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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3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25 20:00:00
사여령은 새로 부임했을 때 아버지에 관한 질문을 받을까 봐 매우 두려웠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록 사여묵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물어보는 이조차 없어 점점 긴장이 풀렸다.

그 중 대리사 소경인 진이가 몇 마디 말을 건넸다. 그는 모든 일에 조언을 아끼지 않는 온화한 사람이었다. 사여령은 그에게 매우 감사하며, 모르는 것이 있으면 예의를 차리지 않고 바로 물었다.

그는 태어나서 제대로 된 일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감옥 관리자 일을 잘 수행해내고 싶었다. 그는 배워야 할 것도 많았고 수하의 옥졸들을 잘 관리해야 했으므로 매일 바빴다.

사여묵은 진이에게 당분간 사여령에게 너무 많은 것을 묻지 말고 그가 제대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도우라 했다. 사여령이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지원해 주고, 작은 성취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후 스스로 판단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동지가 지나고 나서부터 중매쟁이들이 방씨 가문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오수인은 방시원에게 부인을 찾아주고 싶어 했다. 자식 문제야 그렇다 쳐도, 그의 곁에서 그를 잘 챙겨줄 사람 한 명정도는 필요했다.

오수인은 아들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 돌아온 후, 후손에 대한 기대는 크게 없었다. 오수인은 그저 아들이 평온하게 살아가길 바랐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왕청여 사건 이후, 그녀는 며느리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품성을 꼽았다.

이전에 혼담이 오갔던 집안은 비록 6품 관원의 딸이었지만, 덕목과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하지만 왕청여와 노세진 사건이 터지면서 이 일은 무산되고 말았다.

그 후 중매 얘기가 많이 들어오자, 그녀는 먼저 그들의 품성을 알아보고자 했는데, 그러던 중에 뜻밖에도 제씨 가문에서 먼저 혼담을 꺼낸 것이다.

제씨 가문의 막내딸인 제자예는 갓 성인이 된 지 반년이 채 안 된 16세도 지나지 않은 나이었다.

오수인은 그 얘기를 듣자마자, 품성을 알든 모르든 나이가 너무 어리다고 느꼈다.

오수인이 원래 선택했던 아가씨는 모두 18세 이상이었다. 18세가 되도록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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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 공공은 어음과 차를 받고도 입을 꾹 닫고 있었다.“마마를 뵈면 다 알게 될 것이네. 고명 부인께서 어찌 예를 어기시겠는가?“집사가 웃으며 답했다.“예. 공공의 말이 일리가 있습니다.“비록 그는 웃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속으로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정말 큰일이 아니라면 어찌 조금도 얘기를 알리지 않을까?송석석은 제자예가 소란을 일으켜서 오늘 여학에 가봐야 했다. 국태부인이 전날 밤 하인을 보내어 그녀에게 정리해 달라고 전했다.그녀가 막 문을 나서자마자 방씨 가문의 가마가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가마꾼들이 몹시 서두르는 걸 보니 급한 일이 있는 듯했다. 그녀는 걸음을 재촉하며 물었다.“방씨 가문에서 왔소?”가마 안에서 방 부인이 가림막을 걷으며 다급히 말했다.“왕비, 황후께서 숙모님을 궁으로 부르셨는데, 아마도 방시원과 제씨 가문 아가씨 제자예와의 혼사 때문인 듯합니다. 숙모께서 황후가 직접 명을 내리실까 봐 염려하셔서 도와달라고 하십니다.”송석석은 그 말을 듣고 다소 놀랐다.“제자예라면 아군여학의 그 제자예를 말씀하시는 겁니까?”“예. 어제 혼담을 보내왔지만, 숙모가 거절하셨습니다.”방 부인이 다급히 대답하자 송석석은 곧바로 상황을 이해하고 시만자를 불렀다.“태후께 문안을 드리러 궁에 가야겠다.”그렇게 두 사람은 말을 타고 궁으로 달려갔다.그 시각, 오숭인은 이미 마차에 올라 연 공공과 함께 궁으로 향하고 있었다.송석석와 시만자는 한발 먼저 도착해 태후를 찾아가 문안을 드렸다.태후는 평소 후궁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매달 첫날과 보름에만 문안받았다. 그저 이른 아침, 숙청제가 문안을 드리고 갔을 뿐이다.송석석의 말을 들은 태후는 냉소하며 말했다.“함부로 혼담을 꺼내다니. 그녀의 속셈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제씨 가문은 분명 방시원의 병권을 빌려 큰 황자를 지원하려는 속셈이다.“큰 황자가 서우를 깔보고 난 후, 태후는 그에게 몹시 불만이었다. 아직 어리고 곁에서 스승이 가르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릇없고 거만해 깔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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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75화

