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민의 얼굴은 전례 없이 차가웠고 그에 조금 움찔한 신유정은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나 들어가도 돼? 오빠한테 할 얘기 있어."임재민도 이렇게 된 거 신유정과 얘기를 나눠보려고 그녀를 침실에 들였다.두 사람은 서로 떨어져 앉았고 임재민은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하고 싶은 말이 뭔데, 빨리 말해."임재민은 신유정이 하루라도 빨리 이 집에서 나가길 원하고 있다.‘나한테는 정말 일말의 감정도 없구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임재민을 이대로 유나에게 넘겨주고 싶지는 않았다.그녀는 나긋나긋한 목소리
새벽녘, 임재민은 유나 집 아래에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다가 이따금 고개를 들어 유나의 방을 바라봤다. 불빛이 아직 꺼지진 않았지만, 커튼이 쳐져 있어 유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는 유나 부모에게 문전박대당한 이후 쭉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몇 시간 후, 슬슬 다리도 아프고 머리도 멍한 것이 피곤했지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그때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고 발신자는 이송혜였다.전화를 받자마자 임재민은 이송혜의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재민아, 벌써 새벽 1시가 넘어가는데 너 설마 아직도 술 마시는 거니?"임
저녁 무렵, 임재민은 갑자기 친구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았다.유나가 호텔에서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겨우 시름이 놓였다.임재민은 친구가 보내준 주소로 곧장 운전해 갔다.호텔에 도착한 후, 유나가 이곳에서 살고 있다는 걸 확인한 그는 다급히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유나 누나, 한 번만 기회를 줘. 신유정 일은 내가 잘 처리할게...”임재민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유나에게 할 말을 연습했다.하지만 고민해 보니 이렇게 말하면 유나가 자신을 거절할 것이 분명했다.전에 유나와 첫 데이트를 하는 것처럼 임재민은 어찌할 바를
임재민은 애써 그녀를 달랬다. 그의 유일한 바람은 유나와 낯선 사이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유나는 임재민이 격동해 하면서 하는 말을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이성적으로 보았을 때, 그녀는 마음이 약해지면 안 되었다. 하지만 그에게 한 번쯤은 기회를 주는 게 더 합당해 보였다.왜냐하면 그녀와 임재민 사이에는 곧 태어날 애도 있고 이 애는 또 두 사람 사이를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깊은 고민에 빠진 유나는 오랫동안 결정을 내리지 못 했다.“유나 누나,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줘.”임재민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애원했다.
병원 병실.복도는 아주 고요했다. 신유정은 목이 빠지라 임재민이 오길 기다렸다.“아주머니, 한 시간이나 지났는데 재민 오빠는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예요? 한 번 더 연락해 볼까요?”신유정은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임재민이 사실대로 자신에게 알려주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촬영 스태프에게 연락해서 물었었는데 임재민이 감독님한테 휴가를 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연예인인 임재민이 촬영하러 가지도 않고 다른 스케줄도 없고 하루종일 무슨 일로 바삐 보내는 걸까?그녀는 임재민이 유나를 찾아갔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으나 이송혜 앞
하지만 이송혜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이상 임재민은 그녀를 자극할 생각이 없었는지라 그녀의 뜻에 따랐다.“됐어요, 엄마. 화 푸세요. 엄마를 관심하지 않는 게 아니라 요 며칠 진짜 바빴어요.”임재민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의자 하나를 가져와 이송혜 옆에 앉으며 그녀를 달랬다.“건강이 우선이에요. 내일 휴가 내고 병원에 같이 있어 줄게요.”이송혜는 한참 후에야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아프다는 핑계로 임재민에게 더는 유나와 만나지 말라고 요구했다.유나 배 속에 있는 아이에 대해서는 그녀 또한 나름의 계획이 있
그날 유나는 부모님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 후, 평소처럼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출산 예정일까지 기다리자니 무척 지루했다. 평소에 육아서적을 읽는 것 외에는 인터넷에서 다양한 육아용품만 구매할 뿐이었다.유나는 애써 임재민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하면서 모든 주의력을 배 속의 아이에게 쏟아부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점심시간이 되었다. 유나 엄마는 유나를 위해 건강식을 준비했다.그녀는 앞치마도 벗지 않고 유나를 불렀다.“유나야, 얼른 밥 먹어!”유나 엄마는 방 밖에서 말하면서 또 유나에게 조심히 걸어 나오라고 당부했다.유나가 금방
“오늘 저를 불러낸 게 혹시 찬성 씨 뜻인가요?”하수현은 부정하지 않았다.그녀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유유히 대답했다.“오늘 만나자고 한 건 찬성 씨 근황에 관해 얘기해주고 싶어서예요.”이 또한 유나가 궁금해하는 것이었다.유나는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요즘 어떻게 지내요? 여자 친구도 생겼겠네요.”하수현은 유나의 복잡한 눈빛을 보면서 생긋 웃더니 의미심장한 말투로 되물었다.“여자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나요?”하수현이 자신의 속마음을 시험해보려 하자 유나는 금세 감정을 숨겼다.“저도 모르겠어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