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으로 따졌을 때, 진명은 북왕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났기에 이영걸이 진명을 무너트리는 건 개미 밟는 것만큼 쉬웠다.어느 방면에서 봐도 진명은 질게 뻔했다.“당신......”진명은 얼굴이 어두워지며 이영걸의 건방짐에 분노했다.“진 도련님이 자격이 없다고 누가 그래?”“이영걸, 너 진짜 허세가 대단하네. 내가 봤을 때 진짜 자격이 없는 사람은 너야!”마침 이때, 차가운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남왕의 아들 김욱은 부하들을 데리고 무서운 기세로 밖에서 걸어 들어왔다.“김욱, 너야?”“네가 왜 여깄어?”이영걸의 시선은 김욱을 향했고, 그는 깜짝 놀랐다.여긴 날개범 나기웅의 아지트였고, 북왕 세력의 구역이기도 했다.하지만 김욱은 남왕의 아들로써 이곳에 나타났으니 이영걸은 어느 정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도련님, 제가 늦은 건 아니죠?”김욱은 이영걸을 무시하고 바로 진명의 곁으로 가서 친절하게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아니요, 제때 오셨네요.”진명이 웃었다.“김욱, 알고 보니 이 자식 네 부하였구나!”“어쩐지!”이영걸은 진명을 보고 또 김욱을 보더니 그제서야 깨달은 듯했다.“부하?”“이영걸, 너 말 실수했어. 난 감히 그렇게 못 하지!”“도련님은 내 친구야. 나랑 동급이지 내 부하가 아니야.”김욱은 담담하게 말했다.“뭐라고?”“쟤랑 너랑 동급이라고?”김욱의 발언은 마치 무거운 폭탐처럼 이영걸과 나기웅 그리고 사람들을 놀래켰다.특히 나기웅과 손은총은 진명이 아무 것도 없는 고아라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그들이 진명을 상대하려 했던 건 진명이 힘과 권력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들을 어쩌지 못 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 남왕의 아들 김욱은 진명이 자신과 동급이라고 말했고, 이런 신분은 그들보다 두 세배는 더 높았으며 그들이 우러러 봐야하는 존재였다.이건 완전히 두 사람이 진명에 대한 인식을 뒤집었다.두 사람이 얼마나 놀랐는지는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이영걸도 마찬가지였다. 방금까지만 해도 그는 제대
“난 여기까지만 말할 거야. 믿든지 말든지 너 마음대로 해!”김욱은 콧방귀를 뀌었다.그는 이영걸의 부하가 아니었기에 그에게 많은 걸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게다가 남북 두 왕은 늘 서로의 적이었고 마치 물과 불 같은 사이였다.기왕 이영걸이 진명의 신분 배경을 믿지도 않고, 심지어 진명을 적으로 삼으려 하니, 마침 그에겐 이득이어서 나쁠 게 전혀 없었다.“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김욱, 너 오늘 이 자식 도와주러 온 거야?”이영걸은 김욱을 보며 차갑게 물었다.그의 마음속엔 이미 진명이 대단한 인물이 아니라는 걸 확정지었고, 게다가 진명과 김욱의 관계가 친한 걸 보니 그는 이미 진명을 김욱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남북 두 왕의 관계는 늘 평화롭지 않아서 김욱의 친구는 그의 적이었고, 그는 더욱 쉽게 진명을 놓아줄 수 없었다.“그렇다면 어쩔건데!”“도련님은 내 친구야, 당연히 도와야지!”김욱은 단호하게 말했다.“네가?”“김욱, 네 레벨은 선천초기밖에 안돼. 이 바닥에서 제일 밑바닥인 실력이고 나랑은 월등히 차이가 나지!”“넌 딱 봐도 내 적수가 아닌데 무슨 자격으로 날 상대하겠다는 거야?”이영걸은 웃으며 무시하는 눈빛으로 김욱을 보았다.비록 남북왕의 세력은 그동안 자주 마찰이 있었지만, 그와 김욱은 그들의 자식으로써 보통은 충돌하는 경우가 없었다. 서로의 문제가 더 커지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었다.하지만 김욱은 이번에 주제도 모르고 아무나 자신의 구역으로 데려왔으니, 이건 딱 봐도 죽고싶다는 뜻이었다.그는 마침 이번 기회로 김욱을 제대로 혼내줄 수 있었고, 김욱을 심하게 다치지 않게만 하면 됐었다. 그럼 남왕이 알게 되더라도 그는 어쩔 수 없이 화를 삼켜야 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너......”김욱의 얼굴은 빨개졌다.레벨이 비교적 낮은 건 그의 약점이었기에 이영걸이 비웃는 건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과 같았다.그는 속으로 매우 분노했다.단지 이영걸의 말이 사실이었기에 그가 아무리 화가 나도 반박할 수 없었다.“그쪽 말
