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율은 자신의 어머니를 노려보고 방으로 들어갔다.“그렇게 큰돈을. 무려 제갈 가문이라고! 우리 박 씨 가문보다도 훨씬 부자란 말이야. 어떻게 그걸……”나봉희는 미간을 찌푸렸다. 두 사람의 태도로 보아하니 이 일을 성사시키기 쉽지 않아 보였다.그러나 제갈 가문의 재산만 생각하면 너무나 아쉬웠다. 정말이지 도범 저놈은 왜 저렇게 멍청한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예쁘장한 와이프 한 명이 더 생기는 데다가 어마어마한 재산까지 그냥 굴러 들어온다는데. 이렇게 좋은 일을 마다하다니!서정은 나봉희의 말에 그러겠다고 답을 하긴 했지만 자기 아들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도범에게 따로 말을 꺼내지 않았다.오히려 박해일과 장소연이 이튿날 아침부터 뻔뻔한 얼굴을 들이밀며 설득하러 왔었다. 하지만 도범은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그 후 며칠간 박시율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범하게 출퇴근을 하며 지냈다.도범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로 인하여 틈만 나면 정원에서 도범과 부잣집 사모님의 밀회 장면을 도촬할 때만 기다리고 있던 박이성은 몹시 실망하게 되었다.박 씨 가문 어르신의 생신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한지운의 부하 역시 도범이 따로 값비싼 선물을 사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어르신의 생신 전날 밤, 박이성은 또다시 한지운과 성경일을 불러 술을 마셨다.“이상해. 별장을 사고도 며칠이나 지났는데 왜 도범이 그 새끼와 여자가 별장에 들어가질 않는 거지? 낮에도 최대한으로 지켜봤고 밤에도 항상 주시하고 있었어. 그것 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런데 그 뒤로 도범이 그 자식이 드나드는 모습을 보질 못했다니까!”박이성이 미간을 찌푸렸다.“설마 그 집 말이야. 자기들이 살려고 산 집이 아닌 건가? 밀회를 즐기려고 산 집이 아니라면?”“그 부잣집 사모님이라는 여자 돈 꽤나 많아 보였잖아. 그 여자한테 190억 정도는 큰돈도 아닐 거잖아. 아니면 도범이가 그 여자한테 별장을 자기한테 선물해 달라고 했을 수도 있어. 그리고 도범은 그 별장을 받아서 박 씨 가문 어
그 말을 들은 박시율은 저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렸다. 혹시 도범이 말하는 선물이라는 게 그 별장은 아닐까?설마 도범이 정말로 그 별장을 낙찰받았단 말인가?하지만 용 씨 가문에서는 도범이한테 월급을 가불해 준 적이 없다고 했다. 혹시 그 부잣집 사모님이라는 여자가 도범이한테 별장을 선물해 줬고, 도범은 그걸 할아버지 생신 선물로 드리려고 하는 걸까?사실 그녀는 이미 이전에 도범이 할아버지 생신날에 약속된 돈을 마련하지 못하여 박 씨 가문의 인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그와 함께 하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그랬기 때문에 박시율은 아무리 도범이 박 씨 가문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 부잣집 사모님의 비위를 맞추는 거였다고 해도 그를 용서할 수 없었다.그녀는 돈은 없으면 두 사람이 함께 벌면 되는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이렇게 부정당한 방법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박 씨 가문의 인정을 받고 싶지 않았다.도범이 부잣집 사모님의 비위나 맞추면서 돈을 번다는 소문이 퍼지기라도 하면 아마 할아버지는 엄청 화를 낼 것이다. 그런 돈으로 산 별장이라면 절대 받을 리가 없었다. 받는 것만으로도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참 여보 나 내일 저녁 당신한테 줄 서프라이즈 선물이 있어!”도범이 한참 뭔가를 고민하더니 불현듯 박시율에게 말했다.“그래? 당신이 내일 할아버지한테 드릴 번듯한 선물과, 박이성한테 주기로 약속했던 20억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충분히 놀라울 일인 걸!”박시율이 쓴웃음을 지었다. 도범이 할아버지한테 드릴 선물이 어떤 건지에 대해서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으니 그녀도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일이 되면 모든 것을 알게 될 것이다.이튿날 아침 나봉희와 식구들은 일찍부터 깨어나있었다.“옷들 신경 써서 입어. 어르신 칠순 생신날인데 체면 구겨서는 안 되지. 어젯밤에 어르신께서 전화 오셨었는데 우리더러 일찍 오라고 하시더구나!”나봉희는 아침 일찍부터 식구들을 재촉했다.도범 역시 어제 새로 산 옷으로 갈아입었다. 전보다 한층 더 잘
