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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작가: 유리
비슷한 나이 또래인 주혜민 쪽 변호사와 이영진 변호사는 세련되어 보이는 양복 차림을 하고 있었다. 주혜민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주혜민이 나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지만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예상이 갔다.

만약 주혜민이 왔다고 해도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주혜민의 성격에 이곳에 온다면 차우미를 조롱하면서 그녀를 난감하게 할 게 뻔했다.

주혜민이 오지 않는 것도 지극히 정상이었다. 일이 이 지경까지 되었으니 주혜민에게도 좋은 점이 없었다. 변호사에게 모두 맡기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었다.

부민준 변호사가 걸어오자 이영진 변호사가 그에게 차우미를 소개했다.

“부 변호사님 이쪽은 제 의뢰인이고요, 차우미라고 해요.”

부민준 변호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차우미를 바라봤다.

“차우미 씨, 반가워요. 저는 주혜민 씨 변호사인 부민준이라고 합니다. 부 변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차우미는 주혜민의 변호사가 자신에게 깍듯하게 대할 줄 몰랐다. 부 변호사는 자신을 난처하게 만들 것 같지 않았다.

차우미도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부 변호사님 반갑습니다.”

차우미와 부 변호사가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이영진 변호사가 팔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바라봤다.

“안에 들어가서 얘기 나눌까요?”

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부민준 변호사도 동의했다.

그렇게 그들은 사건을 맡은 담당 형사한테로 갔고 자리에 앉기 바쁘게 부민준 변호사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된 내용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차우미 씨께서는 제 인뢰인의 사과를 받고 싶으신 게 맞나요?”

차우미는 처음부터 주혜민의 사과를 제외하고는 원하는 게 없었다.

그러나 주혜민은 사과하지 않고 배상만 하겠다고 했기에 문제가 생겼다. 서로의 의견이 다르다 보니 해결이 되지 않았다.

주혜민은 지금 이 자리에 오지 않았지만 주혜민의 변호사가 주혜민을 대표했다.

차우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한참을 생각하던 부민준 변호사가 입을 열었다.

“제 의뢰인께서 바쁜 일로 하여 이 자리에 오지 못하게 되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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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478화

    “두 날 전에 해결했어야 했는데 제게 일이 있었어요. 제가 갑자기 회성을 떠나야 하는 바람에 어제로 미뤘었는데 어제 제가 경찰서로 왔을 땐 아무도 없더라고요.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렸는데 오늘 아침까지 연락 한 통 없으셨잖아요.”“진심으로 이 일을 처리하고 싶다면 제게 전화라도 한 통 해서 상황을 설명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으셨잖아요. 주혜민 씨는 이 일을 처리할 맘이 없는 거죠?”차우미는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직설적으로 내뱉었다.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하고 평온했으며 분노나 불쾌감은 담겨있지 않았다.“주혜민의 태도는 제가 제일 잘 알아요. 그리고 그녀의 뜻도 잘 알고 있고요. 주혜민의 성격으로 봤을 때 절대로 사과할 일이 없어요. 사과문도 작성했을 리 없고요. 그래서 말인데요. 부 변호사님 이거 주혜민의 뜻 아니죠?”차우미는 확고한 눈빛으로 확신하며 말했다.부민준도 그런 그녀의 눈빛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제 의뢰인은 사과하고 싶어 하지 않으십니다. 어제 차우미 씨가 돌아온 뒤 제가 의뢰인에게 연락을 해봤지만 제 의뢰인은 이 일을 이렇게 빨리 처리하고 싶어 하지 않으십니다. 왜냐하면 차우미 씨께서 일부러 일 처리를 미룬 거라 생각하시거든요. 이 부분은 제 의뢰인이 확실히 오해를 한 것 같습니다. 차우미 씨에게 사실대로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 말씀드립니다. 차우미 씨께서 너무 기분 나빠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주혜민 씨가 저를 오해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이해도 합니다. 그러면 오늘 사과문은?”부민준이 대답했다.“제 의뢰인이 아닌 주영 그룹에서 보낸 사과문입니다. 저는 주영 그룹에서 여러 가지 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변호사 중 한 명입니다. 제 의뢰인이 차우미 씨 사건에 대해 말했을 때 저는 바로 달려와서 처리하고 싶었지만 제 의뢰인과 차우미 씨가 오해가 있어서 처리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 상사한테 어제 상세하게 보고를 했더니 상사가 주영 그룹 임원에게 보고했

