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피자랑 콜라는 꿀조합이야!"강유이가 피자를 한 입 먹더니 콜라까지 꿀떡꿀떡 넘기곤 감탄했다."우리 유이 잘 먹네.""우리 엄마가 사람은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셨어, 먹을 게 있는 게 아무것도 못 먹는 것보다 낫잖아. 한 도련님은 입맛도 까다로우시네."강유이가 별로 먹지 않은 한태군을 보며 말했다."네가 먹는 것만 봐도 배불러."그 말을 들은 강유이가 한태군을 보다 만두를 집어 그의 앞으로 가져갔다."칼로리 걱정하는 거면 만두 먹어, 저녁에 집에 가서 내가 굶겼다고 하지 말고."치킨과 피자는 강유이가 먹고 싶다고 한 것이었다. 그녀는 한태군이 이런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만두를 더 시킨 것이었다.한태군은 그런 강유이를 보며 배에 갇혔던 그때, 자신에게 과자를 나눠주던 강유이를 떠올렸다.한태군도 그때의 강유이가 무슨 생각으로 자신과 그런 모험을 하겠다고 한 건지 알지 못했다. 강유이는 그가 위험을 마주했을 때, 처음으로 자신을 보호해 주겠다고 한 사람이었다.그때의 그녀는 단순하고 멍청했다. 그런 모습까지 귀엽고 하는 일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한태군에게 있어서 그녀의 존재는 전혀 성가시지 않았다.생각을 하던 한태군이 손을 들어 강유이의 볼을 만졌다.갑작스러운 한태군의 행동에 강유이가 그를 바라봤고 한태군이 그녀에게 다가가 입을 맞췄다."나 먹었어, 엄청 달아.""무슨 소리하는 거야, 만두 먹어보라고 한 건데."강유이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렸다."나는 만두 말고 유이 먹고 싶어."한태군이 강유이의 귓가로 가 속삭였다.그 말은 붉어진 강유이의 얼굴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그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자꾸 이러면 나 오빠랑 말 안 할 거야."강유이가 고개를 숙인 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한태군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에게 다가가 이마에 입을 맞댄 채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졌다."나랑 얘기 안 하는 거 말고 또 다른 것도 있어?""아직 몰라."강유이가 고개를 홱 돌리며 대답
특히 소식을 전해 들은 H국의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거의 모두가 류하리를 욕하는 내용이었지만.오히려 강유이가 자신의 신분을 등에 업고 오만하게 굴지 않아 무수한 팬들을 얻게 되었다.한편, S국 항공사의 개인 비행기 한 대가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가족 소파 위에 앉아 잡지를 보고 있는 남자 앞에는 각종 음식이 놓여 있었다.그때, 직원 하나가 그에게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도련님, 10분 뒤, 비행기가 Y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하강 시, 기류로 인한 흔들림이 있을 수 있으니 안전을 위하여 음식들은 일단 치워드리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반재언이 잡지를 덮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두 명의 직원이 빠르게 음식을 치워 자리로 돌아갔고 비행기는 천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반재언이 창밖을 보니 파란 하늘 아래로 화려한 도시의 형상이 보였다. 머지않아 반재언이 캐리어를 끌고 VIP 통로를 통해 공항을 나오자 그 앞에 이미 차가 대기 중이었다.기사가 그의 손에서 캐리어를 받아 차에 실었고 반재언이 차에 올라타자마자 휴대폰을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재신아, 나 Y국에 도착했어."한편, 강유이는 진예은과 함께 학교 안의 카페에 앉아있었다. "나 지금 태군 오빠랑 약혼하는 거 너무 빠른가?"강유이가 커피 거품을 휘적이며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예은이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 강유이를 바라봤다."대학생도 결혼하는 마당에 약혼이 뭐 대수라고."강유이가 입술을 말아 물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왜? 한태군이랑 약혼하기 싫어? 류하리한테 그 기회를 넘겨주고 싶은 거야?""꿈도 꾸지 말라고 그래."발끈하던 강유이가 잠시 망설이다 다시 말했다."우리 아빠랑 오빠한테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서 그래."강유이의 말을 들은 진예은이 웃었다."너희 집에서는 네가 싫어하는 걸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스타일이야?"강유이가 고개를 저었다."그럼 됐지, 뭘 걱정하는 거야? 네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고 정확하다고 생각되는 일이면 하면
