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쪽의 사람들이라... 확실히 번거롭긴 하겠네요. 그곳의 큰 세력 혹은 대가문 중에는 강자와 고수들이 수도없이 많으니까요."도난화가 듣더니 굳은 표정을 지었다. "안타깝게도 예전에 전쟁이 났을 때 그들이 고수를 몇 명밖에 파견하지 않았다는 거죠. 그렇지 않았다면 저희는 아마 진작에 이겼을 건데.""빨리, 빨리 여기에 있는 시체들 다 처리해!"박 어르신이 즉시 사람을 시켜 시체를 처리하게 했다. 오래 끌수록 아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고, 나중에 연씨 가문에서 찾아와 연풍 등의 사인을 조사할 때도 더욱 쉬울 것이니까.생각해 본 후, 박 어르신이 박준식을 향해 말했다. "준식아, 사실 이성이 이렇게 된 것도 5년 전에 그가 이들의 미움을 샀기 때문이야. 그가 당시 이 사람의 약혼녀를 건드리지만 않았어도 오늘같은 일이 없었을 거야. 나도 몇 년이나 지난 오늘 이 사람들이 이성이 죽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찾아올 줄은 몰랐다."박준식이 눈시울이 붉어져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아버지. 평소에 저도 이 아이한테 될수록 조용히 지내라고 몇 번이고 타일렀어요. 그런데 아비의 말은 그렇게 듣지도 않더니. 에휴, 이번은 도범이 마지못해 연씨 가문의 네명을 죽였지만, 만약 그들의 가문에서 찾아온다면 어떡하죠?”박 어르신이 한참 생각한 후 입을 열었다. "일단 최대한 빨리 이성의 시체를 묻자. 경성은 여기서 아주 머니, 그들이 당분간은 이곳을 찾아내지 못할 거야. 그리고 우리는 이성의 시체를 묻은 후 고정자산을 모두 싸게 팔고 중주를 떠나자!"박준식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잘 알고 있었다.박 어르신이 어릴 때부터 이곳에서 자라서 중주에 대한 감정이 보통 깊은 것이 아니라는 걸. 하지만 중주를 떠나자는 말을 한다는 건 정말 어쩔 수 없어서였겠지."뭐? 정말 이사갈 거야? 어디로?"나봉희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고향을 떠나는 게 그녀가 원하는 나날이 아닌 듯했다.그러나 지금은 경성 큰 세력의 미움을 샀으니 확실히 이곳을 떠나는게 훨
서정은 나봉희를 상대하기가 귀찮아 조용히 박시율과 도범을 데리고 큰 별장 밖의 화원으로 갔다.하지만 서정이 입을 열기도 전에 도범이 먼저 물었다. "엄마, 그 영감과 여인이 엄마를 불러냈죠? 저를 설득해보라고?"서정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생각지도 못했네. 엄마가 말하기도 전에 알아맞히다니.""무슨 영감? 여인은 또 뭐고?"박시율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전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서정이 그제야 박시율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시율아, 우리 여직껏 너에게 말하지 않은 사실이 있어. 실은 도범의 아버지 죽지 않았어, 아직 살아 있어. 바로 도남천이야.""뭐라고요?"박시율이 듣더니 마음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다 한참이 지나서야 진정하고 입을 열었다. "그래서 설마 이제서야 찾아왔나요? 두 사람도 그분이 아직 살아있고 죽지 않았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고?"서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랄까. 이 세상에는 많은 강대한 세력이 있어. 예를 들면 경성의 10대 가문, 이미 충분히 강대하다고 할 수 있잖아?"그러다 서정이 잠시 멈추더니 계속 말했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그것보다 더욱 무서운 존재가 있어. 경성의 10대 가문을 능가하는 존재. 그게 바로 은세 대가문이야. 이런 가문은 일반적으로 세상에 나오지 않고 깊은 산속에서 은거하면서 살아. 심지어 그들의 존재를 아는 사람도 거의 없어.""설마요? 경성 10대 가문이 이미 충분히 대단한데, 그들보다 더 대단한 존재가 있다니?"박시율이 침을 삼키고서야 떠보듯이 물었다. "그러면 도범씨의 아버지가 은세 가문의 사람이라는 뜻인 가요?"서정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그땐 나도 몰랐어. 그때의 그사람은 엄청 젊었고, 그냥 놀러 세상에 잠깐 나왔을 뿐이었거든. 그런데 우리가 마침 첫눈에 상대방한테 반했고, 서로 호감을 가지게 되었어. 당시의 난 우리가 그냥 그렇게 행복하게 평생을 보낼 줄 알았지.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되었어. 그의 신분과 지위가 매우 높다는 것을. 게다
