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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Author: 송진
성유리는 여전히 도인국을 좋아하지 않았다.

매년 관광객들로 붐비고 아름다운 풍경에도 불구하고 성유리는 여전히 이곳을 좋아할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단지 빨리 금성으로 돌아가서 그녀만의 자취방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성씨 가문에서 찾아왔다.

윤청하가 위독하다고 했다.

성시원이 그동안 알맞은 신장이식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성공하지 못했다.

성유리는 친딸로 의료적으로도 이식 적임자였다.

성유리는 거의 강제로 차에 태워졌는데 성시원을 본 그녀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왜요? 날 억지로 수술대에 올려놓고 싶어요?”

성시원은 그녀를 힐끗 보더니 손을 흔들어 다른 사람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그러고는 성유리를 한참 바라보다가 물었다.

“원하는 게 뭐야?”

성유리는 잠시 그의 눈을 마주 보다가 대답했다.

“당신 아내에게 분명히 말했었는데요? 회사를 주면 할 게요.”

“회사는 내 피와 땀이야.”

“그럼 당신의 아내는 뭔가요?”

성유리가 되묻자 성시원은 말문이 막힌 채 얼굴이 극도로 어두워졌다.

성유리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더는 할 말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곧장 일어나 떠나려 했다.

하지만 곧 성시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술만 한다면 성씨 가문의 모든 재산 상속권을 줄 수 있어.”

“헐, 당신이 죽으면 준다고요?”

성유리의 말이 듣기 거북했던지 성시원은 결국 화를 참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당신이 언제 죽을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그리고 유언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어요.”

성유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나에게 있어서 당신들은 이미 어떠한 신용도 없다는 거예요.”

“성유리, 너무 그러지 마!”

성시원은 굳은 얼굴로 호통쳤다.

“난 네 아버지고 저 안에 누워 있는 사람은 너의 어머니야. 엄마가 없으면 네가 있을 수 있겠어? 한때는 피를 나눈 사이였는데 이제 와서...”

“알고 있어요.”

성유리가 대답했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만약 그날이 온다면... 내가 직접 보내드릴 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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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유정의 말이 끝나자 성시원의 얼굴빛은 갑자기 변하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문득 성유정을 쳐다보았다. 그녀가 어떻게 이 지독한 생각을 뱉을 수 있냐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성유정도 이를 의식한 듯 황급히 말했다.“전 그저 엄마가 살아있길 바랄 뿐이에요. 아빠도 보셨잖아요. 엄마가 병마에 시달려서 어떻게 되었는지. 전 정말... 차마 지켜볼 수 없었어요.”성시원은 말을 하지 않았다.비록 그도 성유리가 죽어가는 엄마를 나 몰라라 하는 것을 원망하고, 그녀가 죽기를 수없이 저주했지만 성유정의 말은 그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맞은편에 있는 성유정도 별말 없이 고개만 치켜든 채 그를 안절부절못하며 쳐다봤다.마침 간호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족들 다 왜 여기 있어요? 빨리 와요.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아요!”이 말을 들은 성시원의 안색이 갑자기 변하여 바로 달려갔지만 윤청하는 이미 응급실에 실려 갔다.성시원이 도착했을 때, 의사는 그에게 위독 고지서를 건네줬다.성시원은 손을 떨며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아빠...”성유정은 울면서 그를 바라보았다.“엄마 무슨 일 생기는 거 아니에요?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해요?”성시원은 입술을 꾹 다물고 그곳에 서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매우 냉정해 보였다. 한참 후에야 그는 갑자기 중얼거렸다.“성유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게... 어디 쉬운 일이야?”성유정은 그의 말을 듣고 일이 성공했음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환하게 켜진 수술 등을 힐끗 보았다.죽도록 억누르지 않았다면 그녀는 심지어 웃었을지도 모른다. 정말이지 하늘도 자신을 돕는 것 같았다.“아빠, 만약 정말 손을 쓴다면 우리가 직접 할 수는 없어요.”성유정은 억지로 감정을 억누르고 나서 말했다.“잊었어요? 지금 성유리를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지석민이어야 해요.”“맞는 말이야.”성시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하지만 지석민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누가 알아?”“찾아보라고 하면 알아요.”성유정은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88화