“뭐라고요?”이영걸은 이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방금 나기웅은 이미 분명 그에게 진명이 힘도 권력도 없는 고아라고 말해줬어서 그는 철썩 같이 믿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진명은 남왕의 아들 김욱과도 인연이 있었고, 게다가 4대 가문중 하나인 서씨 가문과도 인연이 깊었다.이게 어떻게 힘도 없고 권력도 없는 걸까?나기웅이 멋대로 말한 건가?이영걸은 분노해서 나기웅을 노려봤고, 나기웅의 뺨을 당장이라도 세게 때리고 싶었다.나기웅은 얼굴이 창백해져서 마음이 이미 바닥까지 내려 앉았다.이전에 그는 진명이 서씨 가문과 인연이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손은총이 그에게 그건 진명이 제왕구슬을 서씨 어르신께 양보해줘서 서씨 가문과 살짝 알게된 사이라고 말해주었다.서로 돈으로 물건을 거래한 사이이니 이미 끝난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도 손은총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서씨 가문은 이런 작은 은혜 때문에 조건 없이 계속해서 진명을 도와줄 일은 없었다.하지만 현실은 두 사람의 뒷통수를 때렸고, 서준호는 다시 한번 진명의 옆에 서주었다.게다가 서준호의 태도는 매우 견고했다. 최대한 진명을 보호하기 심지어 북왕의 아들인 이영걸을 적으로 두었고, 이런 관계는 그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깊을 수밖에 없었다.“나도 있어!”“이영걸, 난 도련님의 친구야. 만약 네가 도련님을 상대할 거라면, 우선 나랑 준호 도련님 이 두 관문을 넘어야 할 거야!”김욱도 나섰다.그는 석지훈한테 진명과 서씨 가문의 관계가 가볍지 않다고 들었어서 서준호가 강하게 진명을 위해 나서주는 모습을 보니 그 사실을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당신들......”이영걸의 얼굴은 빨개지며 이보다 더 안 좋을 표정일 수가 없었다.그는 김욱을 안중에 안 둘 수 있었지만 서준호는 달랐다.서준호는 강성에 젊은 사람들 중에서 손꼽히는 출중한 인물이었고, 레벨은 진작에 선천절정에 도달해서 실력이 그 보다 훨씬 뛰어났다.만약 상대와 정말로 충돌이 생긴다면 그는 절대로 서준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이
게다가 양쪽의 날카로운 기세를 보자 분위기가 이상한 걸 느꼈다.그는 무슨 일인지 몰라서 속이 답답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이영걸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다 들은 후 박기태는 의외라고 생각하며 진명 쪽을 보고 이상한 듯 물었다. “도련님, 이 진명이라는 사람 어떤 사람이길래 동시에 서씨 가문과 남왕 어른한테 빌붙게 된 거죠? 능력이 대단한가 봅니다!”“저도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아마 고아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이영걸이 간단하게 설명했다.“고아요?”박기태는 멍해졌고 어느정도 놀랐다.하지만 진명이 대가문의 자식이 아니라 고아인 걸 알고 그는 진명을 무시할 수밖에 없었고 진명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기태 도련님, 서준호와 김욱 두 사람이 연합해서 저를 상대하려고 하는데, 도련님께서 꼭 저 좀 도와주셨으면 합니다…”이영걸이 얼른 말했다.“영걸 도련님, 걱정 마세요. 저희는 친구잖아요, 절대 옆에서 가만히 보고있진 않을 겁니다.”박기태는 웃으며 말했고, 동의하진 않았지만 반대하지도 않았다.“박기태, 어쩌려고? 너 지금 우리 서씨 가문을 적으로 두려는 거야?”서준호는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렇게 심각하진 않아.”“서준호, 내가 봤을 때 이건 큰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중재인으로써 양쪽 다 내 체면을 생각해서 각자 한 발씩 물러나서 양보하자.”“어떻게 생각해?”박기태가 물었다.“어떻게 양보하라는 건데?”서준호의 표정이 살짝 풀렸다.현재 박기태의 참여로 인해 양쪽은 2:2가 되어 세력이 동등해졌다.만약 조정할 수 있으면 그게 제일 좋았지만, 만일 정말 충돌이 일어나면 그때 가서 그 누구도 이득을 얻을 수 없었다.“아니면 이렇게 하자. 이 진명이라는 사람한테 나기웅을 놓아주라고 하고, 영걸 도련님도 더 이상 나기웅을 때린 것에 대해서 책임을 묻지 마세요.”“양쪽에서 이렇게 끝내야, 큰 일도 사소한 일이 될 수 있고, 사소한 일을 없던 문제로 만들 수 있죠!”박기태는 웃으며 말했다.“저는 불만