  • 봄날   제479화

    차우미는 대기업에서 출근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대기업 형세를 잘 모르고 있었다. 주영 그룹 상황도 잘 알지 못했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다가 머리를 끄덕였다.“네, 사과받을게요. 하지만 2천만 원은 받지 않겠습니다.”주영 그룹이 주혜민을 대표하여 성의껏 사과를 표하고 있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다만 그녀는 진심 이외의 것은 원하지 않았다.잘못을 깨닫고 사과를 했으니 차우미는 그들을 난처하게 하지 않고 사과를 받아줬다.“이 이천만 원은 그날 밤 주혜민 씨가 차우미 씨에게 입힌 정신적 손해 보상금입니다. 우리 주영 그룹에서 차우미 씨에게 주는 보상금이니까 거절하지 말고 받아주세요.”부민준이 예상했던 것처럼 차우미는 거절했다. 부민준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차우미는 사리에 밝고 도리를 따지는 사람이었다.차우미가 거절을 한다고 해도 2천만 원은 차우미에게 줘야 했다.차우미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주혜민은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지만 주혜민을 대신해서 보낸 주영 그룹 사과는 받을게요. 하지만 2천만 원은 받지 않겠습니다. 그럼 이 일은 이렇게 마무리 짓죠.”말을 마친 차우미는 이영진을 바라봤다.사과문을 다 보고 난 이영진도 아무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상대방이 진심으로 이 일을 처리하려는 것 같았다. 이영진은 차우미를 바라본 뒤 부민준을 보며 입을 열었다.“부 변호사님, 성의는 감사합니다만 2천만 원은 받지 않겠습니다. 제 의뢰인께서 사과를 받아 들인 하고 하니 이 일은 이쯤에서 아름답게 마무리 짓죠.”이영진을 바라보고 있던 부민준의 시선이 차우미에게로 향했다.“차우미 씨, 상사분께서 정신적 피해 보상금을 무조건 드리라고 하셔서 제가 제 상사랑 잠시 통화를 해도 괜찮을까요?”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부민준은 핸드폰을 들고 걸어 나갔다. 부민준이 걸어 나가는 것을 본 이영진이 차우미에게 말했다.“사과문은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위에 주영 그룹 주 회장님의 도장도 찍혀있고요. 주영 그룹

  • 봄날   제480화

    경찰서를 빠져나온 차우미는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갔다.차우미가 떠나자 어쩔 방법이 없어진 부민준은 다시 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전달한 뒤 이영진 변호사와 함께 뒤 일을 마무리 지었다.반 시간도 안되는 사이에 둘은 차우미의 말대로 일 처리를 끝마쳤다. 양쪽 모두 만족해했다.이영진 변호사와 부민준 변호사는 악수한 뒤 헤어졌다.부민준이 차에 올라탄 지 얼마 되지 않아 핸드폰이 울렸다.꺼내 보니 주혜민이었다.주혜민이라고 폰에 저장되어 있는 이름을 본 부민준은 몇 초 지나서 전화를 받았다.“네, 주혜민 씨.”“너 지금 어디야?”“저 지금 경찰서에서 나와 금방 차에 올라탔습니다.”“지금 당장 차에서 내려!”명령조로 말하는 주혜민의 말투에 부민준이 일 초 정도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네.”부민준이 차에서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승용차 한 대가 부민준 앞에 멈춰 섰고 킬힐을 신은 주혜민이 차에서 내려 그를 향해 걸어갔다.폭풍우가 몰아치기 전 징조였다.부민준은 씩씩거리며 걸어보는 주혜민을 향해 걸어갔다. 주혜민 앞에 다다르자 주혜민이 손을 휘둘렀다.“짝!” 하는 소리와 함께 주혜민의 손이 부민준의 얼굴에 떨어졌고 부민준의 고개가 돌아갔다. 귀에서는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주혜민은 아주 세게 그의 뺨을 때렸다.“누가 너보고 이렇게 하라고 했어? 내가 미루라고 말했지? 왜 내 말대로 하지 않았냐고! 너 귀먹었어? 네 월급 누가 주는데? 너 이 사건 당장 다시 처리해! 차우미가 신고할 수 있으면 날 신고하라고 해. 누가 이기나 두고 보자고!”말도 안 되는 헛소리가 부민준의 귓가에 들려왔다. 부민준은 고개를 돌려 주혜민을 바라봤다. 예쁘장한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져있었다.부민준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주혜민 씨, 저는 주 회장님 지시를 따랐을 뿐입니다. 제 일 처리가 맘에 들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주 회장님께 전화를 드리시기 바랍니다. 주 회장님께서 다시 처리하라고 하시면 다시 처리하겠습니다.”“너!”주혜민의 눈이 분노로 새빨개졌

