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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11화

Author: 조십일
그 순간, 한현진의 눈이 놀라움에 커다래졌다. 그러나 그녀는 곧 재빨리 문을 닫는 핑계로 고개를 돌렸다.

충격은 쉬이 가시질 않았다.

‘도일준 씨가 왜 회사까지 온 거야? 성 비서님이 말한 클라이언트가 바로 도일준 씨라는 거야? 대체 왜 서해금을 찾아온 거야? 무슨 생각인 거지?’

서해금이 아무 이유 없이 중요한 고객을 한현진에게 소개해 줄 리가 없었다. 도일준이 한현진을 불러달라고 한 걸까, 아니면 뭔가를 떠보려는 서해금의 수단일까?

그 짧은 시간 사이 한현진의 머릿속은 수만 가지 의혹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눈을 꼭 감고 복잡하게 끓어오르는 마음을 억지로 가라앉혔다. 몸을 돌린 한현진의 얼굴엔 이미 환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녀는 미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제가 늦었네요.”

서해금이 한현진의 표정을 살폈다. 격식 차린 미소를 짓는 한현진은 관찰하는 눈빛으로 도일준을 훑었다. 별다른 반응은 없는 것 같았다.

서해금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에요. 우리도 조금 전에 도착했어요.”

말하며 서해금이 한현진에게 손짓했다.

“한 대표, 여기 와서 앉아요.”

한현진이 다가가 서해금 곁에 앉았다. 도일준을 쳐다보던 한현진은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도일준이 회사에 온 목적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먼저 말을 걸었다가 만약 아는 사이라는 것을 서해금이 눈치챈다면 도일준의 뒷조사를 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그들의 계획을 알게 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도일준은 한현진과 진희연의 유도로 이미 남편의 죽음이 당시 신생아 사건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그가 만났던 사람은 서해금이 아니라 또 다른 남자였다. 그러니 그 남자만 찾아낸다면 모든 증거들이 사슬처럼 이어질 수 있었다. 그래야만 서해금을 법의 심판대로 올릴 수 있었다.

사건의 키 포인트는 그 남자에게 있었다. 이런 타이밍에 도일준이 서해금의 가시범위 안으로 들어오는 건 절대 좋은 일이 아니었다.

서해금은 포장된 예쁜 인형이 아니었다. 그녀는 사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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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이자 조예준이 룸을 나서며 문을 꼭 닫았다. 조예준을 향한 도일준의 시선이 떨어질 줄 몰랐다. “조 셰프님은 진미가에서 마지막으로 모신 셰프님이세요. 다른 셰프님들과는 달리 다른 일을 하시다가 셰프로 전향하신 케이스예요. 아마 이쪽에 천부적 재능이 있었던 것 같아요.”“굴러 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는 말처럼 지금은 진미가에서 제일 예약하기 어려운 셰프님이세요.”강한서는 말하며 계란술국 한 그릇을 떠 천천히 도일준 앞으로 내밀었다. 그는 계란술국을 가리키며 말했다. “도일준 씨, 드셔보세요.”계란술국을 바라보는 도일준의 눈앞에 과거의 장면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무너져가는 집, 돈 새는 구멍이라며 학교도 못 가게 하더니 고기 한 점 더 먹었다는 이유로 잔소리를 늘어놓던 부모.그리고 계란술국을 들고 몰래 방으로 들어와 앞으로 술국은 전부 누나에게 줄 테니 울지 말라며 달래던 어린 남자 아이...이젠 전부 잊혀 전생의 기억 같던 그 모든 일들이 그 순간 아무런 예고도 없이 도일준의 머릿속으로 스며들어와 그를 흔들었다. 하지만 눈 깜짝 할 사이 모든 걸 집어삼킬 것 같은 화재가 기억을 덮쳤고 눈을 뜨자 보이던 상처투성이의 자신과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역경들이 또다시 뱀처럼 그의 몸을 감쌌다. 끊어진 약지에서 다시금 통증이 느껴졌다. 그 고통은 절단된 손가락에서부터 몸으로 퍼져나갔고 그로 인해 오장육부마저도 누군가에 의해 칼로 다져지듯이 아팠다. 도일준을 몸을 잔뜩 움츠린 채 죽을힘을 다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온 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그는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그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챈 강한서가 나지막이 도일준을 불렀다. “도일준 씨, 도일준 씨. 괜찮으세요?”도일준이 고개를 들자 빨개진 그의 눈이 보였다. 얼굴은 심각하다고 느껴질 만큼 창백했고 이마에도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그는 한참만에야 잠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뭐 하자는 거예요? 대체 무슨 생각인 거냐고.”강한서는 오히려 차분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16화

