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동안 수로 공사에 쓴 사람들 모두 진성 안팎의 노역이었으며 그동안 한번도 사람을 바꾸지 않았다.하도사 전체는 김창명의 지시를 따르며, 수로 공사와 배수 공사를 빌미로 많은 산과 토지를 침략하고 삼켰다. 심지어는 여기저기서 집을 지었고 노동자들과 일부 노역들도 그 곳에서 생활을 했다.수로는 많은 곳에 분포되어 그들이 차지한 곳은 동서남북 곳곳에 다 있었는데, 염구진이 이 땅들을 모두 선으로 이어보니 황성을 완벽하게 둘러싸고 있었다.그러므로 만약 이자들이 확작의 사병이라면 성문을 지켜도 소용이 없게 된다. 이자들은 계속 성 안에 있으며, 평소에 일이 없을 땐 여기저기 돌아다니기에 아마 순방영과 경위들보다 진성의 지형을 더욱 익히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송석석이 쿵쾅거리는 심장으로 지도를 보았다. “이 사람들이 이 토지들을 점용하고 있다는 건 공부와 황제 폐하의 승인을 받았다는 뜻이겠지.”“맞습니다. 하지만 그저 수로 공사와 배수 때문에 점용하고 있는 겁니다. 이곳에 집을 지을 수는 없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곳에 꽤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어 제가 관청에 가서 호적을 조사해보니 전부 기록이 없는 사람들이였습니다.”“그럼 노역들도 전부 이곳에서 살고 있다는 것인가?”“대부분이 그렇습니다. 성 외에서 보내온 노역들도 전부 이곳에서 살고 있으니깐요. 이자들 모두장기간 강도 높은 노동으로 인해 힘이 어마어마하게 강합니다. 몇 십 근짜리 대도와 몽둥이도 쉽게 휘두를 수 있을 정도 입니다.”송석석이 미간을 확 찌푸렸다. 수로 공사와 기초 방죽 공사에는 가끔 돌을 깨야 할 때가 있기에 노동자들은 큰 망치와 대도 등 무기를 평소에도 늘 가지고 있었는데,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 무기들 모두 조정에서 직접 제공한 것이다.송석석은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어 다음날 아침 해가 밝아지자마자 바로 궁으로 들어가 숙청제에게 보고를 올렸다.하지만 숙청제는 송석석의 말에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그러니까 네 말은 그 오합지졸들이 역적이란 것
송석석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으며, 머리가 너무 아파 금방이라도 늙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쩐지 조정의 관원들은 나이에 비해 늙어 보였고 목 승상은 60세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머리카락 절반 이상이 백발이 된 것에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울적한 송석석은 풀이 죽은 모습으로 목 승상에게 찾아가 혹시 목 승상이 황제 앞에서 몇 마디 해줄 수는 없는지 도움을 청했다.자초지종을 들은 목 승상은 오히려 피식 웃으며 송석석을 쳐다보았다.“고자 이런 일로 그리 화를 내시는 겁니까?”“제가 어찌 감히 화를 내겠습니까? 하지만 일이 해결이 안 되고 이러다가 상대방이 눈치라도 채서 먼저 공격을 할까 봐 두려운 것이지요. 폐하께서는 결국 저를 믿지 못하시는 겁니다.”그러자 목 승상이 되물었다.“폐하께서 왕비님을 믿지 못하시는 건 지극히 정상입니다. 왕비님이라면 아랫사람이 증거도 없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믿으실 수 있겠습니까?”“하지만 폐하께서도 왕야가 야망을 품고 있다는 증거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면서도 이렇게 노심초사 경계를 하시고…”“확실한 증좌가 없어서 더 두려운 겁니다. 만약 증좌가 있었다면 바로 손을 쓰셨겠지요. 사실 많은 일들이 왕비님께서 생각하시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습니다. 특히 조정에서 결정을 하나 내릴 때마다 여러 번의 상의가 이어지고 1년이 넘어도 추진되지 않는 일들이 많습니다. 더군다나 수로 공사는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올해 연말이면 준공될 텐데 이 상황에서 공사를 중단하고 하도사의 관원들을 체포한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왕비님께서 그자들이 역적으로 의심된다는 말에만 근거하여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닙니다. 확실한 증좌가 없지 않습니까? 왕비님께서 혹여 폐하를 설득할 수 있다고 해도 대신들과 백성들은 절대 설득하지 못할 겁니다.”목 승상이 한숨을 살짝 내쉬며 말하자 송석석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하지만 김창명은 이미 진성을 둘러쌌습니다. 조사해보기만 해도 바로 알 수 있습니다.”“그건 둘러쌌다고 할 수
