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저한테 정말 고마우시면, 앞으로 언니의 마음을 얻어서 잘 챙겨주세요. 절대 실망시키면 안돼요!”하소정은 반달모양 눈을 하고 웃었다.그녀가 계속해서 진명을 도와준 건 진작에 임아린이 진명한테 호감을 갖은 걸 알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개인적으로 진명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꼈고, 가까스로 사촌언니랑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아무리 장난기가 많아도 절대 쉽게 자신의 사촌 언니를 넘겨주지 않았을 테다!“걱정 마, 난 아린이한테 잘 해줄기만 해도 모자란데 어떻게 실망시키겠어?”진명은 믿음직스러운 얼굴로 약속했다.“지금 한 말 절대 까먹지 마세요!”“만약 앞으로 우리 언니 괴롭히기라도 하면 내가 제일 먼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하소정은 주먹을 꽉 쥐고 위협적으로 말했다.이때 멀리 앞에 서 걷고 있던 임아린은 드디어 수상함을 느끼고 뒤돌아 하소정과 진명 두 사람을 이상하게 보았다. “소정아, 둘이 뒤에서 뭘 속닥거리고 있는 거야?”“아무것도 아니야, 진수한테 오늘 언니 예쁘다고 말하는 중이었어!”하소정이 웃으며 말했다.“쳇, 거짓말.”임아린은 살짝 콧방귀를 뀌었지만, 얼굴은 살짝 빨개졌다. 그리고 머릿속엔 아까 진명이 영화관에서 강제로 자신을 안았던 다정한 행동이 생각났다.그녀는 예전에 늘 진명이 정직한 남자라고 생각했으나, 역시 남자는 다 똑같았다!“거짓말 아니야, 못 믿겠으면 진수한테 물어봐.”하소정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소정이 말이 맞아. 아린이 넌 언제든지 예쁘고 꼭 선녀 같아!”진명은 부리부리한 눈으로 그녀를 칭찬했다.“나… 나 너네랑 말 안 할래…”임아린의 작은 얼굴은 더욱 빨개졌고, 심장 안은 마치 사슴이 날뛰는 것처럼 계속 미친듯이 뛰고 있었다.비록 그녀는 자신과 진명이 같은 세계 사람이 아니라서 절대 사귀지 못 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왠지 모르게 진명의 칭찬은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말처럼 들렸고, 그녀는 그걸 듣는 게 너무 좋았다. 마치 마음 속에 꿀이라도 바른 것
여자들은 늘 자신을 높이사는 사람을 위해 꾸미는 걸 좋아했다.곧 진명이 자신을 만나러 올 테니, 그녀는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진명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그녀가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는 자신도 몰랐다. 아마 여자들은 다 예뻐 보이는 걸 좋아해서가 아닐까?이때, 강선희가 안방에 들어왔고 이상한 눈빛으로 딸을 보았다.“가혜야, 너 평소에 수수한 거 좋아하지 않았어? 이제 겨우 점심인데 갑자기 화장은 왜 한 거야?”“설마 무슨 일 있어서 나가는 거야?”그녀의 엄마는 의심스럽게 물었다.“아니요, 이따가 친구가 올 거라서요.”이가혜는 옅게 웃었다.“친구?”“남자야, 여자야?”강선희는 갑자기 생각나서 물었다.“남자요”이가혜는 별 생각 없이 대답했다.“설마 너 남자친구 생긴 거야?”“너 언제부터 남자친구 생겼어? 엄마 아빠한테 말도 안 하고!”강선희는 눈을 반짝이며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다.이가혜는 얼굴이 빨개졌다. “엄마, 오해하셨어요. 제가 남자친구가 어딨어요? 진명이는 제 대학동기지 남자친구는 아니에요…”“대학동기가 좋지, 서로 잘 아는 사이잖아!”“지금 남자친구가 아니어도 상관없어. 나중에라도 된다면 다 같은 거니까.”이가혜의 엄마는 의미심장하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이가혜는 얼굴이 더 빨개진 채 동의하지 않았다. “엄마, 막말하시면 안돼요. 진명이는 진짜 제 좋은 친구예요, 저희 사이는 순수한 우정이라고요…”“순수한 우정은 무슨!”“너 이제 나이가 몇인데, 아무런 생각도 없는 거니?”“옆집에 너랑 동갑인 이웃아가씨 애는 벌써 걸음마까지 뗐어!”“근데 너는? 여태 남자친구 하나 없고 진짜 엄마 아빠 애타서 죽게 만들래?”이가혜 엄마는 썩 좋지 않은 표정으로 꾸짖었다.“아이고, 저 대학 졸업한 뒤로 계속 일하느라 바빠서 남자친구 만날 시간도 없었어요…”“이건 제 탓이 아니에요.”이가혜는 억울한 듯 말했다.그녀의 성격은 늘 보수적인 편이라 대학 다닐 땐 공부가 우선이어서 남자친구를 사귀지 않았다.졸업하고 나서 남자
