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미워하시는 건 압니다. 하지만 전 아이 아빠예요.”“그래서 뭐?”유나 엄마가 다가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유나가 깨어나면 우리는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줄 거다. 아이는 우리를 따라서 유씨 성을 가지게 될 거야. 그러니까 넌 여기 있지 마!”딸이 자기 성을 따르지 않을 거라는 말에 임재민은 초조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하지만 그에게 잘못이 있으니 그저 유나 부모님이 멀어지는 걸 묵묵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황찬성은 옆에서 몰래 웃었다. 복도에 세 사람만 남게 되자 그는 히죽거리면서 임재민을 향해 다가갔다.“내가
저녁, 집으로 돌아온 임재민은 평소와 똑같은 표정이었고 아버지가 됐다는 희열은 조금도 없어 보였다.유나와 아이 둘 다 무사한 건 좋은 소식이었지만 임재민은 왠지 모를 소외감을 느꼈다. 그렇게 조금 우울한 마음을 안고 터벅터벅 계단을 올라가 씻으려고 방을 들어가려던 찰나 이송혜가 갑자기 방에서 나오더니 기운 없어 보이는 아들을 불러세워 물었다."너는 왜 또 이제 들어와? 이 시간까지 어디 있었어?"임재민은 대꾸할 힘조차 없었지만, 대답하지 않으면 이송혜가 보내줄 것 같지 않아 결국 입을 열었다."급한 일이 좀 있었어요.""네
임재민은 서정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뒤로 병실을 들어가지 않았고 대신 복도의 대기 의자에 앉아 자신만의 방식으로 유나를 지켜주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한 시간이 지나버렸고 임재민은 언뜻 병실에서 들리는 유나의 목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조금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유나만 괜찮으면 자신도 괜찮을 줄 알았지만, 서운함은 숨길 수가 없었다. 사실 그는 어젯밤 제대로 자지 못했고 종일 어떻게 하면 두 사람 사이가 원래대로 돌아올지만 생각했다. 아이도 태어난 이상 언제까지고 이런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그렇게 한참을 고민하
유나 부모의 날이 선 말에 황찬성은 그저 병실 문이 닫힐 때까지 복도 한가운데 서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지금은 유나가 임재민에게 배신당한 상태인데도 여전히 자신을 받아들여 주지 않을 줄은 몰랐으니까.임재민은 그 모습을 보고 옆에서 얄밉게 비웃었다."황찬성 씨, 자고로 사람은 자기 주제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 거예요. 아시겠어요?"그러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를 향했다.그때 황찬성이 그를 노려보더니 곧 빠르게 다가가 아까 유나 엄마에게 받았던 도시락통을 그대로 임재민의 머리에 부어버렸
산후조리에 좋은 보양식에는 삼계탕이 있고 여성들은 산후조리 시기에 간이 싱거운 담백한 음식들밖에 먹지 못한다. 게다가 임재민이 평소에는 안 하던 요리를 직접하고 있다는 점을 종합해보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충분히 예측됐다."유나가 아이를 낳은 거야!""네? 설마요?"신유정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아직 아이를 낳으려면 멀었다고 하셨잖아요, 그때?"이송혜는 요 며칠 임재민이 일찍 나갔다가 늦게 들어오는 것을 떠올리고 확신했다."조산일지도 모르지."이송혜는 왠지 모르게 조금 흥분한 것 같아 보였다. 유나는 싫지만, 임재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에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방문을 열어젖혀 보니 예상했던 대로 거기에는 이송혜가 있었고 그녀는 유나에게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엄마! 여긴 왜 왔어요? 그리고 지금 병실에서 뭐 하는 짓이에요?"임재민은 자신의 엄마가 병원에 찾아올 줄은 몰랐다.이송혜는 들어오자마자 자신에게 큰소리를 내는 아들을 보며 기가 막힌다는 얼굴을 했다."왜 왔긴? 우리 임씨 집안 피가 흐르는 아이가 나왔는데 할머니로서 당연히 와 봐야지. 넌 대체 이런 중요한 사실을 왜 나한테 숨긴 거야?"이송혜의 일리 있는 말에 임재
배가 찢어질 듯이 아픈 고통에 유나는 몸을 웅크린 채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유나 아빠는 딸이 쓰러지자 헐레벌떡 달려갔고 임재민 역시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에 얼른 유나에게로 달려가려 했다.하지만 그때 이송혜가 그의 손을 잡았고 냉혈한 같은 한마디를 꺼냈다."괜한 참견하지 말고 빨리 가자.""가려면 혼자 가세요!"임재민은 피도 눈물도 없는 자신의 엄마에 분노 어린 말을 내뱉었다."한 번만 더 내 행동에 간섭하면 그때는 정말 엄마하고 연을 끊을 거예요!"그 말에 이송혜는 깜짝 놀란 듯 그를 잡은 손에 힘이 풀렸고
스타진 엔터테인먼트."대표님, 이거 대표님 시어머니께서 보내오신 도시락이에요."비서가 도시락통을 서정원의 책상 위에 올려놓자 서정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걸 쓰레기통에 버려버렸다.이진숙이 음식을 보내온 건 이번으로 벌써 3번째나 되었지만, 매번 서정원에 의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버렸다.요 며칠 계속 그 일에 관해 생각을 정리한 그녀는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동시에 최성운을 향한 실망이 점점 더 켜졌다."앞으로 뭘 가져오시든 다시 가져가라고 하세요."서정원은 이러한 관심이 불필요했고 비서는 당연히 자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