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뒤, 오진이 대황자를 찾으러 왔는데, 송대감이 대황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나서야 그는 안심하며 말했다. "송대감, 황후마마께서 걱정하실 테니 대황자를 빨리 돌려보내야 합니다. 이미 사람을 보내 찾고 계시지만, 그 환관들은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서 소리만 지르고 있습니다."대황자는 분명한 거부감을 보이며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았다.송석석이 말했다. "어마마마께서 너를 아끼시니 많이 걱정하실 거야. 돌아가자."대황자는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그 분은 저를 호되게 꾸짖었어요. 저를 진짜로 아끼는 게 아닌 것이 분명해요. 그 분은 아주 나쁜 사람이에요."송석석은 조금 의아해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황후는 그를 아끼고 심지어 총애하기까지 했다. 사실 그는 그 사랑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제 겨우 두 마디 꾸지람을 들었다고 해서 나쁜 사람이 되었다니?하지만 자신이 만종문에 있을 때를 떠올리니 이해가 가기도 했다.만종문에 있을 때, 사숙이 아무리 그녀를 꾸짖고 벌을 주어도 그녀는 원망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부가 그녀에게 단 두 마디 심한 말을 하면 그녀도 나쁜 사람이라며 억울해했었다.사숙은 당시 가소롭게 웃으며 고소하다는 듯 사부에게 말했다.“이게 바로 작은 은혜는 큰 원한으로 돌아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나치게 애지중지하면 결국 자신의 지위와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지요."다만 다른 점은, 사부가 그녀에게 베푼 애정과 황후가 대황자에게 베푼 애정이 다르다는 것이었다.사부는 그녀를 아무리 아껴도 공부를 해야 할 때는 공부를 시키고, 무술을 연습해야 할 때는 연습을 시켰다. 마음이 아파도 단호하게 대할 줄 알았다.하지만 황후는….송석석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황후가 어릴 적 공부하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었기 때문에, 지금 황후의 지위에 오르고 대황자가 황적장자의 신분을 얻었으니, 대황자에게 자신이 겪었던 고생을 다시 겪게 하지 않으려는 것일지도 모른다.사람들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어린 시
사실 황실의 일은 누구도 깊이 생각하려 하지 않았다.특히 대황자는 아직 어리니 오늘의 실패 또한 별일이 아니었다. 어쨌든 중궁에서 나온 자식이니 앞으로 존엄한 위치에 서게 될 텐데, 어찌 한 가지 작은 일로 승패를 가리겠는가?대황자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자, 모두가 무슨 약이라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떤 이는 대황자의 배를 문질러 주라며 가지고 있던 약유를 꺼내어 건넸다.심지어 수빈과 덕비도 들어와 문안을 드렸다. 황자와 공주를 데리고 나온 것인 만큼, 그들은 모두 비상약을 준비해왔었다. 대황자가 고통스러워하자 모두가 그 약을 내놓았다.그러나 황후는 당연히 그 약들을 쓰지 않았다. 그녀의 목적은 그들이 대황자의 상태를 본 후, 돌아가서 각자 집안 어른들에게 말하도록 하는 데에 있었다.어쨌든 오늘의 실패에는 설명이 필요했다. 모든 이들로 하여금 그가 무능한 것이 아니라 몸이 안 좋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해야 했다.모두가 문안을 드리고 돌아갔고, 오직 제대부인만이 남아 직접 대황자를 돌보려 했다. 그러나 황후는 그녀 또한 내보냈다.란주 상궁은 대황자의 배를 문질러 주었는데, 더욱 마음이 아파져 다른 한 손으로는 눈물을 닦았다.대황자에게 주었던 그 물에는 약간의 독가루가 들어 있었다.이 독가루는 원래 모기와 독충을 쫓기 위한 것이었기에 과량을 복용하면 굉장히 치명적이었다. 그러나 적은 양이라면 복통과 구토만 일으킬 뿐이었다. 금태의는 이를 알아차릴 것이 분명했지만, 그는 이 많고 탐욕스러우니 말하지 않을 것이었다.이것은 황후가 급히 생각해 낸 방법이었다."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다." 황후는 복잡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아들이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란주 상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대황자의 배를 잠시 문지른 후 약을 만들러 갔다.해가 서산에 걸렸을 때, 사냥을 나간 대열이 흥겹게 돌아왔다.북명왕이 가장 많은 사냥감을 잡을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그는 빈손으로