    “그러는 강 대표님은 제가 탄 차를 멈춰 세워서 여기까지 데려온 이유가 뭐죠?”도일준을 힐끔 쳐다본 강한서가 대답했다. “제가 도일준 씨를 여기에 모신 건 도일준 씨께 어떤 분에 관해 여쭤볼게 있어서예요.”도일준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제가 한주 사람도 아닌데요. 저를 통해 누군가를 뒷조사할 생각이라면 사람을 잘못 찾은 것 같네요.”강한서가 반문했다. “제가 여쭤보려는 사람이 누구라고 얘기하지도 않았는데 도일준 씨는 어떻게 본인이 모르실 거라고 확신하시는 거예요? 정말 모르는 거예요, 아니면 말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강한서에게 낚였다는 것을 눈치 채고 울컥 화가 치민 도일준이 어두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누굴 알아볼 생각이든 전 몰라요.”“모르시면 어쩔 수 없죠.”강한서는 도일준의 건강 상태가 그리 좋지 않으니 최대한 자극하지 말라던 한현진의 당부를 잊지 않았다. “오늘 도일준 씨를 모신 건 제 아내를 대신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예요.”미간을 찌푸린 도일준은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으로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장모님이 살아계실 때 후원하시던 고아원이 있었어요. 작년부터 지금까지 도일준 씨도 여러 차례 그 고아원에 후원하셨더라고요. 절대 적은 금액도 아니었고요.”“그래서 제 아내가 직접 만나 뵙고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다고 줄곧 얘기했었어요.”도일준은 고아원에 후원한 것을 조금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는 단지 당시의 그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우연히 그 아이와 마주치고 꼬리가 밟히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굳은 얼굴의 도일준이 대답했다. “그 돈은 제가 친구 대신 후원한 거예요.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어요.”말하며 도일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일 없으면 전 이만 가볼게요.”도일준이 민경하를 따라나선 건 그가 서해금의 사람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한현진 쪽 사람이었다니, 도일준의 예상 밖이었다. 그는 송씨 가문 사람 앞에서 태연하게만 행동할 수는 없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15화

    택시 기사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두 사람 아는 사이예요?”민경하는 말없이 웃는 얼굴로 상대방을 쳐다보았다. 도일준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모르는 사람이에요. 가시죠.”그런 도일준의 태도에 민경하는 화조차 내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저희 대표님께서 26년 전 한주 병원에서 근무하시던 조예단이라는 분에 관해 여쭤볼 게 있다고 하셨어요. 조예단이라는 분을 아세요?”주먹을 꽉 움켜쥔 도일준이 홱 고개를 돌려 민경하를 바라보았다. 민경하는 여전히 단정하고 격식 있는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 어떤 공격성도 보이지 않았다. 이를 악물던 도일준이 몇 초 후에야 입을 열었다. “그쪽 대표님이 누군데요.”민경하가 대답했다. “만나면 아실 겁니다.”도일준은 허락도, 거절도 하지 않은 채 한참 동안 가만히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뒤에 함께 멈춰 선 차들이 하나둘 클랙슨을 울리는 탓에 도일준의 마음도 따라 복잡해졌다. 교대 시간이 가까워지자 택시 기사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갈 거예요, 말 거예요. 이거 지금 업무 방해예요.”숨을 깊게 들이쉰 도일준이 손을 뻗어 안전벨트를 풀었다. 민경하는 택시 기사에게 사과를 건네며 재킷 안쪽에서 현금 몇 장을 꺼내 택시 기사에게 건넸다. 택시 기사는 그중 한 장을 뽑으며 말했다. “이건 그쪽이 내 담뱃값 대준 거로 해요. 앞으로 운전 조심해요. 초보 운전자가 겁도 없이 험하게 운전을 해. 오늘 날 만나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크게 한 방 털렸을 거예요. 이건 인생 수업 들은 수강료라고 생각해요. 조심 좀 하고.”민경하가 웃으며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택시 번호를 한 번 확인한 민경하는 반대편으로 돌아가 도일준의 차 문을 열어주었다. 차에 오른 도일준이 다시 한번 민경하에게 물었다. “그쪽 대표님이 누구예요.”민경하의 대답은 여전히 똑같았다. “도착하면 알게 되실 거예요.”그러자 도일준은 더는 캐묻지 않았다. 30분 후, 민경하가 운전한 차가 구시가 근처에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14화