"휴, 도남천이라는 분, 정말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가족의 입장에서 말하면 그분은 확실히 가문을 생각하는 분이시겠죠. 하지만 책임감이 있는 아버지는 아닌 것 같네요."박시율이 듣고나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서정을 향해 물었다. "그럼 당시 어머님을 내쫓을 때, 그분이 어머님에게 돈은 줬나요? 어머님이 도범씨를 임신했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서정이 쓴웃음을 지었다. "도범이 태어났을 때 그는 감히 루희에게 사실대로 말하지도 못했어. 하지만 밖에 우리가 살만한 거처를 마련해주었고 우리를 보러 자주 왔었어. 돈도 자주 쥐어주었고. 그러다 도범이 대여섯살이 되었을 때, 드디어 용기를 내 루희에게 말했거든. 그런데 결국 루희는 엄청 화를 냈고 그와 루희 쪽의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우리를 쫓아냈어. 우리더러 멀리 사라져버리라고.”도범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이미 여러 해가 흘렀고, 그의 권세도 하늘을 찌를 만큼 커졌어. 비록 우리가 떠날 때 그는 우리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겠지만, 우리를 정말로 찾고 싶었다면 어떻게든 찾아냈겠지. 그런데 한 번도 찾은 적이 없었어."말하다 도범이 또 냉소했다. "심지어 5년 전, 엄마의 수술비 천만원이 필요해서 내가 도씨 가문 앞까지 찾아가 하룻밤 동안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어. 마지막엔 집사가 나와서 도남천이 나더러 꺼지라고했다더군. 그것도 모자라 나를 호되게 모욕까지 했지. 그래서 그때 내가 결심을 내렸어. 나의 아버지는 죽었다고."서정이 도범의 말을 듣고나서 진지하게 말했다. "도범아, 사실 전엔 나도 너의 아버지를 매우 미워했어. 하지만 어제 그 노인과 몇 가지 일을 확인했었거든. 사실, 너의 아버지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니야.""그게 무슨 뜻이죠? 그 사람이 날 찾은 적이 있다는 건가요?"도범이 잠깐 멍해지더니 바로 물었다."그건 아니지만, 어제 그 노인이야말로 집사였어. 그가 너의 아버지께서 매년 우리에게 천만원씩 보냈었다고 하더군. 하지만 우리는 전혀 몰랐고.
"저더러 산업을 계승하라고요? 말도 안 돼. 도씨 집안 사람들이 동의한다고요? 그 사람과 루희에게 아들도 있는 판에, 그 여인이 동의할 리가 없잖아요."도범은 마음속으로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도남천이 대체 무슨 병에 걸렸는데요? 도씨 가문의 실력으로 치료해내지 못한다는 게 이상하잖아요.""구체적으로 무슨 병인지는 모르겠지만, 기껏해야 3개월만 더 살 수 있다고 했어.""그리고 도씨 가문 쪽엔 대장로와 많은 가족분들이 모두 네가 돌아가기를 바란대. 루희와 도남천의 아들은 몇몇 대가문의 자식들과 함께 미지의 숲으로 갔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대. 심지어 도씨 가문에서 사람을 파견해 오랫동안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고. 아마 이미 맹수에게 먹혔을 수도 있다네."서정이 쓴웃음을 지으며 도범을 바라보았다. "도남천에겐 지금 아들이라곤 너 하나밖에 없어. 그러니 그와 도씨 가문의 사람들은 당연히 네가 돌아가서 가문을 다스리기를 바라는 거겠지. 물론 루씨 가문의 사람들과 루희는 반드시 여러모로 너를 괴롭힐 거고. 그래서 돌아갈 생각이 있다면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해야 해."도범이 침묵에 빠졌다. 그러다 한참이 지나서야 진지하게 서정을 바라보며 물었다. "엄마, 제가 돌아가기를 바라요? 제가 돌아갔으면 좋겠어요?"서정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도범아, 엄마는 너의 선택을 존중할거야. 엄마는 너를 이해하거든. 여직껏 도남천이 너를 별로 돌본 적도 없고, 두사람 사이에 그다지 깊은 부자간의 감정도 없잖아. 그러니 우린 그들 도씨 가문에게 아무런 빚도 지지 않았어."그러다 서정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엄마의 입장에서 말하면, 엄만 네가 돌아가 그 사람을 한 번이라도 봤으면 해. 네가 도씨 가문의 가주가 되든 되지 않든, 엄마는 전혀 개의치 않아. 가주 후계자가 쉽게 되는 것도 아니고, 가주가 된 후에 어쩌면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는 너의 아버지셔. 곧 죽을 수도 있고. 그러니 난 네가 한 번만이라도 돌아가 그 사람을 봤으면