한편, 숙청제가 오월을 공사 현장에 보내 상황을 지켜보라고 하자, 김창명은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여유롭고 자연스럽게 오월을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공사가 끝난 부분을 검수했다.공사가 오랫동안 지속된 만큼 댐 공사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고 그 결과물도 매우 좋았다.오월은 그 뒤로 수로도 살펴보았는데, 막혔었던 부분이 이미 다 뚫려 있었고 전에 파손됐던 방죽도 더욱 높고 견고하게 재건축 되었다.오월은 부하를 시켜 노동자들과 함께 간단한 담소도 나누었다. 노동자 대부분 강한 햇볕에 피부가 거멓게 탄 건장한 남자들이었지만, 관원들 앞에서는 유난히 순한 모습을 했다.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할 뿐만 아니라, 불만이 있는지 물으니 우물쭈물하다가 고기 반찬을 조금 더 많이 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 오월은 이런 순박한 노동자들의 눈빛에 살기나 원망도 전혀 없는 것을 보고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부하를 거느리고 노동자들의 임시 처소에도 방문했다. 임시적으로 지어진 집은 한번에 일곱 명 정도 잘 수 있는 협소하고 허술한 공간이었다. 심지어 작업에 필요한 무기들은 전부 커다란 창고 안에 넣어 통일적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그렇게 오월은 여기저기 꼼꼼하게 훑었지만 수상한 점은 전혀 찾지 못했으며, 어느 공사 현장과 다를 게 없이 느껴졌다.수수한 옷차림을 한 김창명 또한 평소에 노동자들과 함께 밥도 먹으면서 수로 공사에 대해 이런저런 담소를 나눴다고 했다. 오월은 이렇게 며칠 동안 공사 현장을 돌아본 후, 궁으로 돌아가 황제에게 자신이 보기엔 김창명과 노동자들은 전혀 문제없는 사람들인 것 같다고 보고했다. 조용하게 듣고 있던 숙청제가 갑자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계속 지켜보고 있거라. 특히 무기를 보관하는 창고를 더욱 신경 쓰거라.”“혹시 폐하께서는 그자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오월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묻자 숙청제가 대답했다.“조심해서 나쁠 것 없지.”숙청제는 여전히 어딘가 수상한 느낌이 들었다. 송석석이 그에게 김창명을
이틀동안 지켜보던 송석석은 하도 부사 고명옥부터 잡아오기로 결심했다.올해 35살인 고명옥은 공부에서 일한 지 5년이 넘었다. 농부 출신이였던 그는 조실부모하여 어렸을 때부터 형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형제들은 고명옥을 제일 좋은 서원에 보내기 위해 몸이 다 망가질 정도로 열심히 돈을 벌었지만 출세를 한 후 그는 돈을 목숨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했고 예전에 자신을 키워준 형제들과는 연을 끊어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힘들 때 자신 곁에 있어준 아내를 버리고 은사의 딸을 부인으로 들이기도 했다.고명옥의 은사가 바로 백운 서원의 원장으로 이미 사망했고 은사의 딸을 부인으로 들인 뒤에도 고명옥은 그녀에게 잘해주지 않았다.한 마디로 고명옥은 인간이길 포기한 배은망덕하고 버러지 같은 놈이었다.이런 놈일수록 지극히 이기적이고 약점도 많기에 잘 다루기만 하면 뭐든 얘기할 것이 분명했다.그날 밤, 송석석은 몽동이를 시켜 고명옥을 납치하곤, 그를 멀리 떨어진 곳에 하룻밤 묶어 놓았다. 충분히 겁을 먹고 배도 고파야 이튿날 심문이 더욱 쉬워질 것이기 때문이다.고청명은 포대기에 덮여 끌려온 탓에 앞이 어두워서 이곳이 어디인지 전혀 알 수 없었으며 그저 누군가가 돈을 강탈하기 위해 자신을 납치한 거라고 생각할 뿐이었다.고명옥은 냅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손발이 묶여 있을 뿐만 아니라 입도 막혀 있었기에 미세한 신음소리만 낼 수 있었다. 그렇게 고명옥은 어둠속에서 하룻밤을 보냈고 이튿날 아침 대문이 활짝 열리며 갑작스러운 빛의 자극이 와 고명옥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살짝 돌렸다.그러다가 이내 고개를 다시 돌려 안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는 사람을 빤히 쳐다보았다. 상대방은 남장을 하고 있었지만 고명옥은 단번에 그자를 알아보았다.북명 왕비 송석석이다.화들짝 놀란 고명옥이 입을 떡 벌린 채 갈라진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왕비님, 소인이 대체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곳에 끌려온 겁니까?”송석석은 한 마디 대꾸도 없이 몽동이가 건넨 의자에 앉자, 몽동이가 이내 고문에 쓰
