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389화

Author: 조십일
고개를 숙여 보니 산수패의 색감이 자신의 팔찌랑 매우 흡사했고 금장식 모양도 거의 똑같았다.

한성우는 웃으면서 말했다.

“원료는 내가 고르고 돈은 강한서가 지불한 거야. 이백만 원으로 몇 배나 많은 원료를 산 거지. 하마터면 거기에서 못 나올 뻔했는데 강운이 데리러 와서 나왔잖아. 그때 난 산수패 하나를 만들 것만 가지고 나머지는 강한서가 다 가져갔어. 몇 년 사이 비취 가격이 많이 올라서 난 한서가 일찌감치 매도한 줄 알았더니 안 팔고 가지고 있었네. 너한테 이렇게 팔찌도 해주고 말이야.”

한성우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차미주의 어깨에 살짝 입맞춤하고는 계속해서 말했다.

“전에 만났던 몇몇 여자 친구한테는 아무것도 안 해주더니 너한테만 팔찌를 선물해 주는 것을 보아 강한서도 우리 두 사람이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이에 차미주는 찬물을 끼얹으며 말했다.

“퍽이나 그러시겠어요. 내가 현진이랑 절친이니까 이렇게 귀한 선물을 해준 거지. 그게 아니라면 내가 만약 너랑 헤어지면 이 팔찌 돌려 달라고 하게? 전 여자 친구들에게 선물을 안 해준 건 그냥 네가 바람둥이 기질이 있으니 자신의 투자가 헛되이 될 것이 뻔하니까 안 해준 거지. 지금 여자 친구는 나고 내가 설사 당신 아내가 되지 않더라도 자기 아이의 이모가 될 테니까 손해 볼 일이 없잖아. 안 그래?”

한성우는 오목조목 말 잘하는 차미주에게 알겠으니 그만하라고 했다.

“싫은데.”

차미주는 자기 팔에 걸려있는 팔찌를 보며 말했다. 보면 볼수록 팔찌가 마음에 쏙 들었다.

그녀는 한성우에게 물었다.

“이 팔찌 얼마나 할까?”

“삼사천 만 원은 할 걸.”

차미주는 예상치 못한 대답에 입이 쩍 벌어졌다.

“그렇게 비싸다고?”

“당연한 걸 물어. 금을 값이 있어도 옥은 값을 매길 수 없다고 하잖아. 아무렴 부자들이 값도 없는 돌멩이들을 가지고 노는 바보짓을 할까.”

“그럼 현진은 왜 그렇게 금에 목을 매는 거야?”

“걔가 금 장신구를 하고 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어? 이런 옥이나 비취를 하나만 해도 몇천만 원을 몸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90화

    현진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잠이 안 와. 진정이 안 됐나 봐.”“그럼 태교를 좀 듣는 건 어때?”“괜찮아.”강한서가 아나운서 톤으로 그에게 논어를 읽어주자 한현진은 순간 고등학교 때 수능을 준비하던 생각이 떠올라 오히려 더 정신이 번쩍 들었다.강한서가 물었다.“주 기사님 일을 어떻게 생각해?”한현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너무 복잡해. 처음에는 그저 그가 진짜 주혁이 아닌 것만 의심했었는데, 이제는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나서 그가 주혁이 아니라고 말하잖아. 아무도 그가 누구인지 모르니까 혼란스러워. 경찰에 신고하려고 해도 명분이 없어. 가족들도 그를 의심하지 않잖아.”한성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현진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신고를 하다고 해도 뭘 신고해야 한단 말인가? 그 사람이 주혁이 아니라고? 지문도 파괴된 이 상황에 경찰들은 그저 그와 가족들의 dna로 신분 확인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복병이 바로 이 포인트에 있는 것이다. 가족들은 그를 아주 사랑하고 어쩌면 지금의 주혁을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한 상황이라 섣불리 신고했다가 가족들이 협조를 안 하면 일을 되려 망칠 수도 있었다.“친구한테 부탁해서 몽타주를 그릴 사람을 찾고 있어. 은서하의 묘사대로 그 사람의 모습을 그릴 수 있을지 한번 알아봐야겠어. 그거라도 있으면 다른 단서들도 찾아낼 수 있을지 모르니까.”“그러는 수밖에 없지 뭐. 난 아직도 믿기지 않아. 그림도 잘 그리고 서예도 잘하는 사람이면 그 년대에 좋은 교육을 받은 것이 분명한데 어떻게 그렇게 흉악한 사람이 될 수 있단 말이야?”한현진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하며 말했다.“다 본인의 선택이지 뭐.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봐서는 그 사람이 추구하는 것이 자신의 목숨과 명예보다도 훨씬 중요하다는 거겠지.”강한서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회사에서 그 사람과 멀리하도록 해. 될수록 접촉하지 말고. 어딜 가나 꼭 원율이랑 같이 다니고.”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91화

