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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누나의 함정에 빠졌다
미친 누나의 함정에 빠졌다
Author: 다라락

제1화

Author: 다라락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2-09 18:40:31
마지막 시험이 끝난 다음, 나는 교실에서 걸어 나가며 누나의 전화를 받았다.

“시험 끝났어? 여름 방학에 다른 계획 있어? 없으면 나한테 와.”

나는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거절했다.

“됐어. 선배가 상현시에 작은 회사 하나 만들었어. 방학에는 거기서 인턴 할 거야.”

“이제 2학년이잖아. 급하게 생각하지 마. 그리고 작은 회사에 가서 뭐 해. 네 매형한테 말해서 대기업 찾아줄 거니까 그냥 이리로 와. 네 방까지 다 정리해 놨어.”

누나는 늘 그랬듯 나를 깎아내리는 것이 아닌 대신 계획까지 해줬다. 하지만 누나와 함께 살 것을 생각하면 나는 소름이 돋았다. 그래서 집에 돌아간 다음 다시 거절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에 도착해서 짐을 정리하기도 전에 어머니가 내 방에 들어와서 말했다.

“여름 방학에는 누나한테 가 있어.”

‘왜 다들 나를 보내려고 하지?’

께름칙한 기분에 나는 대기업에서 인턴 하기도 싫어져서 곧바로 거절했다.

“싫어. 나 상현에서 일할 곳도 찾았어.”

어머니는 얼굴까지 붉히며 내 팔을 잡았다.

“너 혼자 그렇게 먼 곳까지 어떻게 가? 내가 걱정돼서 못 보내겠어.”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어머니의 눈빛에는 불신으로 가득했다. 나 혼자 상현에 가면 잡아먹히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다.

내가 불만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어머니는 감정 패를 꺼냈다. 그녀는 내 침대 가에 앉아서 내 손을 토닥이며 말했다.

“네 누나가 임신하고 몸이 많이 안 좋대. 그래서 가족이 그리운 가 봐.”

‘임신한 거구나. 어쩐지 사람이 좋아졌다고 했어. 이젠 나를 걱정할 줄도 알고.’

“네 대학 학비랑 생활비는 네 누나랑 매형이 내준 거야. 너 모르는 척할 건 아니지?”

이런 말까지 나온 이상 나는 아무리 싫다고 해도 누나에게 가야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요괴의 집에 실수로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요괴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냥 무언가 이상했다.

나를 그렇게 찾던 누나는 또 나에게 아주 냉정했다. 심지어 눈길 한 번 주기 싫어했다. 평소 일 때문에 코빼기 한 번 비추지 않던 매형이 오히려 살갑게 굴었다.

그는 내가 온 날 밥을 사준 건 물론 옷과 신발 같은 것도 사줬다. 이상한 건 이뿐이 아니다.

어느 날, 나는 친구와 전시회를 보기로 해서 일찍 일어났다.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있을 때 뒤에서는 문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내가 무언가 말하기도 전에 매형이 당당히 들어왔다.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나갈 거야?”

매형의 말은 먹구름처럼 나에게 밀려왔다. 그는 왼손으로 세면대를 잡고 가슴팍을 내 왼쪽 팔에 댔다. 심지어 그의 무릎은 마침 내 무릎에 닿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절한 사회적 거리가 무너지는 순간, 나는 약간 불편함을 느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대답했지만 얼굴에 문지르던 클렌저를 더 빠르게 헹구기 시작했다.

매형은 내가 당황한 것을 눈치챘는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천천히 해도 돼. 난 그냥 면도기 가지러 온 거야.”

하지만 그의 왼손은 여전히 세면대를 누르고 있었고 상반신은 내 쪽으로 다가와 있었다. 오른팔은 위쪽 선반의 면도기를 잡으려는 듯 내 주변을 감싸는 자세가 되었다.

그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엉덩이에 딱딱한 것이 닿았다. 그게 무엇인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몸을 숙인 채 피가 머리로 쏟아져 올라오는 듯한 느낌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리고 순간 창피함과 당혹감에 휩싸였다.

그 이물감이 너무나 강렬했다. 나는 급히 얼굴을 헹구고 도망치듯 문가로 뛰어갔다.