    성유리는 누군가 미행하는 것 같았다.집에서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해서 평소 외출할 기회가 별로 없었지만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생필품을 사러 나갔다.원칙대로라면 그녀는 이동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보통 누군가 눈여겨볼 가능성은 없었다.그리고 고개를 돌릴 때마다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기에 성유리는 이 일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슈퍼마켓에 가려고 할 때 갑자기 오토바이 한 대가 달려왔다. 그 오토바이는 목적이 분명한 듯 직접 그녀를 들이받을 기세였다!성유리가 깜짝 놀라 연신 뒷걸음질을 칠 때 길가에 마침 다른 사람이 지나갔고 오토바이는 그렇게 그녀 옆을 지나쳐 훌쩍 떠났다.쌩쌩 지나가는 그 바람은 아직도 성유리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온몸이 굳어져 꼼짝도하지 못했다.그녀는 방금 그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그 매서운 눈빛은 마치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벗겨버릴 것만 같았다.하지만 성유리는 자신이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성유리도 많은 걸 생각할 겨를이 없어 슈퍼마켓도 가지 않고 외투를 꽁꽁 여미고 돌아갔다.문을 닫은 후에야 그녀는 자신의 벌렁이던 심장이 좀 진정되는 것 같았다.슈퍼마켓에 갈 수 없어서 그녀는 배달 음식을 주문할 수밖에 없었고 비고에는 원래대로 배달 기사에게 문 앞에 두라고 썼다.그러나 30분 뒤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배달입니다.”둔탁한 목소리가 울려 왔다.성유리는 눈살을 찌푸린 채 방 안에서 소리쳤다.“문 앞에 두면 돼요.”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성유리는 2분을 더 기다린 후 일어나서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카메라를 통해 밖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그제야 문을 열었다.그러나 문 옆에는 그녀의 배달 음식이 없었다.성유리가 어리둥절해 하며 배달 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려던 순간 차가운 칼날이 그녀의 목에 닿았다.성유리의 온몸을 차갑게 하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서연아, 오랜만이야.”성유리의 안색이 갑자기 변하며 고개를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89화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유리는 갑자기 발을 들어 그의 하체를 세게 걷어찼다.성유리가 독기를 품은 데다 그곳이 남자의 가장 약한 곳이기 때문에 지석민은 아파서 즉시 손으로 그곳을 움켜쥐며 욕설을 퍼부었다.“젠장! 감히 나에게 손을 써? 죽여버릴 거야!”말을 마친 지석민은 이번엔 사정없이 손으로 성유리의 목을 졸랐다.“천한 년! 배은망덕한 년! 재수 없어! 오늘 널 죽여버릴 거야!”그는 욕하면서 손에 힘을 점점 더 세게 주었는데 성유리는 숨을 쉴 수 없어 얼굴이 빨갛게 되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몸부림치며 그의 팔을 잡았지만 핏자국을 내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날 창피하게 여긴다는 걸 알아. 네 친아버지보다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네 친아버지도 너한테 얼마나 잘해주겠어? 지금도 널 인정하지 않았고 심지어 널 죽여 그 여편네를 살리려 계획했어.”지석민의 말을 듣자 성유리의 흐려져 있던 의식이 갑자기 또렷해졌다. 그녀는 애써 눈을 뜨며 간신히 물었다.“뭐라고요?”“내가 뭐라고 했냐고?”지석민이 쌀쌀하게 웃으며 계속해서 말했다.“너 아직도 못 알아들었어? 네가 여기에 있는 걸 내가 어떻게 안 것 같아? 네 친엄마가 곧 죽는다며? 네가 죽지 않으면 누가 이식수술을 해주겠어?”이 말은 총알처럼 그녀의 심장을 꿰뚫었다.‘이식수술... 내가 이식수술을 하도록 심지어 지석민을 보냈어?’아니다. 그녀에게 수술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 죽으라는 것이다.이게 친부모가 할 짓인가?성유리는 지석민의 팔뚝을 잡았던 손을 갑자기 놓았다. 지석민은 그녀가 몸부림을 포기한 줄 알고 힘을 점점 풀며 그녀의 옷을 잡아당겼다.“일찍 나와 함께 잤으면 얼마나 좋아? 내가 널 얼마나 예뻐해 줬겠어? 지금의 넌 부모 사랑도 없고 남편은 다른 여자랑 도망갔어. 넌...”지석민은 말을 채 하지도 못하고 끊었다. 짜릿한 아픔이 아랫배에서 느껴져 그는 시선을 아래로 향했는데 그곳엔... 가위가 꽂혀 있었다.그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성유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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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의 그 아빠야! 너 빨리 날 풀어줘. 나 병원에 가야 해. 안그러면 곧 죽을 거야!”성유리는 몸부림치려는 지석민의 목에 가위를 대고 더 깊숙이 찔렀다.“거짓말하지 마. 난 믿을 수 없어.”성유리가 말했다.“정말이야. 거짓말 아니야. 서연아. 정말 널 속이지 않았어! 원래 나더러 널 납치한 후 교통 사고를 만들어달라고 했어.”지석민은 계획을 말했다.“네가 어머니에게 이식수술을 하는 것을 거부했지만 유체기증 계약에 사인했기 때문에 의외의 사고로 죽은 거면 네 엄마가 이식받을 수 있대. 난 그저 이기심에 어차피 너 죽을 거면 먼저 할 것 다 하고...”지석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유리의 발은 갑자기 그의 복부에 난 상처를 밟았다.상처에서 피가 빠르게 솟구쳐 나오자 가슴을 찢는듯한 지석민의 비명이 끊이질 않았다.하지만 성유리의 눈빛에 지석민은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성유리의 손은 겁에 질려 떨고 있었지만 눈빛은 마치 생명체가 없는 물건을 보는 것처럼 냉혹했다. 그제야 지석민은 그녀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이런 공포 속에서 지석민의 안색은 점점 더 하얗게 질렸다.“서연아, 흥분하지 마. 난 너의 아빠야. 잊지마, 내가 너를 인신매매범에게서 빼앗아왔어. 내가 아니라면 너...”“아빠?”성유리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당신 따위가 아빠라고? 내 아빠라고 생각이나 해봤어? 아빠라는 단어를 모욕하지 마. 당신은 인간도 아니야.”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더 차가워졌는데 그를 바라보는 눈빛도 싸늘해졌다.지석민이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무슨 말을 하려던 참에 성유리가 갑자기 입을열었다.“성시원에게 전화해.”“뭐... 뭐라고?”“성시원에게 전화해서 그자가 날 죽이러 당신을 보냈다는 걸 인정하면 그만 놓아줄게. 아니면... 당신을 죽일 거야.”말을 마친 성유리는 정말로 칼날을 지석민의 목에 대고 찌르려고 힘을 줬다.지석민은 즉시 소리 질렀다.“좋아! 전화할게. 내가 당장 전화할게!”지석민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려고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91화