밖으로 나온 황후가 이 광경을 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어두운 빛이 가득했고, 무슨 감정인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녀는 대신들이 모두 모인 자리로 걸어가서 말했다. "대황자가 오늘 실패한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 아이는 오늘 아침부터 복통이 심하고 몸이 무기력해 태의를 불러 약을 처방받았습니다."숙청제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태의가 뭐라고 했소?""배탈이 났는데, 지금은 약을 먹은 덕분에 조금 나아지셨다고 합니다." 황후가 급히 대답했다.숙청제는 담담하게 말했다. "황후가 잘 돌봐주도록 하시오.""예!" 황후는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살짝 엿보았지만, 아무도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황제마저도 별로 화를 내지 않는 것 같았기에, 이 일은 자연스럽게 지나간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멧돼지를 잡은 것을 축하하려고 했다. 그 때, 황제가 다시 말했다. "오늘의 실패는 그의 몸 상태와 무관하오. 잡지 못했으면 잡지 못한 대로 나중에 열심히 연습하면 되는 것이니. 하지만 잡지 못했다고 울며불며 하는 것은 무슨 꼴인가?"황후의 미소가 바로 굳어졌다.‘폐하께서 대황자를 숲에서 쫓아낸 이유가 단지 그가 울었기 때문인가? 오늘은 그들을 시험해보려고 특별히 불러와 겨루게 한 것이 아니었나?’제황후는 잠시 멍해졌다. 황제가 자신을 믿지 않는 것 같아, 몸을 돌려 대황자를 부축해 나오라고 지시했다.대황자는 서우와 란주 상궁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나왔고, 서우는 대황자가 몸이 안 좋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왔다. 서우는 대황자의 학업 동료로, 비록 둘 사이에 불편한 일이 있긴 했었지만 최근 함께 지낸 덕분에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대황자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얼굴이 창백하고 무기력했다. 그는 황제를 보자 마음속에 여전히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러나 숙모와 외조모의 말을 떠올리며 갑자기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가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었다."아바마마, 제가 게으름을 피우고 궁술 연습을 소홀히 해서
전북망의 본가, 문희거(文熙居). 창호지 너머로 은은한 불빛이 아른거리며 그림자를 흔들어놓았다. 송석석(宋惜惜)은 수수한 옷차림으로 의자에 앉아 두 손을 포갠 채 눈앞의 남자를 바라봤다. 그는 결혼 후 곧바로 전장으로 떠나 일 년이나 보지 못했던 남편이었다. 전북망(战北望)은 전장에서 돌아온 복장 그대로 당당히 그녀를 마주보고 있었다.“폐하의 교지(旨意)까지 내려진 이상, 되돌릴 수 없소. 이방(易昉)은 이 집에 들어오게 될 것이오."송석석은 손깍지를 끼면서 어두운 눈빛으로 전북망에게 물었다."태후(太后)마마께서도 능력을 인정한, 그 이방 장군님이 첩이 되길 받아들이셨단 말씀입니까?"그 말을 들은 전북망의 눈빛에 살짝 노기가 서렸다."아니, 이방은 첩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오. 평처(平妻: 본처와 같은 지위를 가진 여인)라, 그대와 다를 것이 없소."송석석은 자세를 바꾸지 않고 말을 이었다."장군님도 아시다시피 평처라는 명칭은 듣기 좋을 뿐, 실제로는 첩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전북망이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첩이라니, 이방과 나는 전장에서 마음을 나누면서 서로 사랑하게 되었소. 그리고 이건 나와 이방이 군공(军功: 군사적 공로)으로 받은 교지이니, 사실상 그대의 동의는 필요 없소."송석석은 억누를 수 없는 비웃음을 입가에 띄우며 말했다."서로를 사랑하게 되었다라, 그럼 출정 전에 저에게 했던 약속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일 년 전, 출정 명령이 떨어진 혼례 첫날밤에 전북망은 약속했었다. 평생 그 하나만을 바라보며 절대로 첩을 들이지 않겠다고. 송석석이 언급하자 그제야 약속을 떠올린 전북망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 약속은 잊어버리시오. 그때 나는 진정한 사랑을 알지 못했소. 그저 그대를 아내로서 적합하다고 판단했을 뿐. 하지만 이방을 만나고 마음이 달라졌소."이방을 떠올린 그의 표정이 서서히 부드러워졌다. 그가 숨길 수 없는 깊은 감정이 느껴지는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이방은 내가 만난 그 어떤 여인과도 비교할 수 없소.