    말 한마디에 모두가 그녀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금방 알아차렸다.검사실 안에는 나이정과 간민혜만 남아 있었고, 당직 의료진들은 일부러 방해하지 않았다.아무리 강인한 척해도 검사 과정에 또다시 그녀가 받았을 치욕이 떠오르기 마련이었고 주변에 사람이 많을수록 고통만 커질 뿐이었다.나이정은 검사를 진행한 후 체내에 남겨진 생체 증거도 채취하여 경찰에 연락했다.그 후의 일은 알려진 바 없지만,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나이정이 죽기 전 간민혜가 병원을 두 번 찾아왔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울분 섞인 말다툼으로 끝났고, 두 번째는 아예 문전박대를 당했다고 한다.그날, 두 사람의 얘기를 엿들은 이들의 주장으로는 어찌 된 일인지 간민혜 사건은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됐고 이에 간민혜는 검사 과정에 문제가 있지 않았냐고 나이정에 따지는 것 같았다고 한다.하지만 진실은 나이정의 죽음과 함께 영원히 사라졌다.나이정은 딸의 수술 준비로 정신이 없던 터라 간민혜의 집요한 추궁을 견디지 못해 결국 경찰에 신고했고 간민혜는 소란죄로 7일간 유치장에 갇혔다. 그리고 그사이 나이정은 세상을 떠난 것이다.장례식장의 난동은 이렇게 시작된 비극의 연장선이었다.한현진은 서류를 한참이나 꼼꼼히 훑어보곤 입을 열었다.“성폭행 사건 이후 주강운과 결별한 거야?”강한서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타임라인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이런 큰 사건을 당시에 아무도 몰랐다는 게 말이 돼?”한현진은 의아함을 감출 수가 없었고 강한서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강한서가 모르면 주강운도 몰랐을 것이고 알았더라면 그가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그럼 간민혜는 왜 주강운한테 말을 안 했대? 자기 남자 친구인데.”간민혜는 홀로 상경하여 살고 있었고 그 당시 가까운 사이라곤 남자 친구인 주강운 뿐이였는데 그와 함께 범인 잡을 방법을 찾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닌가?“현진아, 우리 결혼식 날 강현우가 너를 덮치려 했을 때, 넌 왜 나한테 아무 말을 하지 않았어?”한현진은 허를 찔린 듯 말문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92화

    호화로운 파티는 비싼 옷을 입는다고 해서 녹아들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출신부터 학벌, 교양 등 모든 방면을 비교하고 또 비교당하는 정신적 학대의 장이었다.간민혜는 작은 시골에서 자신의 힘으로 서울의 명문대까지 입학한 자존심 강한 여자였고 그녀는 자신의 노력으로 창창한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하지만 그 모든 것이 이들에게는 하찮은 농담거리로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경제적인 차이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녀에게는 젊음과 명문대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있었고 앞으로의 수입도 나쁘지 않을 테니. 하지만 가치관의 차이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파티는 간민혜가 이성적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그녀는 주강운보다 훨씬 이성적이었고 두 사람이 어울리지 않음을 깨닫고는 바로 감정을 끊어낼 줄 아는, 사랑보다 자존심을 선택하는 여자였다.하지만 주강운은 달랐다. 평생 집안 어른들의 결정에 순종해 온 남자가 첫사랑에 빠지니 고집스럽게 매달릴 줄밖에 몰랐다.그런 모습을 본 강한서는 일찌감치 두 사람이 어울리지 않음을 직감했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계획으로 미래를 그려나가는 간민혜와 가문에 맞설 능력도 없이 억지로 사람을 붙잡으려는 주강운. 두 사람의 이별은 필연적인 듯하였으나 이런 식일 줄은 그 누구도 상상치 못했다. 그렇게도 명확한 목표를 갖고 나아가는 사람이 곧 수여받게 될 학위를 포기하고 사라져 버린 것이다.강한서는 간민혜가 학위 수여를 앞두고 모든 걸 포기한 이유를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됐다.성폭행당한 사실을 남자 친구인 주강운에게 마저 숨긴 데에는 그녀만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평소엔 너무나도 예의 바른 그녀가 나이정의 장례식에서 영정사진을 깨부쉈으니 그 당시 그녀의 멘탈은 무너져 내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모습이었으니 그런 행동을 한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비극적인 현실일 줄 몰랐던 한현진의 마음은 너무도 무거웠다.“그 당시 간민혜가 바로 경찰에 신고한 거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93화