    지석민이 재빨리 동의했다.성유리는 천천히 일어섰지만 서둘러 떠나지 않고 오히려 지석민의 상처를 바라보더니 시선을 천천히 아래로 향했다.지석민이 잘못된 것을 알아차리고 뭔가 하려고 할 때 성유리는 발을 들어 하체를 힘껏 밟았다!“이런 건 망가져야 해.”지석민이 아파서 기절하기 전에 들은 성유리의 마지막 말이었다.성유리는 더는 그를 보지 않고 걸어 나가다가 마침 맞은편 사람과 부딪혔다.“죽고 싶어? 너...”한 달 넘게 관찰했지만 성유리의 그 ‘남자친구’가 더는 오지 않는 것을 발견한 여자는 욕을 하려고 했다. 남자의 버림을 받은 여자라면 거리낄 것도 없다는 생각이었다.이때 욕을 하려고 입을 열었던 여자는 성유리의 몸에 핏자국이 있고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채 두 눈이 퀭해진 것을 보고는 소리 질렀다.“세상에! 당신 뭐 한 거야?”성유리는 대답없이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앞만 보고 걸어갔다.여자는 성유리의 뒷모습을 바라봤지만 그녀가 문조차 닫지 않았다는 걸 발견했다. 평소에 성유리는 문을 꼭 닫고 있었는데 이제 드디어 내부를 볼 기회가 생기자 여자는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침실 바닥에 피투성이가 된 남자가 누워있는 것을 발견했다. 곧 여자의 비명이 뒤에서 들려와 성유리는 주춤했지만 상관하지 않고 아래로 계속 내려갔다.성유리는 겉보기엔 침착해 보였으나 밖으로 나와 보니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왔다. 그녀는 원래 경찰서에 가서 자수하고 싶었으나 갑자기 온몸의 힘이 다 빠진 것처럼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다.그녀는 결국 휴대전화를 꺼내 떨리는 손가락으로 신고 번호를 눌렀다.“안녕하세요. 저... 자수할래요.”...박한빈은 최근 해외에 있었다.얼마 전에 지화 그룹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지만 실은 모두 박한빈의 통제하에 있었다. 그는 오히려 이 기회에 불필요한 사람을 회사에서 내쫓았다.다시 금성에 돌아오니 이미 설이 다가오고 있어 공항에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았다.서훈이 마중을 나와 그의 짐을 들어주며 그동안 회사에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92화

