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과 직원들이 그들 앞으로 다가왔다.“반현민 아버님 맞으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반현민 어린이의 가족 활동에 처음 오셨네요.”반하준의 표정은 여전히 냉담했고 그는 선생님을 향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쌀쌀한 태도로 사람이 다가오는 걸 거부하는 반하준을 보고 선생님들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강나현은 반하준의 얼굴을 가리키며 빙긋 웃더니 득의양양하게 말했다.“하준 씨는 원래 오지 않으려고 했어요. 제가 아침에 반씨네 저택에 가서 하준 씨를 침대에서 끌어냈어요.”강나현은 과장해서 말했다. 그녀는 아침 일찍 반씨 저택으로 달려가 반하준의 방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이 남자가 방문을 잠근 것을 발견했다.강나현이 밖에서 한참 동안 미친 듯이 문을 두드려서야 세수를 마친 반하준이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민이는 저도 모르게 작은 가슴을 폈다. 현이 형이 아빠더러 그와 함께 가족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현이 형이 없었다면 반하준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가족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전에 억지스러운는 엄마만이 그와 정이와 함께 활동에 참여했지만 그때마다 그는 강민아가 우승하지 못할까 봐 걱정하고 두려워했다.“강나현 씨는 반 대표님의 친구 신분으로 가족 활동에 참여하신 건가요?”담임 선생님은 강나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강나현은 학교에서 여러 번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어 선생님은 그녀를 좋아하지 않았다.강나현을 보자 담임 선생님은 오늘 가족 활동에서 강나현이 또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예감이 들어 엄숙하게 말했다.“우리 가족 활동에는 명확한 규정이 있어요. 활동에 참석하려면 친부모가 아니더라도 아이의 친척이어야 해요.”이런 활동을 통해 아이가 가족의 사랑을 느껴야 하므로 부모의 역할은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었다.아이의 부모를 대신해 아무나 이 가족 활동에 참여할 수 없었다. 이 활동 중에서 아이가 격차를 느끼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면 아이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강나현의 표정이
반하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집사는 이런 일들은 말한 적이 없어요.”담임 선생님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반하준을 바라봤다. 예전에 민이가 학교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녀는 강민아에게 전화했는데 그때마다 즉시 해결되었다.하지만 지금은 민이가 학교의 문제아가 되었고 담임 선생님이 반씨네 집사에게 여러 번 전화를 걸었지만 집사는 얼버무렸을 뿐이다.강나현이 소리쳤다.“이런 사소한 일을 가지고 왜 이렇게 과장해서 말하는 거예요?”담임 선생님도 화가 나서 강나현에게 말했다.“오늘 강나현 씨가 자신이 반현민의 아버지라고 말하는 걸 보니 민이가 왜 성별을 왜곡해서 인식했는지 알 것 같아요.”“뭐라고요? 따귀를 맞으려는 게 아니면 말 가려서 하세요!”강나현은 곧 소매를 걷어붙이고 선생님과 싸울 것처럼 표정이 흉악해졌다.담임 선생님은 강나현의 이런 태도에 깜짝 놀랐지만 민이는 오히려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맞아요! 따귀를 때려야 해요!”민이는 지금 어른들의 행동을 흉내 내는 것을 좋아하는 나이였다.욕하는 말을 배우면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으며 이런 욕을 하면 다른 아이들 앞에서 어른처럼 우쭐댈 수 있다고 생각했다.“강나현!”반하준은 강나현을 꾸짖은 후 담임 선생님에게 말했다.“민이가 학교에서 잘못을 저지르면 제가 잘 교육할게요.”담임 선생님은 입술을 깨물었다.“반 대표님, 맹자의 어머니는 아들 교육을 위해 집을 세 번이나 옮겼다고 해요. 어린이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단계에 있어 처한 환경이 아주 중요해요. 반현민 주변에 자주 나타나는 사람들을 잘 선별해 주시기 바라요.”강나현은 불만스러워하며 소리쳤다.“어머, 나를 겨냥하는 거예요?”담임 선생님은 강나현의 말에 어리둥절해졌다.‘이 강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의 사고방식은 정말 이상하네.’“강나현 씨, 이건...”자신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담임 선생님은 강나현의 얼굴에서 시선을 돌려 미션 카드를 반하준에게 건넸다.“이번 가족 활동의 첫 번째 미션 카드예요. 반 대표님과 반현
