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씨 가문 별장.거실 안, 손일중과 손은총 부자 둘 다 있었다.“아버지, 전에 진명 그 자식을 상대할 수 있는 고수를 모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지금 일이 이미 며칠이나 지났는데, 왜 상대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죠?”손은총은 다급하게 물었다.“조급해하지 마, 모든 일엔 인내심이 있어야 해!”“이번엔 모신 건 도법의 날개범 나기웅이야. 그 자는 기술과 실력이 모두 석지훈 보다 훨씬 강하니까, 진명 같은 이름 없는 쓰레기를 상대하기엔 식은 죽 먹기지!”손일중은 차를 따르며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말했다.비록 그는 예전에 진명의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본 적은 없었지만, 그는 나기웅이 도법에서 터줏대감인 데다가 배후에 북 왕이 지지해주고 있는 걸 알았다.진명의 기술이 아무리 대단해도, 결국엔 혼자였고, 절대로 나기웅을 이길 순 없었다.“네, 맞는 말씀이시네요.”손은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마침 이때,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고, 집사가 밖에서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 “존경하는 어르신, 문 앞에 나기웅이라는 사람이 중요한 일이 있어서 찾아왔다고 합니다…”“나기웅이 왔어?”손일중은 잠깐 벙쪘다가 바로 깨달은 뒤 호탕하게 웃었다. “은총아, 들었지? 나기웅이 갑자기 직접 찾아오다니, 아마 이미 순조롭게 목적을 달성한 모양이구나. 이제 너도 걱정하지 마!”손은총은 기뻐했다. “잘 됐네요, 역시 날개범은 뭔가 다르긴 한가 보군요!”“가자, 같이 나가서 맞이해야겠어. 상대는 도법의 터줏대감이야, 우리가 예의를 지켜야지.”손일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비록 손씨 가문은 강성에서 2류 가문이고, 돈과 권력이 있었지만, 나기웅은 약자가 아니었고, 배후엔 일류가문 못지 않은 세력을 갖은 북 왕이 지지하고 있었다.나기웅 앞에서 손일중은 잘난 척할 수 없었다.“안 나오셔도 됩니다. 저 이미 들어왔거든요.”차가운 목소리가 울리며 나기웅은 뒤에 두명의 부하를 데리고 무서운 기세로 거실에 들어왔다.“기웅 동생, 얼른 와서 앉으세요!”손일
“아버지, 제가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것 같아요!”“지난번에 그 자식이 골동품 시장에서 돌 뽑기 할 때, 운 좋게 제왕구슬을 뽑았거든요, 그래서 그걸 서씨 어르신께 팔았고요…”손은총은 마음이 흔들려서 얼른 돌 뽑기에서 있던 일을 말했다.원래 그는 진명과 서씨 어르신이 돈으로 물건을 교환하고 퉁칠 줄 알았으나, 뜻밖에도 서씨 가문에서 진명을 위해 나설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건 믿기 힘든 일이었다.“그랬었구나.”손일중과 나기웅 두 사람은 놀랐고, 그제서야 진명과 서씨 가문의 관계를 알았다.특히 나기웅은 이전에 진명이 서씨 가문 사람인 줄 알고 살짝 두려워했지만, 지금은 진명이 운이 좋아서 서씨 어르신과 알게된 걸 알았으니 두려웠던 마음도 사라졌다.돈으로 물건을 교환하는 일은 너무 흔해서 특별할 게 없었다.서씨 가문에서도 이런 작은 은혜 때문에 계속해서 조건 없이 진명을 위해 나서주진 않을 테다.이건 애초에 비현실적이었다.당연히 그들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들이 몰랐던 건, 진명이 요즘 계속해서 서씨 가문을 돕고 있었고, 양쪽의 관계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다는 것이다.“기웅 동생, 이번에 완벽하지 못 한 자료를 준 건 내 실수예요, 이건 내가 사죄할게요…”“하지만 너무 걱정 말아요. 진명 그 자식은 잠깐 운이 좋았던 거지, 서씨 가문은 이미 모든 은혜를 다 갚았으니 절대 두 번 도울 일은 없을 거예요!”“다음번에는 절대 이렇게 운이 좋지 않을 거예요!”손일중이 말했다.“맞는 말씀이지만 세상에 단정지을 수 있는 건 없어요. 서씨 가문에서 또 나서줄지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는 일이에요!”“어쨌든, 이번 일은 너무 위험요소가 크네요. 손씨 가문에서는 다른 고수를 찾아보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나기웅은 손을 저으며 말했고, 이번 일에서 손 떼고 물러나 손씨 가문을 도와 진명을 상대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그러지 마세요!”“기웅 동생, 동생 뒤에 북 왕 어른이 계신 거 알아요. 북 왕 어른의 실력으로