전북망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왜 어려운 길을 자처하시오? 이 혼인은 폐하의 어명이오. 더군다나 이방이 들어온다고 한들, 서로 다른 별채에 머물 텐데, 뭐가 걱정이오? 이방은 안살림에 관심이 없소. 또한 그대의 권한을 빼앗는 일도 없을 것이오. 그대가 중요시 여기는 것들, 이방에겐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걸 모르겠소?”“권한이요? 제가 겨우 그런 것 때문에 이러시는 줄 아십니까?”송석석이 반문했다. 장군부(將軍府: 장군의 집) 살림이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노부인한테 들어가는 약값만 해도 매달 수십 냥(两: 화폐 단위)이었고, 그 외 사람들한테 들어가는 생활비도 만만치 않았다. 만약 그녀가 들고 온 지참금이 아니었다면, 이 집안은 진작에 파산했을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헌신한 대가가 겨우 이거라니, 정말 황당했다.반면, 전북망도 점점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었다.“됐소. 더 말하지 않겠소. 본래 통보만 하면 되는 일이었고, 그대가 허락하든 하지 않든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오.”그 말을 끝으로 전북망은 소매를 털며 자리를 떠났다. 송석석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아가씨.”보주(寶珠)가 옆에서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장군님도 참 너무하세요.”“됐어, 이렇게 된 이상 움직이자.”송석석이 차갑게 눈빛을 굳히며 보주를 쳐다보았다.“첫날밤도 치르지 못했는데,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다고 볼 수도 없지. 일단 가서 내가 이 집안에 들어올 때 들고 온 지참금 목록을 가지고 와 봐.”“지참금 목록은 왜요?”보주가 물었다. 그러자 송석석이 그녀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툭 치며 답했다.“바보야. 계속 이 집에 머물 거야?”그러자 보주가 이마를 감싸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이 혼사는 부인께서 아가씨를 위해 직접 예비하신 거잖아요. 어르신도 살아계실 때, 얼마나 아가씨가 잘 살길 바라셨는데요.”부모님의 얘기가 나오자 송석석의 눈가가 촉촉해졌다.송석석의 부모님은 참 금슬이 좋았다. 그녀를 포함해 자식이 여섯이나 됐지
보주가 지참금 목록을 가져오며 말했다.“근 1년 동안, 아가씨께서 이 집안 살림에 보탠다고 사용한 화폐만 해도 6천 냥이 넘어요. 그래도 다행히 상점과 주택, 장원은 그대로예요. 또한 부인께서 남겨주신 예금 증서와 집문서, 땅문서도 그대로 상자에 담겨 있어요.”“알겠어.”송석석은 목록을 보며 전에 어머니가 준 지참금을 떠올렸다. 그녀의 어머니는 혹시라도 딸이 시집에서 고생할까 봐 참 많은 지참금을 챙겨줬었다. 정말 그리움이 사무쳤다. 옆에 있던 보주도 그녀의 기분에 공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이곳을 나간다면 저희는 어디로 갑니까? 진북후부, 아니면 매산입니까?”송석석은 아직도 그 처참했던 진북후부의 현장이 생생했다. 참을 수 없는 슬픔이 가슴속에서 밀려 나왔다.“어디로 가든 여기 있는 것보다는 낫겠지.”“아가씨, 이대로 떠나면 진짜 후회 안 하시겠어요?”송석석이 담담히 답했다.“후회할 게 뭐 있어. 내가 떠나지 않으면 평생 이들 사이에 괴롭게 살아야 할 텐데. 보주, 우리 집엔 이제 나밖에 없어. 내가 잘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 우리 가족들도 저승에서 마음 편히 쉬지.”“아가씨!”보주가 기어이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녀는 송석석과 마찬가지로 진북후부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었다. 송석석의 가족들이 몰살당할 때, 보주의 가족들도 함께 희생되었다.장군부를 떠나게 되더라도, 진북후부로 돌아가는 건 편치 않았다. 그곳은 두 사람 모두에게 큰 아픔이었다.“아가씨, 정말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송석석이 한층 깊어진 눈동자로 답했다.“있기는 하지. 폐하께 아뢰어 그동안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이 이룬 공로를 명목으로 교지를 철회해 달라고 요청해 봐야지. 통하지 않는다면, 금란전(金鑾殿: 황제의 궁) 벽에 확 머리 박고 죽어버리겠다고 협박도 해보고.”보주가 놀라 송석석의 다리를 부여잡았다.“아가씨, 그건 절대로 아니될 말입니다!”송석석이 냉철히 눈을 빛내며 나지막이 웃었다.“농담이야. 설마 내가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할까? 교지를 철회해주지 않는