“엄마는 중간에 앉아요. 나는 뒤에 앉을게요. 나는 알파카 도둑들이 엄마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할 거예요!”그들은 세 사람이 함께 3인용 자전거에 올라탔다.한편 강나현도 임무를 배정하고 있었다.“하준 오빠는 앞에 앉아서 페달을 밟으면 돼. 민이는 무를 보호하고 난 알파카를 쫓아낼게.”강나현은 이제 알파카를 만나면 그들이 무를 빼앗으려고 할 것인데 싸우는 과정에서 무를 보호하는 사람에게 침을 뱉거나 옷을 물려고 할 것으로 생각했다.강나현은 자신은 물론 반하준도 알파카의 침 공격에 당하는 것이 싫었다.그렇다면 침을 맞는 일은 민이가 감당해야 했다. 만약 민이가 당근 몇 개라도 지켜낸다면 오히려 강나현이 알파카를 쫓아준 것에 감사해할 것이다.반하준은 오히려 아들이 무와 배추가 가득 찬 플라스틱 통을 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민이가 이 무와 배추를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그러나 강나현이 말하자마자 그는 즉시 무와 배춧잎이 가득한 통을 들고 용맹한 전사처럼 신이 나서 말했다.“저는 꼭 이 무를 지킬 거예요.”강나현이 성인으로서 알파카를 쫓아내기에 더 적합하다는 점을 고려한 반하준은 이 안배를 받아들였다.반하준은 3인용 자전거의 맨 앞에 앉았고 민이는 중간에, 강나현이 맨 뒤에 앉았다.그들이 출발하려고 할 때 마침 육성민도 강민아와 정이를 데리고 출발했다.민이는 그들을 보며 반하준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아빠, 빨리 가요! 우린 저 사람들보다 앞서야 해요!”반하준은 그들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앞에 앉은 육성민은 그녀들보다 몸집이 훨씬 더 컸는데 마치 우뚝 솟은 산처럼 안전감을 주었다.‘강민아가 육성민을 데리고 가족 활동에 참여한 것은 나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일까? 강민아는 혹시 육성준이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반하준은 이렇게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비웃었다. 육성민의 신체 조건은 보통 사람보다 훨씬 좋지만 가족 활동에서는 체력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니다.그들이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5, 600미터 갔을 때
반하준은 전력을 다해 속도를 내려 했지만 강나현과 페달을 밟는 리듬이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들이 탄 자전거는 도로 위에서 ‘S’형으로 나아갔다.반하준이 소리쳤다.“강나현! 페달 밟지 마!! 페달에서 발을 떼!”강나현이 페달을 밟는 것이 오히려 그의 방해가 되었으니 그가 혼자 페달을 밟는 것이 나았다.“아! 젠장! 내 옷!”강나현은 반하준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을 겨를이 없었다. 알파카가 그녀의 소매를 잡아당기고 머리카락을 물어뜯었다. 겨우 한 마리를 밀어내면 또 다른 알파카가 달려들었다.“엉엉, 아빠, 빨리 달려요!”뒤에서 울부짖는 민이를 보고 반하준도 속도를 내고 싶었지만 강나현 때문에 방향이 틀리게 됐다.그는 이렇게 강민아와 정이가 그의 시선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캠핑장에는 이미 첫 번째 미션을 통과한 부모와 아이들이 휴식하며 다른 아이들과 부모를 기다리고 있었다.종점에 도착한 육성민은 여전히 안정적으로 호흡하고 있었다.“우리 도착했어!”육성민은 뒤를 돌아 강민아와 정이를 보려고 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본 순간 그는 멍해졌고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렸다.육성민의 소리를 듣고 강민아는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알고 통을 꽉 안고 있던 긴장한 자세에서 풀려났다.강민아는 고개를 돌려 딸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러나 고개를 돌렸을 때 그녀도 육성민처럼 멍해졌다.정이는 육성민이 멈춰서자 자신의 몸 양쪽을 바라보고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엄마! 알파카가 쫓아왔어요! 무를 지켜야 해요! 삼촌, 빨리 달리세요.”강민아가 말했다.“정이야, 일단 그 두 마리 알파카를 놔줘.”정이는 그제야 자신을 바싹 따랐던 알파카의 머리가 그녀의 겨드랑이에 끼어있었기 때문이란 걸 알아챘다.이 알파카들이 언제부터 정이에게 목덜미가 접혔는지도 몰랐다. 이 두 알파카는 이미 힘이 빠져 혀를 내밀고 눈을 뒤집은 채로 있었다.정이가 즉시 팔 힘을 풀자 이 두 알파카는 사지에 힘이 빠져 바닥에 쓰러졌다.정이는 그제야 놀란 가슴을