    황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태후마마께서 그 아이의 이름까지 기억하시다니, 참 그 아이의 복입니다. 예. 자예 동생은 올해 갓 성인이 되었고, 열다섯 살이 넘었습니다. 그래서 숙모가 자예의 혼사를 의논하려고 저를 찾아오신 겁니다.”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나도 들었다. 숙모는 광릉후의 셋째 아들을 마음에 들어 하신다지? 나도 특별히 알아보았더니 재능도 있고 인품도 좋아서, 훌륭한 배필이라 할 만하더구나. 게다가 나이도 비슷해서 아주 딱 맞다.”그러자 황후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태후의 날카로운 눈빛에 자신의 속셈이 전부 간파된 듯한 기분이 들어, 어떻게든 수습하기 위해 더듬거리며 말했다.“혼사는… 신중해야 합니다. 우린 그렇다고 쳐도, 제자예의 마음에 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말이 맞는다. 그래서 내가 직접 혼사를 정하진 않으마. 스스로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찾게 하고 정말 마음에 든다면, 나에게 와서 혼사를 정해달라고 요청하게 하거라. 황후의 체면을 봐서라도, 내가 기꺼이 혼사를 내려줄 테니.”황후의 얼굴빛은 더욱 어두워졌다. 이는 분명 태후가 그녀가 혼사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못을 박는 말이었다. 대체 누가 고자질을 한 것일까? 어제 금방 사람을 방씨 집안에 보냈고, 오늘 아침 오수인을 궁으로 불렀건만, 말 한마디 나누기도 전에 태후가 그녀를 불러서 경고했다. “딱히 다른 일은 없다. 그저 이번 일로 네 의견을 듣고자 해서 부른 것이니 돌아가 숙모께 전하거라. 네 동생이 스스로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이다. 혼사는 부모의 뜻만 따를 수는 없는 법이다.”태후는 황후를 돌려보냈다.황후는 자리에서 일어나 절을 하며 말했다.“예. 친정의 일로 태후마마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드리며,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란주는 황후에게 여우 털 외투를 걸쳐주었고 이내 두 사람은 함께 본청을 나섰다.황후가 떠나자마자, 송석석과 시만자가 병풍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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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76화

    황후는 급격히 화가 치밀어 올라 잔을 내던지며 말했다.“정말 눈엣가시구나! 항상 나의 계획을 방해하기만 한다.”그러자 궁녀 란주가 옆에서 말했다.“마마. 북명왕비는 태후의 명으로 여학을 설립하고 아군여학을 도맡은 이후로, 경중의 부인들 사이에서 칭찬받고 있습니다. 지금쯤 경성의 반이 되는 명문가 부인들이 그녀를 존경하고 있으니, 정말 쉽지 않은 상대입니다.”제황후는 순간 지난 동짓날이 떠올랐다. 그날 명부들은 하나같이 송석석을 극찬하였다. 심지어는 북명왕 부부의 금실을 감탄하거나, 그녀의 능력과 역량을 치켜세우며 여인의 모범이라 말했다.‘송석석이 여인의 모범이라면, 나는 황후로서 뭐란 말인가?’이런저런 생각에 그녀의 마음속에는 질투와 분노가 더욱 치밀어 올랐다.“태후께서 한때 이방을 여인의 모범이라 하셨는데, 이제 그 명성을 송석석이 차지하고 있으니, 불쾌하지도 않은 것이냐?”궁녀가 말했다.“마마, 그녀는 지금 돋보이게 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어 한창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금 시기에 그녀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만사가 극에 달하면 화를 입을 테니, 언젠가 그 관심이 화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태후께서 그녀를 지키고 있으니, 그녀와 대립하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황후가 차갑게 말했다.“태후께서 그녀를 지키는 이유는, 그저 송석석 어머니와의 사소한 옛정 때문 아니겠느냐? 여학은 태후가 하자고 하신 일이지만, 폐하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으셨다. 그저 효도를 위해 마지못해 허락한 것뿐이지. 여학을 도맡아서 대단한 줄 아는 모양인데, 송석석이 글이나 알고 있느냐? 정말 우습지 않은가? 태후는 여학을 중시하신다. 여학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해도 태후께서 그녀를 계속 지킬지 두고 보자.”란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제자예 아가씨를 여학에 들여보내 선생들을 곤란하게 했던 일이 태후의 귀에 들어가지 않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더 심한 일이 벌어진다면 정말 태후를 노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때는 폐하께서도 마마를 도와주시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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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77화

    송석석와 시만자는 궁을 나선 후, 시만자는 공방으로, 송석석는 여학으로 각자 향했다.이미 전에 제자예에게 더는 수작을 부리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국태부인은 송석석를 보자마자 그녀가 제자예의 문제를 해결하러 온 것을 알고 말했다.“그 아이는 학문에 뜻이 없는 듯하니, 차라리 퇴학을 권하는 게 어떻소? 스스로 떠난다면 보기 흉하지 않을 것이오. 어쨌든 곧 혼사를 준비해야 할 아가씨지 않소.”국태부인은 제자예의 집안을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녀를 생각하며 말한 것이다. 만약 아군여학에서 쫓겨난다면 그녀의 명성에 큰 타격이 갈 것이 분명했다.국태부인은 여자아이들을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 깊었다. 혼사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으면 평생 후회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송석석이 말했다.“국태부인,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선 그녀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부터 알아보고 이야기 해보겠습니다.”국태부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크게 잘못한 일은 아니오. 그 아이와 벗들이 수업마다 소란을 피우며, 특히 여옥 선생 앞에서 더욱 심했소. 이에 따라 다른 학생들의 불만도 커졌고, 여옥 선생도 꽤 곤란해하고 있소. 선생도 나이가 젊으니, 이런 문제를 처리하는 데 익숙하지 않나 보오.”송석석이 잠시 생각했다. 여옥 선생은 문제를 처리할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녀 역시 단순한 학생들의 문제가 아니기에, 여학 자체를 흔들려는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이런 것은 그녀가 섣불리 나설 수 없는 문제였다.송석석는 먼저 여옥을 찾으려 했지만, 마침 제자예가 그녀의 두 친구와 향회옥과 주창우와 안에 있는 모습을 보았다.놀랍게도, 그들은 사과하러 왔다.제자예가 앞장서서 고개를 숙이고 진심으로 뉘우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철이 없어서 여옥 선생께 폐를 끼쳤습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선생이 처벌을 내려도 달게 받겠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 벌을 내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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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화