아파트 단지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가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오토바이를 타고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진명을 발견했다.“진명아, 나 여기 있어.”이가혜의 얼굴에는 어느새 예쁜 미소로 가득한 채 다가오는 진명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이를 본 진명은 밝은 미소로 대답하며 그녀의 앞에서 멈추었다.“가혜야, 이건 아티스트리 브랜드 화장품이야. 너 주려고 갖고 왔어.”진명은 화장품 세트 두 개를 꺼내 이가혜에게 건넸다.“고마워…”화장품을 건네받은 이가혜의 머릿속에는 저번에 진명과 함께 밥 먹고 쇼핑을 했던 기억이 자신도 모르게 떠올랐고 갑자기 묘한 느낌이 온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그녀는 진명과 순수한 우정을 이어 왔었고 단 한 번도 진명을 남자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서 다시 만난 진명의 변화는 어마어마했다. 그에게서는 성숙한 남자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매력이 뿜어져 나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먹 실력도 많이 늘어서 쇼핑몰에서 자신을 보호해 주던 모습에 이가혜는 전에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안전감을 느낄 수 있었으며 대다수 여성들이 꿈꾸는 이런 안전감에 대한 로망은 이가혜도 예외 없이 갖고 있다.특히 방금 전에 엄마가 했던 말들이 이가혜의 마음에 와닿았다. 어차피 그녀도 혼자이고 진명도 여자친구가 없는데 두 사람이 만나보는 것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생각이 이가혜의 머릿속에서 빠르게 지나갔지만 그녀는 이내 이런 생각을 부정해버렸다.지금까지 진명을 친구로 여겼는데 친한 친구와 연애를 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이상했기에 이가혜는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가혜야, 뭘 그렇게 보고 있어? 내 얼굴에 뭐 묻었어?”이가혜가 진명을 빤히 쳐다보자 진명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지면서 물었다.“아, 아니야, 잠시 딴 생각 하고 있었어…… 진명아, 네가 이렇게 온 김에 우리 집에 잠깐 가자, 우리 엄마 아빠가 널 만나보고 싶어 하셔.”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이가혜는 엄마의 당부가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말을 꺼냈다.“아저
이문해가 친절한 말투로 진명을 소파로 안내했고 서로 간단한 인사치레를 주고받았다.“진명아, 너한테 몇 가지 궁금한 게 있어. 고향이 어디야? 부모님은 무슨 일을 하셔?”강선희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고 진명은 마음이 조금 울적해진 채 대답했다.“전 고아예요, 어릴 때부터 강성 시에 있는 한 고아원에서 자랐어요……”“고아? 그럼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있어?”고아라는 말에 이문해와 강선희 부부의 얼굴에 웃음기가 싹 사라지고 순간 굳은 표정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강선희가 또다시 물었다. 고아인 진명에게 아무런 가정 조건도 없지만 만약 그가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고 수입이 높거나 회사에서 직급이 높다면 미래의 발전 가능성이 크기에 강선희는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저는 현재 한 화장품 회사에서 대표님 비서로 일하고 있습니다.”진명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강선희는 비서직이 막말로 잡일을 처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진명의 수입이 그리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발전 가능성은 더욱 없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으며 이로 인해 마음이 점점 식어가고 있었다.“그럼 집이랑 차는 있어?”“아니요, 아직 안 샀습니다.”고개를 좌우로 흔들던 진명은 그제야 이상한 낌새를 감지했다. 강선희의 질문들이 왜 호구 조사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너무 이상한데?아직 안 샀다고? 비싸서 못 산 거겠지!이문해와 강선희 부부의 마음은 차갑게 식어버렸다. 집에 들어올 때까지는 겸손하고 예의 바르며 큰 키에 얼굴까지 잘생긴 진명에 대한 첫인상이 너무 좋았고 여러 면에서 이가혜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보아하니 진명은 고아에 뭐 하나 갖춘 것도 없고 심지어 가장 기본적인 집이랑 차도 없다니, 이건 그들이 생각한 이미지와는 차이가 너무 컸기에 실망감에 가득 찬 두 사람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딸과 진명을 엮어주려고 했던 계획을 접어버렸다.“가혜야, 잠깐 나 좀 봐, 할 얘기가 있어.”강선희는 이가혜를 힐끔 쳐다보더니 몸을 일으켜 이가혜를 데리고 안