"진짜야? 용의 비늘? 진짜 용의 비늘이라고?"도범이 듣더니 다소 격동해져서는 되물었다."당연하죠. 저도 겨우 알아낸 거라고요. 하지만 그 물건이 지금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의 손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나타났다는 건 확실해요."장진의 표정도 마찬가지로 격동되어 보였다. "사부님이 그 물건을 가질 수 있으면 참 좋겠는데. 아무래도...""이런 물건은 일단 나타나기만 하면 수도없는 쟁탈을 불러일으킬 거야. 비록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져도 소용없는 물건으로 되겠지만 보물이긴 하니까, 소장가치도 있고.”도범이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한마디 했다."지금 대체 누구의 손에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초장현이 그곳과 아주 가까운 곳에서 지내고 있잖아요. 그래서 이미 출발했거든요, 사부님을 도와 그 물건을 찾아내 손에 넣겠대요. 늦게 가면 다른 사람이 숨겨버릴 수도 있다면서."장진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더러 먼저 가서 조사하라 그래. 그리고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고. 우리가 바로 뒤따라 갈테니."도범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오늘 경성 쪽 연씨 가문의 미움을 샀어. 비록 안중에 둘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작은 세력은 아닐 거야. 요 며칠, 박씨 가문의 사람들이 일부 고정자산을 처리할거거든. 그래야 우리가 출발할 수 있어.""좋아요. 그럼 그때 저도 함께 갈게요!"장진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너도 우리랑 같이 간다고?"도범이 진땀을 흘리며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사부님, 그냥 저도 같이 데리고 가란 말이에요. 저 혼자 여기에 있으면 엄청 심심할 거라고요. 사부님과 시율씨도 이곳을 떠나는데 제가 남아서 뭐 해요?"장진이 도범을 힐끗 흘겨보았다. 말투에는 약간의 애교도 섞여 있었다.여전신이 자신의 앞에서 애교를 부리는 모습에 도범은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예전엔 종래로 없었던 일인데, 도범은 순간 닭살이 돋았다."좋아, 그렇게 가고 싶으면 같이 가지 뭐. 대신 마땅한 핑계를 찾아야 해. 아무 이유도 없이 우리
"연성."도범이 잠시 생각하고나서 대답했다."뭐? 연성으로 간다고? 하지만 그곳은 경성과 멀지 않잖아. 난 또 더 먼 곳으로 도망갈 줄 알았는데. 연성은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박시율이 걱정이 되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하지만 도범은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내 생각엔 제일 위험한 곳이야말로 제일 안전할 것 같거든. 우리가 그들의 등잔밑에 잘 숨어 있으면 그들이 오히려 그곳을 중점적으로 찾지 않을 수도 있어. 게다가 내가 연성 쪽에 볼일도 좀 있거든."도범이 잠시 멈추더니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쪽이 도씨 가문이랑 아주 가까워. 나중에 가보고 싶으면 그곳에서 출발하는 게 더욱 편리할 거고.""그래? 그럼 정말 다행이네. 사실 난 어머님께서 아직도 그분을 사랑하고 있는 것 같거든. 게다가 당신이 필경 그분의 아들인데, 그래도 그분이 돌아가시기 전에는 한 번 가봤으면 해. 나중에 당신이 후회할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하고. 도씨 가문의 가주자리라면 딱히 중요하지는 않지만."박시율이 도범의 말에 활짝 웃었다. 도범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게 그녀를 매우 기쁘게 했다.그녀는 도범이 줄곧 원망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았다. 하물며, 루희라는 여인때문에 도범과 도남천 사이에 그렇게 많은 오해까지 생겼으니."참, 당신 의술이 뛰어나잖아. 이제 돌아가게 되면 한 번 진찰해봐. 당신이 그분의 병을 고칠 수도 있는 거잖아."잠시 생각한 후 박시율이 다시 입을 열었다.도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 나 그렇게 무정한 사람이 아니야. 나중에 시간이 되면 한 번 돌아가볼거야. 하지만 당분간은 나의 결정을 엄마에게 알리지 마.""응, 알았어!"박시율이 고개를 끄덕였다.오후가 되어서야 박씨 가문의 가족들이 묘지를 선택하고 박이성과 장소연을 매장하였다.그리고 이튿날, 서정은 다시 도씨 가문의 집사를 찾아가 그들에게 이미 도범을 설득했다고 알려주었다. 다만 도범이 가문으로 돌아갈지 말지에 대해서는 도범의 결정을 기다려야 할거고, 적어도