    전북망의 본가, 문희거(文熙居). 창호지 너머로 은은한 불빛이 아른거리며 그림자를 흔들어놓았다. 송석석(宋惜惜)은 수수한 옷차림으로 의자에 앉아 두 손을 포갠 채 눈앞의 남자를 바라봤다. 그는 결혼 후 곧바로 전장으로 떠나 일 년이나 보지 못했던 남편이었다. 전북망(战北望)은 전장에서 돌아온 복장 그대로 당당히 그녀를 마주보고 있었다.“폐하의 교지(旨意)까지 내려진 이상, 되돌릴 수 없소. 이방(易昉)은 이 집에 들어오게 될 것이오."송석석은 손깍지를 끼면서 어두운 눈빛으로 전북망에게 물었다."태후(太后)마마께서도 능력을 인정한, 그 이방 장군님이 첩이 되길 받아들이셨단 말씀입니까?"그 말을 들은 전북망의 눈빛에 살짝 노기가 서렸다."아니, 이방은 첩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오. 평처(平妻: 본처와 같은 지위를 가진 여인)라, 그대와 다를 것이 없소."송석석은 자세를 바꾸지 않고 말을 이었다."장군님도 아시다시피 평처라는 명칭은 듣기 좋을 뿐, 실제로는 첩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전북망이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첩이라니, 이방과 나는 전장에서 마음을 나누면서 서로 사랑하게 되었소. 그리고 이건 나와 이방이 군공(军功: 군사적 공로)으로 받은 교지이니, 사실상 그대의 동의는 필요 없소."송석석은 억누를 수 없는 비웃음을 입가에 띄우며 말했다."서로를 사랑하게 되었다라, 그럼 출정 전에 저에게 했던 약속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일 년 전, 출정 명령이 떨어진 혼례 첫날밤에 전북망은 약속했었다. 평생 그 하나만을 바라보며 절대로 첩을 들이지 않겠다고. 송석석이 언급하자 그제야 약속을 떠올린 전북망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 약속은 잊어버리시오. 그때 나는 진정한 사랑을 알지 못했소. 그저 그대를 아내로서 적합하다고 판단했을 뿐. 하지만 이방을 만나고 마음이 달라졌소."이방을 떠올린 그의 표정이 서서히 부드러워졌다. 그가 숨길 수 없는 깊은 감정이 느껴지는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이방은 내가 만난 그 어떤 여인과도 비교할 수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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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화

    전북망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왜 어려운 길을 자처하시오? 이 혼인은 폐하의 어명이오. 더군다나 이방이 들어온다고 한들, 서로 다른 별채에 머물 텐데, 뭐가 걱정이오? 이방은 안살림에 관심이 없소. 또한 그대의 권한을 빼앗는 일도 없을 것이오. 그대가 중요시 여기는 것들, 이방에겐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걸 모르겠소?”“권한이요? 제가 겨우 그런 것 때문에 이러시는 줄 아십니까?”송석석이 반문했다. 장군부(將軍府: 장군의 집) 살림이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노부인한테 들어가는 약값만 해도 매달 수십 냥(两: 화폐 단위)이었고, 그 외 사람들한테 들어가는 생활비도 만만치 않았다. 만약 그녀가 들고 온 지참금이 아니었다면, 이 집안은 진작에 파산했을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헌신한 대가가 겨우 이거라니, 정말 황당했다.반면, 전북망도 점점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었다.“됐소. 더 말하지 않겠소. 본래 통보만 하면 되는 일이었고, 그대가 허락하든 하지 않든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오.”그 말을 끝으로 전북망은 소매를 털며 자리를 떠났다. 송석석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아가씨.”보주(寶珠)가 옆에서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장군님도 참 너무하세요.”“됐어, 이렇게 된 이상 움직이자.”송석석이 차갑게 눈빛을 굳히며 보주를 쳐다보았다.“첫날밤도 치르지 못했는데,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다고 볼 수도 없지. 일단 가서 내가 이 집안에 들어올 때 들고 온 지참금 목록을 가지고 와 봐.”“지참금 목록은 왜요?”보주가 물었다. 그러자 송석석이 그녀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툭 치며 답했다.“바보야. 계속 이 집에 머물 거야?”그러자 보주가 이마를 감싸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이 혼사는 부인께서 아가씨를 위해 직접 예비하신 거잖아요. 어르신도 살아계실 때, 얼마나 아가씨가 잘 살길 바라셨는데요.”부모님의 얘기가 나오자 송석석의 눈가가 촉촉해졌다.송석석의 부모님은 참 금슬이 좋았다. 그녀를 포함해 자식이 여섯이나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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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3화