    한현진은 담담히 말했다.“사람은 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법이죠. 이상해할 것 없어요.”사인을 마친 서류를 이시연에게 건네주며 덧붙였다.“내일 예선이죠? 화이팅하세요.”이시연이 미소 지으며 답했다.“감사합니다, 한 대표님.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네요.”이시연이 떠난 후 한현진은 책상 앞에 앉아 주혁과 송가람의 이름에 동그라미를 치고선 커다란 물음표를 그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원 비서가 문을 두드렸다.“한 대표님, 서 대표님께서 조향팀 전체 회의 소집을 지시하셨습니다.”“알겠어요. 바로 갈게요.”한현진은 이름 적힌 종이를 찢어 분쇄기에 넣은 뒤 재킷을 걸치고 회의실로 향했다.복도에는 이미 직원들로 붐비고 있었고 조향팀 직원뿐만 아니라 타 부서 관리자들까지 모여 대기하고 있었다.“왜 이렇게 사람이 많지?”한현진은 의아해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그때 옆에서 동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세은도 그 무리에 섞여 있었고 그녀를 본 한현진은 미소를 지었다. 남다른 후각으로 서해금도 모르는 배합으로 S오일을 만들어 낸 후 주세은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평가가 달라진 것이다.처음에는 서해금 모녀의 지시도 있었지만 더우기는 뒤떨어지는 업무 능력 때문에 “낙하산”으로 많이 무시당했고 송가람과 똑같은 대우를 받았다.송가람은 아침 일찍 출근해서 야근까지 하지만 사실 하는 일이라곤 딱히 없고 자신의 업무마저 동료한테 떠넘기기 일쑤인 사람이었다. 월급 루팡하는 그를 향한 동료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다만 그들은 빽 있는 송가람을 따돌리지 못하고 만만한 주세은을 따돌렸지만 S오일로 주세은은 자신의 능력을 모두에게 각인시켰다.그녀는 말수는 적었지만 업무 능력만큼은 프로였다. 동료가 그녀를 괴롭히려 몰아준 일도 그들이 못해내니까 자신한테 맡기는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묵묵히 해결했다. 심지어 브레이크 타임을 이용해 동료들에게 방법을 가르쳐주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처음에 동료들은 그녀의 순진한 모습에 바보라고 비아냥거렸지만 점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94화

    “무슨 이야기 중이에요?”한현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주세은이 고개를 돌려 옆에서 수다 떠는 동료들을 가리켰다.“듣고 있었어요.”한현진도 옆으로 다가가 귀를 기울였다.“서 대표님이 무슨 일로 이렇게 다 모이게 했을까?”“소문에 의하면 조향계 레전드 인물을 영입했다던데. 올해 콘테스트 우승을 노린다나 봐.”“대체 누군데? 입사하는데 임원들까지 모일 정도라니.”“siren이라고 아세요?”“사이렌? 무슨 신호야 그건?”“모르세요? 그 유명한 '사이렌' 향수 만든 사람 말이에요. 원료 가격 폭등시킨 그 레전드 인물이요.”동료들이 흥분하자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2년 연속 우승한 그 분 맞아? 해외에 정착한 거로 아는데. 연봉 아무리 높게 준다고 해도 외국 대기업보다는 못 할 것 같은데 어떻게 모셔 온 거지?”“외국 생활이 적응 안 됐나 보지 뭐. 제 친구도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액 연봉도 포기하고 돌아왔잖아요. 그 정도 스펙이면 연봉은 문제도 아니라고요.”“그래서 그 사람 이름이 뭐라고?”한현진도 귀를 쫑긋 세웠다. 그녀도 서해금이 스카우트한 사람이 꽤 궁굼했다.“이름도 되게 이뻐요, 저도 딱 한 번 들어보긴 했는데...”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홀 문이 열리며 서해금이 송가람 일행을 이끌고 들어왔다.서해금 옆에는 하얀 블라우스에 검은 롱스커트 차림의 여성이 서 있었다. 얼굴을 확인하기도 전에 한현진의 시선은 그녀의 손목에 걸린 보라색 비취 팔찌에 꽂혔다.“저 팔찌 어디서 본 것 같은데...”한현진이 기억을 뒤집어 보려고 할 그때, 그 여성분이 고개를 돌리자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한현진은 그 자리에 굳고 말았다. “아, 생각났어요. 문채영이라고 했어요. siren도 본인 이름에서 따온 거라고 하던데.”동료가 이름을 기억해 내며 덧붙였다.서해금이 고액 연봉으로 스카우트해 왔다던 사람이 문채영이라니, 한현진은 놀라움을 금치 못해 멀뚱멀뚱 보고만 있었다. 현진은 오빠한테서도 들은 바가 없던 일이라 생각이 복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95화

    박수 소리가 잦아들자 서해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문채영 씨도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문채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현진과 잠시 눈을 마주친 후 시선을 돌렸다.“안녕하세요. 문채영입니다. 서 대표님의 요청으로 이렇게 합류하게 되어 너무 큰 영광이에요. 개인 사정으로 입사가 늦어진 점 사과드립니다. 비록 총괄이라는 직책을 맡았지만 저도 여러분과 같은 조향사고 그저 경험이 조금 더 많고 행운이 좀 더 잘 따랐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카리스마가 다분했다.“조향은 경험보다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믿는 바입니다. 저의 작은 노하우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너무 큰 만족감을 얻을 것 같아요. 잘 부탁드립니다.”그녀의 겸손한 태도와 진정성 있는 발언은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샀다. 현진 옆에 있던 동료들이 속닥거렸다.“예상과 달리 겸손하시네.”“맞아. 원래 저 정도 위치에 있는 능력자라면 프라이드 때문에 어울리기 힘들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역시 선입견은 무섭다니까.”“서 대표가 송가람을 결승까지 올려주려는 수작인가? 이건 뭐 챌린저가 브론즈 버스 태워주겠단 거잖아?”“챌린저도 듀오 가능? 이건 완전 티밍이잖아요.”“쉿~! 조용히 해. 잘리고 싶어?”2회 연속 우승이라... 주세은에게 기회가 있을까? 한현진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드리웠다.한현진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주세은에게 눈길을 돌렸으나 걱정과는 달리 아무 일 없다는 듯 폰 게임 삼매경에 빠진 그녀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세은아, 압박감 너무 느끼지 마.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해. 우승 못하더라도 네가 최고야.”현진은 오빠가 알려준 방식으로 세은을 위로하려 할 찰나, 세은은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들며 입을 열었다.“저 저분 뵌 적 있어요.”“어디서?”“오빠...” 순간 뭔가를 의식한 듯 말끝을 흐리더니 세은은 말을 바꿨다.“누구 지갑 속에서요.”한현진은 그 누구가 오빠 송민준이라는걸 바로 알 수 있었다.강한서가 말하길 두 사람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96화