‘이게 뭐지? 아침부터 무슨 짓이야? 이렇게 부주의할 수가 있나? 아니면 일부러 그런 걸까?’

나는 얼굴이 시뻘게진 채 문가에 서 있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매형은 평소와 다름없이 태연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전기면도기를 켜서 사용하고 있었다. 그 소음이 내 머릿속의 소음과 겹쳤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정말 단순한 우연이었을까?’

이 일이 있은 후, 나는 매형과의 일상적인 접촉을 피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어느 날 밤, 나는 언제나처럼 매형과 직접 마주치는 것을 피하려고 일찍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그러나 한밤중에 누나의 외침이 들려서 깨어났다.

나는 큰일이 난 줄 알고 급히 뛰어나갔지만 누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네 매형이 술을 많이 마셨어. 차 타고 가서 데려와 줘.”

나는 시계를 흘깃 보며 말했다.

“아직 열 시 조금 넘었어. 택시 타고 오라고 하면 되잖아.”

그러자 누나는 갑자기 얼굴을 굳히며 나를 쏘아보았다.

“사람 한 명 데려오는 데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내가 임신하기 전에는 항상 데리러 갔어. 지금 네 매형이 술에 취해서 데리러 가달라는 게 그렇게 큰 부탁이야? 우리 집에서 먹고 자면서 이 정도도 못 해?”

그녀는 말을 끝내자마자 가방에서 돈을 꺼내며 내 손에 쥐여줬다.

“공짜로 부탁하는 것도 아니니까 얼른 갔다 와.”

나는 어쩔 수 없이 돈을 받아 들고 택시를 잡아 그를 데리러 갔다.

