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소란스럽게 수사하면 틀림없이 혜 태비를 놀라게 했을 것이다.태비는 일찍 잠이 들어 잘 자고 있었는데 밖에 떠드는 소리를 듣고 같은 방에서 자고 있는 고 씨 유모에게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했다.저택의 하인들의 손버릇이 나빠서 시만자의 동주 귀걸이를 훔쳤다는 보고를 듣고 태비는 화가 났다. “왕부의 대우가 다른 저택보다 얼마나 많이 좋은지 모른단 말이오. 욕심이 이렇게 큰 사람은 손을 부러뜨려 버려야 하오.”“왕비님께서 오셨습니다.” 밖에서 하인이 들어와 아뢰었다.밤에 추워지자 혜 태비는 침대와 이불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왕비가 밖에서 대국을 주관하지 않고 여기 와서 무엇을 하려는 건가? 본궁 이미 잠들기 직전인데 말이야..”“어머님.” 송석석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송석석은 혼자 왔다. 오늘 밤 동주 귀걸이는 정심의 침대에서 찾아낼 것이다. 정심은 원래 태비의 사람이었다. 그래서 송석석은 여기에 와서 태비를 지키고 있다가 찾아낸 후에 어떻게 처리할지 말씀드리려 했다.“어째서 왔는가? 밤에 추운데 옷이라도 더 입고 오지.” 혜 태비의 표정은 송석석을 보자 바로 더없이 다정하고 따뜻해졌다. “이리 와서 앉거라.”송석석은 먼저 인사를 올리고는 침대 옆에 앉았다. “밤에 어머님을 깨운 것이 이게 다 며느리가 집안을 잘 다스리지 못한 탓입니다.”“허허. 괜찮다. 한데 왜 이 한밤중에 이렇게 소란스럽게 찾는 건가. 내일 아침에 찾지 않고?” 혜 태비가 하품을 하며 물었다.그러자 고 씨 유모가 설명했다. “내일 다시 수색하면 물품을 빼돌렸을 수 있습니다. 그 동주 많이 비쌀 것 같기도 하고요.”혜 태비는 “응” 하고 대답하면서 고 씨 유모를 담담히 쳐다보았다. ‘너만 잘났지, 아주.’“차를 따르거라.” 송석석이 분부했다. “이 밤에 차를 마시지 않으면 견디기에 쉽지 않을 겁니다. 어머님께서도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혜 태비는 손사래를 쳤다. “아니다. 이렇게 늦게 차를 마시면 잠을 잘 수 없구나.”송석석이 말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심이 끌려들어 왔는데 그녀의 낫빛은 잿빛같이 어두웠고, 양 마마는 그녀의 침대 밑에서 찾아낸 나무 상자를 들어 올려 안에 있는 물건을 모두 탁자 위에 쏟았다. 동주 귀걸이 외에도 다른 많은 장신구들이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싼 물건이 아니었다. 게다가 안에 있는 나무 상자 밑에 은표 몇 장이 있었는데 펼쳐보니 모두 백 냥짜리였다. 그리고 금괴 두 개와 은괴 다섯 개, 동전 몇 푼이 있었다. 혜 태비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차를 끓인 후에 일어나 앉아 탁자 위에 놓인 물건을 보며 금비녀를 들고 위에 박힌 보석을 보았다. 혜 태비는 이 물건들이 너무나도 익숙했다. 이것들은 금루의 물건이고 금경루를 따라 만든 물건들이었다. 그녀는 다시 팔찌를 하나 들어 보았는데 자신의 팔지와 공예도 비슷했다. 이러한 장신구가 십여 개정도 있었는데 은표와 금은을 포함해서 대략 계산해 보니 수천 냥이 넘었다. 혜 태비는 처음엔 그녀가 훔친 줄 알았지만 자세히 보니 황실에서 금루의 장신구를 사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가 원래 가지고 있던 물건도 팔아서 금루와 선을 그어 금루의 장신구는 하나도 없었다. 이때 송석석이 입을 열었다. “양 마마, 일단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주게. 나와 태비께서 직접 심문하겠다.” “네.” 양 마마는 손을 저으며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내려갔고, 소월과 소란도 그 뒤를 따랐다. 떠날 때 그 두 사람은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왜냐하면 그 두 사람은 정심과 한 방에서 지내면서도 그녀가 이렇게 많은 은표와 장신구를 가지고 있는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시만자는 들어와 문을 닫고 정심의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턱을 잡고 물었다. “증거까지 확보했는데 또 무슨 할 말이 있냐?” “동주는 내가 훔친 게 아닙니다.” 정심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몸을 떨며 말했다. 그녀는 오늘 이 일이 자신을 노리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자 송석석이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 “동주는 당신이 훔친 게 아니라고 치자. 그럼 이 은표와