    박한빈은 성유리가 구속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조금 믿기지 않았고 심지어... 어처구니없었다.그의 기억 속에서 성유리는 줄곧 다른 사람보다도 더 이성적이었다. 칼로 사람을 찌른다는 말은 그녀와 어울리지 않았고 심지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황당했다.하지만 박한빈은 차에 오른 후 태블릿을 켜고 이 사건에 관한 명확한 기사를 보았다.지석민, 이 부상자 이름을 본 박한빈은 조금도...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경찰은 CCTV에서 지석민이 먼저 성유리를 미행했고 그의 손에는 현장에서 발견된 다른 흉기가 들려있었다고 했고, 나중에 성유리의 몸에서 목이 졸린 흔적을 보았으며 당시 그녀가 자수할 때 머리카락과 옷은 모두 헝클어져 있었다고 했다.이런 흔적은 그녀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사람을 다치게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그런데도 지석민이 과다 출혈로 인해 혼수상태에 빠진 것은 성유리의 탓도 있었다.이 뉴스는 성유리와 지석민의 과거도 언급했다. 그녀는 어릴 때 외진 시골로 유괴되었고 양아버지에게 성추행 및 강간당할뻔했는데 양어머니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식물인간이 되었다...성유리에 관한 과거는 낱낱이 모든 사람 앞에 드러나 온라인에는 그녀에 관한 토론이 대부분이었다.박한빈은 몇 번 본 후 휴대전화를 껐다. 성유정이 전화했지만 박한빈은 받기 싫어서 끊어버렸다. 성유정은 또 전화를 걸었지만 박한빈이 여전히 거부하자 문자를 발송했다.[난 지석민이 다친 이유를 알아. 오빠에게 알려줄게.]박한빈은 이 문자를 한참 동안 보다가 결국 전화를 걸었다.“너 어디야?”...박한빈이 변호사와 함께 올 줄 생각지도 못한 성유정은 일부러 호텔에 방을 예약한 후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그를 기다렸다.그녀의 옷차림을 본 변호사는 난처해하며 눈길을 돌렸지만 박한빈은 오히려 침착하게 물었다.“넌 뭘 알고 있어?”성유정은 악수한 후 웃으며 말했다.“알려줄 수 있지만 한빈 오빠, 난 오빠 한 사람에게만 알려줄 거야.”“이분은 변호사야.”“알아, 하지만 난 지금 오빠만 보고 싶어.”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93화

    하지만 입술이 닫기도 전에 박한빈은 그녀를 힘껏 밀쳤다. 그에게 떠밀린 성유정은 몇 걸음 뒤로 휘청거려서야 겨우 똑바로 설 수 있었다.그런후 성유정은 고개를 들어 박한빈을 바라보았다.“한빈 오빠...”“보아하니 기억력이 나쁘네.”박한빈은 쌀쌀한 눈빛으로 성유정을 바라봤다.“다시 기회를 한 번 줄게. 말할래 말래?”성유정은 바닥에 앉은 채로 그를 쳐다보았지만 그 눈빛에는 두려움이 조금도 없었다.박한빈은 갑자기 피식 웃어버렸다.“좋아.”말을 마친 그는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성유정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아빠가 기획했어.”그녀의 말에 박한빈은 발걸음이 잠시 멈추더니 고개를 돌렸다.성유정은 두 눈이 붉어졌다.“엄마가... 상태가 좋지 않지만 언니가 기어코 이식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고집부려서 아빠가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박한빈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안색은 순간 아주 흉측하게 변했고 옆에 늘어뜨린 손은 주먹을 꽉 쥐었는데 이마에는 핏줄이 솟아올랐다.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성유정을 힐끗 쳐다보고는 돌아섰다.변호사는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박한빈이 갑자기 방문을 열고 나오자 어리둥절한표정으로 바로 따라갔다.“박 대표님!”그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지만 성유정은 그 자리에 앉은 채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반대편에서 핀홀 카메라를 꺼내 화면을 캡처하기 시작했다.마침내 성유정은 만족스러운 사진 한 장을 찾았는데 바로 그녀가 발돋움해서 박한빈에게 키스할 때였다.이 각도에서 두 사람의 입술이 닿았는지는 제대로 찍히지 않았지만 키스하는 사진으로 보이기엔 충분했다.성유정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성유리는 아직도 면회가 허용되지 않았지만 박한빈은 많은 관계를 통해서 겨우 변호사와 함께 그녀를 만났다.뜻밖에도 성유리의 컨디션은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이건 단지... 정서가 괜찮다는 것뿐이다.박한빈을 보았을 때 성유리는 의아해하지 않았고 심지어 고개를 끄덕였다. 박한빈은 그녀의 야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94화