도범은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최근 장소연이 너무나 조용하게 지내고 있는 것 같았다. 매일같이 박해일한테 딱 달라붙어만 있는 것이 혹시 신용당의 도련님이 죽어버려서 다른 물주를 찾지 못하고 아예 박해일을 새로운 타깃으로 삼은 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 어쩌면 장소연은 자신이 나봉희한테 40억을 준 모습을 보고 희망을 품었을 수도 있었다. 제갈 가문과의 접촉으로 집안에는 롤스로이스가 두 대 생겼고, 거기다 자신과 박시율도 한 사람 한 대씩 포르쉐 911을 몰고 다나고 있었다. 이 정도 재산이라면 장소연이 마음을 고쳐먹기 충분했다. 계획을 바꿔서 박해일과 함께 살아가기로 마음먹었을 수도 있었다.그들은 직접 차를 몰고 박 씨 가문 저택에 도착했다.“저 사람들 아직까지 그 낡아빠진 집에서 살고 있으면서 저렇게 좋은 차를 몰고 올 줄은 몰랐네!”도범 일행을 확인한 박시연은 순간 질투에 섞인 말을 내뱉었다.“그러게. 듣기로 도범 저놈이 의술을 할 줄 안다고 하더라고. 제갈소진의 비만을 고치고 저기 있는 롤스로이스 두 대를 선물 받았다잖아. 하하 자기 돈으로 산 것도 아니니까 대단한 것도 아니지!”곁에 있던 박 씨 가문의 남자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이따가 똑똑히 지켜볼 거야. 도범이 할아버지 생신 선물로 뭘 준비했는지!”박시연이 싸늘하게 웃었다.“넌 뭘 준비했는데?”곁에 있던 남자가 박시연에게 물었다.박시연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웃으며 답했다.“할아버지께서 차를 즐겨 마시잖아? 2백 년 된 보이병차를 준비했지. 무려 1억 2천만이나 하는 차라고! 친구한테 부탁해서 진짜 어렵게 구했어!”“제법인데? 이제 받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선물을 고를 줄도 알고 말이야! 돈도 꽤나 들었겠는걸!”그녀의 말을 들은 남자가 놀라워하며 말했다.박시연이 씩 웃었다.“보통날도 아니고 할아버지의 칠순 생신날이잖아. 당연히 좋은 선물을 준비해서 할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려야지.”“하하 것보다 난 도범이 그
“도범이 너, 너 저 말이 사실이냐? 너 여기 한 테이블 당 얼만 줄은 알고 그런 거야? 오늘은 특별히 좋은 요리로만 주문해서 한 테이블에 1200만 씩 들었단 말이다. 20 테이블만 해도 2억 4천인데 왜 220 테이블이나 준비하라고 한 거냐? 늘어난 200 테이블만 해도 얼만 줄 알아? 무려 20억이 넘는 돈이다!”박영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도범은 정말로 담이 커도 너무 컸다. 아니 이건 너무나 터무니없는 짓이었다.“그럴 리가? 매형 진짜 어제 왔었어요?”박해일도 미간을 찌푸렸다. 도범은 정말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만 치는 것 같았다. 어쩌다 며칠간 조용히 지낸다고 생각했었는데 할아버지 칠순 생신 연회에 이런 대형 사고를 치다니!“뒤뜰에 저게 다 무슨 일이냐? 주방장한테 왜 테이블이 저렇게 많냐고 물으니까 우리 쪽 사람이 220 테이블을 준비하라고 했다더구나!”바로 그때 박 씨 어르신도 씩씩거리며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의 표정 역시 험악하게 이그러져 있었다.“할아버지 이게 다 도범이 저 자식이 벌인 짓입니다. 제가 물어봤었는데 도 씨 성을 가진 남자가 지시했다더군요. 우리 박 씨 가문에 도 씨 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도범이뿐이잖습니까?”박이성이 곧장 다가가 일러바쳤다. 그는 속으로 엄청 즐거워하고 있었다. 도범이 저 바보 같은 놈이 오자마자 할아버지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오늘 어떻게 해서든 저놈을 쫓아낼 계획이었는데 설마 저놈이 스스로 제 무덤을 팔 줄이야. 이번 일은 자신을 탓할 수도 없을 것이다.“그럴 리가 없어!”그 말을 듣고 있던 박시율이 나서며 말했다.“단지 성이 도 씨라는 정보밖에 없잖아요. 다들 도범 씨를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분명 누군가가 농간을 부린 거예요. 박 씨 가문 사람인 척 자신을 도 씨라고 소개하고 도범 씨에게 덮어씌우려고 그런 게 분명해요!”“그래 맞아. 심지어 우리 가문 사람이 그런 농간을 부렸을 수도 있지!”나봉희는 말하면서 박이성을 힐끗 쳐다보았다. 박이성은