태비는 정심이 뇌물을 받고 황실을 팔았다는 것을 알아채고 물었다. 다만 누가 정심을 매수한 것인지 모르는 것뿐이었다. 그러자 송석석은 담담하게 말했다. “장공주입니다.” 그러자 혜 태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장공주가 대체 뭐 하려는 것이냐? 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이냐?!” “어머님께서 궁에 있을 때부터 정심은 장공주의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님께서 장공주와 같이 장사를 할 때 옆에서 장공주를 많이 칭찬했겠지요?” 혜 태비는 그 모습을 상상하니 화가 더욱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다. “어디 칭찬일 뿐이냐? 장공주가 현명해서 진성의 귀족세가들에게 명성이 자자한 데다 수단이 대단해서 모두 그녀를 추켜세운다며 우리 언니보다 더 대단한 사람처럼 얘기해서 나도 그녀에게 다소 경복 했는데.” 시만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경복 한 게 아니라 무서웠던 것이겠지. 장공주 모녀에게 당했을 때도 석석이 나서지 않았다면 자신이 속았다는 걸 알고도 찾아가지 못했겠으니까.’ “장공주가 내 옆에 사람을 배치해서 뭐 하려는 것이냐?” 혜 태비는 어리둥절해졌다. “내가 후궁에 있을 때도 매일 언니와 얘기하고 황제가 등기한 후에도 난 황후와 수민과도 왕래가 뜸했는데.” 그러자 시만자가 말했다. “태비께서도 훌륭한 아들이 있으니까요.” “묵이 때문이라고? 그럼 묵이를 해칠 생각이었는가?” 혜 태비의 목소리는 점점 밝아지고 노여움도 줄어들었다. “묵이 때문이라면 왜 황실에 사람을 배치하지 않는 거냐?” 송석석이 말했다. “그녀가 무엇 때문이든 어머님은 이 일을 크게 소문내서 궁에서 처리하도록 하면 됩니다.” 혜 태비가 그녀의 뜻을 알아채지 못하고 무심코 물었다. “왜 궁에서 처리하라고 하는 것이냐? 정심은 내가 궁 밖으로 데리고 나온 것이니 내가 처리해도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을 텐데. 그녀를 돌려보낸다는 건 우리 황실이 시녀 하나도 처리하지 못할 만큼 무능하다는 걸 인정하는 것 아니냐?” 그러자 송석석이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무능해 보
한편, 사여묵은 이미 장공주부에 잠입했지만 아직 지하감옥에 도착하지는 않았다. 공주부의 지하감옥에는 입구가 네 개 있었는데, 지하감옥을 지은 장인들은 모두 죽었지만 염 선생이 십장의 아들을 찾아 구조도를 얻어 이 감옥이 어떤 구조인지는 알 수 있었다. 지하감옥은 공주부의 절반 정도 크기였는데 꽤 깊이까지 파내 안에 벽돌을 사용해 동서남북 네 곳으로 나누었다.4개의 입구는 각각 4개의 감방에 해당했다. 동쪽 감방은 서쪽 마당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알아낼 수 없었다. 다만 동남쪽의 222개의 감방 건설도를 보아 사람을 가두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왜냐하면 분리되어 있지 않고 단지 두 개의 큰 지하실이기 때문이었다. 서북쪽의 두 지하감옥은 사람을 가두는데 큰 감방이 하나씩 있고 나머지는 작은 감방으로 분리된 것이었다. 네 칸의 감방은 구조도로 보아 서로 통하지 않고 격리되어 있었다. 사여묵은 송지안 일가가 어느 쪽의 감방에 갇혀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먼저 서쪽으로 들어가려고 시도를 했다. 양쪽이 서로 붙어 있고 입구도 그리 멀지 않았다. 공주부의 사치와 낭비는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밤마다 소비하는 등유만 해도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사여묵은 몸이 빠른 데다 공주엔 건물이 많고 나무도 많아서 숨기 매우 편리했다. 서쪽의 감방은 서쪽 마당이 아니라 동쪽 마당으로 들어가야 했는데 이렇게 엇갈리게 설계한 것은 사람의 이목을 가리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까지 비열할 수 있었던 건 사람들이 그녀의 야심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공주부가 커서 뒷마당에 가도 입구를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는 마당이 넓고 방도 많아서 각종 정원 건축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아무도 공주부에 지하감옥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동쪽 마당의 가산이 서쪽 감옥의 입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순찰대가 지나간 후, 사여묵은 쉽게 지하감옥에 잠입할 수 있었다. 지하감옥은 아주 깊어서
송지안이 두려운 목소리로 다급하게 물었다. “왜 우리 식구를 납치한 것이오? 우리가 어떻게 댁의 기분을 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잘못을 했다면 여기서 사죄하겠소. 다만 제 부인과 이이들은 죄가 없으니 풀어주시오. 무슨 일이 있으면 나와 얘기하시오.” 그러자 고부진이 차갑게 말했다. “입 닥쳐. 정말 널 죽이려고 한다면 부인과 아이 뒤에 숨을 것이면서.” 송지안은 작은 창문에 엎드려 밖을 바라보며 말했는데, 해탈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지 않을 것이네. 부인과 자식만 놓아준다면 난 죽어도 상관없소.” “본 부마는 당신같이 잘난 체하는 사람을 가장 싫어해.” 고부진은 차갑게 말을 하고 감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공주가 한의절에 오지 말라고 해서 그는 지하감옥에 숨어 봉아를 보러 온 것이었다. 그는 지하감옥을 지키는 사람을 모두 매수했지만 그들을 풀어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그가 들어오려면 장공주의 허가까지 필요는 없었다. 