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를 틈타 정우와 그가 거느린 정 씨 가문의 무인들이 진명에게 다가갔다.“진 선생님, 괜찮은 거죠? 늦어서 미안해요….”정우가 죄책감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진명에게 인사를 건넸다.“괜찮아요. 제때에 오셨습니다!”진명도 웃으며 말했다.“다행이네요.”정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진명의 상태를 관찰했다. 어깨에 타박상을 조금 입은 것 외에 다른 곳은 별문제 없어 보였다. 그제야 죄책감이 조금 누그러들었다.“정우, 자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난 정 씨 가문에 원한 살 일을 한 적이 없는데 어찌하여 내 일을 방해하려는 거야?”이태준이 음침하게 굳은 얼굴로 물었다.“원한 살 일을 하지 않았다고요? 우리 북왕님은 참 뻔뻔하시군요! 저번에 가면을 쓰고 나타나서 나를 기습하고 우리 가문 진원단을 강탈하셨잖습니까! 잘못한 게 없다고요?”정우가 이를 악물며 따지듯 말했다.이 일만 떠올리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들끓었다.“헛소리! 내가 그랬다는 증거 있어?”이태준이 불쾌감을 드러내며 말했다.바보가 아닌 이상 이 자리에서 사실대로 인정할 수는 없었다.“신체적 특징도 그렇고 공격 패턴도 그렇고 그날 만났던 가면을 쓴 남자와 똑같아요! 당신이 그랬다는 걸 내가 알고 당신도 아는데 무슨 증거가 필요합니까!”정우가 차갑게 대꾸했다.이태준이 저번에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목소리도 지금보다 굵게 변조하기는 했지만 신체 특징과 공격 패턴까지 바꿀 수는 없었다.정확한 증거는 잡지 못했지만 지금 마주 보고 그가 범인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웃기는 소리군. 세상에 체형이 비슷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고작 체형 하나 가지고 뭐 하자는 거지? 납득할 수 있는 증거를 내놓지 못할 거면 여기서 사람 모함하지 마!”이태준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반박했다.“이태준 씨, 헛소리 그만하시죠! 당신이 인정하든 안 하든 타당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면 우리 정 씨 가문은 절대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정우가 음산한 얼굴로 또박또박 말했다.“자네 지금 나를 협박하는
반보 전왕과 전왕경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둘 사이에는 쉽게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 자리 잡고 있어서 돌파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진원단은 종사절정 이하의 무인들이 사용했을 때, 정체기 돌파에 효과가 있다. 반보 전왕경도 가능하기는 하지만 확률이 아주 낮은 편이다.진명은 이태준이 더러운 수작으로 정우의 손에서 진원단을 강탈한 사건이 떠오르자 뭔가 짚이는 데가 있었다.이태준이 정체기를 돌파할 수 있었던 건 그가 강탈해 간 진원단과 분명 무슨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정 씨 가문과 척을 질 위험을 부담하면서까지 강탈할 필요가 없다.“그렇군요! 다행히 준비를 충분히 해서 문제는 없을 거예요. 가문에서 전왕의 경지에 오른 강자와 반보 전왕을 돌파한 두 실력자를 모셨거든요. 이태준이 전왕경을 돌파했다고 해도 혼자서는 어쩌지 못할 겁니다!”정우는 냉랭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작은할아버지, 이태준은 작은할아버지께서 좀 맡아주세요. 감히 우리 가문의 물건을 강탈해 갔으니 본때를 보여줘야죠.”정우가 노인에게 말했다.노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태준을 쏘아보았다.“이태준, 마지막 기회를 준다. 네가 훔쳐 간 진원단을 돌려주고 사과를 한다면 좋게 해결할 수도 있어. 그게 아니라면 목숨을 걸고 행동 하는 게 좋을 게야!”노인이 차갑게 말했다.“내가 이미 말했지 않나. 정 씨 가문 도련님이 물건을 도둑맞은 일은 나랑은 상관이 없다고! 적당히 하고 꺼지란 말이야!”이태준이 짜증스럽게 손을 내저으며 대꾸했다.“그게 네 선택이라면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죽여 달라고 발악을 하면 들어줘야지 어쩌겠어!”대노한 노인은 바로 손바닥에 모든 기운을 끌어모아 이태준을 향해 달려들었다.“내가 원하던 바야! 나 이태준이가 고작 정 씨 가문 하나 두려워할 것 같아?”이태준은 차갑게 코웃음치고는 노인을 향해 달려들었다.쾅!강력한 기운이 서로 마찰하며 땅이 갈라지는 소리가 났지만 이태준과 노인 두 사람 다 물러서지 않았다.처음에 우열