송석석은 다시 의자에 앉아 고명옥에게 말했다.“너희가 탐오한 사실을 황제 폐하께서 전부 알고 계신다. 지금 너희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려는 것이다.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하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고,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하면 관원으로도 계속 살 수도 있어.”눈치가 빠르고 머리가 좋은 고명옥은 송석석이 얘기한 가치 있는 정보라는 게 윗사람을 고발하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명옥은 송석석의 말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첫 번째 이유는 요즘 따라 오월 그자가 공사 현장을 자주 순찰했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송석석이 직접 나서서 심문하고 있다는 건 황제의 어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너희들이 돈을 챙긴 것에 대한 김창명의 태도는 어떠했냐?”잠시 고민하던 고명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확히 고하자면 김창명 그자가 저희에게 돈을 챙기라고 시킨 겁니다. 처음엔 그저 저희에게 수고비를 준다고만 해서 그 뒤로 저희가 몇 번 더 챙겼는데, 김창명 그자는 계속 모른 척했습니다. 그때부터 저희도 더욱 대담해져서 더 많이 챙기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김창명이 저희를 찾아와 경고를 하더라고요. 저희가 탐오한 금액을 전부 적었다고 했지만 말만 그렇게 할 뿐, 실질적으로 처리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김창명도 많이 챙겼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 뒤로도 대담하게 계속 돈을 챙겼습니다. 물론 김창명도 더 이상 관여하지 않았고요.”“지금까지 계속 관여하지 않았던 것이냐?”송석석의 물음에 고명옥이 서둘러 대답했다.“딱 한 번 있습니다. 이번 수로 공사가 시작되기 전, 김창명은 우리를 소집하여 이번에는 절대 돈을 챙기면 안 된다고 엄격하게 경고를 주었습니다. 절대 한 푼도 챙기면 안 되고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는 행동도 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저희에게 교대로 쉬라고 했지만 김창명은 매일 친히 공사 현장에 나와 작업을 감독하고 있었습니다.”송석석이 담담한 표정으로 물었다.“이번 공사를 왜 이리 중요시하는 것이냐?”“아마도, 아마도 이번 공사
하지만 이 정도로 고명옥을 바로 풀어줄 수는 없다. 몽동이는 고명옥의 다리를 부러트린 뒤, 아무도 모르게 그를 약왕당에 보냈고 고명옥에게 자신이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계단에서 넘어졌는데 다리가 부러졌다고 얘기하라고 했다.이 이유로 집에서 쉬고 있으면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일처리를 마친 몽동이는 돌아가자마자 송석석에게 물었다.“왜 고명옥 그자를 시켜 상대방의 소식을 알아내게 하지 않는 것이냐? 그자에게 겁을 줘서 황제 폐하께서 잠복 조사 임무를 맡겼다고 하면 무조건 따를 텐데?”송석석이 고개를 저었다.“고명옥은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 거야. 되레 꼬리가 밟힐 수도 있으니깐.”몽동이는 조금 전 온몸을 덜덜 떨면서 도망가던 고명옥의 모습이 떠올랐고 확실히 일을 맡길 만한 상대가 못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명옥을 시켜 김창명을 조사하면 바로 김창명에게 들킬 것이니 차라리 집에서 다리나 치료받으면서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게 훨씬 안전할 것이었다. 조금 뒤, 저택으로 돌아간 송석석은 염구진과 심청화에게 이 일에 관하여 논의했다. 세 사람은 이 일을 황제에게 보고해야 하는 건지 고민하다가 결국 황제에게 보고하기로 했다.불법으로 증좌를 수집한 죄를 묻는다고 해도 이 상황에서 묻지는 않을 것이다.송석석은 이번에 궁으로 들어가면서 심청화도 함께 데리고 갔다. 황제는 심청화를 매우 존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궁에 들어가서도 황제를 만날 수는 없었다. 오대반은 황제께서 오늘 피를 토하여 기절할 뻔해서 현재 어의에게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옥체가 괜찮으신 건가? 혹시 누가 독은 탄 건 아니고?”송석석이 다급하게 묻자 오대반이 한숨을 푹 내쉬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대답했다.“어의께서 진단을 내리셨는데, 폐하께서는 독 때문에 앓아 누운 게 아니라 속에 화병이 들었다고 하였습니다. 며칠동안 제대로 드시지도 못하고 주무시지도 못하신 데다가 추위와 더위가 반복되니 고뿔까지 걸리신 겁니다. 기침이 며칠이나 지속되었는데 아직도 멈추지 않습니다. 약