얼굴이 한층 어두워진 강선희는 마음속으로 진명을 싸움밖에 할 줄 모르는 불량배로 자리매김해버렸고 엄마가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이가혜는 급한 목소리로 해명했다.“엄마, 엄마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 아무튼, 진명은 돈이 한 푼도 없는 게 아니라 모아둔 돈이 좀 있어요. 저번에 쇼핑몰에서 산 명품 옷들도 진명이 사준 거에요, 한꺼번에 몇 천만 원을 썼어요……”이가혜는 엄마로부터 진명을 인정받기 위해 옷을 샀던 일을 얘기했고 그녀의 말에 강선희는 깜짝 놀란 것도 잠시, 안색이 조금은 좋아졌다. 진명의 현재 상황에서 자신의 딸을 위해 그렇게 큰돈을 쓰려고 한다는 건 최소한 딸에게는 진심이라는 뜻이다.“아, 그래? 진명은 그 많은 돈이 어디서 났어?”“원석 내기를 해서 돈을 좀 벌었어……”무의식적으로 대답하던 이가혜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차 싶어서 급하게 입을 다물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뭐라고? 진명이 도박까지 하다니!”강선희는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 이가혜 같은 젊은 사람도 원석 내기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데 강선희는 더더욱 알 리가 없었기에 당연히 일종의 도박일 것이라고 생각했다.“싸움에 도박까지 좋아하는 남자가 좋은 사람일 리가 없어! 가혜야, 너 앞으로 무조건 저 남자와 선을 긋고 멀리해야 돼! 아니다, 지금부터 아예 저 사람이랑 모든 왕래를 끊어버려, 절대 저 사람한테 물들어서는 안돼!”강선희는 화난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고 진명에 대한 인상은 이미 바닥을 쳤다. 자신 때문에 오해가 더 커졌다고 생각한 이가혜는 마음이 급해서 울 지경이었다.“엄마, 그런 거 아니에요, 진명은 엄마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엉망인 사람이 아니에요……”“됐어, 그만 얘기해, 우리 집은 저런 품행이 악랄한 사람을 환영하지 않아! 너 지금 당장 나가서 아무 이유나 만들어서 저 사람을 쫓아내! 난 다시는 저 사람을 보고 싶지 않아!”강선희가 딸의 말을 끊으며 역겨운 표정으로 말했고 그녀의 말에 이가혜가 깜짝 놀라며 다급하게 말렸다.“어떻게 그래요!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진명은 계속 거절했다.“오늘 주말이야, 출근할 필요도 없는데 너에게 중요한 일이 뭐가 있어, 아무튼 넌 오늘 무조건 점심 먹고 가야 돼.”이가혜가 계속 고집을 부리자 진명은 결국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했다.“잠깐만, 나랑 네 아빠도 같이 갈 거야!”이가혜가 진명을 끌고 집을 나서려고 하자 강선희가 이문해와 눈빛을 주고받으며 부부도 함께 따라나섰다. 방금 전에 안방에서 했던 대화로 강선희는 진명을 품행이 올바르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어 진명에 대한 경계심이 최고조에 달했기에 딸이 저런 사람과 단둘이서 나간다고 하니 당연히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잠시 뒤, 네 사람은 아파트 단지로 내려왔고 이가혜는 본인의 차에 진명과 강선희, 이문해를 태우고 근처에 있는 상업 단지로 향했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럭셔리한 레스토랑 앞에 차를 세웠다.“가혜야, 길거리에 있는 아무 식당에서 대충 먹으면 되는데 왜 이렇게 비싼 곳에 왔어?”어두운 얼굴을 한 강선희가 묻자 이가혜가 당당한 기세로 말했다.“진명이가 우리 집에 처음 왔는데 당연히 럭셔리한 레스토랑에서 대접해야죠.”진명은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일 뿐만 아니라 저번에 쇼핑몰에서 그녀를 위해 몇 천만 원을 써가면서 옷을 사줬는데 그런 진명의 진심에 그녀도 당연히 진심으로 대해야 하는 게 맞는 것이다!엄마의 쓴소리 정도는 나중에 얼마든지 더 들어도 되니까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너……”강선희는 딸의 말에 화가 치밀어 오르고 기분도 언짢았지만 곁에 서있는 진명에게 창피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에 일단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됐어, 이미 왔으니까 일단 밥부터 먹어.”이문해가 나서서 중재자 역할을 하자 강선희도 진명이 얼른 밥 먹고 꺼져 주기를 바랐기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네 사람은 그대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레스토랑 입구 근처로 걸어가던 중, 그들은 앞에서 걸어오던 한 쌍의 젊은 남녀를 마주하게 되었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커플로 보이는 두 사람 중 예쁜 얼굴
