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는 가희의 집을 둘러보며 눈에 띄게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예나의 시선이 가희의 눈에 들어왔고, 더 이상 가식적으로 착한 척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 듯했다.가희는 조용히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 그녀 앞에 놓았다.“집에 있는 건 이것뿐이네요.”예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물을 마실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녀는 자리에 앉아 가희를 바라보았는데,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움이 가희를 불편하게 만들었다.“어젯밤 오빠 여기 와있었죠? 기분 좋아요, 한 실장님?”가희는 미간을 좁혔다. 자신도 이 일이
[한가희는 진짜 우스워. 자기 수준 좀 알지? 장예나 씨랑 비교가 된다고 생각하나? 장예나 씨랑 이윤호 대표 두 사람은 외모도, 집안도 완벽하게 어울리는데, 한가희는 무슨 배짱으로 그 사이에 끼어드는 거야?][맞아, 맞아. 요즘 세상에 저렇게 당당한 불륜녀가 어딨어? 진짜 대단하다. 뻔뻔함의 끝판왕이네!][...]실시간 검색어 상위 세 개가 모두 ‘한가희’와 ‘불륜’이라는 단어로 도배되었다. 이 트렌드는 오후 3시에 예나가 올린 글로 시작되었고, 지금까지도 화력이 식지 않았다. 예나가 이걸 퍼뜨리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
가희는 눈앞에 있는 윤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대표님, 실시간 검색어 내려주세요. 저도 더 이상 우리 사이에 어떤 연관도 없기를 바랍니다.”윤호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남자의 웃음에 가희는 순간 멍해졌지만, 이어진 말에 가희는 얼어붙었다.“한가희, 난 장난 같은 건 안 해.”가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무슨 뜻인지 물으려 했지만,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이 사람이 진짜 내가 계속 자신의 곁에 계속 남아서 숨겨둔 애인이라도 되는 걸 원하는 거야?’‘이제 보니, 확실히 농담
한동건과 서해수였다.가희가 입을 열려던 순간, 한동건이 손으로 그녀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네가 한 짓 좀 봐라. 우리가 너를 힘들게 키운 세월이 몇 년인데, 은혜는 못 갚을지언정 이렇게 배신하는 건 아니지 않냐?”가희의 오른쪽 볼이 순식간에 부어올랐다. 그녀는 미간을 좁히며 한동건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한동건이 또다시 손을 들어올리는 걸 보고 재빨리 손목을 붙잡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뭘 했다는 거죠?”한동건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가희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그리고 서류 한 뭉치를 그녀에게 내던졌다
전화가 끊기고, 윤호가 집으로 들어왔다.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고, 남자의 어깨와 머리 위에는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마치 겨울의 신이 내려온 듯한 모습이었다.가희는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배고프죠? 밥 준비해 놓았어요.”여자의 눈빛에는 희미한 기대가 담겨 있었다. 윤호는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을 바라보았는데, 전부 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가희는 항상 윤호의 취향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낮에 들었던 이야기, NP그룹과 WR그룹의 경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이렇게까지 하는 건가?
“밖에 무슨 일 있어?”우준서도 다가와 진민주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나지막이 말했다.“잠깐 사무실에 있으라고 했잖아. 말을 안 듣네? 혹시라도 아기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민주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남자의 손을 잡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 나 그렇게 약하지 않아.”그녀는 천천히 준서의 손을 자신의 배 위에 올려놓았다.“여기 만져봐. 아까 아기가 움직였어.”가희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눈가가 시큰해졌다. ‘이 장면, 내가 얼마나 꿈꿔왔던 건데...’사랑하는 남자가 곁에 있고, 소중한 아이를 품에 안는 삶
가희가 중간 점검을 마쳤을 때는 이미 밤 10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아직 검토가 끝나지 않은 서류를 보며 가희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조금만 더 확인하면 되는데, 나머지는 내일 다시 봐도 될까요?”젊은 직원은 가희의 친절한 태도에 얼굴이 붉어지며 머리를 긁적였다.“네, 물론이죠!”가희는 집 앞에 도착해 문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등 뒤로 스산한 기운이 스쳐갔다.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졌다. 뒤를 돌아보려는 순간, 윤호가 가희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그는 가희를 문에 몰아붙이고 차가운 입술을 덮쳐왔다. 남자의 입맞춤
윤호는 거칠게 가희의 팔을 당겼다. 가희는 단단히 남자의 몸 아래에 눌려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한가희,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에게 무슨 짓을 할지 장담 못 해.”남자의 쉰 목소리에 가희의 몸이 굳어졌다. 가희도 반박하고 싶었지만, 남자의 뜨거운 숨결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그가 장난을 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바로 이윤호라는 사람은 정말로 말한 대로 행동할 사람이었다.입술을 꽉 깨물며, 가희는 침착하게 말했다.“이 일은 우준서와는 아무 상관없어요. 제 디자인을 되찾고