황제가 척귀에게 다른 업무를 맡겼기에, 감옥 관리는 대리사의 관원 사여령에게 맡겼다.그날 저녁, 사여령은 혼자서 결정할 수 없는 일이 생겨서 송석석의 의견을 듣고 싶다며, 그녀를 보러 북명 황실로 향했다.송석석은 최씨와 아이들에 관한 일일까 봐 밥을 먹다가 급하게 본채로 나왔지만 사여령의 말을 들어보니 문제가 생긴 사람은 평서백부 노부인과 왕청여였다.두 사람은 감옥에 갇히고 나서부터 매일 근심과 걱정이 심한 데다가 제대로 된 밥도 먹지 못하여 며칠 전부터 구토와 설사를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송석석이 준 약을 먹고 조금 나아지는 건가 싶었는데 다시 그곳 음식을 먹어야 했기에 결국 다시 병세가 심각해졌으며 왕청여는 심지어 고열까지 앓고 있다.평서백부 노부인은 의원을 불러오라고 애원했지만 사여령은 혼자 섣부른 결정을 내릴 수 없었기에 송석석을 찾아온 것이다.“다른 사람은 어떻습니까? 다들 같은 증상을 앓고 있나요?”“처음에는 모두 증상이 비슷했습니다. 신분이 귀한 분들이 갑자기 감옥에 갇히게 되고 음식도 입맛에 맞지 않아서 꽤 힘들어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약을 복용하고 나서 거의 다 나았는데 유독 평서백부 노부인과 왕청여 두 모녀의 상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사여령은 말하다가 잠시 멈추고 송석석을 힐끔 쳐다보곤 다시 말을 이어갔다.“왕청여 그자는 곧 죽어가는 모습이고 노부인께서는 하도 울어서 눈이 멀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엔 의원을 불러 상태를 확인해봐야 할 것 같은데 송 대감님 생각은 어떠십니까?”“혹시 척귀 그자에게 찾아가 보셨습니까? 전에는 척귀가 감옥을 관리하고 있어서 그자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겁니다.”송석석의 말에 사여령이 솔직하게 고백했다.“척귀 그자를 찾아갔는데 왕청여가 전북망 장군이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장군님 곁을 떠났다고 좋은 여자가 아니라고 하면서 의원을 부를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송석석은 척귀와 전북망의 사이가 이렇게나 가까울 줄은 몰랐다.“그럼 왜 진이를 찾아가지 않
”노부인과 왕청여의 생명에는 위험이 없는 것입니까?”송석석의 물음에 홍작이 대답했다.“노부인께서는 괜찮은데 왕청여 그자가 문제입니다. 만약 계속 열이 내리지 않는다면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너무 긴장한 탓에 계속 제 손을 잡고 자신이 곧 죽을 것인만 물어보더군요. 헛소리도 조금 하는데, 막 이 사람 탓 저 사람 탓 하다가 결국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너무 많이 했다며 본인 탓도 하더라고요.”송석석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평가할 수는 없다고 해도 더 이상 최씨를 괴롭히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만약 왕청여가 감옥 안에서 죽는다면 왕씨 가문 사람들은 큰 공포를 느끼게 될 것이고 이는 최씨의 심리적 부담만 더욱 크게 만들 수도 있다.“홍작, 며칠 뒤에 다시 한번 가보시지요.”“네.”홍작이 고개를 끄덕이자 잠시 고민하던 송석석이 말을 덧붙였다.“며칠 뒤에 가실 때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송석석은 따로 최씨와 담소를 나누고 싶었다. 절망스러운 곳에 갇혀서 대화를 나눌 사람도 없고 주변에 울음소리만 계속 들리면 하루하루가 매우 길게 느껴질 것이다.하지만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있었다. 황제가 건강상 이유로 조정을 쉬었으니 송석석은 일단 목 승상을 찾아가 김창명이 노동자들을 몰래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했다.다음날, 송석석은 제일 먼저 목 승상에게 찾아가 김창명의 수상한 행동을 전했고 목 승상은 바로 황제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고 궁으로 향했다.송석석은 경위부도 돌아와 심청화와 염구진을 불러 대책을 상의했다.그들은 수많은 가능성을 예상했으며 밖에서 공격하고 안에서 대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에 반드시 성문을 확실하게 지키고 있어야 한다.동시에 부하들을 시켜 진성 근처 일대를 순찰하게 했다. 진성 근처에는 마을이 많았고, 큰 마을에는 몇 백 명의 마을 사람들이 살고 있었기에 역적들이 그 속에 숨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그렇기에 오늘부터 방어 병력을 배치했고, 특히 대궐로 통하는 길을 중점적으로
솔직히 송석석은 왕표의 상황이 조금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믿을 만한 조력자를 데리고 다니면서 최소 3년은 숨어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도주하자마자 금전을 빼앗기고 여자에게 버림까지 받았으니 말이다. 지금 왕표는 어떤 심정일까? 혹시 자신의 무모한 선택을 후회하고 있을까?중년이 되어서도 진정한 사랑 따위를 믿고 전전긍긍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본처를 버릴 생각까지 하다니. 결국 그 대가를 치르게 된 것이다.고청우의 성격에 분명 떠나기 전 갖은 말로 왕표를 모욕했을 것이다.그녀는 자신의 미모를 이용하여 남자를 홀리고 다니면서, 한 편으로는 줄곧 자신의 미모를 탐하는 남자들을 증오했었기 때문이다.