”연이야, 네 남자친구는 뭐 하는 분이야?”강선희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묻자 이연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웃으며 대답했다.“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자산이 대략 100억 정도 돼요.”“100억 정도라고?”이문해와 강선희에게 100억 정도의 자산은 이미 부자라고 생각이 들기에 이연의 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강선희는 언짢은 듯 이가혜를 째려보면서 마음속에는 딸에 대한 불만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가혜야, 네 사촌 언니를 좀 봐, 너와 나이가 비슷한데 이렇게 훌륭한 남자친구를 쉽게 찾았잖아. 근데 넌 지금까지 남자친구도 없고! 앞으로 언니한테서 많이 배워!”강선희의 딸은 모든 면에서 우수하고 이연보다 얼굴도 예뻤다. 강선희는 이가혜가 이연처럼 돈이 많은 남자친구를 만나길 바라지도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가정 형편은 갖춰진 훌륭한 청년이어야 하는데 고집스러운 딸은 수많은 훌륭한 남자들의 구애를 제치고 하필이면 진명 같은 품행이 불량한 고아와 만나겠다니. 강선희의 심정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엄마, 이런 것도 다 인연이 있는 거예요, 제가 안 찾고 싶은 게 아니라 아직 나랑 맞는 사람을 못 만난 거예요.”이가혜가 난감한 얼굴로 대답했다. 요즘 들어 엄마의 결혼 잔소리가 더 빈번해져서 이가혜는 귀에 딱지가 생길 지경이었다.“그만하고 밥 먹으러 들어가. 연이야, 너희 두 사람도 아직 식사 전이면 우리와 함께 하자.”이문해가 냉랭한 분위기를 깨면서 입을 열었고 이연과 성훈을 초대했지만 이연이 예의 바르게 거절했다.“아니에요, 숙부님, 점심 식사 맛있게 하세요, 저랑 성훈은 밖에서 중요한 고객님을 기다려야 해요.”“그래, 그럼 우린 먼저 들어갈게.”이문해 일행이 발걸음을 옮기는 과정에서도 성훈의 시선은 오랫동안 이가혜의 아름다운 뒷모습에 머물러 있었고 이를 본 이연은 불쾌한 표정으로 성훈을 꼬집었다.“뭘 보고 있어! 내 사촌동생이 예쁜 건 나도 아는데 그렇게 빤히 쳐다볼 필요는 없잖아!”성훈은 이연의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드릴 말씀이 있어요, 성훈 씨의 고객이 부잣집 도련님인데 나이도 젊고 훌륭할 뿐만 아니라 자산이 최소 2000억을 소유하고 계신 분이에요, 저와 성훈 씨가 가혜를 그분께 소개해 드리고 싶은데…… 두 분 의견은 어떠세요?”“정말이야? 너무 잘 됐네!”이연의 간단한 상황 설명에 이문해와 강선희 부부는 너무 좋아서 얼굴에 꽃이 필 정도였다. 상대방의 자산이 2000억이나 된다는 데 이 숫자는 부부에게 있어서 슈퍼 부자나 다름없었기에 단 한 번도 딸이 부잣집에 시집보내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부부도 이런 기회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만에 하나, 딸의 운이 좋아서 상대방 마음에 든다고 하면 그들의 앞날도 대박 날 것이 아닌가!“숙부님, 숙모님, 그럼 두 분께서 동의하신 거죠?“그럼, 우린 찬성이야.”이연이 히죽거리면서 묻는 말에 이문해와 강선희 부부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안돼요! 연이 언니, 언니 마음은 너무 고마운데 선을 볼 생각은 전혀 없어요!”깜짝 놀란 이가혜가 다급하게 거절했다. 물론 선을 보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서로 아무런 감정의 기초가 없을뿐더러 이가혜의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쫓아다니는 남자들도 줄을 섰는데 굳이 선을 볼 필요는 없었다. 만약 무조건 선을 봐야 한다면 그녀는 오랫동안 봐왔고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진명을 선택할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이가혜는 깜짝 놀라서 재빨리 생각을 억눌렀고 아무래도 요즘 엄마의 결혼 잔소리 때문에 점점 제정신이 아니어서 진명 생각까지 한 듯싶었다.“왜 안돼? 넌 지금 남자친구도 없는데 언젠가는 선을 볼 수밖에 없지, 그럴 생각이 없다는 게 무슨 말이야!”강선희가 언짢은 듯 뱉은 말에 이연도 얼른 부추겼다.“그래! 가혜야, 나랑 성훈 씨는 너를 후 도련님에게 소개만 해주는 거야, 성사가 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야. 그리고, 만약에 네가 상대방이 마음에 안 들면 나중에 대충 핑계를 찾아서 거절하면 되잖아.”“그래도……”이가혜가 여전히 고민을 하자 강선희가 강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