그에 비해 이 씨 가문의 무인들은 실력이 좀 뒤처지는 편이었다.이태준을 제외하고 실력이 가장 강한 무인이 고작 종사절정이었다.누가 더 강한지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태준을 포함한 이 씨 가문 무인들이 지친 기색을 드러냈다.갑자기 들이닥친 정우 일행 때문에 상황이 역전되자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던 임 씨 가문 사람들의 표정이 어색해졌다.나이 어린 진명이 근거 없는 자신감 때문에 목숨을 잃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상황까지 미리 예상하고 준비를 했을 줄이야!“어린 친구가 생각이 참 깊네요. 이렇게 준비를 철저히 했을 줄이야!”“누가 아니래요? 정씨 가문에서 돕겠다고 나섰으면 북왕도 어쩔 수 없겠죠.”이태준의 패배를 눈앞에 두고 그들이 수군거렸다.그들은 왜 진명이 이태준을 상대로 전혀 숙이지 않았는지, 이제야 이해했다. 어린 나이에 이런 대단한 인맥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모든 게 허풍이 아니었다니!“좋아! 정말 잘됐어!”임정휘의 얼굴에서도 생기가 돌아왔다. 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흥분한 듯 감탄의 말을 내뱉었다.이태준의 손에 진명이 곧 죽을 것 같았을 때는 누구보다 절망했는데 기적처럼 상황을 역전시킬 줄이야!그는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었다.진명이 무사한 것을 확인한 임아린, 서윤정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젠장!”얼굴이 흙빛이 된 이태준이 욕설을 내뱉었다.어렵게 전왕경까지 도달하고 이제서야 강성을 쥐락펴락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정 씨 가문까지 싸움에 끼어들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이제 임 씨 가문은 그와 백정의 소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백정과 임 씨 가문이 그를 지지하는데 정 씨 가문도 쉽사리 그를 공격하지 못할 것이다.그가 예상한 것처럼 승리가 진명 쪽으로 기울기 시작하자 참다못한 백정이 나섰다.“둘째 삼촌, 어르신들, 북왕 쪽이 너무 불리해요. 나서서 도와줘야 하지 않겠어요?”그녀는 임현식과 가문 어르신들께 도움을 청했
“제가 보기에는 이 씨 가문과 장기 동맹을 맺는 게 우리한테 이득이에요. 그래야 가문의 입지를 살릴 수 있어요. 이러다가는 정말 몰락하게 될지도 몰라요.”백정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며 말했다.“그 말도 일리가 있네!”“이 씨 가문과 장기 동맹을 맺으면 우리한테는 이득이지!”몇몇 어르신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을 표했다.강성 4대 가문 중 다른 세 가문에는 각자 두 명의 전왕경에 오른 무인들이 입지를 다져주었다. 임 씨 가문은 현재 전왕경에 오른 강자가 고작 한 명뿐이니 발언권이 밀리는 것도 당연했다.이태준과 동맹을 맺는다면 흔들리는 가문의 입지를 굳건히 다지고 그들과 동등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듣고 보니 그러네!”임현식은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 백정이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할까 잠시 의심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임현식은 두 명의 원로를 대동하고 앞장서서 싸움터에 다가갔다.“무리 지어 와서 한 명을 공격하면 곤란하지! 북왕, 후방은 내가 맡지!”임현식은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기세로 정 씨 가문의 두 강자에게 달려들었다.그를 따르던 원로들도 어느새 싸움에 끼어들면서 정우 일행의 공격을 막아주었다.임 씨 가문의 도움으로 이태준 쪽이 조금 더 우세해졌다.그 모습을 본 임정휘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삼촌,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이태준은 저와 아린이를 함정에 빠뜨린 인물이에요! 우리를 안 도와주는 건 이해했습니다만, 이태준 편에 서서 우리 사람들을 상대하다니요!”임정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급히 따지고 들었다. 갑자기 누군가 머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진명이 이태준과 마찰을 빚은 건 그와 임아린을 구출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진명과 정 씨 가문 일행이 패배한다면 그들 부녀는 또 어떤 고문을 당해야 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물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임 씨 가문을 위해 그렇게 많은 헌신과 희생을 했는데, 심지어 딸을 압박해서 아티스트리 그룹을 팔아 가문을 도우라고까지