  • 봄날   제481화

    “주혜민,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네가 고대의 군주야? 아님 왕실 귀족이야? 그렇다고 해도 함부로 사람을 때릴 권리는 없어.”진현의 날카로운 말을 들은 주혜민의 얼굴에 웃음이 사라졌다.그녀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무섭게 변했다.그녀는 분노로 몸을 부들부들 떨며 입술도 파르르 떨었다.주혜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들어 진현의 따귀를 때렸다.“짝!”진현은 움직이지 않았고 주혜민은 다시 손을 들어 그를 때렸다.“짝!”진현은 여전히 가만히 있었다.분노가 풀리지 않은 주혜민은 미친 듯이 진현의 뺨을 때리며 소리쳤다.“진현, 네가 뭔데? 너 따위가 뭔데 감히 나를 가르치려 들어? 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넌 신경 쓰지 마. 네가 신경 쓸 일도 아니잖아! 미워, 너 미워!”“...”주혜민이 자신을 사정없이 때리는 것을 진현은 막지 않았다. 바보...그는 바보였다.바보 같은 그는 오만하기 그지없는 주혜민과 한평생을 함께하고 싶었다....이영진은 차에 오른 뒤 차우미에게 전화를 걸어 잘 처리됐다고 말해줬다. 그는 통화를 끝낸 뒤 자동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때 그는 백미러를 통해 의외의 장면을 보게 됐다.부민준 변호사가 뺨을 맞고 있었다.이 장면을 본 이영진은 깜짝 놀랐다.부민준을 때린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한 그는 그제야 의아함이 조금씩 사라졌다.부민준을 때린 사람은 다름 아닌 주혜민이었다.만약 이번에 주영 그룹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면 이렇게 쉽게 일 처리를 하지 못했을 거다.백미러로 화를 내고 있는 주혜민을 보며 이영진은 고개를 저으며 시선을 거두고 차를 몰고 떠났다.주혜민이 일 처리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고 해도 바꿀 수는 없었다. 그녀의 아버지도 바꾸는 걸 허락하지 않을 테니까. 이 일은 이렇게 일단락이 되었다.주혜민이 계속 고집을 피운대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이영진의 차는 경찰서를 벗어나 빠르게 시야에서 사라졌다.호텔로 돌아가는 길.차우미가 탄 택시는 도로에서 안전운행 중이었다. 창밖의 풍경들이 빠

