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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Author: 복덩이
그림 속 왕비의 표정은 슬펐다.

반석현이 또 다른 그림을 내밀었다.

크레파스로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왕비가 딸의 손을 잡고 성을 떠나는 모습을 그렸는데, 왕비는 얼굴에 밝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강민아는 반석현이 건네준 세 번째 그림을 받았다.

그림 속엔 왕비가 어린 소녀를 데리고 또 다른 국왕을 만나는데 국왕 옆에는 남자아이가 서 있었다.

왕은 다이아몬드 반지를 들고 왕비에게 청혼하고 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반석현은 다섯 번째 그림을 문틈으로 내밀었다.

그림 속 여자아이와 함께 새 국왕을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린 왕비는 멍한 표정이었다.

그림에 탁월한 재능이 있었던 반석현은 그저 간단히 슥슥 그리기만 해도 인물의 표정까지 생동하게 표현했다.

강민아는 바닥에 앉아 방문에 기대었다.

그녀는 반석현이 그린 다섯 장의 그림과 쪽지를 손에 들었다.

[우리 엄마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강민아의 눈시울이 뜨거워 나며 순식간에 눈가가 촉촉해졌다.

[당신이 내 엄마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또다시 가정에 얽매이고 다른 아이의 엄마가 되어 엄마로서의 무게를 짊어지는 게 싫어요.]

하지만 그토록 많은 그림을 그렸다는 것은 반석현이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너무 좋아하니까 조금이라도 상처 주기 싫은 거다.

반석현은 자신도 강민아에게 괴로움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깨닫고 제일 먼저 멀어지는 걸 선택했다.

자신을 방에 가두면 또다시 강민아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걸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강민아가 고개를 돌리니 반용화가 한 손을 휠체어 팔걸이에 올려놓은 채 다가오고 있었다.

“왜 바닥에 앉아있어?”

남자가 강민아 곁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이고 묻자 강민아는 받은 그림을 그에게 보여주었다.

“석현이는 똑똑하지만 안쓰러운 아이예요.”

반용화는 반석현이 그린 그림을 보았다.

“좋다고 꼭 소유해야 하는 건 아니지.”

그러고는 강민아를 바라보며 솔직하게 말했다.

“한때는 나도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어. 넌 내가 만난 학생 중 최고였지만 여자이기에 온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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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민아는 식사를 마친 후 서둘러 반용화의 서재로 들어갔다.반용화의 서재는 개인 서재보다 도서관에 더 가까웠다.그의 거처에는 3층짜리 서재가 있었는데, 소장하고 있는 책 대부분이 절판된 책이었고, 자료들은 기밀에 속해 유수의 대학교수들도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었다.강민아는 지식의 바다에 푹 빠졌고 정이와 육성민은 여전히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시간 넘게 책을 읽고도 그녀는 미련 가득한 채로 서재를 나섰다....구름 목장, 언덕 아래 차가운 산바람이 휘젓고 지나갔다.“아빠, 오줌 마려워요! 못 참겠어요!”민이의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았다.반씨 가문에서 애지중지 키운 도련님인데 이렇듯 궁색한 처지에 놓였다.민이는 비탈길에 기댄 채 두 손은 양옆에 묶여있어 화장실이 아니라 스스로 바지 벗을 능력도 없었다.그런 민이 옆에 누워 있던 반하준은 바람막이를 입고 있었지만, 날이 춥고 안개가 자욱한 산속에서 기온이 떨어지는 데 장시간 움직이지 않으니 몸의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온몸이 뻣뻣하고 팔다리가 저린 상태였다.반하준은 굳은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마음속으로는 이 또한 반용화가 그에게 주는 퀘스트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민이가 자꾸 귓가에서 칭얼거리니 반하준은 상당히 짜증이 났다.그는 평소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드물었고 민이는 정말 철이 없었다.‘대체 5년 동안 강민아가 어떻게 가르친 건지.’조금 전 반하준은 비탈길 위에 있는 사람을 부르려고 했지만 애초에 거기를 지키는 사람이 없었다.반하준은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았다.시간이 늦어질수록 사람이 있을 가능성은 작아졌다.그래서 우선 민이를 붙잡아 데리고 나간 뒤 사람을 불러 강나현을 구할 생각이었다.강나현은 발을 삐끗하고 엉덩이와 허벅지까지 다쳤기에 그 혼자 어리고 약한 두 사람을 데리고 떠나기엔 무척 성가셨다.반하준은 늘 약자를 싫어했다.한 손으로 몸을 지탱하고 비탈길을 막 올라갔을 때 어두운 숲에 여러 개의 손전등 불빛이 보이자 반하준은 급히 몸을 숙여 경사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08화