진명은 확신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헛소리 지껄이지 마!, 진명, 벤처 캐피털 배후는 내가 아니라 너랑 서 씨 가문이잖아! 감히 죄를 나한테 뒤집어씌우고 나랑 임 씨 가문 사이를 이간질해?”얼굴이 음침하게 굳은 이태준이 오리발을 내밀었다.그는 진명이 어떻게 그 사실을 알게 되었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중대한 사안이라 순순히 인정할 수 없었다.“이태준 씨, 내 말이 사실이 아닌지 여부는 본인이 더 잘 알잖습니까! 사내로 태어나서 자기가 한 일을 감히 인정하지도 않는 겁니까!”진명이 냉소를 지으며 반박했다.“나는 한 적이 없는 일을 왜 인정하겠어? 몰래 아티스트리 그룹을 인수한 건 너잖아! 그거로 임 씨 가문을 몰아세울 작정 아니었어? 도둑이 제 발 저린 줄도 모르고 엄한 사람을 물고 늘어지다니! 뻔뻔한 녀석!”이태준은 진명이 아티스트리 그룹을 인수했던 것이 떠올라서 그것을 꼬집고 나섰다.“뭐라고?”“진명 씨, 아티스트리 그룹을 인수한 사람이 진명 씨였어? 이게 사실이야?”임정휘와 임아린 부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명을 바라보며 물었다.“맞아요. 아티스트리 그룹은 제가 인수했습니다. 이태준 가문이 임 씨 가문에 다른 의도를 품고 접근할까 봐 보험 삼아 제가….”진명은 이태준처럼 뻔뻔해지지 못했다. 이태준이 이 사실을 까발렸으니 그는 대범하게 인정해 버렸다.“진명, 이제야 사실을 인정하는구나. 그 벤처 캐피털 배후는 서 씨 가문일 가능성이 가장 컸어. 넌 서 씨 가문과 손을 잡고 암암리에 예린 그룹을 공격하고 위기에 몰린 아티스트리 그룹을 인수했지! 예린 그룹을 완전히 무너뜨리려고! 복수 한번 잔인하구나!”이태준은 비웃음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이 모든 게 진명 저놈이 벌인 짓이었어!”이태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임 씨 가문 사람들이 들고 일어섰다.진명이 이태준을 배후로 주목한 뒤, 임현식은 잠깐 그를 의심했었지만 이태준의 궤변을 듣고 나니 왠지 그의 말에 더 신뢰가 갔다.이태준이 동맹과 정
임아린은 잔뜩 실망한 얼굴로 진명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말했다.사실 아주 예전에 임정휘를 비롯한 장로들이 벤처 캐피털의 배후에 진명과 서 씨 가문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가설을 제기한 적 있었다.하지만 임아린은 진명을 굳게 믿었다. 그녀가 아는 진명은 정 깊은 사람이라 이렇게 잔인한 방식으로 임 씨 가문을 몰아세우지 않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래서 모든 일의 배후는 서 씨 가문의 단독 소행이며 진명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믿었다.그런데 아티스트리 그룹을 인수한 숨은 배후가 진명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이 모든 시련의 주모자가 진명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진명에게 가졌던 모든 환상이 잔인하게 깨진 순간이었다.“젠장! 우릴 구하러 온 줄 알았더니 이태준이랑 똑같은 놈이었잖아!”눈에 독기를 품은 임정휘가 욕설을 퍼부었다.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벤처 캐피털이 존재했다. 그 회사가 예린 그룹을 상대로 횡포를 부리지 않았다면 회사에서 그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지금 같은 처지로 전락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모든 게 진명과 서 씨 가문의 음모라고 생각하니 그는 모든 분노와 원망을 진명에게 쏟았다.“임아린, 일단 내 말 좀 들어봐. 벤처 캐피털의 배후는 이태준이야. 나 아니라고…. 아티스트리 그룹을 인수한 건 당신을 돕고 싶어서였어. 아티스트리 그룹이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는 걸 지켜볼 수 없었다고.”진명은 다급히 해명하려고 나섰지만 임아린은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나를 돕고 싶었다고? 서 씨 가문과 결탁해서 내 할아버지가 몸져누운 기회를 틈타 예린 그룹을 압박한 거? 그게 날 도운 거란 말이야?”입술을 질끈 깨문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진명을 잊지 못해서 정략결혼만큼은 막으려고 했다. 그래서 아티스트리 그룹을 팔기로 결정했고 그녀의 아버지는 그 과정에서 가주의 자리까지 내놓아야 했다. 지금 그들 부녀는 가문에서 파문당할 위기까지 왔다.그런데 진명은 복수를 위해 이런 비열한 짓