    송민준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세은이는 조금이라도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사람을 무시하는 스타일이야. 내가 암만 말이 많아도 사람들이 날 공기처럼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 그저 사진 한 장이잖아. 그냥 그냥 두면 되지. 사실 꽤 귀엽잖아.”한현진은 정신을 차리고 주세은을 몰래 쳐다봤다. 한현진은 왠지 주세은이 이 사진에 꽤 신경을 쓰는 것처럼 느껴졌다.“현진 언니.”주세은이 나직이 한현진을 부르자 한현진은 대답했다. “왜?”주세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오빠는 저 사람 아버지도 아니면서 왜 저 사람 사진을 지갑에 넣어두는 거예요?”한현진은 잠시 고민한 후 목을 다듬으며 대답했다.“꼭 아버지만 지갑에 사진 넣으라는 법도 없지.”“그럼 왜 넣은 거예요?”한현진은 나직이 말했다.“무슨 냄새 맡지 못했어?”주세은은 감정에 대한 인지가 매우 둔감하다. 다른 사람들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감정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녀의 후각은 예민하기 그지없었다. 한 번은 강한서가 자신에게 입을 맞추자 한현진은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 상황에서 한현진은 주세은과 둘만 남았을 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주세은이 입을 열었다.“저 사람 언니 좋아해요. 저 사람이 내보내는 페로몬은 구애의 신호인데 왜 가람 언니 앞에서는 항상 언니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해요?”한현진은 그 말을 듣고 물을 삼키다 말고 거의 뿜을 뻔했다. 그녀는 그때 처음 알았다. 정말로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향기로 감지할 수 있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현진은 주세은이가 감정 인지는 둔감하지만 상대방이 내뿜는 페로몬의 향기를 통해 그 사람의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주세은은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저었다.“나도 잘 모르겠어.”한현진은 이어서 덧붙였다.“문채영 씨는 오빠의 첫사랑이었어. 거의 우리 형수 될 뻔했던 사람이야. 그런데 어떻게 서해금이랑 엮이게 된 건지 모르겠어. 어쨌든 가능한 한 접촉 안 하는 게 좋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97화

    서해금은 외투를 벗어 옆에 있는 옷걸이에 걸며 담담하게 말했다.“알고 있어.”“알면서 왜 그 여자를 부른 거야?”송가람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 여자랑 오빠가 어떤 관계였는데... 정말 그 여자가 엄마를 위해서 일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안 할 이유는 없잖아?”서해금은 조용히 차를 따르며 대답했다.“해외에서 진짜 잘 나갔더라면 내가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일 리가 없겠지. 그렇게 잘 나간다면서 왜 나한테 오겠어?”송가람은 잠시 멈칫했다가 물었다.“그럼 그 이력서 다 가짜란 말이야?”“이력서는 당연히 진짜지.”서해금은 전기 포트 타이머를 설정하고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하지만 해외에서 그럭저럭 살아온 건 사실이야. 기초도 없고 인맥도 없는 한국인인데 해외 업계에서 자리를 잡는 게 얼마나 힘든지 너도 알잖아? 게다가 이혼하고 전 남편 가족들도 그 여자를 꺼렸지. 재산도 크게 받은 게 없고. 그런 상태로 해외에 남아서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면 사람들이 그 사람을 언급할 때는 결국 동정만 할 거야.”“문채영은 자존심도 강하고 야망 있는 여자야. 성인이 되었을 때 가정이 파탄 나면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때 민준은 그저 지켜보기만 했어. 그때 민준이 뭘 해줄 수 있었겠어? 위로 한마디, 포옹 하나? 그런 거로 위로 되었을 거라고 생각해?”“문채영은 감정에 휘둘리는 여자가 아니야.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너무 잘 알고 있어. 그렇지 않았다면 왜 민준을 거절하고 자신보다 10살이나 많은 남자랑 결혼했겠어? 미래가 불확실한 소년보다는 이미 성공한 남자가 주는 안정감이 훨씬 더 매력적이었을 거야.”“지금은 어리지도 않잖아. 내가 초대했으면 문채영도 내가 뭘 하려는지 알 거야.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건 이미 선택을 한 거야. 사람을 쓰려면 의심하지 말고 믿어야지. 다시 만날 때는 네가 가진 편견 좀 내려놔. 문채영과 함께라면 너 결승에 갈 수 있어.”송가람은 조심스레 물었다.“엄마 나 결승에 들게 도와주려고 문채영 초대한 거 아니지? 문채