선생님은 다섯 손가락을 펼치며 정이에게 말했다.“알파카 한 마리에 5점을 더해줄게!”반진경은 파리를 먹은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알파카를 잡으면 점수를 더 준다고 말해줬어야지... 그럴 줄 알았다면 알파카를 잡아 점수를 더 받는 건데...”반진경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들은 알파카를 보기만 해도 무서워 피했던 그들은 알파카를 잡으면 점수를 더 받을 수 있다고 해도 잡지 않았을 것이다.반진경은 어쩔 수 없이 선생님이 반연주의 명패를 2위 자리에 놓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선생님은 정이의 이름 옆에 점수를 업데이트했다.강윤정: 40점.반연주: 30점.그리고 다른 선생님이 민이의 점수를 발표했다.“반현민 어린이는 0점이에요.”반현민은 마이바흐에서 내렸을 때 멋있었던 것만큼 지금 낭패해졌다.그의 LV 모자는 이미 알파카에게 물려 벗겨졌고 옷깃도 비뚤어졌다. 옷에는 알파카의 침이 묻어 있어서 냄새가 역했기에 그는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강나현의 상황도 좋지 않았다. 그녀의 머리는 이미 흐트러졌고 아웃도어 재킷의 지퍼는 반쯤 열려 있었다. 그녀는 떠돌이처럼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선생님이 무슨 말을 했는지 이해한 강나현은 승복하지 않고 소리쳤다.“어떻게 0점일 수 있어요? 점수 계산을 잘못한 게 아니에요?”선생님은 화를 참으며 말했다.“당신들은 종점에 도착했을 때 무와 배춧잎은 물론 이것을 담은 통마저 없어졌어요. 그러니 제가 어떻게 점수를 잘못 계산했는지 말해보시죠?”강나현은 빈손으로 서 있는 민이를 바라보았다.“통은 어딨어? 무는? 혹시 배추 한 잎도 지키지 못했어?”강나현이 묻자 민이는 얼굴을 찌푸렸다.“너무 두려웠어요. 알파카들이 통째로 가져갔어요.”그런후 민이는 오히려 씩씩거리며 강나현에게 따져 물었다.“왜 저를 지켜주지 않았어요?”강나현이 말했다.“난 페달을 밟았잖아. 자전거를 타는 이 일은 원래 너에게 기대하지 않았어. 민이야, 넌 사내잖아. 어떻게 통 하나도 지키지 못했어?”선생님이 계속해서 말했
강나현은 민이를 데리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 다행히 그녀는 갈아입을 옷을 가져왔다.그녀는 알파카의 침으로 더러워진 옷을 벗은 후 옆으로 내팽개쳤다.그녀가 혼자 옷을 갈아입자 민이가 말했다.“내 옷도 더러워졌어요.”강나현은 접이식 의자에 앉은 채 움직이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가방 안에 네 옷이 있어.”민이는 삐쭉거리며 말했다.“나 스스로 옷을 갈아입어야 해요?”집에서 가정부가 옷을 입혀주고 밥을 먹여주는 생활에 익숙해진 그는 밖에 나오면 당연히 강나현이 옷을 갈아입혀 줄 것으로 생각했다.강나현은 젖은 티슈로 머리를 닦느라 바빴다. 그녀는 지금 기분이 매우 나빴는데 그저 빨리 샤워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머리를 깨끗이 씻고 싶었다.그러니 민이를 돌볼 겨를이 있을 리가 있겠는가.민이는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다른 아이들은 모두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어떤 엄마는 아이에게 물을 주었고 또 땀을 닦아주며 옷을 갈아입혀 주는 엄마도 있었다.강민아는 정이의 머리를 다시 빗겨주고 있었다.민이의 마음은 복잡해졌다. 작년 가족 활동에서 그는 게임을 하며 땀을 많이 흘렸는데 강민아는 세심하게 그의 옷을 갈아입혀 주었을 뿐만 아니라 땀수건을 등에 받쳐주며 얼굴도 깨끗이 닦아주었다.그가 목마르다고 말하기 전에 강민아는 물병을 그의 입가로 가져다주었다.하지만 강나현은 이런 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 민이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냄새 나는 옷과 더러운 신발을 바라보았다.강민아가 있을 때만 그는 매우 깨끗한 아이였다.강나현은 그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도 모른다.“아빠 옷 좀 갈아입혀 줄래요? 땀을 많이 흘렸어요.”민이는 반하준에게 물었다.“스스로 해.”반하준의 쌀쌀한 대답이 돌아왔다.항상 아버지를 두려워하던 민이는 반하준이 거절하자 어쩔 수 없이 쭈그리고 앉아 책가방에서 옷을 꺼냈다.강나현은 자신을 정리한 후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민이야, 나에게 감자칩 한 봉지 열어줘.”민이는 스스로 하지 못하냐고 반박하려 했지만 오늘 강나현을 가족 활동