노부인이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이제 겨우 한 번 만나봤을 뿐인데, 함부로 판단하고 싶지는 않구나. 그리고 어차피 폐하께서 정하신 혼사, 무를 수는 없잖니. 앞으로 두 사람은 밖에서 나랏일을 하고, 너는 내실 관리하면서 함께 영광을 누리는 것도 나쁘지 않잖니.”“나쁘지 않죠.”송석석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다만 명색이 장군님이신데, 첩으로 들어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옵니다.”노부인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그게 무슨 말이니? 폐하께서 하사하신 혼인인데, 어떻게 첩으로 들어오게 할 수가 있겠어. 게다가 그녀는 조정(朝廷)의 대신, 나랏일 하는 관리(官員)다. 그런 분을 어떻게 첩으로 앉힐 수가 있겠니? 당연히 평처로, 본부인과 다를 바가 없는 대우를 받아야지.”송석석이 대답했다.“당연히 본부인과 다를 바가 없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요? 조정에 그런 규칙도 있었습니까?”노부인이 다소 냉담해진 표정으로 다시 말을 꺼냈다.“석석아, 너 마음이 넓은 아이였잖아. 장군부에 시집왔으면, 장군부의 며느리 답게 굴어야지. 병부(兵部: 군사 업무를 담당하는 나라 부서) 심사에서도 이방 장군이 북망보다 더 큰 공을 세웠다는 것이 발표됐어. 너는 그들 부부와 한 마음이 되어 앞으로도 쭉 내실 관리를 해주면 돼. 그럼 언젠가 너에게도 좋은 일이 생기게 될 거야.”송석석이 냉담하게 말했다.“그들 부부와 한 마음이 되라고요? 전 사양하겠습니다.”노부인이 불쾌한 표정으로 물었다.“사양하겠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처음부터 내실 담당은 너였잖니?”송석석이 말했다.“아니죠. 내실 담당은 원래 큰형수님의 소관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큰형수님이 몸이 안 좋으셔서 제가 잠시 돌봤지만, 이젠 괜찮아졌으니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게 맞죠. 내일 장부 맞춰서 인수인계 하도록 하겠습니다.”그러자 큰형수라 불린 여인, 민씨가 다급히 끼어들었다.“나 아직 다 회복 못 했어. 지난 일 년 동안 네가 잘해왔으니, 앞으로 내실 관리는 네가
그녀가 나가고 나자 서로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는 사람들. 그 누구도 송석석이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예상치 못했다. 심지어 노부인의 말조차 무시할 줄은 더더욱 몰랐다.“내버려둬. 지까짓게 말을 듣지 않으면 어쩔 테야? 어차피 다른 선택지는 없어.”맞는 말이었다. 그녀는 의지할 친정도 없었으며 장군부 외에 머물 곳도 없었다. 게다가 그들은 송석석을 억압하지도 않았다. 이방이 들어온다고 해도 그녀는 여전히 정실 부인이었다.다음 날 아침, 송석석은 보주를 데리고 진북후부로 돌아갔다. 진북후부는 반년이나 방치되어 있어 곳곳에 먼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 심지어 정원은 낙엽이 쌓이다 못해 잡초가 무성히 자라 있었다. 그런 진북후부를 바라보며 송석석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차갑게 식은 할머니와 어머니의 시신, 사방에 뿌려진 피, 도륙된 하인들, 모든 것이 그저 악몽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제 이곳에 돌아와도 그 누구도 그녀를 반겨주지 않았다. 송석석은 보주와 함께 제사 음식을 준비해 가족들의 위패가 놓여 있는 사당(祠堂)으로 향했다. 그런 다음 무릎을 꿇고 고인들을 향해 절을 올렸다. 다시 몸을 일으킨 그녀의 눈빛엔 결연한 결심이 담겨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 만약 하늘에서 저를 지켜보고 계신다면, 부디 앞으로 제가 내리게 될 결정을 용서해 주세요. 두 분의 소원대로 시집가 자식도 낳으면서 평온한 삶을 살고 싶었지만, 전북망은 좋은 지아비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보주도 옆에 있고, 꼭 행복하게 살아 갈게요.”옆에 있던 보주도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인사를 마치고, 그녀들은 다시 마차를 타고 황성으로 향했다.정오(正午: 낮 12시), 가을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는 가운데, 송석석과 보주는 궁문 앞에서 미동도 없이 황제의 허락을 기다렸다. 하지만 한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도 두 사람을 불러주지 않았다.보주가 구슬픈 목소리로 말했다.“폐하께서 아가씨의 의도를 알아차리셔서 만나주지 않으시려나 봐요. 어젯밤 저녁도 안 하셨는데
밖으로 나온 황후가 이 광경을 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어두운 빛이 가득했고, 무슨 감정인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녀는 대신들이 모두 모인 자리로 걸어가서 말했다. "대황자가 오늘 실패한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 아이는 오늘 아침부터 복통이 심하고 몸이 무기력해 태의를 불러 약을 처방받았습니다."숙청제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태의가 뭐라고 했소?""배탈이 났는데, 지금은 약을 먹은 덕분에 조금 나아지셨다고 합니다." 황후가 급히 대답했다.숙청제는 담담하게 말했다. "황후가 잘 돌봐주도록 하시오.""예!" 황후는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살짝 엿보았지만, 아무도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황제마저도 별로 화를 내지 않는 것 같았기에, 이 일은 자연스럽게 지나간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멧돼지를 잡은 것을 축하하려고 했다. 그 때, 황제가 다시 말했다. "오늘의 실패는 그의 몸 상태와 무관하오. 잡지 못했으면 잡지 못한 대로 나중에 열심히 연습하면 되는 것이니. 하지만 잡지 못했다고 울며불며 하는 것은 무슨 꼴인가?"황후의 미소가 바로 굳어졌다.‘폐하께서 대황자를 숲에서 쫓아낸 이유가 단지 그가 울었기 때문인가? 