멀리서 보니 매형을 포함한 정장 차림의 남자들이 백화점 출구 근처에 모여 있었다. 그들 모두 술에 잔뜩 취해 있었는데, 특히 매형이 가장 심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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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달려갔을 때 매형은 아주 자연스럽게 내 어깨를 감쌌다. 그는 한 손을 내 오른쪽 어깨에 두르고 다른 손은 내 손목에 댔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내 어깨와 팔을 문질렀다.매형은 덩치가 크고 무거웠다. 그는 몸을 완전히 내게 기댔다. 나는 있는 힘껏 버티고 서 있어야만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머리를 들자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매형의 동료들이 보였다. 그들의 웃음은 더욱 기분이 나빴다.하지만 매형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내 어깨와 손을 매만졌다. 낯선 이들의 복잡한 눈빛 앞에서 나는 매형의 손이 독사라도 된 것처럼 느껴졌다. 축축한 촉감이 피부를 타고 오르는 것 같아지자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다행히 이때 택시가 도착했다. 나는 서둘러 매형을 뒷좌석에 태우고 조수석에 앉으려고 했다.그런데 아까부터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던 그의 동료가 어느새 조수석에 타 있었다. 그는 이미 안전벨트를 착용한 상태였고 몸을 살짝 돌리며 말했다.“시혁 씨, 가는 길에 나 좀 태워 줘요. 난 저 앞 사거리에서 내리면 돼요.”차 안은 조용했다. 기사는 앞만 보고 운전했고 앞좌석에서 시끄럽던 동료는 어느새 눈을 감고 있었다.하지만 뒷좌석에 앉아 있는 나는 마음이 평온하지 않았다. 매형의 동료들이 내게 보냈던 눈빛과, 아침에 매형과 있었던 불쾌한 접촉이 머릿속에 떠올랐다.나는 온몸이 긴장했다. 털이 곤두서는 듯한 느낌이었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매형은 그런 내 불편함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그는 취한 상태로 몸을 조금씩 내 쪽으로 움직였고 알코올 냄새는 점점 강해졌다. 그 냄새 때문에 토가 나올 것 같았다.어두운 차 안에서 매형의 손이 천천히 내 허벅지 안쪽으로 올라왔다. 그 손은 반복적으로 나를 만졌다. 분명한 신호였다.허벅지 근육이 본능적으로 굳었다. 나는 오른손을 주먹 쥔 채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그에게 주먹이라도 날리고 싶었지만 앞좌석에 있는 그의 동료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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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와 매형의 비밀을 잠깐 엿보기는 했지만 모든 걸 발견하기는 역부족이었다. 토요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금의 나는 알 길이 없었다. 나는 누나의 집에 계속 살면서 바보인 척 연기해야 했다.수요일 아침, 누나는 나를 불러서 쇼핑하러 가자고 했다. 그녀는 오늘 유독 열정적으로 내 옷을 사주겠다고 했다. 그녀가 한 짓 때문에 역겹기는 했지만 지금은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밖에 없었다.쇼핑을 끝낸 다음 우리는 백화점 4층에 가서 밥을 먹기로 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익숙한 사람을 발견했다.형부였다.평일에 출근도 안 하고 쇼핑몰을 돌아다니는 매형을 우연히 보았다. 더군다나 그는 나와 비슷한 나이의 젊고 예쁜 여자와 함께 있었다.그녀는 한껏 거만한 태도를 보였고, 매형은 그녀의 비위를 맞추려는 듯 굽실거리며 행동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주인을 기쁘게 하려는 개 같았다.나는 일부러 계단 위로 한 계단 올라가 매형의 시야에 들어갔다. 그리고 뒤돌아서며 말했다.“누나, 오늘 뭐 먹어?”그 각도에서 누나는 고개를 들기만 하면 매형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누나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태연한 척 대답했다.“위층에 있는 찜닭은 어때?”나는 그 순간 누나 얼굴에 스친 미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역시나 예상대로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서 영상을 확인해 보니 두 사람이 크게 싸우고 있었다.평소 매형이 집에 돌아오면 누나는 발 씻는 물까지 떠다 줄 정도로 극진히 대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매형이 방에 들어가자마자 누나는 그를 다그치기 시작했다.“오늘 그 여자 누구야?”매형은 침대에 기대어 편하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얼굴을 굳혔다.“너 날 몰래 쫓아다닌 거야?”누나는 당황한 듯 급히 변명했다.“아니야. 내가 왜 당신을 쫓아다니겠어? 오늘 지성이 옷 사주러 갔다가 우연히 본 거야. 당신이 전에 지성이한테 짧은 옷 좀 사주라고 했잖아.”다시 한번, 누나의 말에서 모든 일이 매형의 지시로 이루어졌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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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튿날 아침 누나는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리가 끝난 다음 그녀가 말했다.“어제 친구랑 쇼핑하다가 친구 집에 초대받았어. 나 요즘 집에 없을 거니까 너 혼자 잘 지내. 밖으로만 나돌면서 부모님 걱정시키지 말고.”그녀는 좋은 누나라도 되는 듯이 잔소리했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그녀는 매형을 위해 자리를 피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말이다.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나는 속으로 이미 모든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 누나가 집을 나서자마자 나는 친구 강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날 밤, 나는 침대에 누운 채 조금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몸은 가만히 있었지만 귀는 매형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곤두서 있었다.예상대로 새벽 1시쯤, 매형이 화장실로 향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재빨리 일어나 이불을 사람 형태로 말아 놓고 베개 위에 미리 준비해 둔 가발을 올려 마치 내가 자고 있는 것처럼 꾸몄다. 그리고 문 뒤에 숨어 매형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화장실 물이 내려가는 소리가 멈추자, 매형의 발소리가 내 방 쪽으로 다가왔다. 이어 문이 천천히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반쯤 열리고 매형은 소리 없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동시에 두려움과 흥분이 뒤섞인 감정이 나를 사로잡았다.매형은 침대 옆으로 다가가더니 굶주린 짐승처럼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그러나 침대는 텅 비어 있었다.그 순간, 나는 문 쪽으로 달려가 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강진수와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갔다.불을 켜자 매형은 속옷만 입은 채 내 침대 위에 엎드려 있었다. 그는 내가 없는 것을 알아차리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문을 잠그고 매형을 바라보며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매형, 이 늦은 밤에 왜 제 침대 위에 있어요?”매형은 나와 강진수를 번갈아 보며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네 누나가 집에 없잖아. 너 에어컨 끄는 걸 자꾸 깜빡하니까 확인하려고 들어온 거야.”“그래요?”나는 대꾸하지 않고 강진수를 향해 눈짓했다. 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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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친 누나의 함정에 빠졌다   제9화

