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 귀태비는 자리에 앉은 뒤 웃으며 말했다."복이 있는 걸 따지자면 전강후부 노부인 보다는 제가 못하지요."이에 전강후부 노부인이 웃으며 대답했다. "지금 이 자리에 계신 모두가 복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덕 귀태비는 물론 혜 태비도 그렇지요. 현모양처 며느리를 얻고 북명왕께선 큰 군공까지 세웠으니 모두 복이 있지요."혜 태비는 이 말을 듣자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 것을 느꼈다. '역시 인생을 더 살아온 사람은 다르구나. 한마디로 사람의 기분이 풀리게 만들다니.'그녀는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저는 오히려 여묵이가 진왕처럼 진성에서 편안히 첩들을 들이고 자식들을 낳았으면 좋겠습니다. 제 아들이 바쁘게 살아야만 하는 명인 것이 아니라 그저 아침일찍 나가 해시에 돌아오는 걸 보면 마음이 아파서요."이에 덕 귀태비가 웃으며 말했다."그건 여묵이가 능력이 출중해서가 아니겠습니까!"이어 그녀가 손자를 품에 안고 뽀뽀 하자 아이가 통통한 작은 손으로 그녀의 목을 잡고 귀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할머니." 이 한 마디에 사람들은 마음이 녹는 것 같았다. 방금 전까지 득의양양하던 혜 태비도 다시 질투가 났다.장공주는 그런 그녀의 안색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석석이가 들어온지 몇 달이나 지났는데 아직 소식이 없답니까?"이 말을 듣자마자 전소환은 고개를 들어 도발하는 눈빛으로 송석석을 째려보았다. 송석석도 그런 그녀의 눈빛을 보았지만 담담하게 웃기만 할 뿐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장공주가 차를 마시며 느릿느릿 말했다."황실의 남자들은 일찌감치 대를 이어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황실의 피를 이어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인데요. 일 따위는 널린 게 문관인데, 누가 한들 다르겠습니까?"이 말이 나오자 혜 태비의 얼굴은 더욱 굳어져 버렸다. 지금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공주가 북명왕비가 아이를 못 가진 걸 말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양쪽 모두 미움을 사기 싫었던 터라 그들은 아예 말을 꺼내지 않았다.이때, 평양후부 부인이 싸늘하게 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왕청여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방씨 가문?'이건 방씨 가문을 거의 잊어버릴 만큼 정말 오래된 기억이었다.그녀는 방씨 가문에서 온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기 때문에 급하게 구석의 위치로 자리를 옮겼다.'전 시어머니는 아닐 거야. 계속 처소에만 머물러 있어서 나오길 좋아하지 않으시니까..'그러나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방 부인이 그녀의 전 시어머니, 오씨를 데리고 들어왔다. 그들의 뒤에는 방씨 가문의 여식들 몇이 더 있었다."이모님." 송석석은 급히 앞으로 나가 방천허 부인에게 인사를 한 뒤 오씨에게 인사 했다."몸은 괜찮으십니까?"오씨는 송석석을 보며 눈을 붉혔다. 동병상련을 겪은 탓에 그녀는 송석석만 보면 가슴이 아파왔다.그러나 그녀는 오늘이 어떤 자리인지 생각하고는 눈물을 애써 참고 웃으며 대답했다.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단다."말을 마친 그녀는 방 부인과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앞으로 나가 혜 태비를 알현한 후 다시 자리에 앉아있는 공주들에게 인사를 올렸다. 모든 걸 다 마친 후 사람들을 둘러볼 때, 그녀는 자리에 앉아있는 왕청여를 보았다.그녀는 잠시 멍해져 있다가 곧장 왕청여의 앞으로 걸어갔다."청여야, 오랫동안 보지 못했구나. 요즘 잘 지내니?"그녀는 왕청여가 혼인한 일을 모르고 있었다. 북명왕비와 같은 날 시집 간 것 때문에 한때 진성에서 떠들썩 했고, 각 부의 몸종들조차도 매일 이 일을 입에 담았지만 집안을 다스리는 데 일가견이 있는 방 부인이 누구도 그녀의 앞에서 왕청여가 전북망과 혼인을 했다는 걸 말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오씨는 줄곧 몰랐었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도 이 상황을 본 후 오씨가 이 일을 모르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이건 정말 난감한 일이었다.연회장은 삽시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구경하기를 좋아하는 일부 관권 부인조차도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오씨는 사실 좀 불쌍한 사람이었다. 아들 셋을 낳았는데 둘은 일찍 죽고, 혼자 남은 방시원은 어린 나이에 이름을 날리고 용맹하게 싸움을 잘
