갑자기 입을 뗐다."한태군이 당신한테 여자친구 있다고 얘기하지 않았나요?""그게 뭐 어때서요, 폐하께서 당신을 인정한 것도 아닌데. 어르신들의 허락 없이 태군 씨를 이렇게 차지하고 있는 거 부끄럽지도 않아요?"류하리의 말을 들은 강유이가 웃었다."그건 폐하께서 전에 제 존재를 모르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태군 씨 부모님은 모두 저를 알고 좋아해 주고 계세요. 제가 오빠를 차지하고 있다고요? 그럼 저희 사이에 끼어든 당신은 부끄럽지도 않은가요? 재벌 집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당당하게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도 된다는 그런 생각이야말로 정말 상류사회의 풍기를 더럽히는 짓 아닌가요?"강유이가 단호한 얼굴로 또박또박 말했다.맞는 집안끼리 결혼을 하는 게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신분과 집안 세력을 등에 업고 상대방 원래의 감정을 파괴하고 강제로 결혼을 하려는 것은 강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두 사람의 각 방면 조건이 맞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만남을 가지고 있는 연인관계라고 해도 결국 그 감정은 외부의 압력 때문에 무너지는 게 현실이라고 해도.강유이의 말을 들은 류하리가 화가 나서 몸을 벌벌 떨었다."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나를 질책하는 건데요? 사실이 그렇잖아요, 당신이 재벌 집에 들어가고 싶다고 해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태군 씨가 지금의 생활을 포기하고 평범한 당신이랑 함께 하기를 바라는 거예요? 말도 안 되는 생각하지 마요, 미천한 당신의 신분이 태군 씨랑 함께 할 수 없다는
LY의 명성은 이미 해외에도 널리 전해졌다. 그는 Z국 금융 업계의 큰손이기도 했고 세계 재벌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린 사람이었다.반 씨 집안은 S국 황실과 아는 사이이기도 했고 지금의 ZT까지 LY의 친구였다. 게다가 여 씨 집안과 친척이기도 했다.LY의 와이프는 귀족 어르신의 외손녀였는데 럭셔리 브랜드의 보석 디자이너일 뿐만 아니라 메트로폴리탄 수령의 양녀이기도 했다. 재력으로 보나 권력으로 보나 류 씨 집안은 반 씨 집안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런데 그런 류 씨 집안 아가씨가 반 씨 집안 아가씨에게 신분이 미천하다는 말을 하다니.류하리는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얼굴이 창백해졌다."그럴 리가 없잖아…"만약 강유이가 정말 반 씨 집안의 딸이라면 전에 했던 모든 말이 결국 자신의 체면을 구기는 일이 되는 것이었다.류하리와 류강준은 난감한 얼굴로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이 파티로 두 부녀는 자신의 명성을 모두 더럽히고 말았다.기자들은 원래 류 씨 집안 아가씨와 한 씨 집안 도련님의 약혼 사실이 진실인지 확인하러 온 것이었지만 이제 보니 그것은 이슈가 될 게 없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의 사랑 이야기가 더욱 그들의 관심을 끌었다.한태군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강유이의 허리를 안고 그곳을 떠났고 류하리는 창백한 얼굴로 제자리에 굳어 있었다.한편, 한태군은 등에 강유이를 업은 채 엘리베이터를 나섰다, 손에는 그녀의 하이힐이 들려있었다.강유이는 나른하게 한태군의 등에 업혀 턱을 그의 어깨에 올린 채 말했다."오빠, 이렇게 빨리 돌아가면 오늘 내가 한 화장이 너무 아깝잖아, 우리 밥 먹으러 갈래?""뭐 먹고 싶은 거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돌려 강유이를 한 눈 보더니 물었다."나 치킨, 피자, 만두 다 먹고 싶어."강유이가 고민하는 척하더니 말했다."꿀꿀이가 따로 없네.""뭐?! 나 오빠 물어버린다.""사람까지 무는 꿀꿀이라니."한태군이 웃음을 터뜨렸다."한태군!"강유이가 화가 나서 소리쳤다
"역시 피자랑 콜라는 꿀조합이야!"강유이가 피자를 한 입 먹더니 콜라까지 꿀떡꿀떡 넘기곤 감탄했다."우리 유이 잘 먹네.""우리 엄마가 사람은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셨어, 먹을 게 있는 게 아무것도 못 먹는 것보다 낫잖아. 한 도련님은 입맛도 까다로우시네."강유이가 별로 먹지 않은 한태군을 보며 말했다."네가 먹는 것만 봐도 배불러."그 말을 들은 강유이가 한태군을 보다 만두를 집어 그의 앞으로 가져갔다."칼로리 걱정하는 거면 만두 먹어, 저녁에 집에 가서 내가 굶겼다고 하지 말고."치킨과 피자는 강유이가 먹고 싶다고 한 것이었다. 그녀는 한태군이 이런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만두를 더 시킨 것이었다.한태군은 그런 강유이를 보며 배에 갇혔던 그때, 자신에게 과자를 나눠주던 강유이를 떠올렸다.한태군도 그때의 강유이가 무슨 생각으로 자신과 그런 모험을 하겠다고 한 건지 알지 못했다. 강유이는 그가 위험을 마주했을 때, 처음으로 자신을 보호해 주겠다고 한 사람이었다.그때의 그녀는 단순하고 멍청했다. 그런 모습까지 귀엽고 하는 일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한태군에게 있어서 그녀의 존재는 전혀 성가시지 않았다.생각을 하던 한태군이 손을 들어 강유이의 볼을 만졌다.갑작스러운 한태군의 행동에 강유이가 그를 바라봤고 한태군이 그녀에게 다가가 입을 맞췄다."나 먹었어, 엄청 달아.""무슨 소리하는 거야, 만두 먹어보라고 한 건데."강유이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렸다."나는 만두 말고 유이 먹고 싶어."한태군이 강유이의 귓가로 가 속삭였다.그 말은 붉어진 강유이의 얼굴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그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자꾸 이러면 나 오빠랑 말 안 할 거야."강유이가 고개를 숙인 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한태군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에게 다가가 이마에 입을 맞댄 채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졌다."나랑 얘기 안 하는 거 말고 또 다른 것도 있어?""아직 몰라."강유이가 고개를 홱 돌리며 대답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