    장기명은 고작 대학교수이고 옴 테크를 도와주는 학자 중 한 명에 불과한데 옴 테크 임원 앞에서 이렇게 큰 입김을 자랑한다고?반용화는 휴대전화를 들고 조용히 부하에게 지시를 내렸다.“장기명의 모든 움직임을 주시해.”장기명은 전화기 너머로 강민아에게 히죽거리며 말했다.“정 고마우면 밥이나 한 끼 사요.”“일 끝나면 제대로 감사 인사드릴게요. 지금은 불필요한 구설수를 피하기 위해 접촉을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장기명은 전화기 너머로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물론이죠. 강민아 씨가 인수 책임자라는 소식이 알려지면 반 대표도 주시할 텐데 조심하세요.”그러면서 그녀 대신 욕설을 퍼부었다.“반하준은 사람도 아니에요. 민이 그 자식도 마찬가지고. 두 부자가 강민아 씨에게 그랬다는 걸 듣고 정말 달려가서 주먹을 날리고 싶었어요.”“그럼 가서 구름 목장 지키세요.”반용화의 서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그의 목소리를 들은 장기명은 고양이를 본 쥐가 되어 황급히 목을 어깨 쪽으로 움츠렸다.조금 전 강민아가 반용화 집에 있다고 했으니 불쑥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그들 부자와 강나현이 비탈길 위로 올라오려고 하면 가서 주먹을 날리세요.”장기명은 다리에 힘이 풀렸다.강민아 앞에서 큰소리 한번 친 것뿐인데...정말 반하준을 만나면 그 앞에서 감히 방귀도 뀌지 못했다.“반... 반 연구원님, 저는 오늘 밤에 정리해야 할 중요한 자료가 있어서...”전화기 너머로 장기명의 목소리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구름 목장에 가서 하세요. 사람 보내서 모셔다드리죠.”“하, 하지만...”반용화의 살얼음 같은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대답만 하세요.”분명 휴대폰으로 통화만 하고 있는데도 장기명은 보이지 않는 커다란 손이 자기 목을 움켜쥐고 있는 것 같았다.목소리가 너무 떨려서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결국 그는 순순히 반용화의 말에 답했다.“네...”강민아는 장기명의 사색이 된 얼굴을 상상했다.반용화가 경고 차원에서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07화

    강민아가 반석현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석현아, 우리 모두의 결말은 각자의 손에 달려있어. 난 더 이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거고 나에 대한 네 마음도 저버리지 않을 거야.”반석현은 조금 머뭇거리며 망설였지만 강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그리움과 애틋함이 가득했다.아이는 강민아의 품에 뛰어들어 가느다란 팔로 강민아의 목을 감쌌다.그는 강민아가 자신의 엄마가 되길 원하지 않았다.강민아가 자유로워지길 바랐다.강민아가 고개를 돌려 반용화에게 말했다.“선생님의 애정도 저버리지 않을 거예요.”진심으로 사랑하면 상대가 조금이라도 손해 보고 다치는 게 싫어진다.자신의 좋아하는 마음을 감춰서라도 상대가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바람처럼 자유롭게 세상을 누비도록 내버려둔다.상대가 잘 지내면, 수많은 별과 함께 빛나는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그걸로 만족하니까.강민아는 반석현의 손을 잡고 다시 부엌으로 돌아갔다.정이는 반석현이 식탁에서 밥을 먹으려는 것을 보고 직접 반석현에게 음식을 건넸다.저녁 식사가 끝나고 반용화가 물었다.“나랑 한 내기 기억해? 이제 3주도 안 남았어. 강승 테크엔 언제 손을 쓸 거야?”강민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잠시 생각했다.“흠... 한두 주 지나고 보죠.”반용화는 덤덤한 눈빛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강민아에게 나름의 계획과 생각이 있을 거다. 게다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니 강승 테크는 진작 그녀가 손에 넣은 먹잇감 같았다.하지만 그녀와 강성진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으니 강성진은 절대 먼저 강승 테크를 강민아에게 넘겨주지 않을 거다.“2주 뒤에 강승 테크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겠어?”강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휴대폰이 먼저 울렸다.그녀는 화면을 흘끗 보고는 그대로 반용화에게 보여주었다.발신자는 장기명이었다.전화를 받은 강민아가 스피커 모드로 돌리자 장기명의 흥분한 목소리가 사람들 귀에 들려왔다.“강민아 씨, 지금 어디 있어요? 좋은 소식이 있어요!”강민아가 대답했다.“지금 반 연구원님 집에 있는데 무슨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06화