    보주가 지참금 목록을 가져오며 말했다.“근 1년 동안, 아가씨께서 이 집안 살림에 보탠다고 사용한 화폐만 해도 6천 냥이 넘어요. 그래도 다행히 상점과 주택, 장원은 그대로예요. 또한 부인께서 남겨주신 예금 증서와 집문서, 땅문서도 그대로 상자에 담겨 있어요.”“알겠어.”송석석은 목록을 보며 전에 어머니가 준 지참금을 떠올렸다. 그녀의 어머니는 혹시라도 딸이 시집에서 고생할까 봐 참 많은 지참금을 챙겨줬었다. 정말 그리움이 사무쳤다. 옆에 있던 보주도 그녀의 기분에 공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이곳을 나간다면 저희는 어디로 갑니까? 진북후부, 아니면 매산입니까?”송석석은 아직도 그 처참했던 진북후부의 현장이 생생했다. 참을 수 없는 슬픔이 가슴속에서 밀려 나왔다.“어디로 가든 여기 있는 것보다는 낫겠지.”“아가씨, 이대로 떠나면 진짜 후회 안 하시겠어요?”송석석이 담담히 답했다.“후회할 게 뭐 있어. 내가 떠나지 않으면 평생 이들 사이에 괴롭게 살아야 할 텐데. 보주, 우리 집엔 이제 나밖에 없어. 내가 잘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 우리 가족들도 저승에서 마음 편히 쉬지.”“아가씨!”보주가 기어이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녀는 송석석과 마찬가지로 진북후부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었다. 송석석의 가족들이 몰살당할 때, 보주의 가족들도 함께 희생되었다.장군부를 떠나게 되더라도, 진북후부로 돌아가는 건 편치 않았다. 그곳은 두 사람 모두에게 큰 아픔이었다.“아가씨, 정말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송석석이 한층 깊어진 눈동자로 답했다.“있기는 하지. 폐하께 아뢰어 그동안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이 이룬 공로를 명목으로 교지를 철회해 달라고 요청해 봐야지. 통하지 않는다면, 금란전(金鑾殿: 황제의 궁) 벽에 확 머리 박고 죽어버리겠다고 협박도 해보고.”보주가 놀라 송석석의 다리를 부여잡았다.“아가씨, 그건 절대로 아니될 말입니다!”송석석이 냉철히 눈을 빛내며 나지막이 웃었다.“농담이야. 설마 내가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할까? 교지를 철회해주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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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부인이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이제 겨우 한 번 만나봤을 뿐인데, 함부로 판단하고 싶지는 않구나. 그리고 어차피 폐하께서 정하신 혼사, 무를 수는 없잖니. 앞으로 두 사람은 밖에서 나랏일을 하고, 너는 내실 관리하면서 함께 영광을 누리는 것도 나쁘지 않잖니.”“나쁘지 않죠.”송석석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다만 명색이 장군님이신데, 첩으로 들어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옵니다.”노부인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그게 무슨 말이니? 폐하께서 하사하신 혼인인데, 어떻게 첩으로 들어오게 할 수가 있겠어. 게다가 그녀는 조정(朝廷)의 대신, 나랏일 하는 관리(官員)다. 그런 분을 어떻게 첩으로 앉힐 수가 있겠니? 당연히 평처로, 본부인과 다를 바가 없는 대우를 받아야지.”송석석이 대답했다.“당연히 본부인과 다를 바가 없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요? 조정에 그런 규칙도 있었습니까?”노부인이 다소 냉담해진 표정으로 다시 말을 꺼냈다.“석석아, 너 마음이 넓은 아이였잖아. 장군부에 시집왔으면, 장군부의 며느리 답게 굴어야지. 병부(兵部: 군사 업무를 담당하는 나라 부서) 심사에서도 이방 장군이 북망보다 더 큰 공을 세웠다는 것이 발표됐어. 너는 그들 부부와 한 마음이 되어 앞으로도 쭉 내실 관리를 해주면 돼. 그럼 언젠가 너에게도 좋은 일이 생기게 될 거야.”송석석이 냉담하게 말했다.“그들 부부와 한 마음이 되라고요? 전 사양하겠습니다.”노부인이 불쾌한 표정으로 물었다.“사양하겠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처음부터 내실 담당은 너였잖니?”송석석이 말했다.“아니죠. 내실 담당은 원래 큰형수님의 소관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큰형수님이 몸이 안 좋으셔서 제가 잠시 돌봤지만, 이젠 괜찮아졌으니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게 맞죠. 내일 장부 맞춰서 인수인계 하도록 하겠습니다.”그러자 큰형수라 불린 여인, 민씨가 다급히 끼어들었다.“나 아직 다 회복 못 했어. 지난 일 년 동안 네가 잘해왔으니, 앞으로 내실 관리는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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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석석와 시만자는 궁을 나선 후, 시만자는 공방으로, 송석석는 여학으로 각자 향했다.이미 전에 제자예에게 더는 수작을 부리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국태부인은 송석석를 보자마자 그녀가 제자예의 문제를 해결하러 온 것을 알고 말했다.“그 아이는 학문에 뜻이 없는 듯하니, 차라리 퇴학을 권하는 게 어떻소? 스스로 떠난다면 보기 흉하지 않을 것이오. 어쨌든 곧 혼사를 준비해야 할 아가씨지 않소.”국태부인은 제자예의 집안을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녀를 생각하며 말한 것이다. 만약 아군여학에서 쫓겨난다면 그녀의 명성에 큰 타격이 갈 것이 분명했다.국태부인은 여자아이들을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 깊었다. 혼사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으면 평생 후회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송석석이 말했다.“국태부인,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선 그녀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부터 알아보고 이야기 해보겠습니다.”국태부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크게 잘못한 일은 아니오. 그 아이와 벗들이 수업마다 소란을 피우며, 특히 여옥 선생 앞에서 더욱 심했소. 이에 따라 다른 학생들의 불만도 커졌고, 여옥 선생도 꽤 곤란해하고 있소. 선생도 나이가 젊으니, 이런 문제를 처리하는 데 익숙하지 않나 보오.”송석석이 잠시 생각했다. 여옥 선생은 문제를 처리할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녀 역시 단순한 학생들의 문제가 아니기에, 여학 자체를 흔들려는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이런 것은 그녀가 섣불리 나설 수 없는 문제였다.송석석는 먼저 여옥을 찾으려 했지만, 마침 제자예가 그녀의 두 친구와 향회옥과 주창우와 안에 있는 모습을 보았다.놀랍게도, 그들은 사과하러 왔다.제자예가 앞장서서 고개를 숙이고 진심으로 뉘우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철이 없어서 여옥 선생께 폐를 끼쳤습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선생이 처벌을 내려도 달게 받겠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 벌을 내려주십시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76화