    남자는 더는 말이 없었다. 그는 서해금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서해금은 야망이 크고 승부욕도 강한 사람이었다. 마지막 순간이 아니라면 절대 쉽게 도망가지 않을 것이었다. 남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오늘은 날 왜 부른 거야.”상대방에게 의도를 들킨 서해금 역시 불쌍한 연기는 넣어두고 옆에서 서류철 하나를 꺼내 박안수에게 건넸다. “이 사람 국내에서의 행적을 좀 알아봐 줘. 누굴 만나는지도 전부. 최대한 자세하게.”박안수가 서류철을 집어 들었다. 도일준이라는 남자의 신상 자료였다. 자료를 넘기던 박안수는 사진 속 남자의 눈매가 어쩐지 눈에 익은 것 같았지만 좀처럼 어디서 본 얼굴인지는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가 서해금에게 물었다. “누구야?”“회사와 새로 계약한 클라이언트야. M 국의 교포래. M 국에서의 신분도 확인할 거야. 하지만 국내에서 누구와 연락을 주고받는지도 알아야겠어. 만약 신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날 도와 깔린느가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M 국과 연결해 줄 다리가 될 거야.”M 국은 의사의 사회적 지위가 높았다. 그들의 의료 체계는 국내와 달라 실력이 뛰어난 의사일수록 상류층의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많았다. 그것이 바로 서해금이 직접 도일준을 에스코트한 이유 중 하나였다. 그녀가 노린 것인 의사라는 신분 뒤에 따라올 수많은 도일준의 자원이었다. 택시에 앉아 시트에 기댄 도일준이 장갑을 벗었다. 온전하지 않은 손가락이 공기 중에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손을 뻗어 무명지를 슬며시 어루만졌다. 그 행동은 마치 반지를 만지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무명지는 텅 비어 있었고 남은 것이라곤 끊어진 손가락이 남긴 공허한 공기뿐이었다. 차가 병원을 지나치고 있었다. 지금 이곳은 고층 건물이 산을 이루고 인파가 물밀듯 몰리며 차가 물살처럼 쌩쌩 지나고 있었다. 모든 것은 이미 기억 속의 모습이 아니었다. 유일하게 비슷한 것이라곤 병원 맞은편 건물엔 여전히 깔린느의 광고가 걸려있다는 것이었다. 그때 당시와 똑같은 모습 그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13화