“성경일 아니면 한지운 그것도 아니면 왕호 그자들이 그랬을 수도 있어요. 그들은 줄곧 도범을 눈에 가시처럼 여기면서 시비를 걸었잖아요!”박시율이 한참을 고민하다가 자기 추측을 말했다.곁에 있던 도범의 표정이 참으로 괴이했다. 자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주위 사람들이 나서서 이렇게 열정적으로 변호해 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그 모습을 보니 가슴 한편이 뭉클해지기도 했다.“하하 도범이 맞는지 아닌지는 호텔 측 사람을 불러서 확인해 보면 되지 않겠어?”박이성이 도범을 빤히 쳐다보며 큰소리로 웃었다. 그는 이 일을 지시한 사람이 무조건 도범이라고 확신했다. 도 씨 성을 가진 사람이 도범이 빼고 또 누가 있단 말인가.도범이 왜 이런 멍청한 짓을 했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이제 그는 늘어난 테이블과 20억이 넘는 돈을 도범이 어떻게 해결할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부를 필요 없어. 내가 지시한 게 맞아!”도범이 피식 웃더니 두 손을 들며 말했다.“봐. 다들 똑똑히 보라고. 저놈이 인정했어!”박준식이 곧바로 도범을 가리키며 큰소리로 외쳤다.“저놈 우리가 호텔 측 사람을 불러와서 물어볼까 봐 겁나서 자진 고백한 거야. 자기가 한 짓이 들통나게 되니까 이제야 인정한 거라고!”“도범이 정말 네가 그런 거야? 우리는 너를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설마 정말 네가 그랬을 줄이야!”나봉희는 너무나 기가 막혀 발만 동동 굴렸다. 그들은 최근 며칠간 제법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었다. 때문에 이제야 안정된 생활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못난 사위 놈이 또 사고를 친 것이다. 참으로 민폐 덩어리가 아닐 수 없었다!“당신 정말…… 나 이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도대체 왜 200 테이블이나 더 준비하라고 한 거야?”박시율은 너무나 기가 막혀 하마터면 까무러칠 뻔했다.“이럴 수가. 정말 아빠가 부른 거였어요?”박수아는 너무나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였다. 왠지 자신이 커다란 잘못을 한 것처럼 느껴졌다. 아이는 자
“200 테이블이라고? 하하 그럴 리가 없잖아.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이 올 수 있겠어?”친척들 중 한 사람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마치 멍청이를 보는 것처럼 도범을 바라보았다.박시연도 웃으며 거들었다.“식사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라곤 우리 박 씨 가문 사람들 외에 우리와 친분을 유지하고 있던 사업가들뿐이에요. 그리고 평소 우호적으로 지냈던 삼류 가문에서도 올 수 있겠네요. 이류 가문과 일류 가문 사람들은 절대 올 일이 없겠죠. 그들은 우리 삼류 가문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다시 말해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올 리가 없다는 말이에요!”“이게 도범이 네가 준비한 선물은 아니겠지? 응? 이건 선물이라고 할 수 없잖아? 그런데 왜 지금 네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을까? 마치 이게 네가 할아버지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것처럼 말이야?”박이성이 코웃음을 쳤다.“당연히 이건 선물이 아니야. 사람은 내가 대신 불렀어. 걱정하지 마. 박 씨 가문에서 그 정도 돈도 내지 못 하겠다고 하면 내가 계산하면 그만이야.”도범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태연한 표정으로 웃었다.“개소리하네. 네가 주문한 테이블이니까 당연히 네가 계산해야지. 설마 우리가 대신 계산해 주길 바랐던 거야?”박이성이 욕설을 퍼부었다.“우리는 기껏해야 우리가 준비했던 20 테이블만 계산할 수 있어!”“안 돼. 그 큰돈을 도범이 어떻게 낸단 말이야!”나봉희는 도범이더러 24억을 내라는 말에 화들짝 놀랐다.그녀는 도범의 돈은 곧 자기 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쨌든 박시율과 도범은 결혼한 사이고 도범은 이미 그녀에게 40억의 납채를 주었으니 한 가족이나 다름없었다.무엇보다 그녀는 아직 도범과 제갈소진의 결혼을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그때가 되면 제갈 가문이 자기 것이 되는데 이보다 통쾌한 일이 어디 있을까?“하하 저놈이 자기 마음대로 부른 거니까 당연히 본인이 계산해야죠. 이건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박이성이 껄껄 웃으며 계속하여 말했다.“남은 200 테이블의 요