Latest chapter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43화

    차미주의 말에 한성우가 전보다 더 환하게 웃었다. “그렇게 미워도 차마 날 날리겠다는 얘기는 안 하네. 너 혼자서만 몰래 간직하려는 거야?”차미주: ...“넌 변기에 빠져도 시원하다고 할 애야.”며칠 후. 조향 대회의 예선 결과가 발표되었다. 깔린느에서 예선에 참가한 조향사는 모두 17명이었다. 그중 2명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대회에 불참했고 나머지 15명은 전부 예선에 통과했다. 회의에서 그 15명의 조향사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던 서해금은 사비로 12억의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회에서 우승하면 10억, 결승 TOP 10에 들면 4000만 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소식에 직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말뿐인 칭찬보다 물질적인 상금은 늘 더 달콤할 따름이었다. 시선을 내린 채 말이 없는 한현진을 본 서해금이 그녀를 불렀다. “한 대표. 한 대표도 응원의 말 좀 해줘요.”한현진이 고개를 들어 웃으며 입을 열었다. “대표님께서 12억으로 보너스를 드리겠다고 하니 제가 8억을 보태 보너스를 총 20억으로 하죠. 대회에서 우승하신 분은 16억을, 10위 안에 드신 분들은 각각 4000만 원을, 그리고 10위에서 20위 사이에 도달하신 분들은 2000만 원을 받으실 수 있어요.”“만약 우리 회사에서 우승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16억의 보너스는 다음 조향 대회로 연기되며 그때 다시 지급 규칙을 정하도록 하죠.”상금은 많아진 대신 난도가 떨어지니 더 흥분한 직원들로 인해 회의실이 시끌벅적해졌다. 한현진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제안이 있어요.”그녀의 말에 회의실이 순간 조용해지며 수십 쌍의 눈이 한현진을 향했다. 한현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송 팀장님은 어떤 성적을 따내시든 보너스를 받지 않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한현진의 말에 송가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제가 왜요? 한 팀장님, 지금 이런 식으로 사적인 복수를 하시겠다는 건가요?”한현진이 부드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송 팀장님께서 뭔가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42화

    채지윤이 말했다. “전연 씨는 성격이 참 좋은 것 같아요. 보기 좋아요.”한성우가 웃으며 말했다. “사모님 며느리로는 어떤 것 같으세요? 두 분 마음에 드세요?”심근호와 채지윤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 채지윤이 심근호에게 눈짓을 보내자 그가 입을 열었다. “저희는 전연 씨를 좋게 보고 있어요. 예의도 바르고 말도 예쁘게 할 줄 알고요. 전연 씨 개인 정보와 가정환경은 이미 한 대표님에게 들어서 잘 알고 있어요. 물론 저희가 어느 정도 알아본 것도 있고요.”“만약 두 아이가 서로 마음이 맞아 결혼을 하겠다고 하면 너무 과분한 요구가 아닌 이상 예물이든 결혼식이든 얼마든지 해줄 수 있어요. 혼수는 전연 씨 쪽에서 편하신 대로 준비하시면 돼요. 저희는 따로 바라는 게 없어요.”“저희도 자식이 아들놈 하나뿐이라 결혼 준비는 섭섭지 않게 할 거예요. 그러니 그 점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저희는 오히려 원이가 전연 씨를 거절할까 봐 그게 걱정이에요.”“조금 전에도 보셔서 아시겠지만 바람 쐬러 나간다는 핑계로 전연 씨를 돌려보내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하거든요.”한성우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두 분만 연이가 마음에 든다고 하시면 전 얼마든지 두 사람 만나보라고 할 거예요. 나중에 결과가 어떻든, 결혼까지 가든 못 가든 그건 두 사람의 문제니까요.”“그러니 두 분도 너무 심원 씨에게 강요하지 마세요. 어떻게 됐는지도 묻지 마시고요. 저희는 그저 가만히 기다리면 될 것 같아요.”심근호와 채지윤이 시선을 돌려 서로를 바라보았다. 한숨을 내쉰 채지윤이 솔직하게 얘기했다. “한 대표님, 저희는 한 대표님을 믿어요. 하지만 저희 집안은 흠 잡을 곳 하나 없는 결혼식을 올리길 원해요. 그 점은 알아두셨으면 해요.”한성우가 술잔을 들며 말했다. “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비록 명문가는 아니지만 연이도 뼈대 있는 집안의 규수예요. 걱정하시는 비열한 수단 같은 건 절대 없을 거예요. 만약 연이가 그런 짓을 한다면 사모님 댁에서 말을 꺼내기 전에 연이 집안에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41화