    그림 속 왕비의 표정은 슬펐다.반석현이 또 다른 그림을 내밀었다.크레파스로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왕비가 딸의 손을 잡고 성을 떠나는 모습을 그렸는데, 왕비는 얼굴에 밝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강민아는 반석현이 건네준 세 번째 그림을 받았다.그림 속엔 왕비가 어린 소녀를 데리고 또 다른 국왕을 만나는데 국왕 옆에는 남자아이가 서 있었다.왕은 다이아몬드 반지를 들고 왕비에게 청혼하고 있다.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반석현은 다섯 번째 그림을 문틈으로 내밀었다.그림 속 여자아이와 함께 새 국왕을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린 왕비는 멍한 표정이었다.그림에 탁월한 재능이 있었던 반석현은 그저 간단히 슥슥 그리기만 해도 인물의 표정까지 생동하게 표현했다.강민아는 바닥에 앉아 방문에 기대었다.그녀는 반석현이 그린 다섯 장의 그림과 쪽지를 손에 들었다.[우리 엄마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강민아의 눈시울이 뜨거워 나며 순식간에 눈가가 촉촉해졌다.[당신이 내 엄마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또다시 가정에 얽매이고 다른 아이의 엄마가 되어 엄마로서의 무게를 짊어지는 게 싫어요.]하지만 그토록 많은 그림을 그렸다는 것은 반석현이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의미했다.너무 좋아하니까 조금이라도 상처 주기 싫은 거다.반석현은 자신도 강민아에게 괴로움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깨닫고 제일 먼저 멀어지는 걸 선택했다.자신을 방에 가두면 또다시 강민아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걸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서.강민아가 고개를 돌리니 반용화가 한 손을 휠체어 팔걸이에 올려놓은 채 다가오고 있었다.“왜 바닥에 앉아있어?”남자가 강민아 곁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이고 묻자 강민아는 받은 그림을 그에게 보여주었다.“석현이는 똑똑하지만 안쓰러운 아이예요.”반용화는 반석현이 그린 그림을 보았다.“좋다고 꼭 소유해야 하는 건 아니지.”그러고는 강민아를 바라보며 솔직하게 말했다.“한때는 나도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어. 넌 내가 만난 학생 중 최고였지만 여자이기에 온실에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05화