다만 그녀에게 허락을 받는 것은 아직 모든 것이 그녀의 통제 하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였다. 송지안은 그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부마라고? 부마라면 대체 어느 공주의 부마란 말인가?’ 송지안은 미친 여자가 한 짓과 지금의 상황을 결합해 보니 바로 옛일이 하나 생각났다. 그 일이 일어났을 땐 송지안이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었다. 장공주가 형인 송회안을 마음에 두고 당시의 황제폐하께 혼인을 청했지만 황제폐하께서는 혼인을 허락하지 않았다. 게다가 형님도 그녀를 좋아하지 않고 부마가 되고 싶지 않아 그녀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장공주가 송 씨 집안의 사람들을 미워하게 된 것이었다.옛일을 떠올리며 그는 아버지가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다. 아버지는 송 씨 집안에 이렇게 많은 아들들이 있지만 태조부가 물려준 혈통 중에 그와 형님인 송회안이 가장 비슷하다고 했었다. 그는 갑자기 온몸이 차가워지더니 숨이 쉬어지지 않아 한참을 괴로워하다가 숨을 헐떡였다. 그는 너무 황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여전히 온몸을 떨고 있었다. 멀쩡하던 집에 몇 사람이 난폭하게 쳐들어와 그들을 여기로 잡아온 것이었기에 그들 중 가장 큰 애가 여덟 살도 채 되지 않으니 두렵지 않을 리가 없었다.황 씨도 두려웠지만 어머니로서 두려움과 걱정을 참으며 남편과 함께 두 아들을 위로했다.그러나 눈을 마주친 부부는 절망과 무력감으로 가득 찼다.다른 쪽 감방에서 송자안과 황 씨의 말을 들은 사여묵은 장인의 정신이 송 씨 집안의 모든 사람에게 전해진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송지안은 장인어른과 접촉이 뜸했고 성실한 장사꾼에 불과한데 이렇게까지 기재가 굳세다니, 그는 태공께서 정말 잘 가르쳤다고 생각했다.그는 이게 바로 진정한 세가의 정신이라고 생각했다. 조정에서 벼슬을 하는 사람이 없어도 그들의 단결과 정신은 많은 가문을 부끄럽게 했다. 고부진도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송지안이 해냈으니 화가 난 것이었다.고부진과 림봉아는 가장 왼쪽에 있는 감방에 갇혀 있어 사여묵은 그들의 말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림봉아의 목소리는 매우 낮았고, 실망과 슬픔만이 가득했다.“그들은 당신의 딸인데 어떻게 그렇게 모질 수가 있소?”“공주를 배신하면 죽을 수밖에 없소. 만약 내가 그녀를 폭로하지 않으면 당신과 나의 목숨은 몰론이고 림 씨 가문과 고후부까지 연루될 것이오. 나도 어쩔 수가 없었소.”“또 그 소리요?!”림봉아는 흐느껴 울며 말했다.“당신이 나한테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한 게 벌써 몇 년째요? 매번 선택을 할 때마다 당신은 어쩔 수 없었다고 했소. 왜 고후부에게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 않소? 고후부에서는 반항할 능력이라도 있지 않소? 설령 능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살면 살아갈 수는 있지 않소? 그런데 왜 매번 우리와 어쩔 수 없었다고 하는 것이오? 당신이 매번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하면 누군가가 죽어가니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소. 청란은 유일하게 반항을 하려고 했던 아이였소. 딸은 기개가 있는데 왜 하필이면 당신처럼 무능한 아비를 만
숙청제의 지휘 아래 송씨 가문은 다행히도 혼란에 빠지지는 않았다. 그는 다시 경위영, 순방영에 사람을 보내고 경조부가 개청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건을 보고하도록 했다.송씨 가문은 정당한 절차를 밟고 있었기에 왕야와 송석석이 이 일을 알게 되면 결코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었다. 송씨 가문은 이제 대부분이 상인과 서민이니 그들만의 방식으로 대처하기로 했다.경조부는 즉시 조사를 시작했다. 밤중에 모자 세 사람이 정문도 측문도 통과하지 않고 사라졌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납치당한 것이 분명했다.경조부는 관례대로 진성에 돌아온 이후 누군가의 미움을 산 적은 없는지 알아보았고 사람을 찾으면서 진술도 놓치지 않았다. 이 사건은 황제마저 경악하게 했다. 이날은 조정에 나가지 않았으나 경위 필명이 상주하여 송지안의 처와 자식들이 밤중에 이유 없이 실종되었다고 보고했다.숙청제는 송씨 가문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그때 내부에서 보고가 들어왔고 북명왕부에서 궁녀 한 명을 돌려보냈다는 것이었다. 이 궁녀는 전에 태비 곁에서 시중을 들며 동주 귀걸이 한 쌍을 훔쳤고 또 그녀의 방에서 많은 값비싼 장신구와 재물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그 장신구와 재물들은 북명왕부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궁에서 다른 이들의 장신구를 훔쳤을 가능성이 의심되어 내부로 돌려보내져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다.