    차미주: ???웃으며 차미주를 끌어당긴 한성우가 나지막이 말했다. “진짜 여우 같은 게 뭔지 곧 보게 될 거야.”차미주는 어리둥절한 채로 한성우의 손에 이끌려 차에서 내렸다. 예약된 룸에 들어가자 심근호 가족은 도착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심근호 부부는 나란히 자리에 앉아 있었고 단정한 옷차림에서 그들이 이번 만남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흰색 티셔츠를 입은 캐주얼한 옷차림의 심원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채지윤의 옆에 앉아 있었다. 그는 온몸으로 이 자리에 관심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문이 열리자 채지윤의 시선은 곧바로 한성우 뒤에 있는 전연에게로 향했다. 순간 눈을 반짝인 채지윤이 테이블 아래로 심근호를 살짝 잡아당겼다. 한성우가 미소 지으며 사과했다. “늦어서 죄송해요. 두 분 오래 기다리셨죠? 병원에 갑자기 응급환자가 생겨서 시간을 좀 지체했어요. 시간 맞춰 도착하려고 했는데 결국엔 늦었네요.”채지윤이 말했다. “괜찮아요. 저희가 일찍 도착해서 그래요. 게다가 병원은 원래 돌발 상황이 많이 일어나는 곳이잖아요. 일부러 늦은 것도 아닌데 한 대표님이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심근호도 맞장구치며 말했다. “서 있지 말고 얼른 앉아요. 식사하면서 얘기해요.”심근호와 채지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전연은 곧 심원 옆에 놓인 의자를 빼내며 자리에 앉았다. 멈칫한 심원이 은근슬쩍 의자를 채지윤 쪽으로 옮겼다. 그러자 채지윤은 의자를 툭 차내며 심원을 다시 원래 자리로 돌려보냈다. 심원: ...자리에 앉은 한성우가 심근호 부부에게 차미주와 전연을 소개했다. 물론 전연을 소개하는 것이 이 자리를 마련한 제일 중요한 목적이었다. 전연 역시 예의 바르게 심근호 부부와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들의 질문에 침착하고 솔직하게 대답하는 그녀의 모습은 당당하기만 했다. 채지윤이 전연에게 심원을 소개했다. “여긴 제 아들인 심원이에요. 전연 씨보다는 2살이 많고 줄곧 해외에서 경영을 전공했어요.”말하며 채지윤은 심원에게 눈짓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40화

    한성우가 곧바로 전연의 말에 반박했다. “나 같은 느끼한 여우도 너처럼 이런 꼬마한테는 관심 없어.”전연이 한성우를 향해 입을 삐죽이더니 곧 차미주를 보며 말했다. “전 돈은 많지만 순진한 사람이 좋아요. 좀 덜 똑똑한 사람이면 더 좋고요.”차미주: !!!‘너무 직설적인 거 아냐?’전연이 씩 미소 지었다. 포니테일에 말끔한 얼굴의 전연은 단순한 아이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하나 같이 직설적이었다. “제가 너무 돈만 밝히는 것 같아요?”차미주가 얼른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혹시라도 전연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까, 차미주가 말을 이었다. “진짜 돈을 밝히는 사람은 그런 말 안 해요. 게다가 맞선이잖아요. 누구든 조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 게 당연하죠. 가난한 사람을 만나 같이 고생할 필요는 없으니까요.”전연이 환하게 웃었다. “제 말이 일리가 있다고 해준 사람은 새언니가 처음이에요. 다들 얘기는 안 하지만 이상한 눈빛으로 절 쳐다보거든요.”차미주가 쑥스러운 듯 말했다. “다들 자기만의 기준이 있는 법이잖아요. 저도 예전엔 학식이 풍부하고 말이 적은 진중한 성격의 의사나 선생님을 만나려고 했어요. 하지만 이렇게 수다쟁이를 만난 줄 누가 알았겠어요. 심지어 입만 살아서 저보다도 말이 많잖아요.”한성우: ???“내가 말이 많아?”한성우는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럼 말수가 적은 사람 한 번 만나봐. 열 마디를 해도 겨우 한 마디 대답할까 말까 한 그런 사람 말이야. 뉴스를 보면서도 수다를 떨어야 하는 네 성격에 그런 사람 만나면 병날걸?”“내가 뭐가 말이 많아? 너 말고 나랑 다른 사람이랑 그렇게 말 많이 하는 거 본 적 있어? 내가 너한테 말을 많이 하는 건 뭐든 너랑 공유하고 싶지 때문이잖아. 입 꾹 닫고 어떻게 너랑 일상을 공유해? 내가 말이 적으면 넌 오히려 걱정해야 할 거야.”“그리고 말이 많으면 뭐 어때서. 말을 하라고 달린 입이잖아. 결혼 생활은 소통이 제일 중요해. 안 그럼 뭐 집에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39화