”서준호와 김욱의 체면을 봐서 너에게 선택의 기회를 한 번 더 줄게, 지금 나기웅을 놔주면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하고 네가 무사하게 여길 떠날 수 있도록 보장할게! 그렇지 않으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박기태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서준호와 박기태의 지위와 실력은 큰 차이가 없었기에 만약 서준호가 박기태의 체면을 깎아내린 거라면 박기태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한낱 보잘것없는 고아 주제인 진명에게 체면을 짓밟히다니! 이건 분명 죽고 싶어서 환장한 게 아닌가!박기태 마음속의 화가 점점 불타오르기 시작했다.“내가……”“진명아, 어차피 나 별로 다치지도 않았어, 이 일은 이쯤에서 그만하는 게 어때?”진명이 입을 열자마자 뒤에 서있던 이가혜가 그의 말을 끊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팔을 잡아당겼다. 예전에 이가혜는 진명이 어쩌다 운 좋게 서 씨 가문과 남 왕의 아들인 김욱과 관계를 맺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진명을 위해 두 발 벗고 나서는 서준호와 김욱을 두 눈으로 직접 보니 그녀는 자신이 지금까지 진명을 너무 낮게 평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명의 실력은 그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마어마했다! 이 사실에 이가혜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놀라움도 잠시, 진명은 결코 대가족의 피가 섞인 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신분이나 지위로는 이영걸과 박기태랑 비교조차 할 수 없었기에 서준호와 김욱이 지금 이 순간은 진명을 지켜줄 수 있어도 평생 지킬 순 없는 것이다. 만약 진명이 이가혜를 위해 이영걸과 박기태 두 사람에게 밉보이기라도 하면 그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그녀는 자신의 일로 진명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안돼! 오늘 무조건 네 일을 해결해 주겠다고 전에 얘기했었잖아, 뱉은 말은 책임져야지!”진명은 차갑게 얼어버린 이가혜의 손을 가볍게 토닥이면서 남자답게 말했다. 솔직히 진명도 이영걸과 박기태를 건드리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사내로 태어났으면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이 있
더군다나 김욱과 진명 두 사람의 관계는 서 씨 가문처럼 그렇게까지 돈독하지 않았기에 김욱은 고민될 수밖에 없었다. 눈치 빠른 박기태가 이내 김욱의 생각을 꿰뚫어보고는 잠시 머리를 굴리더니 웃으면서 말했다.“김욱, 너 잘 생각해야 돼! 내 실력이 서준화와 비슷해서 저자를 어떻게 할 수가 없지만, 마찬가지로 서준호도 날 쉽게 건들지 못해! 하지만 넌 다르지, 이 도련님은 너보다 실력이 훨씬 뛰어나기에 넌 절대 감당 못해! 만약 네가 끝까지 우리 둘을 상대로 싸워보겠다고 하면 죽음을 자초하는 꼴 밖에 안되는 거야!”박기태는 말을 하며 몰래 이영걸에게 눈빛을 보냈고 이영걸도 바로 말을 보탰다.“박 도련님 말이 맞아! 김욱, 네가 지금이라도 물러서면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해줄게. 하지만 네가 끝까지 고집을 부린다면 그땐 후회해도 늦는 거야. 내가 실수로 널 장애인으로 만든다거나 네 그 잘생긴 얼굴에 평생 남을 상처라도 생기면 넌 이 바닥에서 끝이라고!”김욱만 여기서 빠져준다면 서준호 한 사람을 상대하기엔 훨씬 쉬웠기에 이영걸은 김욱에게 겁을 주려고 큰소리로 협박했다.“이영걸, 어디서 되지도 않는 협박이야! 이 바닥에서 의리를 빼면 시체라는 걸 너도 잘 알잖아, 진 도련님은 내 친구야, 난 절대 친구를 버리고 도망가는 짓은 안 해!”김욱은 이내 진명을 돕기로 결정했다.“죽으려고 환장했네!”이영걸은 싸늘한 눈빛으로 언성을 높였다.“뭘 믿고 그렇게 자신 있는 거야! 레벨로 치면 난 너를 이길 수 없지만 진 도련님이 널 없애는 건 식은 죽 먹기야!”김욱은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그는 진명이 종사의 경지까지 오른 강자라는 생각에 더욱 자신감이 생겼다.“웃기는 소리하고 있네! 내 레벨은 선천 절정까지 한 발의 차이야, 서준호와 박 도련님을 빼면 강성 시의 젊은이들 중 나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 고아일 뿐인 저놈이 어떻게 내 상대가 되겠어!”이영걸은 호탕하게 웃으며 경멸의 눈빛으로 진명을 바라보았고 이내 다시 말을 이어갔다.“저놈이 지금 채