오늘은 그들을 시험해보려고 특별히 불러와 겨루게 한 것이 아니었나?’제황후는 잠시 멍해졌다. 황제가 자신을 믿지 않는 것 같아, 몸을 돌려 대황자를 부축해 나오라고 지시했다.대황자는 서우와 란주 상궁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나왔고, 서우는 대황자가 몸이 안 좋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왔다. 서우는 대황자의 학업 동료로, 비록 둘 사이에 불편한 일이 있긴 했었지만 최근 함께 지낸 덕분에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대황자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얼굴이 창백하고 무기력했다. 그는 황제를 보자 마음속에 여전히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러나 숙모와 외조모의 말을 떠올리며 갑자기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가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었다."아바마마, 제가 게으름을 피우고 궁술 연습을 소홀히 해서
사실 황실의 일은 누구도 깊이 생각하려 하지 않았다.특히 대황자는 아직 어리니 오늘의 실패 또한 별일이 아니었다. 어쨌든 중궁에서 나온 자식이니 앞으로 존엄한 위치에 서게 될 텐데, 어찌 한 가지 작은 일로 승패를 가리겠는가?대황자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자, 모두가 무슨 약이라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떤 이는 대황자의 배를 문질러 주라며 가지고 있던 약유를 꺼내어 건넸다.심지어 수빈과 덕비도 들어와 문안을 드렸다. 황자와 공주를 데리고 나온 것인 만큼, 그들은 모두 비상약을 준비해왔었다. 대황자가 고통스러워하자 모두가 그 약을 내놓았다.그러나 황후는 당연히 그 약들을 쓰지 않았다. 그녀의 목적은 그들이 대황자의 상태를 본 후, 돌아가서 각자 집안 어른들에게 말하도록 하는 데에 있었다.어쨌든 오늘의 실패에는 설명이 필요했다. 모든 이들로 하여금 그가 무능한 것이 아니라 몸이 안 좋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해야 했다.모두가 문안을 드리고 돌아갔고, 오직 제대부인만이 남아 직접 대황자를 돌보려 했다. 그러나 황후는 그녀 또한 내보냈다.란주 상궁은 대황자의 배를 문질러 주었는데, 더욱 마음이 아파져 다른 한 손으로는 눈물을 닦았다.대황자에게 주었던 그 물에는 약간의 독가루가 들어 있었다.이 독가루는 원래 모기와 독충을 쫓기 위한 것이었기에 과량을 복용하면 굉장히 치명적이었다. 그러나 적은 양이라면 복통과 구토만 일으킬 뿐이었다. 금태의는 이를 알아차릴 것이 분명했지만, 그는 이 많고 탐욕스러우니 말하지 않을 것이었다.이것은 황후가 급히 생각해 낸 방법이었다."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다." 황후는 복잡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아들이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란주 상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대황자의 배를 잠시 문지른 후 약을 만들러 갔다.해가 서산에 걸렸을 때, 사냥을 나간 대열이 흥겹게 돌아왔다.북명왕이 가장 많은 사냥감을 잡을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그는 빈손으로
잠시 뒤, 오진이 대황자를 찾으러 왔는데, 송대감이 대황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나서야 그는 안심하며 말했다. "송대감, 황후마마께서 걱정하실 테니 대황자를 빨리 돌려보내야 합니다. 이미 사람을 보내 찾고 계시지만, 그 환관들은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서 소리만 지르고 있습니다."대황자는 분명한 거부감을 보이며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았다.송석석이 말했다. "어마마마께서 너를 아끼시니 많이 걱정하실 거야. 돌아가자."대황자는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그 분은 저를 호되게 꾸짖었어요. 저를 진짜로 아끼는 게 아닌 것이 분명해요. 그 분은 아주 나쁜 사람이에요."송석석은 조금 의아해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황후는 그를 아끼고 심지어 총애하기까지 했다. 사실 그는 그 사랑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제 겨우 두 마디 꾸지람을 들었다고 해서 나쁜 사람이 되었다니?하지만 자신이 만종문에 있을 때를 떠올리니 이해가 가기도 했다.만종문에 있을 때, 사숙이 아무리 그녀를 꾸짖고 벌을 주어도 그녀는 원망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부가 그녀에게 단 두 마디 심한 말을 하면 그녀도 나쁜 사람이라며 억울해했었다.사숙은 당시 가소롭게 웃으며 고소하다는 듯 사부에게 말했다.“이게 바로 작은 은혜는 큰 원한으로 돌아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나치게 애지중지하면 결국 자신의 지위와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지요."다만 다른 점은, 사부가 그녀에게 베푼 애정과 황후가 대황자에게 베푼 애정이 다르다는 것이었다.사부는 그녀를 아무리 아껴도 공부를 해야 할 때는 공부를 시키고, 무술을 연습해야 할 때는 연습을 시켰다. 마음이 아파도 단호하게 대할 줄 알았다.하지만 황후는….송석석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황후가 어릴 적 공부하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었기 때문에, 지금 황후의 지위에 오르고 대황자가 황적장자의 신분을 얻었으니, 대황자에게 자신이 겪었던 고생을 다시 겪게 하지 않으려는 것일지도 모른다.사람들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어린 시