그러자 송석석은 왕표가 어쩌면 옹현에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주하고 있는 죄인으로 절대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있지 못할 것이며 여기저기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더군다나 왕표는 아이까지 데리고 있으니 결국 숨을 곳을 못찾고 몰래 진성으로 돌아오지는 않았을까는 생각이었다. 왕표가 조금 멍청하긴 하지만 완전히 바보는 아니기에 가장 위험한 곳이 바로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한때 남강을 지키는 장군이도 했으니, 도망치기 전에 가짜 신분을 만들어 아이를 데리고 신분을 바꾼 채로 진성으로 돌아온다면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이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다.송석석은 바로 오진에게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를 유의하라고 지시한 뒤, 이 사실을 최숙심에게 알리러 소주방으로 향했다.만약 최숙심이 왕표를 발견하여 제보하는 공을 세운다면 가문에 큰 도움도 될 것이다.하지만 송석석은 누군가가 마음이 약해질까 봐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무릎을 꿇고 사정하면 결국 용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한편, 송석석에게서 왕표의 상황을 들은 최숙심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녀가 왕표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할 사람이 아니니 분명 긴박한 상황이
고청우는 주먹을 꽉 쥔 채 다시 날카로운 눈빛으로 송석석을 쳐다보았다.“그래서 다들 하늘이 불공평하다고 말하는 겁니다.”“네가 말한 것처럼 출생이 좋은 걸 뭐 어떡하겠느냐? 근데 네가 조금 전에 언급했던 못난 본처인 그 여인도 귀한 집에서 태어나셨거든.”송석석이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담담한 말투로 말하자, 고청우는 그녀에게서 예전의 장공주가 생각나 너무도 싫었다.장공주 앞에서 고청우는 기어다니는 벌레보다 약하고 보잘것없는 존재였었기 때문이다.화가 잔뜩 난 고청우가 씩씩거리면서 말했다.“귀하게 태어났다고 해도 결국 부군에게 버림받는 꼴이지 않습니까?”“왕표 그자를 얘기하는 건가? 그분은 왕표를 전혀 마음에 두고 있지도 않아. 너만 왕표 그자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다.”송석석의 말에 고청우가 미간을 확 찌푸리며 반박했다.“왕표 그자는 저에게도 소중한 존재가 아닌 걸요? 그저 무능한 버러지일 뿐입니다!”“그럼 내가 아는 사실과는 다르구나. 넌 왕표 그자를 위해 아이까지 낳아주지 않았느냐? 왕표 그자가 야반 도주로 큰 죄를 저질렀음에 불구하고 넌 그자를 따라갔지. 이렇게 너처럼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들을 난 많이 봤다.”송석석이 경멸의 눈빛으로 피식 웃으면서 말하자 고청우가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만 고청우는 이내 평정심을 되찾은듯 차갑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이런 방법으로 저에게서 뭔가 알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십시오. 왕비님 말이 다 맞습니다. 전 그 남자를 미친 듯이 사랑합니다. 그래서 함께 야반 도주까지 한 겁니다.”송석석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어깨를 들썩였다.“그래, 너에게 들켰구나. 하지만 상관없다. 난 그저 절차에 따라 너에게 심문하는 것이야. 나중에 내가 원하는 심문의 답을 만들어서 폐하께 제출하기만 하면 돼.”고청우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지금 저를 모함하겠다는 뜻입니까?”“모함이 아니라 사실이다. 왕표가 장군들에게 약을 탄 일도 네가 꼬드긴 것이고 야반 도주도 네 머리에서 나온
풍수가 좋은 땅은 흠 천감이 엄선했으며 산이 푸르고 물이 맑은 곳으로 근처에는 작은 마을도 두 개나 있었다.황릉 근처라고 하지만 사실 황릉에서 30리도 넘게 떨어진 곳이었다.발인이 끝난 뒤, 고청영은 송석석과 시만자에게 찾아가 작별 인사를 했고 휘왕의 시신이 묻힌 땅 근처의 마을로 가서 작은 집을 짓고 살 거라고 말했다.시만자는 고청영에게 금전적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지 물었지만, 그는 괜찮다며 고개를 저으며, 전에 갖고 있던 장신구들을 전부 팔면 평생 먹고 살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고청영이 진성을 떠나던 날, 마침 방시원이 연왕 등 사람들을 압송하여 진성으로 돌아왔고 성문 앞에서 창에 갇힌 연왕과 회왕을 본 고청영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백성들이 너도나도 손가락질하면서 썩은 야채 이파리를 마구 던지는 모습에 고청영은 모든 원망과 증오를 내려놓았다.나쁜 놈은 언젠가 그 벌을 확실하게 받게 될 것이다.고청영은 이제 자유의 몸으로 그 누구에게도, 그 어떤 일에도 속박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한편, 진성에 압송된 죄인들 사이에는 영주의 관원들과 추몽도 있었으며 송석석은 의외의 인물도 발견하게 되었다.