    “어쩌면 이런 것도 인연이겠네요. 제 사촌 동생이 마침 그런 스타일이거든요. 동생이 저와 함께 파티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심원 씨를 보고는 저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어요. 그땐 심원 씨가 여자친구가 있다고 해서 말씀을 안 드렸었고요.”“요즘 심원 씨가 맞선을 보고 있다는 소식에 이렇게 연락드렸어요. 다른 분은 모르겠고 사촌 동생의 성격이 심원 씨와 잘 맞을 것 같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 사촌 동생을 소개해 드리면 어떨까 싶은 마음에 오늘 실례를 무릅쓰고 심원 씨 맞선 얘기를 꺼낸 거예요.”심근호가 놀란 말투로 대답했다. “그런 생각인 줄 전혀 몰랐어요.”한성우가 말했다. “전엔 괜히 실례인 것 같아 대표님께 직접 묻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통해 물어봤었어요. 심원 씨가 해외에서 만나던 여자친구가 있다고 해서 더 묻지 않았고요. 하지만 요즘 심원 씨가 맞선을 보고 있다는 소식에 사촌 동생 오작교나 해줄까, 생각한 거예요.”여자친구라는 말에 심근호는 심원과 송가람의 일이 이미 소문이 났음을 알아차렸다. 송가람을 향한 심근호의 불만이 커져만 갔다. “모르는 사람들이 지껄이는 헛소문이에요. 원이는 여자친구 없어요.”멈칫한 심근호가 말을 이었다. “한 대표님 사촌 동생분은 뭘 하시는 분이에요? 혹시 사진 있어요?”“의사예요. 대학원을 졸업하고 지금은 한주 병원에서 인턴으로 있어요. 아이를 좋아해서 소아병동에서 근무하고 있고요. 인내심이 강한 애예요. 부모님 두 분 모두 선생님이세요. 한 분은 중학교, 다른 한 분은 고등학교에 근무하세요.”“가정환경은 흠잡을 데가 없지만 대표님 댁에 비하면 조금 부족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동생이 어쩌다 호감이 가는 사람이 생겼는데 오빠가 되어서 한 번 시도는 해봐야 할 것 같아서요. 혹시라도 내키지 않으시면 저도 확실히 마음을 접을 수 있게 얘기할 수 있고요.”한성우가 말을 이었다. “잠시만요. 제가 사진 보내드릴게요.”잠시 후 차미주는 학사복을 입은 채 카메라를 향해 V를 그리며 웃고 있는 여자아이의 사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38화

    고작 열몇 살의 어린아이가, 한창 자존심이 강할 나이에 이런 일로 또래에게 놀림을 당해야만 했다. 못에서 시계를 건져 올린 그날, 또다시 같은 일로 비웃는 아이를 보며 한성우는 갑자기 독한 마음을 먹고 아이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아이를 바닥에 누른 채 얼굴을 사정없이 가격했다. 아이의 일행이 이미 한성우를 에워싸고 주먹을 휘둘렀지만 그럼에도 그는 절대 상대방을 놓아주지 않았다. 마치 사냥감을 입에 문 늑대처럼 죽어도 손을 놓지 않았다. 한성우가 휘두르는 주먹에 맞으며 욕을 퍼붓던 남자아이는 결국 겁에 질려 울며 사정하기 시작했다. 한준우가 한성우를 끌어냈을 때 그의 눈은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 차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남자아이의 집안이 재력가였던 탓에 함부로 척질 수 없었던 한성우의 부모님은 한성우를 억지로 끌고 가 사과하도록 했다. 그들은 모든 것이 한성우의 잘못인 듯 얘기했다. 그날 이후, 한성우는 다시는 그 누구와도 싸우지 않았다. 아이는 그렇게 타협을 배웠고 가식을 배웠다.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야 했고 놀림과 왕따를 당해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성우가 처음 강한서와 친구가 되려고 했던 것도 사실은 한서 집안이 한주에서는 명문가였기 때문이었어요. 게다가 한서는 강씨 가문의 장손이었으니 보호막이 되어주길 바랐든 인맥을 넓히기 위한 수단이었든 성우에게 한서는 최고의 선택지였어요.”“하지만 나중에야 술에 취한 성우가 그러더라고요.”“강한서는 너무 멍청해. 비행기 모형을 만져본 적이 없다는 내 말에 아버지가 선물해 주신 모형을 선물로 주더라니까. 걔는 그 모형이 마음에 안 든대. 웃기지도 않는 거짓말이지. 그 비행기 모형은 거울처럼 반짝거렸어.”“매일 소중하게 닦지 않았다면 그렇게 깨끗할 리가 없잖아. 말만 그래, 걔는. 그리고 어찌나 잘 속는지... 만약 내가 친구 하자는 말이 진심이 아니었다고 얘기하면 강한서 설마 우는 거 아냐? 됐어.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평생 속이지, 뭐.”그때의 차미주는 한창 연애 경험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37화

    수화기 너머 들리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심근호가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한성우가 태연하게 티슈를 뽑아 차미주에게 건네며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녜요. 집 고양이가 감기에 걸리더니 투정을 좀 부려서요.”차미주가 찔린 얼굴로 티슈를 받아 한성우의 얼굴에 튄 물기를 닦아냈다. 그녀는 신들린 듯 내뱉는 한성우의 거짓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저 형제 많은 거 아시죠? 부모님께서 젊으셨을 때 돈을 버시느라 절 할아버지 댁에 맡겼었어요. 할아버지는 평범한 농민이셨고 글도 떼지 못한 분이셨어요. 제가 건강하게만 자라도 훌륭하게 컸다고 여기시는 분이셨죠.”“학원 같은 건 전혀 다닌 적도 없었어요. 수업이 끝나면 마음껏 뛰어놀았고 그렇게 12살이 되었어요. 그쯤 할아버지께서 몸이 안 좋으셔서 더 이상 저를 키워주실 수 없으셨고 그래서 부모님은 다시 절 한주에 데려오셨어요.”“농촌 마을에서 뛰어놀던 아이가 한주에 오니 여기 아이들과는 전혀 어울릴 수 없었어요. 장기자랑 대회가 있어서 선생님께서 개인기를 하나씩 준비해 오라고 하셨지만 제가 할 줄 아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외국인 교수님이 강의하시는 영어 수업은 전혀 알아듣지도 못했어요. 옷 브랜드의 진품과 짝퉁도 구분하지 못했고 심지어 가족들과 함께 참석한 파티에선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할 줄도 몰랐어요. 전 어디에서든 촌놈이라고 놀림 받았죠.”“그때의 전 자존감이 바닥을 쳤어요. 명절마다 가족들과 선물을 고르러 갈 때면 부모님께선 저에게 먼저 고르라고 하셨지만 전 차마 제 마음에 드는 걸 고르지도 못했어요. 늘 전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사교적으로 보여도 사실은 비슷한 상황을 자주 겪으며 적응하다 보니 그런 척, 하는 연기가 제법 는 것뿐이거든요. 절 완전히 바뀌게 한 건 실은 제 약혼녀예요.”멈칫, 행동을 멈춘 차미주가 고개를 들어 한성우를 바라보았다.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이라고 여기던 차미주였지만 한성우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이 복잡해졌다. 한성우의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36화