두 사람은 진명과 임아린의 관계를 잘 알고 있었기에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임아린이 진명을 위해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하지만 박기태는 이를 몰랐기에 이내 환한 미소와 함께 임아린에게 다가갔다.“아린아, 네가 여기엔 어쩐 일이야? 설마 일부러 나 도와주러 온 거야?”그는 웃으며 임아린의 아리따운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고 눈빛에는 야릇함이 묻어 있었다. 임아린은 강성 시의 4대 미인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절세미인으로써 그녀를 연모하는 남자들이 셀 수도 없이 많았고 박기태가 바로 그중 한 명으로 임아린을 쫓아다닌 지 벌써 2년도 넘었다. 그는 이렇게 갑자기 나타난 임아린이 더 생각할 것도 자신을 위해 달려온 것이라고 여겼다. 설마 저 고아 놈 때문에 온 건 아닐 테니까!“비켜, 난 네가 아니라 진명을 도우려고 왔어!”임아린은 언짢은 표정으로 박기태를 힐끔 쳐다보았다. 박기태는 강성 시에서 유명한 바람둥이였고 하루 건너 여자친구를 바꿨기에 책임감이 없는 남자를 싫어하는 임아린은 박기태가 너무도 역겨웠다.“뭐라고? 그, 그럴 리가!”박기태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고고한 성격으로 강성 시에서 얼음 미녀로 불리는 임아린은 낯선 사람과 거리를 둘뿐만 아니라 특히 남자와는 말도 섞지 않기로 유명했다. 박기태는 이런 성격의 임아린이 어떻게 고아인 진명 저놈과 알게 되었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더군다나 임아린이 진명을 위해 이렇게 한걸음에 달려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저… 저놈 대체 정체가 뭐야?”이영걸과 나기웅 등 사람들도 충격을 받았다.진명처럼 빵빵한 가정배경도 없는 고아 따위가 남 왕의 도련님인 김욱과 서 씨 가문과 친할 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이젠 임 씨 가문의 공주님인 임아린마저 그를 위해 친히 달려오다니.이건 권력도 세력도 없는 게 아니라 권력과 세력이 하늘을 찌르는 정도였다!이영걸과 박기태 같은 탑 급 도련님들도 3대 탑 급 세력을 동시에 부를 수 없을 텐데 진명은
임아린은 이렇게 작은 곳에 4대 탑 급 세력의 후손들이 동시에 모일 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다행히 그들은 도우려는 상대가 명확했고 대립관계가 이미 형성되었으며 한눈에 봐도 서진호 남매와 김욱 그리고 진명은 한 편이었다. 그 모습에 임아린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에 하나, 여기에 있는 4대 세력이 전부 진명의 적군이라고 하면 임 씨 가문의 세력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1 대 4는 무리였다!“진명, 너…”임아린이 진명에게 물어볼 말이 있어서 다가갔지만 남성 재킷을 몸에 걸치고 그의 곁에 서있던 이가혜를 힐끔 보더니 얼굴이 순간 어두워진 채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고 고개를 홱 돌려 진명을 쳐다보지 않았다.“아린아, 왜 그래?”진명이 어리둥절해서 묻자 하소정이 다가와서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진명야, 네 얼굴에 립스틱 자국이 있어, 어떤 여자가 남긴 거야…”“뭐라고?”깜짝 놀란 진명은 손으로 얼굴을 쓱 닦더니 손에 묻은 립스틱 흔적을 보면서 순간 굳어버렸다. 그는 방금 전에 이가혜를 구해줬을 때 그녀가 흥분한 나머지 그의 볼에 입 맞췄던 기억이 떠올랐고 립스틱 흔적은 아마도 그때 남긴 것으로 짐작됐다!“아린아, 내 말 좀 들어봐, 이건 오해야…”진명은 그제야 서윤정이 자신을 만났을 때 왜 갸우뚱거렸는지 깨달았고 다급한 목소리로 설명했다.순간, 그는 입이 열 개라도 설명하기 힘들었고 서윤정과 이가혜가 왜 자신에게 귀띔해 주지 않은 건지 원망스러웠다! 저 두 사람은 분명 립스틱 흔적을 보았을 텐데 아무도 그에게 말해주지 않다니, 이건 일부러 그에게 창피를 주려는 목적이 아닐까!“오해가 맞든 아니든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너와 난 그런 사이도 아닌데 나한테 설명할 필요 없어!”말을 하는 임아린의 표정은 덤덤했지만 말투는 더할 나위 없이 쌀쌀했다.“진짜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됐어, 그만 얘기해, 듣고 싶지 않아!”난감해진 진명이 어떻게든 설명해 보려고 했지만 임아린은 기분이 언짢은 듯 냉랭하게 그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