반재언의 말을 들은 강유이가 웃으며 그의 팔을 잡고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오빠, 왜 온다고 미리 말도 안 했어?"하지만 반재언은 찻잔을 내려놓더니 강유이를 보며 물었다."너 한태군이랑 사귀어?"그 말을 들은 강유이가 반재신을 바라봤지만 그는 팔짱을 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유이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응, 그런데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나도 오빠한테 말 못 한 거였어."얼른 설명을 늘어놓는 강유이를 본 반재언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냥 물어보는 건데 뭐 그렇게 겁먹었어?""겁 안 먹었는데.""그래? 지금 딱 내가 뭐라고 할까 봐 걱정하는 얼굴인데."반재언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유이가 입술을 물었다."됐다, 너도 이제 컸으니 다 자기 생각이 있는 건데 내가 널 어떻게 단속하겠어."강유이가 한태군에게 뜻이 없었다면 두 사람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강유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을 반재언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오빠, 점심 먹었어? 내가 지금 레스토랑이라도 예약할까?"강유이가 반재언을 보며 물었다.그런 강유이를 본 반재신이 그제야 입을 뗐다."형이 오니까 급해서 아부하는 거 봐, 지금 남자친구 대신 이러는 거야?""무슨 소리하는 거야, 오빠가 방금 비행기에서 내려서 힘들까 봐 그러는 거지."강유이의 말을 들은 반재신이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동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가 모를 리 없었다."유이가 밥 사준다고 했으니까 알아서 해봐."오후, 한 레스토랑.창가 옆에 위치한 자리에 앉은 세 사람의 옆에는 커다란 식물원이 자리 잡고 있어 시야가 우월했다."오빠, 여기 디저트 짱 맛있으니까 먹어봐."강유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반재언 앞으로 가져가며 말했다."응, 내가 알아서 먹을게."반재언이 스테이크를 자르며 말했다."이것도 맛있어, 엄청 부드러워."강유이의 그런 모습을 본 반재신이 웃음을 참느라 애썼다.반재언도 알아차리고 강유이를 보며 말
"한 씨 그룹이 안정적이지 못 한 이때, 갑자기 너랑 결혼하겠다고 하니까 그런 거지. 그리고 반 씨 집안이 그놈한테 어떤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걔가 제일 똑똑히 알고 있기도 하고.""오빠 그런 사람 아니——"강유이는 한태군을 믿고 있었다."한태군이 정말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다른 사람, 그리고 아빠는 내가 말한 것처럼 생각하실 거야."반재신의 말을 들은 강유이가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한태군이 정말 반재신이 말한 것처럼 자신과의 결혼을 통하여 반 씨 집안을 이용하여 한 씨 그룹의 지위를 굳힐 거라는 것을 믿어서 놀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정말 어쩌면 반재신이 말한 것처럼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그렇게 되면 강유이 아버지의 생각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한태군이 정말 다른 힘을 빌려 지위를 굳힐 생각을 했다면 폐하의 도움을 거절했을 리가 없다.폐하의 도움이 있다면 한 씨 그룹의 지위를 굳히는데 더욱 쉬웠을 것이다.그는 그저 자신은 그 누구의 도움 없이도 자신의 목적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었다.하지만 강유이 말고 모든 이는 한태군을 이해할 수 없었다.강유이는 그런 생각을 하니 답답해져 시무룩해졌다.반재신은 무언가를 더 말하려고 했지만 그런 강유이를 보더니 결국 하려던 말을 삼켰다."지금 약혼하면 제일 많은 의심을 받을 사람은 바로 한태군이야, 아빠가 원래 한태군을 좋아하지 않았으니 동의하는 건 더욱 말도 안 될 거고. 적어도 한 씨 그룹이 안정적으로 운영한 뒤에 얘기하는 게 좋아.""알았어."강유이가 갑자기 담담한 표정을 하고 대답했다.반재신은 결국 입을 다물었고 침묵을 지키고 있던 반재언이 입을 열었다."그만하고 일단 밥 먹자."저녁, 한 씨 그룹의 직원들은 거의 다 퇴근했지만 한태군은 여전히 자리에 남아 데이터를 확인하고 있었다.그때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휴대폰이 진동했고 강유이임을 확인한 한태군이 얼른 전화를 받았다."왜 갑자기 나한테 전화할 생각을 한 거야?"