민이는 마음속의 불쾌함을 꾹 참았다. 그는 반씨 가문의 막내 손자이고 할머니의 귀염둥이이다.그는 고개를 들어 강민아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다가 강민아도 그들 쪽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역시 그가 이렇게 하면 강민아의 주의를 끌 수 있었다.신이 난 민이는 강나현을 도와 오징어의 포장을 뜯었다.강나현은 자신의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아 말했다.“먹여줘.”민이는 안색이 좀 일그러졌지만 강민아가 또 그를 보지 않자 포장 봉투에서 오징어 한 올을 꺼내 강나현의 입에 넣어줬지만그의 시선은 강민아에게 고정했다.‘빨리 고개를 돌려 나를 봐요!’민이가 마음속으로 소리치고 있었다.그가 강나현에게 이렇게 잘하니 강민아는 틀림없이 질투할 것이다.강민아가 엄마가 되는 걸 포기 것이니 영원히 그가 주는 오징어를 먹을 수 없을 것이다.반진경은 혀를 내두르며 놀라워했다.“민이야, 네가 나현이에게 오징어를 먹여주다니, 너 정말 친절하구나!”그녀의 말투는 과장되어 날카로운 목소리가 아주 멀리 전해졌다.강나현은 다리를 꼬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이게 뭐가 그리 놀랄 일이라고 그래요? 연주는 언니에게 간식을 먹인 적이 없어요?”그러자 반진경이 대답했다.“나는 연주의 엄마야, 우리는 달라!”강나현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뭐가 달라요? 저는 하준 오빠의 형제고 민이의 형님인데!”반진경은 가볍게 코웃음 쳤다.‘이게 무슨 엉망진창인 관계란 말이야?’강나현이 18살 때 반진경은 반하준에 대한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렸다.반유하만 순진하게 강나현이 반하준에 대해 순수한 형제들의 정이라고 생각했다.반진경은 반하준 쪽을 바라보았다.민이가 강나현을 이렇게 따르면 반하준도 필연적으로 강나현을 예뻐하게 된다.반진경이 입술을 살짝 감빨며 반하준과 강나현이 뒤엉키기를 간절히 바랐다.연진숙은 지금 강나현에 대해 점점 반감을 보이는데, 강나현이 강민아의 친여동생으로서 여전히 반하준과 함께 놀고 있으니 반하준의 명성에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했다.반하준이 강민아와 이혼하더
민이는 치욕을 씻기 위해 서둘러 자루 속으로 들어갔다.강나현도 자루 안으로 들어가며 민이의 뒤에 서서 말했다.“하준 오빠, 빨리 들어와!”강나현이 재촉했다.반하준이 자루에 들어가자마자 강나현은 그에게 기대려고 하자 그는 즉시 눈살을 찌푸렸다.강나현은 기대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말했다.“하준 오빠, 우리 세 사람은 꼭 붙어 있어야 해. 그래야 캥거루 점프를 할 때 같이 힘을 낼 수 있어.”그러면서 그녀는 반하준의 손을 잡았다.“손을 앞으로 가져와 자루를 꽉 잡아야 해.”이러면 반하준의 팔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어 마치 그녀를 안은 것처럼 할 수 있었다. 가족 활동을 통해 반하준과 스스럼없이 접촉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강나현은 마음이 간질간질해졌다.그녀가 민이의 초대를 받아들여 가족 활동에 참여한 것은 바로 강민아와 기타 명문가 부모들의 앞에서 반하준과의 관계가 얼마나 좋은지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그러나 강나현은 반하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만지지도 못했고 도리어 그녀의 허리가 갑자기 반하준에게 밀렸다.반하준은 서둘러 그를 불편하게 한 이 자루에서 나왔고 강나현은 관성에 의해 몸이 옆으로 넘어졌다.그녀는 손으로 바닥을 짚어 중심을 바로잡아서야 너무 비참하게 넘어지지 않았다.“하준 씨, 뭐 하는 거야!”강나현은 고개를 돌려 화를 내며 따졌다.‘이 남자는 정말 여자를 아낄 줄도 모르네.’그런데 이때 그녀는 반하준이 강민아가 있는 쪽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아챘다.육성민이 먼저 자루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는 혼자서 자루를 거의 다 채웠다. 강민아도 자루에 들어가 육성민과 마주 보며 섰고 그런후 정이도 자루 속에 들어와 샌드위치 속 햄처럼 그들 속에 끼었다.이렇게 하면 시합할 때 정이의 작달막한 키가 어른들의 점프 속도와 거리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었다.그런후 강민아는 육성민의 뒤에 있는 자루 가장자리를 잡으며 힘을 합쳐 자루를 들어 올렸다.반하준은 숨이 막혔다. 그의 시각에서 강민아는 육성민의 가슴에 기대어 있는 듯했고 두 손은 그의