    한성우: ...입술을 달싹이며 말을 잇지 못하는 한성우의 모습에 차미주가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 “표정이 왜 그래? 내 다이어트를 도와주지 않을 생각이야?”“아니, 그게 아니라.”알 수 없는 표정을 짓던 한성우가 한참 만에야 말했다. “자기는 아직 자기를 잘 모르는 것 같아.”차미주가 이해하지 못한 표정으로 한성우를 바라보았다. 이별을 막기 위해 한성우가 용기 내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속상해서 살이 빠지는 건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기 때문이잖아. 하지만 넌? 넌 속상하면 맛있는 걸 먹어서 보상받으려고 하잖아. 평소엔 족발 1인분만 먹던 애가 속상할 땐 2인분도 먹는데 살이 빠져?”차미주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화가 나서였다. 손을 뻗어 한성우를 꼬집은 차미주가 잔뜩 화난 얼굴로 이를 악물었다.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지?”한성우가 차미주의 손등을 두드리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하늘에 맹세코 절대 아니야. 난 곧 죽어도 널 사랑하는 네 모습이 좋아. 그리고 내가 왜 너랑 헤어져. 다이어트 때문이라고 해도 안 돼.”차미주가 한성우를 노려보았다. “그럼 자꾸 날 데리고 맛집 탐방하러 다니지 마. 내가 다이어트하는 게 쉬운 줄 알아? 이 걸림돌 같은 인간아.”“미안해. 다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유혹하지 않을게. 내가 또 네 다이어트를 방해하면 올해는 일전 한 푼도 못 벌게 될 거라고 맹세할게.”한성우처럼 돈밖에 모르는 사람이 이 정도의 맹세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진지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목을 가다듬은 차미주가 말했다. “그래. 일단은 믿어줄게. 아까 하던 얘기나 계속해. 네가 말한 그 방법, 가능하긴 한 거야?”한성우가 씩 웃었다. “가능한지 아닌지는 해보면 알게 되겠지.”말하며 한성우는 휴대폰을 꺼내 심근호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잠시 업무 관련 얘기를 나누던 한성우가 갑자기 화제를 돌려 심원에 관해 물었다. “심 대표님, 아드님 맞선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요?”그 말에 심근호가 한숨을 내뱉었다. “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35화

    한성우가 생각했다. ‘이렇게 태연하게 나에게 사진을 보내는 걸 보면 송가람의 수단에 충격받을 사람 같진 않아.’하지만 한성우는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 그런 말은 내뱉어봐야 가정의 평화에 불화를 가져올 뿐이었다. 그와 한현진 중 차미주가 누굴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는 한성우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한성우는 상업 파티와 연예계에 몸담으며 수도 없이 많은 여우 같은 여자들을 봤었다. 그들의 수단은 전부 한성우의 손바닥 안에 있었다. 야한 사진을 보내는 것은 하수들이 자주 이용하는 제일 원시적인 방법이었다. 성적인 매력으로 남자의 흥미를 돋우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러니 송가람은 여우 중에서도 하수에 속한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강한서는 결혼하고나서야 성생활을 시작한 모태 솔로였다. 강한서는 애초부터 성욕이 많지 않은 데다 바른 청년의 삶을 사는 그에게 연애 중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돌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그 여자가 와이프와 원수지간이라면 더더욱 불가능했다. 송가람은 강한서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강한서는 송가람이 말하는 좋아한다라는 감정이 진심인 건지, 아니면 단순히 한현진에게서 그를 뺏으려는 욕심인 건지도 알지 못했다. 만약 진심으로 강한서를 좋아하는 거라고 해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강한서의 결혼 생활 내내 송가람은 그 어떤 마음의 표현도 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오히려 한현진의 신분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그때부터 강한서에게 점점 더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송가람은 강한서의 외모에 빠진 것일지도 몰랐다. 그러니 유학 시절엔 강한서와 비슷한 심씨 가문의 외동아들 심원과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며 강한서의 빈자리를 채웠던 것이다. 한성우는 남자든 여자든 또 다른 사람에게서 사랑하는 사람의 그림자를 찾는 것을 제일 멸시했다. 한성우에게 그런 건 사랑이라고 말할 자격도 없는 역겨운 행위에 불과했다. 심원은 요즘 또다시 집안에서 지정해 준 여자들과 맞선을 보고 있다고 했다. 아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