한태군의 말을 들은 강유이의 심장이 철렁했다."아니야, 나는 오빠 믿——"하지만 한태군은 이미 그녀와 멀어져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한태군이 빛을 등지고 서 있었던 덕분에 그의 표정을 볼 수는 없었다."내 생각이 짧았어.""태군 오빠…""늦었으니까 들어가 봐."한태군은 말을 마치자마자 차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가움을 뿜어내는 한태군을 보니 강유이는 속상해졌다."한태군, 나 오빠 안 믿은 적 없어, 그냥 사람들이 오빠를 그렇게 보지 말았으면 해서 그런 거야."강유이가 한태군을 잡으며 말했다.하지만 한태군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든 나 신경 안 써, 중요한 건 유이 너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그런 적 없어."한태군이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내가 너랑 결혼하는 거, 반 씨 집안 권력을 이용하려는 거 아니야."한태군의 입에서 그 말을 들으니 강유이는 심장이 아팠다."나 다 알아…""정말 나를 믿는다면,"한태군은 결국 하려던 말을 내뱉지 못했다. 심호흡을 한 번 한 그가 갑자기 강유이를 안더니 그녀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췄다."들어가."그리고 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그렇게 한태군의 차가 떠났고 강유이 홀로 제자리에 남아있었다.한태군은 백미러에서 점점 사라지는 강유이의 모습을 바라보다 미간을 찌푸렸다.결국 그가 등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모든 것은 한태군이 너무 생각 없이 충동적으로 굴어서 초래한 것이었다. 반 씨 집안에서는 그와 강유이의 약혼을 쉽게 허락해 줄 리가 없었다.그날 이후로 강유이는 한태군을 만나지 못했다. 평소 그녀와 연락을 하던 사람들도 모두 사라진 듯했다.강유이는 멍하니 도서관에 앉아 책을 펼쳐놓고 있었다.그녀는 허전함을 느꼈다. 그 허전함이 그녀는 익숙하지 않았다.그때 진예은이 강유이 앞에 앉았다."유이야."진예은이 강유이를 몇 번이나 부르고 나서야 그녀가 반응을 보였다."응, 왜?"강유이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여기서 꼼짝도
반재언은 멍청한 얼굴로 자신을 반재신이라고 부르는 여자를 바라봤다.기사가 대신 말하려고 했지만 반재언이 그를 저지했다."뭘 물어보겠다는 거야?"반재신과 반재언을 잘 아는 사람은 두 사람을 분별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전혀 분간할 수 없었다.비슷한 얼굴은 성격의 차이와 얼굴 위의 흔적을 봐서 분간할 수 있고 비슷한 목소리는 자세히 들어보면 반재언의 목소리가 반재신보다 낮았다.하지만 진예은은 두 사람을 동시에 본 적이 없었기에 목소리의 차이를 전혀 알지 못했다. 게다가 반재언이 차에 앉아있었기에 더욱 분간하기 어려웠다."유이랑 한태군 무슨 일이야?"그 말을 들은 반재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진예은이 팔짱을 꼈다."말을 해, 너는 잘 알고 있잖아. 유이가 한태군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나도 다 알아볼 수 있는데 오빠인 너는 더 잘 알겠지. 두 사람 원래 약혼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한태군이 약혼을 포기하고 생각해 보겠다고 해서 유이가 얼마나 속상해하고 있는지 너 알기나 해?""그래서 일부러 나 찾아와서 그런 거 알려주려고 했던 거야?"진예은은 오늘의 반재신이 평소와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나는 너희 반 씨 집안사람들 생각을 모르겠어서 그런 거지, 실력이 대등한 사람끼리 만나려고 하는 건 알겠는데 한태군이랑 유이 그 요구에 부합되잖아, 그런데 두 사람 약혼을 갑자기 저지하니까 그런 거지. 너희 집안도 다른 재벌들처럼 이익교환을 중요시하고 있던 거였어?""지금 한태군을 대신해서 말을 하러 온 거야?""엄연히 따지면 내 사촌 오빠잖아, 말 대신 해주는 게 뭐 잘못된 거야? 그리고 나는 유이가 안타까워서 그래, 그렇게 애지중지하더니 좋아하는 사람이랑 결혼할 자격도 없는 게 눈물 나게 안타까워."진예은의 말을 들은 반재언이 등을 기대며 웃었다."네가 진찬 동생이었구나.""지금 장난해?"진예은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반재신은 이미 진작에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사람이었다.의아한