    황후는 급격히 화가 치밀어 올라 잔을 내던지며 말했다.“정말 눈엣가시구나! 항상 나의 계획을 방해하기만 한다.”그러자 궁녀 란주가 옆에서 말했다.“마마. 북명왕비는 태후의 명으로 여학을 설립하고 아군여학을 도맡은 이후로, 경중의 부인들 사이에서 칭찬받고 있습니다. 지금쯤 경성의 반이 되는 명문가 부인들이 그녀를 존경하고 있으니, 정말 쉽지 않은 상대입니다.”제황후는 순간 지난 동짓날이 떠올랐다. 그날 명부들은 하나같이 송석석을 극찬하였다. 심지어는 북명왕 부부의 금실을 감탄하거나, 그녀의 능력과 역량을 치켜세우며 여인의 모범이라 말했다.‘송석석이 여인의 모범이라면, 나는 황후로서 뭐란 말인가?’이런저런 생각에 그녀의 마음속에는 질투와 분노가 더욱 치밀어 올랐다.“태후께서 한때 이방을 여인의 모범이라 하셨는데, 이제 그 명성을 송석석이 차지하고 있으니, 불쾌하지도 않은 것이냐?”궁녀가 말했다.“마마, 그녀는 지금 돋보이게 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어 한창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금 시기에 그녀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만사가 극에 달하면 화를 입을 테니, 언젠가 그 관심이 화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태후께서 그녀를 지키고 있으니, 그녀와 대립하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황후가 차갑게 말했다.“태후께서 그녀를 지키는 이유는, 그저 송석석 어머니와의 사소한 옛정 때문 아니겠느냐? 여학은 태후가 하자고 하신 일이지만, 폐하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으셨다. 그저 효도를 위해 마지못해 허락한 것뿐이지. 여학을 도맡아서 대단한 줄 아는 모양인데, 송석석이 글이나 알고 있느냐? 정말 우습지 않은가? 태후는 여학을 중시하신다. 여학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해도 태후께서 그녀를 계속 지킬지 두고 보자.”란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제자예 아가씨를 여학에 들여보내 선생들을 곤란하게 했던 일이 태후의 귀에 들어가지 않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더 심한 일이 벌어진다면 정말 태후를 노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때는 폐하께서도 마마를 도와주시지 않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75화