“정가에 가시죠, 120억으로요!”“만약 못 하시겠으면, 손씨 가문에서 다른 분을 모시는 게 나을 것 같네요!”나기웅의 태도는 단호했다.“그럼… 그렇게 하시죠.”손일중은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비록 120억이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S그룹한테는 별 게 아니었다.두 부자를 대신해서 진명에게 본때를 보여줄 수만 있다면 이 정도 돈은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나 선생님, 제가 당부 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진명은 실력이 상당해서 상대하기 어려우실 겁니다.”“하지만 그 자식이 새로운 여자친구를 사귀었는데, 그 여자친구부터 건들이면 조금 더 수월할 수도 있습니다…”손은총은 살짝 망설이디가 이가혜에 대해서 나기웅에게 말했다.“좋아요, 아주 좋네요. 이건 아주 중요한 정보거든요!”“손 도련님, 이런 소중한 의견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걱정 마세요, 제가 조만간 그 자식 제대로 혼내서 절대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나기웅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사람은 욕심에 눈이 멀어 돈이라면 목숨을 걸 수도 있었다.도를 배우는 사람들은 늘 이익이 우선이었고,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았기에 손은총의 정보가 딱 그의 마음에 들었다.진명의 실력에 관해서는 저번에 그는 진명을 한 번 만났었고, 진명은 나이가 어려서 분명 대단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아예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그리고, 저는 진명이랑 원한이 깊어요. 만약 걔를 잡으면 우선 급하게 때리지만 마시고, 제가 먼저 제대로 괴롭히게 해주세요. 아니면 제 마음의 분노를 없앨 수가 없거든요!”손은총은 증오가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요, 그렇게 하시죠!”나기웅은 시원하게 승낙했다.......영화관 안.영화가 끝나고 나서 진명과 임이린 등 세 사람은 영화관에서 나왔다.자신이 방금 어둠속에서 다정하게 임아린을 안을 걸 생각하니 진명은 얼굴에 미소를 감출 수 없었고,마음이 너무 흥분 돼서 걸음걸이마저 가벼워졌다.임아린이 그의 손길을 거절하지 않았다는 건 그를 받아드렸다는 것과 같
“만약 저한테 정말 고마우시면, 앞으로 언니의 마음을 얻어서 잘 챙겨주세요. 절대 실망시키면 안돼요!”하소정은 반달모양 눈을 하고 웃었다.그녀가 계속해서 진명을 도와준 건 진작에 임아린이 진명한테 호감을 갖은 걸 알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개인적으로 진명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꼈고, 가까스로 사촌언니랑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아무리 장난기가 많아도 절대 쉽게 자신의 사촌 언니를 넘겨주지 않았을 테다!“걱정 마, 난 아린이한테 잘 해줄기만 해도 모자란데 어떻게 실망시키겠어?”진명은 믿음직스러운 얼굴로 약속했다.“지금 한 말 절대 까먹지 마세요!”“만약 앞으로 우리 언니 괴롭히기라도 하면 내가 제일 먼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하소정은 주먹을 꽉 쥐고 위협적으로 말했다.이때 멀리 앞에 서 걷고 있던 임아린은 드디어 수상함을 느끼고 뒤돌아 하소정과 진명 두 사람을 이상하게 보았다. “소정아, 둘이 뒤에서 뭘 속닥거리고 있는 거야?”“아무것도 아니야, 진수한테 오늘 언니 예쁘다고 말하는 중이었어!”하소정이 웃으며 말했다.“쳇, 거짓말.”임아린은 살짝 콧방귀를 뀌었지만, 얼굴은 살짝 빨개졌다. 그리고 머릿속엔 아까 진명이 영화관에서 강제로 자신을 안았던 다정한 행동이 생각났다.그녀는 예전에 늘 진명이 정직한 남자라고 생각했으나, 역시 남자는 다 똑같았다!“거짓말 아니야, 못 믿겠으면 진수한테 물어봐.”하소정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소정이 말이 맞아. 아린이 넌 언제든지 예쁘고 꼭 선녀 같아!”진명은 부리부리한 눈으로 그녀를 칭찬했다.“나… 나 너네랑 말 안 할래…”임아린의 작은 얼굴은 더욱 빨개졌고, 심장 안은 마치 사슴이 날뛰는 것처럼 계속 미친듯이 뛰고 있었다.비록 그녀는 자신과 진명이 같은 세계 사람이 아니라서 절대 사귀지 못 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왠지 모르게 진명의 칭찬은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말처럼 들렸고, 그녀는 그걸 듣는 게 너무 좋았다. 마치 마음 속에 꿀이라도 바른 것