그자는 바로 고청우였다.송석석과 대리사 소경 진이는 죄인들을 인계 받으면서 방시원에게 왕표를 보았는지 물었지만 방시원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성문을 봉쇄했다가 다시 열었을 때 고청우의 행적을 발견하게 되었고 바로 그녀를 체포한 것이었기에, 죄인들은 아직 심문을 받지 않은 상황이었다. 숙청제는 중죄를 저지른 죄인들은 대리사로 끌고 가고 나머지 죄인들의 심판은 경위부에 맡기라고 했다.연왕과 회왕, 추몽, 무상에 이어 하상지와 김수덕 6인은 논란의 여지 없이 중범죄자들이었기에, 현장에서 바로 대리사에게 넘겨졌고, 그들을 심문할지 말지는 황제가 결정하기에 대리사에서는 먼저 그들을 감옥에 가뒀다. 나머지 죄인들인 영주와 연주의 관원들 그리고 고청우는 경위부의 심문을 받았다. 범죄 정황이 심각한 죄인들도 그렇게 결국 대리사로 이송 되었
그렇게 5일에 걸려 역적의 잔여 세력을 전부 숙청했다.방시원과 목종욱도 역적 추몽을 생포했다는 소식을 전해왔고 연왕과 회왕 그리고 무상 등 죄인들을 진성으로 압송하고 있기에 오늘 안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했다.왕표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죄인이 잡혔다.7월 25일, 휘황실 내부에서 휘왕을 위해 상을 치렀다. 사청엄이 반역을 저지른 탓에 상은 매우 조촐하게 치러졌으며 숙청제는 휘왕을 친왕릉에 안장할 지에 대해 대신들을 불러 진지하게 논의했다.휘왕은 비록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지만 사청엄이 저지른 죄는 가문 전체에 연좌되는 중죄이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한편, 송석석은 이번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황실 사람들을 거느리고 휘왕의 장례에 참석했다.장례식에는 관원이 거의 참석하지 않았으며 황제께서 휘왕을 친왕릉에 안장하지 않는 이상, 관원들은 감히 함부로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휘왕의 시신은 이미 관 안에 들어가 있었지만 관을 아직 봉쇄하지는 않았다.고청영은 상복을 차려 입은 채 관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송석석과 시만자 등 사람들이 도착했을 때 눈을 감은 휘왕의 시신을 볼 수 있었다.관 세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는데, 휘왕과 정삼숙의 시신이 들어있는 관 외에 하나가 비어 있었다.고청영이 얼음으로 시신을 지금까지 보존하고 있었던 덕분에 지금까지도 시신이 전혀 부패되지 않았던 것이다.고청영은 한참동안 넋을 놓고 있다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왕야께서는 전에 자신이 죽으면 이 옷을 입혀서 관에 넣어달라고 하셨는데 그나마 그 소원은 제가 들어드렸습니다.”“휘왕께서는 사청엄이 반역을 일으키는 순간부터 자결하기로 마음을 먹으신 겁니까?”시만자도 눈물을 뚝뚝 흘리며 묻자 고청영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저희는 오래전부터 함께 죽기로 약속했었습니다. 왕야께서 자결하실 때 제가 바로 옆에 있었습니다. 정삼숙이 먼저 돌아가시고 왕야께서는 한참동안 버티다가 저에게 꼭 살아남으라고 말씀하신 뒤 눈을 감으셨습니다.”송석석이 비어 있는 관을 힐끔 처
휘왕이 자결했다는 말에 잠깐 흠칫하던 사청엄은 곧바로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부왕…! 부왕께서 자결할 필요는 없으셨습니다…! 이 아들이 대신 죄를 뒤집어쓰겠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안 그래도 더 이상 살 마음이 없었던 고청영은 사청엄의 말을 듣고 입술을 꽉 깨물더니 빠르게 달려가 그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화들짝 놀란 사청엄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한참동안 넋을 잃고 있다가 고개를 홱 돌려 싸늘하고 음산한 눈빛으로 고청영을 노려보았다.하지만 고청영은 그런 사청엄에게 오히려 침을 툭 뱉으며 화를 냈다.“짐승만도 못한 놈 같으니라고! 넌 지금까지 영주 백성들의 목숨과 왕야 저택 사람들의 목숨으로 왕야를 협박하지 않았느냐! 심지어 왕야께 너의 죄를 뒤집어쓰라고 강요했어! 왕야께서는 반역의 마음을 단 한번도 품은 적이 없어! 심지어 너의 감시 속에서도 어떻게든 송 대감께 정보를 알리려고 최선을 다했어! 그러니까 왕야의 명예를 더럽힐 생각하지도 마!”사청엄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고청영은 이내 앞으로 한발짝 나서더니 바닥에 무릎을 털썩 꿇었다.“폐하, 부디 고명한 판단을 내리시어 주시옵소서. 왕야는 반역을 저지르지 않았고, 이 모든 건 사청엄 저자의 협박 때문입니다. 사청엄은 자신의 계획이 성공하면 만사대길이지만 실패할 경우 영주 백성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왕야 곁에서 왕야를 보필하던 사람들도 전부 살해당해서 몇 명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왕야께서는 저런 사악한 아들을 낳고 키운 게 너무 창피하고 폐하와 백성들에게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결국 자결하신 겁니다. 폐하, 어서 영주의 백성들을 지켜주십시오. 더 늦어지면 그자들은 전부 목숨을 잃게 될 것입니다!”한편, 이덕회는 오열하는 고청영이 흥분해서 황제에게 실례되는 일을 저지를까 봐 얼른 고청영을 부축하며 말했다.“울지 마십시오. 영주 백성들은 무사할 겁니다. 폐하께서 이미 영주에 사람을 보냈고 그자는 왕야의 옥패를 들고 영주로 출발했습니다. 현재 영주는 조정의 관할 지역이 되