이 도난 사건을 보고 받은 숙청제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일은 내부에서 처분한 후 황후에게 보고하면 될 일이다."말을 뱉고 난 숙청제는 이상함을 느껴 다시 덧붙였다.“그것들이 어디서 온 것인지 엄히 조사하라"태비의 곁에서 시중을 들던 사람이 어찌 후궁들의 장신구를 훔칠 수 있었단 말인가? 애초에 들어갈 수조차 없었을 것이고 설령 들어간다 해도 단독적으로 움직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오직 궁전에서 시중을 들던 궁녀나 창고를 지키는 자만이 기회가 있을 터였다. 하지만 태비의 곁에서 시중을 들던 자는 다른 후궁들과 아무런 교류도 없었다.따라서 북명왕부에서도 조사하기 어렵다고 느껴
숙청제의 얼굴에 기쁨도 분노도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오대반은 일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분노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회왕비가 그럴만한 그릇이 못 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이렇게 많은 장신구로 궁녀를 매수할 능력이 없었다. 그녀는 오로지 스스로를 챙기기 바쁜 사람이었으니 말이다.이 일에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만약 아우가 이를 수상하게 여기지 않았다면, 궁에 돌려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무언가를 발견했지만, 조사하지 않고 궁으로 돌려보냈다는 것은 너무 많은 문제에 휘말리기 싫다는 것을 의미했다.그러나 사람을 돌려보냈음에도 아무런 실마리도 얻지 못하였으니 숙청제로서는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숙청제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태의를 불러 목숨을 붙들어 두도록 하고 끝까지 심문하거라.”이 사건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그를 주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마치 누군가가 거대한 함정을 파놓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느낌이었다.“예!” 오대반은 명을 받고 물러났다.그렇게 다시 반나절 동안 심문이 이어지고 오대반이 마침내 다시 보고하러 왔다. “전하, 그녀가 한 사람을 자백했사옵니다. 바로 장공주가 그녀에게 지시했다고 하였사옵니다. 회왕비를 지목한 이유는 장공주가 그녀의 가족을 해칠까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죽었느냐?” 숙청제가 대뜸 물었다.“태의께서 가망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자리를 뜰 때 숨을 거두기 직전이었으니, 아마 죽었을 것입니다.”숙청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일은 외부에 알리지 말고, 심문했던 자들의 입을 막아라. 내일 아우를 궁으로 부를 것이다. 그와 이야기를 나눈 지도 오래되었구나. 그리고 송지안의 일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아라. 지금쯤이면 진전이 있을 것이다.”오대반은 밖으로 나가 지시를 내린 후, 다시 궁으로 돌아와 시중을 들었다. 차를 따르던 오대반은 생각에 잠긴 숙청제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가 물
송석석은 사여묵으로부터 복소의의 유산 소식을 전해 들었다.진왕비는 송석석에게 함께 입궁하여 문병을 가자고 제안했고, 송석석도 이를 받아들였다.본래 송석석과 진왕비는 별다른 왕래가 없었으나, 진왕이 그녀와 함께 서경을 다녀온 이후, 진왕비는 동서지간에 자주 왕래하는 것이 좋다며 송석석에게 더욱 살갑게 굴었다.하지만 진왕비는 제씨 가문의 여인으로, 황후의 종매이긴 했지만, 황후가 금족 된 이후로는 단 한 번도 황후를 찾아가지 않았다.즉, 그녀가 말하는 동서지간에 자주 왕래하는 것이 좋다는 말의 진짜 의미는 귀찮은 일이 없을 때는 교류할 수 있지만, 문제가 생기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뜻이었다.예전에 황제가 북명황실을 경계하던 시기에도 진왕비는 송석석을 철저히 피하며 혹여 화를 입을까 두려워했다.사실 이번에 진왕이 특별한 공을 세웠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저 황제의 가벼운 칭찬 한마디를 들은 정도였지만, 진왕에게는 그 한마디가 두 해나 자랑할 거리였다.그들은 함께 입궁하면서도 특별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진왕비는 그저 몇 마디 가벼운 이야기만 했는데, 송석석은 그런 진왕비가 영리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때때로 일부러 어리숙한 척 행동하며, 평온하고 안락한 삶만을 바랬기 때문이다.그렇기에 단둘이 있을 때에 그녀는 더욱 쓸데없는 말을 하지도, 남에게 꼬투리를 잡힐 행동도 하지 않았다.입궁하여 복소의를 만나게 되자, 진왕비는 이 아이와 그녀의 인연이 이미 닿아 있었다며, 결국 그 인연 덕분에 품계를 올리게 된 것이니 조만간 다시 태중으로 돌아와 전생의 모자 인연을 이어갈 것이라는 위로의 말을 한 가득 쏟아냈다.그녀가 나긋한 목소리로 덧붙였다."그러니 지금 해야 할 일은 그저 몸을 잘 돌보는 것 뿐이다. 괜히 이 일로 침울해 하면 안된다. 폐하께서 정무로 바쁘신데, 소의가 매일 울기만 하면 보시기에 번거롭지 않겠는가?"진왕비의 말은 빈틈이 없어 송석석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그녀가 한참 이야기하다가 문득 송석석을 향해 한 마디 던졌다.