    앞으로의 시간 동안 나는 모든 증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나와 매형에게 전부 전화를 돌렸다.오전에는 누나와 만나기로 하고, 오후에는 매형과 만나기로 했다. 하는 말은 똑같았다.“나한테 1000만 원을 주면 영상을 넘길게. 복사본은 절대 없어. 누나(매형)한테만 주는 거야. 돈만 주면 떠날게. 어차피 곧 개학이라 다시는 여기 안 올 거야.”영상이 시급하기는 했는지 두 사람 다 곧장 허락했다. 나도 약속대로 영상을 넘기고 학교로 돌아갔다.9월, 나는 SNS에서 누나가 올린 사진을 봤다. 사진 속의 누나는 아주 아름다웠다. 매형도 잘생겼다. 그들은 이사 겸 매형의 승진을 축하한다고 했다.나는 가볍게 웃으며 휴대폰을 내려놓고 컴퓨터를 켰다. 그들이 균열 속에서 애써 평형을 유지하고 있다면 내가 그 균열을 더 벌어줄 차례였다.그날,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블로거의 이메일로 편집된 영상 하나가 도착했다. 영상에는 매형이 방 안에서 누나를 향해 욕설을 퍼붓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임신한 몸으로 무릎을 꿇은 누나는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모습으로 영상 속에 담겨 있었다.영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나는 누나의 입장에서 매형이 저지른 더러운 행동들을 상세히 정리했다. 그리고 이를 60페이지에 달하는 PDF로 만들어 모든 내용을 구체적으로 서술했다.PDF의 마지막 부분에서, 누나는 정의로운 임산부로 등장한다. 그녀는 남편의 부정을 고발하기 위해 자신의 고통을 억누르고 남편이 다니는 회사의 이메일로 신고서를 보냈다. 신고 내용에는 매형과 회사 고위 여성 간부인 진영서의 부적절한 관계가 상세히 담겨 있었다.이 모든 것이 공개적으로 확산하도록, 나는 SNS 활동을 활발히 하는 몇몇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내 기대대로 “남편과 회사 상사의 외도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이야기는 곧바로 지역 SNS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관련 키워드는 그날 내내 실시간 검색어 상위 5위 안에 머물렀고 사람들의 관심은 계속해서 커졌다. 매형은 곧바로 회사에서 쫓겨났고, 진

  • 미친 누나의 함정에 빠졌다   제8화

    매형은 사흘째 되는 날 집에 돌아왔다. 증거가 없기도 하도 내가 신고를 취소하기도 했다.매형이 나오는 날 어머니는 가족 식사를 제안했다. 하지만 도착한 사람은 누나밖에 없었다. 그녀는 오만하던 태도를 내려놓고 진지하게 사과했다.“지성아, 부디 용서해 줘. 나랑 네 매형이 잠깐 미쳤었나 봐. 앞으로 다시는 안 그럴게.”누나는 말만 그럴듯하게 하고 눈빛에는 뿌리 깊은 불만이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내가 대놓고 그녀를 몰아붙일 이유는 없었기에 그저 가식적인 미소로 답했다.내 표정이 조금 누그러진 것을 본 누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말을 덧붙였다.“ 네가 찍은 그 영상 말이야. 나 아직 네 매형한테는 얘기 안 했거든. 너도 알잖아, 너희 매형 성격이 얼마나 안 좋은지. 만약 알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몰라. 그 영상 누나한테 넘기면 안 되겠니?”잠시 생각하던 누나는 또 말을 덧붙였다.“누나도 그냥 달라는 건 아니야. 네가 나중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내가 다 도와줄게.”그녀의 의도는 너무나 뻔했다. 나는 그녀의 말을 받지 않고 대신 국을 한 그릇 떠서 건넸다.“누나, 밥 먹을 때는 쓸데없는 얘기 하지 말자. 걱정하지 마. 매형이 나를 안 건드리면 그 영상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을 거야.”그제야 누나는 입을 닫았다. 우리는 한동안 침묵 속에서 식사를 마쳤다.모든 일이 여기서 끝났다면, 나는 그래도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그냥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내 마지막 희망마저 철저히 짓밟아버렸다.누나 집에서 나온 후, 나는 친구 집에서 이틀 정도 보냈다. 그러나 그곳에 오래 머물 수는 없었기에 근처의 작은 원룸을 얻어 이사를 했다.그 사실은 믿을 수 있는 몇 명의 친구에게만 알렸다. 나는 근처의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남는 시간에는 집에서 프로그램 개발을 공부했다.밸런타인데이 날,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그날 카페는 대목을 맞아 종일 바빴다. 하루 동안 300잔이 넘는 음료를 만들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나