지금 이곳의 분위기는 매우 어색해졌다. 머리가 상대적으로 둔한 혜태비조차도 알아차릴 만큼. 그녀가 먼저 일어서며 말했다."며칠 전에 석석이가 저를 위해 진귀한 꽃을 많이 심었으니 모두들 가서 봅시다. 그리고 담장 쪽에 삼각매가 피었는데 정말 예쁩니다. 지금 보지 않으면 시들 거예요."송석석도 앞으로 나가 입을 열었다."맞습니다. 꽃구경을 즐기지 않아 연극을 보고싶으시거든 저를 따라 오시면 됩니다."그녀는 먼저 가서 혜 태비를 부축하고 내려온 다음 오씨의 팔을 잡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함께 꽃구경 하러 갑시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으니 얘기를 많이 나누는게 좋겠습니다."오씨는 다소 넋이 나가있었다. 그녀는 무엇때문에 왕청여가 전북망에게 시집갔는지, 그리고 전북망에게 시집간 사람이 오늘 대체 왜 이곳에 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씨 가문이 그녀를 보내준 건 그녀가 좋은 사람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지만 전북망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오씨는 지금 파리를 먹은 것마냥 속이 좋지 않았다.그녀의 아들, 방시원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가? 왕청여가 찾은 사람이 방시원보다 훌륭한 사람은 아닐 수는 있어도 전북망처럼 좋지 않은 사람이어서는 안 됐다.장공주는 이 변고가 매우 불쾌했다. 원래 그녀는 가만히 앉아서 혜 태비를 약올릴 생각이었다. 혜 태비가 질투하면서도 억지로 참는 모습이 재밌었기 때문에 계속 보고 싶었다. 방씨 가문 사람들의 출현에 혜 태비를 자극해 손주를 보고싶게 만드는 그녀의 계획은 전부 틀어졌으나 그녀는 분명히 혜 태비의 눈에 어린 질투심을 보았다. 만약 기회를 찾아 사람을 시켜 혜 태비를 자극한다면 그녀는 틀림없이 사여묵에게 측비를 들이라고 할 것이다.전소환은 그렇게 장공주를 따라 꽃구경을 갔다. 하지만 만약 이곳에서 왕을 만나지 않는다면 다시는 만날 기회가 없기에 그녀는 계속 두리번 거리면 찾았다. 어젯밤 송석석과의 내기에서 진 시만자는 오늘 부중의 시녀처럼 변장을 했다. 그러나 사람을 모시지는 않겠다고 말했기
이 말을 들은 송석석이 입을 열었다."왕씨 가문은 만만한 곳이 아닙니다. 전북망이 어떤 사람이든 평서백부가 있는 한, 왕청여의 속을 썩이지는 않을 겁니다."그녀는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다른 사람은 상관하지 마시고 부인께서 잘 지내시면 됩니다. 지금은 한 가족이 아니니까요. 왕청여는 앞으로 죽어도 방시원과 함께 묻히지 않을 겁니다. 놓아준 이상 그녀가 누구와 혼인을 하든 모두 그녀의 일이옵니다. 그 결과가 좋든 나쁘든 모두 그녀가 책임져야 하지요."오씨는 이 말을 듣자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듯 천천히 한숨을 쉬었다."역시 네 말이 일리가 있구나. 내가 확실히 쓸데없는 일에 참견한 것 같군."그녀는 사실 송석석과 잘 알지 못했다. 송석석이 어렸을 때 몇번 만났을뿐. 후에 송석석이 매산에서 돌아온 후 두 가족도 왕래가 있었지만 그때는 송씨 부인과 왕래 했을 뿐, 송석석과는 기껏해야 안부를 묻는 사이었다.그러나 아들을 잃은 오씨는 기둥 무너진 집과도 같았다. 송석석을 보면 자신의 아들이 전에 송국공의 휘하에 있었고, 또 소 대장군의 휘하에 있었다는 것이 떠올라 너무 친근하게만 느껴졌다.말하는 사이에 한 시녀가 다가왔다."노부인, 저희 마님께서 뵙자고 하시옵니다."이 시녀는 왕표 부인인 최씨의 시녀 추연이었다. 방 부인은 그녀를 잘 알고 있었기에 곧이어 물었다. "무슨 일이 있느냐?""저희 마님께서 단지 옛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셨사옵니다."그러자 방 부인이 오씨를 바라보며 물었다."만나시겠습니까?"오씨는 최씨가 진정한 참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만큼 인정 있는 사람이었기에 믿음이 저절로 갔다. "그래. 한 번 만나보자."그녀는 송석석의 손을 놓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네가 방금 전에 했던 말들 전부 기억해두었으니 너무 걱정말거라."송석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가 밖으로 나가게 했다. 연극을 하는 징과 북소리가 매우 시끄러워 그들의 대화를 아무도 들을 수 없었다. 옆에 앉은 사람을 제외하고는.물론 이 점을