이번 사건으로 임정휘는 회사의 대권과 가주의 자리를 잃었다. 진명과 서 씨 가문에 대한 그의 증오는 극에 달했다. 진명이 아무리 아니라고 말해도 그의 귀에는 변명으로만 들렸다.그 말을 들은 임아린은 입을 다물었다.며칠 전이었다면 진명을 믿을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하지만 가문 내부에 너무 많은 변고가 생겼다. 모두가 그녀에게 이 씨 가문과 정략결혼을 하라고 강요했다. 유일하게 그녀의 편에 서준 사람이 임정휘였다. 딸을 보호하기 위해 그는 가주의 자리까지 잃었다.지금 그녀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아버지인 임정휘밖에 없었다.임정휘가 진명과 서 씨 가문을 배후라고 지목했을 때, 조금 주저는 했지만 결국 그녀는 아버지를 믿기로 했다.임아린이 침묵을 고수하자 진명도 그녀의 마음을 알아챘다.모든 희망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실망만 남았다.예전의 그는 언젠가는 임아린과 다시 잘될 날이 올 거라 믿었고 한 번도 진심으로 그녀를 포기한 적 없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걸었던 모든 희망과 기대가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상대가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데 혼자 구차하게 매달리는 것보다 빠른 포기가 모두에게 나은 선택이었다.“아린 씨는 정말 바보예요. 진명이 당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헌신을 했는데 어떻게 사람에게 그렇게 상처 주는 말을 해요! 정말 너무하네요!”분노한 서윤정이 임아린을 쏘아보며 비난했다.임아린이 그녀의 라이벌이기는 하지만, 그래서 진명이 빨리 그녀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기를 바랐지만 그녀가 이런 식으로 좋아하는 남자에게 상처 주기를 원했던 게 아니었다.“서윤정 씨, 여긴 당신이 끼어들 자리가 아니에요!”임아린이 차갑게 말했다.안 그래도 혹시 저번처럼 진명을 오해한 게 아닌가 잠시 주저하긴 했지만 진명과 서윤정이 사귀는 사이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시 분노가 치밀었다.이제 진명은 그녀의 남자친구가 아닌 서 씨 가문에서 점찍은 사윗감이었다. 임 씨 가문이 그에게 했던 일을 생각하면 복수를 계획해도 모자를 판에 진심으로 그녀를 도울 리 없다.“정말 은혜도
임현식은 살기가 득실거리는 눈으로 진명을 쏘아보았다.다른 장로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증오에 찬 눈빛으로 진명 일행을 노려보았다.“어르신,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벤처 캐피털의 배후는 이태준이지 제가 아닙니다.”진명은 불쾌한 얼굴로 다시 한번 강조했으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현식이 그의 말을 가로챘다.“헛소리 그만 지껄여! 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 아직도 우리와 북왕의 사이를 이간질해? 정말 답도 없는 놈이네! 예린 그룹을 대표해서 네놈에게 본때를 보여줘야겠어!”차갑게 말을 마친 그는 손톱을 날카롭게 세우고 진명에게 달려들었다.“감히 누구한테!”“진 선생은 우리 정 씨 가문에 수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진 선생을 해하려는 자는 우리 정 씨 가문의 적입니다!”정우가 냉소를 지으며 손짓하자 전왕경을 돌파한 노인이 진명의 앞을 막아서더니 임현식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쾅!격렬한 마찰음과 함께 임현식과 노인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두 사람의 실력이 비등비등했기에 숨 막히는 신경전이 오갔다.임현식과 노인이 싸우는 사이, 임 씨 가문 장로들이 정우가 데려온 무인들을 향해 달려들면서 혼란한 전투가 벌어졌다.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태준은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다.정 씨 가문에는 실력이 출중한 무인이 많았다. 그와 이 씨 가문이 혼자 상대하기엔 버거운 적이었다.그런데 임 씨 가문에서 돕겠다고 나서주었으니 승리는 그들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진명, 넌 몇 번이고 우리 가문이 하려는 일을 방해했어! 나도 줄곧 너를 없애버릴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고! 그런데 네가 오늘 네 죽음을 자처하고 나섰으니 그 소원 이루어 주지!”이태준은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공중으로 치솟아 진명의 방향으로 주먹을 날렸다.“어딜 감히!”이태준과 대치하던 노인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임현식을 밀어내고 이태준의 등에 주먹을 꽂았다.“일단 이 귀찮게 하는 영감부터 처리해야겠군! 진명 넌 얌전히 기다려!”분노한 이태준이 살기를 품고 노인에게 달려들었다.혼자서 두 명이나 상대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