덕비는 수빈에 비해 더 사근사근하고 너그러우며, 또한 친절했기 때문에 비록 가족들과 함께 있었지만 끊임없이 사람들이 그녀에게 인사를 하러 오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모두에게 친절하게 대했고, 가끔 귀족 여성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어 모두를 기쁘게 했다.황후 쪽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녀는 여전히 중궁마마로서 높고 존귀한 지위를 가졌기 때문이다. 황후는 자신이 중심에 있는 달이라고 생각하기에, 방금 전의 불쾌함은 잠시 마음속 깊이 넣어두고 사람들과 다시 활발히 이야기를 나누었다.이런 자리에서는 모두가 이 드문 기회를 빌려 관계를 맺으려 하거나 가문의 사내들을 위해 귀족 여성들을 눈여겨보곤 했다. 황후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오늘 많은 상을 준비해 귀족 여성들에게 하사하며 친절하고 어진 황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금군이 와서 황제가 멧돼지를 잡았다고 보고했다. 좋은 시작이었다. 황후는 특히 기뻐하였고, 이 기회를 빌려 또 한 번 상을 내렸다.란주 상궁이 웃으며 말했다. "북명왕이 먼저 사냥감을 잡을 줄 알았는데, 폐하께서 신무하셔서 첫 번째로 잡으셨네요."모두가 아첨하는 말을 하여 분위기는 잠시 활기차졌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첫 번째 사냥감은 당연히 황제가 먼저 잡아야 했고, 그 후에야 다른 이들이 활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멧돼지 같은 큰 사냥감을 잡은 것은 정말 기쁜 일이었다. 이전에 황제가 병들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지금 이렇게 보니 많이 나아진 모양이었다.황후는 기뻐하면서도 대황자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이 걱정되어 사람을 보내 다시 찾아보게 했다.송석석은 순찰 중에 대황자를 발견했다. 그는 허리를 굽혀 울타리를 넘어 다시 사냥터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송석석에게 딱 걸려 버리고 말았다.숲 안팎은 구분되어 있었고, 울타리 밖도 꽤나 위험했다. 이 곳에서는 독사가 출몰할 수 있었지만,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그곳에야말로 진짜 사냥감이 있
황후는 또다시 꾸지람을 듣자 참을 수 없이 짜증이 났다."그럼 어마마마께서도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지금 해야 할 일은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하느냐는 겁니다. 지금 폐하께서 그를 숲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셨고, 오늘 덕비의 아들이 완전히 빛을 발했습니다. 이제 만족하셨나요? 방법이 있다면 말씀하십시오. 만약 그저 그를 달래는 말 몇 마디 하러 온 것뿐이라면 필요 없습니다."그녀는 여전히 친정에 대한 원한이 있었다.제대부인이 대황자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네 아바마마께서 사냥에서 돌아오면 문무백관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그에게 가서 말하렴. 네가 총명하지 않고 평소에도 게으름을 피웠지만, 이번 실패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고 말이다. 이제부터는 태도를 바르게 하여 태부와 황숙께 열심히 배우겠다고 하거라. 황조모와 아바마마의 가르침을 저버리지 않겠다고, 그리고 아바마마와 대신들에게 너를 감시해 달라고 부탁 드리렴."황후는 눈알이 툭 튀어나올 듯이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미쳤습니까? 폐하와 문무백관 앞에서 자신이 총명하지 않으며 게으름을 피웠다고 인정하라고요? 그가 아직 부끄러움을 덜 느꼈다고 생각하십니까? 또 한 번 더 망신을 당하게 하시려고요?"제대부인은 여전히 평온함을 유지했다. "귀를 막고 방울을 훔치는 짓은 소용없습니다. 그가 어떤 수준과 자질을 갖고 있는지는 모두가 보았습니다. 그 대신들이 보지 못했겠습니까? 다들 눈치가 빠릅니다. 감추고 숨기기보다는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고쳐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오히려 좋은 인상을 줄 겁니다.""아니요, 가르칠 필요 없습니다!" 황후는 짜증스럽게 손을 저으며 말했다."나가십시오."제대부인은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황후는 냉정하게 말했다. "아까 하셨던 말을 빌려 말하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도와주지 않고, 지금 와서 이런 애매한 말을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필요 없습니다. 가세요."제대부인은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갔다.