  • 미친 누나의 함정에 빠졌다   제7화

    경찰차에 앉은 다음에야 누나는 조금 진정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경찰이 들을 수 없는 작은 목소리로 내 귀가에 속삭였다.“지성아, 오늘 일을 그냥 넘어가 줘. 네 매형 진짜 그런 사람 아니야.”누나는 나를 바보 취급하고 있었다. 나도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오해라면 경찰서에 가서 말하면 되지 뭘 걱정하고 그래?”누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얼굴이 벌게서 휴대폰을 들었다. 안 봐도 부모님에게 문자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매형을 모함한다고 헛소리하는 중일 것이다.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내 휴대폰에 부모님이 번갈아 가며 전화를 걸어왔다. 나는 그들의 전화가 계속 울리자 짜증이 나서 아예 휴대폰 전원을 꺼버렸다.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는 강진수의 집으로 돌아왔다. 씻고 침대에 눕자 새벽 5시가 넘었다. 막 잠에 들려던 찰나 누나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지성아, 너 착각한 거 아니야? 네 매형은 그런 사람 아니야.”누나는 여전히 나를 설득하려 들었지만 목소리 속에 담긴 증오는 숨길 수 없었다.“내 말 좀 들어줘. 신고 취소하면 안 되겠니? 매형이 너한테 뭘 했다고 그래. 네가 이렇게 소란 피우면 나랑 매형은 앞으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라고? 네 매형 직장은 또 어떡해?”누나의 이기적인 태도에 마음이 완전히 식어버렸다. 결국 나는 냉소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아무것도 안 했다고? 옷장 안에 있는 내 속옷은 뭐야? 거기에 아직도 매형의 것들이 묻어 있지 않아? 아참, 방금 경찰한테는 이 얘기를 깜빡하고 못 했네.”그제야 누나의 가식적인 태도가 완전히 무너졌다. 그녀는 전화기 너머로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이 개자식이 감히 날 속여? 네가 뭐라고 함정을 만들어? 나한테 이럴 거야?”이 순간에도 누나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돌리고 자신을 가장 큰 피해자로 여기고 있었다.이제까지 혹시라도 그들이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그녀

  • 미친 누나의 함정에 빠졌다   제6화

    이튿날 아침 누나는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리가 끝난 다음 그녀가 말했다.“어제 친구랑 쇼핑하다가 친구 집에 초대받았어. 나 요즘 집에 없을 거니까 너 혼자 잘 지내. 밖으로만 나돌면서 부모님 걱정시키지 말고.”그녀는 좋은 누나라도 되는 듯이 잔소리했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그녀는 매형을 위해 자리를 피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말이다.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나는 속으로 이미 모든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 누나가 집을 나서자마자 나는 친구 강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날 밤, 나는 침대에 누운 채 조금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몸은 가만히 있었지만 귀는 매형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곤두서 있었다.예상대로 새벽 1시쯤, 매형이 화장실로 향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재빨리 일어나 이불을 사람 형태로 말아 놓고 베개 위에 미리 준비해 둔 가발을 올려 마치 내가 자고 있는 것처럼 꾸몄다. 그리고 문 뒤에 숨어 매형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화장실 물이 내려가는 소리가 멈추자, 매형의 발소리가 내 방 쪽으로 다가왔다. 이어 문이 천천히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반쯤 열리고 매형은 소리 없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동시에 두려움과 흥분이 뒤섞인 감정이 나를 사로잡았다.매형은 침대 옆으로 다가가더니 굶주린 짐승처럼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그러나 침대는 텅 비어 있었다.그 순간, 나는 문 쪽으로 달려가 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강진수와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갔다.불을 켜자 매형은 속옷만 입은 채 내 침대 위에 엎드려 있었다. 그는 내가 없는 것을 알아차리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문을 잠그고 매형을 바라보며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매형, 이 늦은 밤에 왜 제 침대 위에 있어요?”매형은 나와 강진수를 번갈아 보며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네 누나가 집에 없잖아. 너 에어컨 끄는 걸 자꾸 깜빡하니까 확인하려고 들어온 거야.”“그래요?”나는 대꾸하지 않고 강진수를 향해 눈짓했다. 강진