숙청제는 높은 곳에서 그를 내려다보며, 눈빛에서 숨길 수 없는 증오를 담으며 말했다. “그래? 네 아버지를 대신해 벌을 받겠다고 해도, 나는 무고한 사람을 억울하게 만들 수는 없다. 역모를 꾸미고 나라를 빼앗으려 한 자가 누구인지, 짐이 직접 조사하여 밝혀내겠다.”“폐하...”사청엄이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고통스럽게 말했다.“조사를 할 필요 없이 제 죄를 물어주십시오. 아버지께서는 잠시 이성을 잃고 실수하신 것뿐입니다.”숙청제가 냉소를 띠었다.“실망이구나. 황위를 노렸던 자가 이렇게 기개가 없다는 말이냐? 이 꼴로 황제가 되려고 하느냐? 그러면 사청엄, 너를 따르는 사람들 모두가 실망할 것이다.”“아버지를 대신해 벌을 받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아버지를 용서해 주십시오.”사청엄은 아무리 황제가 뭐라고 말해도, 이 한마디밖에 할 수밖에 없었다.그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다들 그의 야심을 비난하였지만, 그는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비난을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여전히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아버지를 더 이상 욕하지 마시지요. 그도 그저 잠시 실수를 한 것 뿐일 겁니다. 저는 아버지의 아들로서 모든 죄를 대신 짊어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그의 말에 대부분의 관리는 큰 분노를 느꼈다. 그의 터무니없는 말에 어이가 없어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때, 숙청제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수년 동안 계획을 세우며 영리한 척했지만, 결국 궁문도 통과하지 못하는 자가 어찌 황제가 되려고 했단 말이냐? 연왕처럼 무식한 자였다면 아마도 이런 꼴은 안 당했겠지?”그동안 사청엄은 늘 자신이 연왕보다 똑똑하고 뛰어나다며 자부했었고, 연왕의 신하 앞에서도 그런 태도를 보였었다. 그 후부터 연왕의 부하들도 사청엄을 따른 후 연왕을 무시하기 시작했고 연왕의 무능함을 비웃었던 것이다. 그러니 숙청제가 연왕보다 못하다고 말하자, 사청엄은 마음이 괴로울 것이다.하지만 사청엄은 그저 낫빛이 잠시 바뀌었을 뿐, 다시 같은 말만 되뇌었
석홍심의 지휘 아래, 이 사병들은 물러나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용감해졌다.그들은 연왕의 사병이 아니었지만, 만 명이 넘는 병사들은 모두 사청엄이 수년간 정성껏 고른 병사들이었고 수많은 훈련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다.그중 많은 이들이 비참한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이 세상에 대한 분노를 품고 있었기에, 그들은 이 전투를 통해 인생을 역전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누군가가 지휘를 하는 이상 쉽게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현갑군은 그들을 이길 수 있지만, 쉽고 빠르게 승리하긴 어려웠다.송석석은 그들이 항복하지 않으면 죽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정예병을 뽑기로 했다. 그들 중에는 매산 분대도 포함되었으며, 반란군 중에서 석홍심의 목을 취할 계획을 세웠다.군대에는 장수부터 사라져야 전쟁을 더 빨리 끝낼 수 있다.송석석은 계획을 세운 후, 만두와 몽둥이가 먼저 그들의 진형을 무너뜨린 뒤, 그녀와 시만자가 앞서 나가 적장들의 목을 베고 신속히 후퇴할 계획이었다.천군만마 속에서 적장의 목을 베는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들은 이미 전투에 열중해 있었고, 혹시라도 주저할 새에 적의 무차별 공격에 맞을 수도 있었다.석홍심은 전장에서 많은 경험을 가진 장군이었다. 그는 단번에 송석석의 계책을 알아챘고, 일부러 빈틈을 보여 송석석와 시만자가 그에게 다가올 수 있도록 하였다.그도 송석석의 생각과 같이 상대의 장군부터 잡으려 했다.송석석과 그는 서로를 잡으려고 했다.빈틈이 보이자, 그는 빠르게 공중으로 뛰어들며 검을 내려쳤다.송석석과 시만자는 짧은 무기를 사용했다. 경공으로 공격하려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했기에, 석홍심의 대검이 더욱 유리한 상황이었다.위험한 순간이었지만, 두 사람은 죽이 척척 맞게 협력했다. 시만자는 그를 향해 몸을 던져 그의 배를 머리로 가격했지만, 석홍심의 칼이 결국 송석석의 어깨에 떨어져 버렸고, 시만자도 석홍심의 병사에게 상처를 입고 말았다.이 상황에 만두와 몽둥이가 신속히 두 사람을 도우러 왔다. 한명은 유성추를 휘둘