황후는 이 말을 듣고 순간 마음이 엄청 무거워졌다. 뒤를 돌아보았더니 여러 명부들과 관리 가족들이 의문과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기에, 그녀는 얼굴에 굳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황자의 몸이 안 좋다고 하네요. 내년에 다시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란주 상궁에게 눈짓을 보내어 무슨 일인지 알아보게 했다. 그리고 대황자의 손을 잡고 천막 안으로 들어가 달래려 했다. 그러나 대황자는 오로지 억울함에 울기만 했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황후는 대황자로부터 그저 모두가 자신을 괴롭혔고, 아바마마마저 자신을 괴롭혔다고 하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란주 상궁이 상황을 알아보고 돌아와 자세히 보고했다. 황후는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었다. 눈이 부어오를 정도로 울고 있는 대황자를 바라보며, 그녀는 처음으로 안타까움보다는 한심함을 느꼈다.그 어떤 모친도 자신의 아들이 멍청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뿐이고, 최악의 경우에도 그저 본래 똑똑한데 게으를 뿐이라고 말할 뿐일 것이었다. 노력하기만 하면 반드시 따라잡을 수 있다고 믿기 마련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 그녀는 정말로 자신이 멍청한 아이를 낳은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고, 목소리에도 화가 섞여 나왔다. "그렇게 오래 연습했는데 어떻게 네 동생보다도 못하느냐? 그는 너보다 세 살이나 어리지 않느냐? 그는 활을 당겨 산쥐를 맞혔는데, 너는 화살을 땅에 떨어뜨렸다고? 어떻게 이렇게 멍청할 수가 있니? 어?"대황자는 어머니마저 자신을 나무라자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또 울지! 몇 살인데 계속 울기만 하느냐? 이번에 너를 겨우 데리고 나왔는데, 네가 이 어미의 체면을 다 구겨 버리는구나!" 황후는 그의 울음소리에 마음이 어지러워져 참지 못하고 그의 엉덩이를 두 대나 때렸다."마마, 소리를 낮추십시오! 밖에 사람들이 많습니다." 란주 상궁 또한 급히 말렸다.황후는 화가 나서 대황자를 밀쳐냈다. 비록 목소리는
단신의의 치료법은 정말로 효과가 있었다. 짧은 보름 만에 숙청제의 얼굴색이 좀 더 붉어졌고, 이전처럼 창백하고 누렇지 않았다. 몸에도 힘이 돌아왔으며 가끔 느껴지는 통증만 없다면 완전히 나은 것 같다고 느낄 정도였다.오늘은 단신의가 오지 않았지만 태병원에서 몇 명이 왔다. 사람이 많으니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단신의가 오지 않은 이유는 당연히 관리들과 그 가족들이 황제가 단신의 없이 지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대황자와 이황자는 금군의 보호를 받으며 말 위에 앉았다. 작은 몸에 활을 메고 있으니 꽤 그럴듯해 보였다. 삼황자는 제방에게 안긴 채로 말 위에 올랐다. 빨간색의 얇은 옷을 입고 흥분으로 볼이 붉어진 모양새가 매우 귀여워 보였다.숙청제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백 마리의 말이 달리기 시작했고, 사내들 또한 서둘러 산으로 사냥을 떠났다. 만림산은 말발굽 소리로 떠들썩했고, 새들은 놀라 하늘로 날아올랐다. 송석석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필명과 함께 말을 타고 따라갔다. 그녀는 부친을 따라 만림산에 온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어려서 호수 근처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앉아 있었다. 이 숲은 그녀가 처음 들어가는 곳이었다.이런 황실 사냥터는 위험성이 높지 않았고, 사나운 맹수는 있을리가 없었다. 오늘의 주인공은 단연 황제였지만, 황제는 대황자와 이황자가 주인공이 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숲에 들어간 후 잠시 멈춰 대황자와 이황자에게 가까운 곳에 갇혀 있는 산쥐를 향해 활을 쏘라고 지시했다.대황자는 활을 당기긴 했지만, 긴장한 나머지 화살이 말 위에서 미끄러져 떨어졌고, 성공하지 못했다. 두세 번 반복했지만 오히려 더 당황하였다. 게다가 황제와 대신들이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보자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숙청제의 얼굴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궁에서 마지막으로 궁술을 연습했을 때, 그는 활을 당겨 화살을 쏠 수 있었다. 비록 힘은 부족했지만 그의 황숙이 특별히 추가 훈련을 시켰기에