  • 미친 누나의 함정에 빠졌다   제5화

    누나와 매형의 비밀을 잠깐 엿보기는 했지만 모든 걸 발견하기는 역부족이었다. 토요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금의 나는 알 길이 없었다. 나는 누나의 집에 계속 살면서 바보인 척 연기해야 했다.수요일 아침, 누나는 나를 불러서 쇼핑하러 가자고 했다. 그녀는 오늘 유독 열정적으로 내 옷을 사주겠다고 했다. 그녀가 한 짓 때문에 역겹기는 했지만 지금은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밖에 없었다.쇼핑을 끝낸 다음 우리는 백화점 4층에 가서 밥을 먹기로 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익숙한 사람을 발견했다.형부였다.평일에 출근도 안 하고 쇼핑몰을 돌아다니는 매형을 우연히 보았다. 더군다나 그는 나와 비슷한 나이의 젊고 예쁜 여자와 함께 있었다.그녀는 한껏 거만한 태도를 보였고, 매형은 그녀의 비위를 맞추려는 듯 굽실거리며 행동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주인을 기쁘게 하려는 개 같았다.나는 일부러 계단 위로 한 계단 올라가 매형의 시야에 들어갔다. 그리고 뒤돌아서며 말했다.“누나, 오늘 뭐 먹어?”그 각도에서 누나는 고개를 들기만 하면 매형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누나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태연한 척 대답했다.“위층에 있는 찜닭은 어때?”나는 그 순간 누나 얼굴에 스친 미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역시나 예상대로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서 영상을 확인해 보니 두 사람이 크게 싸우고 있었다.평소 매형이 집에 돌아오면 누나는 발 씻는 물까지 떠다 줄 정도로 극진히 대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매형이 방에 들어가자마자 누나는 그를 다그치기 시작했다.“오늘 그 여자 누구야?”매형은 침대에 기대어 편하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얼굴을 굳혔다.“너 날 몰래 쫓아다닌 거야?”누나는 당황한 듯 급히 변명했다.“아니야. 내가 왜 당신을 쫓아다니겠어? 오늘 지성이 옷 사주러 갔다가 우연히 본 거야. 당신이 전에 지성이한테 짧은 옷 좀 사주라고 했잖아.”다시 한번, 누나의 말에서 모든 일이 매형의 지시로 이루어졌음을 확인했다.

  • 미친 누나의 함정에 빠졌다   제4화

    누나 집에 돌아간 다음 나는 빠르게 몰래카메라를 주문했다. 그리고 둘이 돌아오기 전에 누나 방 구석구석에 설치했다.그날, 누나와 매형은 자정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누나는 힘들다는 핑계로 먼저 침실에 돌아갔고 취한 매형은 또다시 내가 돌보게 되었다.매형은 뼈가 없는 사람처럼 소파에 늘어졌다. 나는 구역질을 참으며 그의 얼굴과 손을 닦아줬다. 매형은 독사 같은 눈빛으로 나를 진득하게 바라봤다. 심지어 실수인 척 내 엉덩이도 만졌다.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욕했는지 모른다.‘이 미친 변태가 점점 심하게 구네. 내가 잠들어 있을 때도 그러더니 이젠 대놓고 만지겠다, 이거야?’너무나도 강력한 촉감에 나는 어제 먹었던 밥까지 토해낼 것 같았다.‘그래, 만지고 싶으면 만져. 증거만 모으고 나면 네 손부터 잘라낼 거니까!’처음 방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을 때는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혹시 들키지 않을까 두려웠고 매형이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영상을 확인하는 것조차 두려웠다. 영상을 볼 때도 며칠 치를 한꺼번에 모아 두고 누나와 매형이 집에 없을 때만 몰래 확인했다.수요일 아침, 누나는 친구들과 쇼핑하러 나갔고 집에는 나 혼자뿐이었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 컴퓨터를 켰다.화면에 나타난 영상 속 진실은 충격적이었다. 언제나 다정한 척 보였던 누나와 매형은 사실 같은 침대에서 자지도 않았다. 내가 직접 봤던 장면에서는 매형이 다정하게 누나를 끌어안고 방으로 들어갔지만, 영상 속 매형은 차갑게 누나를 외면하고 있었다.며칠 내내 그런 장면만 반복되어 지루해질 무렵 전날의 영상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발견했다. 그날 밤, 매형은 술자리를 마치고 돌아와 잔뜩 취한 상태였다. 그의 얼굴은 술기운으로 붉게 달아올랐고 행동은 폭력적으로 변해 있었다.방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화풀이하듯 물건을 던지기 시작했고 누나의 소중한 화장품들은 모두 박살이 났다. 누나에게 화장품은 무엇보다 소중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누나는 그저 침묵하며 그 장면