가희는 창백한 얼굴로 이정의 뒤를 따라 걸었다. 막다른 길목에 다다랐을 때, 가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감사합니다.”이정은 가희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웃었다.“한가희 씨지요? 나도 가희 씨 알아요.”가희는 순간 멈칫했다가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나를 안다는 건, 아마도 최근의 뜨거운 실시간 검색어 때문이겠지.’ 가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정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녀도 눈앞에 있는 여성을 알아봤다. 소이정, 과거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여배우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었다. 다만, 이후 무슨 이유에서인지 B 국으로 떠났
“아가, 엄마는 오늘 술 안 마실 거야. 엄마가 널 지켜줄게.”하지만, 가희는 바에 들어서자마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셀레나가 있는 룸의 문을 열자, 중심에 앉아 있던 장예나가 가희를 향해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가희는 본능적으로 셀레나를 경계하고, 본능적으로 돌아서려 했다. 하지만 셀레나가 가희의 손목을 붙잡으며 억지웃음을 지었다.“여기 앉아. 다들 몰랐겠지만, 이 사람이 내 새 매니저야. 꽤 유능하다고.”예나는 가희의 옆자리를 내주며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한 실장님, 이렇게 또 만나네요. 정말 우연
“너...”셀레나가 여전히 당황하며 몸부림치는 동안, 가희는 망설임 없이 옆에 있던 바늘과 실을 집어 들었다. 가희는 빠른 손놀림으로 실밥이 풀린 셀레나의 드레스를 즉석에서 꿰매기 시작했다.셀레나는 숨이 막히는 듯 분노했다. 순간적으로 손을 들어 가희를 때리려 했지만, 가희는 셀레나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고는 그대로 무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시간 없어요.”셀레나는 얼굴이 창백해진 채, 저항할 틈도 없이 가희에게 떠밀리듯 런웨이 위로 올라갔다.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셀레나는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며, 이 드레스가 스
셀레나는 자신이 분노로 가득 차 있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한 채,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문 앞에 서 있던 강지섭이 그녀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셀레나 얼굴에서 이런 표정을 보다니, 참 보기 드문 광경이네.”셀레나는 순간적으로 표정을 바꾸고, 아부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강 대표님, 이런 우연이 있나요?”지섭은 소파에 앉아 가희가 작성한 계약서를 집어 들었다. 남자의 눈에 순간적으로 감탄의 기색이 스쳤지만, 이내 평온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웃었다.“우연은 아니고. 가희 씨 보러 온 거야. 첫날이라 혹시나
가희는 몸이 거의 회복되자, 퇴원 후 바로 셀레나의 작업 현장으로 향했다. 현장은 이미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가희는 노트북을 들고 셀레나의 대기실로 들어섰다. 셀레나는 대기실로 들어오는 가희를 무심하게 쳐다보더니, 태연하게 말했다.“신입이야? 와서 옷 정리 좀 해.”가희는 꿈쩍도 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답했다.“저는 셀레나 씨 매니저입니다. 이런 일은 제 업무가 아닙니다.”‘흥.’셀레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희를 압도하는 기세로 다가왔다.여자는 키가 180cm 정도 되었고, 하이힐을 신은 상태에서 가희를 아래로
“예나와의 결혼은 할머니의 유언입니다. 전 그 뜻을 어길 생각이 없습니다. 한가희와 관련된 일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겁니다.”윤호는 자신이 가희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오직 물질적 지원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희를 아내로 맞이할 생각은 없었다. 적어도 지금은...그는 말을 마치고 망설임 없이 자리를 떠났다.이영국은 윤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소파에 앉았다. 그는 혈압약을 삼키고 나서야 가슴이 조금 진정되는 듯했다. 가슴을 가만히 쓸어내리며 한숨을 쉬었다.“나 젊었을 때
윤호는 가희의 턱을 거칠게 잡으며 눈을 바라보았다. 남자의 손아귀는 점점 더 강하게 조여졌다.“한가희, 쓸데없는 질문은 하지 마. 최근에 지섭이 모델을 구하는 일이 있다던데, 너는 거기 가서 지원 업무 해.”윤호는 눈을 감았다. 그는 가희가 외부에서 일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지섭의 말이 맞을 수도 있었다. 가희를 계속 집안에만 가둬둔다면, 결국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가희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가희의 감정 없는 얼굴을 보며, 윤호의 가슴속에서는 불같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목소리는 점점 더 차가워졌
예나는 눈물을 흘리며 점점 더 흐느꼈다.“오빠, 혹시 인터넷에 뜬 실시간 검색어를 보고, 그게 내가 조작한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 일은 정말 나랑 아무 상관 없어요!”그녀는 오늘 가희와 준서의 스캔들이 터진 걸 보고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이미 이영국이 윤호에게 결혼을 서두르라고 압박하고 있었고, 이런 상황에서 그런 스캔들이 터진다면 누가 봐도 자신이 꾸민 일이라 충분히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예나는 그렇게 멍청하지 않았다.윤호는 그녀의 손을 거칠게 떼어내며 냉랭하게 말했다.“그딴 거 신경 안 써. 예나야,
준서의 눈앞에서 셔터 소리가 쉴 새 없이 터졌다. 핏방울이 번진 그의 얼굴 위로 번쩍이는 카메라 플래시가 계속해서 빛났다. 진민주는 숨을 헐떡이며 현장으로 뛰어왔다. 민주의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이를 악물고 현장에 있는 모든 기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이 사람들, 단 한 명도 그냥 보내지 마.”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곧바로 의사들에게 준서를 응급실로 옮기라고 지시했다.그 후, 그녀는 거침없이 가희의 병실로 향하며, 병실 문 앞에서 강지섭과 마주쳤다. 지섭은 민주를 보자마자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