  • 봄날   제482화

    차우미는 회성의 특산물을 사서 선배네 가족들에게 보내주려 했지만 오늘은 시간이 안 될 것 같았다. 오늘 오전에 업무를 보지 않아 오후에 업무를 봐야 했다. 그녀는 저녁에 노트에 잘 정리해 놓은 뒤 내일 일이 끝나는 대로 내일 저녁 늦게 사러 가려 했다.저녁에는 시간이 많으니까 말이다.김온과 김온이 했던 말이 떠오른 차우미는 핸드폰을 들어 일이 잘 처리되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문자를 보냈다.문자를 보내고 난 뒤 차우미는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앞에 있는 건물들을 바라봤다. 십여 분 정도 지나서 도착할 것 같았다.영소시.김온은 외할머니댁으로 돌아가서 짐들을 챙겼다. 진문숙은 영소 특산물을 사서 바로 안성으로 보냈다.김온도 자기 엄마의 성격을 알고 있었기에 막지 않고 진문숙과 함께 짐들을 챙겼다.짐 정리를 마친 뒤 진문숙은 김온을 방에 들여보냈다. 밥이 다 되면 부르겠다며 한숨 자두라며 말이다.김온은 졸리지 않았다. 그는 차우미가 생각났다. 그는 차우미에게 전화를 걸어 일은 잘 처리되었는지 물어보려 했다.진문숙은 김온을 방에 들여 보낸 뒤 재빨리 문을 닫았다.김온은 멀어져가는 진문숙의 발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핸드폰을 들고 시간을 확인한 뒤 연락처 목록을 열고 차우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때 “띠링.” 하는 핸드폰 소리와 함께 문자 한 통이 날라왔다.그는 멈칫하며 문자를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차우미가 보내온 문자였다.[선배, 일은 잘 해결됐어. 그러니 걱정하지 마.]짧은 문자에 그녀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차우미는 김온이 자신을 걱정하고 있음을 잊지 않고 있었다. 김온의 눈에도 미소가 번졌다. 그는 바로 차우미에게 전화를 걸었다.차우미가 업무를 보고 있을 때 갑자기 핸드폰의 진동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주춤하며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김온이였다.차우미의 눈썹이 휘어졌다.“선배.”“일은 잘 처리됐어? 주혜민이 난처하게 굴지는 않았어?”“응. 잘 처리됐어.”차우미가 멈칫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이 변호

  • 봄날   제483화

    두 사람 모두 웃음을 지었다.“참, 난 오늘 안평으로 돌아가. 넌 언제쯤 오는데? 언제쯤 오는지 미리 말해주면 네가 밥 사주는 시간에 맞춰 시간 빼놓을게.”그녀를 데리러 가겠다는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도 거절했을 거기에 그는 이렇게 돌려 말했다.차우미가 입을 열었다.“아직은 확실하지 않아. 아마 요 며칠 사이에 돌아갈 거야. 안평에 도착하면 그때 말할게.”“알았어.”눈앞에 호텔을 보고 차우미가 말했다.“선배, 나 호텔에 거의 다 왔어. 시간 있으면 또 통화하자.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문자 보내도 되고. 내가 바쁘면 바로 대답을 못 하겠지만 문자 보는 대로 꼭 대답할게.”김온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그래, 알았어. 연락할게.”그의 말을 들은 차우미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응, 알았어.”통화를 마친 차우미는 평온한 마음으로 핸드폰을 가방에 넣었다.차우미는 안평으로 돌아가는 날 김온에게 연락하면 김온이 마중 나올 게 뻔했기에 말하지 않고 안평에 돌아간 뒤 김온에게 전화해 약속을 잡을 생각이었다.그녀는 김온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김온은 섬세하고 부드러우며 자상하고 좋은 사람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택시는 호텔 앞에 도착했다. 차우미는 돈을 지급하고 택시에서 내린 뒤 바로 호텔로 들어갔다.차우미와 통화를 마친 김온은 핸드폰을 치웠다. 그의 눈에는 웃음이 가득했다.그는 차우미와의 거리가 좁혀진걸 느낄 수 있었다.이건 좋은 일이었다.김온은 마음속으로 차우미가 빨리 자신을 받아주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그래도 차우미가 원하는 대로 그녀에게 천천히 맞춰주며 다가갔다.그는 그녀를 존중해주며 그녀가 원하는 것을 모두 해줄 생각이었다.핸드폰을 들고 어두워져 가는 화면을 바라보는 김온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그가 원하는 건 많지 않았다. 소소한 거라도 좋았다.문득 차우미의 말이 생각 난 김온은 웃음을 멈추고 핸드폰을 들고 이영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떻게 처리됐는지 다시 확인해 보고 싶었다.이 일이 보기보다 간