  • 미친 누나의 함정에 빠졌다   제3화

    결정을 내린 다음 나는 매형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매형은 출장 가버리고 말았다. 그것도 일주일이나 말이다.증거 찾기는 잠시 실패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후 며칠 동안은 불안에 떨면서 살지 않아도 되었다.이 여름에 남자인 내가 옷을 잔뜩 껴입고 다니는 게 말이나 된단 말인가? 이것도 다 매형이 언제 갑자기 만질지 몰라서였다.편안한 날이 오래되어서 그런지 내 판단력이 흐려졌던 모양이다. 매형이 돌아오기로 한 전날 나는 게임을 하고 나서 잠들었다. 새벽에 반쯤 감긴 눈으로 화장실에 가려고 나갔다가는 누나의 방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새벽 두 시에 뭐 하는 거지?’나는 긴장한 마음으로 숨을 죽였다. 그리고 조용히 다가가 엿듣기 시작했다.“네 동생 계속 긴팔 긴바지만 입더니 어쩌다 반바지를 입었네.”말한 사람은 출장 중이라던 매형이었다.‘매형이 언제 돌아온 거지? 그리고 내가 반바지를 입었다는 건 어떻게 알지? 설마 내 방에 들어왔나? 하지만 내 방은 분명 잠겨 있었는데!’이때 누나 목소리가 들렸다.“자꾸 걔 방에 드나들지 마.”매형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근데 있잖아. 네 동생 피부가 너보다 훨씬 좋더라. 아까 만져봤는데 엄청 부드럽고 매끈하더라고.”누나는 짧게 비웃으며 대답했다.“흥, 그런 게 좋아?”그 말을 듣는 순간 속이 울렁거리며 구역질이 나올 뻔했다. 매형이 내가 자고 있을 때 방에 들어와 나를 만졌던 것이다. 그리고 누나는 이 모든 걸 알고도 모른 척했다. 내가 자는 동안 누나는 매형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매형이 낮게 웃으며 말했다.“그러니까 다음에 동생한테 짧은 옷을 좀 더 사줘. 가리기만 하면 아깝잖아.”누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침대에서 일어나 슬리퍼를 끄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나는 더 이상 듣고 있을 수 없어서 황급히 내 방으로 달려갔다. 침대에 누웠지만 마음은 복잡하고 불쾌한 감정으로 가득 찼다.누나와 매형의 대화가 머릿속을