여자들은 늘 자신을 높이사는 사람을 위해 꾸미는 걸 좋아했다.곧 진명이 자신을 만나러 올 테니, 그녀는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진명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그녀가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는 자신도 몰랐다. 아마 여자들은 다 예뻐 보이는 걸 좋아해서가 아닐까?이때, 강선희가 안방에 들어왔고 이상한 눈빛으로 딸을 보았다.“가혜야, 너 평소에 수수한 거 좋아하지 않았어? 이제 겨우 점심인데 갑자기 화장은 왜 한 거야?”“설마 무슨 일 있어서 나가는 거야?”그녀의 엄마는 의심스럽게 물었다.“아니요, 이따가 친구가 올 거라서요.”이가혜는 옅게 웃었다.“친구?”“남자야, 여자야?”강선희는 갑자기 생각나서 물었다.“남자요”이가혜는 별 생각 없이 대답했다.“설마 너 남자친구 생긴 거야?”“너 언제부터 남자친구 생겼어? 엄마 아빠한테 말도 안 하고!”강선희는 눈을 반짝이며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다.이가혜는 얼굴이 빨개졌다. “엄마, 오해하셨어요. 제가 남자친구가 어딨어요? 진명이는 제 대학동기지 남자친구는 아니에요…”“대학동기가 좋지, 서로 잘 아는 사이잖아!”“지금 남자친구가 아니어도 상관없어. 나중에라도 된다면 다 같은 거니까.”이가혜의 엄마는 의미심장하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이가혜는 얼굴이 더 빨개진 채 동의하지 않았다. “엄마, 막말하시면 안돼요. 진명이는 진짜 제 좋은 친구예요, 저희 사이는 순수한 우정이라고요…”“순수한 우정은 무슨!”“너 이제 나이가 몇인데, 아무런 생각도 없는 거니?”“옆집에 너랑 동갑인 이웃아가씨 애는 벌써 걸음마까지 뗐어!”“근데 너는? 여태 남자친구 하나 없고 진짜 엄마 아빠 애타서 죽게 만들래?”이가혜 엄마는 썩 좋지 않은 표정으로 꾸짖었다.“아이고, 저 대학 졸업한 뒤로 계속 일하느라 바빠서 남자친구 만날 시간도 없었어요…”“이건 제 탓이 아니에요.”이가혜는 억울한 듯 말했다.그녀의 성격은 늘 보수적인 편이라 대학 다닐 땐 공부가 우선이어서 남자친구를 사귀지 않았다.졸업하고 나서 남자
아파트 단지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가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오토바이를 타고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진명을 발견했다.“진명아, 나 여기 있어.”이가혜의 얼굴에는 어느새 예쁜 미소로 가득한 채 다가오는 진명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이를 본 진명은 밝은 미소로 대답하며 그녀의 앞에서 멈추었다.“가혜야, 이건 아티스트리 브랜드 화장품이야. 너 주려고 갖고 왔어.”진명은 화장품 세트 두 개를 꺼내 이가혜에게 건넸다.“고마워…”화장품을 건네받은 이가혜의 머릿속에는 저번에 진명과 함께 밥 먹고 쇼핑을 했던 기억이 자신도 모르게 떠올랐고 갑자기 묘한 느낌이 온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그녀는 진명과 순수한 우정을 이어 왔었고 단 한 번도 진명을 남자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서 다시 만난 진명의 변화는 어마어마했다. 그에게서는 성숙한 남자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매력이 뿜어져 나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먹 실력도 많이 늘어서 쇼핑몰에서 자신을 보호해 주던 모습에 이가혜는 전에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안전감을 느낄 수 있었으며 대다수 여성들이 꿈꾸는 이런 안전감에 대한 로망은 이가혜도 예외 없이 갖고 있다.특히 방금 전에 엄마가 했던 말들이 이가혜의 마음에 와닿았다. 어차피 그녀도 혼자이고 진명도 여자친구가 없는데 두 사람이 만나보는 것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생각이 이가혜의 머릿속에서 빠르게 지나갔지만 그녀는 이내 이런 생각을 부정해버렸다.지금까지 진명을 친구로 여겼는데 친한 친구와 연애를 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이상했기에 이가혜는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가혜야, 뭘 그렇게 보고 있어? 내 얼굴에 뭐 묻었어?”이가혜가 진명을 빤히 쳐다보자 진명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지면서 물었다.“아, 아니야, 잠시 딴 생각 하고 있었어…… 진명아, 네가 이렇게 온 김에 우리 집에 잠깐 가자, 우리 엄마 아빠가 널 만나보고 싶어 하셔.”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이가혜는 엄마의 당부가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말을 꺼냈다.“아저