심지어 방금 들은 중장의 이름은 이전에 들어본 적도 없었다.“중장이 왔다고?”“진짜 중장이야? 대박, 우리 어르신 체면 제대로 서겠는데!”몇몇 박 씨 가문 사람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환해졌다. 중장이 왔는데 체면이 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나중에 다른 삼류 가문 사람들이 이 일을 알게 되면 박 씨 가문을 엄청 부러워할 것이 분명했다.“저놈 빨리도 왔네!”도범은 홍희범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태연하게 웃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그가 맨 처음으로 도착할 줄은 몰랐다.“홍희범이 왜 왔지? 저 사람은 성경일의 지인이잖아? 설마 오늘 성경일이 올 걸 알고 왔나?”박이성이 굳은 표정으로 할아버지한테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할아버지 홍희범은 성경일 도련님의 친우예요. 성경일 도련님과 제가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 오늘 오기로 했거든요. 아마 홍희범은 저와 성경일 도련님의 사이가 좋은 걸 알고 온 걸 거예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에요!”“성경일 도련님이 온다고? 성 씨 가문은 무려 이류 가문이 아니냐!”박준식이 깜짝 놀라더니 기쁜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이성이 너 대단하구나. 네가 성 씨 가문의 도련님을 부를 줄은 몰랐어!”“그것뿐이겠어요? 잊으셨나 본데 저 왕호 도련님과도 잘 알고, 한 씨 가문의 도련님도 오겠다고 했어요. 하하 이게 다 제 얼굴을 보고 오는 거랍니다!”박이성이 갑자기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는 방금 말한 그들이 사실 도범이 망신을 당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오는 것임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박이성은 혹시 이따가 그 세 사람이 도착하면 남들이 도범의 예측이 맞았다고 생각할까 봐 미리 부연 설명까지 해두었다.그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때문에 제가 말한 이 몇몇 사람들 외에 도범이 말한 나머지 사람들은 절대 올 일이 없을 거예요!”그가 막 말을 끝마치니 홍희범이 그들 앞에 다가와 있었다.“홍희범 중장님 안녕하십니까. 중장님께서 저희 박 씨 가문을 찾아주실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와주셔서 참으
박진천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는 혹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한 번에 준장급 군인 세 명이나 오다니. 그것도 무려 준장급이었다. 전쟁터였다면 감히 대적할 자가 없는 인물들이었다. 적어도 수천에서 수만 명의 부하를 거느리는 사람들이었다!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칠순 생신을 축하해 주러 왔다니!“박이성 도련님 어쩝니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지 않을 거라면서요?”도범이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하하 누가 뭐래도 그 200 테이블을 절대 채울 수 없을 거야!”박이성 역시 큰 소리를 치며 웃었다. 그는 방금 도범은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 두 준장은 아마 홍희범의 지인이라서 그를 따라왔을 것이다.“성 씨 가문 가주님께서 가족분들과 함께 박 씨 어르신의 생신을 축하드리러 오셨습니다!”“한 씨 가문 가주님께서 가족분들과 함께 박 씨 어르신의 생신을 축하드리러 오셨습니다!”“왕 씨 가문 가주님께서 가족분들과 함께 박 씨 어르신의 생신을 축하드리러 오셨습니다!”곧이어 대문 쪽에서 또다시 연속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 이류 가문이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세 명의 가주가 세 아들과 가족들 중 지위가 높은 몇몇 사람들을 데리고 왔다. 단번에 열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들어오게 되었다.그들의 보디가드들은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정말 다들 와주셨구나!”세 가주가 도착한 모습에 박진천 역시 속으로 놀라워하고 있었다. 원래는 세 도련님만 올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가주까지 대동하여 올 줄이야!박진천과 박준식은 곧바로 다가가 그들을 맞이했다.그 뒤로도 계속하여 축하하러 온 사람들이 들어왔지만 대부분은 이미 예상했던 인물들이었다.도범이 말했던 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하하 도범이 너 아까 제법 자신 있어 보이던데? 봐봐 고작 몇 명이나 왔나. 네가 호언장담했던 200 테이블을 채울 사람들은? 설마 공기로 채우려고?”박이성이 도범을 비웃으며 말했다.“아직 시간이 이르잖아? 축의금을 받을 시간도 되지 않았어.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