    눈을 감고 가만히 있던 서해금이 물었다. “어딜?”남자가 말했다. “해외 어디든. 송병천이 친딸을 찾았어. 그때 그 일을 조사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 여기 있지 말고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해. 지금 우리 손엔 가람이가 남은 평생 아무런 걱정 없이 먹고 살 수 있는 돈이 있잖아. 우린 더 이상 이렇게 살얼음판 위를 걷듯 불안한 생활은 그만 해도 돼.”서해금이 남자의 손을 떼어놓으며 대답했다. “당신은 여전히 너무 단순해. 돈은 있지만 사회적 지위와 인맥은? 우리가 이렇게까지 고생한 게 겨우 그깟 돈 때문이라고 생각해? 돈은 언젠가 바닥이 날 거야. 나중에 우리가 죽으면 가람이가 스스로 그 돈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아?”남자가 다시 서해금의 손을 잡았다. “우리가 가람이를 위해 신탁 기금을 만들어 지출을 제한하면 되잖아. 그럼 나중에 우리가 죽어도 가람이를 걱정하지 않아도 돼.”서해금이 손을 빼며 차갑게 말했다. “난 절대 신탁 기금 따위로 우리 딸을 병 X처럼 키우지 않을 거야. 내가 지금껏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여 깔린느를 지금 이 자리까지 올려놨는데. 나더러 돈만 가지고 볼품없는 꼴로 여길 떠나라고?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왜 내가 내 피눈물로 만든 회사를 한아람의 딸에게 넘겨줘야 하는 거냐고.”남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가람이는 강한서 그 자식과 결혼할 생각밖에 없어. 걔 마음은 애초부터 일에 없었다고. 네가 깔린느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대체 가람이를 위한 거야, 아니면 널 위한 거야.”“날 위한 거라고?”서해금이 이를 악물었다. “내가 정말 날 위했다면 애초부터 왜 당신을 만났겠어!”남자는 말이 없었다. 평정심을 되찾고 말이 지나쳤다는 것을 느낀 서해금이 날카로웠던 말투를 바꾸며 나지막이 말했다. “안수 씨. 그런 뜻으로 한 얘기가 아냐. 난 한 번도 당신을 만난 걸 후회한 적 없어.”남자의 눈빛이 삭막하게 변해갔다. 그는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넌 포부가 있는 사람인 거 알아. 절대 쉽게 고개를 숙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12화

    그 말을 들은 후 도일준을 대하는 서해금의 태도가 더 친절해졌다. 한현진은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시선을 내린 채 옆에서 가만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대화를 나누며 서해금은 도일준이 제작할 향수의 스타일을 결정지었다. 한현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들러리처럼 옆에 앉아 있기만 했다. 서해금은 비록 미팅 자리에 한현진을 불렀지만 그녀를 전혀 미팅에 참여시키지 않았다. 계약금을 지급한 도일준이 고개를 들어 서해금에게 물었다. “서 대표님, 제가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제가 한주에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요. 오늘 서 대표님과 대화를 나누고 나니 어쩐지 고향 친구를 만난 것 같은 친절한 기분이 들어서요. 서 대표님과 친구처럼 지내고 싶은데, 괜찮을지 모르겠네요.”“전 이미 도일준 씨를 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서해금이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오늘은 안 될 것 같아요.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요. 내일 어떠세요? 내일은 제가 대접하죠.”도일준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요. 그럼 연락 기다릴게요.”친히 도일준을 로비까지 배웅한 서해금은 그가 차에 앉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고개를 돌려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현진아, 너 전에 도일준 씨 만난 적 있어?”한현진이 의아한 듯 대답했다. “오늘 처음 봤어요. 왜요?”그 말을 내뱉은 동시에 한현진의 등에는 소름이 으스스 돋았다. 서해금이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아무것도. 어쩐지 이상해서 말이야. 도일준 씨는 네 엄마를 아는 것 같았는데 넌 미팅룸에서 도일준 씨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잖아. 네가 엄마의 과거를 궁금해하지 않는 건지, 아니면 도일준 씨와 아는 사이라 이미 아람이에 관해 물어본 건지 싶어서 말이야.”한현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도일준 씨와 제 엄마가 아는 사이라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정말 두 분이 아는 사이라면 도일준 씨가 어떻게 절 못 알아보겠어요. 제가 엄마를 얼마나 많이 닮았는데요.”한현진이 말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11화