    황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태후마마께서 그 아이의 이름까지 기억하시다니, 참 그 아이의 복입니다. 예. 자예 동생은 올해 갓 성인이 되었고, 열다섯 살이 넘었습니다. 그래서 숙모가 자예의 혼사를 의논하려고 저를 찾아오신 겁니다.”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나도 들었다. 숙모는 광릉후의 셋째 아들을 마음에 들어 하신다지? 나도 특별히 알아보았더니 재능도 있고 인품도 좋아서, 훌륭한 배필이라 할 만하더구나. 게다가 나이도 비슷해서 아주 딱 맞다.”그러자 황후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태후의 날카로운 눈빛에 자신의 속셈이 전부 간파된 듯한 기분이 들어, 어떻게든 수습하기 위해 더듬거리며 말했다.“혼사는… 신중해야 합니다. 우린 그렇다고 쳐도, 제자예의 마음에 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말이 맞는다. 그래서 내가 직접 혼사를 정하진 않으마. 스스로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찾게 하고 정말 마음에 든다면, 나에게 와서 혼사를 정해달라고 요청하게 하거라. 황후의 체면을 봐서라도, 내가 기꺼이 혼사를 내려줄 테니.”황후의 얼굴빛은 더욱 어두워졌다. 이는 분명 태후가 그녀가 혼사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못을 박는 말이었다. 대체 누가 고자질을 한 것일까? 어제 금방 사람을 방씨 집안에 보냈고, 오늘 아침 오수인을 궁으로 불렀건만, 말 한마디 나누기도 전에 태후가 그녀를 불러서 경고했다. “딱히 다른 일은 없다. 그저 이번 일로 네 의견을 듣고자 해서 부른 것이니 돌아가 숙모께 전하거라. 네 동생이 스스로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이다. 혼사는 부모의 뜻만 따를 수는 없는 법이다.”태후는 황후를 돌려보냈다.황후는 자리에서 일어나 절을 하며 말했다.“예. 친정의 일로 태후마마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드리며,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란주는 황후에게 여우 털 외투를 걸쳐주었고 이내 두 사람은 함께 본청을 나섰다.황후가 떠나자마자, 송석석과 시만자가 병풍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74화

    연 공공은 어음과 차를 받고도 입을 꾹 닫고 있었다.“마마를 뵈면 다 알게 될 것이네. 고명 부인께서 어찌 예를 어기시겠는가?“집사가 웃으며 답했다.“예. 공공의 말이 일리가 있습니다.“비록 그는 웃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속으로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정말 큰일이 아니라면 어찌 조금도 얘기를 알리지 않을까?송석석은 제자예가 소란을 일으켜서 오늘 여학에 가봐야 했다. 국태부인이 전날 밤 하인을 보내어 그녀에게 정리해 달라고 전했다.그녀가 막 문을 나서자마자 방씨 가문의 가마가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가마꾼들이 몹시 서두르는 걸 보니 급한 일이 있는 듯했다. 그녀는 걸음을 재촉하며 물었다.“방씨 가문에서 왔소?”가마 안에서 방 부인이 가림막을 걷으며 다급히 말했다.“왕비, 황후께서 숙모님을 궁으로 부르셨는데, 아마도 방시원과 제씨 가문 아가씨 제자예와의 혼사 때문인 듯합니다. 숙모께서 황후가 직접 명을 내리실까 봐 염려하셔서 도와달라고 하십니다.”송석석은 그 말을 듣고 다소 놀랐다.“제자예라면 아군여학의 그 제자예를 말씀하시는 겁니까?”“예. 어제 혼담을 보내왔지만, 숙모가 거절하셨습니다.”방 부인이 다급히 대답하자 송석석은 곧바로 상황을 이해하고 시만자를 불렀다.“태후께 문안을 드리러 궁에 가야겠다.”그렇게 두 사람은 말을 타고 궁으로 달려갔다.그 시각, 오숭인은 이미 마차에 올라 연 공공과 함께 궁으로 향하고 있었다.송석석와 시만자는 한발 먼저 도착해 태후를 찾아가 문안을 드렸다.태후는 평소 후궁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매달 첫날과 보름에만 문안받았다. 그저 이른 아침, 숙청제가 문안을 드리고 갔을 뿐이다.송석석의 말을 들은 태후는 냉소하며 말했다.“함부로 혼담을 꺼내다니. 그녀의 속셈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제씨 가문은 분명 방시원의 병권을 빌려 큰 황자를 지원하려는 속셈이다.“큰 황자가 서우를 깔보고 난 후, 태후는 그에게 몹시 불만이었다. 아직 어리고 곁에서 스승이 가르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릇없고 거만해 깔보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73화

    사여령은 새로 부임했을 때 아버지에 관한 질문을 받을까 봐 매우 두려웠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록 사여묵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물어보는 이조차 없어 점점 긴장이 풀렸다. 그 중 대리사 소경인 진이가 몇 마디 말을 건넸다. 그는 모든 일에 조언을 아끼지 않는 온화한 사람이었다. 사여령은 그에게 매우 감사하며, 모르는 것이 있으면 예의를 차리지 않고 바로 물었다.그는 태어나서 제대로 된 일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감옥 관리자 일을 잘 수행해내고 싶었다. 그는 배워야 할 것도 많았고 수하의 옥졸들을 잘 관리해야 했으므로 매일 바빴다.사여묵은 진이에게 당분간 사여령에게 너무 많은 것을 묻지 말고 그가 제대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도우라 했다. 사여령이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지원해 주고, 작은 성취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후 스스로 판단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었다.동지가 지나고 나서부터 중매쟁이들이 방씨 가문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오수인은 방시원에게 부인을 찾아주고 싶어 했다. 자식 문제야 그렇다 쳐도, 그의 곁에서 그를 잘 챙겨줄 사람 한 명정도는 필요했다.오수인은 아들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 돌아온 후, 후손에 대한 기대는 크게 없었다. 오수인은 그저 아들이 평온하게 살아가길 바랐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왕청여 사건 이후, 그녀는 며느리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품성을 꼽았다.이전에 혼담이 오갔던 집안은 비록 6품 관원의 딸이었지만, 덕목과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하지만 왕청여와 노세진 사건이 터지면서 이 일은 무산되고 말았다.그 후 중매 얘기가 많이 들어오자, 그녀는 먼저 그들의 품성을 알아보고자 했는데, 그러던 중에 뜻밖에도 제씨 가문에서 먼저 혼담을 꺼낸 것이다.제씨 가문의 막내딸인 제자예는 갓 성인이 된 지 반년이 채 안 된 16세도 지나지 않은 나이었다.오수인은 그 얘기를 듣자마자, 품성을 알든 모르든 나이가 너무 어리다고 느꼈다.오수인이 원래 선택했던 아가씨는 모두 18세 이상이었다. 18세가 되도록 혼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72화