숙청제도 비록 무예를 익힌 적이 있지만, 그 부분에서는 사여묵만큼 세심하지 못해 이황자가 이미 기본기를 다져 놓은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는 단지 이황자의 태도가 진지하고 엄격하며, 진전이 빠르다는 것만 보아냈다. 이 아이는 천재적이고 영리했다. 황후의 배에서 태어나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쉬울 정도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고민할 필요 없이 그를 바로 태자로 선택했을 것이었다.봄 사냥 전날, 숙청제는 사여묵을 어서방으로 불러들여 물었다. "짐의 세 황자가 어떠한지 보았느냐?"사여은 곧이곧대로 대답했다. "대황자는 무술을 좋아하지 않고 재능도 매우 부족하며, 태도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활 쏘는 자세가 여전히 틀렸고, 매번 교정해 주지만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이황자는 힘이 좋고 자세도 능숙하며, 궁술에 대한 태도도 진지합니다. 기본기가 있어서 서우와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삼황자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저 놀러 온 것이지요."숙청제는 잠깐 놀라 다시 물었다. "기본기가 있다고? 그가 원래 연습을 했단 말인가?""신이 그의 팔을 잡아보고 뼈대를 만져보니, 그는 확실히 무술을 익혔습니다. 특히 궁술을 전문적으로 연습한 흔적이 있습니다."숙청제는 눈살을 약간 펴며 말했다. "재능도 있고 부지런한 아이로군. 가르칠 만하구나."하지만 안타깝게도, 만약 재능으로 태자가 될 수 있었다면 지금쯤 황제 자리는 사여묵이 차지했을 것이었다. 사여묵은 그보다 훨씬 뛰어났다. 숙청제가 적장자를 고집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적장자 신분을 지키기 위한 것일지도 몰랐다. 그는 사여묵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선황제께서 자신을 태자로 세운 것을 후회하신 적이 있을까? 특히 사여묵이 두각을 나타내고 재능을 발휘했을 때, 그렇게 뛰어난 아들을 보며 아쉬움을 느끼셨을까?’하지만 이제는 역할이 바뀌어 그가 결정을 내리는 입장이 되자, 태자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봄 사냥 당일, 광대한 마차들이 끝도
소부 사여묵은 봄 사냥 전에 궁에 들어가 세 황자에게 궁술을 가르쳤다. 사실 대황자는 이미 배워야 할 시기가 지나긴 했지만, 황후의 손에서 자라며 극진한 사랑을 받아왔기에 고된 일은 절대 하지 않았었다. 태후의 궁에 들어가서는 태후가 문무를 배치했지만, 그는 정말로 둔하고 게을러서 매일 학업을 따라가기에도 벅찼다. 겨우 겨우 한 과목을 보충할 수 있었으며 두 과목을 보충하기는 어려웠다. 재능이 부족한 데다 노력으로 따라잡으려 하지도 않았고, 종종 꾀를 부려 게으름을 피웠다. 요즘 그나마 가장 큰 진전은 매일 서방에 가서 울부짖지 않는다는 것과, 학습 태도가 간신히 바르다는 정도였다.그래서 무예 사부의 존재는 서우에게 유리했다. 서우는 그에게 기본기를 배웠지만 너무 열심히 연습하지는 않았다. 단신의가 그에게 다리를 다시 다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며 서서히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사여묵이 그들에게 궁술을 가르칠 때, 서우는 이미 기본기가 있었기에 며칠만 연습했는데도 꽤 좋은 성과를 보였다. 대황자는 활을 당기는 것조차 힘들어했고, 조금 연습하면 여기저기 아프다며 연습하기를 싫어했다. 사여묵의 엄격한 태도 덕분에 도망가지 않고 계속 활을 당겼지만, 태도는 매우 대충이었다.이황자도 이틀 동안 활을 당기는 연습을 했고, 셋째 날에는 활을 쏘기 시작했다. 비록 과녁에 맞히지는 못했지만 힘이 있었고 태도도 매우 진지했으며, 힘들다고 전혀 불평하지 않았다. 사여묵은 그를 며칠 지켜보며 진전이 있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아이의 실력이 사여묵을 속일 수 있을 리 없었다. 이황자는 이미 궁술을 할 줄 알았고, 힘도 이미 단련된 상태였다. 그의 팔을 잡아보면 알 수 있었다.세 살 난 삼황자는 그냥 숫자 채우기에 불과했다. 그는 활을 당길 힘도 없었고, 화살을 하나씩 던지기만 할 뿐이었으며 그 마저도 멀리 던지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굉장히 재미있어 했다. 화살을 하나 던질 때면 깔깔거리며 웃었고, 매우 즐겁게 놀았다. 사여묵 또한 당연히 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