자신의 궁으로 돌아오자, 숙청제는 비로소 실망한 기색을 드러냈다.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 곧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었기 때문이다.후궁에서 벌어지는 수작들은 때로는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법이다.단신의가 복소의의 태아를 보전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설령 무사히 태어난다 해도 선천적으로 허약하거나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을 아이일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숙청제는 한때 복소의에게 약을 직접 먹일까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이 아이가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 자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끝내 결단을 내리지는 못했다.한 번쯤 걸어보고 싶긴 했다.이번 일은 누군가 개입한 것이 분명했다. 그가 최근 들어 복소의의 궁에 자주 드나들었으니, 누군가는 불만을 품었을 것이 틀림없었다.덕비는 분명 복소의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복소의는 황제의 총애를 믿고 오만하게 굴며, 심지어는 덕비를 원망하는 마음까지 품었다. 그날 그녀에게 경고를 주었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덕비는 후궁을 총괄하는 인물이었다. 때문에 그녀와 수빈이 배치한 사람들이 후궁 곳곳에 퍼져 있었으니, 복소의의 태아를 해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그렇다고 해서 덕비가 직접 손을 썼을 가능성은 낮았다. 만약 덕비가 아이를 해하려 했더라면 애초에 복소의를 보호해주지 않았을 것이었다. 게다가 덕비가 이황자를 데리고 자주 드나든 것도 반은 아들을 위한 것이었지만, 반은 복소의의 태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었다.복소의가 황제에게 덕비를 험담했던 것은 반드시 덕비의 귀에 들어갔을 것이었다. 덕비가 이후 더 이상 찾아오지 않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그녀가 복소의에게 손을 떼자, 마음 속에 꿍꿍이가 있던 자들이 움직이기 훨씬 쉬워졌다.그가 실망한 이유는 복소의의 태아를 잃은 것 때문이 아니었으며, 그가 바라지 않았던 후계 경쟁이 결국 벌어지고 말았다는 점이었다.그는 이 일을 벌인 자가 누구인지 거의 확신할 수 있었다. 황후이거나 수빈 둘 중 하나일 것
혜의궁에서는 삼황자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삼공주는 그의 젖은 머리카락을 닦아주며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어제 막 머리를 감았는데, 굳이 그 고양이랑 놀겠다고 해서 온 머리와 얼굴이 털투성이가 되었잖아. 다음번에도 이러면 엉덩이를 때려줄 거야."도자기처럼 매끄러운 분홍빛 살결의 귀여운 아이가 까만 눈동자를 반짝이며 공주의 품에 기댔다."누이, 고양이는 재미있고 귀여워요. 작은 발로 내 몸을 밟고 지나갈 때면, 포근해서 기분이 좋아요. 안고 있으면 따뜻하기도 하고요."그러자 삼공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어마마마께서 그러셨잖아. 아바마마께서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으신다고. 그런데 넌 자꾸 아바마마께 고양이 이야기를 해서…… 그러니 요즘 아바마마께서 널 찾지 않으시는 거야."삼황자는 누이가 머리를 말려주는 대로 꼿꼿이 앉아 있으면서도 입을 다물지 않았다."아바마마와 나는 다른 사람이잖요. 당연히 각자 좋아하는 것이 다를 수도 있는 거지요. 아바마마께서 싫어한다고 해서 나까지 싫어해야 해요? 내가 고양이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내가 이 아이를 사랑하니, 아바마마께서 아무리 싫어하셔도 나한테 버리라고 하시면 안 되는 거죠."삼공주는 그의 코끝을 톡 하고 건드리며 말했다."말은 참 잘하네."삼황자는 웃으며 말했다."누이가 나를 설득 수 없는 건 누이의 말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에요. 황숙께서 그러셨는데, 이치에 맞게 말을 한다면 그 누구도 이길 수 있다고 하셨거든요.""그래? 그런데 요즘 왜 황숙께 무예를 배우러 가지 않는 거야?"삼황자는 고개를 기울였다."무예라 해도 기본적인 것만 가르쳐 주시니까요. 그런 건 궁에서도 연습할 수 있어서 이미 다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말 타기는… 아직 말 위에 혼자 올라갈 수가 없으니까 좀 더 자라서 다리가 길어지면 그때 배울거에요.""다 할 수 있다고? 못 믿겠는데." 삼공주가 말했다."정말 할 수 있다니까요!"삼황자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황숙께서 며칠 동안 같은 걸 반복해