    노주라는 말 한마디에 사여묵과 송석석은 연회를 마치자마자 급히 북명황실로 향했다. 그들은 의사당에서 지도를 펼쳤다. 노주는 강남에 위치해 있고 당시 이왕의 봉지였다. 이왕은 문엄 황제의 형제였는데 오늘날은 진국장군이 되었다. 진국 장군은 봉호만 있을 뿐 병권은 없었다. 지금의 진국장군은 사청엽이었고 황가의 청짜 돌림이었다. 이제껏 조정의 봉록을 받고 살았지만 지금은 복지가 반 이상 줄었다고 했다. 전에 심사할 때도 그를 의심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노주는 비록 부유한 집안이긴 하지만 연주와 옹현에서 멀어 군대를 노주로 이동시키는 것은 꽤 곤란한 일이었다. 게다가 사청엽이라는 사람이 나쁜 일이란 나쁜 일은 다 하고 다녀 대대로 장악해 온 가업까지 망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예전에 그 사람에 대혼 조사에 따르면 그의 집에는 처가 32명이 있었고 미인 통방도 오 육십 명은 되었다. 그가 데려올 수 있는 미녀라면 사든 아니면 빼앗든 반드시 가져야 했다. 그래서 그는 현지 관아와도 관계가 좋지 않아 관아에서도 늘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1년 동안 그가 말썽을 일으키고 민녀를 강탈한 사건만 해도 수백 건이 넘었다. 하필이면 노주가 그의 봉지라 쫓아낼 수도 없고 맞서자니 아무리 그래도 진국장군이니 감히 그러지도 못했다. 그를 탄핵하는 상주서는 많지 않았다. 노주 지부가 3년에 한 번씩 바뀌는데 모두 황실의 체면 때문에 감히 보고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황제가 황실이라고 방임하면 나중에 자신의 벼슬길에 영향을 미칠까 봐 모두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랬더니 그가 나쁜 짓을 하도록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이때 염 선생이 말했다. “그에게는 특징이 하나 있는데 바로 횡포하다는 것입니다.” 사여묵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한 사람이 가난이 극에 달하면 당연히 돈을 벌 방법을 생각해 내겠지. 하지만 요 몇 년 동안 그가 노주에서 빈둥빈둥 지내면서 친구는 거의 없고 손에 실권이 없으니 돈을 벌 수도 없겠지. 조사해서 그의 개인 마을이나 산이 있는지 알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71화

    “여령아, 무릎을 꿇거라.” 영태비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사여령에게 말했다. “불효자식아, 어서 왕비에게 용서를 빌거라! 그녀는 너의 사촌 여동생이기도 하고 사촌 형수이기도 하다. 그녀가 너를 용서해야 하늘에 계신 네 어머니의 영혼에게 할 말이 있지 않겠느냐?” 사여령이 무릎을 꿇으려 하자 송석석은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 “어디 한 번 감히 무릎을 꿇어보십시오.” 그녀의 차가운 말에 사여령은 굽으려던 무릎이 뻣뻣해졌다. 송석석은 영태비에게 말했다. “태비마마께서 다른 일이 없다면 저는 그만 물러나겠습니다.” 그녀는 말을 마치고 성큼성큼 밖으로 나가자 영태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왕비,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손자와 손녀를 보호해 주게.” 송석석은 제 자리에 서더니 고개를 돌려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태비마마께서 정말 보살님이십니다. 하지만 저희 사촌 이모께서는 태비의 연민을 받아본 적이 없지요. 그러니 그들도 누군가의 연민과 보호가 필요 없을 것입니다.” 태비는 울며 소리쳤다. “왕비님, 아무리 그래도 친척인데 어떻게 상관하지 않을 수 있단 말입니까?” “그들이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면 왜 보호가 필요하겠습니까? 황가의 자손이 거지라도 될 수 있단 말입니까? 태비마마께서 괜한 걱정을 하신 것 같습니다. 만약 태비마마께서 괜한 걱정을 한 것이 아니라면 이런 말을 내가 아니라 손자들에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송석석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성큼성큼 떠났다. 사여령은 쏜살같이 쫓아나가 그녀를 막았다. “사촌 동생아.” “당신이 내 사촌 이모의 친아들도 아닌데 사촌 동생은 무슨!” 송석석은 줄곧 사여령을 미워했다. 연왕에겐 아들이 세 명 있는데 가장 밉살스러운 것은 그가 아니었지만 첩이 낳은 아들이었다. 그래서 사촌 이모가 그를 키워줬는데 효의가 조금도 없다니. 살아있을 때 효도한 적도 없으면서 죽은 후에야 울고불고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사촌 동생. 나는 그저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입니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70화

