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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6화

Penulis: 유애
증언은 전부 상국 문자로 작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서경 사신들은 내용을 모두 이해할 수 없어,두 명의 통역관이 서경어로 증언을 천천히 읽어주었다.

정영수는 모든 죄를 자신에게 돌렸다. 그는 과거 송회안이 서경을 격퇴하며 수많은 서경 병사를 죽인 일과 송석석의 외조부인 소승이 성릉관을 지키며 크고 작은 전투를 수없이 치러온 일을 언급하며, 자신이 소 가문과 송석석을 증오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번에 진성에 오게 된 기회를 틈타 송석석을 죽여 그 원한을 풀고자 했다는 것이었다.

증언을 모두 들은 후에도 서경 사신들의 표정은 전혀 밝아지지 않았다. 이 말인즉슨 정영수의 행위가 어쨌든 송석석을 해치려 했다는 점에서 성릉관과 연관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서경 사신들은 북명왕이 이 문제를 담판 자리에서 꺼내지 않고 담판 전에 공정하게 따져 물었다는 점에서 그가 의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그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차라리 북명왕이 비열하게 이를 담판 자리에서 올렸다면 자신들도 체면을 차리지 않고 대응할 명분이 있었을 것이다.

양안을 제외한 다른 사신들은 속으로 수란석을 온갖 욕설로 비난했다.

형인 수란키와 자신을 비교하려 들다니… 스스로를 돌아보지도 않고 마치 광대처럼 우스꽝스럽지 않은가!

사여묵은 평온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담판은 결국 심리전이 가장 중요하다.

원래 서경은 천리 길을 달려와 상국에 죄를 묻는 입장이었기에 정당한 이유를 가지고 요구를 제시할 수 있는 위치였다. 그들은 분노할 수도, 따져 물을 수도, 과감히 큰 요구를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왕비를 암살하려는 일이 벌어진 이상 그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들이 실질적으로 잘못한 것은 송씨 가문과 관련된 부분 뿐이었지만, 암살 시도가 담판 하루 전날 밤에 발생했다는 사실이 그들의 심리에 큰 타격을 준 것이다.

수란석은 손등으로 증언 문서를 눌러 가리키며 사여묵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하고는 큰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일은 이 일 뿐이고, 암살 사건이 사실인지 아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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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마 대회가 겉으론 보기엔 무장들을 위해 열리는 것 같지만, 사실은 대황자가 사냥할 때보다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여주려 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전에 대황자가 복통으로 인해 실수를 했다는 설명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금세 알아챘다. 아침까지 활기찼던 사람이 왜 하필 그 순간에 복통이 온 것인지, 의심 되는게 당연했다. 게다가 그날 그는 실수를 한 게 아니라 추태를 부렸다. 맞히지 못했다고 엉엉 울질 않나, 아무리 봐도 태자의 의지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황후는 이 소식을 듣고 기뻐하며 특별히 자안궁으로 가서 태후마마께 대황자를 한 번 만나게 해달라고 간구했다. 태후가 이번엔 허락했지만, 반드시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만나야 하며 사적으로 만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제 황후는 사실 사적으로 대황자를 만나 약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태후가 허락하지 않으니 어쩔수 없었다. 그녀는 저녁 무렵 태후를 모시고 식사를 했다. 한 시진 더 기다리고 나서야 대황자가 서우와 손을 잡고 돌아오는 것이 보였고, 그 뒤에는 이황자가 뒤따랐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그들의 이마가 흠뻑 젖은 것을 보면 방금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황후는 대황자를 보자마자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들을 못 본 지 얼마나 되었는지 알 수도 없을 정도로 오래되었으니 말이다. 대황자는 전보다 많이 말라졌고, 키도 더 커졌다. 반면, 대황자와 서우는 웃으며 들어와 대황자의 어머니와 황조모가 함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얼굴의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 그는 먼저 앞으로 가서 황조모에게 인사를 한 후 작은 소리로 어머니를 불렀다. 그의 태도로 보아, 사이가 서먹한게 분명했다. 서우와 이황자도 앞으로 가서 인사를 올린 후 한쪽으로 물러났다.황후는 그들을 보지도 않고 눈물만 줄줄 흘릴 뿐이었다. 아들을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가 약간의 기쁨도 없이 이렇게 냉담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전 같았으면 벌써 그녀의 품에 안겨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30화