강나현은 다급한 어조로 강민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아빠! 이 모든 게 강민아가 우리를 해치려고 짠 계획이에요!”그런데 얼굴 전체가 돼지처럼 부어올라 말을 해도 발음이 정확하지 않고 목소리가 어눌하게 들렸다.그런 그녀의 말에 강성진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 서둘러 벨트를 반으로 접은 뒤 강나현의 콧대를 조준해 휘둘렀다.“민아랑 내 부녀 사이 이간질할 생각 마!”강나현은 당황했다. 강성진이 왜 갑자기 강민아 편을 드는 걸까.“아빠가 키운 자식은 저예요! 강민아랑 무슨 감정이 있다고 그래요? 애초에 데려올 생각도 없었잖아요!”“닥쳐!”강성진은 화가 났다. 그의 평판은 무너졌지만 강민아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고 있으니 앞으로 그녀에게 의지해야 할 일이 많은데, 강나현이 대놓고 헛소리하는 걸 그냥 둘 리가 없었다.강성진이 소리를 질렀다.“테이프 가져와!”작고 하얀 손이 검은 테이프를 건넸다.강기성은 강성진에게 테이프를 건네는 김예나를 보고 날카로운 눈썹을 들썩였다.강성진이 테이프를 찢자 강나현이 경악하며 소리를 질렀다.“아빠, 뭐 하는 거예요?”강성진이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았다.“네 망할 입을 막으려는 거지!”강성진은 본인과 강민아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잘 알았다. 강민아가 강씨 가문에 돌아온 지 9년이 지났어도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눈 건 손에 꼽힐 정도였다.게다가 둘은 한때 팽팽하게 맞서 싸운 적도 있었다.하지만 이제 강성진은 강민아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었다.“아빠! 하지 마요!”강나현이 비명을 질렀지만 강성진의 행동에 전혀 저항하지 못했다.강성진이 곧장 테이프로 그녀의 입을 감자 김예나는 한쪽에 서서 진흙탕처럼 혼탁한 눈빛으로 싸늘하게 지켜보고 있었다.비슷한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한때 강나현은 그녀를 화장실에 가두고 테이프를 붕대 삼아 눈과 머리, 입, 코를 감아 숨도 못 쉬고, 살려달라고 애원할 힘조차 없게 만들었다.그렇게 그녀가 죽기만을 기다리며 어둠 속에 잠식되어 갈 때 가위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
강나현은 강성진의 호흡이 가빠지는 것을 느끼고 상황을 뒤집을 희망이라도 본 듯 서서히 안도했다.‘그래, 이제 강민아가 맞아서 이빨이 뽑힐 차례야!’강성진은 강나현의 휴대폰 앨범 속 강민아와 관련된 영상을 지우고 숨을 고르더니 손을 들어 또다시 강나현의 뺨을 때렸다.거센 바람 소리와 함께 손바닥이 강나현의 얼굴을 강타했다.강나현의 입에 머금었던 솜뭉치가 끈적끈적한 피와 섞여 바닥에 튀어나왔다.“강나현, 이 망할 것! 날 해친 것도 모자라 민아까지 해치려고 들어? 강씨 가문을 무너뜨리고 싶은 모양이구나! 내가 오늘 너 때려죽인다.”강성진은 당장이라도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아니에요!”강나현이 피를 뱉자 혀끝에는 온통 비릿한 피 냄새가 진동했다.소리를 질렀지만 그녀의 설명은 모두 부질없는 짓이었다.강성진은 왜 그녀를 믿지 않는 걸까.휴대폰을 강나현에게 던진 뒤 강성진은 벨트를 풀었다.강나현은 강성진이 벨트로 자신을 채찍질하려는 것을 보고 겁에 질린 표정을 드러냈다.그 순간 강성진의 휴대폰이 울렸다.벨트로 강나현을 한 대 세게 내려친 뒤 다른 한 손으로 휴대폰을 꺼냈다.“여보세요.”강성진은 발신자를 확인한 후 전화를 받았다.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들어와요.”강승 테크의 주요 주주 몇 명이 들어왔고 맨 앞에 있던 사람이 말했다.“성진, 지금 여론이 자네한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어. 옴 쪽에서는 입찰에서 빠지려고까지 해!”강성진은 그 말에 덩달아 조바심을 냈다.“네? 어떻게 멋대로 발을 뺀다는 거죠? 지금 당장 옴 테크 쪽 임원에게 연락해 봐야겠어요!”또 다른 주주가 강성진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지금 어디든 자네가 나서면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것과 같다는 걸 몰라? 사람들 웃음거리가 되고 싶어?”“난...”주주들은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우린 고심 끝에 만장일치로 자네가 먼저 대표 사임 발표를 하길 바라네. 그래야 자네나 회사에 대한 불리한 여론이 잠잠해질 거야.”“어떻게 강승