    말을 하고 있을 때, 영태비가 사적으로 사람을 보내 송석석을 초대했다. 송석석은 태후마마의 허락을 받은 후에야 그곳으로 향했다. 영태비는 문엄 황제의 빈이라 아들을 따라 봉지에 가서 복을 누려야 했지만 지금은 궁궐의 외딴곳에 홀로 남아 생활을 했다. 송석석이 고 공공을 따라 영수궁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설 분위기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고, 심지어는 몇 개의 전각이 아닌 하늘과 땅을 사이에 두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겨울이 되자 영태비의 병세가 악화되어 연왕의 아들인 사여령이 진성에 남았는데 오늘 입궁해서 조모의 곁을 지켰다. 송석석이 온 것을 보자 사여령은 일어나 인사를 했다. “왕비님, 오셨습니까?” 송석석은 그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큰 도련님도 계셨군요.” “네, 조모께 문안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사 여령은 송석석 앞에서 감히 그녀의 눈을 쳐다볼 수 없어 고개를 숙였고, 송석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영태비께 인사를 올렸다. 영태비는 등에 비단 베개 두 개를 받치고 침대에 기대 있었는데 안색이 노란 데다 푸르스름했고, 희끗희끗한 머리는 풀어헤친 채 계속 누워있었던 탓에 헝클어져 있었다. 그녀는 연신 기침을 하더니 송석석에게 말했다. “왕비, 어서 앉게.” 영태비는 말하는 속도가 아주 느리고 힘이 없었다. 궁녀가 의자를 가져와 침대 옆에 놓자 고 공공이 말했다. “왕비님, 앉으십시오. 태비마마께서 몸이 허약해서 말소리가 크지 않으니 가까이 앉으셔야 들을 수 있습니다.” 송석석은 태비마마께 감사를 표하고 자리에 앉아서 말했다. “태비마마께서는 좀 괜찮으십니까?” “아마도 낫지 않을 것이다.” 영태비는 말을 하며 입술에 립밤을 좀 발랐는데 혈색을 더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창백해 보였다. 송석석은 영태비를 위로했다. “잘 치료한다면 금방이라도 괜찮아질 것입니다.” 전 중의 숯불은 아주 따뜻하게 타올라서 송석석은 조금 뜨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렇게 태우는데도 연기 한 점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아 좋은 숯임을 알 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69화

    혜태비는 궁에 들어오자마자 덕귀태비와 제귀테비를 찾아가 정원을 노닐었다. 혜태비는 홍보석 장신구가 오늘 피부색을 잘 받쳐주어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사여묵은 송석석과 함께 태후마마에게 문안을 드리러 태후전에 들어갔는데 많은 명부들 또한 때를 지어 태후에게로 왔다. 마침 방시원의 어머니인 오수인도 태후에게 인사를 드리러 궁으로 들어왔는데, 태후가 이렇게 많은 명부들 앞에서 방시원의 혼사를 물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 같았다. 오수인은 마음속으로 괴로움이 가득했지만, 감히 태후 앞에서 하소연하지는 못했다. “태후마마, 혼인을 조급해서는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자 태후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방시원이 고생이 많구나. 이유 없이 이런 일에 연루되고, 너희 집안은 더할 나위 없이 인자한데 하필이면 그 사람들 때문에 발칵 뒤집히다니.” 오수인은 그제야 태후께서 왜 갑자기 그 말을 물으셨는지 알았다. 알고 보니 방시원과 방 씨 가문을 위해서였다. 그녀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아무래도 복이 천박한 것 같습니다.” 그러자 태후가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거라. 그는 우리 상국의 훌륭한 장군이자 황은을 받들고 있는데 복이 천박하다니? 그의 운명은 분명 찾아올 것이다.” “예, 태후마마께서 좀 더 신경을 써주십시오.” 사건이 일어난 후 사람들은 다소 조롱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었는데, 지금 현장에 있던 명부들의 오수인을 보는 눈빛은 순식간에 달라져 있었다.하지만 태후께서 말씀을 하시니 상황이 달라졌다. 태후는 방시원을 상국의 훌륭한 장군이라고 평가했다. 여태껏 조정의 일에 참견하지 않았지만 이번만큼은 방시원을 위해서 나선 것이었다.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총명한 사람이기에, 태후의 이 뜻을 알아듣지 못할 리 없었다.그러니 앞으로 아무도 감히 방 씨 가문을 무시하지도, 함부로 입에 담지도 못할 것이다.태후마마께서는 방시원의 얘기를 길게 하지 않고 다른 가문의 일도 물어보았다. 그리고 제대부인이 보이지 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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