"네, 도착했어요.""유이야, 너 목소리가 왜 그래?"강유이는 강성연을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감기 걸려서 그래요.""이렇게 큰 애가 자기를 돌 볼 줄도 모르고, 이래서 엄마가 어떻게 시집 보내겠어?"결혼 얘기가 나오자 강유이가 입술을 물고 울음을 삼켰다."엄마."떨리는 강유이의 목소리를 들은 강성연이 미간을 찌푸렸다."너 울어?""아니요, 그냥…""유이야, 무슨 일이 있으면 엄마한테 말해, 마음속에 담아두지 말고."서울의 AM 그룹.반지훈이 회의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연희승이 전화를 끊고 그에게 다가왔다."대표님, 사모님께서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왜 일찍 말해주지 않았어?"반지훈이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저는 말하려고 했는데 대표님께서 회의 방해하지 말라고 하셨잖습니까."연희승이 억울하게 말했다.반지훈이 다급하게 사무실로 들어서자 강성연이 유리창 앞에 서 있었다.외투를 벗어 의자 위에 대충 던진 그가 강성연에게 다가가 그녀를 안았다."성연아.""회의 끝났어요?""연 비서가 자기 온 거 말 안 해줘서 우리 마누라 오래 기다리게 했네."반지훈이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됐어요, 오래 기다린 것도 아닌데 뭐."강성연이 그를 밀어내고 소파 위에 앉았다."당신 딸 울었나 보던데요.""누가 감히 우리 딸을 울린 거야?"말을 마친 반지훈이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한태군 그놈이구나."그 모습을 본 강성연이 웃었다."한태군이 감히 그런 짓을 했겠어요? 당신이랑 당신 아들이 그렇게 만든 거지.""그 두 놈이 한 짓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반지훈이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아들은 아버지 따라간다는 거 몰라요? 그 양아치 같은 성격 전부 다 자기 아버지한테서 물려받은 거죠.""성연아, 아들이 양아치 짓을 했다고 해서 남편까지 그렇게 취급하는 건 아니지. 나 우리 딸 우는 거 보면 심장 아파."반지훈이 한 쪽 무릎을 꿇은 채 강성연의 손을 잡고 말했다
한 씨 그룹은 이제 막 일어섰지만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서지 못했기에 지금 한태군이 강유이와 약혼을 하는 것은 한태군이 반 씨 집안의 힘을 빌리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사실 강성연은 한태군을 나름 좋아했다. 그는 충분한 실력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한태군 그럼 사람이 맞을까요?""혹시 알아, 젊었잖아. 특히 한태군의 실력은 준우도 인정했잖아, 정말 한태군이 유이를 좋아한다면 조금 더 높은 경지에 도달했을 때, 유이랑 결혼을 하는 게 사람들 입을 다물게 할 수 있는 좋은 시기인 거지."반지훈이 강성연을 안아 다리 위에 앉히곤 말했다.강성연이 그제야 웃으며 반지훈의 턱을 잡았다."한태군은 폐하 외손주잖아요, 그런 사람이 우리 반 씨 집안 덕을 볼 필요가 있겠어요? 결국 반 씨 집안사람들 눈이 높은 거예요."그 말을 들은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고 웃었다."유이는 우리 반 씨 집안 사람 아닌가, 왜 가족을 욕하고 그래.""시간 내서 한태군이랑 얘기 좀 해봐요, H국 재벌 딸 류하리 씨가 한태군한테 한눈에 반해서 폐하를 찾아가 혼사를 거론했다고 하던데. 우리 딸이 좋아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한테 내줄 수는 없잖아요.""네, 와이프 말을 따르겠습니다."반지훈이 강성연에게 입을 맞추며 대답했다.…Y국의 한 씨 저택.약을 들고 서재로 향하던 정연은 한태군의 기침 소리를 듣곤 문을 열고 들어섰다. 한태군은 아직도 회사 일로 바삐 돌아치고 있었다."날씨가 변덕이 심해, 감기에 열도 나는데 좀 쉴 수는 없는 거야?""걱정시켜 드려서 죄송해요, 저 괜찮아요."한태군이 기침을 하며 대답했다.정연은 그런 한태군을 보니 안타까웠다."회사는 삼촌한테 맡기고 좀 쉬어, 너 그동안 너무 고생했어.""아니에요, 제가 해야 할 일이에요."정연은 테이블 위에 놓인 강유이의 사진을 보곤 그 사진을 들었다."우리 아들이 이렇게 좋아하는 여자는 정말 처음이네.""아버지도 어머니 많이 사랑하시잖아요.""그런 거 아니다. 네 아버지 나랑 결혼하기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