그러자 강성진은 강나현에게 소리쳤다.“민아를 좀 봐! 우리 회사를 위해서 애쓰고 있잖아!”강민아가 덧붙였다.“그런데 오늘 파티에서 공개된 영상이 서경 상류층에 퍼졌어요.”그녀는 부드러운 한숨을 내쉬며 강나현에게 물었다.“나현아, 넌 상류층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니까 가서 확인해 봐. 다들 우리 집 얘기하고 있는지.”강나현은 심장이 철렁하고 소름이 돋았다.강민아가 지금 그녀를 골탕 먹이고 있다는 느낌이 어렴풋이 들었다.강성진이 곧바로 강나현을 재촉했다.“휴대폰 내놔.”강나현은 두 볼이 부어올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강민아가 또다시 함정을 파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그녀는 강성진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곧바로 강성진이 그녀의 뺨을 또 때렸고, 이미 빨갛게 부어오른 뺨 사이로 새빨간 피가 스며 나왔으며 살갗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강성진은 그녀의 앞에 서서 내려다보며 명령했다.“두 번 말하게 하지 마!”강성진의 위협적인 압박에 강나현은 순순히 휴대전화를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그녀의 부은 얼굴로 휴대폰 잠금이 풀리지 않자 지문으로 해제한 뒤 카톡 채팅 기록을 살펴보았다.곧 여러 명이 친구 추가 요청을 보냈고, 강나현을 삭제하지 않은 재벌 2세들이 파티에서 강나현이 당당하게 강성진이 바람피운 것을 공개한 영상 링크를 보냈다.[강나현, 너 멋있다!][나현, 이게 네가 말한 빅 뉴스야?][역시 너야. 나오자마자 아빠부터 건드리네. 강나현, 용감해! 너는 내가 인정한다!]강성진은 강나현을 칭찬하는 이들을 바라보면서 두 눈에 담긴 불길이 거세게 번졌다.한심한 재벌 2세들은 부모에 대한 불만이 많았고, 강나현이 파티에서 보여준 행동은 그들에게 ‘모범’ 역할을 했기에 강나현을 숭배하기 시작했다.강나현은 소파에 앉아 강성진의 얼굴을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발바닥부터 올라오는 한기가 온몸을 휩쓸고 팔에는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아래위 치아가 달달 떨리며 서로 부딪혀 딱딱 소리를 냈다.“아빠...”강성진의 목소리가 벼락처럼 강나
강민아는 눈을 깜빡이며 물잔이 강나현의 가슴을 강타하고 뜨거운 물이 마침 강나현의 얼굴에 튀면서 그녀의 얼굴도 씻기는 것을 바라보았다.“아악! 젠장!”뜨거운 물을 뒤집어쓴 강나현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물이 그녀의 얼굴에 있던 핏자국과 뒤섞이며 연분홍색으로 바뀔 때쯤 그녀가 허둥지둥 소파에서 일어났다.“죄송해요...”김예나는 조심스럽게 말하면서도 어두운 동공엔 조금도 미안한 기색이 없었다.“이런 망할!”강나현은 욕설을 내뱉으며 뒤에서 쿠션을 잡아 김예나를 향해 세게 내리쳤다.김예나는 피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았다.강나현이 던지는 딱딱한 물건에 맞아 머리에 피가 난 적도 있는데 이까짓 쿠션쯤이야.강기성이 손을 뻗어 쉽게 쿠션을 낚아채더니 김예나를 등 뒤로 보내면서 쿠션을 옆으로 던졌다.그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예나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그의 눈에 강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미친개 같았다.강나현은 입에 솜을 물고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 당장이라도 김예나를 산 채로 잡아먹을 것 같은 위협적인 눈빛으로 노려보았다.“일부러 그런 거야! 왜 아직도 우리 집에 살게 놔두는 거야? 저번에 내 그릇도 깨고, 내 옷도 잘못 빨고, 내 방 창문도 열어놔서 엄청나게 큰 벌레가 내 침대에 기어들어 왔어!”김예나는 벌벌 떨며 강기성 뒤로 숨었다.강나현의 말이 맞다. 일부러 그랬다.강기성의 손에 이끌려 강씨 가문에 살게 되면서 강나현은 일부러 그녀에게 집안일을 시켰다.김예나도 기꺼이 도우미를 자처했는데 청소도구를 들고 강나현 방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하지만 강씨 가문의 다른 도우미들이 너도나도 일을 도와주는 탓에 강나현의 방을 꼼꼼히 뒤져 불리한 증거를 찾을 수가 없었다.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강나현에게 학창 시절 겪었던 괴롭힘을 하나하나 되갚아주는 것뿐이었다.2년 내내 강나현에게 괴롭힘을 당했기에 강씨 가문에서 강나현에게 했던 복수는 그녀가 한 짓에 비하면 천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했다.“어디서 목소리를 높여?