    반용화의 시선은 이미 육성민의 얼굴에서 멀어진 뒤였다.“그러세요.”그는 덤덤하고 여유로운 눈빛으로 강민아를 바라보았다.“석현이 구해줘서 고마워.”강민아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석현이가 절 구해줬어요.”반석현은 강민아의 손을 잡고 자기 가슴을 두드리더니 워치를 가리켰다.강민아는 반석현의 뜻을 금방 알아차렸다.자신이 있는 한 강민아를 지켜주겠다는 말이었다.강민아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칭찬했다.“오늘 석현이 아주 용감했어.”“석현아, 뽀뽀해도 돼?”반석현을 안은 정이는 그가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자 볼에 쪽 입을 맞췄다.강민아도 몸을 숙여 반석현의 머리에 부드럽게 입맞춤했다.반석현의 볼이 불그스레 물들고 검은 눈동자엔 무수히 많은 별이 담긴 듯 반짝였다.조금 전 캠프로 돌아갈 때 강민아는 정이에게 반석현과 버섯을 채취하러 갔을 때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정이는 그 말을 듣고 당장이라도 민이를 찾아가 따질 기세였지만, 민이가 비탈 아래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는 말에 학교로 돌아가 자기 주먹을 보여주며 차분하게 얘기해 보기로 했다.육성민은 강민아와 반석현을 바라보던 반용화가 차가운 렌즈 속 깊은 눈동자에 따뜻한 온기를 머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연구원님, 혹시 아드님에게 엄마를 찾아줄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육성민이 입을 열자 부엌에서 음식을 나르던 도우미가 대신 답했다.“도련님은 강민아 씨를 무척 따르는데 강민아 씨가 도련님 엄마가 되어주면 좋겠네요.”반용화의 집에서 일하는 도우미들도 강민아가 한때 반용화의 조카며느리였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들은 반씨 가문 사람들과 거의 접촉하지 않았다.이들은 강민아가 반용화의 서재에 들어갈 수 있고, 반석현이 강민아와의 친밀한 접촉도 거부하지 않는 것을 보며 강민아가 그들 부자에게 남다른 존재라는 걸 알았다.그런데 도우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반석현이 크게 반응했다.그를 안고 있던 정이는 아이가 불편한 듯 꿈틀거리자 얼른 손을 놓았다.반석현은 뒤로 두발짝 물러나 붉게 물든 눈으로 강민아를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04화

    육성민은 지금 조심스러운 도베르만 같았다.강민아는 차에 올라 달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석현아, 내가 안아줄까?”잠결에 비몽사몽이던 반석현이 그대로 강민아에게 기대었다.아이가 품에 안기자 강민아는 곧장 아이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반석현은 강민아의 어깨에 엎드려 그녀의 부드럽고 달큰한 체취를 맡으며 반쯤 눈을 감았다. 유난히 강민아의 따뜻함에 애착을 보이는 아이가 팔을 뻗어 먼저 강민아의 목을 안았다.손님을 맞이하러 나왔던 도우미들이 강민아가 반석현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 두 눈을 크게 떴다.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누구와도 신체적 접촉을 하지 않는 반석현이 제일 가깝게 지내는 게 반용화지만, 가끔은 그의 말도 무시할 때가 있었다.지금 강민아에게 안겨있다는 건 혹시 자폐증이 호전되기 시작한 걸까?“도련님께서 잠드셨어요? 제가 안을까요?”도우미가 앞으로 다가가 묻자 강민아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석현이가 정신은 차렸는데 몸이 아직 잠에서 덜 깬 것뿐이에요.”그녀는 반석현의 등을 살며시 토닥였다.“저한테 기대게 놔두세요.”정이는 육성민에게 안긴 채 거실로 들어서자마자 하품하며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강민아는 반석현을 소파에 내려놓고 물티슈 몇 장을 뽑아 아이의 얼굴과 손을 닦아주었다.허리를 굽히자 그녀의 폭포수 같은 머리카락이 드리우고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그녀의 손끝과 손바닥은 무척 따뜻했다.예쁜 반석현의 눈매 속 흑진주 같은 검은 눈동자가 눈의 4분의 3을 차지했고 흰색은 얼마 되지 않았다.아이는 강민아를 빤히 바라보며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강민아의 머리카락을 만지려 했다.“선생님 오셨어요.”도우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반석현은 꿈에서 깨어난 듯 휙 손을 거두었다.강민아가 고개를 돌리자 반용화가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가오는 게 보였다.그는 베이지색 캐주얼 정장을 입었는데 반듯한 옷차림에 콧등에 무테안경을 걸고 안경 렌즈가 서늘한 빛을 번뜩이고 있었다.강민아는 반용화에게 흰색이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마치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03화