    “어쨌든 병원에 계신 양어머니를 생각해봐.”이것이 박한빈이 떠나기 전에 성유리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성유리는 그가 뭔가 잘못 생각한 것 같다고 느꼈다. 아마 자신의 모습이 너무 차분해서 최악의 상황을 각오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심지어 자살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까?이건 그가 오해한 것이 틀림없다. 성유리는 그저 차분하고... 정신을 차렸을 뿐이다. 만약 정말 자살해서 죽는다면 아마 성시원의 뜻대로 되었을 것이다.결국 성시원이 바란 것이 바로 성유리가 죽는 것이 아닌가?그들이 한 더럽고... 심지어 끔찍한 일을 생각하면 성유리는 저도 모르게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자신이 죽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 그녀의... 친부모일 줄 성유리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성유리는 침대에 앉아서 두 눈을 질끈 감았지만 이미 말라붙어 눈물을 한 방울도 흘릴 수 없었다.성유리는 변호사에게 성시원과 지석민이 한 거래를 알려주며 찾아보라 했다. 변호사는 직접 확인했지만 아무런 증거도 찾지 못했고 지석민이 혼수상태에 있어 인증도 없었다. 성유리는 이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시간은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교도관이 그녀에게 갑자기 떡만두국 한 그릇을 주었는데 그제야 성유리는 오늘이 설날임을 알게 됐다.성유리는 떡만두국을 보며 갑자기 작년 설날이 생각났다. 그날 성유리는 박한빈과 함꼐 박씨 본가에서 보냈는데 저녁 늦게까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느라 본가에서 밤을 지냈다.이것은 성유리가 그의 방에 머무를 수 있는 얼마 안 된 시간이었다.성유리는 박한빈에게 본가에 있는 그의 방을 좋아한다고 한 번도 말한 적 없다.그 방에는 그의 과거에 대한 물건이 많이 있었고 김서영은 기분이 좋으면 그의 사진첩을 보여주기도 했다. 박한빈이 초등학교부터 대학 졸업할 때까지의 사진, 대회에 참가해 수상받은 사진도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을 성유리는 애써 머릿속에 기억했지만 박한빈은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옛일에 연연하지 않았고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성유리는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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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66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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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지은은 구렁이 담 넘듯이 능글맞게 핸드폰을 꺼내더니 성유리에게 반응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셔터를 눌렀다.성유리는 셔터가 눌리는 소리가 들리자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홍지은과의 거리를 더 넓혔다.“아, 맞다. 어젯밤 제가 했던 말은 다 진심이었어.”홍지은은 원하던 두 사람의 사진을 찍고 난 뒤, 핸드폰을 다시 집어넣으며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전에... 내가 너무 어려서 철이 안 들었나 봐. 게다가 그때는 나랑 유정 씨 사이가 꽤 괜찮았잖아?”“나는 단순한 사람이라 유정 씨가 뭐라고 하면 그 말을 다 믿었어. 근데 누가 알기나 했겠어? 유정 씨가 그렇게 나쁜 *이라는 걸.”“뭐가 어떻게 됐든 내가 유리 너한테 큰 상처를 준 건 맞아. 그래서 진심으로 정중하게 사과하고 싶어. 정말... 미안해.”홍지은은 몸을 일으키더니 성유리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려고 허리를 굽혔다.그녀의 행동에 성유리는 행여나 임산부인 홍지은이 자기 배에 머리를 부딪힐까 봐 두려워 얼른 막았다.“이미 다 지나간 일이에요.”홍지은의 갑작스러운 행동을 막고자 성유리는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정말? 이 말은 나를 용서한다는 말이야?”성유리의 대답에 홍지은은 잔뜩 흥분하며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진짜 잘 됐다! 사실 전부터 알고 있었어. 유리 네가 유정 씨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는 걸. 친구로 삼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란 것도 알았어.”“필경 우리야말로 진짜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들 아니겠어? 한 사람 성격이 어떤지, 인성이 어떤지는 사실 태어날 때부터 결정된 거지.”“네가 진짜 성씨 가문의 아가씨잖아. 아니야? 그러니까 사실 우리 둘이 가장 좋은 친구가 되었어야 해.”홍지은은 성유리에게 계속해서 “미끼”를 던졌다. 마치 그녀가 물기를 기다리는 어부처럼.성유리가 아무리 자기 손을 빼내려고 애를 써도 홍지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원래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던 성유리기에 더는 홍지은을 마주할 힘이 없어졌다.그 순간, 다행히도 박한빈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박...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665화

    박한빈은 성유리가 보내는 무언의 “나무람”을 못 본 척하며 온도계를 다시 손에 넣었다.“음, 확실히 열은 없네. 그냥 감기 초기 증상인가 봐.”박한빈은 말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뒤돌아 바로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그때, 아래층에 있던 도우미 한 명이 올라와 박한빈에게 말했다.“박 대표님, 손님 한 분이 오셨습니다.”박한빈은 그 말에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누군데요?”“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그분 성이 홍이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사모님과 친구 사이라고 하시던데...”박한빈은 고개를 돌려 성유리를 힐끔 쳐다봤고 그녀는 금세 찾아온 손님의 정체를 알아차렸다.“홍지은 씨?”“홍지은이 누구야?”박한빈의 물음에도 성유리는 침묵했다. 그러다 그녀의 눈빛을 발견한 순간, 그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그는 홍지은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제야 떠올랐다. 그녀는 바로 전에 성유정이랑 잘 어울려 다니던 친구였다.이런 일은 이미 박한빈과 성유리 사이에서 잊힌 지 오래였기에 그는 홍지은이 이런 방식으로 다시 나타날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홍지은 씨가 왜 너를 찾아온 거지?”박한빈은 얼른 화제를 돌리며 성유리에게 물었다.“저도 몰라요.”“그럼 그냥 가라고 하자.”박한빈은 금세 결정을 내렸다.‘괜히 그때 일이 생각나게 하면 안 돼. 아니면 또 화낼 테니까.’그는 도우미에게 찾아온 손님을 떠나보내는 말을 했지만 돌아온 도우미는 많이 난감해하며 말했다.“그게... 손님께서 떠나기를 거부하십니다. 무조건 사모님을 만나 봬야 한다면서...”“게다가 임산부인 것 같습니다.”도우미의 말에 성유리는 입술을 오므리고 고민하다 결국 한번 만나기로 결정했다.“제가 가볼게요.”“아니면 내가 갈까?”만약 예전 같았으면 박한빈은 바로 내려가 손님을 내보냈겠지만 행여나 전에 일들에 연루될까 아무런 행동도, 선택도 쉽사리 내리지 못했다.자신의 눈치를 살피며 묻는 박한빈의 말에도 그녀는 침묵했고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바로 걸음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664화