복소의는 춘당의 입가에 스친 조소를 알아채지 못했다.춘당은 복소의가 첩여로 승급될 때부터 곁에서 그녀를 모셔왔다. 그녀는 영리하고 침착한 성품을 지녀 복소의에게 여러 차례 계책을 내주었고, 당시 황후가 그녀를 끌어들이려 했을 때도 춘당은 이렇게 말했었다.‘황후마마께서 여러 번 금족 처분을 당하신 것으로 보아, 폐하께서 이미 탐탁지 않게 여기시는 것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후궁을 다스릴 권한도 없으시니, 황후마마께는 겉으로만 응하는 척하고 실질적으로는 덕비 마마와 수빈 마마께 가까이 다가가시는 것이 더 좋을 것입니다.’그리고 춘당의 말은 역시나 옳았다. 덕비는 늘 그녀를 잘 대해주었고, 먹고 입는 것 모두 넉넉히 챙겨주었다. 그 덕분에 더 이상 감히 그녀를 깔보는 자도 없어졌다.예전의 덕비는 분명 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녀가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이유로 폐하께 가까이 가려 하는 것 같아 못마땅했다."마마께서는 덕비 마마께서 오시는 것이 싫으십니까?"춘당이 그녀의 머리와 허리를 살짝 받쳐주며 말했다. 침상에 오래도록 누워만 있어 등이 아픈 그녀를 배려한 것이었다.그녀는 춘당을 신뢰했기에 자연스레 속내를 털어놓았다."내 태가 안정되었을 때는 덕비 마마께서 그리 열심히 오시지도 않으셨는데, 이제 와서 이렇게 자주 찾으시는 것이 진심이겠느냐? 분명 폐하를 의식해서 오는 것일 것이다. 게다가 폐하께서 날 아끼시기에 자주 찾아와 주시는 것인데, 매번 덕비 마마와 이황자가 끼어드는 바람에 폐하와 두세 마디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지 않느냐."춘당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하며 말했다."마마께서는 그저 몸을 잘 돌보시면 됩니다. 그 외의 일은 신경 쓰지 마세요."복소의는 한숨을 쉬었다."이렇게 밤낮으로 누워만 있어야 하다니…… 폐하께서 오실 때만 겨우 앉을 수 있구나. 이 아이는 나를 참 힘들게 한다. 부디 황자가 되어주기를 바랄 뿐이지. 내가 이 고생을 한 보람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춘당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반드시 마마께서 바라시는
복소의의 태는 안정적이었기에, 태의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겨울이 지나면서 태가 점점 불안정해져, 두 번의 출혈을 경험했다. 금태의는 그녀의 태를 지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그 덕분에 그녀는 겨우 안정을 찾을 수 있었지만 계속해서 침상에 누워 있어야 했기에 바닥에 내려갈 수가 없었다.갑자기 이런 상황이 발생하자, 태의는 신중히 식단과 궁에서 사용하는 모든 것들을 점검했다. 하지만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아마 황제가 장기간 약을 복용한 탓에 태아가 불안정해진 것일 가능성이 있었다. 숙청제는 그녀의 태에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 숙청제는 그녀가 침상에서 요양을 시작한 후 거의 이틀에 한 번씩 그녀를 보러 갔으며, 가끔은 같이 식사를 하기도 했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는 수빈의 궁에 자주 가지 않았고, 삼황자를 어서방에 불러 들이지도 않았다.덕비는 후궁을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었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이황자와 함께 복소의를 보러 갔고, 이로 인해 황제와 함께 몇 번의 식사를 함께했다.복소의는 첩여 시절 후궁에서 자신이 의지할 사람을 찾으려 했고, 비밀리에 수빈과 덕비에게 아첨하며 양쪽을 오갔다. 하지만 수빈은 늘 거만하게 행동했으며, 그녀가 한때 황제의 총애를 얻었기도 했기에, 복소의는 수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반면 덕비는 후궁에서 유명한 온화하고 자애로운 인물로,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며 위치가 낮은 여인들까지 보살펴 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복소의는 점차 덕비에게 더 접근했지만 지금은 조금 고심했다. 황제가 그녀에게 올 때, 덕비가 여러 번 이황자를 데리고 왔고, 그 목적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수빈의 성격에 이런 일을 할 리가 없었기에, 그녀는 오히려 수빈의 도도함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결국 불만을 마음속으로에만 토로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덕비는 후궁을 관리하는 권한이 있기에 그녀를 적대할 수도 없었다. 이러한 날들이 지속되자, 그녀는 덕비가 오지 않