    란주는 결국 어쩔 수 없이 대황자를 찾아갔다. 하지만 서재 같은 중요한 곳에는 잡인들을 들여보내지 않기에 그녀가 멀리서 한 번 보기 위해서는 대황자가 서재에서 나와 자안궁이나 연무장으로 갈 때만 가능했다. 때로는 호위병들의 몸집이 커서 대황자의 머리끝도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호위병들에게 은자를 줘서 대황자를 반 시진만 나오게 하려고 했지만 그 호위병들은 태후가 배치한 사람들이라 은은커녕 금을 줘도 받지 않을 것이었다.태후는 가장 간단하고 거친 방식으로 그들을 보호했다. 그래서 황제가 보고 싶다고 해도 사람을 배치해서 그들을 호송할 뿐이었다.반면, 태후는 이황자에게는 비교적 느슨한 편이었는데, 이유는 덕비가 후궁을 오랫동안 다스린 데다가 곳곳에 사람을 배치했기에 그녀가 이황자를 보호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태후는 사람을 보내 은밀히 주시하도록 했다. 이황자의 사고를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막으려는 것이었다.지금 상황으로 보아 황후와 덕비의 마음은 아주 초조한 것 같았다.황후는 한동안 기뻐했지만 곧바로 태자 후보를 발표하지 않으면 이황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고 덕비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황후는 그들에게 단념하게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사실 덕비는 그 어떤 희망이나 요행도 품지 않았고, 태자 후보가 대황자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에 아직 공개되지 않은 이상 노력해서 쟁취할 기회는 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무언가를 얻고자 한다면 하늘에게만 의존하지 말고 반드시 스스로 쟁취했다. 원래 대황자의 품행에 따르면 황제가 그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지금은 대황자가 죽어야만 이황자에게 기회가 생길 것이었다. 삼황자에게는 희망이 없었다. 수빈이 황자를 모해하려 했다는 누명을 쓰고 있어, 비록 처벌하지는 않았지만 황제께서 다시는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황자는 반드시 죽어야만 했다. 태후가 이렇게 단단히 보호하고 있는데 어찌 손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29화

    조정에서는 태자를 세우는 것과 관련된 말은 멈추지 않았고, 대신들마저 매일 아침마다 이 일을 언급했다. 그러다 마침내 음력 12월 18일에 숙청제가 태자후보가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태자가 어리기 때문에 직접 발표하지 않고 왕실 종묘의 기둥에 보관하라고 명을 내렸다. 그러고는 조정에서 태자 후보는 자신만 알고 있고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목 승상과 사여묵이 계속 대신들에게 질문을 받는 걸 피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대황자가 예전처럼 게으르고 교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열심히 공부하고 성격도 많이 겸손 해졌다. 게다가 진국공부의 국공님이 그의 독서친구이기에, 모두가 그를 태자 후보라고 생각했다. 적장자의 지위에 나쁜 습관을 모두 고친 데다가, 태후가 직접 가르치기까지 했으니 사실 추측하기 어렵진 않았다. 비록 이황자도 태후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대황자와는 달랐다. 대황자가 장춘궁으로 돌아가지 않아, 이황자는 덕비를 보러 갈 수 있었다. 많은 대신들은 제상서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상서부의 문턱이 닳도록 방문했다. 그렇게 상서부에 찾아와서 축하해 주는 사람들은 끊이질 않았고, 심지어 많은 선물들을 보내왔는데 그중엔 진귀한 보물들도 있었다. 하지만 제상서는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만약 정말 대황자를 태자로 세운다면 황제는 계속해서 외척의 세력을 약화시킬 것이었다. 그러니 사람들이 지금 찾아와서 선물을 하는 건 그들에게 위험을 증가하는 꼴이 된다. 하지만 미움을 살 수 있으니 모두 거절할 수는 없었다. 거절했다가는 황제가 제 씨 가문을 건드릴 때 도와줄 사람도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어쩔 수 없이 꾀병을 부리고 휴가를 냈다.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방문을 사절할 수 있고 황제에게 태도를 표명할 수 있었다. 청가 상주문을 올리자 숙청제는 결재를 하며 그에게 병을 잘 치료하라고 했다. 그리고 이부가 어차피 연말에 봉인될 것이니 이부의 일을 먼저 해결하라고 했다.제상서는 그제서야 한숨을 돌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28화