사청엄은 마차를 타고 갈 때 멀리서 추몽을 보곤, 그제야 진심으로 안심했다.그는 추몽이 얼마나 단호한 성격인지 알고 있었다. 한 사람이 전력을 다해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으면 반드시 큰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이 전쟁은 그가 가장 갈망하던 것이었다. 자신의 위대한 계획을 위해 싸우는 것이기에 그는 지금 과거의 침착함과 여유로움을 모두 잃었지만,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열정이 온몸을 타고 돌기 시작했고 세상을 지배하고 싶은 갈망이 그에게 강력한 힘과 신념을 주었다.그는 야망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며,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진실을 알지 못했다. 야망은 결코 가장 강력한 힘이 아니라는 것을, 가장 강력한 힘은 사랑과 증오, 정의와 단결이라는 것을 말이다.진정한 야망은 현갑군 통령 송석석의 애국심이며, 현갑군 통령 송석석의 가족을 잃은 증오이다.그리고 병사들과 무림 사람들이 하나로 결합하여 반역자를 쫓아내며 백성을 위한 정의를 지키려는 마음이다.사청엄은 순간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꼈다. 추몽이 이끄는 병사들이 모두 병복을 벗고 평상복을 드러내었으며, 평상복에는 ‘沈’자의 문양이 자수로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그들은 모두 심가 사람들이었다!그는 그제서야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곳에 온 자는 추몽이 아니라 심가 사람들과 무림 인사였던 것이다. 그의 무공이 아무리 뛰어난다고 해도, 임양운이 나타나면 곤경에 처할 것이며, 심지어는 지휘권조차 얻지 못할 것이다.석홍심의 반군은 정말 강력했다. 그들은 단번에 기세 좋게 강을 건너 동서 두 거리로 쳐들어갔고, 좀만 앞으로 나가면 곧 어길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송석석는 그들을 어길로 이끌었다. 어길은 왕궁과 가장 가까운 곳이지만, 백성이 거의 없어서 백성을 다치지 않기 딱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경성의 귀족들과 대신들의 집안 대문은 꽉 닫혀 있었고, 가장 유능한 호위들이 문을 지켰다. 백성들 대부분은 반군이 쳐들어와 자신들을 포로로 잡을까 봐 두려워했지만,
휘황실.잔잔한 비가 방 처마 끝에서 주르륵 떨어지며, 왕부 전체를 축축하게 만들었다.한편, 늙은 휘왕은 복도에 서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어디선가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 듯도 했고, 빗소리인 것 같기도 했다. 그는 그렇게 한참 동안 서 있다가 방으로 들어갔다.정삼숙 또한 이곳에 머물고 있었는데, 두 다리가 부러져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되었다.다리뿐만 아니라 얼굴에도 골절상이 있어, 뼛속을 찌르는 듯한 고통을 주며 계속 그를 괴롭혔다. 하지만, 휘왕이 올 때마다 정삼숙은 아픈 척 연기를 한 탓에, 그는 이곳에 자주 오지 않았고, 정삼숙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의 마음은 더욱 아파왔다.방 안에서는 고청영이 정삼숙의 얼굴을 닦아주고, 손과 등을 주물러주고 있었다.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몸에 욕창이 생길까 염려해서였다.휘왕이 들어오자, 고청영이 물을 들고 나가며 말했다.“죽을 대령하던 참입니다. 전하께서서는 진지를 잡수셨습니까?”“아직 먹지 않았다. 죽 한 그릇을 더 가져오너라. 함께 먹자꾸나.”휘왕이 의자를 하나 가져와 침대 옆에 두며 말했다.정삼숙은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으나, 갈라진 입술이 아직 낫지 않은듯 부어오른 상태였기에, 웃을 때마다 다시 터질까 봐 걱정스러워, 비바람에 시달리는 단풍잎처럼 억지스러워 보였다. “웃지 않아도 된다.”휘왕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아프면 말을 하거라.”“안 아픕니다.”휘왕이 죽그릇을 들어 그녀에게 떠먹여주자, 정삼숙은 붉어진 눈으로 천천히 죽을 받아먹었다.하지만 많이 먹지는 못하고 몇 숟가락만 넘길 뿐이었다. 이전에 사청엄이 의원을 불러 주었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은 적이 없었기에 더 아픈 것 같았다. 휘왕은 고청영이 죽을 더 가져오기도 전에 정삼숙이 먹다 남은 죽을 먹기 시작했다.그러자 정삼숙이 놀라며 말했다.“더럽습니다.”그때, 휘왕의 앞에 놓여진 죽 그릇에 무엇인가 툭하고 떨어졌다. “삼숙아, 우리 한평생을 함께 살았구나.”정삼숙은 멍하니 그런 그를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