    홍지은과의 우연한 만남은 성유리에게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만약 오늘 하늘이가 갑자기 고열에 시달리지 않았다면, 성유리가 급히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 가지 않았더라면 두 사람은 마주치지도 않았을 것이다.전에 심하게 아팠던 적이 있는 하늘이기에 성유리는 아이가 작은 병에 걸리기만 해도 극도로 긴장됐다.다행히 오늘 의사가 그저 감기에 걸려 열이 나는 것뿐이라는 진단을 내렸고 성유리는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그러던 중, 홍지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나중에 시간 되면 같이 밥이나 먹을까?”성유리는 그녀의 제안에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필경 두 사람 사이는 함께 마주 앉아 밥을 먹을 정도로 친한 사이가 아니었으니 말이다.하지만 홍지은은 눈치가 없는 건지 계속 성유리에게 말했다.“전에는 내가 잘못했지. 근데 그거 다 성유정한테 속은 거야. 나도 나중에 알아차렸어. 그때... 너한테 못 할 짓을 했다는 걸.”“그래서 정식으로 너한테 사과하고 싶었어.”홍지은의 사과의 말을 들은 성유리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그럴 필요 없어요.”성유리는 마땅히 거절할 변명이 떠오르지 않아 대충 얼버무렸다.“제가 요즘 많이 바빠서요.”“그냥 밥 한 끼 먹는데 그렇게 오래 안 걸리잖아.”홍지은은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성유리를 난감하게 만드는 말을 내뱉었다.“아니면... 내가 그렇게 싫어? 밥도 같이 먹기 싫을 정도로?”“아니요. 너무 멀리 가셨네요.”성유리가 차분한 말투로 그녀의 말에 대답을 이어 나갔다.“전 홍지은 씨가 생각하는 것만큼 당신을 싫어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같이 밥 한 끼 먹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그럴 필요가 정말 없기 때문에.”“다른 일 없으시면 먼저 끊을게요.”말을 마친 성유리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는데 다행히 홍지은에게서 두 번째 전화가 걸려 오지 않았다.성유리는 핸드폰을 무음모드로 바꿔놓고 하늘이의 옆에 살며시 다가가 누웠다.이미 오랜 시간 동안 아이와 함께 잠에 든 적이 없는 성유리지만 아이는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663화

    신영지는 홍지은의 말을 채 듣지도 않고 대답을 이어갔다.“그리고 오늘은 그저 평범하게 다 같이 차나 마시며 간단한 일상 대화를 나누는 날이에요. 이렇게 진지한 대화를 나눌 장소가 아니고.”“그럼 저희 다시 날 잡고 얘기 나눌까요?”홍지은은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며 신영지에게 물었다.“연락처가 어떻게 되세요? 통화가 불편하시면 문자라도...”신영지가 미간을 찌푸리며 거절하려는 찰나, 옆에 있던 사람이 먼저 말했다.“아이고. 곧 사진 찍는데 두 분이서 무슨 얘기를 그렇게 나누세요? 저기 키 크신 분, 뒤에 분 막으셨어요. 뒤로 가서 서세요.”그 사람이 말한 키 큰 분은 바로 홍지은이었다.그녀의 표정은 살짝 굳어있었지만 옆에 사람들이 하나둘 재촉하자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켰다.사진은 금방 찍었는데 홍지은은 자신의 얼굴이 다른 사람에게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표정도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러나 당연하게도 홍지은의 상태가 어떤지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신영지는 홍지은에게 연락처를 주지도 않았고 캐톡 친구를 추가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사진을 다 찍고 나서 바로 자리를 떴다.그녀가 떠나자 다른 사람들도 급한 일이 있다며 자리를 비웠고 그로 인해 며칠간 할 말을 준비한 홍지은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모임 장소인 찻집에서 나온 홍지은은 남편이 이미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어때? 신영지 씨는 봤어? 말은 걸었고?”딱 봐도 야윈 남자가 홍지은에게 다가와 문을 열어주며 묻자 그녀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말하긴 뭘 말해? 오늘 모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알아?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어! 말도 안 걸어준다고.”“그래? 그럼 어떡하지? 공장 일... 마땅한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으면 정말 끝이야.”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홍지은에게 계속 물었다.“넌 다른 생각을 해볼 생각도 안 하는 거야?”“내가 무슨 생각을 할 수 있는데?”홍지은은 남자의 말에 화가 난 듯 언성을 높였다.“네가 남자잖아!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662화