    그 순간, 한현진의 눈이 놀라움에 커다래졌다. 그러나 그녀는 곧 재빨리 문을 닫는 핑계로 고개를 돌렸다. 충격은 쉬이 가시질 않았다. ‘도일준 씨가 왜 회사까지 온 거야? 성 비서님이 말한 클라이언트가 바로 도일준 씨라는 거야? 대체 왜 서해금을 찾아온 거야? 무슨 생각인 거지?’서해금이 아무 이유 없이 중요한 고객을 한현진에게 소개해 줄 리가 없었다. 도일준이 한현진을 불러달라고 한 걸까, 아니면 뭔가를 떠보려는 서해금의 수단일까?그 짧은 시간 사이 한현진의 머릿속은 수만 가지 의혹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눈을 꼭 감고 복잡하게 끓어오르는 마음을 억지로 가라앉혔다. 몸을 돌린 한현진의 얼굴엔 이미 환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녀는 미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제가 늦었네요.”서해금이 한현진의 표정을 살폈다. 격식 차린 미소를 짓는 한현진은 관찰하는 눈빛으로 도일준을 훑었다. 별다른 반응은 없는 것 같았다. 서해금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에요. 우리도 조금 전에 도착했어요.”말하며 서해금이 한현진에게 손짓했다. “한 대표, 여기 와서 앉아요.”한현진이 다가가 서해금 곁에 앉았다. 도일준을 쳐다보던 한현진은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도일준이 회사에 온 목적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먼저 말을 걸었다가 만약 아는 사이라는 것을 서해금이 눈치챈다면 도일준의 뒷조사를 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그들의 계획을 알게 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도일준은 한현진과 진희연의 유도로 이미 남편의 죽음이 당시 신생아 사건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그가 만났던 사람은 서해금이 아니라 또 다른 남자였다. 그러니 그 남자만 찾아낸다면 모든 증거들이 사슬처럼 이어질 수 있었다. 그래야만 서해금을 법의 심판대로 올릴 수 있었다. 사건의 키 포인트는 그 남자에게 있었다. 이런 타이밍에 도일준이 서해금의 가시범위 안으로 들어오는 건 절대 좋은 일이 아니었다. 서해금은 포장된 예쁜 인형이 아니었다. 그녀는 사람의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10화

    상대방에게 손을 보여준 도일준은 다시 장갑을 끼며 태연하게 말했다. “손을 좀 다쳐서요. 놀라실까 봐.”서해금이 곧바로 의심스러운 눈빛을 거두며 말했다. “아뇨, 제가 무례를 범했어요. 너그러이 이해해 주셨으면 해요.”서해금이 안타깝다는 듯 말을 이었다. “직업이 의사시라고 들었는데, 너무 안타깝네요.”도일준이 태연하게 웃었다. “안타까울 것까지야. 비록 더는 수술대에 오를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 덕에 의료 분쟁을 피해 갈 수 있었어요. 다행히 목숨을 건졌으니 그 정도면 전화위복이라고 할 수 있겠죠.”서해금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러네요. 세상의 많은 일들은 진작 운명이 정해져 있는 법이니까요. 순리를 따라야죠.”말을 마친 서해금이 도일준에게 자리를 안내했다. 그녀는 성급히 향수 제조에 관한 업무를 확정 짓는 대신 도일준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서해금이 차를 건네며 말했다. “교포시라고 들었어요. M 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셨다고 하던데 국어가 꽤 유창하시네요. 심지어 국내 문화에 관해서도 많이 알고 계시고요. 정말 놀랍네요.”찻잔을 건네받은 도일준을 차 한 모금을 음미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젊었을 때 아버지를 따라 국내에서 연수를 한 적이 있었어요. 5년 가까이 지내다 M 국으로 돌아가 한 대학교에서 의사로 있었죠. 당시 학교가 한인 타운 근처라 유학생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았어요. 게다가 제 아내도 교포예요. 아마 언어 환경 때문에 점점 더 국어에 적응한 것 같아요.”“그렇군요. 귀국하실 때 사모님은 함께 오지 않으신 건가요?”그 말에 도일준의 눈빛이 슬픔으로 물들었다. 그는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멀리 떠났어요.”멈칫한 서해금이 다급히 말했다. “마음 아픈 얘기 꺼내서 죄송해요.”도일준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또다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는 온몸으로 외로움을 뿜어내고 있었다. 아마 세상을 떠난 아내를 떠올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비워진 도일준의 찻잔을 채운 서해금이 또다시 물었다. “도일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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