    태후는 수빈이 계란궁으로 이주한 것이 삼황자의 요양을 위한 것이니,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명령했다.태후의 감시가 있는 한, 궁의 내부에서도 감히 게을리할 수 없어, 여전히 수빈에게 원래의 빈의 신분에 걸맞은 의식주를 제공했다.그러나 가권들과의 만남은 철저히 금지되었고, 그 이유 역시 삼황자의 안정적인 요양을 위해 외부와의 접촉을 제한한다는 것이었다.이씨 부인은 더 이상 방법이 없자, 송석석을 찾아가 부탁하기로 했다. 그녀는 수빈이 궁 안에서 생활하는 것이 쉽지 않을 테니, 약간의 은화를 보내어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적절히 챙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그래야만 아이들이 궁 안에서 고생하지 않고,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을 것이었다.이씨 부인은 복소의의 유산이 수빈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만, 총애를 잃은 후궁이 얼마나 비참한 삶을 살게 되는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궁 안에서는 권력이 곧 생명이며, 사람들은 강한 자에게만 붙어 약한 자를 철저히 외면했다.송석석은 그녀에게 태후께서 이미 공주와 황자를 돌보라는 명령을 내렸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했지다. 그러나 이씨 부인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어찌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저 아이는 제가 열 달을 품고 어렵게 낳은 딸입니다. 손바닥 위에서 귀하게 키우며 그 어떤 고통도 주고 싶지 않았던 아이인데……이제는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앞으로는 스스로 헤쳐 나가야겠지요. 왕비께서 부디 그녀에게 몸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부디 스스로를 아끼라고 전해주십시오.”송석석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해지며, 가슴이 저릿한 통증이 밀려왔다.그녀도 이전에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그녀의 모친은 자신을 전북망에게 시집을 보낼 때, 그에게 이렇게 말했었다.‘내가 석석이를 가졌을 때는 이미 나이가 많아 열 달을 품고 또 낳는 동안 거의 목숨을 걸다시피 했네. 이 아이는 부모와 형제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소중한 내 딸이네. 작은 고통조차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27화

    수빈은 입을 반쯤 벌린 채 멍하니 굳어버렸다. 머릿속이 새하얘졌지만, 태후의 말투를 보아하니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하지만 그들은 이 일을 더 깊이 파헤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는데, 그녀 자신은 정말 그들이 철저히 조사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일까? 만약 조사가 이루어진다면, 가장 먼저 죄를 뒤집어쓰게 될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다.그녀는 자신이 이곳에 와서 사실을 털어놓은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무릎을 꿇어 머리를 조아린 뒤, 휘청거리며 궁을 나섰다.태후는 수빈의 초라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녀가 처음 입궁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녀는 뛰어나게 아름다웠고, 성격은 오만하고 고고했으며, 황제의 총애를 받은 뒤에는 거침없을 정도로 방자해지기까지 했다.최근 몇 년 동안은 많이 조심스러워지긴 했지만, 그녀의 본질적인 자존심과 야망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작은 야망이 결국 그녀를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것이었다.권력이란 참으로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태후는 사태가 더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즉시 황후와 덕비에게 경문을 필사하도록 명하여, 제야까지 궁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대황자와 이황자는 낮에는 서방에서 공부하고, 밤에는 황숙과 무예를 익히며 지속적으로 지안궁에서 숙식하게 했다. 황후와 덕비가 그들을 만나는 것 또한 금지되었다.사여묵은 현철위를 배치하여 황자들의 서방 출입과 무예 훈련장으로 이동하는 것, 그리고 궁으로 돌아오는 모든 과정까지 철저히 호위하도록 조치했다. 그들의 식사는 모두 지안궁에서 해결되었으며, 지안궁은 그 자체로 철통 같은 경계 속에 있었으므로 적어도 식사로 해를 입을 위험은 없었다.그렇게 며칠이 지난 후, 수빈이 거처를 옮긴 것은 복소의의 태아를 해쳤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궁중에 떠돌기 시작했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수빈은 무고하며 실제 복소의의 태아를 해한 자는 황후이며, 수빈은 황후의 죄를 뒤집어쓴 희생양일 뿐이라는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했다.이 소문은 너무 빠르고 강하게 퍼져 결국 황후의 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26화