최 씨가 한숨을 내쉬었다.“이번에도 초대하지 않았는데 기어코 따라온 겁니다. 방씨 가문에 시집가고 아드님이 돌아간 후 모든 지참금을 돌려주고, 아드님의 위로금도 주었지요. 게다가 가게 두 군데도 보태줬는데 모두 장군부로 가져갔습니다. 시집갈 때에도 북명왕비와 혼수를 비교하려 했었지요.”“이런 말씀은 원래 드리지 않으려 했으나 그녀 때문에 마음 쓰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 보여 드리는 겁니다. 그녀는 더 이상 신경 쓰지 마시고 본인의 건강부터 먼저 챙겨야 할 것 같습니다. 우울한 모습을 아드님께서 저승에서 내려다본다면 편치 않을 것입니다.”최 씨의 말에 오 씨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녀에게 왕청여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사리를 분별할 줄 알고 시부모를 공경할 줄 알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찌하여 이렇게 변한 것인가? 예전의 모습은 모두 거짓이었나? 아니면 변한 것인가?최 씨는 그저 오 씨를 바라볼 뿐이었다. 목구멍에서 하고 싶은 말이 맴돌았지만 결국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오 씨는 씁쓸한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그녀는 항상 딸처럼 여겨져 방씨 가문에서 평생 과부로 살아도 좋다고 생각했었지요. 사실 근래에 한 번도 나를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저도 어느 정도는 눈치채고 있었을 겁니다. 그녀에 대한 걱정은 그만하겠습니다. 그녀가 선택한 길이니, 그것이 재앙이든 복이든 모두 스스로가 감당해야겠지요.”최 씨는 몸을 낮추며 예의를 갖췄다.“부디 몸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이제 더 머물다간 숨겨야 할 것들이 금방이라도 새어 나올 것만 같았다.오 씨도 너무 가여운 사람이다. 방 부인은 오 씨 곁을 지키고 있을때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최 씨가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지만, 상대가 말하지 않으니 물어볼 수 없었다. 어차피 왕청여의 일이니 묻는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오 씨가 방 부인에게 말했다. “그대는 저들과 함께 꽃구경하러 가세요. 저는 여기서 잠시 생각을 정리해야겠습니다. 이곳의
그러자 왕청여가 다급히 말했다.“제가 하는 말은 모두 진실입니다. 바깥에 떠도는 소문은 진실이 아니고 대부분은 북명왕비가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 저희 장군부에 오물을 던지도록 한 것도 그녀의 짓입니다.”그러자 오 씨는 몸을 훽하고 돌려버렸다. 다리에 힘이 점점 풀리기 시작했고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벼렸다. 왕청여의 말들은 그녀를 큰 충격에 빠뜨리게 했다.최 씨의 말을 들었을 때에도 오 씨는 왕청여가 전북망에게 시집간 것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진심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왕청여의 이 말을 듣고 나니 오 씨가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어찌 전북망 같은 쓰레기를 방시원과 비교할 수 있단 말인가!급히 돌아간 오 씨는 조카며느리와 방 부인의 손을 꼭 잡았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감정이 주체가 되지 않아 혜태비의 생일 연회를 다 망쳐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방 부인은 오 씨를 데리고 극장으로 갔는데, 그 모습을 본 송석석이 다가와 물었다.“몸이 불편하신가요? 얼른 돌아가서 쉬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앞으로 만날 날은 많으니 언제든 다시 오셔도 됩니다.”“왕비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무 일 없습니다.” 오 씨는 감정이 격해져 있었지만 애써 억누르며 품위를 지키려 했다. “그러면 저와 함께 화청으로 가서 좀 쉬시겠습니까?”“감히 그럴 수는 없습니다. 왕비께서는 여기 계십시오.” 방 부인이 다급하게 말했다. “손님들이 계신데 왕비께서 자리를 비우시면 되겠습니까?” 그러자 송석석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그럼 아무 생각도 하지 마시고 연극부터 즐기세요.” 말을 마친 송석석이 돌아서려는 그때, 멀리 서 있는 왕청여이 보였다. 왕청여는 그녀와 시선을 마주치자 빠르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얼굴에는 복잡함을 가득했다.송석석은 그들이 함께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이는 두 집안 일이기에 함부로 간섭할 수 없었다. 송석석은 진심으로 방씨 가문이 참석해주기를 바랬기에 초대장을