  • 미친 누나의 함정에 빠졌다   제2화

    내가 달려갔을 때 매형은 아주 자연스럽게 내 어깨를 감쌌다. 그는 한 손을 내 오른쪽 어깨에 두르고 다른 손은 내 손목에 댔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내 어깨와 팔을 문질렀다.매형은 덩치가 크고 무거웠다. 그는 몸을 완전히 내게 기댔다. 나는 있는 힘껏 버티고 서 있어야만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머리를 들자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매형의 동료들이 보였다. 그들의 웃음은 더욱 기분이 나빴다.하지만 매형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내 어깨와 손을 매만졌다. 낯선 이들의 복잡한 눈빛 앞에서 나는 매형의 손이 독사라도 된 것처럼 느껴졌다. 축축한 촉감이 피부를 타고 오르는 것 같아지자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다행히 이때 택시가 도착했다. 나는 서둘러 매형을 뒷좌석에 태우고 조수석에 앉으려고 했다.그런데 아까부터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던 그의 동료가 어느새 조수석에 타 있었다. 그는 이미 안전벨트를 착용한 상태였고 몸을 살짝 돌리며 말했다.“시혁 씨, 가는 길에 나 좀 태워 줘요. 난 저 앞 사거리에서 내리면 돼요.”차 안은 조용했다. 기사는 앞만 보고 운전했고 앞좌석에서 시끄럽던 동료는 어느새 눈을 감고 있었다.하지만 뒷좌석에 앉아 있는 나는 마음이 평온하지 않았다. 매형의 동료들이 내게 보냈던 눈빛과, 아침에 매형과 있었던 불쾌한 접촉이 머릿속에 떠올랐다.나는 온몸이 긴장했다. 털이 곤두서는 듯한 느낌이었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매형은 그런 내 불편함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그는 취한 상태로 몸을 조금씩 내 쪽으로 움직였고 알코올 냄새는 점점 강해졌다. 그 냄새 때문에 토가 나올 것 같았다.어두운 차 안에서 매형의 손이 천천히 내 허벅지 안쪽으로 올라왔다. 그 손은 반복적으로 나를 만졌다. 분명한 신호였다.허벅지 근육이 본능적으로 굳었다. 나는 오른손을 주먹 쥔 채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그에게 주먹이라도 날리고 싶었지만 앞좌석에 있는 그의 동료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미친 누나의 함정에 빠졌다   제1화

    마지막 시험이 끝난 다음, 나는 교실에서 걸어 나가며 누나의 전화를 받았다.“시험 끝났어? 여름 방학에 다른 계획 있어? 없으면 나한테 와.”나는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거절했다.“됐어. 선배가 상현시에 작은 회사 하나 만들었어. 방학에는 거기서 인턴 할 거야.”“이제 2학년이잖아. 급하게 생각하지 마. 그리고 작은 회사에 가서 뭐 해. 네 매형한테 말해서 대기업 찾아줄 거니까 그냥 이리로 와. 네 방까지 다 정리해 놨어.”누나는 늘 그랬듯 나를 깎아내리는 것이 아닌 대신 계획까지 해줬다. 하지만 누나와 함께 살 것을 생각하면 나는 소름이 돋았다. 그래서 집에 돌아간 다음 다시 거절해야겠다고 생각했다.집에 도착해서 짐을 정리하기도 전에 어머니가 내 방에 들어와서 말했다.“여름 방학에는 누나한테 가 있어.”‘왜 다들 나를 보내려고 하지?’께름칙한 기분에 나는 대기업에서 인턴 하기도 싫어져서 곧바로 거절했다.“싫어. 나 상현에서 일할 곳도 찾았어.”어머니는 얼굴까지 붉히며 내 팔을 잡았다.“너 혼자 그렇게 먼 곳까지 어떻게 가? 내가 걱정돼서 못 보내겠어.”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어머니의 눈빛에는 불신으로 가득했다. 나 혼자 상현에 가면 잡아먹히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다.내가 불만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어머니는 감정 패를 꺼냈다. 그녀는 내 침대 가에 앉아서 내 손을 토닥이며 말했다.“네 누나가 임신하고 몸이 많이 안 좋대. 그래서 가족이 그리운 가 봐.”‘임신한 거구나. 어쩐지 사람이 좋아졌다고 했어. 이젠 나를 걱정할 줄도 알고.’“네 대학 학비랑 생활비는 네 누나랑 매형이 내준 거야. 너 모르는 척할 건 아니지?”이런 말까지 나온 이상 나는 아무리 싫다고 해도 누나에게 가야 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요괴의 집에 실수로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요괴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냥 무언가 이상했다.나를 그렇게 찾던 누나는 또 나에게 아주 냉정했다. 심지어 눈길 한 번 주기 싫어했다. 평소 일 때문에 코빼기 한 번 비추지 않던 매형이 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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