    며칠 후, 태후궁에서 궁녀의 시신 한 구가 들것에 실려 나왔다.그날 숙청제는 즉시 칙령을 내려 수빈을 혜의궁에서 쫓아내고, 삼공주와 삼황자를 데리고 계란궁으로 이주하게 했다.계란궁은 황궁의 서북쪽 끝, 냉궁과 가까운 곳에 있어 평소 찾아오는 이조차 드물었다.칙령이 내려졌을 때, 수빈은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오랜 시간 멍하니 굳어 있었다.그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나직이 명령했다."짐을 챙기거라."그녀는 이제 자신과 삼황자가 완전히 배제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사실, 그녀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복소의의 아이가 사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이미 각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은 너무 빨랐다. 그녀가 탄 약의 양은 극히 적은 탓에, 반드시 보름 동안 먹어야만 효과가 나타나도록 조절했기 때문이다.그런데 하루 만에 유산이 되었다는 것은 그녀가 심어둔 사람 중 누군가가 황후나 덕비에게 붙었다는 뜻이었다.그러나 그녀는 이제 그 배신자가 누구인지 따질 필요조차 없었다. 그건 더 이상 의미 없는 일이었다. 황제가 그녀의 거처를 옮기기로 했다는 것은 그가 이미 수빈이 복소의의 태아를 해하려 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만약 더 발버둥 친다면, 궁을 옮기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곧장 냉궁으로 내쳐질 터였다.이번 처분이 오히려 최선일 수도 있다. 추후에 더 가혹한 처벌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었다.곧 후궁 전역에 수빈의 이주 소식이 퍼졌다.불과 얼마 전만 해도 혜의궁으로 옮겨갔을 때의 화려했던 순간이 모두의 기억에 선명한데, 이제는 냉궁 근처로 밀려난 신세가 되었다. 후궁의 많은 이들이 이번 사건이 복소의의 유산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 의심했다.하지만 황제의 교지에는 삼황자의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에 조용한 환경에서 요양해야 하므로, 보다 한적한 계란궁으로 이주하게 한다고 쓰여 있었다.또한, 수빈이 삼황자를 돌보아야 하므로 후궁을 관리하던 권한 당분간 내려놓을 것이며, 덕비와 함께 후궁을 보좌할 적절한 인물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25화