모든 시선이 전소환에게 집중되었다. 전소환은 무릎이 까지고 이마가 찢어져 있었고,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하지만 아픔 따위는 그녀에게 그리 중요치 않았다. 꿈에 그리던 그 사람에게 닿을 뻔 했는데 실패한게 더 중요했다. 사여묵이 비록 무장이지만 여색을 좋아하는 다른 남자들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쓰러지려는 여자를 무의식적으로라도 붙잡아줄 것이라고 전소환은 굳게 믿었다.그녀가 성공할 것이라 믿었던 그 순간, 마치 무언가에 의해 앞으로 끌어당겨진 듯, 그녀는 바닥에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사여묵은 어느새 저만치 뒤로 물러나 있었다. 그 움직임이 너무나도 빨라서, 마치 전혀 움직인 것 같지 않았다.아픔을 참으며 고개를 들은 전소환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곧이어 그녀가 마주한 시선들은 하나같이 한기를 내뿜고 있어 저도 모르게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였다.시녀들이 그녀를 일으켰지만 그녀는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었다. 시녀의 몸에 기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가의 군주를 바라보았지만, 가의 군주는 저 멀리서 그녀를 쳐다보기만 할 뿐 조금도 도와줄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모두의 눈빛에는 조롱과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이제야 알아보겠네, 그 여인은 장군부의 아가씨 전소환이오.” “확실하오? 장군부 사람이 왜 여기에 있는 거요?” “모르겠소, 왕비께서 장군부 사람을 초대하셨을 리는 없지 않소?” “출세하려는 건가? 저 움직임은 분명 장군을 노린 것이 틀림없소. 장군부 사람들은 정말 염치가 없구려.” “참, 어찌 염치가 있겠소? 그들은 이미 염치도 없고 주제도 모르는 자들이오. 그야말로 구제 불능이오.”모두의 안 좋은 시선에 전소환은 그만 눈물을 터뜨렸다. 그녀는 사여묵이 자신을 부축해 주시지 않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급한 마음에, 그녀는 왕청여에게 붙잡고 억울함을 호소하기 시작했다.“형수님, 저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닙니다.. 누군가가 저를 밀었다고요.”그녀는 변명하려 했다. 하지만 왕청여는
양 마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전소환에게 다가갔다.“노비가 이마에 상처를 치료해 드리겠사옵니다.” 양 마마는 장군부에서 집사로 있었기에 전소환과는 오랜 사이라 할 수 있다.전소환도 이마에 상처가 생겼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냥 가려고 했다. 비록 피는 많이 나지는 않았지만, 이 상태로 연회에 참석하는 것은 실례가 되므로 어쩔 수 없이 양 마마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양 마마는 그녀의 상처를 치료해 주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남의 그릇에 담긴 것은 탐하지 말아야 하는 법이옵니다.”그 말에 수치를 느낀 전소환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같은 시각, 시만자는 송석석을 찾아갔다. “가의군주가 밀어버렸어. 사전에 계획을 한게 분명해. 아마 전소환을 네 남편의 품에 안기게 해 어쩔 수 없이 아내로 들이게 할려고 했을거야. 하지만 이상한 점은 가의군주는 이 계획의 성공 여부에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거야.”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송석석이 입을 열었다.“음, 난 덕귀 태비가 본인의 손자와 손녀들을 데리고 와 첩을 들이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부터 이미 무슨 꿍꿍인지 눈치챘어. 그들은 어머님이 질투를 느껴 장국에게 측실을 맞이하라고 부추겨 나와 어머님의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거야. 그들은 애초부터 장군의 측실이 되려는 전소환을 도울 생각이 없었지. 북명왕부는 장군부의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들도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야. 그들은 오로지 장군께 여인의 순결을 망쳐 놓고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악명을 씌우려던 계략이었어.” “그럼, 전소환이 미친 거 아니야? 어떻게 감히 장군을 넘볼 수 있어?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지?” 시만자는 전소환의 행동이 너무나 어리석어 할 말을 잃었다.“오늘 그 난리를 쳤는데 어느 가문에서 그녀를 좋게 보겠어?” 송석석은 여전히 담담한 말투였다.“어리석긴 하지. 가의 군주를 따라 북명왕부에 온 것은 자기 어머니의 지지가 있었을 거야. 전북망의 품계가 낮아졌으니 내가 아는 노부인은 무척이나 초조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