    강민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휴대폰으로 샤워 젤을 짜는 소리를 들으며 괜히 이상한 생각이 떠올랐다.‘심은호가 지금 어딜 씻는 걸까.’욕실에 들어선 남자의 목소리는 더욱 섹시하고 낮게 깔렸다.“무슨 일이에요?”강민아는 뜨거운 이마를 짚으며 머리가 끓어오르는 냄비 속에 던져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한 가닥 남은 이성을 붙들고 서둘러 심은호에게 전화한 의도를 설명했다.“사실은 다음 주에 제 친구가 귀국하거든요. 심은호 씨도 알 거예요. 제 내비게이터 윤세현이요. 그래서 드림을 잠시 빌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심은호는 흔쾌히 동의했다.“네, 그럼 저는 한때 문라이트 클럽 대표로서 함께 마중 나가도 될까요?”강민아가 웃으며 말했다.“물론이죠.”그 순간 갑자기 심은호의 나지막한 탄성이 그녀의 귀에 들려왔다.강민아가 잠시 멈칫하며 고개를 돌려 휴대폰을 보니 휴대폰 화면에 심은호의 젖은 얼굴이 나타났다.작은 물줄기가 목을 타고 흘러내리는 미남이 씻고 있자 강민아는 너무 놀라서 휴대폰을 날려버릴 뻔했다.“죄송해요. 끊으려고 했는데 손이 미끄러져서 엉뚱한 곳을 눌렀어요.”심은호의 목소리가 육성민에게 들리자 운전 중이던 육성민은 앞만 주시하며 강민아에게 물었다.“뭐야?”강민아가 서둘러 대답했다.“아무것도 아니야!”“엇!”휴대폰에서 툭 소리가 나더니 전화기는 바닥에 떨어졌고 전면 카메라에는 단단하고 탄력 있는... 허벅지가 보였다.휴대폰 화면 위로 물줄기가 튀면서 화면이 흐려지자 강민아는 서둘러 눈을 감고 속으로 중얼거렸다.‘보지 말자. 보지 말자.’그녀가 손가락으로 휴대폰을 마구 누르는데 심은호는 손가락이 화면에 나타나는 것을 보며 깃털 같은 목소리로 강민아 귓가를 간질였다.“민아 씨, 막 만지지 마요.”강민아의 얼굴이 온통 붉게 물들었을 때 전방 교차로에 빨간불이 켜졌고, 차를 세운 육성민이 강민아를 돌아보았다.무의식적으로 강민아는 휴대전화를 등 뒤로 숨겼다.육성민 앞에서 애정 행각을 벌이다가 들킨 것 같은 기분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02화

    “끄아악!”강나현은 비탈길을 내려오는 내내 비명을 질렀고 그 바람에 굴러떨어지며 흙먼지와 모래를 한입 가득 먹었다.아래에 있는 덤불로 굴러떨어진 그녀는 밧줄에 몸이 묶인 채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반용화의 부하들은 두 손이 묶인 강나현이 다시 올라가지 못하도록 밧줄을 고정했다.그러고는 반하준과 민이에게 크고 작은 안전 로프를 건네며 직접 착용하라고 말했다.“선생님께선 가해자에게 피해자가 겪은 모든 고통을 전부 경험하게 해야만, 가해자가 뭘 해야 하고 뭘 하지 말아야 하는지 제대로 배운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반 대표님도 자식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한 수 가르쳐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반하준은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민이의 옷깃을 잡고 함께 비탈길을 내려갔다.“흑흑, 아빠, 무서워요!”민이가 반하준에게 매달리면서 비명을 지르자 그는 화를 내며 소리쳤다.“사내라면 용감해야지. 그만 울어!”...캠프로 돌아오는 길, 강민아는 육성민이 자기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손을 들어 얼굴을 만지며 물었다.“내 얼굴에 뭐 묻었어?”비탈길에서 미끄러져 넘어졌으니 얼굴에 뭐가 묻는 것도 당연했다.육성민은 시선을 거두며 조용히 물었다.“반용화 어떻게 생각해?”“선생님은 나한테 아주 잘해줘.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큰 나무처럼 비바람도 피할 수 있게 도와주지.”“너한테만 그러겠지.”육성민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잘 들리지 않았다.그 순간 강한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며 육성민의 목소리도 뚝 끊겼다.“뭐?”강민아는 잘 들리지 않았다.“강민아 씨.”사복 경호원이 다가와 강민아에게 정중한 인사를 건넸다.“도련님 지켜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선생님께서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는데 오늘 밤에 시간 되십니까?”육성민은 반용화의 초대를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강민아가 물었다.“저녁 식사 후에 선생님 서재에 있는 자료 좀 읽어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반용화의 서재에는 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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