    송석석은 황제라는 위치가 얼마나 갑갑한 것인지 실감했다. 이 권력의 저울질과 계산 속에서 그조차도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지금 황제는 대황자를 태자로 세우려는 듯 보였다. 그렇다면 황후는 이 일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대황자는 본래 평범한 인물이니, 만약 황후가 황자를 해하려 한 죄목까지 더해진다면 그가 태자로 자리 잡는 것도 위태로워질 것이었다.그리고 직접 손을 쓴 수빈에 대해서도 황제는 그녀의 부친을 고려해야 하기에 함부로 처벌할 수 없었다.결국, 이 사건은 절대 표면적으로 드러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한 사람도 만만한 이가 없구나."태후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절대적인 권력 앞에서는 누구라도 목숨을 걸고 한 번쯤 싸워보고 싶은 법이다."송석석이 왜 이런 이야기를 자신에게 하는지 물으려 할 때, 태후가 먼저 입을 열었다."너가 궁 안의 일들을 꼭 마음에 새겨 두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은 가장 다루기 어려운 것이다. 폐하께서 한때 북명황실을 경계하더니, 이제는 다시 너희를 신뢰하고 있지않느냐. 누군가 그 자리를 탐낸다면 네게서 빈틈을 찾으려 할 것이다. 후궁의 음흉한 계략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어떤 일이든 한 걸음 더 깊이 들여다보고,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송석석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습니다."그러고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물었다."그럼 이 일은 그냥 이렇게 마무리 되는 겁니까?"태후가 고개를 저었다."저지른 죄를 어찌 그저 덮어둘 수 있겠느냐. 지금은 그대로 둔다 해도, 훗날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업보를 지고 가는 법이다."송석석이 다시 한 번 물었다."이미 모든 의도를 파악하셨는데, 후궁의 평온은 이미 깨진 것이 아닙니까? 이를 막을 수 있으시겠습니까?"태후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방금 말했듯이 사람의 마음이 가장 다루기 어려운 것이다. 한순간 천국을 꿈꾸다가도, 한순간 지옥으로 떨어질 수 있지. 그들의 마음먹기에 달린 일인데, 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24화

    송석석은 사여묵으로부터 복소의의 유산 소식을 전해 들었다.진왕비는 송석석에게 함께 입궁하여 문병을 가자고 제안했고, 송석석도 이를 받아들였다.본래 송석석과 진왕비는 별다른 왕래가 없었으나, 진왕이 그녀와 함께 서경을 다녀온 이후, 진왕비는 동서지간에 자주 왕래하는 것이 좋다며 송석석에게 더욱 살갑게 굴었다.하지만 진왕비는 제씨 가문의 여인으로, 황후의 종매이긴 했지만, 황후가 금족 된 이후로는 단 한 번도 황후를 찾아가지 않았다.즉, 그녀가 말하는 동서지간에 자주 왕래하는 것이 좋다는 말의 진짜 의미는 귀찮은 일이 없을 때는 교류할 수 있지만, 문제가 생기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뜻이었다.예전에 황제가 북명황실을 경계하던 시기에도 진왕비는 송석석을 철저히 피하며 혹여 화를 입을까 두려워했다.사실 이번에 진왕이 특별한 공을 세웠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저 황제의 가벼운 칭찬 한마디를 들은 정도였지만, 진왕에게는 그 한마디가 두 해나 자랑할 거리였다.그들은 함께 입궁하면서도 특별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진왕비는 그저 몇 마디 가벼운 이야기만 했는데, 송석석은 그런 진왕비가 영리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때때로 일부러 어리숙한 척 행동하며, 평온하고 안락한 삶만을 바랬기 때문이다.그렇기에 단둘이 있을 때에 그녀는 더욱 쓸데없는 말을 하지도, 남에게 꼬투리를 잡힐 행동도 하지 않았다.입궁하여 복소의를 만나게 되자, 진왕비는 이 아이와 그녀의 인연이 이미 닿아 있었다며, 결국 그 인연 덕분에 품계를 올리게 된 것이니 조만간 다시 태중으로 돌아와 전생의 모자 인연을 이어갈 것이라는 위로의 말을 한 가득 쏟아냈다.그녀가 나긋한 목소리로 덧붙였다."그러니 지금 해야 할 일은 그저 몸을 잘 돌보는 것 뿐이다. 괜히 이 일로 침울해 하면 안된다. 폐하께서 정무로 바쁘신데, 소의가 매일 울기만 하면 보시기에 번거롭지 않겠는가?"진왕비의 말은 빈틈이 없어 송석석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그녀가 한참 이야기하다가 문득 송석석을 향해 한 마디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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