그녀가 강기성에게 약을 먹이고 나서야 그는 조금 나아질 기미가 보였다.강기성은 이 집안에서 강성진에게 맞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강나현은 어렸을 때부터 강성진에게 매를 맞으며 점차 폭력을 동경하게 되어 여성의 정체성을 버리고 남자 무리에 어울리려 했다. 마치 자신도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가 되어야만 매 맞는 사람으로 전락하지 않는 것처럼.“그 사람이 도민영을 아끼는 것처럼 보여도 예전에 때려서 도민영 얼굴이 부은 걸 봤어. 난 어렸을 때부터 도민영이 저 사람한테 맞아서 머리가 잘못됐다고 생각해.”“어젯밤에 왜 오빠를 때린 거야?”강기성은 침대에 누운 채 멍하니 천장을 응시했다.“내가 사람을 시켜서 친부모를 찾고 있다는 걸 알았어.”강기성이 그녀를 돌아보았다.“강씨 가문은 남자가 물려받아야 한다면서 내가 친부모에게 가면 강씨 가문 대가 끊길 거래.”말하며 강기성이 경멸하듯 비웃었다.“난 언젠가 저 사람 죽여버릴 거야.”그저 홧김에 하는 말이었다. 강성진의 피가 튀는 것조차 더러운데 아무 상관 없는 사람 때문에 자신의 앞길까지 망칠 필요는 없었다.강민아는 숟가락으로 강기성에게 포도당 물을 먹여주었다.“언젠가 우리가 크면 저 사람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날이 올 거야.”도민영이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걸 강성진이 모를 리가 없었다. 게다가 강기성은 그와 조금도 닮지 않았다.하지만 고리타분한 마인드와 강나현의 출생 이후 강성진은 큰딸을 되찾으려는 생각을 접었다.“다들 이만 돌아가세요.”직원들에게 말하던 강민아는 자리에 있던 임원들과 주주들이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먼저 입을 열었다.“제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단상 위에 꿇고 앉은 그녀의 발치에는 아직 기절한 척 시늉하는 도민영이 있었다.그녀의 단호한 눈빛에 임원들도 마음을 진정시켰다.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강민아의 차분한 모습은 임원들에게 구원의 지푸라기와 같았다.강민아는 심은호의 손바닥 위로 손을 올려놓으며 그의 도움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나현은 황급히 고개를 돌려 강성진에게 설명했다.“아빠, 그런 거 아니에요! 내가 올린 영상이 아니라고요!”강성진은 이제 다른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과 어린 비서의 동영상이 폭로되었고, 게다가 폭로한 당사자는 그의 잘난 딸이었다.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그는 행복한 얼굴로 단상 아래에 있는 임직원들에게 두 딸이 강승 테크에 입사해 온 가족이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그의 열정적인 연설이 아직도 귓가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효녀 강나현이 그의 뒤통수를 후려갈긴 것이다.강성진은 당장이라도 강나현의 목을 비틀어 머리를 공처럼 차버리고 싶었다.“개자식,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강성진은 발을 들어 강나현의 머리를 세게 걷어찼다.이대로 머리를 박살 내고 싶은 심정이었다.강나현은 겁에 질려 오줌까지 지리며 서둘러 기어서 도망쳤다.그때 강민아를 돌아보았다.‘이 많은 사람 앞에서 그냥 내버려두진 않겠지?’그런데 강민아가 무릎을 꿇고 앉아 도민영의 어깨를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엄마, 일어나봐요!”강민아가 손을 뻗어 도민영의 인중을 누르자 도민영은 미간을 깊게 찡그렸다.그러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을 뜨며 강민아를 노려보았다.“아파!”그리고 다시 기절했다.강민아는 연기라는 걸 알았다.지금 상황에서는 무고한 피해자인 척 연기하는 것만이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그래서 그녀도 엄마를 걱정하는 효녀인 척 강성진에게 맞는 강나현을 무시하고 있었다.강나현의 비명이 끝없이 울려퍼졌지만 자리에 있던 직원들은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강성진은 그들의 대표였고 말 한마디로 그들을 해고할 수 있으니까.임원들과 주주들은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거나 굳은 표정으로 다른 사람들과 말을 주고받았다.강성진이 어린 비서와 놀아난 사실은 사내에서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하지만 적나라한 영상이 공개되고 현장에 기자까지 있으니 일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그들은 지금 어떻게 하면 강승 테크에 미칠 부정
강나현의 목소리가 반하준의 귓가에 들리고, 그는 포박당한 채 매서운 눈빛으로 TV 화면을 응시했다.강민아를 저격하는 말인 건 안다.대체 강민아의 무슨 약점을 잡은 걸까.강민아가 강씨 가문을 파멸로 몰고 갈 만큼 위험한 짓을 한 건 그를 이곳에 가둔 것뿐이었다.하지만 강나현이 그가 감금되었다는 걸 어떻게 알고?반하준은 자신의 뇌 어딘가에서 신경이 거칠게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안 돼!’절대 그가 이곳에 감금된 사실을 폭로해선 안 된다.이윽고 반하준의 동공이 확장되며 스크린에는 적나라한 영상이 재생되었다.강성진의 얼굴이 단번에 퍼렇게 질렸다.“아아악!”도민영은 본능적으로 손을 들었지만 미처 입을 가리지 못한 채 비참한 비명을 내뱉었다.강씨 가문의 다른 친척이나 주주들도 일제히 경악하며 소리를 질렀다.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 같이 좋지 않았고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짓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강나현은 단상에 서서 모두의 반응을 살피고는 단상 아래 손님들에게 말했다.