    “성유리.”뒤에서 들려오는 부름 소리에 성유리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봤다.상대방은 빠르게 그녀 쪽으로 다가왔고 체구보다 큰 치마를 입고 있음에도 살이 전보다 더 쪘다는 게 한눈에 알렸다.“정말 유리 맞네? 난 내가 잘못 본 줄 알았어.”상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성유리는 그녀와 친구라 하기에도 애매한 사이였기에 차분히 대답했다.“오랜만이네요. 홍지은 씨.”“확실히 오랜만이긴 하지.”홍지은은 성유리를 아래위로 쭉 훑어보며 말했다.“전에 다른 사람들이 유리 네가 돌아왔다고 말은 했었어. 근데 네가 여러 모임 장소에도 나타나지 않아 난 그 사람들이 거짓말한다고 생각했지.”성유리는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홍지은을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다.“그러니까 박한빈 씨가 결국 너를 선택한 거지? 정말 의외네. 사람들 다 박한빈 씨가 너랑 원하지 않는 결혼을 했다고 생각했어. 근데 이렇게 서로 감정이 생길 줄은 아무도 몰랐네.”“홍지은 씨?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가요?”성유리는 옛날얘기를 자꾸 꺼내는 것이 싫어 홍지은의 말을 뚝 끊어버렸다.그리고 그때, 유치원 안에서 누군가 급히 달려 나오더니 성유리에게 말했다.“죄송합니다. 너무 오래 기다리셨죠? 이쪽으로 모실게요.”“감사합니다.”성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홍지은을 힐끔 쳐다봤는데 마치 다른 일이 더 있냐고 묻는 것 같았다.홍지은은 성유리에게 공손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과 사방을 번갈아 가며 둘러보다 억지로 미소 지으며 입을 뗐다.“일은 무슨. 그냥 갑자기 너를 봐서... 인사하러 온 거야.”“네. 그럼 저 먼저 가볼게요.”성유리는 짧은 대답을 마치고는 바로 뒤돌아섰고 홍지은은 제 자리에 서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표정이 점점 더 굳어졌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홍지은은 핸드폰이 울리고 나서야 다른 일이 있다는 게 떠올라 얼른 차에 올라탔다.오늘 모임은 미르시의 신영지가 주최한 것이다.얼굴을 자주 보이는 사람은 거의 다 큰 인물들이 아니었고 홍지은은 그중에서도 나이가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661화

    “이거 다 실버 포레스트로 가져가서 화분과 흙을 새로 갈아주고 싶고요. 그래도 돼요?”성유리는 또박또박 말하며 박한빈과 시종일관 눈을 맞췄고 진지하게 그의 의견을 묻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고 잠시 멈칫하던 박한빈이 대답했다.“응. 그래도 돼.”“네. 그럼 우리 날 잡고 이사 가요. 하늘이도 우리랑 같이 가는 거로 하고요. 어머님께서 그동안 하늘이 보살피느라 많이 힘드셨을 거예요.”성유리는 여전히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이번엔 박한빈이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왜 그렇게 보세요?”아무런 대답도 없이 뚫어져라 자신만 쳐다보고 있는 박한빈을 본 성유리가 의아함을 느껴 물었다.결국, 망설이던 박한빈은 솔직하게 묻기를 선택했다.“오늘 어디 갔다 왔어?”그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성유리의 표정도 살짝 굳어졌다.박한빈은 그녀의 표정을 발견하고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내 성유리가 입을 열었다.“다 알고 계셨네요. 맞아요?”“...”“오늘 하나 씨한테 다녀왔어요. 그리고... 하나 씨 부모님도 만났고요.”성유리는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그분들이 저한테 먼저 말을 걸었어요.”“뭐라고 했는데?”박한빈은 사하나 부모님의 태도를 직접 봤기에 그들이 성유리한테 못된 말을 내뱉어도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았다.두 사람의 악의는 박한빈이 충분히 견딜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그는 그 악의들을 성유리가 맞닥뜨리지 않기를 희망했다.이제 겨우 회복이 돼가는 성유리가 걱정되지만 않았다면 박한빈은 지금 당장 사씨 저택으로 쳐들어갔을 것이다.그들이 목숨값을 원한다면 박한빈은 자신의 생명을 포기할 수도 있다. 성유리만 무사하다면 말이다.만약 유가족들이 끝까지 놓아주지 않고 버틴다면...박한빈이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을 때, 성유리가 계속 말했다.“두 분이... 저를 용서한 것 같아요.”갑작스러운 말에 박한빈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마치 자신의 귀를 의심하듯 박한빈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성유리를 쳐다봤고 그녀 역시 그를 보고 있었다.“그게 무슨 뜻이야?”“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660화