후궁에서는 황제의 병에 대해 추측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지금 복소의가 임신을 했다고는 하지만, 단신의가 궁에 들어와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은 황제의 몸이 단순히 요양을 하면 괜찮아질 상태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황제의 편애가 계속될수록 몇몇 사람들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특히 황후는 더욱 불안해했다. 그녀는 황제의 병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지금 단신의가 궁에 들어와 치료하고 있지만 치료의 효과는 확실하지 않다고 생각해, 그녀는 황제가 심각한 상태라고 여겼다. 황후는 복소의의 임신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아이의 성별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을 뿐더러, 설령 황자가 태어난다고 해도 그에게 까지 순서가 올 리 없었다. 그러나 삼황자에게 집중된 황제의 편애는 그녀에게 위기의식을 가져다 주었던 것이다.황제는 그녀에게 선택권을 주었을 때 그녀는 황후 자리를 선택하며 생명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며칠의 시간을 보내자, 황후는 황제가 대황자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요즘 대황자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며, 태부와 황숙도 그를 칭찬하고 있었다. 황제도 대황자의 그러한 모습에 매우 만족해 한다고 전해 들었다.이황자와 삼황자는 그녀에게 모두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황후는 황제가 이황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여겼다.최근 몇 달 동안 그녀는 거의 이황자를 본 적이 없었고, 또한 이황자가 이제는 예전처럼 열정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후는 강력한 뒷배경이 없는 덕비가 여전히 유력하지 않다고 여겼지만 수빈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수빈의 아버지는 형부상서이며, 사여묵과 같은 공문이었다. 공무의 일이든 사적인 일이든 접촉이 분명 많았을 것이고, 수빈의 어머니인 이씨 부인은 송석석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공방에 많은 돈을 기부했다. 어쩌면 이미 그녀를 손에 넣었을지도 모른다.“마마, 오늘 대황자께서 또 왕야의 칭찬을 받으셨습니다.”란주 상궁이 들어오며 웃으며 말했다.황후는 별다른 감정을 보이
숙청제는 신하들을 어서방에 불러들였고, 그들은 밤늦게까지 논의했다. 논의는 결국 단신의가 들어가서 시간이 많이 늦었음을 알리며 중단을 요청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숙청제는 팔을 뻗고 웃으면서 말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다니. 그럼 궁문도 이제 잠가야겠으니 다들 돌아가시게.”그는 여전히 기운이 넘쳤고, 특히 지금은 얼굴에 혈색이 돌아 병든 사람 같지 않아 보였다.송석석은 논의 중이던 사여묵을 기다렸다. 그들은 함께 궁을 떠나 황실로 돌아갔다. 매우 피곤했던 그녀는 사여묵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마차가 황실 문 앞에 도착하자 사여묵은 그녀를 안아 들었다. 송석석은 그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내려오기 귀찮았기에 그대로 안겨 있었다. 그의 넓고 따뜻한 품은 정말 편안했다.그와 떨어져 있던 세 달 동안 그녀는 성릉관에서만 편히 잠을 청할 수 있었으며, 그 외의 곳에서는 늘 경계하며 지냈다. 이제 집에 돌아오니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렸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불안함을 느꼈다. 무언가 뜨겁고 큰 손이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단 백부 말씀을 잊으셨나요?”귓가에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 백부가 이제 괜찮다고 말씀하셨소.”송석석은 감고있던 눈을 떠, 뜨겁고 열정적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마주하며 물었다.“정말인가요?”“틀림 없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입술이 덮였다.불꽃이 강렬하게 타올왔다. 침실의 온도마저 높아진 듯 했다.두 사람은 뜨겁게 사랑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기에 마치 새롭게 결혼한 듯한 기분이었다!한 달 후, 상국은 시박사를 설립할 예정이었다. 이는 상국과 해외 북당과의 화물 교류를 담당할 기관이었다.원래의 시역업도 시박사의 운영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며, 상국에서 다른 국가에 판매할 수 있는 화물 목록을 정리하여 서경으로 사신을 파견해 화물 교환 협정을 체결할 것이다.이 한 달 동안 단신의는 약을