“여러분, 다 보셨나요? 저런 사람이 강승의 리더가 될 자격이 있나요? 저렇게 사생활이 엉망인데 정말 강승 테크를 믿고 맡길 수 있나요?”강나현이 눈가에 악의를 고스란히 드러낸 채 차갑게 웃었다.무죄로 석방된 후 강민아에게 주는 큰 선물이었다.‘그러게 누가 감히 도발하래?’반하준의 얼굴을 다른 남자로 바꿨으니 이제 강민아가 심은호와 사귀면서 다른 남자와 낯 뜨거운 행각을 벌인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되었다.강나현은 심은호를 바라보며 그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기대했다.무대 맨 앞줄에 서 있던 심은호는 잔을 들어 건배를 제의했다.“강나현 씨의 가족도 서슴없이 희생하는 용기는 대단하네요!”강나현은 가슴이 철렁했다. 심은호는 왜 저렇게 담담한 걸까.게다가 대놓고 그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강나현은 기가 막혀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역시 심은호는 강민아를 그저 데리고 놀 생각이었고, 어쩌면 진작 그녀가 방탕하다는 걸 알고 있었나 보다.강나현이 승리의
강나현은 강민아의 게시물을 클릭해서야 이미 올렸던 영상이 사라졌다는 걸 알아차렸다.고개를 든 그녀가 매서운 눈빛으로 강민아를 쳐다보았다.영상을 삭제했다고 그녀를 도발했던 게 없었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다.이미 강민아와 반하준의 영상을 저장해 놓았으니까!강민아의 입가에 번진 미소를 보며 강나현은 일부러 자신에게 보여주기 위해 올렸다고 더더욱 확신했다.강민아는 분명 반하준이 합의서에 사인하고 아직 민이가 병원에 있는 데도 강나현이 보상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것에 화가 난 거다.그래서 다시 친구 추가를 한 뒤 일부러 그녀만 볼 수 있는 게시물을 올려 기선제압을 했다.강민아는 그녀가 반하준을 좋아해서 그의 체면 때문에 영상을 퍼뜨리지 않을 거라 확신하겠지만, 강나현은 강민아를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강나현은 영상을 저장한 뒤 반하준의 얼굴을 다른 남자로 바꾸었다.이제 강민아에게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깨는 게 뭔지 제대로 보여주련다.“강민아, 내가 이미 경고했지. 날 건드리지 말라고! 심은호와 만나고 하준 씨랑 얽혀 있다고 해서 내 앞에서 거들먹거리지 마.”강나현의 경고가 끝나고 파티장 스피커가 울렸다.무의식적으로 단상 위를 돌아보니 강성진이 그쪽으로 다가가 마이크에 대고 말하기 시작했다.“제가 이 자리에서 몇 마디 짧게 얘기하겠습니다...”강성진은 10분 넘게 열정적으로 연설한 뒤 도민영과 두 딸까지 무대 위로 데려갔다.그들은 저마다 다른 속셈을 품고 역겨움을 참아가며 사람들 앞에서 다정한 가족인 척 연기를 했다.마침내 강성진의 연설이 끝나고 강나현이 앞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으며 말했다.“아빠의 딸로서 여러분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강나현의 발언은 약속된 게 아니었기에 강성진은 당황한 듯 강나현을 바라봤고, 강민아의 눈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우리 중엔 직책에 걸맞지 않은 품행을 지닌 사람이 있어요. 비록 가족이지만 사생활이 난잡해 강승 테크의 임원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에요.
호흡을 가다듬은 강나현은 강민아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구치소에서 나온 뒤 미용실에 가서 브라운으로 염색하고 깔끔하게 묶은 포니테일이 걸을 때마다 흔들렸다.일부러 피부과에 가서 관리도 받았다. 그게 아니면 이 많은 사람 앞에 나설 용기도 없었을 거다.남성 정장을 입고 검은 가죽 구두를 신은 그녀의 발걸음은 당차 보였지만 나이 많은 임원이나 주주들 눈에는 무척 거슬리는 차림새였다.“언니, 축하해. 벌써 다른 사람 만나네.”강나현은 다가가 심은호를 돌아보며 부러움과 시샘이 섞인 눈빛을 감추었다.“심은호, 궁금한 게 있는데 어쩌다 우리 언니랑 만나게 됐어?”강나현이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호기심을 드러냈지만 심은호는 무심하게 그녀를 흘겨볼 뿐이었다.“대단하네.”강나현이 눈이 휘어지게 히죽 웃었다.“심은호, 내가 물어보고 있는데 뭘 칭찬하는 거야?”“사고를 내고도 벌을 받지 않았잖아. 반씨 가문 도련님이 그 정도 다쳤는데 한 달도 안 돼서 나왔어. 참 운도 좋네. 반하준이 아마 불길 속에서도 구해줄 거야.”강나현의 표정이 다채롭게 바뀌었다.안 그래도 심은호는 존재만으로 눈에 띄고 주위에 어떻게든 그에게 말을 걸려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이제 그들이 전부 강나현을 조롱하듯 쳐다보고 있다.게다가 그들을 촬영하는 카메라도 있었다.지난달 강나현이 강변대로에서 큰 사고를 쳤다는 건 서경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심은호는 고개를 돌려 강민아에게 주변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속삭였다.“산에 있는 불상 대신 반하준이 거기 앉아있으면 되겠네요.”강민아는 심은호의 팔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얘랑 단둘이 얘기하고 싶어요.”따스하고도 솔직한 심은호의 눈빛이 강민아의 얼굴에 머물렀다.“걱정되는데요.”강민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놀리듯 말했다.“얘가 날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서요?”두 사람은 거의 얼굴을 맞대고 있을 정도로 가까웠지만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강나현은 불쾌함에 입을 삐죽거렸다.“언니는 날 뭐로 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