"허허, 도범이라 했나? 비록 자네가 뛰어난 실력으로 우리의 침입을 발견했지만, 오늘은 여전히 자네가 죽어야하는 날이야."노인이 한 번 웃더니 눈빛이 순간 무거워졌다. 그러고는 주먹을 쥐고 눈 깜빡할 사이에 도범의 코앞까지 다가가 주먹을 휘둘렀다."속도 빠르네."도범이 순간 멍해졌다. 노인의 전투력이 오늘 오전에 죽은 연씨 가문의 사람들과 별로 차이나지 않는 것 같았다.이 정도의 고수라면 중주에도 몇 명 없었다. 그래서 그는 순식간에 이 사람들이 루희가 보내서 왔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연씨 가문의 사람은 방금 죽어 그쪽에서 아마 아직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를 거고, 심지어 사람이 죽은 줄도 모를 것이니, 이렇게 빨리 찾아올 리가 없었다.그러니 가능성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루희가 집사와 도소정이 그를 찾으러 왔다는 것을 발견하고 몰래 사람을 보내 따라오게 한게 분명했다.이들은 아마도 오래전에 도범을 발견했을 것이다. 다만 집사와 도소정에게 들킬까 봐 기회를 기다렸겠지. 그 두사람이 나서게 되면 도범을 죽일 수 없으니까.그래서 줄곧 시기를 기다려왔을 것이다. 그리고 두사람이 가자마자 더는 참지 못하고 도범을 죽이러 온 거고."뻑!"도범은 속으로 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해 냈다. 그러고는 주먹을 쥐고 노인의 주먹에 정면으로 맞부딪혔다.묵직한 소리와 함께 노인이 7, 8보 뒤로 물러나서야 발걸음을 멈추었다.노인의 얼굴에는 갑자기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이 자들 중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래서 방금의 주먹으로 도범을 쉽게 참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도범의 전투력은 그보다 몇 점 더 강횡했다."이럴 수가!"다른 여인도 놀란 얼굴이었다. "이 녀석은 세속에서 자라 가문의 훈련을 받은 적도 없는데, 어떻게 이토록 강대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는 거지?"노인은 얼굴색이 어두워져서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녀석의 천부적인 재능이 놀랍네. 그러니 반드시 죽여야 해. 앞으로 더 성장하게 놔두었다간 큰일이 생
노인은 이를 악물고 다시 억지로 일어나 일행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그러자 다들 하나같이 즉시 보검을 뽑아 도범을 향해 돌진했다.“당신들이 죽음을 자초한거니, 나를 탓하지마.”도범이 손바닥을 뒤집자 검은 보검이 다시 나타났다."슝슝슝!"그러고는 몇 번 연속 검을 휘둘렀다. 무서운 검기가 바로 날아가 순식간에 그 몇 사람을 참살해버렸다."너, 너 검기를 사용할 줄 알다니!"노인이 깜짝 놀랐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왔으니 무조건 도범을 죽일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말해봐, 루희가 보냈어?"도범이 손에 보검을 들고 한걸음 한걸음씩 노인을 향해 걸어갔다. 담담한 눈빛과 담담한 말투가 오히려 사람을 등골이 서늘하게 했다. 눈앞의 도범이 보기에는 아주 평범한 모습이었지만 방금의 공격이 너무 날카로웠다."어디 나와 한번 붙어 봐!"노인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보검을 들고 신속히 도범을 향해 돌진했다.그러나 그의 목에는 순간 상처가 나타났고, 그렇게 바로 꼿꼿이 쓰러졌다."이, 이게 무슨 일이야?"싸우는 소리에 놀란 박영호, 나봉희 등은 하나둘씩 뛰어나왔다.그리고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을 발견하고 전부 크게 놀랐다.도범은 순간 어떻게 설명해야할 지 몰랐다. 도씨 가문의 일에 대해 그는 아직 나봉희 등에게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그래서 그는 한참 생각한 후에야 손에 든 보검을 거두어들이며 말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어느 세력에서 보내온 킬러들인 것 같네요. 지금 우리가 죽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적지는 않을 테니. 그래서 제 생각엔 일찍 중주를 떠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도범은 속으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중주에서 그의 미움을 샀거나, 그의 목숨을 앗아가려했던 사람들은 이미 전부 그의 손에 죽었으니, 지금 중주에는 그를 죽이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연씨 가문의 미움만 사지않았어도 도범은 말썽을 일으키지 않고 조용하게 살고 싶었다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