10월 15일, 사절단은 드디어 진성에 도착했다.현갑군은 그 자리에서 먼저 해산했고, 이덕회와 홍려사경은 궁에 들어가 황제를 뵈러 갔다. 그동안 몸이 약해져 혼자서는 거동할 수 없었던 진왕은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신도 궁에 가겠다고 말했다.송석석은 이미 성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여묵에게 인도되어 황실로 돌아갔다.그동안 사여묵은 매일같이 성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렸고, 때로는 낮잠시간에 직접 가서 기다리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이 되어서야, 드디어 기다리던 그녀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이덕회와 그들이 궁에서 황제에게 보고할 때, 송석석은 이미 태비께 인사를 드린 후였다.혜 태비는 송석석이 피곤해 보이자, 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으라고 말했다.송석석은 사여묵과 함께 나와서 매화원으로 돌아갔다.목욕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을 때, 송석석의 입술이 어쩐지 조금 부풀어 있었다. 서주는 깜짝 놀라 왕야를 바라보았다. 왕비가 목욕하는데 왕야께서 꼭 직접 모셔야 한다며 들어가더니, 보아하니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것이 틀림없었다.서방에서는 염선생과 심청화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송석석은 그들에게 서경에서의 일들을 말해주었다. 협상 결과는 그들이 이미 알고 있었기에, 송석석은 길에서 일어난 암살 시도, 원신제의 곤경, 그리고 북당의 안풍친왕이 말한 3년과 5년의 기한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다.사여묵은 두려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었는데, 서경이 그렇게 혼란스러웠음에도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음에 안도하며 다행이라 여겼다.안풍친왕이 성릉관을 자유롭게 오고 간 것과 그가 말한 3년, 5년 기한에 대해서, 심청화는 사부에게 편지를 보내면 알 수 있을 거라 말했다. 사부는 그들을 잘 알기 때문에 그 말의 숨은 의미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었다.이야기를 마친 후, 사여묵은 송석석이 휴식을 취하게 하기 위해, 송석석에게 더 이상 질문하지 못하게 그들을 막았다. 그는 오후에 휴가를 내어 일을 쉬려고 했지만, 황제가 사람을 보내 궁에 오라고 일렀다.송석석
성릉관에서 다섯 날을 지낸 진왕은 어느 정도 몸이 회복이 되었다.그가 회복되었다는 것은 이제 다시 진성으로 향해야 함을 의미했다.이별은 너무나 아쉬웠지만, 송석석은 눈물을 삼키며 그저 작별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소 대장군 앞에서 여러 번 절을 했는데, 그로 인해 소 대장군도 눈물이 거의 터져 나올 뻔했다.이덕회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바로 소 대장군이었다. 소 대장군은 상국을 위해 수십 년 동안 성릉관을 지킨 노장이었기 때문이다.송석석은 눈물을 삼켰지만, 그는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 평생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미 노령에 접어든 듯, 이전에 만났을 때보다 훨씬 더 노쇠해 보였다. 설령 황제가 그를 진성으로 돌아가게 허락한다 할지라도, 긴 여정과 고된 일정을 고려했을 때 소씨 가문 사람들이 그를 돌아가지 못하게 할 수도 있었다.소 대장군은 이덕회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그러자 이덕회는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외숙모 남씨는 회 왕비에 관한 질문을 하지 않았었다가 이별을 앞두고서야 송석석을 옆으로 데려와 그녀의 상황을 물었다.송석석은 회 왕비가 지금 감옥에 있다는 사실과 란이가 그녀를 위해 손을 써주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힘든 상황은 아닐 거라며, 혹시 태자가 세워지면 대사면이 내려져 그녀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남씨는 살짝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외조부께서 말씀하시지는 않으셨지만, 엄청 신경 쓰고 계실 거다. 세상에 정말로 모진 부모는 드무니까. 네 외조부는 모진 분이 아니시다. 그때 그녀가 란이에게 그렇게 까지 모질게 대했던 게 안타깝다. 란이가 여전히 그녀를 돌보아야 하다니."송석석이 말했다. "걱정 마세요. 란이는 지금 편안하고 자유롭게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더 잘 지낼 거예요.""그렇지. 분명히 잘 지낼 거야." 남씨는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송석석을 바라보다가, 이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