이문해가 친절한 말투로 진명을 소파로 안내했고 서로 간단한 인사치레를 주고받았다.“진명아, 너한테 몇 가지 궁금한 게 있어. 고향이 어디야? 부모님은 무슨 일을 하셔?”강선희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고 진명은 마음이 조금 울적해진 채 대답했다.“전 고아예요, 어릴 때부터 강성 시에 있는 한 고아원에서 자랐어요……”“고아? 그럼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있어?”고아라는 말에 이문해와 강선희 부부의 얼굴에 웃음기가 싹 사라지고 순간 굳은 표정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강선희가 또다시 물었다. 고아인 진명에게 아무런 가정 조건도 없지만 만약 그가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고 수입이 높거나 회사에서 직급이 높다면 미래의 발전 가능성이 크기에 강선희는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저는 현재 한 화장품 회사에서 대표님 비서로 일하고 있습니다.”진명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강선희는 비서직이 막말로 잡일을 처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진명의 수입이 그리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발전 가능성은 더욱 없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으며 이로 인해 마음이 점점 식어가고 있었다.“그럼 집이랑 차는 있어?”“아니요, 아직 안 샀습니다.”고개를 좌우로 흔들던 진명은 그제야 이상한 낌새를 감지했다. 강선희의 질문들이 왜 호구 조사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너무 이상한데?아직 안 샀다고? 비싸서 못 산 거겠지!이문해와 강선희 부부의 마음은 차갑게 식어버렸다. 집에 들어올 때까지는 겸손하고 예의 바르며 큰 키에 얼굴까지 잘생긴 진명에 대한 첫인상이 너무 좋았고 여러 면에서 이가혜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보아하니 진명은 고아에 뭐 하나 갖춘 것도 없고 심지어 가장 기본적인 집이랑 차도 없다니, 이건 그들이 생각한 이미지와는 차이가 너무 컸기에 실망감에 가득 찬 두 사람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딸과 진명을 엮어주려고 했던 계획을 접어버렸다.“가혜야, 잠깐 나 좀 봐, 할 얘기가 있어.”강선희는 이가혜를 힐끔 쳐다보더니 몸을 일으켜 이가혜를 데리고 안
얼굴이 한층 어두워진 강선희는 마음속으로 진명을 싸움밖에 할 줄 모르는 불량배로 자리매김해버렸고 엄마가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이가혜는 급한 목소리로 해명했다.“엄마, 엄마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 아무튼, 진명은 돈이 한 푼도 없는 게 아니라 모아둔 돈이 좀 있어요. 저번에 쇼핑몰에서 산 명품 옷들도 진명이 사준 거에요, 한꺼번에 몇 천만 원을 썼어요……”이가혜는 엄마로부터 진명을 인정받기 위해 옷을 샀던 일을 얘기했고 그녀의 말에 강선희는 깜짝 놀란 것도 잠시, 안색이 조금은 좋아졌다. 진명의 현재 상황에서 자신의 딸을 위해 그렇게 큰돈을 쓰려고 한다는 건 최소한 딸에게는 진심이라는 뜻이다.“아, 그래? 진명은 그 많은 돈이 어디서 났어?”“원석 내기를 해서 돈을 좀 벌었어……”무의식적으로 대답하던 이가혜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차 싶어서 급하게 입을 다물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뭐라고? 진명이 도박까지 하다니!”강선희는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 이가혜 같은 젊은 사람도 원석 내기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데 강선희는 더더욱 알 리가 없었기에 당연히 일종의 도박일 것이라고 생각했다.“싸움에 도박까지 좋아하는 남자가 좋은 사람일 리가 없어! 가혜야, 너 앞으로 무조건 저 남자와 선을 긋고 멀리해야 돼! 아니다, 지금부터 아예 저 사람이랑 모든 왕래를 끊어버려, 절대 저 사람한테 물들어서는 안돼!”강선희는 화난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고 진명에 대한 인상은 이미 바닥을 쳤다. 자신 때문에 오해가 더 커졌다고 생각한 이가혜는 마음이 급해서 울 지경이었다.“엄마, 그런 거 아니에요, 진명은 엄마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엉망인 사람이 아니에요……”“됐어, 그만 얘기해, 우리 집은 저런 품행이 악랄한 사람을 환영하지 않아! 너 지금 당장 나가서 아무 이유나 만들어서 저 사람을 쫓아내! 난 다시는 저 사람을 보고 싶지 않아!”강선희가 딸의 말을 끊으며 역겨운 표정으로 말했고 그녀의 말에 이가혜가 깜짝 놀라며 다급하게 말렸다.“어떻게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