    성유리는 눈앞에 있는 사람을 조용히 쳐다볼 뿐이었다.류수미를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은 마치 이해를 전혀 못 했다는 듯 의아했고 괴이하기도 했다.한편, 성유리를 가만히 바라보던 류수미는 시선을 돌리며 계속 말했다.“저번에 김서영 씨가 한 말... 다 맞는 말이더라. 이번 일엔... 유리 네 책임이 하나도 없어.”“너를 너무 몰아붙인 거랑 독한 말을 퍼부은 거에 대해선 우리가 사과할게.”“염치없지만 용서해 줘. 나한텐... 딸이 하나 한 명이었어. 금이야 옥이야 지금까지 키웠는데 이렇게 빨리 가버릴 줄은 몰랐네.”“떠나기 전에도 유서 한 장 남기지 못한 우리 딸이... 너무 가여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류수미는 울지 않으려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성유리 또한 눈시울이 붉어졌다.입술을 꾹 다물고 있던 성유리는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서야 목소리를 되찾았다.그리고는 공손하게 두 사람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며 입을 열었다.“죄송해요. 정말 진심으로... 사죄드리겠습니다.”“그리고 사실 감사하다는 인사를 늘 드리고 싶었어요. 하나 씨한테도.”“제 딸을 구해줘서 고맙다고... 너무 감사하다고 하고 싶어요.”“아무리 보상해도 보상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아요. 필경 제가 무슨 짓을 하든 하나 씨는 돌아오지 않으니까. 하지만...”성유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류수미가 그녀의 손을 꼭 잡아줬다.전에 하얗고 부드럽던 류수미의 손은 이제 주름이 잡혀 한눈에 봐도 나이 든 사람 손 같아 보였다.고개를 숙이고 있던 성유리에게 류수미가 울먹이며 말했다.“그럼 잘 살아.”“김서영 씨가 그날 했던 말처럼 넌 잘 살아. 우리 하나 몫까지.”...박한빈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도우미에게 물었다.“성유리 오늘 어디 갔습니까?”그의 안색은 어두워져 있었고 목소리는 무척 날카로웠다.도우미는 박한빈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아마 사하나 씨한테 다녀온 것 같아요.”박한빈은 아무 말도 없이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659화

    그는 그저 조용히 성유리를 품에 끌어안았고 그렇게 밤 내내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박한빈은 어느 때보다 더 자신의 마음과 성유리의 마음이 가까이 붙어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성유리가 다시 사하나의 부모님을 봤을 때는 청명절이 다가올 무렵이었다.사민혁과 류슈미가 자신을 마주치기 싫어한다는 것을 알기에 성유리는 특별히 청명절 전날에 사하나를 찾아갔다.하늘이도 함께.아이는 이미 한 달째 유치원에 다니던 상황이었고 생각보다 더 잘 적응해 갔다.지금껏 하늘이는 죽음이 뭘 의미하는지 몰랐기에 사하나의 영정사진을 마주하자 많이 의아해했다.마치 전에 늘 자기랑 나가 놀던 이모가, 늘 치마나 선물을 사주던 이모가 왜 이곳에 누워있는지 몰라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성유리는 준비한 꽃다발을 사하나의 무덤 앞에 내려놓았다.그녀는 사하나에게 할 말을 미리 준비했었다. 심지어 행여 잊어버리고 못 한 말들이 있을까 봐 메모지에 며칠 전부터 적어두기까지 했다.하지만 막상 사하나의 무덤을 마주 서고 나니 목이 꽉 막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메모지에 적어둔 익숙한 글자들을 몇 번이나 봐도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고 그렇게 멍하니 사하나의 사진만 바라보고 있었다.그때, 뒤에서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 성유리는 잔뜩 굳은 채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사하나의 부모님은 먼발치에서 성유리와 하늘이를 보고 있었는데 그들 또한 오늘 두 사람이 찾아올 줄은 몰랐던 눈치였다.성유리는 무의식 간에 하늘이를 자신의 뒤로 숨겼지만 이런 행동이 류수미와 사민혁을 더 화나게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본능적인 모성애로 그런 행동을 해버렸고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성유리의 예상과는 달리 항상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던 사하나의 부모님은 오늘따라 유달리 조용했다.심지어는 왜 이곳에 찾아왔냐고 따져 묻지도 않았고 뚜벅뚜벅 두 사람이 서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그들의 반응에 성유리는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단 한 가지는 똑바로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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