  • 봄날   제484화

    누가 정리라도 해 놓은 것처럼 드레스룸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차우미는 어젯밤 캐리어를 보았던 곳을 바라보았다.그 자리에 있었던 나상준의 캐리어가 보이지 않았다.나상준이 가져간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잘못 봤는지 그녀는 알 수 없었지만 캐리어가 없는 것을 보고는 한시름 놨다.삐었던 발도 나아졌고 감기도 나아졌기에 나상준이 더는 이곳에 머무른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차우미는 한 시름 놓으며 드레스룸을 빠져나갔다.드레스룸을 빠져나간 그녀는 건드린 흔적이 없는 상위의 컵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나상준이 약을 먹지 않은 것을 본 차우미는 한참 생각하다 방을 나섰다.그가 바빠서 약을 먹지 않았을 수도 있었고 아픈 걸 몰라서 먹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차우미는 그가 왜 약을 먹지 않았는지 알 수 없었다.차우미는 조금 뒤 회의를 할 때 나상준이 회의에 참여한다면 나상준을 한번 자세히 봐야겠다고 생각했다.만약 회의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저녁을 함께 먹게 될 수도 있었기에 그때 봐봐야겠다고 생각했다.그렇지만 만약 오늘 볼 수 없다면 더 이상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그도 세 살짜리 아이가 아니었기에 자신의 몸은 스스로 보살필 수 있었다.지금 차우미와 나상준의 관계로 봤을 때 차우미가 너무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도 보기 좋지 않았다.차우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 회의실로 향했다.회의실에서 모두가 회의하고 있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진정국이 입을 열었다.“차우미가 왔나 보구나.”어젯밤 차우미는 나상준에 의해 병원에 입원했다. 나상준은 아침 일찍 하성우에게 전화를 걸어 차우미의 휴가를 신청한 후 하성우 집 도우미들에게 말해 담백한 아침을 준비하여 병원에 보내라고 했다.그래서 다들 차우미가 몸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점심에 모두 함께 밥을 먹고 있는 자리에서 하 교수가 차우미에게서 전화는 없었는지 몸은 어떤지 진정국에게 물었다.마침 하 교수가 묻기 전에 차우미가 진정국에 전화를 했었다. 그래서 진정국은 하 교수에게 차우미

  • 봄날   제485화

    회의는 계속됐다.차우미는 다이어리를 펼치고 볼펜을 든 채 사람들의 말을 열심히 적어 내려갔다.차우미는 맞은 편을 바라봤다. 빈자리는 없었지만 하성우와 나상준은 보이지 않았다.바쁜 일을 처리하러 간 듯했다.차우미는 놀랍지도 않았고 의아하지도 않았다.그녀는 매일 매일 그들과 함께 있을 수는 없었다.시간은 소리 없이 흘러 어느덧 오후 5시가 되었다.비가서 시간을 일깨워주자 하 교수가 말했다.“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내일 다시 이어서 토론하자고.”요 두 날째 모두 한편으로 토론을 하며 한편으론 자료를 찾았다. 하 교수는 자신이 찾은 자료를 사람들에게 보내 준 뒤 찾은 자료에 상응하는 이야기와 전설 및 기록을 찾으라고 했다. 진도가 느렸기에 짧은 시간 내에 확정할 수 없었다.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물건을 정리한 뒤 하 교수의 뒤를 따라 회의실을 빠져나갔다.차우미가 여전히 걱정되었던 하 교수는 회의가 끝난 후 차우미에게 물었다.“우미야, 어디 불편한 곳은 없어? 있으면 나한테 말해. 혼자 끙끙대지 말고.”하 교수가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차우미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저 괜찮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차우미는 거짓말을 할 줄 아는 사람도 아니었고 하 교수를 속이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녀는 확실히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하 교수는 혈색이 어제와 똑같은 차우미의 볼그레한 볼을 보고는 안심하며 상냥한 웃음을 지었다.“그래, 그럼 시름 놓으마.”“그런데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야 한다. 어디 불편한 곳 있으면 눈치 보지 말고 얘기해.”“네가 회성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병원에도 여러 번 갔잖아. 내가 너의 가족에게 설명하기가 어려워.”하 교수는 차우미를 오라고 한 것을 자책했다.차우미가 회성에 온 뒤로 계속 병원 신세를 지고 있었기에 마음이 불편했다.차우미는 하 교수의 자책하는 말을 듣고 재빨리 입을 열었다.“교수님과는 상관없는 일이예요. 제가 건강하지 못해서 그래요. 그러니 자책하지 마세요.”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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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956화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 봄날   제955화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 봄날   제954화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 봄날   제953화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 봄날   제952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 봄날   제951화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 봄날   제950화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 봄날   제949화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 봄날   제948화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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